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나라 초대 주미대사라고 할 수 있는 박정양 선생께서 쓰신 <미속습유*>에서는 콜로라도를 골로내도, 로키마운틴을 루옥산으로 소개하고 있습니다.
워싱턴을 화성돈이라고 불렀던 건 이제 많이 알려져있죠. (* 미속습유 소감 https://blog.naver.com/wtp53/221761379477)
지난번 루옥산 하이킹 코스 소개하는 글의 댓글에 Alpine Visitor Center 라는 곳을 잠깐 언급한 적이 있습니다.
Bear Lake에서 나와 처음 만나는 삼거리에서 Estes Park 시내나 Denver 로 향하는 US36 대신 US34로 길을 잡으면
말 그대로 로키산맥의 산기슭을 달리다가 결국 산을 넘게 됩니다.
그 길의 제일 높은 곳에 자리한 쉼터가 바로 Alpine Visitor Center인데
해발 3600 미터에 기념품 가게, 식당, 알파인 뮤지엄 등이 있습니다.
이곳에서 걸어서 산 꼭대기까지 조금 더 올라갈 수가 있습니다.

대략 이런 분위기이고, 아래 보이는 곳이 Alpine Visitor Center, 거기 가르마처럼 이어지는 길이 산맥과 나란히 달리는 US34 입니다.
오늘 소개하려는 곳은 이곳은 아니고,
바로 저 아래 US34를 타고 가다보면 나오는 Continental Divide (Great Divde 라고도 불리우나봅니다) 라는 곳입니다.
한국에는 우통수라는 곳이 있습니다.
오대산 자락에 있는 작은 샘인데, 이곳이 아주 오랫동안 한강의 발원지로 알려졌었죠.
또 섬진강의 발원지는 진안 봉황산의 상추막이 골 (데미샘)이라고 하지요.
저는 여행 다니면서 경치 좋은 곳보다도 오히려 이런 곳이 유난히 끌리더라구요.
그래서 몇 년 전엔 북미대륙의 끝이라고 하는 Barrow에 하루종일 해가 뜨지않는 계절에 다녀왔고, 다음엔 남미대륙의 끝인 Ushuaia를 가볼 참입니다.
저, Alpine Visitor Center에 방문하던 날 우연히 발견한 작은 호수가 있었는데 그 곳의 물이 바로
대서양과 태평양으로 갈라져 흐른다고 하네요.

https://youtu.be/jz-QDRc6pWk?si=nPI700VHEAK3fEG6
물따라 나도 가면서 / 안치환
경관으로 보자면 이곳 위 아래로 워낙 장대한 스케일의 경치들이 있는지라 결코 주목 받을 수 없는 작은 호수에 불과하지만
이제 막 지구의 크기와 지리를 깨우쳐가는 아이들이 있다면 꼭 들러볼 곳이라고 생각되어 소개해보았습니다.
로키산맥 국립공원은 입구가 크게 네 곳이 있는데 세 곳은 콜로라도 동북 쪽에 몰려있습니다.
나머지 한 곳이 'Kawuneeche'라는 곳인데, Alpine Visitor Center에서 나와 위에 소개한 US34를 타고 가다보면 나옵니다.
로키산맥 대부분의 하이킹 코스가 호수나 산 봉우리로 이어지는 코스인데 반해
이곳에는 콜로라도 강을 따라가는 Colorado River Trail 이라는 평탄한 코스가 있어서 아이 동반한 가족 산행에 매우 적합합니다.
그리고 이곳에서 빠져나오면 Granby (or Grand Lake) 라고 하는 정말 멋진 호수 마을이 나오죠.

아주 큰 두 개의 호수로 이루어진 마을인데, 가을 정취가 좋습니다.
스키장이 주변에 많은 덕택에 가을엔 Wyndham Points로 Vacassa 예약을 이용하면 좋은 콘도나 리조트 등을 예약할 수 있습니다.
제가 이용한 곳은 Base Camp 라는 이름의 투베드룸이었습니다.

이 그랜비라는 곳이 가을에 정말 분위기 좋더라구요.
개인적으로 보석같은 곳이라고 생각되어 은퇴지로도 잠깐 생각해본 곳이기도 합니다.
인근에 식당은,
Sagebrush 와 The Hub 라는 곳이 갈만했구요.
The Hub 라는 곳은 위치가 아주 좋습니다. 커다란 Granby Lake가 바로 앞에 있습니다.
만약 덴버 서쪽에서 출발하시는 분들이라면
이곳을 먼저 들러, Kawuneeche Entrance를 통해 Bear Lake로 가시는 일정을 짜시면 되겠습니다.
Aspen을 들렀다가 오시는 분들도 여기를 통해 Bear Lake를 가시는 거죠.
의외로 초가을 쯤 로키 여행 계획을 세우신 분들이 많아보여서 시간을 좀 내 보았습니다.
늘 그렇듯, 처음 시작할 때 계획했던 것보다 빠진 정보들이 많습니다만,
그런 것들은 댓글이나 업데이트를 통해 추가해보도록 하겠습니다.
특히 10/9일 여행 계획있으신 분이 계셔서 예정없이 급하게 올려보았습니다.
멋진 가을들 보내시기 바랍니다.
산에 와 생각합니다
바위가 山門을 여는 여기
언젠가 당신이 왔던 건 아닐까 하고,
머루 한 가지 꺾어
물위로 무심히 흘려 보내며
붉게 물드는 계곡을 바라보지 않을까 하고,
잎을 깨치고 내려오는 저 햇빛
당신 어깨에도 내렸으리라고,
산기슭에 걸터앉아 피웠을 담배연기
저 떠도는 구름이 되었으리라고,
새삼 골짜기에 싸여 생각하는 것은
내가 벗하여 살 이름
머루나 다래, 물든 잎사귀와 물,
산문을 열고 제 몸을 여는 바위
도토리, 청살모, 쑥부쟁이뿐이어서
당신 이름뿐이어서
단풍 곁에 서 있다가 나도 따라 불거져
물위로 흘러내리면
나 여기 다녀간 줄 당신은 알까
잎과 잎처럼 흐르다 만나질 수 있을까
이승이 아니라도 그럴수는 있을까
- 나희덕, 시월에 -
한가한 느낌이 참 좋네요. 글과 사진, 시, 모두 감사드립니다.
네, 그날 참 한가했던 기억이 아직까지 남아있네요.
인근지역이라 어쩌면 비슷한게 당연할수도 있지만 첫번째 사진은 아스펜 넘어갈때 들렀던 Independence Pass에서 봤던 느낌과 비슷하네요. 제가 스키같은 겨울스포츠를 즐기지 않아서 그런가 콜로라도는 겨울보다 가을이 더 좋네요. 여행 후기 잘 봤습니다.
네, 미국에서 산 넘어가는 길들이 다들 비슷하더라구요. Pikes Peak 가는 길도, 몬태나에서 엘로우스톤 들어가는 길도 다들 저런 느낌이더군요.
대서양과 태평양으로 나누어져 가는 호수라니, 아들과 함께 가보고 싶습니다.
정말 오랜만에 시를 읽었고,더더 오랜만에 한자를 읽었는데 山門 을 읽는 순간 갑자기 k-pop demon hunteres 의 "혼문" 생각이 나서 혼자 웃습니다 ㅎㅎ
저는 틴에이저 딸하고 함께 갔었는데, 흥미있어 하더라구요. 아드님이 어리면 지도 한장 준비하셔서 함께 다녀오시면 좋은 기억으로 남을 거라고 생각됩니다.
벌써부터 그립네요. 저희도 그랜드 레이크 쪽에서 캠핑한적 있는데 한적하고 참 좋은 동네였습니다.
동네 참 좋죠. 아쉬운 점이라면 정말 위치 좋은 숙소 건물이 있었는데 비즈니스를 하지 않는 것 같더군요.
이곳 뿐만 아니라 콜로라도의 많은 곳들이 시간 지나면 정말 그리워질 곳들이죠.
저도 만약 한국으로 돌아가게되면 죽는 순간까지 그리워할 거라는 걸 지금 이미 느끼고 있습니다.
정말 살기 좋은 콜로라도죠.
저도 브룸필드 거주자라 집 밖으로 나가기만하면 경관 맛집인데 막상 주말엔 야드 워크, 생필품 쇼핑, 밀린 한국 프로 보기 등등을 하다보면 어느새 월요일이네요. 서울 직항도 고려중이라고 하니 더이상 바랄게 없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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