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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8월에 저, 아내, 어머니, 초등학교 저학년 딸과 같이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더 일찍 여행기를 작성하고 싶었으나 여행중에 회사에 일이 생겨서 정신이 없어졌고, 그래서 연말에 쉴 때 쓰려고 했더니 12월 들어가자마자 더한 일이 생겨서 한동안은 즐겁게 놀러다닌 이야기를 떠올릴 마음의 여유도 없더라고요. 그리고 이제 글을 올리려하는 2월초가 되니 다시 미국에서 가슴 아픈 사건들,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 벌어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렇지만 이제 다시 힘을 내어 일상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소망, 그리고 그럴 수 있다는 희망을 담아 글을 써 봅니다.
사실 유럽 여행기는 워낙 많은 분들이 써 주셔서 개별 도시들에 대해서는 제가 더 얹을만한 이야기가 많지 않을 것 같습니다. 그래서 저는 혹시 저희같은 여행을 계획하시는 분이 계시다면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에 왜 그리고 어떻게 크루즈 여행을 선택했는지, 그리고 크루즈 여행의 장단점은 어땠는지 위주로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0-0. 계획
처음 시작은 어머니께서 그냥 지나가는 말씀으로 "니 아빠가 워낙 한식이랑 골프를 좋아해서 여행가도 매번 그런데만 가게 된다"라고 말씀하신데서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가보시고 싶으셨는데 못가보신 곳이 있으세요?"라고 여쭤봤고, "주변 사람들은 유럽 여행도 많이 갔다는데 나는 별로 못가봤네. 북유럽이나 스페인이 그렇게 좋다는데"라는 말씀, 그리고 저희도 아이가 태어나기 전에 스페인 여행을 계획하다가 당시 유럽 각지에서 일어난 충격적인 테러 이후 여행을 취소하고 안타까웠던 기억에 목적지를 스페인쪽으로 좁혔습니다. 아버지는 그렇게 장기간 휴가를 낼 수 없으셔서, 과감히 아버지 빼고 3대가 여행을 가기로 했습니다.
0-1. 크루즈 여행을 선택 이유
계획을 시작했을 때는 어머니께서 발 수술을 받으신지 반년정도 되었을 시점이었는데요, 수술을 받으시기 전까지는 오래 걸으시면 발이 너무 불편하셔서 오래 걷는 여행은 상상할 수 없었습니다. 꼭 그 이유가 아니더라도, 어머니와 초등학생 아이를 데리고 대학생 배낭여행 하듯이 야간열차 타고 역 locker에 가방 두고 하루에 여덟시간 걷는 여행은 불가능했겠지만요. 그리고 기왕 어머니 모시고 가는거, 최대한 짧은 시간안에 여러 곳을 돌아다녀서 어머니가 다시 귀국하셨을 때 자랑하실 거리 많이 만들어드리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이런 조건에서는 크루즈의 장점이 많았습니다.
- 숙박/조식/석식 걱정 없음
- 자는 동안 다음 도시로 이동하기 때문에 시간 효율이 좋으면서 야간열차보다 훨씬 아늑함
- 크루즈 자체로도 귀국하셔서 친구분들께 이야기거리가 될 것 같음
0-2. 크루즈 선택 과정
우선 어머니께서 처음 가시는 크루즈니까, 배는 가급적 크고 새로 나온 배를 고르고자 했습니다. 흔히 "서지중해 크루즈"라고 부르는 경우는 대략 7박에서 10박 정도의 일정으로 나폴리-로마(치비타베키아)-피렌체/피사(리보르노)-남프랑스/모나코 - 바르셀로나를 포함하고, 그러면서 서지중해의 여러 섬(발레아레스 제도, 코르시카, 사르데냐, 시칠리아)을 거치면서 출발지로 다시 돌아오거나 바르셀로나/로마 편도가 많았습니다. 하지만 이 일정은 우선 어머니가 이탈리아 보다는 스페인 쪽을 더 가시고 싶어하셨는데 한국에 널리 알려진 스페인 유명 관광지는 바르셀로나 밖에 없었고, 지중해의 여러 섬들은 저희의 여행 목적과는 조금 안맞는 느낌이었습니다. (대략 아래 그림과 비슷한 일정들입니다.)
그래서 꽤 많은 일정들을 제외하고 나니 후보를 많이 줄일 수 있었습니다. 마지막 고민을 할 무렵, 마일모아 게시판 및 유튜브로 명성을 들은 오마이크루즈님께 연락을 드려 상담을 받았습니다. 제가 건망증이 좀 있어서 개인적으로는 가급적 연락을 전화보다는 이메일로 하는 것을 선호하는데요, 오마이크루즈님께서는 이메일보다는 전화를 달라고 하시더라고요. 그래서 전화를 드렸더니, 이메일로 했으면 수십번은 왔다 갔다 했어야 할 정도로 많은 이야기를 해주시더라고요. 제가 일정/선사/배/방 위치까지 기초 조사를 하고 드리고 싶은 질문까지 다 정리하고 전화를 시작했는데도, 반대로 오마이크루즈님께서 저희 여행 목적 및 상황에 대한 질문도 많이 하시면서 그에 맞게 추천을 해 주셔서 30분을 훌쩍 넘게 전화를 했습니다. 통화 이후에는 가족들과 며칠 더 논의를 하고, 최종 예약까지 오마이크루즈님을 통해서 진행했습니다.
결국 저희는 8월 2일 Lisbon을 출항해서 10박 일정으로 Gibraltar-Seville(Cadiz)-Granada(Motril)-Ibiza-Palma de Mallorca-Barcelona-Marseille-Monaco(Villefranche)-Florence/Pisa(Livorno)-Rome(Civitavecchia)으로 들어오는 Norwegian Viva에 예약을 했습니다.
0-3. 여행 준비
우선 저희 가족 셋이 7월 20일에 한국에 들어갔다가, 어머니와 함께 같이 리스본으로 가기로 헀습니다. 리스본 자체도 구경거리가 많다고 들었고, 여유있게 시차적응도 하자는 생각에 7월 30일 밤에 리스본에 도착하는 일정을 짰습니다. 여러 항공편을 고려하다가 결국 대한항공으로 마드리드에 가서 Tap Air Portugal로 리스본까지 가는 항공편을 선택했습니다.
Tap Air Portugal 항공은 근데 좌석지정이 정말 힘들더라고요. 저희가 대한항공을 통해서 예약을 했는데, 그래도 어머니를 모시고 가는지라 추가 금액을 지불하고서 좌석 지정을 하려고 했습니다. 하지만 무슨 이유에서인지 홈페이지에서는 예약번호를 입력해도 없는 예약이라고 나와서 좌석 지정이 불가능했습니다. 그래서 결국 홈페이지에 나온 전화를 걸었더니, 이게 알고보니 미국 번호로 걸어도 포르투갈 현지 상담사한테 연결을 하는 시스템이더라고요. 더군다나 알 수 없는 이유로 대략 5분에 한 번씩 전화가 끊어지는데요, 이거 몇 번 반복하다보니까 정말 짜증이 몰려오더라고요. 다행히 어떤 상담사 분이 전화가 끊어져도 제 전화번호로 다시 국제전화를 걸어와서 좌석 지정을 할 수 있었습니다.
그 후 세부일정 준비에 들어갔는데요, 여기서 유럽의 도시 관광을 목적으로 한 크루즈 여행의 단점이 있습니다. 바로 입항/출항 시간 때문에 생기는 문제입니다.
- 유명 관광지에서는 가보고 싶은 곳도 많고 먹고 싶은 것도 많기 마련인데요 그러기에는 보통 하루를 온전히 써도 모자릅니다.
- 선사를 통해서 진행되는 프로그램들은 가격도 비싸고 제가 가고 싶은 관광지를 다 가는 경우가 잘 없더라고요.
- 결국 저희는 선사를 통해 교통편만 제공하는 프로그램을 이용하면서 도시에서는 자유여행을 하는 방식으로 접근을 했습니다. 그리고 많은 유명 관광지들은 입장 시간이 지정되어 있는 티켓을 미리 예약해야 합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 배의 입항/출항 예정 시간은 공지가 되어 있는데요, 입항 시간이 배가 접안을 한 시간인지, 아니면 접안을 다 마치고 내릴 수 있는 시간인지 확신 할 수 없었습니다. 여행 중에 보니 저희 배는 접안은 공지된 시간보다 일찍 마치고, 대략 공지된 시간에서 30분 정도 이내에는 무리없이 내리는 것 같았습니다.
- 몇몇 주요 도시(세비야, 그라나다,피렌체)는 항구에서 차로 한시간 내외 이동을 해야 하는 일정입니다. 그렇다면 항구-승/하선-버스이동까지가 하루 일정에서 앞/뒤로 붙게 되는데요, 그나마 항구에서 도시로 이동하는 경우는 어느 정도 예상이 가능합니다. 그런데 반대의 경우에는 Norwegian Cruise Line만의 문제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날 도시에서 몇시에 다시 버스 타는 곳으로 모이는지를 여행을 계획하는 단계에서는 미리 알 수가 없었습니다. 특히나 돌아오는 일정의 경우에는 버스도 출항 예정 시간에 딱 맞춰서 돌아오는 것이 아니라 어느 정도 여유를 두고 일찍 출발하기 때문에 관광할 시간이 생각보다도 더 적었습니다. 그래도 나름 출항 예정 시간, 구글맵에 의해 예상되는 버스 이동 시간, 거기에 한시간 정도의 margin을 두고 버스가 출발하지 않을까하는 가정으로 각 도시의 계획을 세웠는데요, 이게 너무 낙관적인 예상이었습니다. 우선 출항 시간보다 30분 더 이른 시간이 "all-aboard"해야 하는 시간이고요, 그 all-aboard time을 감안하고 나서도 margin을 두 시간 이상 가지고 버스가 도착한 경우도 있었습니다.
- 그리고 배는 저녁 즈음에 항상 출항하기 때문에 (일부 크루즈들 중에는 도시에 따라 배가 하루 정도 밤새 머무는 일정들도 있기는 하더라고요. Virgin Cruise의 배가 Ibiza에 머물 때 같이요) 각 도시에서 저녁에만 할 수 있는 것들은 모두 포기하셔야 합니다. 예를 들어 정통 플라멩코 공연을 보러 가신다든가 일몰을 보러 가신다든가 저녁에만 장사하는 유명한 맛집을 찾아간다든가 하는것들요.
이런 이유로 안되는 것들은 과감히 미리미리 포기할 부분이 많습니다.
그 외에도 각종 여행기 유튜브 감상, 딸 한테는 "용선생이 간다"라는 어린이 만화 여행책 역직구, 소매치기 방지용 PacSafe가방구입, 핸드폰 채가지 못하게 wrist strap 구입, 단체관광시 쓸 유선이어폰 구입 등등 자잘자잘하게 여행의 설레임을 채우면서 기다렸습니다.
0-4. 인천-마드리드-리스본
출항 당일에는 안타깝게도 지속되고 있는 러시아-우크라니아 전쟁으로 인해 최단거리 항로를 날지 못하고 15시간만에 마드리드 공항에 도착했습니다.
인천공항에서는 마드리드-리스본 공항 티켓은 현지 카운터에서 받아야 한다고 안내를 받았는데요, 이때문에 마드리드에서 살짝 당황하는 일이 생겼습니다. 마드리드에 도착 후 환승 표시가 있는 쪽으로 이동했는데요, 항공사 카운터는 없고 심사하는 곳만 있더라고요. 그 곳에서 티켓을 달라고 하길래, 예약 내역이 이런데 Tap Air Portugal가서 티켓 받으려고 한다라고 설명을 했습니다. 그랬더니, "그래서 티켓이 있어 없어? 없으면 입국장으로 나가"라고 하더라고요. "나 티켓 없는데 그냥 입국장으로 나가버리면 거기서 어떻게 해야 합니까 나가지 않고 티켓 받을 수 있는 카운터는 없습니까"라고 물어도, "티켓이 있어 없어라고 내가 물어봤잖아. 이해 못해? 없으면 나가라니까"라고 퉁명스럽게 답할뿐이었습니다. 결국 짐 찾는데에 우연히 계신 이름 모를 한국인 여행가이드 분, 그리고 그 근처에 있던 친절한 공항 직원분들께 여쭈어 보고서야 우선은 입국장을 통해 나가서 옆 터미널로 가서 티켓을 받으면 아무 문제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옆 터미널 가서 티켓을 받고 나니, 이륙이 두시간이 안남은 상황에서 티켓에 탑승 터미널과 게이트 번호가 없더라고요. 진짜로 모르는건지 정책인지는 몰라도, 항공사 직원도 "우리도 아직 게이트 번호를 모른다"라는 말에 또 온가족이 당황하는 일도 있었습니다.)
1-0. Lisbon
마드리드 공항에서는 우버를 타고 30분만에 숙소에 도착했습니다. 다른 분들도 유럽여행 후기에서 많이 말씀해 주셨지만 네 명이 같이 들어가는 호텔방을 찾기가 힘들더라고요. 그리고 리스본에서 많이 가시는 하이야트 호텔이 저희 계획에서는 위치가 조금 아쉬워서 많은 고민 끝에 결국 Air B&B를 통해 예약을 헀습니다. 숙소는 완전 관광지 중심인 Rua Augusta 219번지였습니다. 19세기에 지어졌다는 건물의 명목상 1층, 우리나라/미국 기준으로 2층인 방이었는데요, 시설이 좀 아쉽고 아침/저녁으로 시끌시끌하긴 했어도 위치 하나로 다 이해하기로 했습니다.
숙소에 도착한 시간이 30일 밤 9시반쯤이었는데, 구글맵에서 지금 열려 있는 grocery라는 곳을 세 곳 찾아가니 죄다 닫혀 있거나 없더라고요. 결국 숙소 바로 옆 빵집에서 빵, 음료수, 맥주, 그리고 또 바로 옆 아이스크림 가게에서 아이스크림을 사 먹었습니다.
다음날(31일)에는 적당히 늦게 일어나 모두들 가시는 곳들(에그타르트, 수도원은 밖에만 구경, 발견기념비, 벨렝탑, 이런 저런 광장들) 구경하고, 점심 먹고, 숙소에 와서 다시 조금 쉬었습니다.
코메르시우 광장 옆 골목입니다.
그날 저녁에는 Fado 공연을 보러 갔는데요, 이 공연들도 아주 극히 예외적인 곳을 제외하고는 다 밤 늦게 시작하더라고요. 저희가 간 곳도 예약은 8시에 했지만 공연 시작은 9시가 넘어서 시작하더라고요. 다행히 아내도 어머니도 다 좋아하셨는데, 저희 초딩 꼬맹이가 무거운 눈꺼풀을 못이기고 헤드뱅잉을 시작해서 10시 반쯤 나왔습니다.
그 다음날 아침은 숙소옆 국가대표 빵집(Confeitaria Nacional)에서 간단히 먹고 마이리얼트립을 통해 예약한 신트라쪽 관광을 했습니다.
https://experiences.myrealtrip.com/products/3436288
(페냐궁 뒷편 사진에 photobomb중인 저희 딸 이마입니다)
(신트라 시내입니다.)
(구라파 땅끝 마을 Cabo da Roca입니다.)
전반적으로 기대 이상으로 일정이 알찼습니다. 게다가 이동 시간이 짧지는 않은데 버스 안에서 가이드 분께서 계속 설명을 잘 해주시더라고요. 그러면서 리스본의 맛집이나 기념품 가게 등을 설명하시면서 카톡으로 이름과 위치를 계속 보내주시는데요, 이곳들 중에 한 곳에 가서 지인들 선물로 줄 특색있는 물건들을 잘 살 수 있었습니다.
저녁은 유명하다는 Cervejaria Ramiro에서 했는데요 신트라 일정 때문에 9시반으로 예약했습니다. (이 일정에 대해서도 신트라 여행 전에 가이드 분께 문의를 했더니, 7시반 예약은 신트라 일정상 힘들다는 확인을 받고 그 다음 타임으로 예약을 했습니다.) "이 동네에는 이런 것이 유명하다니까 드셔보세요. 그리고 나중에 한국가셔서 '먹어봤더니 별 것 없더라'라고 시큰둥한 척 자랑하세요"라고 실없는 농담을 하면서 즐겁게 식사했습니다.
1-1. Lisbon 출항
다음날 아침에는 전날 가이드분께서 소개해주신 튜브잼 가게 (meia.dúzia)에 가서 선물용 기념품을 잔뜩 샀습니다. 위치도 Santa Justa 엘리베이터 아래쪽 승강장 옆이라서 숙소에서도 가까웠고요. 그 후 숙소에서 짐을 싸서 Rossio광장으로 가서 우버를 불렀는데요, 알고보니 저희가 부른 곳이 택시 승하차가 안되는 곳이었나 봅니다. 마침 바로 근처에 경찰차가 서 있는 것을 보고, 우버 세 대가 왔다가 경찰차를 보고 다 취소를 하고 가버리더라고요. 영문도 모르고 광장 반대편으로 가서 다시 부르니까 그제서야 탑승 할 수 있었습니다. 좁은 구시가지 골목을 지나 마침내 배가 보이기 시작했을 때는 드디어 시작이라는 마음에 설레이기도 했습니다.
저희가 리스본에 머무는 동안에는 여행 초반부터 너무 무리하지 않으려는 마음에 리스본 시내 관광을 많이 하지는 않았는데요, 그래서 경치가 좋다는 여러 전망대를 한 곳도 가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리스본 크루즈 터미널 위치가 아주 기가 막히더라고요. 이후에 들르게 되었던 큰 도시들은 입항하는 항구가 대부분 무역항 느낌이었습니다. 커다란 크레인이 있는 진짜 부두 풍경말이죠. 그런데 리스본은 구시가지 바로 코 앞에 크루즈선만 접안하는 시설이 있어서, 배 위쪽에서 보는 경치가 아주 예뻤습니다. 아래 사진은 출항한 직후 사진인데요, 사진 제일 오른쪽 끝 근처가 크루즈 터미널입니다. (뒤에 보이는 크레인들은 더 멀리 있는 시설들입니다)
저녁은 미리 예약한 Palomar라는 지중해식 식당에서 먹었습니다. 배가 남쪽으로 항로를 잡고 갈 때 우현 17층에 위치한 식당이었는데 (즉, 식당의 창이 서쪽을 보고 있습니다) 마침 날씨도 좋아서 해가 대서양 바다 속으로 지는 모습을 보면서 여행을 시작할 수 있었습니다.
2. Gibraltar
지브롤터에서는 12시 입항 6시 출항 일정이었습니다. 저희는 3.5시간짜리 "City Under Siege"라는 선사 관광 프로그램을 선택했습니다. 이 프로그램을 선택한 이유는 케이블카를 타고 꼭대기에 올라갈 수 있기 때문이었습니다. ("지브롤터에 왔으면 헤라클레스의 기둥에 올라 원숭이와 함께 아프리카를 봐야지!"라는 마음이었습니다)
기온은 섭시 20도 후반이었는데 바다에 접한 곳이어서 그런지 후덥지근했습니다.
하선 후 버스를 10분가량 타고 케이블카 승강장으로 가고, 거기서 선사를 통해 예약한 사람들은 따로 줄을 세워서 먼저 태워주더라고요. (케이블카 바닥에 "Let's hang out"이라면서 원숭이가 부릅니다)
꼭대기 전망대에서 멀리 저희 배를 보며 사진도 찍고, 흐릿하게 보이는 아프리카도 보고, 원숭이가 털 골라 주는 것도 보고, 활주로와 차도가 교차하는 지브롤터 공항도 원숭이와 같이 봅니다.
저녁은 배의 main dining room인 Hudson's에서 출항시간 즈음에 했습니다. 배가 항구에서 어느 정도 벗어났을 때 저희 초딩 꼬맹이가 갑자기 창 밖을 바라보며 "어!" 이러는데, 밖에 보니 돌고래들이 배를 쫓아오면서 뛰놀고 있더라고요. 식당 꼬맹이들이 얼마나들 좋아하던지요 ㅋ (저도 사실 좋았습니다.)
저녁 먹고서 방에 들어오니 또 해가 지고 있었습니다. 이번에는 발코니에서 가족들과 함께 노을을 감상했습니다.
3. Seville (Cadiz)
이날은 Seville에서 한시간 가량 떨어진 Cadiz항에 입항하는 일정이었습니다. 오전 7시 입항, 오후 8시 출항 일정이었는데, 저희는 선사 프로그램 중 Seville on your own이라고 교통편만 제공하는 프로그램을 선택했습니다. 그 이유는 개인적으로 스페인 광장에 가보고 싶어서 였는데, 다른 프로그램들은 스페인 광장을 근처에서 버스로 지나만 간다고 하더라고요. 7시 10분까지 배의 극장에 모이게 되어 있었고 세비야에 내렸을 때에는 약 8시 반쯤이었습니다. 그런데 이때 저를 심각하게 당황스럽게 하는 일정을 공지 받았는데요, 바로 재집결 시간이 2시 45분이라는 것이었습니다. 문제는 이 날이 일요일이었고 세비야 대성당은 일요일 미사 때문에 일반 입장은 2시 반부터 된다고 해서 2시 반 입장권을 구입해 두었다는 것이었습니다. 세비야까지 와서 세비야 대성당을 볼 수 없다니 실망이 이만저만이 아니었지만, 어쩔 수 없으니 우선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내린 위치는 "Teatro Lope de Vega"라는 극장 근처로, 스페인광장, 알카사르 궁전, 세비야 대성당에서 다 걸어갈 수 있는 거리였습니다.
우선 오전 이른 시간이라서 아직 한적한 스페인광장을 들렀다가 (정통 플라멩코 공연은 밤에 한다고 해서 포기하고, 가끔 낮에 스페인광장에서 하고 있을 때도 있다고 들어서 내심 기대를 했는데 역시나 너무 이른 아침에는 노점상도 아직 출근하기 전이더라고요) 알카사르 궁전쪽으로 이동합니다. 알카사르 궁전에서 왕실 침실 투어가 12시반에 있다고 해서 미리 티켓 구매를 해 두었습니다. 그 투어 예정 시간 한시간 전부터 입장이 가능하기 때문에 사이에 간단히 아점을 하러 아무 식당이나 들어갑니다. 예상은 했지만 아침식사 시간답게 아주 단촐해 보이는 아침 메뉴를 보며 살짝 실망도 했습니다. 스페인에 맛있는 식당이 그렇게 많다는데 아침 시간에는 별 수 없구나! 하는 생각에 더 서운해질 뻔했죠. 하지만 앉아서 천천히 둘러보니 점점 기분이 풀리는게, 저~쪽에 당연하다는 듯이 걸려있는 돼지 다리들, 표정은 무뚝뚝해보이지만 힘찬 여종업원분, 저희 애가 학교에서 배운 Spanish로 더듬더듬 "오렌지 쥬스 더 주세요"할 때 같이 즐겁게 웃으니까 내가 정말 스페인에 와 있구나 하는 생각에 한결 마음이 가벼워졌습니다.
그러고 나와서 아직 궁전 입장 시간이 남아서 아이스크림을 먹다가 (이날 낮 최고 기온이 40도였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바로 앞 대성당쪽 표지판을 살펴보러 갔습니다. 그런데 거기에 보니 온라인에서는 쓰여져있지 않았던 (혹은 제가 미처 보지 못했던) 공지가 있었는데요, 여름에 한해서는 11시부터 "cultural visit"을 허용한다는 이야기였습니다. 전에 미리 입장권을 구입할 때에도 이른 시간 표가 있기는 했는데요, "2시반 전에는 입장을 못한다면서 표는 왜팔아?"하면서 무시했거든요. 그래서 왕실 침실 투어는 포기하고 대성당 12시 35분 표를 급하게 구입합니다.
알카사르를 한시간 만에 겉햛기로 보고 이제 세비야 대성당 겉햝기를 하러 갑니다. 저는 성당 안은 시원할 줄 알았는데요, 바깥보다는 나은 정도지 안에도 덥더라고요. 시간상 히랄다탑은 못 올라가고 안에만 구경을 했는데요, 아직 초등학교 저학년인 저희 아이는 콜럼버스의 관보다는 보석이 잔뜩 박힌 유물들을 더 신기해 하더라고요.
그렇게 두시 정도까지 성당 구경을 마치고 다시 버스타는 곳으로 돌아갑니다. 무슨 사연인지는 몰라도 버스에 한 명이 복귀를 하지 않았는데요, 30분 가량 기다리다가 결국 사람이 나타나지 않자 버스는 출발했습니다. 그 사람이 어떻게 되었는지는 소식을 듣지 못했습니다.
(알카사르 궁전 오렌지 껍질 천장)
(세비야 대성당 베개가 셋이나 필요하신 주교님(?). 목 건강에 안좋을텐데 걱정이네요.)
4. Granada (Motril)
흔히 많은 크루즈들이 Malaga에 입항을 하는데에 비해 저희 배는 Motril이라는 항구에 입항을 했습니다. Malaga항은 보아하니 세비야/알함브라/지브롤터 세 곳 모두를 갈 수 있지만, 대신 그 어느 곳과도 그렇게 가깝지는 않은 위치더라고요. Motril이라는 항구는 도시 자체는 훨씬 작지만 그라나다까지 45분 거리였기 때문에 저희에게는 더 좋은 위치였습니다.
일정은 오전 7시 입항 오후 6시 출항이었습니다. 저희는 이번에도 Granada on your own이라는 선사 프로그램을 선택했습니다. 다른 투어 프로그램이 아니라 단순 교통편만 제공하는 이 프로그램을 선택한 가장 중요한 이유는 선사를 통해 알함브라 궁전을 가는 프로그램에는 그 어느 것도 알함브라 궁전의 나스리 궁이 포함이 안되어 있기 때문이었습니다. 이 프로그램은 오전 8시반에 선내 극장에 모여서 이동을 했다가, 현지에서는 3시 반까지 다시 버스로 돌아오는 프로그램이었습니다. 버스를 타고 내린 곳은 Centro comercial Neptuno라는 동네 몰이었습니다. 다행히도 그라나다에서도 우버로 이동하는데에 아무런 문제가 없었습니다.
알함브라 궁전 입장권은 저희가 갔던 곳들 중 가장 일찍부터 예약을 할 수 있는 곳이었습니다. 저희가 여기를 2024년 8월 5일에 방문했지만 표 예약은 2023년 9월에 했습니다. 다른 관광지들은 명목상으로는 본인 확인을 한다고 하지만 실제로는 입장권만 확인하는 경우가 많았는데요, 나스리궁과 콜로세움은 여권을 확인하면서 본인이 맞는지 철저히 확인했습니다.
(알함브라 궁의 추억이라는 기타곡의 또로로로로로 하는 선율의 모티브가 되었다는 헤네랄리페 분수라고 하더라고요)
우버로 10시 조금 넘은 시간에 알함브라 궁 정의의 문 앞에 내려서 알카스바와 까를로스5세 궁전을 구경한 후, 12시 나스리궁에 입장했습니다. 그 후 헤네랄리페까지 보고 나오니 어느덧 벌써 두시가 되었습니다. 점심은 따로 안먹고 매점 빵으로 떼웠지만 딱히 어디를 가기에도 시간이 애매해서 집결지에 있는 몰에서 더위나 피하자는 마음에 일찍 떠났습니다.
몰에 들어가서는 사람들이 맥주를 마시고 있는 모습에 끌려서, 아~무런 특색이 없어 보이는 식당으로 들어갔는데요 결국 여기가 여행에서 제일 기억에 남는 식당중에 하나였습니다. 들어가서 더위에 지친 모습으로 앉았더니 (아마 이날도 최고 기온은 40도였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여기에서도 중년의 웨이트리스 분께서 성큼성큼 다가와 주문을 받았습니다. 저희는 Spanish를 거의 모르고 웨이트리스 분께서는 완벽하지는 않은 영어를 쓰시는 분이셨는데, "맥주 이건 무슨 종류에요?"라는 제 질문에 '어디보자~'라는 표정으로 웃으시면서 손가락으로 메뉴를 짚어 주시면서
"beer, 음...... beer, 음...... another beer, strong beer, another strong beer, aaaaaand... large beer!"이러시는데 그 모습이 너무 당당하고 유쾌하셔서 덩달아 웃게 되더라고요. 그래서 large beer와 함께 튀김 두개를 시켰더니, 갑자기 해물밥이 나오는 겁니다. 그래서 "이거 저희 안시켰는데요" 했더니, 알고보니 정통 타파스 스타일 식당이라 술을 시키면 나오는 기본 안주더라고요. 그 후에도 홍합에 빵까지 나와서 결국 저는 large beer에 strong beer도 추가해서 마시고 한국에서 혼자 어머니를 그리워하고 계시던 아버지께 음식 사진도 보내드리고 자랑도 했습니다. 제가 여행 전에 보통 plan B까지 계획하고 다니는 스타일인데, 예상치 못한 버스 일정들에 점심 식사 스케쥴은 거의 모든 도시에서 박살이 났거든요. 그렇게 우연히 들어간, 음식이 엄청 맛있는 집이라 할 수도 없고 전혀 fancy하지도 않은 식당이었지만 뜻밖에 기분 좋게 식사를 할 수 있어서 즐거웠습니다.
5. Ibiza
오후 1시 입항, 오후 9시 출할 일정이었습니다. Ibiza라는 곳이 클럽으로 유명한 곳이라고는 하나 어차피 저희 가족 3대가 손 잡고 클럽을 갈 일도 없고, 나중에 들어보니 클럽에 본격적으로 사람들이 들어가는 시간이 자정께라고 하더라고요 (놀려면 역시 부지런해야합니다). 계획을 세울 당시에는, 분명 세비야와 그라나다에서 더위에 지쳐있을테니 바닷가에 가서 밥이나 먹고 지중해 물에 발이나 담그고 가볍게 돌아오자...라는 마음에 "Ibiza Beach Break"라는 선사 프로그램을 신청했습니다. 말이 좋아 선사 프로그램이지 내용은 그냥 근처 바닷가에 버스로 태워주고 오는 프로그램이었습니다.
Ibiza에는 그 동네 전통 생선 요리인 bullit de peix라는게 있다고 해서, 그걸 파는 바닷가 식당을 찾아서 갔습니다. 그리고 간 김에 세비야/그라나다에서 시간이 없어서 못먹은 빠에야도 주문을 했고요. 근데 그랬더니만, bullit de peix는 주요리를 먹고 나서 그 팬에다가 밥도 볶아서 주는데 그게 그 식당 빠에야랑 거의 비슷하게 나오더라고요. 그리고 바닷가에 있는 에어컨 없는 식당에 한시간 넘게 앉아있다보니까 가만히 앉아있는데도 땀이 줄줄 흘렀습니다.
결국 섬에서 가볍게 쉬고자 했던 계획과는 다르게 밥을 배터지게 먹고 무더위에 시달리다가 다시 배로 돌아왔습니다 ^^;
6. Palma de Mallorca
오전 8시 입항 오후 7시 출항 일정이었습니다. 여기서는 관광은 하지 않고 가볍게 쇼핑을 하는 일정으로 계획해서, 별도의 선사 프로그램은 이용하지 않고 선사에서 제공하는 유료 셔틀을 타고 항구에서 시내 중심가로 갔습니다. 버스가 내리는 곳은 마요르카 성당 남서쪽에, 구글 맵에 "shuttle bus to ship"이라고 표시되는 곳이었습니다.
적당~히 가게 열 때쯤 나가서 자잘한 물건들 사고, 적당히 아이스크림 먹다가, 또 슬슬 구경하다가, 적당해 보이는 식당에서 점심 먹고 배로 돌아왔습니다.
저녁에는 Onda라는 선내 식당을 갔는데요, 저희가 앉은 자리 바로 앞에 일가친척이 한 15명 정도 같이 여행온 것 같은 일행이 있었습니다. 다들 셔츠까지 맞추어 왔는데요 아주 큰 소리로 웃고 떠들고 하는 바람에 그 사람들이 일어나기 전까지 약 30분 정도는 식당 직원들도 혼란스러워 하더라고요. "곧 주문 받으러 오겠습니다. 음식 알러지는 없습니까?"라는 질문을 서로 다른 웨이터분들이 와서 하는데 결국 네번째 똑같은 소리를 듣고 못참고 짜증을 냈습니다. 바쁜거 알겠는데 20분째 똑같은 얘기를 네 번 들었다고, 제발 좀 음료 주문이라도 받아달라고요. 마침 곧 그 일행들이 떠나고 때맞춰 음료가 오고 나서는 다시 마음을 가라앉히고 맛있게 식사를 할 수 있었습니다.
(마요르카 성당입니다. 초딩 딸한테 flying buttress라고 설명하니까 butt에 꽃혀서 낄낄대는게 아직 초딩이 맞습니다.)
7. Barcelona
오전 7시 입항 오후 6시 출항 일정이었습니다. 여기서는 유로자전거 나라의 프라이빗 투어를 신청했습니다.
https://eurobike.kr/tour/tour_010100-view.html?country=%EC%8A%A4%ED%8E%98%EC%9D%B8&city=%EB%B0%94%EB%A5%B4%EC%85%80%EB%A1%9C%EB%82%98&gotopage=1&no=76
이번 여행의 목표, 즉 어머니가 남들 가본데는 다 가보실 수 있게 계획하고 거기에 추가로 더할 수 있으면 더 하자라는 목표를 생각했을 때, 구엘 공원은 꼭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선사 프로그램은 구엘 공원을 가는 프로그램이 없었고 가격도 4인이 가면 유로자전거나라 프라이빗 투어보다 비쌌습니다.
프라이빗 투어가 아닌 프로그램들(마이리얼트립 포함)도 알아보았는데요 대부분 8시반에서 9시 정도에 시내에서 모인 후 시작하는 일정이었습니다. 반일 일정이면 점심 식사 없이 2시 전후에 끝나고, 전일 일정이면 배로 돌아오는 시간이 위험할 일정이었습니다. 배가 예정대로 입항을 한다면 반일 투어에 시간 맞춰서 갈 수 있을 것 같기도 했지만, 혹시나 예정을 벗어나면 전체 여행 중 최고 핵심 관광지의 일정이 완전히 어그러진다는 risk가 너무 크다고 판단했습니다. 결국 3월 경에 프라이빗 투어 신청을 했고, 일반적으로 유로자전거나라에서 8월 성수기에는 프라이빗 투어를 진행 안하지만 미리 문의를 드렸기 때문에 진행한다는 답장을 받고 마음 편히 바르셀로나에 도착했습니다.
배는 예정대로 7시에 입항을 완료했고, 7시 20분 경 거의 1순위로 배에서 내렸더니만, 아직 항구 밖으로 나가는 셔틀버스도 다니기 전 시간이더라고요. 결국 7시 45분쯤 되서야 그날의 첫 버스를 타고 항구 밖에 나갈 수 있었고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가이드분과 만날 수 있었습니다.
결과적으로 프라이빗 투어는 아주 좋은 선택이었습니다. 가이드 분께서 많이 걸어야 하는 구간들은 아직 더워지기 전에 안내를 해주셨고요, 그래도 조금 목마른데...하는 타이밍에 기가 막히게 츄러스 먹으러 가자고 하시더라고요. 그러고 지하철로 Sagrada Familia 쪽에 가서 관광을 하고, 다음에는 전날 미리 저희가 먹고 싶어한 음식을 가이드분께서 들으시고 예약을 해 둔 식당에 들어갔습니다.
식사 후에는 또 군더더기 없는 동선 선택 및 기막히게 그늘을 찾아주시는 가이드분 덕분에 시간을 꽉 채워서 구엘 공원까지 관광을 마치고 배로 돌아올 수 있었습니다.
아마도 저희끼리 다녔으면 분명 현지 교통 상황을 잘 모르기 때문에 이동을 할 때 마다 앞 뒤로 여유시간을 채워놓고 다녀야 했을 것입니다. 그러다보면 식사도 하는둥 마는둥 하다가 결국 또 간식으로 때웠을 가능성이 높고요. 다른 도시에서는 제가 분 단위로 일정을 계산하면서 다니느라 항상 긴장되었는데요 여기서는 저희를 전담해 주시는 가이드분이 있으니까 마음이 아주 편했습니다. 도시 자체의 매력이야 제가 말할 필요가 없겠지만, 이런 알찬 일정 때문이었나본지 여행 후 어머니께서도 바르셀로나가 제일 기억에 남는다고 하셨습니다. 최고 기온 30도의 날씨에 (핸드폰 측정에 의하면) 거진 2만보를 걸었는데도 말이죠.
(바르셀로나 주민들을 힘들게 하는 초대형 크루즈들이 줄지어 서있는 항구입니다. 심지어 저기에 배가 추가로 들어올 수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8. Marseille
이날은 배에서 쉬기로 계획했습니다. 매일 새벽같이 일어나 관광을 나갔다가 저녁 먹고 나서 10시쯤에는 자느라 배에서 보내는 시간이 얼마 없었고 그에 비해 마르세유에서 꼭 가보고 싶은 관광지도 눈에 띄지는 않았거든요.
수영도 하고 미니골프도 치고 카트도 타면서 쉬었습니다.
9. Monaco (Villefranche)
오전 7시 입항 오후 6시 출항 일정이었습니다. 이 날은 저희 일정에서 유일하게 항구에 접안하지 않고 tender boat를 이용해서 하선하는 날이었습니다. Villefranche라는 항구 앞바다에 정박 한 후 작은 boat를 타고 육지에 내렸습니다. (나중에 모나코로 이동하고 보니, 적은 인원을 태우고 다니는 럭셔리 크루즈 배들은 모나코쪽 항구에 바로 정박하더라고요)
아주 조그만 항구에 내려서 바로 옆 버스를 타고 모나코로 이동합니다. 저희가 선택한 프로그램은 Monaco & Monte Carlo Landmarks라는 프로그램입니다. 니스로 가는 프로그램들도 있기는 했는데 그래도 가족 다 같이 길지 않은 시간 관광하기에는 모나코가 더 좋을 것 같았습니다. 선사에서는 1에서 3으로 분류한 일정의 힘듬 정도에서, 제일 힘든 3으로 분류를 해둬서 걱정이 많았는데요 계단이 포함된 구간이 조금 있어서 그렇지 구간 전체적으로 걷는 시간이 엄청 많은 정도는 아니었습니다. 다만 날씨가 엄청 후덥지근해서, 기온은 30도 초반이었지만 실외에 그늘 없는 곳에만 가면 힘들더라고요.
(그레이스 켈리 왕비와 가족의 그림이라는데 다들 하얀 옷을 입고 그림을 그리니 분위기가 조금 과하게 성스럽네요 ^^;)
저녁은 배의 French 식당인 Le Bistro에서 했습니다. 무슨 맛인지도 모르지만 괜히 달팽이 요리도 시켜보고, main entree가 나올 때에는 웨이터 네 분이 각자 하나씩 접시를 들고 저희 테이블로 와서 동시에 접시 뚜껑을 들어 올리는데 마치 영화에서 본 것 같은 "불란서 식당" 분위기에 즐거웠습니다.
9. Florence/Pisa (Livorno)
오전 6시 입항 오후 7시 출항 일정이었습니다. Livorno항구는 Pisa에서 멀지 않은 항구인데요, 여기에서는 피사/피렌체 쪽을 주로 가고 경우에 따라 Cinque Terre쪽도 꽤 가는 것 같더라고요.
저랑 딸은 피렌체를 가본 적이 없어서 무조건 피렌체로 가기로 했습니다 (Florence on your own). 다만 어머니와 아내는 이전에 피렌체를 방문한 적이 있어서 고민 끝에 San Gimignano와 근처 와이너리로 따로 가는 일정을 골랐습니다 (San Gimignano & San Donato Farm).
피사도 찍고 갈까 고민을 했는데, 보나마나 빠듯한 일정에 피사까지 넣을 여유가 없을 것 같아서 피렌체에 집중하기로 했습니다. 애초의 장대한 계획에는 우피치 미술관을 들르고 스테이크(비스테까 알라 피오렌티나)도 먹고 성당도 가는 계획이었는데요, 다른 도시를 돌아다녀 본 경험에 의하면 택도 없을 일정이라는 것을 이 즈음에는 알았습니다. 더군다나 이 날은 세비야를 방문한지 정확히 1주일 되는 날, 즉 성당에 미사가 있는 일요일이었습니다. 우리의 싼타 마리아 델 피오레 성당은 일요일날 1층 관람은 안되고 오직 브루넬레스키 돔을 한시 반부터 오를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아니나 다를까, 피렌체에 도착한 시간이 9시경이었는데 2시 45분까지 싼타 크로체 성당 앞 광장으로 다시 돌아와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또다시 충격에 빠진 저는 선사 프로그램을 진행하시는 가이드 분께 한시반에 브루넬레스키 돔에 올랐다가 2시 45분까지 오는 것이 가능한지를 문의하였고, 다행히도 조금만 서두르면 큰 문제는 없을 것이라는 답을 들었습니다.
버스가 내린 곳은 싼타 크로체 성당의 남동쪽(구글 맵에 의하면 대략 Torre della Zecca라고 표시되는 곳)이었습니다. 이날도 정확히 언제 피렌체에 도착할 지 모르는 상황에서 우피치 미술관 입장권은 여유 있게 10시 반으로 예매해 둔 상태였습니다. 계산을 해 보니 점심을 따로 먹기에는 역시 글른것 같고 (스테이크 대신 곱창버거라는 꿈도 꿨지만 여덟살 아이가 곱창버거를 좋아할리가 만무했습니다) 오늘은 점심 식사 없이 삼(三) 젤라또로 가기로 했습니다.
우선 미술관 앞 시뇨리아 광장으로 가서 조각상을 구경하고, 베키오 다리를 스윽 본 다음에 한시간 반만에 우피치 미술관을 스으으윽 보고 나옵니다. 미술에 조예가 없는 아빠가 여덟살 어린이를 데리고 홀로페르네스의 목을 자르는 유디트라든가 두 눈을 부릎 뜨고 피가 뚝뚝 흐르는 메두사의 머리라든가 하는 것을 어떻게 얘기해 줘야 할지 난감하긴 했지만, 그래도 우선 유명하다는 그림 위주로 스으으으윽 보면서 다녔습니다. ( "여행책에서 본 그림이다!"라는 말 밖에 할 말이 없을 때에는 그 근처의 수많은 한국인 관광객 분들께 조금은 창피하기도 했습니다.)
나와서는 첫번째 젤라또 먹고, 피렌체 성당 주변을 구경했습니다. 비록 분야는 다르지만 공돌이로서 그냥 지나칠 수 없어서, 본인이 설계한 돔을 바라보는 모양으로 설치된 브루넬리스키 선생님 동상 앞에서도 사진 찍었습니다. 성당 티켓에 포함되어 있는데 시간은 남고 화장실도 가야 될 것 같아서 들어간 두오모 오페라 박물관에는 생각지도 못하게 놀라온 전시품이 많아서 (천국의 문 진품, 미켈란젤로의 또 다른 피에타, 도나텔로의 막달라 마리아) 놀랐습니다. 그러고 두번째 젤라또를 먹고 드디어 1시 10분 경부터 브루넬레스키 돔을 오르는 입구 앞에 줄을 섰습니다. 혹시나 미리 좀 열어줄까 싶었는데 칼같이 1시 반에 열어주더라고요. 중간에 돔 내부 천장화가 보이는 구간에서는 성당측에서 일부러 쉬어가게 통제를 해서 천천히 그림을 볼 수 있었습니다. 그러고선 다시 올라가는데 결국 1시 50분 경에 꼭대기에 오를 수 있었습니다.
(돔 전망대에서 서쪽을 바라본 풍경입니다. 가까이는 조토의 종탑이, 조금 더 멀리 살짝 우측으로 산로렌초 성당의 돔, 그리고 중앙 더 멀리에는 싼타 마리아 노벨라 성당이 보이네요.)
(돔 전망대에서 남동쪽 방향의 풍경입니다. 가까운 중앙 우측으로는 바르젤로 미술관, 조금 멀리 중앙으로는 싼타 크로체 성당이 보입니다.)
안타깝게도 촉박한 일정때문에 전망대에서는 15분 정도만 머물다가 내려와야만 했습니다. 다시 내려와서 집결지에서 마지막 세번째 젤라또를 사먹었습니다. (이날 브루넬레스키 돔을 오르던 때에 기온이 섭씨 39도였습니다)
10. Rome (Civitavecchia)
오전 6시에 로마에서 한시간 조금 넘게 떨어진 치비타베키아 항에 입항했습니다. 로마까지 이동은 오마이크루즈님께서 알려주신 업체에 연락을 해서 미리 예약을 했습니다.
로마에서는 2박을 하기로 계획을 짰는데요, 저희 딸 말고는 다들 로마는 초행길은 아니었습니다. 그래서 아멕스 힐튼 Aspire의 힘을 빌어 Rome Cavalieri호텔에 방 두개를 2박 예약했습니다. 명확한 장단점이 있는 호텔인데요 장단점은 대략 다음과 같습니다.
장점으로는
- 숙박권/포인트/리조트 크레딧을 이용해 최대한 카드 혜택을 뽑아낼 수 있다.
- Waldorf Astoria 계열이니까 나중에 어머니 이야기거리가 생긴다.
- 이탈리아 유일 미슐랭 쓰리스타 식당이 있다.
단점으로는
- 위치가 너무 동떨어져있다
- 소문으로 들었지만 실제로 경험한 대로, 택시를 불러도 금방 안잡힌다.
- 그 쓰리스타 식당 가격이 엄청 사악하고 예약도 힘들다.
저희가 단점에도 불구하고 여기에 예약을 한 이유는, 처음 와보는 도시도 아니고 분명 크루즈 여행 후에 많이 피곤할 것으로 예상되어서 이 기회에 좋다는 호텔에서 쉬어가보자는 생각이었습니다.
호텔에는 오전 9시즈음에 도착을 했는데요, 고맙게도 저희 얘기를 듣더니 바로 그 시간에 5층에 위치한 connecting room으로 배정을 해 주었습니다.
경치도 좋은 방이라 저녁 무렵에는 이런 풍경이었습니다. 나무 옆으로는 성천사성이 보이고, 사진 가운데쯤에는 하얀색 비토리오 에마누엘레 2세 기념관, 그 왼쪽으로는 콜로세움이 보입니다.
약간의 휴식 후 점심 경 로마 시내로 나갔습니다. 판테온, 젤라또, 트레비분수를 찍고 혼신의 힘을 다해 겨우 예약에 성공한 세시반 콜로세움 Attic tour를 하러 갑니다.
예약 시스템이 2023년에서 2024년을 거치면서 크게 바뀌어서, 지금은 또 어떤 모습을 하고 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마일모아에서 다른 회원분들이 써 주신 글들이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예를 들면 이런 글들이죠
https://www.milemoa.com/bbs/board/10962310
https://www.milemoa.com/bbs/board/10466596
중요한 것은 정확히 한 달 전에 티케팅이 열린다는 것인데요 로마 현지시간 오후 세시 반은 미국에 있던 저희에겐 새벽 시간이었습니다. 그리고 같은 기기로 새로 고침을 3-4초 간격으로 계속 하면 이걸 bot으로 판단을 하나본지 몇 분간 접속 차단을 해버리더라고요. 그리고 가장 이해할 수 없는 것이, 예를 들면 9시 정각에 열려야 하는 티케팅이 있으면 어떤 때에는 9시가 아니라 9시 1분이 넘어서야 열릴 때도 있고 9시 정각에 열릴 때도 있다는 것을 예행연습을 통해 관찰 할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결전의 날의 새벽 시간에 30분 여유를 가지고 일어났습니다. 집에서 동원할 수 있는 각종 인터넷 기기들 다섯대를 준비시키고, 인터넷으로 정확한 현재 시간을 모니터링 하면서 기다렸습니다. 그리고 정시가 되기 몇 초 전부터 기기를 하나씩 새로고침 했습니다. 새로고침을 했는데 여전히 티케팅이 열리지 않았으면, 동일한 기기를 새로고침 하지 않고 다음 기기를 새로고침 했습니다. 이렇게 다섯대를 돌리는 경우에는 차단되지 않더라고요. 결국 그 중에 하나가 떴고, 어린이는 공짜로 입장이 가능하지만 그거 따로 클릭하는 동안에 매진된다는 소문에 그냥 성인 넷으로 예약에 성공했습니다.
이날 또한 로마는 30도 후반의 날씨였고 다른 관광객들도 저만큼 지쳐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콜로세움 3층에 올라가서 아래 광장을 찍은 사진인데요, 찍을 때는 몰랐는데 여행 끝나고 보니 사람들이 어디에 모여서 있는지를 보고 "맞아 저날 엄청 더웠어"라면서 웃을 수 있었습니다.
(이 사진의 주인공은 콘스탄티누스의 개선문이 아니라 그 그림자에 있는 사람들입니다)
Attic투어는 인원이 생각 이상으로 엄격히 제한되어서, 올라가면 사람이 너무 없이 한적해서 놀랄 정도였습니다.
위 사진에서 중앙에 지하 부분이 underground, 사진 오른쪽 아래로 underground를 살짝 덮고 있는 곳이 arena로 알고 있습니다. (이 부분은 저희도 안가봐서 정확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arena와 같은 높이로 빙 둘러싸고 있는 사람 많은 곳이 1층, 거기 하나 위로 또 사람 많은 곳이 2층입니다. 이 사진은 2층에서 찍은 것이고요. 거기서 한층 더 올라가야 attic 투어로만 접근이 허용되는 3층이고요, 이 사진의 오른쪽 위에 보이는 난간 있는 곳(대략 4층으로 보시면 될 듯 합니다)까지 올라갈 수 있습니다.
제일 위에까지 올라가면 대략 이런 높이고요, 여기서 아래를 바라보면 아래 사진과 같은 풍경입니다.
다음 날에는 바티칸 박물관 투어를 갔습니다. 2023년까지만 해도 Prime experience 투어라고 하면서 납득이 갈만한 정도의 추가금을 지불하면 일반 입장객보다 한발 빠르게 입장해서 사람이 없는 시스티나 경당으로 달려갈 수 있는 투어가 있었는데요 2024년이 되면서는 그런 투어가 없어진 상태였습니다. (한사람당 수백유로를 지불하면 바티칸 박물관의 key master와 함께 새벽 박물관의 잠긴 문들을 열고 다닌다는 전설같은 투어를 제외하고는요.) 그리고 바티칸 공인 가이드 없이 따로 박물관 예약을 한 경우에는 박물관에서 베드로 성당으로 가는 지름길을 이용 못하고 다시 바깥으로 나가서 줄을 서야 한다는 이야기를 듣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겸사겸사 다시 유로자전거 나라의 힘을 빌렸습니다.
아침부터 저희 애를 태우며 잡히지 않는 우버/FreeNow 택시들에 마음을 졸이다가 겨우 시간에 맞추어 투어 시작 지점에 갈 수 있었습니다. 박물관 입장 개시를 대기하며 줄을 서있는데, 저희가 만만해 보였는지 유럽인 젊은 커플이 저희 앞에 새치기 하더라고요. 그래서 "너희 뭐냐 왜 갑자기 여기 왔냐" 이랬더니, "아 뭐 조기 박물관 직원한테 뭐 물어보러 온거다" 이런 소리를 하더라고요. 그래서 "다 물어봤으면 뒤로 가" 이러니까 뭐라뭐라 꿍시렁 거리면서 뒤로 가는 듯 했습니다. 근데 어이없게도 저희 바로 뒤로 갔더라고요. 저희 뒤가 전부 다 유로자전거나라 투어 일행들인데요. 그래서 또 한마디 하려는데 아내가 이러다가 애도 있는데 싸움나면 곤란하니까, 그 뒤에 서있는 투어 일행분들께 알리고 그 분들이 판단하시게 하는게 좋겠다고 하더라고요.
내부는 예상대로 엄청나게 많은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가이드 분을 최대한 가까이서 따라 다니려고 했는데도 (저 앞 5번 깃발입니다) 조금만 좁은데에 사람이 몰리면 쫓아다니기가 쉽지 않더라고요. 물론 주요 지점에서 적절히 기다려주시고, 설명은 무선 수신기로 하기 때문에 조금 멀어지는 자체로는 큰 문제는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역시 넘치는 인파에 내부는 꽤 더운 편이었습니다. 아테네 학당 그림 앞에서 딸 아이가 애처롭게 부채질을 하고 있길래 찍은 사진을 여행 끝나고 보니까, 명작에 대한 경외는 당연히 기대할 수 없었겠지만 그 대신 땀에 젖어 달라붙은 머리카락과 더위에 지쳐 반쯤 벌린 입에 또 웃음을 짓게 되더라고요.
그리고 이 날 저녁은 유럽에서 어머니와 함께하는 마지막 저녁 식사였습니다. 그리고 태어나서 처음으로 미슐랭 스타를 받은 식당에 가보게 되었습니다. (이날 이후로 딸 아이가 자기가 좋아하는 식당들을 "삼별식당"이라고 하더라고요. 딸 아이의 삼별식당의 예에는 AppleBee's가 있습니다. 아빠가 맛있는 것도 잘 안사주고 미안하다...) 이런 미식의 세계는 전혀 아는 바가 없지만, 이런 때 아니면 언제 가보겠냐는 마음에 추진을 해봤습니다. 로마 백선생 Franz Beck이라는 쉐프가 운영하는 La Pergola라는 식당이었습니다.
여기 예약도 쉽지 않았습니다. 예약이 분명 120일 전에 열린다고 들었는데, 미리부터 다른 날짜들을 주시해 봐도 거의 모든 날짜가 예약 불가능으로 떴습니다. 예약이 되는 것처럼 되어 있는 날도 막상 예약을 하러 들어가면 안된다고 뜨고요. 그래서 무작적 waitlist에 올려봤더니 몇 주 지나지 않아 예약이 가능하다는 연락이 왔습니다. 가장 이른 시간이 7시이길래 그 시간에 예약을 했습니다. 그랬더니 발코니의 가장 끝 쪽에 있는, 경치도 좋고 테이블도 넓직한 곳으로 주더라고요. 방에서는 나무에 가려 보이지 않던 베드로 성당도 보이고 자세히 살펴보면 시스티나 경당, 바티칸 박물관 입구도 확인 할 수 있습니다.
앉아서는 말로만 듣던 "물 메뉴"도 구경해 보았습니다. (아래 사진에서 하나는 와인 메뉴, 하나는 물 메뉴로 기억합니다) 여기서 비싼 물을 시켜 마시면, 여행 중 절대 하지 말아야 할 말이라는 "물이 제일 맛있다"라는 말을 할 자격이 생길까요?
예약을 할 때 여덜 살 아이도 코스 요리를 시켜야 하는지 문의를 했는데, 흔쾌히 아이는 단품 메뉴로 주문을 해도 된다고 해주더라고요.
그리고 저희는 10코스 요리를 시켰는데요, 순 거짓말이었습니다. 10접시라더니 자꾸 서프라이즈 메뉴라면서 뭐가 나오면서, 결국 빵 빼고 디저트까지 20접시 나왔습니다. 심지어 서프라이즈라고 가져다 주는 메뉴는 대부분 저희 애까지 챙겨주더라고요. 애는 단품 요리 가격 60유로만 받았는데 말이죠. 아래는 마지막 접시(?)인 디저트6층철탑입니다. 말이 한 접시이지 저기에 한 면당 서랍이 세 개씩, 총 12종의 디저트가 들어있어서 결국 다 먹지는 못했습니다.
다만 조금 아쉬웠던 부분은, 이런 식당이 처음인 저희로서는 요리가 나올 때마다 웨이터 분이 설명해 주시는 말이 너무 궁금했는데요, 그 분의 억양이 이탈리아 영어 억양도 아닌 저희에게는 아주 생경한 억양이라 대부분의 설명을 알아들을 수 없었습니다. 그리고 가끔 안경끼고 마르고 키 작은, 방송인 타일러씨가 나이들고 튼튼해진 것 같은 아저씨가 와서 설명해 주고 갈 때도 있었는데요, 나중에 다 먹고 방에 와서 생각해보니 로마 백선생님 본인이었더라고요 ㅡㅡ 알았으면 사진이라도 찍어주세요!라고 하는 건데 말이죠.
그리고 7시에 식사를 시작했는데 저 6층철탑이 나온 시간이 10시가 넘은 시간이었습니다. 아무리 경치가 좋아도 그쯤되니까 살짝 지치긴 하더라고요 ^^;
가격은 예상했던 대로 상당했습니다. 접시 한 그릇 가격을 환산해보면 보통 저희 가족이 가는 식당 한 끼 식사 가격이더라고요. (즉 저희 가족이 보통 가는 식당보다 20배 비싼 식당이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희처럼 미식의 세계를 잘 모르는 입장에서도) 매 요리마다 이렇게 많은 정성을 쏟아 붓고 그때마다 식기들을 바꿔 나가는 것을 보니 생각보다 많이 남는 장사는 아니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습니다.
맛은 솔직히 제가 이 분야에 아는 바가 없어서 뭐라 말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닌 것 같습니다. 식사 도중에 제가 어머니께 드린 말씀이, "음식은 입에 맞으세요라고 여쭤볼까 싶다가도, 저도 생전 처음 먹어보는 맛의 조합이라 뭐라 여쭤볼 수가 없네요"였고 어머니도 그런 것 같다고 하시면서 웃으셨습니다.
다시 또 그 돈을 주고 가겠냐고 하면 지금 제 수준에서는 아니긴 합니다. 그런데 여행온 김에 다같이 가보길 잘 했냐고 생각하냐면 그건 맞습니다.
11. 이탈리아 출국
다음날 저녁에 어머니는 대한항공을 타시고 인천으로, 저희는 런던으로 떠났습니다. 로마에서 Portland, OR으로 오는 직항도 없어서 고민하던 차에, BA로 런던을 찍고 오는 마일리지 표를 결제하고 저희는 런던에 3박을 더 하기로 했거든요.
공항에서는 영국 국민들의 몇 년 전 투표로 인해 뜻하지 않게 저희 가족이 시간을 더 같이 보낼 수 있었습니다. 로마의 레오나르도 다빈치 공항은 목적지에 따라서 터미널이 구분되어 있었는데요, 쉥겐조약 국가에 해당하지 않는 목적지들은 같은 터미널에 모아 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이탈리아 입장에서는 인천이나 런던이나 다 비EU국가의 도시라서, 저희 비행기와 어머니 비행기가 바로 옆옆 게이트에 있더라고요. 고맙습니다 Brexit...
12. 런던 기타
런던이 제 머리속 편견보다 훨씬 괜찮은 도시라는 것을 느끼면서 돌아다녔습니다. 도시도 깨끗하고 밤 늦게까지 활기찬 것이 어떤 때에는 서울의 느낌과 비슷할 때도 있었습니다. 다만 저도 이미 "건방진 미국 관광객"이 되어버렸나본지, 히드로 공항에서 우버를 타고 런던 시내를 막 진입할 무렵에, "저 집들 보스턴 출장 갔을 때 봤던 집들이랑 비슷하게 생겼네!"라고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러다가 문득 보스턴은 뉴 잉글랜드고, 내가 있는 곳은 그냥 잉글랜드라는 생각에, 방금 한 생각을 큰 소리로 영어로 말했으면 영국인 우버 기사님한테 혼났겠다는 생각이 들면서 웃고 말았습니다.
런던의 유명한 관광지나 맛집 이런 것들은 다른 많은 회원 분들께서 이미 올려주셔서 제가 더 얹을 말씀은 없을 것 같습니다.
다만 웨스트민스터를 나올 때쯤 우연히 보고선 발걸음을 돌려 다시 사진을 찍고 온 비석 사진을 올려드립니다. 필립 클라크씨는 살아 생전에 사랑받는 배관공이셨나봅니다.
13. 기타
- 성당들 대부분이 복장에 대한 비슷한 규정이 있습니다. 그런데 실제로 규제하는 정도는 많이 다르더라고요. 세비야 대성당에서는 입구에서 민소매 드레스를 입은 관광객들이 입장이 거부되는 경우를 봤습니다. 그런데 바르셀로나 Sagrada Familia에서는 민소매 셔츠에 짧은 반바지 입은 관광객들도 다 들어가더라고요. (대신 저희 어머니에게는 모자는 벗으라고 하고요.) 그래서 바르셀로나의 가이드분께 여쭤봤더니, 프란치스코 교황님 취임 후에는 어느 정도 느슨해진 분위기라고 하더라고요. 특히 여름에는요. 그래서 바티칸에 갈 때에는 딱 무릎 정도로 내려오는 반바지를 입고 갔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었습니다.
- 미리 각 도시의 평균 기온/습도/불쾌지수를 보고 준비하면서, 40도에 육박하는 세비야/그라나다가 제일 힘들겠다...라고 생각했는데요 실제로는 Ibiza/Palma/Monaco같이 30도는 잘 안넘으면서 후덥지근한 곳이 더 힘들더라고요.
- 식당에서 구글번역기가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종업원 분들이 간단한 영어는 다 잘하셔서 실시간 번역은 쓸 일이 없었는데요, AR 기능이 아주 유용하더라고요. 예를 들어 아래 사진에서 왼쪽이 바르셀로나 식당의 영수증이었는데요 (카탈루냐어를 한국어로 번역) 어떤 메뉴를 시켰는지 쉽게 알아볼 수 있었습니다. 물론 완벽하지는 않아서, 영수증을 보고 "도대체 우리가 먹은 1개의 칼은 뭐였지"하고 한참 고민했습니다. 알고보니 razor clam의 카탈루냐어가 "clam"에 해당하는 단어 없이 그냥 razor를 뜻하기도 하는 navalles더라고요.
- 동네 중식당 짜장면도 짜장면이고 짜파게티도 짜장면이지만 둘이 똑같은 짜장면이라고 할 수는 없죠. 비슷한 현상을 레모네이드에서도 봤습니다. 리스본에서 레몬을 시켰더니 설탕맛이 전혀 안나는 레몬쥬스가 나오더라고요. 그에 비해 런던에서 스프라이트를 시키려고 하니까, 점원이 스프라이트는 없고 레모네이드는 있는데 니가 아는 그 스프라이트 맛이다...라고 하더라고요. 과연 그랬습니다. 그에 비해 미국에서 시키는 레모네이드는 분명 스프라이트 맛은 아니지만 달달~~~한 레몬 쥬스이고요.
14. 크루즈 자체 총평
- 어머니의 큰 걱정 중 하나가, 크루즈 타면 서양 사람들이 정장입고 파티하고 있고 우리는 거기에 가서 어울려야 하는거 아니냐 난 그런거 질색이다...였습니다. 물론 그런 배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이 배는 절대 그런 배가 아니라는 점을 미리 말씀드렸고, 실제 여행 중에는 가끔 반대로 조금 무례해 보이는 사람들이 있을 정도였습니다. 예를 들면 라이브로 밴드가 공연하고 있는 로비에서 술에 취해서 서로 부둥켜 안고 울다가 조금 있다가는 옆 테이블 모르는 사람한테 가서 춤추자고 막 손을 잡아 끌던 사람이라든가, 투어 나갈때 배에서부터 새치기 하던 사람들같이요. 그런데 의외로 어머니께서 이걸 보시고 "사람사는 곳 뭐 다 똑같구나"라고 하시면서 더 마음 편하게 지내시는 계기가 되었더라고요. 그리고 당연히 무례한 사람들만 있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라이브 밴드가 공연하던 그 로비에서, 백발의 부부께서 하루는 빨간 옷 빨간 구두를 맞춰 입고 와서 신나는 노래가 나오면 같이 춤을 추더라고요. 그리고 다음날 같은 장소에 같은 부부께서 이번에는 하얀 옷을 맞춰 입고 또 춤을 추는데 정말 멋있었습니다. 어머니께서 어떤 날에는 "오늘은 그 할아버지 할머니 없나?"라고 궁금해 하실 정도로요.
- Sea day가 하루도 없이 매일 내리고 타는 일정이어서 정작 배 안에서 활동은 많이 못했습니다. 관광 후 씻고 살짝 쉬다가 저녁 먹으러 가다보니 정작 배에서 진행되는 공연은 한 번 밖에 못 봤네요. (거기에 Norwegian Viva라는 배 자체가 가지는 단점 때문에 이런 저런 공연장 규모가 협소하기도 합니다. Norwegian Viva호와, 같은 설계의 Prima급 배들은 다른 배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리뷰가 좋지는 않습니다. 주된 이유는 배에 규모에 비해 시설을 다양하게 많이 넣으려다보니 개개의 시설 사이즈가 너무 작아서 어딜 가든 항상 붐빈다는 것입니다.)
- 식당들은 메뉴가 매일 똑같은 조식 부페 빼고 다 만족스러웠는데요, 다만 소문대로 오마이크루즈님께도 미리 얘기를 들었던대로 Food Republic이라는 식당은 매우 곤란한 맛이었습니다. 아시아 음식을 안먹어 본 사람이 만든 아시아 음식 느낌이랄까요... 그래서 그런지 전망도 좋은 식당이 저녁 시간에도 사람이 반도 안차더라고요.
- Norwegian Viva의 승객 정원이 삼천명이 넘는데요 배에서는 저희 가족 외에 한국말을 못들어봤습니다. 아직은 이쪽 루트로 여행오시는 한국분들이 많지는 않은 것 같네요. 중국말도 한두번밖에 못 들어봤고, 당연하게도 비영어권 유럽어들을 주로 들었던 것 같습니다.
- 날씨가 여행 내내 좋았어서, 매일같이 노을을 볼 수 있었습니다. 낮에 땀을 한바가지 흘리다가 배에 다시 올라와서 씌~~~~~~원한 맥주 한 잔 들이키고, 저녁을 편하게 먹은 후 노을을 바라보고 있으면 참 좋더라고요.
- 만약에 각 기항지에서 선사 프로그램들 혹은 3rd party shore excursion program이 가보고 싶은 곳들을 다 간다면, 비용을 투자하더라도 전문 가이드와 같이 다니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위에서 거듭 말씀드렸다시피, 처음가는 도시에서 매우 한정된 시간동안 방문을 하게 되다보니 무언가를 포기하게 되더라고요. 저희 같은 경우엔 예정된 관광지는 포기할 수 없고 대신 점심을 대충 떼우는 일이 많았습니다. 다만 많은 크루즈 여행기들에서 얘기되듯이, 기항지와 관광지가 떨어져 있는 경우에는 3rd party shore excursion은 배를 못타게 될 위험성이 더 높기 때문에 조심하셔야 합니다.
- 위에서도 몇 번 말씀드렸듯이 타이트한 일정으로 인한 한계가 명확한 여행이었습니다. 특히 세비야, 바르셀로나, 피렌체 같은 도시들은 이렇게 후루룩 지나가는게 미안할 정도였고요. 하지만 크루즈 덕분에 정말 오랜만에 어머니와 함께 휴양지 여행이 아닌 관광지 여행을 다닐 수 있었습니다. 제가 불효자인지라 여행 시작 전 아내가 저한테 여행중에 절대로 어머니랑 싸우지 말라고 몇 번 얘기할 정도였는데, 그런 걱정이 무색하게 보름 내내 즐거운 여행을 하고 돌아왔습니다. 부모님과 관광지 위주로 다니는 여행 계획을 다시 짜게 된다고 가정해 보면, 여행 기간이 훨씬 더 늘어나지 않는 이상 크루즈라는 형식이 주는 장점을 대체하기 쉽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습니다.
긴 후기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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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댓글
외로운물개
2025-02-06 01:14:51
세상에
이런 좋은 구경 거리를 너무나 감사 합니다요...꾸벅
동쪽기러기
2025-02-06 10:46:57
멋있는 사진들은 다른 회원 분들이 이미 많이 올려 주셔서 그냥 재미있어 보이는 사진으로 몇 개 골라봤는데 좋게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
kookoo
2025-02-06 01:35:21
우와 정말 정성들인 후기 잘 읽었습니다! 플랜 b까지 마련하시는 분 답게 후기가 디테일하네요!! 얼마나 어머님/가족분 잘 모시기 위해 준비하셨을까 짐작만 갑니다~~ 저는 이 빡센 일정을 해낼 자신이 없지만 언젠가 삼별식당에 가보기위해 스크랩합니다^^ 후기 감사합니다~
동쪽기러기
2025-02-06 10:49:24
크루즈 없이 아침/저녁/호텔 일정까지 정해야 했으면 정말 정신이 없을 뻔 했습니다.
"쓰리스타"보다는 "삼별"이 정겹긴 하죠? ㅋ
여행의맛
2025-02-06 02:25:19
너무 재밌게 후기 잘 읽었어요. 최근에 다녀온 곳들이라 후기가 더 생생하게 다가오네요. 동쪽기러기님이 이 여행을 얼마나 정성스레 오랫동안 계획하신건지 느낄수 있었어요. 콜로세움 티켓팅 진짜 어려운데 대단하시네요.
기항지들이 너무 매력적인 도시들이라 안내릴 수도 없고 시간맞춰 일정을 플랜하는게 쉽지 않았을탠데 너무 애쓰신게 느껴지고 어머님이 진짜 좋은 효자를 두신거 같아요.
딸아이가 아무것도 모르는것 같지만 우피치 미술관과 바티칸에서 본 명작들을 평생 기억할 거에요.
그라나다 공짜 타파스 경험해보고 싶었는데 그라나다에서 한식당 미소 라는 곳이 너무 맛있어서 거기만 갔었어요. 그리고 맛집이라고 갔던 타파스 bar도 타파스를 무료로 주진 않도라구요. 스페인에 술시키면 공짜로 타파스 주는 문화는 그라나다에만 남아있다는데 그걸 경험 하지 못해서 아쉬웠어요.
크루즈 후기는 많지 않은데 자세히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동쪽기러기
2025-02-06 10:57:30
콜로세움도 그렇고 바티칸도 그렇고 티켓팅 제도 자체가 비판이 있는 것 같더라고요. 당국에서도 그래서 이런 저런 시도를 하는 것 같은데, 개선을 시도하는 와중에 저희 일정이 껴 있어서 더 혼란스러웠습니다.
말씀해주신대로 정말 매력적인 기항지들이 많았습니다. 더 꼼꼼히 보지 못한게 아쉽긴 하지만, 그렇게 아쉬움을 남기고 떠나야 언젠가 또 다시 돌아올 핑계거리가 된다는 생각으로 여행을 했습니다. 딸 아이가 나중에 어른이 됐을 때 자기 친구들과 다시 여행을 갔을 때 엄마, 아빠, 할머니를 다시 한 번 생각해주면 고마울 따름이죠.
타파스도 말씀해주신대로 팔마나 바르셀로나 가니까 '술 한잔 + 안주 한 접시' 하는 식당이 없는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그라나다에서 정말 아무 계획 없이 들어갔던 그 식당이 더 기억에 남았습니다.
소서노
2025-02-06 05:53:23
마치 저도 같이 여행 다녀온 듯한 후기네요. 크루즈는 항상 가보고 싶지만 기회가 안 되어서 못 가는 그런 거였는데, 여러가지 꿀 정보 얻고 가요.
꼼꼼한 정성글 감사합니다!
동쪽기러기
2025-02-06 11:01:23
원하는 방을 잡으려면 반 년 이상 전 부터 보통 예약이 필요한 편이라 계획 세우기가 쉽지가 않더라고요. 저희도 예약을 거의 1년 전에 하면서 '이 계획이 과연 1년 후에도 별 일 없이 진행이 될까'하는 마음이 있었습니다. 다행히도 가족들이 다 건강하게 1년을 보내서 계획대로 여행을 다녀올 수 있었고 덕분에 좋은 추억을 만들고 왔습니다.
고래의꿈
2025-02-06 06:15:11
유럽 크루즈 장단점을 자세히 써주셨네요. 덕분에 다음에 갈때 고려할 점이 무엇인지 잘 알았습니다.
어머님하고 삼대가 하는 여행이라니 대단하세요. 따님 뒷모습이 굉장히 신나 보입니다 ㅎ
동쪽기러기
2025-02-06 11:05:04
여행을 준비하면서 의외로 마일모아에 아직 유럽 크루즈 후기가 많이 없다는 것에, 특히 제가 신경을 많이 썼던 입출항 시간에 대한 제약에 관한 이야기를 찾을 수 없었다는 점에서 놀랐습니다. 그래서 여행기도 그 부분에 초점을 맞추어서 써 봤는데 다른 분들께 도움이 많이 되었으면 좋겠네요.
삼대가 함께 하는 여행은.... 어머니가 그래도 힘드셨을텐데 저희한테 맞춰주셔서 잘 다녀오지 않았나 싶습니다. 다만 날씨가 더우니까 제가 자꾸 딸 아이한테 잔소리가 심해져서 미안하더라고요.
아카스리
2025-02-06 06:15:13
생생한 후기 공유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너무 재밌게 읽었어요! 저도 오마이크루즈님 통해 Norwegian 앙코르타고 알래스카 크루즈 계획하고 있어요. 저도 엄마랑 둘만 가는데 너무 도움이 되네요. 아시안 스페셜티 식당에 옵션이 많지않아서 food republic 예약했는데 취소해야 할까요? ㅠㅠ ㅎ 정성스런 후기 너무 감사합니다!
동쪽기러기
2025-02-06 11:15:43
음... 식당 음식이 recipe가 좋아도 조리하는 사람이 음식을 못하면 맛이 없는 것 같아요. 일례로 10년쯤 전에 San Francisco에 놀러 갔을 때 In & Out 버거가 맛있다길래 Pier 39 근처에 갔었는데요, 사람이 엄청 많아서 주문이 밀려서 그런지 버거도 후라이도 만들다 만 것 같은 걸 주더라고요.
최근 들어 NCL의 Free at sea가 More at sea로 바뀌면서 specialty 식당에 대한 정책이 또 어떻게 바뀌었는지는 모르겠는데요, 제 기억에 Food Republic은 specialty 식당 무료 이용권으로 가면 사람당 요리를 서너개쯤 시킬 수 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저희 가족은 무료 이용권을 거기에 쓰기에는 조금 아쉬울 것 같아서, Food Republic에서는 그냥 단품으로 시키고 돈을 냈습니다. (그런데 다 안 먹고 남겼어요)
단거중독
2025-02-06 07:52:50
정성스러운 후기 감사합니다.. 저도 예전에 서부, 동부 셀러브리티, 홀랜드 타고 유럽 크루즈 했었는데.. 서부의 경우 정박도시가 가까이 붙어 있는 경우가 많아서 (마르세이유, 니스, 모나코 등, 혹은 피사, 치비타베키아, 나폴리 등) 밤에 늦게 까지 놀고 싶으시면 미리 말하고 늦게 까지 놀다가 개인 이동해서 다음 정박도시에서 배를 타시면 됩니다.. 동부는 대부분 섬이라 좀 힘들구요. 전 회사에 일 생겼다고 중간에 내리는 경우도 봤어요. 크루즈에서 만난 커플이었는데.. 자기네 내리면 자기네 캐빈에서 머물다가 내리라고 하더라구요.. 그 커플은 스위트 전 일반 발코니였는데... 그냥 고맙다고 했네요.. 거기서 만난 다른 커플은 더 좋은 스위트에 있었는데.. 화장실이 왠만한 집의 화장실 크기이고 발코니에 자쿠지가 있더라구요.. 거실, 부엌 등이 따로 있구요.. 좀 부럽더라구요.. 캐리비안의 경우 늦게 도착해서 배 놓치는 경우 자비로 비행기 타고 이동해야 된다고 들었구요. 기러기님 사진보니 크루즈 가고 싶네요..
동쪽기러기
2025-02-06 11:19:47
도시가 가까운 경우에는 정말 그런 방법도 있겠네요! 세비야-그라나다 이런 구간은 그런 방법도 가능할 수 있겠어요.
크루즈 큰 방들은 유튜브 방 리뷰 보면서 보면 정말 별의별 방들이 다 있더라고요. 다만 혹시나 하는 마음에 가격을 찾아보면 바로 접게되긴 하더라고요 :)
포카텔로
2025-02-06 08:59:09
소중한 후기 감사합니다. 저도 언젠가 부모님 모시고 가 보고 싶네요.
동쪽기러기
2025-02-06 11:21:13
단점도 명확하긴 하지만, 부모님이랑 같이 갈 때에는 그만큼 장점도 있는 여행 수단인 것 같아요
낮은마음
2025-02-06 10:03:54
우와 이렇게나 상세한 여행 일기를 올려주셔서 감사합니다. 함께 다녀온 느낌입니다. 포르투칼 한번 가보고 싶었는데 크루즈와 연결해 일정을 잡고싶은 욕심이 나네요
동쪽기러기
2025-02-06 11:25:12
포르투갈이 지중해를 벗어나 있어서 크루즈 상품이 많지는 않더라고요. 그래서 어쩌면 더 쉽게 선택을 하실 수 있으실지도 모르겠네요. 전에 보니까 영국에서 출발해서 스페인 북서쪽에서 부터 해서 이베리아 반도를 찍고 오는 상품도 있더라고요. 처음 유럽을 가는 딸 아이가 아니었으면 이런 일정도 괜찮았겠다 싶더라고요.
ENine
2025-02-06 11:07:41
매일매일 일정이 정말 타이트하게 보내셨네요 후기 감사드립니다
동쪽기러기
2025-02-06 11:30:14
어휴 아주 그냥 매일 다섯시반쯤 일어나서 돌아다니니까 살도 안찌더라고요.
아침에 일찍 일어나서 평소엔 안 챙겨먹던 아침부터 먹고, 여행 돌아와서는 아직 저녁이 안 된 시간이지만 더워서 맥주에 안주 좀 먹고, 저녁에는 또 크루즈밥 놓치면 아까우니까 또 와구와구 먹고, 이렇게 계속 먹게 되어서 정말 10박 동안 배가 한 순간도 꺼지지 않는 느낌이었거든요. 이러다보니 여행 끝나고 와서 체중계 올라갈 때 걱정이 되었는데요 체중이 떠나기 전 그대로였습니다.
세계일주가즈야
2025-02-06 12:05:03
정성스러운 후기 감사드립니다. 부모님 모시고 꼭 가보고 싶습니다.
동쪽기러기
2025-02-06 12:25:41
저희도 제가 중학생 때 이후로 처음으로 부모님과 함께 가는 관광지 위주 여행이었습니다. 유럽이 요즘 그렇게 덥다는데 이거 너무 무리한 일정 아닌가 하는 걱정이 많았는데요, 갔다오고 나니 그래도 역시 가보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미스죵
2025-02-06 14:06:41
와 찐 자세한 후기 감사합니다. 저희 엄마도 많이 못 걸으시는데 크루즈 여행이 괜찮겠다 싶어요 배에서 쉴수도 있고 나가서 놀수도 있고요. 다녀오신정도의 여행 일정 크루즈면 비용은 어느정도 였을까요?
동쪽기러기
2025-02-06 16:09:55
저희는 의논 끝에 화장실 두 개가 필요하다고 생각해서 방을 두 개 했습니다. 그 중 한 방 가격이 세금 및 기타 부대 비용 포함해서 예약시 가격으로 2명에 6천불이었습니다. 이 가격은 shore excursion비용은 포함 안 된 가격입니다. (즉, 한 사람당 하루에 300불 정도였습니다.) 다만 저희는 코스를 위주로 알아보다 보니 첫 출항한지 1년도 안 된 새 배를 탄 거라 (심지어 예약할 때에는 아직 조선소에서 인도도 되기 전이었습니다) 그에 따른 비용을 치렀을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만약 Norwegian Cruise Line으로 알아보실 경우에는 많이들 선택하시는 패키지(이제는 more at sea라고 불린다고 하네요) 가격이 포함되있는 가격인지에 따라 표시되는 가격이 수백불씩 다르게 보이니 유의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이 패키지가 완전 공짜는 아니고 팁 명분으로 추가 금액을 받는데요 저희 입장에서는 추가 금액이 납득되는 범위였어서 선택을 했습니다. (다만 Wi-Fi package는 접속만 해 있어도 시간이 가버리기 때문에 그다지 유용하지는 않더라고요. 저는 실수로 방에 처음 들어가고 나서, "이거 잘 되나 볼까"하고 확인한 후에 그냥 놔뒀더니 출항도 전에 다 써버렸습니다.)
https://www.ncl.com/cruise-deals/more-at-sea
미스죵
2025-02-06 16:39:52
움직이는 올인클이라고 생각하면 하루에 인당 300불 정도면 크게 높다는 생각은 안들긴 하네요!!! (그리고 여러나라 여행할수 있고) 정보 감사합니다!!!
동쪽기러기
2025-02-06 21:25:23
아 그리고 저희는 어머니만 10박 스파시설 이용권을 따로 결재했어요. NCL 여러 배들은 스파시설이 높은 층에 전망 좋은 곳에 만들어 놓아서, 사우나 나왔다가 뜨끈한 stone bed에 누워서 경치를 볼 수 있게 해 뒀거든요. 혼자서 혹시나 헤매시지 않게, 승선일날 시설 투어할 때 같이 방문해서 라커룸 위치 같은 것 안내받았고요.
Stonehead
2025-02-06 16:55:09
상세하고 정보가 가득한 후기, 대단히 감사합니다. 리스본 편은 올 가을 계획 중인 포르투갈 여행에서 많은 도움이 되겠습니다. 그런데, 저희도 AA 를 타고 마드리드에 도착하여, Iberia Airlines 로 갈아타고 Porto 에 도착하는 스케줄인데, Layover 시간이 1시간 15분입니다. Iberia app에서 check-in 은 가능할 것 같아 Bording Pass 는 가질 것 같은데, 만일 동쪽기러기 님처럼 나갔다 들어와야 할 경우 입국심사를 포함하여 시간이 촉박할 것 같아 걱정입니다. 동쪽기러기 님은 마드리드에서 리스본 행 비행기를 타실 때까지 얼마나 시간이 걸리셨는지요?
동쪽기러기
2025-02-06 21:44:30
저희는 명목상 오후 6시 도착 8시 10분 출발 이었는데요 정상 출발한 국제선이 흔히 그러듯이 실제 도착시간은 6시보다 빨랐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저희가 있었던 때에는 공항이 한적한 편이긴 했는데요 그래도 입국 심사는 20분 정도 걸린 것 같았고, 표 받고 다시 보안 검색 할 때에는 거의 줄을 안 섰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입국장 터미널과 TAP Air Portugal 티켓팅 터미널이 다른 건물이긴 했지만 실내로 통해서 금방 갈 수 있는 거리였고요. 다만 1시간 15분이면 표를 잘 준비해 가셔서 바로 통과하시는 것이 좋을 것 같네요.
저희는 처음에 "이거 진짜 나가도 되는거 맞아?"하면서 헤매느라 시간을 쓰고, 나와서도 항공편 status 앱에 나오는 터미널 번호와 공항 표지판에 나오는 항공사 터미널 번호가 달라서 또 조금 헤맸습니다. 나중에 알고보니, 티케팅 카운터가 있는 정보는 당연하게도 공항 표지판 정보가 맞았고, (항공사 직원이 자기도 모른다고 말했던) 게이트 번호는 항공편 status 앱에서는 항상 미리 공개가 되어 있었습니다. 그러면서 게이트가 위치한 터미널이 티케팅 카운터가 있는 터미널이랑 달라서 혼돈이 있었던 것이고요.
Stonehead
2025-02-06 22:14:10
답변 감사합니다. 2년전 마드리드 공항을 들렀는데, 기억이 많이 없네요. 말씀들으니 한결 마음이 놓입니다. 또 저희 여행은 비수기인 11월이고 오전 7시20분 도착 예정이라 공항이 붐비지 않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동쪽기러기
2025-02-06 22:26:30
제가 더 도움을 드릴 순 없겠지만 화이팅입니다!
Inyourarms
2025-02-06 22:26:14
어머니가 정말 너무 좋으셨을거같아요. 저도 부모님 모시고 유럽가고싶은데 정말 부럽습니다. 정성후기도 감사해요. 잠이와서 좀 빨리 읽었는데 또 복습하겠습니다!
동쪽기러기
2025-02-06 22:29:48
어머니께서 "여행 후에 내가 삶에 대해 조금 더 긍정적인 태도로 바뀐 것 같다"라고 말씀하시는 것을 듣고 뿌듯했습니다. 조금 무리가 있는 여행이었지만 가보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