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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멧

달라스초이, 2024-09-14 16:5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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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전 일이다.

 

이 가게를 시작하면서 컨비니언스 스토어 경험이 많은 분이 내게 신신당부한게 있다.

절대로 손님들에게 Credit (외상)을 주지 말라고....

돈도 잃고 손님도 잃는다고... 당시엔 그 말을 건성건성으로 들었다.

 

가게 인수후 전 주인으로부터 소개받은 Billy라는 손님이 있었다.

이 가게의 단골인데, 이 친구는 2주에 한번씩 월급을 받아서 자기는 외상을 주고

2주후에 결제를 받았으니 나더러 알아서 하란다.

 

미소가 멋찐 Billy는 그 뒤로 나와 친한 관계를 이뤘고,

일주일에 4-5차례 가게에 와서 물건을 구매했는데 내게 당부한 분의 얘기도 있고해서

외상의 한도를 $25불로 정했다.

그런데 이 친구의 구매행태가 참 우스웠다.

$25의 외상이 채워지면 바로 돈을 갚는게 아니라,

그 담부턴 현금으로 물건을 사고 대략 2주후에 $25을 갚는거다.

 

첨에 그러려니 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가면서 외상의 한도가 $30로 올라가고..

다시 $40로 올라갔다. 그때마다 핑계가 뒤따랐다.

잘 갚는데 뭘... 하며 내 장삿속도 한 몫을 했다.

외상을 갚는 날짜도 2주에서 3주로, 또 4주로 이동했다.

이렇게 4년간 Billy는 내 가게를 이용했다.

 

어느날부터 갑자기 Billy가 가게에 오지 않는다. 

나는 안다. 그가 외상값 $40 때문에 가게에 오지 않는다는 사실을...

하루는 그의 와이프가 왔다.

난 일부러 Billy의 안부를 묻지 않았고, 와이프가 떠난뒤 유리문을 통해 바라보니,

가게에서 약간 떨어진 곳에 주차한 그 차안에 Billy가 있었다.

나는 나오는 웃음을 억지로 참았다.

 

그렇게 2년이 지난뒤, Billy의 와이프가 들어와 내 앞에서 큰 한 숨을 쉰다.

Billy가 외상한 금액이 얼마냐고.....

자신이 보기에 남편이 너무 답답하단다.

$40 이라고 하니 그 자리에서 $40을 지불한다.

그녀에게 $40은 큰 돈이었다.

 

다음날 Billy가 드디어 가게에 등장했다. 실로 2년만이다.......

특유의 그 멋찐 미소를 지으며.. 그에 더해 쑥쓰러움도 묻어났다.

나는 반갑게 그와 악수를 하고, 간단한 허그를 했다. 외상건은 더이상 묻지 않았다.

2년전처럼 그는 맥주와 담배를 사고는 가게문을 나섰다.

물론 외상없이 말이다.

 

그 뒤로 나는 어느 손님에게도 외상을 주지 않았다.

 

 

한 2년전부터 오는 한 손님이 있다.

일주일에 서너차례 와서는 제일 싼 보드카 한 병을 사간다.

가끔은 내게 외상을 요구하지만 나는 절대 응하지 않았다.

그가 외상으로 보드카를 못사고 가게를 나간 다음날 그는 언제나처럼

다시 돈을 들고 가게에 찾아와 싸구려 보드카를 산다.

 

어느날 그가 문닫기  10분전 가게에 왔다.

한 손엔 오토바이용 헬멧이 들려있다.

그가 내게 다가와 속삭이듯 말했다.

"이 헬멧은 $100이 훨씬 넘는건데, 이 헬멧을 맡기고 술 한 병만 외상으로 주면

내일와서 돈을 지불하고 헬멧을 찾아갈께"

그 순간 그의 표정이 너무나 절박해 보였다.

 

그는 손에 $7짜리 보드카를 들고 행복한 표정으로 가게 문을 나섰고,

내 손엔  금기를 깬 댓가로 오토바이용 헬멧이 남았다.

 

그는 3주째 내 가게에 오지 않는다.

덕분에 난 글쓸거릴 찾았지만.....

알면서도 외상을 준 나를 탓해야 할까?

아니면 절박했던 그의 표정이 행복감으로 바뀐 그 얼굴에서 동병상련을 느껴야 할까?

 

이도 저도 아니면 이 참에 오토바이를 하나 장만해야 하나?

 

헬멧.jpg

 

 

 

 

14 댓글

toritudo

2024-09-14 17:08:46

아이고,

달라스초이님...

저도 작은 가게 하면서 그런 경험이 있어서 남일 같지 않지만서도 이걸 또 하나의 작품(?) 내지는 글 거리로 삼으시다니 대단하시네요

정혜원

2024-09-14 17:10:07

슬프네요

다들 나름 사정이 있겠지요.

7불 짜리 보드카를 저렇게 사먹지 않아도 되는 저의 상황에 감사합니다.

 

재마이

2024-09-14 17:34:04

착용샷을 올려주세요!! 그럼 그 분도 찾아오실지도...

달라스초이

2024-09-14 19:44:25

하하... 자칫하면 진짜 올릴뻔...

Gannicus

2024-09-14 17:41:29

오토바이를 탄다면 술과 헬멧이 교환 대상이 아닐것 같고

자신의 것이 아니라면 누군가 없이 타다가 티켓을 끊을 수도 있다는 걱정이 듭니다. 

xerostar

2024-09-14 18:58:08

부연설명 드리자면, 텍사스는 헬멧 미착용이 불법은 아닙니다. 너무 햇볕이 뜨거워서 헬멧 쓰고 다니다가 누군가 일사병으로 쓰러진 사건 때문에 그리 되었다는 이야기가 있네요. 결국 오토바이 타는데 저 헬멧 없어도 지장은 없었을 겁니다.

Gannicus

2024-09-15 07:40:58

친절한 설명 감사드려요. 걱정이 해소됐습니다.

개골개골

2024-09-14 17:50:33

언제나 처럼, 잔잔하지만 다시금 생각하게 되는 그런 글. 감사합니다.

쭈욱

2024-09-14 18:14:33

안타까운 이야기네요. 살다보면 이런 일이 마음에도 일어나는거 같습니다. 어찌보면 작은 마음의 빚이 사람사이를 멀어지게도 하니깐요. 언젠간 용기내어 갚을수 있기를 바래봅니다.

reddragon

2024-09-14 18:31:11

빌리아저씨 스토리는 그래도 부인이 있어서 잘 마무리되었지만.... 외상으로 슬렁슬렁 거리는 사람들의 마음자체는 정말 이해가 가질 않네요. 본인에게 이렇게 요구하면 어떤 반응을 보일까 궁금해집니다. 여전히 재미난 글 잘 읽고 있습니다.

KANSAN

2024-09-14 20:44:13

'외상' 이라는 단어를 참 오랜만에 듣는 것 같네요. 어렸을 때 동네 점빵에서는 외상 참 흔했는데 말이죠.  

물론 '신용카드'도 따지고 보면 다 '외상' 이지만은요..

미국에서 현찰 '외상'이 아직 통용된다는 사실이 새삼 신기하게 느껴지네요.

windycity

2024-09-14 20:59:27

달라스초이님 글은 읽을때마다 머릿속으로 그림이 그려져서 순간 영화속으로 훅 빠져들게 됩니다. 안 그러실 거 알지만 오토바이는 안됩니다 ㅋㅋㅋ!!

솔담

2024-09-15 08:26:27

7불짜리 보드카를 위해 헬맷까지 포기하는 그 당당함에 웃음이 나면서도 믿고 건네준 달라스초이님의 아량에 뭉클했네요

아마도 헬맷주인은 다시 올거 같지 않네요 ㅠ 제 생각이 틀렸기를..

Monica

2024-09-15 09:36:55

빌리 아저씨 커플 너무 재미있으시고 순박하시다고 해야하나 ㅋㅋ 귀여운심.

 7불 때문에...사람 심리가 참 재미있죠.  7 불인데 다시 오면 7 불에 7 불 또 써야하니 적어도 14불이 한거번에 나가야 하니 부담스러운거겠지요.

심리과 논문 쓰고 싶은 사람들 달리스토리님 가계에서 몇주 일하시면 될듯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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