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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 밖을 보니 밖에서 아이들이 먼저 차비를 하고 기다렸다.
토요일, 눈발만 흩날리던 첫눈을 빼면 사실상 첫눈이 온 날이었다.
길을 나서자 3호가 앞서 나갔다. 눈 맞으며 체육관에 가기로 했다.
산책길로 들어서자 운치가 있었다.
앞서가던 3호를 따라 잡아 길동무 해주는 1호
키가 줄었다며 애교를 떠는 3호. 그만했을 때가 그립다고 했다.
체육관에 다다르자 눈발이 거세졌다.
날씨 탓인지 텅 비다 시피한 수영장.
난 찬물이 싫어 '스파' 몸 담그고 창밖을 보니 야외 온천에 온 기분이 들었다.
실컷을 놀던 2호가 먼저 나와 기다렸다.
샤워를 가장 먼저 마친 3호가 체육관 로비에 얌전하게 자리잡고 앉아 있었다.
다시 차비를 하고 돌아가는 길.
굵어진 눈 송이를 달려 들어 먹는 3호.
이 눈에도 달리는 사람은 있었다.
귀가길 포켓몬 게임 찬스를 2호에게 빼앗긴 1호가 쳐져 걸어 온다.
이번엔 3호가 뒤쳐져 1호 길동무를 한다.
1호도 마음이 편해졌는지 쳐진 걸음 보채서 함께 걸었다.
산책길 중간 계단, 집으로 가는 지름길. 꽤나 멀게 느껴진다.
게임하며 앞서 걸었던 2호가 나머지 식구를 기다렸다.
동네길로 향하는 계단에서 잠시 '스톱'
저녁은 외식하기로 했다. 대뜸 그림 보고 메뉴를 고르는 3호.
전채로 나온 빵을 베어먹고는 최고란다. 추위 탓에 배가 많이 고팠나 보다.
전채로 나온 튀김을 물고는 뜨겁다는 2호, 포즈 취해주는 1호.
아이들 주문대로 하다보니 모든 '사이드'가 전부 감자 튀김이다. ㅠㅠ
이 만큼 큰 감자튀김은 처음이라며 들어 보이는 1, 2호.
동네 지중해식 식당이다. 음식을 보니 처를 터키에서 처음 봤을 때가 생각났다.
놀고 먹고, 주말 하루가 갔다.
일요일, 느즈막하게 일어나 대충 '아점'을 차려 먹었다.
토스트에 3색 아이스크림을 얹은 3호. 기쁘기 그지 없는 표정이다.
식사를 마친 3호가 '스노우 앤젤'을 만든다며 마당에 누워 팔다리를 흔들었다.
눈 부터 뭉치는 2호,
엎어져서 스노우 앤젤을 만드는 1호.
엎어져 퍼덕이는 1호를 보고 뒤 돌아서 웃고 마는 2호.
3호, 눈 덮힌 차장에 딱 자기 얼굴 같은 그림 하나 그려놨다.
각자 놀던 아이들이 다 같이 눈을 뭉치기 시작했다.
3호가 작은 덩이를 굴려 보지만 눈이 잘 붙질 않는다.
고만고만한 크기의 눈덩이를 가지고 크기를 재어보는 2, 3호.
나름 공들여 만든 눈덩이를 보여주는 3호. 눈 사람 만들기는 포기해야겠다.
'첫눈은 안 뭉쳐져' 오래전 아버지가 내게 했던 말을 아이들에게 하고 혼자 집으로 들어갔다.
한참이 지나 내다 보는데, 눈이야 뭉쳐지든 말든 들어올 기색을 않는다.
*
이곳은 제법 눈이 많이 내리면서 본격적인 겨울이 시작됐습니다.
휴스턴에 사는 친구가 페이스북에 올린 눈 내리는 동영상을 봤습니다.
오랜만에 봐서 기분이 좋았답니다.
기쁘다니 댓글은 못 달았지만,
그정도면 그럼 올 겨울 많이 추워지는 건가 덜컥 겁도 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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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 댓글
재마이
2017-12-11 16:47:26
ㅋ '처를 터키에서 처음봤을 때가 생각났다' 사연도 올려주세요~ 무지 궁금하네요~
jeje
2017-12-11 16:54:44
오하이오
2017-12-11 17:35:12
아고, 실망시켜드려 죄송합니다.
Monica
2017-12-11 22:11:06
오하이오
2017-12-11 17:33:52
하하. 참... 각자 배낭 여행 하던 저와 처가 터키 카파토키아의 한 호스텔에 묶게 되면서 인사를 주고 받았고, 다음날 이동 일정이 같아 밤버스를 타고 이스탄불로 이동합니다. 저는 여행 끝내고 귀국비행기를 타기 위해, 처는 그리스로 가기 위해. 그렇게 헤어졌다가 2년 뒤 서울에서 우연히 만나 교제를 시작했고 그 2년 뒤 결혼했습니다.
jeje
2017-12-11 17:42:01
1 2 3 호가 여행을 많이 다니는것이 우연이 아니군요.
연애담 재밌었어요. 그리고 매번 빼놓지 않고 여행기 잘 보고 있어요. 감사합니다.
돈쓰는선비
2017-12-11 18:00:57
진짜 타임머신 시리즈 기대되는데요. ㅎㅎ (올린다는 사람도 없이 혼자 기대하고 있음)
오하이오
2017-12-11 18:47:55
기대에 부응하진 못할 것 같습니다. 이게 초를 좀 치면 3류 연애 소설 하나가 나오기는 할텐데.... 회식 자리에서 듣고 마는 레파토리라서 글로 남길 순 없을 것 같아요. ^^
오하이오
2017-12-11 18:45:29
인연의 정도 만큼은 다른 커플에 뒤지진 않을 것 같아요.
관심 갖고 봐주셔서 고맙습니다.
네모냥
2017-12-11 19:45:49
우와~ 정말 영화같아요 이 짧은 세줄에 마음이 심쿵 설레어요 :)
오하이오
2017-12-12 06:06:07
하하, 연애담이 다 그렇겠지만 저도 돌아 보면 영화 같았다 생각합니다.
Monica
2017-12-12 09:58:36
오하이오
2017-12-12 13:05:40
하하 반갑습니다^^
JazzVocal
2017-12-11 22:39:44
저도! 이부분이 가장 궁금했어요!!!! 귀 쫑긋!!! (눈 반짝인가? ㅋ)
오하이오
2017-12-12 06:08:02
ㅎㅎㅎ 아쉬운대로 궁금증은 풀린 것으로 알겠습니다^^
JazzVocal
2017-12-12 08:32:44
어머 어머!!! 영화 같아요!!!!
오하이오
2017-12-12 13:06:30
만들면 삼류 영화죠^^
외로운물개
2017-12-11 21:52:55
행복한 가정 냄세가 폴폴 나네요...............
싸모님허구 첫 만남도 영화 의 한 스토리답구요...ㅎㅎ
오하이오
2017-12-12 06:08:57
고맙습니다. 눈 덕분에 차분해 진것 같은데 실은 늘 전쟁같이 지지고 볶는 일상이 더 많습니다.
kalakaua
2017-12-11 22:00:05
혼자 행복하지 않고 여럿이 행복해서 고맙습니다. 거기다... 저까지 우리까지 다함께 행복하게 만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눈밭을 오랫동안 함께 걸었다 온 기분입니다. 어~ 행복합니다.
오하이오
2017-12-12 06:09:42
행복하게 봐 주시고 느껴주셔서 제가 더 고맙습니다.
Monica
2017-12-11 22:12:40
오하이오
2017-12-12 06:10:40
하하 그렇군요. 달리는 사람이 앞서 가며 오히려 이상하다 생각했겠네요. 운동이야 늘 하던대로 하는 것일텐데....
안이
2017-12-11 22:24:36
베스트 어워드 작품감이네요
오하이오
2017-12-12 06:11:52
한살 한살 먹으면서 점점 표정에 감정도 들어가고 과장도 늘면서 능청스러워 지더라고요.
JazzVocal
2017-12-11 22:40:46
아틀란타에도 눈이 왔었답니다. 금요일 이른 오후 부터 내린 눈이 밤새 내려 저희 집앞에는 아직도 녹지 않은 흰눈이 군데 군데 보인답니다. ㅎㅎㅎㅎ
근데 이상하게 눈이 오면 덜 추워요. ^^
오하이오
2017-12-12 06:14:13
하하 그랬군요. 친구에게 들으니 비가 오면 일단 휴교라던데... 휴일이라 학생들은 좀 섭섭 했겠어요. 눈이 주는 포근함 때문에 플라시보 효과가 일어난 건가요. 저도 눈 오는날 집안 만큼은 더 따뜻하게 느껴져요.
JazzVocal
2017-12-12 08:32:14
비는 넘어가는데 눈은 5mm 정도면 전 도시가 스탑이죠 ㅋㅋㅋㅋㅋ
오하이오
2017-12-12 13:07:39
하고 눈을 '비'라고 잘 못 썼네요. 전날 눈 오면 학교 휴교한다고 좋아 한다고 했거든요.
Monica
2017-12-12 06:18:06
JazzVocal
2017-12-12 08:31:10
재즈보컬리스트 맞습니다 ^^;
애 키우느라 활동 못하는..... ㅠ.ㅠ
Monica
2017-12-12 09:11:37
저도 애 낳기전엔 뉴욕 재즈바들 많이 서성거렸는데 애 낳고 유튜브에 나오는것만 들어도 감사. ㅎㅎ.
shilph
2017-12-11 22:52:59
그나저나 이제는 눈 오면 운전 걱정을 하는걸 보면 나이를 먹기는 먹나봅니다 ㅎㅎㄹ
오하이오
2017-12-12 06:17:28
날이 좋아 불만인 듯한 말씀 얄밉습니다. 하하. 여기도 예년 보단 눈도 추위도 늦게 와서... 이러면 겨울이 늘어지면서 봄이 늦게 오더라고요.
아무래도 미국에서 처럼 운전 필수다 보면 걱정이 더 클 것 같긴해요. 우리 동네는 대중 교통도 없다 시피하니... 그나마 주말이라 마음 편히 눈을 즐겼습니다.
shilph
2017-12-12 07:47:37
그래도 햇빛이 좋지요. 날이 좋으니 다들 기분도 좋고요
오하이오
2017-12-12 13:08:29
예, 저도 볕이 좋습니다. 점점 햇빛이 좋아져요. ㅎㅎ
보돌이
2017-12-12 10:40:21
안녕하세요 항상 사진 잘 보고 있습니다. 모르시겠지만 저도 근방 동네 주민입니다^^ 우연히 아이들 마주치면 저는 1,2,3호를 알아볼 수 있겠네요~ 수영장에 스파도 있고 좋아보이는데 혹시 어디인지 여쭤봐도 될까요? 저도 아이가 셋이라 가끔 놀러가도 좋을 것 같네요~
오하이오
2017-12-12 13:12:46
반갑습니다! 수영장이 있는 이곳은 UD 체육관(RecPlex)입니다. 저흰 연간 가족 멤버십을 구매해서 이용하는데 일일 입장료를 지불하고 들아갈 수도 있는 걸로 압니다.
보돌이
2017-12-12 14:17:04
네 감사합니다! 한번 알아봐야 겠네요^^
오하이오
2017-12-12 14:33:08
예, 갑자기 눈이 쏟아지네요. 모쪼록 두루 건강 조심하시길 빕니다.
보돌이
2017-12-12 17:44:49
오하이오
2017-12-12 19:26:12
예, 인사 주시면 감사히 받겠습니다.
제이유
2017-12-12 11:00:07
따뜻한 사진과 글 감사합니다.
오하이오
2017-12-12 13:13:51
고맙습니다!
부부동반
2017-12-12 11:31:44
오하이오
2017-12-12 13:15:24
아고, 별 피해는 없으신지요. 뉴스를 보다 보니 올해들어 산불이 더 잦은 것 같습니다. 모쪼록 졸인 마음 잘 푸시고 피해 없길 빌겠습니다.
monk
2017-12-12 13:46:14
영화같은 연애, 그림같은 가정을 갖고 계신 오하이오님...전생에 나라를 구하셨군요. ^^
오하이오
2017-12-12 14:34:26
하하. 제가 나라를 구한게 아니라 처가 전생에 역적질을 한 게 아닐까요?
monk
2017-12-12 15:24:16
ㅎㅎㅎ...그래도 전생에 역적이었던 거에 비해 사모님 미소가 너무 해맑으신데요. ^^
아들 셋 키운다는 거, 만만치 않은 책임이겠지만, 그래도 보기만해도 부자가 된 것 같은 기분이실 듯. 너무 이쁜 아들 셋이 너무너무 부러워요....
오하이오
2017-12-12 19:21:14
워낙 성격이 낙천적이라서 표정이 저만 건드리지 않으면 늘 밝습니다. ㅎㅎ. 정말 어린 아이가 셋 이어서 암담해하던 시절도 있었는데 이만큼 키우고 보니 보람도 있고 정말 부자 된 기분이 들때가 종종 있습니다.
뚜뚜리
2017-12-12 15:42:07
1,2,3호 뭉쳐 있는 모습이 엄청 예뻐요.
그리고 부부의 만남이 너무나 극적입니다.
꼭 영화같다는^^
오하이오
2017-12-12 19:22:16
감사합니다. 만남이 영화 같아서 인생도 영화같을 줄 알았던 처가 속은 거죠. 하하.
미스죵
2017-12-12 15:50:18
1,2,3 호는 여름이나 겨울이나 수영 사랑이군요!!! 항상 잘보고 있습니다 :)
오하이오
2017-12-12 19:25:49
감사합니다. 운동선수 자식 하나 보는 게 큰 바람이라서 축구 농구 스케이트 뭐 눈에 보이는대로 시켜 봤는데 안되더라고요. 다 포기하고 물놀이라도 하라고 꾸준히 데리고 다닙니다.
서울
2017-12-12 22:54:49
오하이오
2017-12-13 06:38:26
종로2가 생각나는 사연이 있을 것 같은데요. 그나저나 종로가 많이 바뀌었더라고요. 피맛골 없어진거야 진작 알았지만 큰 건물과 공터로 지형까지 변해 번듯해 보이던데 왠지 아쉽더라고요. 종로서적은 이제 기억에서 조차 사라져 가는 것 같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