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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일모아 게시판   [잡담]
코로나 그리고 크리스마스 선물

달라스초이 | 2024.10.01 22:57:06 | 본문 건너뛰기 | 댓글 건너뛰기 쓰기

2020년 3월 26일. 그날을 잊을 수 없다.

그날은 코로나로 'Stay at Home' 명령이 떨어진 날이다.

사람들과의 접촉금지를 강권하며 식당, 미용실, 사무실, 피트니스 센터 ...

상상이 가능한 많은 상점이 강제로 문을 닫은 날이다.

 

내 경우 리커스토어는 Essencial Business로 Section 2 Group에 속에

영업이 가능해 문을 열 수 있었지만, 길거리는 참혹했다.

내 가게가 위치한 네거리에는 신호등에 걸린 화물트럭이 한대 서 있을뿐

오전 11시 바쁘게 움직이던 차들은 볼 수가 없었다.

그 충격은 아직도 내 뇌리에 깊이 남아있다.

 

Paramedic을 하던  딸은 난리가 났다.

아빠 당장 가게 문을 닫으라고... 이건 장사가 되고 안되고의 문제가 아니라

살고 죽는 문제라고.. 전화기 너머에서 울먹울먹 하며 Please을 외쳐댔다.

사실 60%의 마음은 가게를 닫는걸 검토했더랬다.

시에서도 고객과의 거리두기가 되지 않는다면 가게문을 닫는걸 권고했다.

 

마지막 결심을 앞둔날...

가게문을 닫고 집으로 가면서 만나는 모든 컨비니언스토어를 들렸다.

내가 모르는 어떤 방법으로 이 문제를 해결해 가는 가게가 있을꺼야!!

7번째 가게인  7 일레븐에 들렀을때 나는 무릎을 딱쳤다.

그 가게는 카운터 테이블과 손님 사이를 욕실에서 쓰는 투명 샤워커튼으로 

천장에서 부터 아래로 쭉 ~ 드리워 손님과의 사이만 네모나게 구멍을 뚫어두고

장사를 하고 있었다.

이거다!!! (당시엔 아크릴등으로 격벽을 만드는 곳은 하나도 없었다. 나도 물론 나중엔 

아크릴로 격벽을 만들었지만...)

 

다음날 아침, 아내와 아들과 함께 홈데포에서 샤워커든과 샤워봉을 사서

가게의 카운터 테이블을 쭉~ 둘렀다.

완벽했다.!!!!

오는 손님도 뷰티풀을 외쳤댔다. 

나는 속으로 외쳤다.

코로나 따위에 굴할 순 없다. 나는 한국인이니까.....

 

길에는 차도 없고 다니는 행인도 없는데...

우리 상가에 문을 연 가게는 우리 가게밖에 없는데....

손님이 몰리기 시작했다.

솔직히 말해 코로나 덕분으로 (?) 장사가 훨씬 잘됐다.

재택근무 하는 사람들이 늘고, 집에서 할 일이 없어 스트레스를 받는 사람들이

너도나도 가게에 와서 술을 사간 덕이다.

 

그렇게 12월을 맞았다.

분위기는 가라앉고 날씨 또한 영상 7-10도 (섭씨)를 오가는 칙칙한 날씨라

가게에 틀어놓은 캐롤만 아니라면 도무지 크리스마스 기분을 느낄수가 없었다.

 

그 해....

수만번 들었을법한 코로나 바이러스 때문에

누군가는 직장을 잃고,

누군가는 사업체를 닫아야 했으며,

누군가는 사랑하는 이와 이별을 했을 터였다.

 

나는?

비록 한 여름에도 하루종일 마스크를 쓰고 더위와 손님과  분투를 치루느라

몇 배의 고생을 했으며, 직원을 구할 수 없어 주 6일 하루 12시간의 중노동을

했음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나, 장사가 몹시 잘되었다는 하나의 이유로 모든 힘듦은 덮을 수 있었다.

 

크리스마스가 다가오며 이 고마움을 뭔가 손님들에게 되돌려 주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리커스토어는 리커스토어 답게 리커로 선물을 주자.

그리고 크리스마스 분위기가 나도록 뭔가 선물세트 느낌이 들게 하자.

리커 세일즈맨과 상의하니 적당한 물건이 있었다.

또 구매가격도 괜찮아 예산을 맞출 수 있었다.

그리하여 준비한 것이 "JIMBEAM 50ml 4종 세트" 였다.

 

KakaoTalk_20241001_225003804.jpg

 

모두에게 줄 수는 없고, '선별지급'을 하기로 했는데

그 기준은 일주일에 한번 이상 우리 가게를 방문하는 손님이었다.

손님이 물건구매가 끝나면 잠시 기다리라고 한 뒤

"이것은 당신을 위한 크리스마스 선물입니다.

올 해 저희 가게를 방문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라고 말하며

정중히 두 손으로 선물을 건넸다.

 

대부분 느닷없이 선물을 받은 이들이 얼굴이 환하게 변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그 에너지가 바로 앞의 내게 에네르기파처럼 전달되었다.

하루 노동의 고단함에 일그러진 얼굴도

화가 솟구친 팍팍한 얼굴도

자그마한 선물 하나에 환하게 펴졌다.

 

어떤 손님은 선물을 받고 울먹울먹 하더니....

크리스마스 선물을 받아본지가 10년도 넘었다고 하시며,

감사하다는 인사를 몇번이나 몇번이나 하는데...

내 맘이 다 먹먹해졌다.

 

한 아주머니는 선물을 받은지 2시간쯤 지나서 선물봉투를 들고 나타나서는

내게 주는것이 아닌가?

봉투를 열어보니 현란한 포장속에 티슈를 보관하는 뜨게함 (?)이 들어 있었다.

감동이 아닐 수 없다.

KakaoTalk_20241001_225003804_02.jpg

 

내 선물은 금방 이 근방 동네에 소문이 나서

이 사람 저 사람이 와서 내 친구가 니 가게에서 선물을 받았다는데....

하니 안 줄 수도 없고,

결국 나는 추가 예산을 편성해 원래 예정된 수량만큼을 더 주문을 하고

12월 23일까지 이 선물행사를 마칠 수 있었다.

 

물론 나는 이 기대효과를 기다리고 행한 이벤트는 아니었지만,

그 이벤트는 크게 손님들에게 각인 되었고, 

가게의 이미지 제고에 큰 역할을 한것도 사실이다.

다음해 크리스마스 시즌이 돌아오자.. 몇몇 손님이 올해 크리스마스 선물은 뭐냐? 고 물어

혼자 큭큭대기도 했었다.

 

코로나는 힘든 기억이었지만,

나에게 코로나는 이 크리스마스 선물 이벤트로 인해

기억 한 구석에 소중히 자리잡았다.

그때 내게 전달된 그 에네르기파 때문에 지금도 에너제틱하게 장사를 하고 있는줄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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