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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세미티 국립공원에 Diving Board라는 잘 알려지지 않은 화강암 언덕이 있습니다. 4,000ft 아랫쪽의 요세미티 밸리를 향해 돌출되어 있는 100미터 이상 길쪽한 암석이 있는 언덕입니다. 암석이 약간 위로 솓구쳐져 있어서 보이는 것 보다는 (기어서만 감상한다면) 밸리 아랫쪽으로 떨어질 염려는 크게 없는 곳입니다. 대충 이런 느낌으로 말이죠.
여기가 유명한 이유는 요세미티의 랜드마크인 하프돔의 위용을 제일 가까이서 눈에 담을 수 있는 곳이라는 점이구요. 안셸 아담스의 1927년작 Monolith, the Face of Half Dome으로 유명한 곳입니다. (위키피디아)
저번 주말 새벽 2시에 베이에서 출발해서 요세미티에는 5시 30분쯤 도착해서 바로 산행에 들어갑니다. 1차 목표는 네바다폭포의 바로 위에 있는 Liberty Cap에서 경치 관람하는 일이었습니다. Vernal Fall, Mist Trail을 지나고나니 이제 해가 슬슬 떠오르고 주변 경관이 밝아지기 시작합니다. 요즘 기온이 매우 올라가 있어서 요세미티의 모든 폭포들이 수량이 엄청났습니다. (하지만 아쉽게도 올해는 강설량이 평년의 1/2 정도 밖에 되지 않아서 요세미티의 폭포들은 초여름이 되면 물줄기가 매우 약해질 것으로 생각됩니다.)
그럼 리버티 캡은 어디 있느냐면.... 요 사진의 나무 브릿지 있는 곳이 네바다 폭포인데.. 저 위에 보이는 돌덩어리가 Liberty Cap입니다. 넵 ;;;; 사진으로 찍은 사이드는 암벽등반 코스이구요, 뒷쪽으로 돌아가면 어떻게든 발로 걸어서 올라갈 수 있는 코스가 있습니다. 근데 하이커들도 보통 유명한 하프돔, 클라우드레스트 등의 랜드마크로 가기 때문에 이쪽 사이드의 국립공원은 트레일 정비가 거의 되어 있지 않아서 길찾기와 덤불숲 뚫기 (가시가 그냥 ;;;;) 눈밭오르기 등등... 난이도가 정말 높았습니다.
x고생해서 정상에 오르면 뒷쪽으로는 하프돔의 웅장한 뒷모습이 보이구요.
앞으로는 깎아지르는 듯한 절벽 바로 앞에서 네바다 폭포의 모습을 윗쪽에서 조망할 수 있습니다.
어떤 느낌이냐면... 여기 큰 화강암 덩어리 Liberty Cap의 제일 끝에 하나 걸려 있는 돌덩이에 의지해서 몸을 돌려보면 위의 사진을 찍을 수 있습니다. ㄷㄷㄷ
Liberty Cap을 오르느라 너무 에너지를 많이 써서 일단 강가로 다시 나가서 발에 물 담그고 놀면서 리프레쉬를 좀 하구요. 그 다음 오늘의 목적지인 Diving Board로 향합니다. 가는 길은 역시 거의 관리가 안된 트레일이라서 우여곡절이 많았구요. 여기를 가기 위해서는 하프돔쪽을 따라서 올라가는 라우트와 반대쪽으로 일단 내려갔다가 다시 올라가는 라우트 두개가 있는데요.. 올라가는 라우트가 훨씬 짧긴하지만 중간중간에 exposure (= 떨어지면 말그대로 인생 하직하는 낭떠러지)가 좀 있다고 해서 이쪽은 포기하고 돌아가긴 하지만 좀 더 안전한 라우트로 진행했습니다.
대략 한 4시간 정도 트레일도 거의 보이지 않는 오르막 길을 오른거 같은데요... 중간에는 너무 힘들어서 사진 같은건 없구요 ㅋㅋㅋ 다이빙 보드에 도착하니 오후 6시 30분. 해질녘 뉘엿뉘엿 하는 중이었습니다. 제가 여행 자주다니긴 하지만 이정도로 멋진 풍경은 몇 번 보지 못한 것 같습니다. 다이빙 보드 정상에 서면 하프돔의 위용이 정말 어마무지 합니다.
그리고 저는 해지기 전에 정상에다가 텐트를 냅다 ㅋㅋㅋㅋ 저 사이트 양옆으로 2미터 더 옆으로 가면 4,000ft 짜리 낭떠러지입니다. 다행히 큰 돌이 하나 정면에 있어서 약간의 심리적 위안을 ㅎㅎㅎ
사진찍고 텐트치고 놀다 보니 해가 뉘엿뉘엿 떨어지네요. 다이빙보드 아랫쪽으로 요세미티 밸리의 전경과 요세미티 폭포가 보입니다.
그리고 저는 말 그대로 천길 낭떠러지 위에 텐트를 새우고 1박을 합니다. 이날 너무 쌩고생을 해서 그냥 눕자마자 기절해서 눈뜨니까 다음날 아침 ㅋㅋㅋ
이번 백패킹은 정말 힘들걸 알고 있었기 때문에 백팩의 무게는 최소로 유지했구요. 날씨도 꽤 따뜻해서 전부 비화식으로 물만 넣으면 되는 식량으로 준비했습니다. 저는 물빼고 백팩 무게 2.5kg을 달성하는 쾌거를 ㅎㅎㅎ 백팩이 너무 가벼워서 제가 자진해서 Bear Canister도 하나 가져왔더니 최종 백팩의 무게는 3.3kg 정도가 되었습니다.
씐나는 하산길입니다. 저번주 요세미티는 날씨는 완전 초여름 날씨에 바람도 없고 하이킹하기 더할나위 없이 좋은 조건이었습니다.
올라갈떄는 거의 4시간 걸렸는데 1시간 조금 더 걸려서 하프돔의 베이스까지 한달음에 내려왔습니다. 여기는 Lost Lake라는 곳입니다. 눈으로 보면 별로 안 이쁜데 사진으로 찍으면 리플렉션이 매우 인상적입니다.
네바다폭포 부터는 사람이 워낙 많아서 마스크 끼고 한달음에 다시 주차장까지 내려왔습니다. 내려오는 길에 Vernal Fall에 무지개가 끼어있네요.
제가 여지껏 해본 1박 2일 백패킹 중에서는 최고로 어려운 난이도였는데, 역시나 제가 지금까지 가본 요세미티 중에서 가장 멋진 풍경을 볼 수 있었습니다.
노파심에서 드리는 말씀: 다이빙보드 트레일은 잘 모르고 도전할 경우 (본문에서 설명한 윗쪽으로 가는 라우트) 인명피해까지 있을 수 있는 매우 위험한 구간입니다. 이 글 읽고 가시려고 마음먹으시는 분은 없으시겠지만 노파심에서 다시 한번 언급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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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 댓글
Opeth
2021-04-13 06:53:19
와.......... 사진 진짜 예술이네요. 대단하십니다.
개골개골
2021-04-13 06:55:25
첫 댓글 감사합니다 ^^ 이런곳에 갈때면 예전에 쓰던 고급형 카메라 생각이 간절하긴합니다만... 그래도 몸이 제일 편해야하니 무조건 사진은 스마트폰으로 찍고 있습니다 ㅋㅋㅋ
ReitnorF
2021-04-13 06:58:13
우와,,,
(침 흘리는 줄도 모르고)입벌리면서 감상했습니다. 풍경이 정말 멋지고 아름답네요. 사진은 정말 감탄이 절로 납니다.개골개골
2021-04-13 07:09:54
감사합니다 ^^
킵샤프
2021-04-13 07:13:48
읽다가 쌌습니다ㅋㅋ 대단하세요.
개골개골
2021-04-13 07:21:05
아니... 어디다가요....?샌프란
2021-04-13 07:51:59
암요 그냥 사진으로 만족합니다!
대신 가주셔서 이런 기가막힌 사진 찍어 주시니 눈이 호강합니다~
감사해요 ^^
개골개골
2021-04-13 22:23:28
네. 대리 만족하셨다니 감사합니다 ^^
쌤킴
2021-04-13 07:57:24
우와 개골님, 작품사진들이네요! 뒷동산에 자주 가시는군요. ㅎㅎ 저두 언젠가는..
개골개골
2021-04-13 22:24:23
올해는 이제 뒷동산은 그만 가려고요 ㅋㅋㅋ 모기가 기승을 부릴 시즌이 되었거든요...
dm10tablette50
2021-04-13 08:19:47
잘 봤습니다.
부럽고 대단하고 그러네요
개골개골
2021-04-13 22:24:46
감사합니다
belle
2021-04-13 08:22:36
오우.. 심장이 쫄깃해지는 야영입니다. 사진 좋아요.
개골개골
2021-04-13 23:38:25
네... 보는것 보다는 안전하다고 느끼긴했는데요... 그래도 여전히 바로 옆 2-3m는 낭떠러지임은 변함이 없죠 ㅋㅋ
스팩
2021-04-13 08:22:46
와우 역시 요세미티네요~! 한번 가봤지만 정말 멋진곳이죠
개골개골
2021-04-13 23:41:02
특히 지금철에 가는 요세미티가 개인적으로 제일 좋다고 생각합니다. 높은산에는 아직 눈이 많이 쌓여 있고, 눈녹은 물때문에 폭포의 수량이 엄청나고, 방학이 안되어서 그나마 사람이 적은... ^^
데이비드간디
2021-04-13 08:50:44
사진들 너무 멋집니다! 꼭 가보고 싶네요!
개골개골
2021-04-13 23:49:04
넵.. 지금 시즌 (5월 메모리얼 데이 전까지)가 시간이 허락한다면 제일 좋을때인거 같구요. Tioga Road나 Glacier Point가 열려 있어야 요세미티를 전부 즐기실 수 있어서 그부분은 아쉬울 수 있겠네요.
잭울보스키
2021-04-13 18:59:25
너무 너무 부럽습니다. 백팩 무게가 2.5 kg 이라니 초 경량 백팩킹 하셨군요. 저는 아무리 줄여도 25파운드니까 12kg 정도인데...(와이프 대신 정수기, 버너, 연료, 텐트까지 전부 다 제 배낭에 ㅠㅠ. 대신 와이프는 먹거리 넣어가지고 가니까 날이 갈수록 무게는 줄어들고 저는 그대로. ㅎㅎ)
올해 요세미티 가려고 매월 15일 새벽에 일어나 미친듯이 광클릭해도 1분도 안돼 예약이 다 차버리는데 부럽습니다. 5박 6일로 하려니까 더 어려운가봅니다. 사진 감사합니다.
개골개골
2021-04-13 23:52:40
잭님 일단 고통분담을 좀 더 진지하게 의논해 보시는게 ^^ 농담이구요... 저는 이번 백패킹이 매우 힘들껄 알고 있어서 정말 필요한 텐트 + 침낭 + 패드 + 음식(버너 무게 줄이려고 비화식)만 딱 준비하고. 백패킹 끝나니까 가져간 음식물들은 딱 맞게 다 먹어치웠더라구요 ㅎㅎㅎ
memories
2021-04-13 19:05:49
으아 엄청나시네요.... 점 엄두도 멋낼듯해요..뷰가 장난 아닙니다. 저곳에서 캠핑이라니...밤하늘의 별도 엄청 잘 보일듯... 요새미티 아직 가본적이 없는데 꼭 가보고 싶어요..^^
개골개골
2021-04-13 23:53:49
별은 꽤 많았는데, 다른 인터넷에서 볼 수 있는 사진들 처럼 은하수를 직접 볼 수 있는건 아니었습니다. (아마 그런 사진들은 장노출하고 촬영했을지도 모르겠어요) 자는 곳에서 요세미티 밸리가 바로 보여서 그쪽의 불빛이 영향을 받았을 수도 있구요.
마아일려네어
2021-04-13 21:20:02
제가 가본곳도 요세미티... 맞나요? 대단히 멋진 뷰를 공유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나중에 가게되면 꼭 백패킹 하고 싶네요.
개골개골
2021-04-13 23:54:53
넵 ^^ 참고로 5월 - 10월까지인가 시즌동안에는 백컨트리 퍼밋 구하기가 정말 어렵구요. 비수기인 겨울 시즌 동안에는 Self Registration을 통해서 들어가니까 비교적 수월합니다 (그만큼 백패킹의 난이도가 올라갑니다)
외로운물개
2021-04-13 23:45:02
역시나 요세미티의 웅장함은 여전히...
천길 낭떨러지 위에서 잠이 오던가요 ?
개골 아우님의 사진 기술도 예술..............
저기 엎어져 있는 친구 뒤에서 신발만 건드려도 기절 할듯............ㅎㅎ
감상 잘 했슴다..
개골개골
2021-04-13 23:55:49
천길 낭떠러지 올라간날... 그전날 밤새고 12시간 걷고 나니 몸이 너무지쳐서 침낭에 들어가자 마자 그냥 다음날 아침이 되어버리던데요 ㅋㅋㅋ
모밀국수
2021-04-14 01:22:42
우와 풍경이 진짜 어마어마하네요 저같은 쫄보는 보기만해도 x꼬가 움찔 ㅋㅋㅋ 후기 감사드려요!
개골개골
2021-04-14 01:44:04
ㅋㅋㅋ 긴장하셨다니 제가 웬지 뿌듯함이
지지복숭아
2021-04-14 01:34:03
어후 대단하셔요 저런데를 우찌 올라가는지...!!
개골개골
2021-04-14 01:44:25
저도 사실 가기전에는 이렇게 어려운 곳일줄은 몰랐어요 ㄷㄷㄷ
지지복숭아
2021-04-14 02:06:41
그러게요. 중간에 화장실가고싶으면 어쩌나요..??
개골개골
2021-04-14 06:30:32
아.. 물론 대자연과 조화를 이뤄야죠 ㅋㅋㅋ
랑조
2021-04-14 03:09:21
사진으로 만족하렵니다! ㅎㄷㄷ
멋진 곳 보게 해 주셔서 대리만족합니다! ^^
개골개골
2021-04-14 06:30:43
감사합니다 ^^
건강한삶
2021-04-14 03:22:34
아 저 진짜 요세미티 제가 제일 좋아하는 여행지!! ㅠㅠ 저도 몇년 전 5월초에 한국에서 오신 부모님 모시고 서부 로드트립 했는데 요세미티 보고 나서는 다른 곳들 다 감흥이 떨어져버렸어요;ㅋㅋ 여행의 첫 시작을 넘 강렬하게 했어서 그런지 ㅎㅎ또 가고싶네요 좋은 사진 감사합니당!
개골개골
2021-04-14 06:33:27
네. 저도 근처에 살고 있어서 이제는 너무 익숙해져서 그렇지, 정말 멋진 자연 경관이죠 5월초면 정말 좋았을 것 같아요
svbuddy
2021-04-14 04:26:02
역이민하고나니 미국 자체에 대한 그리움은 별로 없는데, 베이지역에 오랫동안 살면서 요세미티에 2번밖에 못가본 것이 제일 후회됩니다.
정말 직장-집 다람쥐 쳇바퀴 도는 바보같은 삶이었는데, 개골님의 사진을 보면서 대리 만족하고 있습니다.
정말 모범적인(^^) 미국생활을 하고 계세요. 댓글은 잘 안달지만 항상 좋은 사진과 글 감사드립니다.
개골개골
2021-04-14 06:33:51
저도 실콘님의 역이민 체험기 잘 보고 있습니다 ^^
바이올렛
2021-04-14 07:03:00
대리만족 잘하고 갑니다!
맥북에서 많이 보던 그게 하프돔 이었군요 ㅋㅋ
개골개골
2021-04-14 07:17:02
애플 제품에서 아이코닉하게 쓰이는 거의 대부분의 사진과 지명등은 캘리포니아 근교에서 찾아보실 수 있습니다 ^^
프리
2021-04-14 07:24:19
역쉬 믿고 보는 개골님 후기. 너무 멋져요.
개골개골
2021-04-15 00:19:58
감사합니다 ^^
우아시스
2021-04-14 10:18:32
왜 사서 고생을.....ㅎㅎ
장엄한 자연이 사서 고생한 보람을 느끼게 해줬을것 같긴 하네요.
다음엔 히말라야 가시나요? ㅎ
개골개골
2021-04-15 00:21:33
ㅋㅋㅋ 원래 고생을 사서하는게 '운동'인거 아닌가요? ^^ 그래도 좋은 풍경은 건졌으니 아주 효율이 나쁜 교환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마일모아
2021-04-14 10:30:07
별천지네요 ㄷ ㄷ ㄷ
개골개골
2021-04-15 00:23:43
감사합니다. 산행했던 날이 요세미티에서 만날 수 있는 가장 좋은 경치를 보여주는 날이었습니다. 여기가 여름철로 들어가면 이상하게 날은 맑은데 원거리는 뿌옅고 채도가 확 죽어버리거든요. 여러모로 운이 좋았던 산행이었습니다.
칼회장
2021-04-15 00:27:55
하프돔 다시 가고 싶게 만드는 사진들이네요.. 후기 감사합니다. 올해 5월쯤(퍼밋 필요 직전) 하프돔 등반을 한 번 노려봐야겠어요 ㅎ
개골개골
2021-04-15 00:50:02
제가 갔을 때는 하프돔 케이블은 내려가 있는거 같더라구요. 그래도 또 많은 부나방 같은 청춘들은 스노우슈 짊어지고 해맑은 표정으로 하프돔 가본다고 이야기하더라구요 ㅎ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