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심심해서 써 보는 사브 (saab) 사서 고치는 내용입니다.
저같이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유튜브 보면서 다들 하실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으시길...(?)
저는 기본 장비 하나도 없이 시작해서 유튜브 보면서 하나씩 구입했고요, 구입해놓고 수리하다보니 어느정도 자신감이 생기네요 ㅋㅋ
1. 구입
갑자기 차를 사고싶어서 페북 마켓을 둘러봤는데 후보는 어릴때부터 타보고싶었던 애들 중 골라서 VW GTI, Saab 9-3, VW GLI 이정도로 좁혀봅니다.
몇주에 걸친 폭풍 검색 후 가까운곳에 사브가 하나 떳길래 보러갔습니다. 어차피 2008년식이라 컨디션은 크게 안 보고 전자장비들이 잘 작동하는지 체크만 하고 구입 결정했습니다. 작년 10월에 구입했으니 이제 1년 좀 넘었네요.
사브 9-3 모델은 세단, 웨건, 컨버터블 모델이 나오는데, 사실 웨건이 사고싶었지만 친구와 대화 중 "야 이제 나이도 먹는데 더 먹기전에 컨버나 사" 라는 말을 듣고 충동적으로 뚜껑이 열리는 차를 구입해버렸네요.
사브라는 브랜드는 원래 스웨덴 브랜드인데요, 망했어요. GM에 인수되었다가 2011년을 끝으로 망한 브랜드입니다. 지금은 전투기만 만들어요
그래도 뭔가 사브만의 갬성이 있어서 아직 매니아층이 많고, 파트 구하기가 쉽진 않지만 그래도 누군가는 가지고 있습니다.
2008년식인데도 불구하고 보시다시피 큰 데미지는 없고, 그냥 자잘한 스크래치와 문콕같은건 있지만 크게 개의치 않았습니다.
내부는 깨끗한데 시트 가죽이 아무래도 세월을 이기지 못하고 까진곳이 많네요.
구입해서 번호판도 없이 그냥 집으로 데려왔네요. 제가 사는 위스콘신주는 개인간 거래시 3일까지 번호판 없이 다녀도 됩니다. 그래서 문제도 많지만요.
2. 문제점 진단
집으로 데려와서 등록하고 임시번호판 달고 주행을 나가봅니다. 일단 무사고 의식으로 보약을 두 통정도 먹여줬어요.
제가 애용하는 liqui-moly 제품들입니다.
한참 주행하다보니 바로 문제점들이 느껴지네요. 일단 미스파이어가 느껴집니다. 시동을 걸거나 주행할때 차가 순간 울컥하거나 텅! 텅! 하는 느낌이 들어요.
그리고 엔진라이트가 떠있어서 보니 P0420 코드, 카탈리틱 컨버터 퍼포먼스 코드가 떠 있습니다 ㅠㅠ
일단 발생하는 문제를 적어놓고 하나씩 체크해보기로 하고 계속 달려봅니다.
미스파이어는 검색해보니 Ignition coil 과 spark plug를 갈아야한다고 나오네요. 일단 이넘들을 갈기 위해 어떤 툴이 필요한가 알아봅니다.
일단 아마존에서 기본적인 라쳇 툴과 다양한 사이즈의 소켓들을 구입했어요 https://www.amazon.com/gp/product/B074MFY7BM
그리고 스파크플러그는 자성이 있는 길쭉한 전용 툴이 있네요. https://www.amazon.com/gp/product/B07MH5ZDMD/
일단 뜯어보고 못하겠음 맡기면 되지 하는 생각으로 열어봤습니다.
위 사진은 이그니션 코일을 빼낸 상태인데요. 그냥 볼트 몇개 해체하고 쑥쑥 잡아당기면 빠집니다. 스파크플러그는 이걸 뽑은 구멍 안에 있어서 위에서 말한 길쭉한 자석툴이 필요하네요.
빼보니 이그니션 코일이 사브 정품이 아니네요? 그냥 이베이에서 파는 서드파티 제품같습니다.
검색해보니 사브 점화계통 파트는 무조건!!!! 정품을 써야한다고 하네요. 안 그러면 미스파이어가 뜬대요 ㅠ.ㅠ
일단 이놈을 갈아야 하니 파트를 주문합니다. 그리고 스파크플러그도 정확한 제품을 사용해야 하고 갭을 사브에 맞게 pre-gap된 제품을 구입했습니다.
그리고 스파크플러그가 오래되서 그런지 잘 안 돌아가서 penetrating spray를 뿌려놓고 며칠동안 냅둬야했어요.
교체 후 달려보니 오오!! 차가 완전 달라졌어요. 굼뜨던 가속부터 미스파이어도 안 나고 터보 빵빵 터지면서 잘 나가네요. 일단 만족하고 잘 타보기로 결심했습니다.
아, 그리고 차를 찬찬히 둘러보던 중 안테나 베이스가 깨져있어서 그것도 교환해줬습니다.
3. 문제 2
위에서 엔진 코드를 스캔했을때 P420 코드가 있다고 말했는데, 이 코드는 차량의 카탈리틱 컨버터가 나가면 뜨는 코드라네요.
카탈리틱 컨버터는 엔진에서 나오는 오염물질들을 걸러서 배기가스를 일정 수준으로 유지하게 해주는 장비입니다. 그래서 안에 특수금속들이 들어있는데, 비싸요(?).....
그리고 위치가 정말 최악입니다. 엔진 뒤쪽에 무려 수직으로(!?!) 달려있는 놈이네요...휴 이건 또 어케해야하나....
고민하다가 일단 파트를 질러봅니다. 질러놓으면 언젠가는 하겠지 하는 마음으로요. 대충 $200 정도 하네요.
그리고 차를 램프에 올리고 밑으로 기어들어가서 구경을 해 봅니다......
휴....중간 파이프도 터져있고 전반적으로 상태가 메롱하네요. 카탈리틱 컨버터 바꾸는 김에 중통도 바꿔주려고 얘도 같이 주문했어요......
여기서도 나사들이 다들 녹슬고 안돌아가서 penetrating spray를 며칠동안 반복해서 뿌려주고 기다림의 시간을 보내봅니다.
그리고 여차저차 해서 갈았는데 이 부분이 제일 힘들었어요. 담에 혹시 이걸 바꿔야한다면 카탈리틱 컨버터는 그냥 맡기려고요 ㅠㅠ
또 스캐너로 보다가 O2센서 밸류가 이상해서 검색해보니 o2센서도 맛이 가서 그냥 같이 갈아줬습니다.
사실 이건 무조건 교환해야했던게 차량검사할때 엔진체크가 떠있으면 패스가 안 되더라고요. 사실 다른 꼼수도 있었지만 그냥 하는김에 교환했네요.
교환하니 배기냄새도 좋아지고 실내로 새어들어오던 냄새도 사라져서 매우 만족입니다. 차도 훨씬 잘 나가고요.
4. 문제야....내 머리야....
차를 타고 멀리 시카고까지 다녀오는데 이상한점을 발견했습니다.
엔진오일 온도가 안 올라요.....아니 주행을 한시간넘게 했는데 왜 안 오르지? 하고 검색했더니 써모스탯 (thermostat) 문제라네요.
이 파트는 차량 온도에 따라 냉각수를 흘려보내주거나 멈추는 역할을 합니다.
일단 새 파트를 주문하고 교환하려고 써모스탯 하우징을 열었는데 엥? 왜 아무것도 없지?
알고보니 써모스탯 자체가 없어서 냉각수가 계속 들어가다보니 오일 온도가 계속 내려가있던거였어요.
파트를 껴 넣고 냉각수도 적정량을 보충해주니 온도가 정상적으로 잘 보입니다.
이 작업을 할 때는 냉각수가 미친듯이 떨어지니 차량 아래쪽에 팬을 까시거나 야외에서 작업하시는게 좋습니다.
5. 또 문제....?
이제 타고다니다보니 또 다른 문제가 보입니다. 이쯤되니 점점 열받네요. 내가 이걸 왜 사서 고생을 하나...
하지만 다른 차 가격을 검색해보며 자기최면을 걸어봅니다....이건 차를 고치는게 아니라 취미생활을 하는거다....
차가 달리다가 신호등에 설 때 갑자기 rpm이 불안정해지면서 내려갔다가 튀어오르네요.
그리고 좀 자세히 보니 시동 걸고 정지상태에서도 rpm 게이지가 살짝살짝 움직입니다.
또 폭풍 검색에 들어가보니 이건 진공 문제라네요. 아 머리아파 - 이건 또 어케 갈아야하나 검색에 검색을 이어갑니다.
진공관은 좀 심플한게 그냥 차량용 튜브를 사서 길이에 맞게 잘라서 교환해주면 된다네요? 해보니 진짜 쉽습니다.
사진에 보이는 빨간 애들이 교환한 파트입니다. 다른 색깔로 해 놓으면 교환을 했는지 안 했는지 알 수 있대서 검은색으로 안 하고 빨간색으로 해봤습니다.
다시 주행을 나가보니 오~ rpm이 좀 나아졌는데 아직도 불안정하긴 하네요. 또 한숨을 쉬며 검색을 합니다.
검색해보니 다른 진공튜브들이 많네요. 사진 정면에 보이는 두꺼운 검은색과 좌측 상단에 있는 큰 녀석을 갈아보랍니다. ㅠㅠ
어차피 분해하려면 하는김에 다 갈지 뭐 하면서 이것저것 파트를 또 추가구입했어요.
그리고 오일이 점점 없어지는 문제가 있어서 헤드커버까지 열고 가스켓 교환까지 결정합니다. 어차피 진공관 저거 갈려면 다 열어야해요 ㅂㄷㅂㄷ
아 또 분해하는김에 스로틀 바디도 분해해서 청소하기로 결정했습니다....(너무 커지네요)
짠~ 죄다 열어버렸네요. 조립은 분해의 역순이니 쉽습니다 라는 말이 젤 싫어요.....
스로틀 바디도 검은게 껴있어서 전용 클리너로 청소해주고, 헤드커버가스켓도 교환하고, 스파크플러그도 교환하고...뭐 다 교환했네요.
헤드커버가스켓이 경화돼서 오일이 스파크플러그에 묻고 엄한데로 새고있었나봐요. 간지 얼마 되지도 않은 스파크플러그가 까맣네요.
일단 교환 후 시동 잘 걸리는걸 확인하고 주행을 나갑니다.
와....해냈어요. RPM이 전혀 안 흔들리고 잘 유지되네요.
감격을 눈물과 함께 150마일을 주행하고 문제가 없는것을 확인했습니다.
6. 눈이 너무 흐려.....안 보여....
차가 오래되면 아무래도 플라스틱 파트들이 산화되면서 헤드라이트가 흐려집니다. 이럴 경우 라이트 빛이 잘 안 퍼져서 밤에 안 보이는데요.
다행히 몸은 힘든데 쉬운 방법이 있어요. 전용 키트도 팔고요.
https://www.amazon.com/CERAKOTE-Ceramic-Headlight-Restoration-Kit/dp/B084RQKLV8
사포를 거친것 -> 고운것 순으로 라이트를 갈아내고, 그 위에 연마제를 발라주고 마지막으로 UV프로텍터를 발라주면 됩니다.
요건 작업하면서 팔이 아파서 사진은 없는데, 예전 사진을 보면 라이트가 투명하지 않고 뿌옇습니다.
하지만 복구했죠?
깨끗하게 복구하고 밤 주행을 해 보니 아주 밝네요. 대만족하고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여기까지가 지금까지 사브 소유기입니다. 뭔가 되게 많이 했는데 써보니 뭐가 없네요?
많은 분들이 차 DIY를 무서워하시는데 저같은 초보도 하나하나 찾아가며 작업하니 나쁘지 않은 결과가 나오니 걱정말고 한번 해보세요.
제 생각엔 이런 메커니컬한 이슈들은 파트 교환만 잘 하면 초보자들도 충분히 가능합니다. 전기문제는 좀 다르지만요.
또 문제가 터지면 업데이트 할게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와사비다!
다른 건 모르겠지만, 이렇게 예쁜 사브를 몰고 다니신다니 멋지고 부럽네요.
사브가 두대면 샤브샤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우와 잘하시네요. 금손 부럽습니다. 전 차 망가질까봐 무서워서 손 못댑니다..
수고 하셨습니다.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취미 이신게 부럽습니다.^^ 자주 올려 주세요.
저도 2006년식 MB W220 DIY하다가 올 여름 미션 문제로 폐차했습니다. 지금은 2008년식 현대 베라크루즈를 DIY하고 있습니다. 벤츠보다 현대 신뢰성이 더 좋다고하면 짱돌 맞겠지요?
"저같은 초보도"라는 말씀은 공감이 안갈정도로 금손이신데요? 하하 멋지십니다.
사브라는 차도 너무 멋지지만 하나씩 문제를 해결했을때 느끼실 뿌듯함이 정말 부럽네요 ㅎㅎ
저도 언젠가 이런 레전더리 차량들 구매해 고치며 타보고 싶습니다.
혹시 차 가격과 수리비에 어느정도 쓰셨는지 여쭈어봐도 될까요?
와아...Saab 라식?도 해주시고 혜안을 얻은거네요. 이렇게 좋아하는 중고차를 구입해서 하나하나 고쳐나가시는 분들 정말 대단하세요! 앞으로도 많은 엎데이트 기대합니다. 혹시 차량 색상 변경 계획은 없으신가요?
와 진정 DIY "쌉"가능 하신 분이 등장하셨네요.
앞으로 DIY 궁금한 건 mkbaby님께 여쭈면 되겠군요.
ㅋㅋ 가능한거라면 언제든지 대답하겠습니다
대단하십니다!
감사해요 :))
참 반가운 차네요. 저도 2008년 말 즈음에 은퇴한 미국 목사님의 사브 9-3 에어로 컨버를 19,500불에 구매해서 한 2년여정도 타다가 카맥스에 11,000불 받고 판 기억이 납니다. 제가 스피드를 즐기는 타입은 아니었는데, 그당시 사브 컨버터블이 마음에 강렬하게 들어와서, 한 2~3개월 매물을 보다가 중고 2007 사브 9-3 에어로 컨버를 구매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 차를 저에게 판 미국 목사님은 자기가 은퇴하면서 구입했던 차이고 자기도 사브를 좋아해서 이 차로 정한거라며, 누군가 이차를 나만큼 좋아하는 사람에게 넘기고 싶었다는 말씀을 하셨던 기억도 나네요. 그러시면서 500불 더 깎아주셨지요. 이 기억이 제 삶에서 특별한 이유는 그 차를 구매하고 실제로 잠도 안 올 정도로 너무 좋았었는데, 그때 '아....아마도 물건때문에 생기는 이런 들뜨고 기쁜 마음은 지금이 내 삶에서 마지막이겠다' 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그 후 그차보다 더 좋은(비싼?) 차를 소유해 볼 기회가 있었는데, 그때만큼 기쁘거나 하지는 않더군요. 아 차가 참 좋구나. 이정도....... (어딘가에서 본 누군가의 말대로, 충분히 비싼차가 아니기 때문일까요? 혹시 자동차 키에 말이나 소가 그려져 있으면 좀 다를까요? *^^*) mkbaby님이 구매하신 차는 그 당시 제가 구매한것보다 년식이 더 좋았던 물건으로 기억합니다. 가격도 좀 더 비쌌구요. 색상이 특이해서 마음에 들었지만, 가격때문에 패스한 기억이 있네요. 이제는 역사가 되버린 사브 9-3 컨버와 좋은 추억 만드시길 바랍니다.
와~~~ 정말 멋집니다
제 모델이 요거 다음 제너레이션이에요.
사실 저도 고민했는데 제 모델이 라이트가 좀 더 멋져서 요거로 구매했슴다 ^^
궁댕이는 똑같이 생겼네요
와우~ 정말 금손 이십니다. 차를 혼자 정비하고 난 후는 참으로 뿌듯합니다. 너무 수고하셧어요~ 스파크 플러그 하실때는 꼭 토크랜치 써주셔라~
앗 그걸 멘션하지 않았네요 ㅋㅋ 토크랜치도 물론 구입해서 잘 쓰고 있어요!
제가 좋아라해서 1년 남짓 가지고 있던 1992 900 이 생각나네요.
요새는 길에서 보기 힘들어요.
와 SAAB 초등학교 때 엄청 멋있어서 탐나던 차였는데 어느 순간 회사가 망했죠.ㅜㅜ 지금 봐도 꿀리지 않는 디자인 같습니다.
와 멋지네요. 저도 대학생때 Saab 9-3을 사려다가 막판에 다른 차를 골랐던지라 남다르게 느껴지네요. 그때 Saab 살껄이라고 한동안 아쉬워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네?? 왕초보라니요... 너무 멋있으십니다. 소제목들도 너무 센스있고 귀여워요.
사브가 참 멋진 브랜드였습니다.
혼다와 더불어 비행기까지 만드는 몇 안되는 회사라서 저도 참 좋아했습니다.
볼보랑은 참 결이 다른 브랜드.. 직렬 4기통 터보가 터트리는 묵직한 주행감 ..
그리고 솜씨가 장난이 아니십니다.
저도 25살된 랜드크루져 이거저거 고치면서 타는중인데.. 사진찍어가며 기록남기가 참 쉽지 않은데.. 대단하셔요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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