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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비루한 후기..

샌프란, 2014-11-29 19: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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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엔 그냥 넘겼는데..올해는 다들 가시는 분위기라 나도 함 해봐? 하는 심정으로 도전합니다.

손에 쥔 카드는 4장


먼저 리스트 쭉 뽑아 봄다.

대충 머릿 속으로 동선 잡고 가족 들 꼬십니다. 아무도 안 간답니다. 혼자 나섭니다.


먼저 갤러리아 향합니다. 

마켓 상품권 달라니 체크나 캐쉬 아니면 안됩니다. 시작 부터 맨붕입니다. 하는 수 없이 장봅니다. 


짜파게티 1박스, 흑삽겹살 한팩, 양념돼지불고기 한팩, 김치찌개용 돼지고기 2팩..이렇게 각각 긋습니다.

초과 분은 어쩔 수 없습니다. 계산하면 머리 아픕니다. 

고기류는 10불 언저리면 그냥 샀고 짜파게티는 한참 오바지만 먹고 싶어 그냥 담습니다.


자 이제 2번씩 여덟번만 그면 된다는 가벼운 마음으로 룰루랄라 다음 장소인 교포마켓 안에 중식당으로 향합니다.

교포마켓은 안되지만 Deli는 된다고 나왔기 때문입니다. 


시켜 먹는거 대신 깐풍기 2팩 고릅니다. 그런데 아맥스 안 받는답니다..엥? 이건 또 멍미?

왜 안받느냐고 할까 하다가..뒤에 손님들 서 계셔서 그냥 나옵니다..


급 다운되어 점심 하려고 최가네 갑니다. 들어가자 마자 아예 아멕스 부터 확약 받습니다.

기분 좋게 김치찌게 시킵니다. 참고로 여기 김치 찌게가 산호세 3대 김찌찌게라..(순전 저의 입맛으로)


먹고 계산 하려는데 갑자기 계산 되었다고 합니다. 저 멀리 테이블에서 아는 지인이 손을 흔듭니다...TT

고맙기는 하지만..진짜 타이밍 안 맞습니다. 하필 오늘...카드를 주머니에서 연신 만지작 거리며 나옵니다.


리스트 띄웁니다. 목표는 진 베이커리 입니다. 파리 바케트에 밀려 잘 알려지지 않은 빵집이지만 

그래도 식빵 2-3는 살 수 있을거야 하고 가게 앞에 도착합니다. 그러나..


대문 앞에 "가게 확장 이전"이란 문구가 떡 하니 써 있습니다..갑자기 단편 소설 "운수 좋은 날"이 떠오르면서 눈 앞이 흐려집니다..TT

마음을 다시 잡고 서울 곰탕집으로 향합니다. 그냥 묻지도 않고 파는 김치 달라 합니다. 


썬 김치 하고 깍두기 주문합니다. 파김치도 있다고 해서 16불 이지만 그냥 주문합니다. 

몸이 '어서 빨리 끝내고 집에가자' 말합니다..


이제 5번만 긁으면 끝이 납니다. 근처 어디에 있는지 또 찍어 봅니다. 폴투기 빵집이 들어옵니다. 포르투갈? 오예..이번 기회에 그나라 빵 좀 먹어보자.

헤매고 나서야 겨우 주소 찾았는데..왠 라멘 집입니다. 옆집에 물어 봅니다. 빵집 어디 갔냐고..망했답니다...제 심정입니다.


이젠 눈에 뵈는게 없습니다. 그냥 아무대나 찍어 봅니다. 듣보잡 마켓이 나옵니다. 가서 보닌 할랄 마켓입니다.

그래 이번 기회에 한번 이런덴 멀 파나 구경이나 해 보자 하고 들어 가 봅니다. 특유의 냄새가 마구 마구 반겨 줍니다. 숨쉬기가 쉽지 않습니다.

10불에 맞추어 대충 고릅니다. 올리브 오일 하고 인도 요거트, 버터링 쿠킹 모양의 과자 하나 사들고 나옵니다.


1/3 남았습니다. 4번만 긁으면 됩니다.  

 

집에 전화 합니다. 저녁 하지 말라고 하고 투고 해 간다고  큰 소리(?) 칩니다.

아까 말한 3대 김치 찌게 중 한 집이 곳에 눈섭 휘날리며 달려 답니다. 바로 김치찌게, 동태 찌게 주문합니다.

그런데 아차 싶어 아맥스..하니까 안 받는다고 합니다.

진짜 울고 싶어 집니다..


여기서 잠깐

아멕스의 비지니스 마인드에 놀아나는 듯한 느낌 지울 수 없습니다... 분명 리스트에 뜨는데..안 된다는 겁니다.

그러니까 전에는 되었다는 이야기지요. 하지만 업소에서 끊은 거지요. 아래 어느 분의 글처럼..비자나 마스터에 비해 떼이는게 많으니

그런데 오늘 저 같은 손님들이 자꾸 올테니까....관계 계선을 위해 소비자를 동원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니들이 이래도 아멕스랑 다시 거래 안할래? 


어째든 다시 괜찮다고 취소 하고 나옵니다. 그때 그 뻘쭘함 이란...참..미안하기도 하고


다시 찍어 봅니다. 나만 기다리는 가족들 밥은 챙겨 가야 하기에..

찍어 보니 필리핀 베이커리 나옵니다. 그래 간식부터 챙기자...이제는 기냥 리스트에서 레커맨드 해 주는데로 갑니다. 


가서 보니 참 허접합니다..파리 바케트가 사람 버려 놓았습니다. 그냥 10불에 맞추어 고릅니다.

직원은 참 진절합니다. 계산데 앞에 오늘 날짜 아멕스 스몰지니스 행사 스티커가 붙어 있습니다. 피식 웃어 봅니다..저게 머라고..내가 지금 머하는 건가


이제 어느덧 날은 어두어 집니다. 아직도 3번 더 긁어야 합니다.

장수장 이 된다고 나옵니다. 한 줄기 빛이 임했습니다. 

큰 맘먹고 보쌈 정식하고 갈비탕 시킵니다. 두개 40불 입니다. 평소에는 주저하지만 기분 좋게 시킵니다.

양손에 묵직하게 들고 나오니 맘이 한결 나아졌습니다.


이제 마지막입니다. 차이니스 베이커리 눈에 들어옵니다.

가서 보니..빵이 없습니다. 헐..

주인 보고 물어보니..너도 아멕스 쓰려고 온거 아냐? 니들 때문에 이래..

눈 마주치기 싫어 입 꾹 다물고 진열대에 있는 듣보잡 빵 아무거나 집습니다.

애들이 안 먹으면 내가 먹으면 되지 뭐..스스로 위안해 봅니다.


자..이제 집에 갑니다. 해는 다 지고 어둡습니다.


초인종을 누르자..왜 이렇게 늦었냐고..다들 깽깽 거리고...투덜 투덜 합니다.

애들이 꼭 밥 때 기다리는 강아지들 같습니다. 


그래도 아빠가 사온 비닐 봉다리를 죄다 펼쳐 놓으며 좋아들 합니다..

아빠 노릇 조금 한거 같아..마음이 풀어집니다.


그리고 식탁위에 오늘 사온 파김치가 눈에 들어옵니다..


파김치와 제가 인터스텔라였다는 느낌이...


내가 파김치가 될 거란걸 저 파김치는 미리 알았던 것일까?



꾸뻑


 


23 댓글

찡찡보라

2014-11-29 19:33:00

아 어떻게요. 웃으면 안되는데 후기 읽으면서 계속 빵 터졌어요

왠지 오늘 저의 모습이랑 겹치면서 짠 ㅠㅠ

저도 오늘 샌프란님만큼은 아니지만 어렵게 했네요. 

나중엔  내가 뭐하는 짓인가 싶으면서 이거슨 할짓이 못된다 생각 되더라구요 - -;

그래도 쟁여둔 기카로 외식하고 장보면 또 기분이 좋긴 하겠죠? ㅎㅎ

수고하셨어요~저도 오늘 하도 요리조리 왔다갔다해서 숙면할것 같아요 ㅋㅋ

우아시스

2014-11-29 20:41:59

ㅍㅎㅎ...토닥토닥....저도 오늘 하루 힘들었어요.ㅠ.ㅠ

예상 밖의 일들이 생겨서....다음부터 한국가게들은 안 갈거 같아요.

특히 한국마켓은 오전에 와장창 들이대서 열댓번 긁고 갔나봐요. 직원들끼리 어찌나 구시렁 거리는지들..차라리 못 알아듣는 미국 가게 가는게 낫겠다 싶어요. 여러번 트랜잭션도 군소리 없이 해주고... 

마모신입

2014-11-29 20:53:07

전 어제 금요일이 이 행사 하는 날인줄 알고 가게 돌면서 열심히 카드 긁다가 한 곳에서 오늘 아니야.. 토요일 내일이야.. 라는 청천벽력같은 소리를 듣고.. 멘붕.. 인터넷 확인하니 정말 SBS라고 돼 있어.. 무르지도 못하고 90불 그냥 썼습니다.. (Liquor store에서 맥주/와인 잔뜩 사서 10불 *5번, Le Boulanger에서 빵10불 사고 기카 10불짜리 3개 샀었습니다.. TT)


오늘은 이미 어제 일로 지쳐서.. 아침에 식당 한곳, 점심때 식당 한곳 가서. 음식 투고하면서 긁고 거기 식당 gift card 판다길래 그걸 10불씩 여러번 긁어 gift card 사는 걸로 끝냈습니다..


아침 식사로 3번, 10불짜리 기카로 3번

점심 식사로 4번, 10불 기카로 8번 총 18번 긁었습니다..


아침 점심 다 밖에서 산 걸로 해결하고 110불어치는 gift card로 가지고 있습니다.. 나중에 또 가서 먹어줘야죠..

차라리 미안하지만 다 기카사는 걸로 땡칠 걸 그랬나 싶기도 하지만.. ㅎㅎ 돈 벌었습니다.. 어제 헛수고해서 기운 다 빠지고 뭔 뻘짓인가 하는데 그 기분은 만회한 듯 합니다.

duruduru

2014-11-29 22:36:08

온 몸의 피로가 다 풀려나가는 글이네요~! 대박~!


마모 백일장에 꼭 참가하세요!!!!!!!!!!!!!!!!!!

늘푸르게

2014-11-30 00:48:29

sbs 후기중 단연 으뜸입니다!! 

빨간구름

2014-11-30 01:19:23

너무 재밌습니다. 유머와 감동이.
ㅋㅋㅋ

차도남

2014-11-30 05:00:12

로그인하게 만드는 재밌는 글이네요.. 가족들 저녁을 위해 힘쓰신 가장의 모습이 감동입니다. ^^

참고로 아멕스 SBS Map에 나와도 안 받는데 꽤 있습니다. 식당하시는 지인분 이야기로는 아멕스 되긴 되는데 수수료가 비싸서 그냥 비자랑 마스터만 받는다고 하더라고요. 아멕스 Map에 나와도 업주가 안받는다고 하면 그만인거죠.. 그래서 전 SBS 때 왠만한 작은 곳은 안가고 가도 문열고 들어가기전에 꼭 아멕스 사인을 보고 들어가게 되더라고요..

샌프란

2014-12-01 03:44:34

다시 끌어 올려 미안합니다..


마모엔 맘 따뜻한 분들이 넘 많아요.


답글 주신 모든 분들께 진심 감사하고요..필 받을 때 머라도 써야 할거 같아서..^^;


즐거운 사이버먼데이 되시길~~

기돌

2015-07-03 06:16:00

이글 왜 못 봤을까요... 마모 백일장 대상 감입니다!!!

글 읽으니 당시 샌프란님의 고단한 심정이 고스란히 전해지는 느낌입니다 ㅎㅎㅎ


저도 아무 생각 없이 교포가서 짜장 짬뽕 시켜 먹었습니다. 아멕스 안받는다고 했는데 그냥 나오기도 그렇고 그냥 다른 카드 내고 밥먹었습니다.

2013년에도 SBS 이용했던 오복순대에 투고 하려고 갔는데 금년(2014년)부터 아멕스 안받는다고 하시고... 하지만 제 삽질은 샌프란님 행적에 비하면 조조조족지혈이였네요 ㅎㅎㅎ

아카시아

2015-07-03 09:43:08

최고... ^^

서울

2015-07-03 11:47:45

요즘은 정말 마모가 이끄는 삶이된것같아요.
백프로 공감하고, 정말 수고많았네요.

그대가그대를

2015-07-03 19:13:08

sbs라고 제목에 있어서 응? 하고 봤다가 흙 ㅠ 하고 감동먹고 짠해서 댓글답니다.

더군더나 같은 동네니 너무 제이야기같네요.

샌프란님 고생하셨어요 ㅋㅋㅋㅋ

샌프란

2015-07-06 18:35:50

다음 오프 모임 때 한번 뵙죠 ㅋㅋ

그대가그대를

2015-07-06 19:50:17

넵 설레임?으로 기대하고 있겠습니다

기다림

2015-07-06 18:50:55

잘 읽었어요. 작년에는 못 본 글린데 저의 몇년전 모습이 겹치면서 눈물이...ㅋㅋ

저도 요즘은 미국가게 가서 100불짜리 기카사고 10장으로 10불씩 충전해서 100불짜리 한장 사서 나와요.

와이프도 기카로 자기가 사고 싶은것 사니 좋아하고 가끔 기가 100불 사면 20불 더 주는 식당도 있더군요.

강풍호

2015-07-06 18:52:54

저도 잘 읽었습니다. 평소에 독서량이 상당하신기봅니다. 글솜씨가 환상이시네요.
올해는 작년처럼 고생하지 마시고 한 곳에서 기프트 카드같은걸로 몰빵하시는 건 어떨지요?:)

샌프란

2015-07-06 19:55:17

아유 제가 강풍호님 칭찬을 다 받고..ㅎㅎ
머 집에 책은 좀 있습니다만 ㅋ

여행 후기 같은 걸 올려야하는데
시덥잖은 잡설만 풀어서 민망하기도 합니다 실은

그나저나 올해는 진짜 기카로 올인하려구요
일단 몸이 안 따라줘요..

해아

2015-07-07 06:41:54

지난해에 왜 이글을 못읽었을까요? 정말 큰 감화(!)를 받았습니다. 저도 처자식 둔 입장에 샌프란 님 경험담에서 심쿵(!)했습니다. 강풍호님 말씀처럼 글 참 잘 쓰셔, 눈에 쏙쏙 들어옵니다.

아무튼 고생 많으셨고요. 올해 SBS에선 인력거꾼 김첨지 같은 불운 겪지 마시고, 꼭 좋은 일만 가득하시길 기원합니다. (근데 올해도 SBS 참여하실꺼죠? ^^)

그리고 youtube에서 SNL 편 운수좋은날 리메이크 정말 재미있네요. https://www.youtube.com/watch?v=jpi-5DJMLDs

샌프란

2015-07-08 10:53:38

이력거꾼 김첨지 ㅋㅋ 박경리 토지에서나 나올법에 구수한 표현입니다~

당근 참여 해야죠? ㅎㅎ

아카시아

2015-07-07 06:48:11

마모문학상 만들어야 하는 거 아닌가 모르겠습니다.

마일이 이토록 인간을 감성깊게 만들 수 있는지...

고뇌 속에서 깊은 통찰을 얻고 갑니다ㅎㅎ

샌프란

2015-07-08 10:56:10

아..이거 잊을만 하면 짜구 끌어 올려서 죄송합니다.

마모문학상 생기면 가작 정도는 할라나요?

가능성이 엿보이는 정도? ㅋ

duruduru

2015-07-08 11:44:39

가장 소중하고 의미있는 그 상 있잖아요! 참가상!

강풍호

2015-07-08 12:06:54

대상입니다, 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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