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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가온(?) 경제 위기를 가늠하는 중요한 포인트들

urii, 2020-03-19 09:4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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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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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교 신약 성서에는 "그 날"이 도둑같이 오리라는 표현이 많아요. 신자가 아니라도 이름만은 친숙한 Paul, Peter & John이 다들 사용하는 것 보면 아마 그 당시에 널리쓰이던 표현인가 봐요. 성서를 읽어 보시진 않았어도, 예전에 휴거 온다고 난리났을 때 한국 계셨던 분들은 좀 들어보셨을 거예요;; 

 

For you yourselves are fully aware that the day of the Lord will come like a thief in the night. While people are saying, “There is peace and security,” then sudden destruction will come upon them as labor pains come upon a pregnant woman, and they will not escape.

 

경제위기가 정말 도둑 맞듯이 오는지는 잘 모르겠고, 개인적으로 위에 인용한 구절에서 임산부의 산통은 꽤 들어맞는 비유인것 같아요.

임신을 했으니 올 건 알고 있 는데 정확히 언제 시작될 지는 의사도 임부도 모르고, 시작되는 과정도 긴가민가 헷갈리게 시작하기도 하고 너무나 확실하게 시작하기도 하죠. 더 문제는 시작하면 고통스러운 contraction을 얼마나 반복해야 끝나는지를 몰라요.. 

 

잡설로 시작하는 이유는, 제가 그렇게 대단해서 뭘 맞추겠다는 것도 아니고 맞출 수 있는 성격의 문제도 아니라는 걸 전제로 깔고 싶었고요. 코로나 바이러스의 확산 추이 지켜보듯이 경제 상황도 심상치 않다보니 다같이 열심히 관찰하고 생각하고 준비하고 계획하셔야 한다는 취지에서 아는 만큼 정리해보고 싶었어요. 잘못된 부분이 있다면 지적 부탁드립니다.

 

얼마나 크고 깊은 경제위기가 될 것인지, 경제위기가 되긴 할 것인지를 가늠하기 위한 크고 작은 포인트들:

 

1.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과 대응에 따르는 사회적, 경제적 피해의 범위와 기간

- 너무나 당연하죠. 여름까지는 진정되는 시나리오를 생각하고 있는 것 같은데, 이미 리세션을 피해가긴 어려운 시점이 된 것 같고 길어지면 길어질 수록 경제의 타격도 당연히 크겠죠. 아무쪼록 최소한의 인명피해로 사태가 넘어가면 좋겠고, 다들 건강히 이 시기를 잘 견딜 수 있었으면 해요. 

 

2. (초단기 포인트) 초대형 은행 (G-SIB) 들의 자금 운용 추이

- 저번 Great Recession 이후 Globally systematically important bank? 들, 그 중에서도 미국 은행 (보통 마일모아에서 친숙한 이름들입니다) 에 대한 삼중사중 규제들이 둘러쳐져서, 이 은행들은 망하고 싶어도 못 망한다는 이야기가 있고 아직도 그에 대한 믿음은 크게 흔들리지 않는 거 같아요. 문제는 갑자기 시장의 유동성이 위축되고 자산가격이 급변하는 지금, 정작 중요한 역할을 해야 되는 초대형 은행들이 옴싹달싹 못하고 (안하고?) 있는 정황이 며칠동안 나타났어요.

 

경기가 좋을 때 안전유동자산을 충분히 킵하게 하는 장치가, 경기가 나쁠 때 오히려 걸리적거리게 되니 많은 문제들이 파생되었는데 그 중 하나가 미국 재무부 채권 시장에 유동성이 없어서 요동쳤고요. 금융기관들에게는 (toilet paper보다 귀한) 담보이자 최애 유동자산인데 이 시점에 그 가정이 무너지면 큰일이기 때문에 연방준비은행이 바쁘게 움직였죠.

 

또 하나 표면으로 불거진 문제는, 잘 알고 계시는 etf시장이 고삐가 풀려 버렸어요. 이른바 market maker들이 부지런히 etf를 사고 팔 수 있어야 각 etf 베이스의 평가액 (NAV)이랑 etf가격이 연동이 되어 가는데, 이 쪽은 거진 돈 빌려서 움직이는데 며칠간 돈 줄이 막혀 있어서 etf가 싸게 나오든 말든 지켜볼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된 걸로 알고 있어요. 특히 채권etf는 그에 더해 채권시장도 유동성이 마르다보니 portfolio pricing이 되질 않고 있는 것 같아요. 그래서 etf가 그야말로 베팅 마켓이 된 채로 돌아가고 있는 것 같아요.

 

Fed에서 Primary Dealer Credit Facility를 내일 (3월 20일)부터 돌리면서 은행들에게 주식이든 회사채권이든 다 담보로 받고 돈을 융통해주기로 했는데, 하루 전인 오늘부터 좀 은행들의 유동성 공급 기능이 풀려가는 걸 본다면 전 이 문제는 당분간 안심할 거 같아요. 안그래도 비즈니스들이 바이러스 사태로 인해 크레딧 라인을 다같이 당겨서 현금을 빼고 있는데 (못 믿을 정보에 의하면) 일주일 새 두배씩 늘고 있기 때문에, 오늘 내일 이걸로 뚫리지 않으면 결국 문제가 되는 규제들을 들어줘야 되거나 아니면 금융섹터에서 또 간판 내리는 이름을 조만간 봐야 할지도 모르겠어요. 

 

(위험 사인: upward spike in LIBOR / SOFR; sustained large bid-ask spread in 10yr-30yr treasuries)

 

3. 달러 환율과 타국(들)의 외환위기 위험성

미국에서 0% 금리 하겠다고 했는데도, 달러가 빨리 오르고 있고, 어떤 메이저 통화랑 짝을 지어도 오르고 있어요. 다들 아시듯이 코로나 바이러스 문제 안 겪고 있는 나라가 없다보니까 국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책금리는 내려야 되는데, 돈이 다 빠져나가기 시작하면 막기 위해서 올려야 되고, 외환위기 겪은 한국인들에게 익숙한 딜레마죠. 

빚도 다들 많다보니 emerging market부터 하나씩 위험한 나라들이 불거질 수 있어요. 달러가 오르는 게 원인이자 진행 신호이면서 결과가 될 수도 있죠.

 

지금 고정환율 하고 있으면서 달러스왑 없는 나라들(?)은 중앙은행의 움직임을 민감하게 지켜볼 수 있어요. 지금 목격하고 있는 바이지만 90년대랑 또 사정이 달라서 미국 경제라고 영향이 없을 수 없고요.

 

(위험 사인: 환율/ 국내 경제 상황이 심각해도 버티거나 정책금리 올리는 중앙은행, 미국 재부부 장기 채권의 투매) 

 

4. 회사 빚 Corporate debt의 만기와 이자율 스프레드, credit rating 다운그레이드

많이들 여기서도 지적하시는데, 저번 리세션은 부실 모기지였다면 이번에는 부실 회사 빚이 문제가 된다는 데에 의견이 모이는 거 같아요. 그간 빌렸던 빚들이 올해 2020년부터 본격적으로 만기 시점이 다가옵니다. 액수도 커지지만 은행론/채권 불문 이른바 정크 등급 만기의 비중이 2020년부터 이제 커지는 시점입니다. 상황이 상황인지라 refinance가 쉽지 않은 기업들이 많을 거고요. 많은 이들이 경악하는 와중에서도 2016-2018년 발급된 leveraged loan은 2024년까지 가야 피크인 걸로 알고 있어요. 

돈을 계속 쉽게 쉽게 빌릴 수 있는 시즌에는 만기가 문제가 안되지만.. 돌려막기가 안되는 시점이 언젠가는 올텐데 이미 와버린거 같아서 걱정입니다.

안그래도 negative cash flow 기업들이 변동 금리로 땡긴게 많기 때문에 경제가 이렇게 가면 만기까지 가기도 전에 쿠폰 지급 못하는 회사들도 꽤 생길 거고요. (3 month LIBOR가 Fed 덕분에 확 내려갔다가 다시 올라가는 것도 앞으로 2번이랑 엮어서 지켜봐야 합니다).

기업 빚 칵테일이라 할 수 있는 CLO를 저번 사태때 CDO랑 많이 견주지만, 여러가지 차이점들이 많고요. 그럼에도 만약에 터지게 된다면.. 이게 시발점이 된다기 보다는 이미 08년 사태보다 훨씬 큰 상태로 번진 후의 부채질 격이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Fed가 이제 commercial paper는 서포트 해준다지만, 정크 등급까지 사들일 수 있는 단계와는 인터스텔라 급의 차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제 와서 바이러스 사태 진정으로 금방 끝날 수 있는 성격이 아니고, 몇 년간 고생하리라고 보는 이유입니다. (물론 다른 의견들도 듣고 싶습니다)

 

(위험 사인: 부도, 넓어지는 채권 스프레드, fallen angels, 올라가는 3 month LIBOR)

 

일단 생각나는 것들 적으니 4가지이네요..

 

다들 건강한 몸으로 바뀐 생활도 잘 적응해나가셨으면 좋겠습니다!

앞서 인용했던 성서 구절에는 이어지는 메시지가 있는데, 종교와 상관없이 같이 읽어보시면 좋을 것 같아요. 

 

let us be sober, having put on the breastplate of faith and love, and for a helmet the hope of salvation.

 

(3월 31일 작성 내용)

요즘 열일인 Fed에서 오늘은 또 FIMA repo facility라는 걸 발표했는데, 타국 중앙은행들에게 us treasury를 담보로 달러를 빌려주겠다는 (즉, 중앙은행끼리의 repo를 하겠다는) 건데요. 직접적인 이유는 보도자료에서 밝혔듯이, 달러가 급하다고해서 미국 국채를 채권 시장에서 막 내놓으면 곤란하니까 그냥 직접 오면 빌려준다는 거죠. 댓글에서도 얘기가 나왔는데, 이미 달러스왑+QE infinity로 달러도 꺾이고 재무부 채권 시장이 정상화되어 가는 것 같았는데 오늘 중앙은행 repo까지 들고 나오는 배경은 좀 더 생각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1) (상식적인 추론) 말이 무제한 QE이지, 앞으로 엄청나게 미국 정부에서 새로 발행할 물량 더하기 타국의 외환보유고에서 대방출될 수 있는 물량을 다 커버해야하는 사이즈로 가는 것은 Fed로서도 원하지 않는게 분명하고요.

2) (주관적이지만 개연성있는 추측) 스왑이 맺어진 14개국 이외의 국가 중에 그것도 미국 재무부 채권을 무진장 많이 갖고 있는 국가 (=C국)에서 달러수요가 치솟는 것 같아요. 그렇다고 이 시점에 us treasury를 팔아치우는 것은 양국 다 피하고 싶고 그렇다고 직접 스왑을 맺긴 어렵다보니 대안으로 나오는 것 같습니다.

 

(4월 7일 오후 업데잇) (목차로 돌아가기)

미국 은행과 Fed/연방정부: 

Fed가 지난 몇 주간 쏟아놓은 정책의 대부분과 CARES act와 함께 시작한 Payment Protection Program이 사실 시중 은행들을 매개로 작동하게끔 되어 있는데요.

원 글 2번에서도 적었지만, 특히 대형은행들은 저번 07/08년 금융위기 이후 Dodd-Frank / Basel III 의 이름으로 새로 적용된 규제들 덕분에 상당한 capital/ liquidity 쿠션을 유지해야 했습니다. 다른 방향에서 이해하면 주어진 종잣돈(tier 1 capital)으로 은행이 꾸릴 수 있는 balance sheet (대차대조표)의 크기에 겹겹이 제약이 있다보니, 자산 배분할 수 있는 여력 자체가 희소자원이 되었습니다.

경제가 잘 나갈 때 (=버블이 발생하기 쉬운 시기에) 통제불가능하게 대형 은행의 신용자산 포트폴리오가 마구 부푸는 것을 방지했다는 점에서 제대로 성공했지만, 거꾸로 은행들의 신용 공급 기능이 중요해지는 지금같은 상황에서 부풀지 못하면 여러가지로 곤란합니다. 재무부 채권 등의 안전 자산에 파킹되어 있었던 기존의 여유공간도 비즈니스들이 크레딧 라인을 다같이 땡기면서 줄어들었죠. 

예전과 다른 점이라면, 은행들의 balance sheet이 도미노처럼 쪼그라드는 것이 금융위기의 발단이었다면, 이번에는 실물 경제에서의 어려움 때문에 거꾸로 늘어나려는 압력이 작용하는데 규제적인 요인+ 은행들의 위험관리 때문에 그러지 못 하는 것이 문제가 되는 것 같아요. (대형은행들 예금까지 늘어나고 있더라고요).

 

많이 신청하고 계시는 PPP 대출 신청을 처리하는데 유독 대형은행들이 더디거나 찔끔밖에 움직이지 않는 배경이 여기에 있습니다. W은행 같은 경우는 정말 꽉꽉 들어찼기 때문에 하루도 제대로 신청 다 못 받고 닫은 거고요. 다른 대형은행들도 룸이 적기도 할 뿐더러 그렇다고 다른 자산들을 정리하면서까지 희소자원을 재배분하기에는 정부보증 감안하더라도 1% 대출이 너무 리턴이 적은 자산이죠. 더해서, 돈세탁 방지 관련한 은행의 의무들이 있기 때문에 기존 클라이언트 우선으로 처리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물론 이른바 'community bank'라고 통칭하고 있는 소형은행들은 또 많이 다른 상황이기 때문에, 지금까지는 소형은행들이 부지런히 일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저는 뱅커가 아니다보니 뱅커 분들이 컨펌하실 수 있는 사안인 것 같아요)

 

이 문제 관련해서 연방준비은행도 여러가지를 하고 있습니다. 지난 주 수요일부터 은행들이 들고 있는 재무부 채권은 (Basel III 규제 관련해서는) 자산에서 열외로 쳐주기로 한 것이 당장 이 문제에도 좀 도움이 될 거고요. 직접적으로는 어제 (4월 6일) 발표한 것으로, 은행들이 일단 론을 originate하면 그 론을 Fed에서 사들이겠다는  계획이 나왔습니다. 그렇게 되면 은행 대차대조표에 PPP 론이 들어 앉아있을 필요가 없기 때문에, (의회에서 PPP 배정예산을 늘린다는 전제 하에) 사실상 Fed가 시중 은행들을 론 브로커로 활용하는 것과 다를 바가 없게 되었습니다. 결론은 PPP에 한해서는 은행들이 bottle-neck이 아니라 매개체 기능을 제대로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다시 시작된 제로금리 및 QE가 의도하는 신용공급 활성화는 대형 은행들의 소화 불량 문제 때문에 효과가 아직은 불투명해보입니다. 은행들의 현금(reserve) 밸런스는 1주일 단위로 업데이트되어서 내일 (4월 9일)보면 좀더 알겠지만 적어도 4월 1일까지는 Fed가 열심히 사들인 채권의 상당부분이 은행들의 Fed 계좌에 현금으로 그대로 예치되어 있었습니다. 중요한 통화정책 전달채널에 시동이 잘 안 걸리고 있다는 거죠.

 

미국 부동산:

Fed도 은행이자 금융감독기관으로서 신용위험을 무차별적으로 떠안을 수도 없고 곤란하 문제가 생기기 때문에, 아직 서포트하겠다고 않고 남겨놓고 있는 자산 부류들이 있습니다. 이른바 정크 등급의 채권이 대표적이고, 또 점보 모기지, 대부분의 상업용 부동산들도 남겨져 있는데요. 요 모기지들은 정부나 준정부 기관의 신용보증이 없다보니 그렇습니다. 문제는 금융자본의 배분에 영향을 주다보니, 점보 모기지가 계속 제대로 돌아가지 못하거나 빡빡해졌을 때 특정 주택시장들이 집중적으로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은 댓글에서 얘기했고요. 

안그래도 삐걱거리던 상업용 부동산 문제가 정말 심각해보입니다. 위에서 새로운 규제 환경으로 은행들의 운신폭이 작아졌다고 얘기했는데요, 부동산 특히 상업용 부동산은 일종의 풍선 효과로 손발이 묶인 은행들을 대신해 은행은 아니지만 은행처럼 론을 발급하는 이른바 shadow banking의 역할이 아주 커졌습니다. 은행이 아닌 관계로 돈은 머니마켓에서 은행들에게 꿔서 부동산 론을 발급하고 그 론을 채권상품화(securitize)해서 팔거나 또 그 상품을 담보로 새로운 론을 꾸리는 모델인데요. 이런 유사은행들을 통해 상업용 부동산에 직간접적으로 투자한 많은 돈들이 Reit/연기금(pensions)/생명보험 등등입니다. 이렇게 구입한 부동산이 다시 테넌트 비즈니스들한테 렌트를 받는 거죠.

그런데 지금 상황은 테넌트들도 매출이 없으니 다같이 렌트를 못 내고, 랜드로드는 이자를 못 내고, 유사은행들은 레버리지에 의존한 모델인데 자기들이 만든 상업용 부동산 모기지 채권은 팔리지도 않고 담보가치도 없으니 마진콜로 망하고, 투자자들인 펜션이나 생명보험도 빵구나고 가입자들도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노후자금이 줄어드는 상황이 피하기 힘들어진 것 같아요. 사실 한국의 연기금이나 생명보험사들도 한국의 투자사 통해서나 직접 미국에서의 론을 끼고 최근 4~5년간 미국내 상업용 부동산에서 큰 손으로 활약했다보니 어떻게든 빼도박도 못하게 구멍이 날 거 같아요. 저도 자세한 건 모르지만 한국의 개인투자자들도 일종의 파생상품처럼 미국 상업 부동산에 투자할 수 있었다고 하네요. 

 

대통령이 상업용 부동산 오너이기도 하고.. 정치적인 압력도 있다보니 어떻게든 재무부나 Fed가 상업용 부동산에 대한 대책을 내놓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을 거 같고요. 아무튼 대형 은행들은 규제 덕분에 좀 빗겨가겠지만, 펜션 문제는 안그래도 큰 이슈였지만 더더욱 큰 논란거리가 될 거 같아요.

 

(3월 24일 아침 업데잇) 아래에서 초단기 문제로 얘기한 2번은 Federal Reserve의 융단폭격과도 같은 대처로 이제 풀려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https://www.bloomberg.com/news/articles/2020-03-24/treasuries-dysfunction-is-easing-with-strengthened-fed-measures

그 며칠동안 쫄딱 망했을 일부 헷지펀드들을 뒤로 하고 이제 정상적인(?) 베어마켓 모드로 돌아갈 것 같네요..;;  

그와 함께 달러도 좀 꺾이는 거 같아서 다행입니다. (3번) 

4번은.. 이제 시작되는 것 같습니다. credit-rating 회사들이 바쁘게 움직이고 있고, 모기지 시장은 (특히 Fed 패키지에 포함안되는 Jumbo, commercial등의 private-label) 분위기로는 이미 아비규환입니다.

 

경제지표 (4월 9일 오전):

방금 전주랑 비슷하게 엄청난 inital claim (주간 실업보험 신청 건수)이 발표되었는데요. 적어도 락다운이 해소될 수 있는 시점까지는 경제 지표가 큰 의미가 없다고 생각해요. 많은 사람들의 소득이 멈춰버린, 모두가 알고 있는 지금 상황이 통계치로 어떻게 표현되는지를 보는 정도이고요. 실업보험 신청 건수는 도리어 높은 것이 그나마 많은 사람들이 임시로나마 혜택을 보게 될 수 있다는 거 아닐까 싶어요. 

 

세계 경제 (그냥 주관적 뉴스 요약 정도로 생각하고 읽어 주세요^^) (목차로 돌아가기)

EU :

뉴스를 따라오신 분들은, Brexit과 상관없이 EU 내에 10년 묵은 균열이 봉합되지 못하고 진행 중이라는 걸 아실텐데요. 결국은 재정 흑자/ 경상수지 흑자를 열심히 찍어 오던 독일/네덜란드/오스트리아 등의 북유럽 국가가 적자와 빚에 허덕이는 이탈리아/스페인 등의 남유럽 국가들의 상황이 너무 다른데 같이 묶여 있다보니 피할 수 없는 간극이었죠, 이 와중에 Covid19이 터지고 엄청난 재정적, 통화적인 대처가 필요한 상황이 되었는데 특히나 피해가 큰 남유럽 국가들은 안그래도 빚이 많아서 추가적인 재정지출의 비용과 한계가 있다보니 EU국가 간의 갈등도 제대로 터지고 있는 거 같아요. 공동명의로 'Corona bond'를 발급해서 돈을 꾸자는 방안이 나왔지만.. 독일/네덜란드에게 단번에 거절당했고요. 심정적으로는 이해가 가죠. (나는 빚을 어떻게든 안지려고 최대한 아끼며 살고 있었는데, 그렇지 않아서 신용불량 일보직전이었던 친척이 와서 병원비가 없으니 연대보증 좀 서달라는 형국?) 전문가는 아니지만, 이런 저런 얘기를 들어보면 정치적인 제약 때문에 결국 EU가 깨져버리기 쉬운 상황같아 보여요. 이탈리아가 그냥 쓱 빠져나가는 문제가 아니라 이제는 탈퇴=국가부도인데, 그렇게 되면 유럽 중앙은행인 ECB도 와장창일 수 있어요. 안 깨지고 가는 것도 여러가지 전제조건들이 충족되어야 되어서, 그 경우에도 장기적으로는 유로화가 지금의 유로화가 아닐 가능성도 있어 보여요.

   

그리고 미국 대형은행의 안위는 전혀 걱정할 상황이 아니지만, 유럽 대형은행은 좀 걱정해야되는 상황으로 보입니다. 2008년 이후 미국의 규제적 해법은 은행들이 리스크를 덜 떠안도록 하는 방향이었다면, 유럽의 규제는 반대로 리스크에 과민반응하지 않도록 하는 쪽에 가까웠거든요. 

 

Emerging markets:

이미 아르헨티나와 에콰도르가 페이먼트를 늦추거나 조정해달라고 얘기하고 있는데요.

예전만큼 외환위기 걱정이 표면 상으로 적어보였던 이유는 그간의 뼈아픈 경험을 토대로 자국화폐 표시 채권을 발행하는 비중을 늘려오다 보니 그렇습니다 (-->환율과 상관없이, 자국 화폐를 싸게 만들어서 갚을 수 있죠).

다만 생각해야 되는 것은 1) 해외 투자자들이 이들 정부 빚을 갖고 있는 비중이 대체로 크다보니, 어차피 환율에 민감하게 국채이자율이 움직일 수 밖에 없고요. 2) 민간 섹터에서 달러로 꾸는 빚은 반대로 많아져왔기 때문에 여차하면 외환 보유고에 압박이 갈 수 있어요. 

 

중국:

여긴 뭐 중앙은행이 워낙 달러자산이 많아서 외환위기는 해당사항이 아니지만, 민간의 빚이 많아져도 너무 빨리 많아졌네요. 리부팅이 얼마나 순조롭게 진행될 것이며, 그렇게 해서 다시 올라가는 궤도가 어디이냐에 따라 아주 어려운 상황이 올 수도 있다고 봐요. 중국 경제에 대해 지식이 많지 않아서 일반론으로 접근했을때, 빚을 늘려가면서 하는 소비/투자/사업 모델이 지속 가능하려면 소득이 더 빠르게 올라야 되는데, 6% GDP 성장이 이걸 지탱하기에 충분한지에 대해서도 말이 많았거든요. 

 

(4월 9일 오전) (목차로 돌아가기)

Fed+재무부의 액션:

설마설마하던 일이 결국 일어났습니다. 연방준비은행에서 이제 정크 신용등급 채권 (high-yield bond)도 ETF를 통해서 (최근 다운그레이드된 경우는 직접) 구입하겠다고 오늘 4월 9일 발표했습니다.

당장 Ford사의 채권 거래도 갑자기 살아났습니다. (장기 채권은 거래 가격 기준 하룻밤 만에 60%가 올랐네요) Ford는 3월 24일자로 High-yield rating으로 내려갔고 이번주부터 high-yield bond index에서 가장 큰 비중의 채무기업이 된 바 있습니다.

CLO (기업 대출 패키지 채권)와 CMBS(상업용 부동산 모기지 채권)도 꼭대기 피스(senior tranche)들도 담보로 받고 돈을 빌려주기로 했고요.

 

Main Street Business Lending Program이라는 이름으로 예고되었던 중소기업들을 대상으로 하는 4년짜리 대출도 디테일이 공개되었는데, 첫 1년간은 페이먼트 없이 빌리는 론이고, 역시 시중 은행들이 발급하고 95%를 Fed에서 매입하는 형식입니다.

 

지방 정부(state and local)들을 위한 500B 신용 지원 계획도 발표되었습니다.

 

이쯤되면 Fed의 보호/지원 못 받고 있는 금융자산만 따져보는게 빠를 듯 합니다. 

 

택함 못 받은 금융자산: 주식과 non-agency 주택 모기지(jumbo/subprime) 

-->점보는 은행들이 whole loan으로 들고 있는 경우가 많고, 은행들은 Fed를 통해 유동성 조달에 문제가 없기 때문에 아마 이렇게 놔두는 것 같아요.

-->주식 구입은 재무부 쪽에서는 밀고 있는 거 같은데, 뭐 이 시점에서는 잘 모르겠습니다..

 

워낙 엄중하고 다급한 상황이다보니 할 수 있는 것은 다 하고 있고, 90년 전 대공황 때의 연방준비은행이랑은 정반대 움직임인데요. 

그 때 연방준비은행이 이렇게 과감히 움직였으면 대공황을 막을 수 있었을지 아니면 그냥 몇 년 딜레이 하고 말았을지는 여전히 남는 개인적인 의문 중에 하나이고,

이렇게 인위적인 대규모의 신용공급은 의존성이 강하다보니 과연 지금의 응급조치에서 언제 어떻게 벗어날 수 있을지도 장기적으로 생각하면 심각하게 고민해봐야 할 문제입니다. 

 

(5월 4일 업데잇) (목차로 돌아가기)

일주일에 한번씩은 이 글을 업데잇하면서 스스로 기록삼아 틈틈이 정리를 해갈 생각이었는데, 여러가지로 쉽지 않네요;; 이 곳에서나 인터넷 곳곳에서 꾸준히 정기적으로 정보를 정리하고 업데잇하시는 분들이 새삼 존경스러워집니다.

 

미국 경제 지표

우연인지 필연인지, 최근 5주간 실업급여 신청 건수(initial claims)가 발표되는 목요일마다 어김없이 주식인덱스가 오르는 현상이 계속되었는데요. 이번은 (4월 30일) 예외적으로 내려갔습니다. 물론 이 데이터 때문만은 아닌 거 같습니다만. 

실업건수가 치솟는 거 자체는 누구나 알 수 있는 상황이었고, 각 주 시스템의 한계로 사실상 max out을 찍고 있었다보니 뉴스가치가 덜했다고 한다면 이제부터는 한 주 한 주 계속될수록 누적되는 신규 실업 뉴스 무게가 커질 수 밖에 없겠죠. 

 

실업이 얼마나 많이 발생하고 있는지는 대충이나마 규모가 헤아려지고 있지만, 이제는 직장을 잃은 사람들 중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다시 일자리를 찾아 복귀하느냐랑 나란히 견주어보아야 되는 시점이 오는데요. 브레이크는 동시다발적으로 걸렸어도, 오프라인 경제활동 재개는 매우 산발적이고 점진적으로 이루어질 분위기이다보니 재고용/신규고용의 추세에 대한 가늠이 중요하면서도 쉽지 않을 것 같아요. 

정부 공식 지표는 특히 이런 시국에서 치명적인 시의적절성의 한계가 많습니다. 5월 8일 금요일에 발표될 nonfarm payroll 고용(https://www.bls.gov/news.release/empsit.nr0.htm)은 4월 둘째주 기준인데 역시나 모두가 알고 있는 것을 수치로 컨펌하는 의미일거 같고요, 그 다음주 15일 발표될 job opening/turnover는 https://www.bls.gov/news.release/jolts.nr0.htm 3월말 기준이라 한참 진행형인 실직사태에 대한 그림만 보여주겠죠. 한달 뒤인 6월 초부터 발표되는 고용지표부터가 이른바 V자 회복의 (실낱같은?) 희망에 대한 실마리를 줄 수 있을 거 같아요.

 

2020년도 1분기 (1-3월) GDP도 가장 이른 버젼이 지난 수요일(4/29)에 발표되었는데 (https://www.bea.gov/news/2020/gross-domestic-product-1st-quarter-2020-advance-estimate), 물론 12년 만의 가장 큰 하락을 보였지만 역시 뉴스가치는 크지 않았다 하겠습니다. 다만 리플레이를 좀 해서 코로나 락다운 정국 직전까지의 연속선상에서 현재 gdp 구성을 생각해보는 것도 앞으로의 회복 전망을 해보는데 의미가 있을 것 같은데요. 

 

2018년말/2019년 초부터 미국 경제, 더 크게는 세계 경제가 미국 소비자들의 씀씀이로 버텨나가고 있었던 상황이었습니다. 작년 한 해 전세계적 제조업 불황에도 불구하고 미국 혼자 고용이 좋았던 이유도 단연 민간 소비에 힘을 받은 서비스업 고용 덕분이었거든요. 미국은 GDP 2/3 이상이 가계의 소비지출인데, 다시 여기의 또 2/3이 서비스에 쓰는 지출입니다. 뒤집어 얘기하면 계속 늘어나는 국내 서비스 소비지출 아니었으면 미국도 경제 상황이 그렇게 좋지 못했다는 건데요.. 그 와중에 난데없이 오프라인 서비스업 전체가 활동정지를 당한 형국입니다;; 

일단은 그 다음날 발표된 가계 소득을 보면 소비보다는 내림세가 덜했습니다. (다시 말해 저축률이 뛰었습니다.) 문제는 지나간 Q1이 아니라 지금 Q2인데요. 상황이 이 모양이니 소득은 팍팍 떨어질 것이 분명한데, 소득을 잃어 버린 사람은 물론이고 그대로 보전하고 있는 사람들이 social distancing이 풀리게 되면 어느 정도의 소비 수준으로 돌아갈 수 있을지가 안그래도 다들 지켜보는 부분이겠습니다..

 

기업들의 투자 (non-residential investment)는 이번만 내려간게 아니라 이로써 네 분기 연속 하락입니다. 여기서 '투자'는 비즈니스 미디어에서 capex라고 얘기하는 것과 비슷한데요. 당장 만들어 팔 물건/서비스에 들어가는 비용과는 별개로 앞으로의 추가생산/ 상품개발/ 비용구조 개선을 위해서 기업들이 쓰는 돈이라서 정의 자체가 미래전망에 의존하는 개념입니다. Covid-19 사태 이전부터 호경기의 꼭대기가 얼마 남지 않았었다는 걸 보여주던 몇 가지 신호 중에 하나였었죠. 소비는 V자 반등을 기대라도 해볼 수 있지만, 민간 투자는 레벨 회복이 긴 시간 동안 어려워 보입니다.

 

작년 무역 관련 이슈가 계속 시끌했던 걸 감안하면 그래도 미국의 대외적자가 (나머지 세계입장에서) 준수한 수준이어서 달러 수급이 그나마 유지되었는데, 이번에는 당연히 쪼그라들었고요. 이번 분기는 더 내려갈텐데 아무리 Fed가 열심히 달러를 뿌려도 실물채널에서 국외로 나가는 달러가 적으면 큰 틀의 세계 금융과 공급망에 장기적인 영향이 있을 수 있습니다. 어렵고도 워낙 중요한 문제인데, 다음에 기회가 되면 제가 이해하고 있는 범위에서 업데잇 해볼게요.

 

 

인플레이션 vs 디플레이션 (목차로 돌아가기)

전문가/비전문가를 불문하고 다들 의견이 갈리고 있는 문제가 바로 물가 전망인데요. 일단 흔히들 생각하는 소비자 물가지수 (CPI)는 당장 떨어지고 있다는 것에는 의문의 여지가 없는 거 같고, 전망의 차이는 주로 중장기적인 움직임에 있는 거 같아요. 

 

가장 직접적으로 인플레이션을 걱정하게 되는 이유는 물론 통화/재정 정책에 있겠죠. 연방준비은행에서 파격적인 규모와 속도로 돈을 풀고 있고 사실상 이 화력에 기대어 미 연방정부에서도 돈을 열심히 뿌리고 있기 때문에 늘어난 달러 공급--> 물가 상승으로 이어지는 연결고리에 대한 우려가 없을 수 없죠.

 

반면에 디플레이션을 염려하는 목소리도 만만찮은데요. 어떻게 돈이 이렇게 많이 풀리는데 디플레이션이 일어날 수 있을까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velocity of money라는 유명하면서도 다소 추상적인 개념이 필요합니다. 슈퍼마켓에서 장 한번 보고 평생 먹고 사는게 아닌 다음에야 소비는 유량(flow)인데, 화폐량은 저량(stock)이거든요. 화폐(회전)속도는 이 두 간극을 이어주는 어댑터라고 할 수 있습니다. 돈을 제 아무리 찍었어도 사람들이 고이고이 보관하고 쓰지를 않으면 물가가 꼭 오르라는 법은 없는 거죠.

 

 

 

비슷한 예로 이번에 힐튼이 이번에 아멕스에 $1B어치 포인트를 팔았는데요. 간단히 생각해 100억! (10B) 포인트에 해당하는 스탁이 신규공급이 되었다고 치면, 다른 때라면 조만간 힐튼 숙박 차감률 인플레를 걱정하겠지만, 이번에는 잘 모르겠어요. 일단은 아멕스에서 힐튼 멤버들에게 포인트가 어느 속도로 풀리는지의 문제도 있고, 포인트가 많이 풀려도 포인트 숙박은 거의 다 개인 여가 용도 숙박인데 사람들이 여행을 가지 않으면 굳이 숙박 차감률 인상이 필요가 없는 상태가 오래오래 지속되겠죠.

 

달러도 마찬가지로 일단 시중 은행들이 풀리는 달러 현금을 계속 산더미처럼 쌓아 놓고 있는 문제가 있고요. (https://www.federalreserve.gov/monetarypolicy/bst_recenttrends.htm) '헬리콥터 머니'라는게 사실은 이런 병목 현상을 건너띄는 방법으로 얘기되었던 거고 민간 채권을 직접 사들이겠다는 계획도 연장선상인데, 결국 달러를 다들 많이 쥐게 되어도 앞서 쓴 것처럼 민간 저축률이 높고 기업의 투자가 저조하면 통화정책의 효과도 못 보고 인플레이션 염려는 먼 얘기일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소비물가) 인플레이션이 돌아오는 시점이 이를수록 차라리 다행일 수 있고요. 인플레이션 대 디플레이션이 선택 가능한 문제라는 전제하에 문제 해결의 난이도 및 피해가 비대칭적이란 걸 Fed도 분명히 인지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일본의 경우를 보면 디플레이션과 liquidity trap (유동성 함정)은 중앙은행이 간단히 해결하기 굉장히 어렵고요. 전세계가 확장적인 저금리 정책을 피고 있는 대외적인 여건들을 생각했을때, 인플레이션은 높아지기만 한다면 상대적으로 Fed의 의지만 으로도 독자적으로 통제하기 쉬운 문제이죠.

글로벌 공급망이 깨지고 상당부분 국내에서 생산/조달해야 하게되는 현상도 공급측면의 인플레이션 요인으로 많이 지적되는데요. 이 부분은 달러 수급상황과 아주 긴밀하게 맞닿아 있기 때문에, 도리어 Fed의 신속한 확장적인 정책이 해결에 도움이 되는 상황입니다.

 

참고로, 인플레이션(CPI) 연동되는 재무부 채권(TIPS)과 일반 재무부 채권의 이율 차이로 시장이 기대하는 인플레이션을 계산하기도 하는데요. 앞으로 10년간 연평균 1% 정도, 5년간 0.75%에서 현재 머무르고 있습니다. (https://fred.stlouisfed.org/series/T5YIE)

 

마지막으로 붙이면, 민간으로의 달러 공급이 정책의도대로 늘어났는데 소비 대신 저축만 늘어나는 경우, 소비재 가격은 오르지 않더라도 저축 수단으로서의 자산 가격 또한 뛰는 것이 어찌보면 당연하겠죠. 사실 지난 마이너스/저금리 10년 동안이 이러한 상황이었죠. 주식으로 치면 earning이나 dividend의 오름세보다 주가가 많이 오르는 거고, 주택으로 치면 rent의 오름세보다 집값이 더 많이 뛰는 현상입니다. 긴 시야로 보면, 전세계 선진국+대형 경제들이 디플레이션에 빠지지 않기 위해 자산가격 버블과 정부 빚을 감내하면서 다같이 몸부림치고 있었던 세월로 해석할 수 있는데 이번 사태로 모든 상황이 ^2 된 것 같죠.  

 

 

(4월 17일 오전) (목차로 돌아가기)

미국 State and local governments: 

이 문제는 제가 예전부터 관심이 많았던 이슈이고 앞으로 더더욱 문제가 될 것 같아 짚어보면요. 

지금같이 어려운 시기에 경제적 압박에서 자유로운 나라/기관/개인이 없지만, 미국 내 주/카운티/시티 정부들의 문제는 가장 중요하면서도 취약한 마디 중에 하나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놓치기 쉬운 부분인데요. 미국 GDP에서 지방 정부가 담당하고 있는 비중은 연방 정부의 두 배 정도입니다. 그나마 국방 제외하고 카운트하면 4-5배 정도됩니다. 예산의 규모 만으로만 따지면 당연히 연방 정부가 크지만 상당부분이 가계/비즈니스에 가는 transfer이거든요 (SS/SNAP/Medicaid/... ). 

한국도 어느 정도 그렇지만 우리가 '정부서비스'라고 생각하는 부분들은 특히 연방국가인 미국에서는 지방 정부 몫입니다. 이번 Covid19 사태에서도 주지사의 책임과 권한이 얼마나 큰 지를 볼 수 있죠. 미국 사회안전망의 코어인 SNAP/Medicaid도 연방정부 예산에서 반 이상 나오지만 집행은 지방 정부가 합니다.

 

그런데 아시다시피 지방 정부 수입원은 매우 경기상황에 민감합니다. 주 단위에서는 sales tax, occupancy tax와 같이 상업활동에 비례하는 세금과 주에 따라서 자원채굴(market value)에 대한 세금 의존도가 큰 데, 특히 이런 상황에서는 굳이 통계를 안봐도 순식간에 쪼그라 들어버리는 건 뻔해 보이고요. 실업률이 이렇게 수직상승하고 있는데 인컴택스라고 안전하진 못합니다. 카운티 단위 정부들은 부동산 가치에 대해 매기는 세금이 큰데, tax base는 당장 큰 변화 없겠지만 수금에 심각한 어려움을 겪습니다.

 

더 문제를 심각하게 만드는 근본 원인은, 대부분 주들이 각자의 헌법으로 연간 예산 밸런스를 0으로 맞추도록 하고 있습니다.

https://www.urban.org/research/publication/balanced-budget-requirements

연방 정부와는 엄청난 차이인데요. 그 얘기인즉슨 올해 세금이 반만 걷히면, 올해 (일반계정) 지출도 반으로 잘라야 한다는 말입니다.

 

문제는 경기상황에 따르는 바람직한 재정 정책을 교과서적으로 얘기할 때, counter-cyclical 해야 한다고 하거든요. 궁한 시기가 오면 적자를 내서 돈을 막 풀고 시절 좋을 때 흑자를 봐서 갚아야 하는데, 지방정부들은 어쩔수 없이 정반대로 돌아가게 되어 있는 구조입니다. 아무리 연방 정부에서 열심히(?) 적자로 경기부양을 하려한다 한들 GDP 비중 기준 두 배인 지방 정부 예산은 팍팍 삭감되고 있는 거죠. 당장 지금도 주/카운티 단위에서 furlough가 숱하게 이루어지고 있고 계획되고 있는 layoff도 많은 걸로 알고 있습니다.

 

이런 구조적인 제약 하에서 미국 대부분의 주들이 80년대 중반부터해서 리세션을 당하거나, 또는 세금 확 줄이겠다는 공약으로 당선되는 주지사/주의회를 한번씩 겪으면서 만성적인 short-termism에 빠집니다. 자의적 혹은 강제적인 다이어트를 한번씩 당하다가도 계속 건강한 몸을 유지해나가려면 경기의 부침을 넘어서서 내다보는 장기적인 계획과 투자가 필요한데, 주지사들의 성적표는 아낀 세금 액수와 늘리는 일자리 개수로 매겨지는 정치환경이거든요. 도리어 이런 다이어트 사이클이 최소한의 기능유지를 위해 줄이고 줄일 수 있는 인력과 자원의 정도가 어디까지인가를 확인하는 훈련과도 같았습니다.

지난번 금융위기 이후 근 10년간 미국의 지방정부들의 총 누적 net investment가 사실상 0%라는 통계도 나왔었는데요. 4차 산업혁명도 거론되고 성장산업에 대한 과잉투자까지 걱정해야 되었던 이 시기에 미국의 각 주와 카운티들은 감가상각만 겨우 메꾸고 있는 정도였다는 거죠. 

 

지금의 Covid19 사태 와중에 드러나는 미국의 한계들도 이에 기인합니다.

 

예시 1) 이번에 미국은 대한민국처럼 왜 적극적인 감염경로 추적 검사를 못 했는지에 대해 말이 많은데, 연방정부가 뒷짐지고 있었던 것이 일차적인 원인이지만, 애당초 카운티 단위 보건 당국이 이걸 해낼 수 있기에는 인력이 없어도 너무너무 없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예시 2) 실업보험 처리는 주정부 소관인데, 이번에 뉴스로도 많이 나왔지만 미국 주들의 절반 이상이 80년대부터 사용하던 mainframe COBOL을 계속 사용하고 있다보니 이제 와서 갑자기 처리 인력 확충하기도 어려운 상황입니다. 신청 접수를 받을 수 있는 인력도 네트웍 트래픽을 수용할 수 있는 리소스도 부족하다 보니, 실업급여 신규 신청 건수 데이터가 높게 찍히는 것이 차라리 좋은 소식인 상황이죠. 

펜실베니아가 실업급여 신청 건수가 고용인구 대비 단연 높은데, 락다운을 일찍부터 세게 시작하기도 했지만 그만큼 적극적으로 실업급여 신청을 많이 받으려고 애를 썼다는 평가도 있습니다.

 

예시 3) 그나마 과거에 실업보험 시스템을 돈들여 고쳤던 주들 일부는 고의적으로 클레임이 어렵게 만들기 위해 그랬습니다. 가장 돋보이는 주는 4월 16일 현재 82,500 신청 건수 중에 3500건만 처리할 수 있었다는 Florida입니다. 

https://www.abcactionnews.com/news/coronavirus/requirement-on-floridas-unemployment-website-waived-by-governor-after-it-bogs-down-site-from-unnecessary-web-traffic

새롭게 Florida를 대표하는 연방 상원의원이 된 Rick Scott은 주지사이던 시절 70 Million 들여서 시스템을 바꿨는데 기술적인 문제는 둘째치고 신청과 후속 리포팅을 너무 까다롭게 만들어서 실업급여 혜택 수혜율을 확 낮춰버리는 성과를 거두었습니다. https://s27147.pcdn.co/wp-content/uploads/Aint-No-Sunshine-Florida-Unemployment-Insurance.pdf. 지금은 의무사항이 아닌 걸로 알고 있지만 45문항 짜리 영어/수학 시험을 통과해야만 신청을 시작하게 만들었고 이 문제 많은 웹사이트를 통해서만 신청을 할 수 있게 열어놔서 논란이 있었어요. 신청 건수도 줄고 혜택도 주는데 처리 기간은 길어지고 리젝률마저 늘어나는 현상이 이어졌습니다. 

 

진짜 문제는 이제부터 시작입니다. 지방정부 부도/ 지출 삭감/ 세금 폭등/ 공공자산 민영화/ 연방정부의 bail-out을 둘러싼 대규모 스케일의 정치적, 경제적 논란이 불가피합니다.

균형재정을 맞춰야 하는 지방정부들의 빚 (muni bond outstanding)이 현재 $4 trillion 정도가 되었는데 어디서 나왔을까요? 이런 균형 재정의 제약을 피하면서 돈을 끌어오기 위해서 도로/항만/공항/대중교통/학교/수도 등등의 공공 프로젝트나 서비스를 일반 재정에서 빼서 별개 단위로 운영하는 게 미국의 전통처럼 되었고, 아니면 많은 주들의 경우 ballot에 부쳐서 주민 투표로 승인을 받아야 하는데 이것도 여러가지로 여간 시간이 오래걸리고 번거로운 일이 아닙니다. 

 

일리노이가 단연 지급불가능 상황에 도달할 위험이 가장 큰 데, 여기는 사실 진작에 지급해야할 연금 의무가 너무 많아서 계속 문제를 빚으로 메꾸면서 지연시키고 있었거든요. 엎친데 덮친 격으로 연방 헌법은 개별 주들의 파산 신청을 불허하고 있어서 어떻게든 정치적 해결을 봐야 하는데 쉬운 방법은 없어보이네요.   

 

의회에서 이미 통과시킨 패키지에도 지방 정부 지원이 포함되어 있고, PPP 증액과 맞물려 계속 욱신각신하고 있는 문제 중 하나도 지방정부에 대한 추가 지원인데요. 전체 파이를 어떻게 배분하느냐의 문제는 아직 시작도 안된 것 같아요.

다행히 Fed에서 지방정부 채권에 대한 지원 프로그램도 발표를 한 상황이라서 refinancing cost에 어떻게든 도움이 되겠지만, 하도 뒤죽박죽 복잡한 시장이고 쪼그라든 현금 흐름이 어떻게든 보충이 되지 않는 한 올해 하반기 그리고 내년동안 극단적인 대책과 잡음들이 불가피해 보입니다.

 

(5월 16일 업데잇/ 5월 17일 추가) (목차로 돌아가기)

08년 금융위기를 넘어 1920-30년대 대공황 수준까지고 이야기가 나오던데요. 오늘은 지극히 주관적인 잡생각을 남겨 볼게요. 

 

주식시장

 

얼핏 들었을 때 말이 안되는 거 같은 사고 실험이 복잡한 문제를 이해하는 좋은 출발점이 되기도 합니다. no trade theorem이란 유명한 정리가 경제학 이론에 하나 있어요.

값어치가 불확실한 물건이 거래가 되려면 결국 사는 사람이랑 파는 사람이 피차 오케이하는 가격이 있어야 되는데, 양쪽 다 머리를 제대로 굴리는 사람이라면 둘 사이의 거래에 이득보는 사람이 있을 수가 있겠냐는 의문이예요. 

예를 들면요. 인터넷도 실시간 환율 확인도 안되는 미국발-한국행 비행기 안에 사람들에게 한반도 관련 큰 뉴스가 발생했다는 소식만 간단히 전해졌어요. 

이 와중에 누가 한화 십만원을 미국돈 100불 내고 살 사람을 찾는다고 한다면요. 사는 사람 입장에서는 당연히 '십만원<100달러가 될만한 일이 생겼나보다'라고 생각하니 안 살거고, 반대로 파는 사람 입장에서는 혹시나 막상 100불에 사겠다는 비딩이 즉각 나타난다면 '이 사람은 십만원>100달러로 확신할 내가 모르는 정보를 뭔가 알고 있나?'하는 생각이 들어 주저하고, 결국 기내 환전은 일어나지 못한다는 생각입니다. 

 

물론 현실은 no trade theorem이 상정하는 세계와 다릅니다. 단적으로 금융시장에서 다른 가격의 거래가 끊임없이 성사되고, 그 거래의 결과로 돈 버는 사람도 잃는 사람도 계속 나오죠. 이 정리에서 금융상품 거래가 벗어나는 이유에는 여러가지가 있지만, 일단 기술적인 목적의 거래 참여자들이 있죠 '기관'이라고 얘기되는 참가자가 헷징/리밸런싱 등등의 이유로 사고파는 것과 상장사들의 자사주 매입(share buyback)도 있고요.

 

그럼에도 주로 주가의 방향성을 놓고 투자(directional bet)하는 리테일 투자자 간의 직간접적인 거래는 설명이 안되는데 압축하면 두 가지인 것 같습니다. 

1) 애당초 사는 사람과 파는 사람간의 가치책정 방식이 다르던가 (위험기피성향/ 자금운용 목표/ 유동성 상황 등등); 2) 편향적이거나 비합리적인 기대 및 확신에 따라 행동하는 참여자가 존재하는 경우 (거래 상대방이 비합리적이라 생각된다거나 혹은 내가 비합리적이면서 그걸 모르는 경우)

 

특히 선물/옵션 거래의 경우 물리적 타임라인이 못박혀 있고 결과적인 득실도 명명백백하다보니, 2)가 누적되어 있던 경우가 한번씩 적나라하게 나타나기도 하는데 한달전 마이너스 유가 소동이 유독 쇼킹이었던 같습니다.  여기 게시판에서도 WTI 원유 5월 계약이 만료 전날에 닥쳐서야 몇십분 사이에 마이너스 가격으로 떨어지는 걸 저를 포함한 몇몇분들이 실시간으로 목격했었는데, 중국에서 연동된 상품을 통해 들고 있던 많은 개인 투자자들이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전재산 날리기도 하고 한국에서는 모 증권사의 기술적인 거래불능으로 손해를 많이 봤다고 하죠.

 

주식시장에 버블이 있다고 말은 다들 늘상 하지만, 언제 어떻게 터질지 모르는 것은 매한가지죠. 다만 late cycle 다이내믹은 항상 2)가 주도하는 것 같습니다. (평소에 주식 관심없던 사람들이 주식계좌를 열면 빠질 때라는 말은 어느 문화권에도 있는 거 같아요) 

경제 상황의 불확실성이 지배적인 상황에서도 가격이 올라갈거라고 확신하는 참여자들은 결국 자기보다도 더 낙관적으로 생각하는 2)의 사람들(=더 높은 가격에도 사줄 사람들)이 충분히 많다는 걸 머릿속에 상정하는데요. 이를테면 비관론부터 낙관론을 아우르는 스펙트럼에서 자기의 좌표를 생각하는 거고 피라미드 판매조직에서 내 밑에 바닥을 해줄 사람들만 있으면 된다는 심리와도 비슷한거 같아요. 

가격이 적정 수준 이상을 넘어서 올라가면 올라갈수록 주식 보유자들의 분포는 스펙트럼의 가장자리로 집중되어가는데, 그 사이 오르는 가격 추세 곡선을 보고 신규/추가진입이 생겨 스펙트럼이 낙관론 쪽으로 더 이동하고, 그러면 더 높은 가격에 사줄 사람들이 생기고 설사 조금 떨어지면 오히려 반갑다고 사줄 사람들이 들어오니 분포는 계속해서 옮겨가는 사이클까지 생기기도 하겠죠. 문제는 요런 사이클은 2)에 해당되거나 이를 이용하려는 참여자들끼리의 리그이고, 반복되면 반복될수록 관중석으로 빠지는 돈이 늘어나면서 두 가지 엔딩 중에 하나를 보지 않는가 싶어요. 

 

/낙관적인 베팅이 타이밍 늦지 않게 들어맞아 기업들의 수익/성장 전망이 객관적이고 뚜렷하게 개선되면서 또다른 사이클을 시작한다거나, 

 

/아니면 그런 호재가 생기지 않고,  이미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사람들이 스스로 스펙트럼의 끝자락이었고 현재 가격 범위에서는 더이상 사들일 사람들이 남아 있지 않다는 자각을 하게 되는 엔딩이겠죠. 

 

만약 지금이 이런 개인 투자자 주도 랠리였다면, 낙관적인 리테일 투자자들의 신규진입 행렬은 얼마나 더 남아 있으며, 지갑은 얼마나 두꺼울 것인가가 앞으로의 잔여(?)상승분을 결정해주겠죠.

..역시 줄줄이 써놓고 보니 별 영양가 없는 잡설이네요ㅋ

 

제 전망에 어떤 프로페셔널한 권위나 책임감 1g도 없다는 전제 하에 (과장이 아니라 사실입니다), 사실 개인적으로는 3월말-현재까지의 반등을 그렇게 보는데요. 장기적인 국면전환이 아닌 '일시적'인 bear market rally로 끝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요. 인덱스 레벨이 이 정도로 빠르게 올라올지는 전혀 예상 못했지만, 오르고 내리고가 시간적으로 (1년 이상) 길어질 거라 생각은 하고 있었어요.

 

'일시적'인 반등이 유독 길고 높을 수 밖에 없는 몇 가지 저변요인이 있겠죠. 

--꾸준한 상승 트렌드+ 낮은 변동성의 마켓을 10년 이상 겪어오면서 생긴 시스템적인 관성 

(시기가 시기이니만큼 이른바 sell-side 리서치에서 하는 온갖 서베이들이 많은데, 세대별 주식시장 전망을 밀레니얼과 부머가 정반대로 하고 있는 결과도 있더라고요. 어떻게 차이가 나고 있을지는 짐작하시는대로입니다.)

--안전자산의 이자는 사태 이전에도 미미했고, 신속하게 더 미미해졌다. --> '저축'을 위험자산에 하는 것이 자연스러워진 시기

(미국에서 그간 어떤 리세션도 은행이자가 2% 미만인 상황에서 시작된 적이 없었죠)

--격리 생활로 갑자기 시간과 돈의 사용처가 없어진 사람들이 많아졌다. 

(당장 생계에 허덕이는 사람들도 같이 많아졌으니, 다차원적인 아이러니가 한꺼번에 발생 중이죠)

--브로커리지들이 경쟁적으로 trading fee를 없애 버렸다.

 

다만, permanent recovery일거다라고 생각하는 쪽의 몇 가지 근거도 분명 일리가 있습니다.

 

--경제구조가 재편되면서 엄청난 시장집중 (consolidation)이 가속화될 거라는 예상을 반영.

요건 mega-cap회사들의 비중이 뚜렷이 커지는 현상과 일맥상통하기도 하고요. 특히 market cap 가중된 렌즈를 끼고 보면, 테크집약적이고 고용은 부수적인 요소로 되어가는 큰 흐름 속에 전통적인 고용기반 경제의 크고 작은 부침이 작아보일 수 있습니다.

(https://outline.com/https://www.bloomberg.com/news/articles/2020-05-07/the-alarming-rise-of-algorithms-as-heroes-of-the-stock-recovery)

 

--저금리+Fed의 통화정책 스탠스가 반영되어 있다: 투자자들은 안전자산 수익이 낮으니 더 주식으로 몰릴거고, 기업들은 저금리 자금조달로 인한 직접적인 수혜와 경기부양으로 인한 간접적인 수혜를 볼테니, Fed의 전폭적인 스탠스를 반영한 결과이다라는 생각인데요.

맞는 얘기이지만 절반 이상은 지나친 낙관론 아닌가 싶어요. 높은 기대수익만을 좇아 돈이 들어오는 것도 경기회복/성장 중에 그것도 실물 경제에 대한 불확실성과 주식시장 변동성이 적었던 지난 시간의 얘기이지, 결국 리스크에 대한 디스카운트도 결국에는 좋은 시절보다 더 세게 들어갈 수 밖에 없을거 같아요.

비상장회사들이 빚이 대체로 더 많다보니 먼저 파산하기 시작했지만, 경제 리오픈과 상관없이 망할 상황에 처한 회사들은 제아무리 Fed가 유동성을 많이 푼다고 그 상황에서 벗어날 수 있는 건 아니죠. 

 

 

(6월 1일 업데잇) (목차로 돌아가기)

지난 두 달 반 동안을 좀 돌아보면요. 

글을 처음 썼던 3월 중순에는, 팬데믹과 락다운의 경과와는 별개로 온 세계가 ‘어...어..어!’ 하는 사이에 갑작스럽게 금융위기 상황을 맞을 뻔 했었다고 생각합니다. (이틀 정도 맛보기도 했고요.) 다행히 미국 연방준비은행이 어느 때보다도 신속하고 과감하게 개입한 덕분에 상황을 모면해서 정상적으로 기능하는 금융/신용시장이 아직도 있을 수 있었고, 이것만으로도 역사에 남을 성과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이 시장의 정상기능을 위해서 예전의 QE와도 비교가 어려운 엄청난 속도와 양의 재무부/모기지 채권 구입이 배후에 있었고, 기존 정책적인 영역의 경계도 여러 방향으로 지워졌습니다만, 요즘 모든 것들이 그렇듯이 내일의 걱정이죠.. 

 

국내외 정치/정책의 불확실성

 

그간 열심히 글 써놓고 김새는 얘기이긴 하지만, 데이터를 열심히 들여다보고 한발짝 나아가서 중앙은행들의 액션도 그려보고 감염 양상도 예측해보고 하는 모든 일들이, 앞으로 있을 수 있는 정치/정책적인 변화의 스케일에 비추면 하찮고 별 의미 없는 노력일 수도 있는 거 같아요.

 

딴 얘기부터 좀 하자면, 예전에 별 생각 없이 플로리다에 가을휴가를 잡아 놨다가 허리케인이 온다 해서 예상 경로를 밤낮으로 확인해야 했던 적이 있었는데요. 일기예보를 열심히 보시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TV에서 국수 가닥들 같은 십수개 정도의 모델 경로를 보여줄 때가 많은데, 재미있는 게 특히 육지에 '터치다운' 하기 이전에는 예측 경로가 모델끼리 정말 판이하게 다를 때가 많아 보였어요. (그래서 여러 개를 앙상블로 보여주는 거 같아요. ) 이런 경우 나름 모델들끼리 묶어 묶어 좁히는 건 몰라도, 일괄적으로 '중간'을 취해서 보여주는게 정말 의미없어 보이긴 하더라고요. 마이애미에 상륙하는 모델들과 북쪽으로 턴해서 보스턴까지 올라가는 모델들이 반반씩 갈린다고 해서, 대충 가운데인 버지니아 쪽으로 갈 거라고 결론 내려서는 곤란하니까요.

 

확률로 치면 꼭지가 여러 개인 multimodal 분포인거고, 시스템으로 보면 분기현상? bifurcation이 있는 걸 텐데요. 저는 기상학의 1도 모르지만, 대기의 움직임이 카오스/복잡계/비선형 다이내믹스 등등에 해당되는 대표적인 케이스이다보니, 스톰의 현재 위치 관측에서 생기는 1마일 오차가 열흘 후 포지션 예측에 몇 백 마일 차이를 줄 수도 있고 그런 이치가 아닐까 어렴풋이 짐작할 뿐 이예요;;

 

다이내믹이 '복잡'하고 뜬금없는 걸로 따지면 경제 현상이 뒤지지 않다 보니 이런 식으로 모델하는 시도는 족히 30년 넘게 있었지 않나 싶은데, 적어도 예측에 도움이 되는 쪽으로는 애당초 큰 기대도, 실질적인 진전도 없었던 것 같고요. O 아니면 X, 모 아니면 도 식으로 갈리는 외부 사건들에 영향을 많이 받다보니 어쩔 수 없는 거 같아요, 그래도 요즘 같은 상황에서 여기 저기서 내놓는 경제 전망에서 많이 보이는 건데, 몇 가지 굵직하고 개연성있는 시나리오를 전제로 예측을 나누어 하는게 이런 '복잡성'을 대하는 현실성 있는 차선책 아닌가 싶습니다.

 

본론으로 넘어가서 Covid-19 감염발생 곡선이 여름에 꺾이느냐 안 꺾이냐, 2차 웨이브가 겨울에 오느냐 안오느냐에 따라 경제회복 곡선의 모양도 V냐 U냐 W냐 L이냐를 나누어 예상하는 걸 많이 보는데, 사실은 정치/정책 스페이스에도 의미심장한 분수령이 임박해 온 것 같습니다. (마모 게시판 분위기도..)

 

이 곳에서도 종종 언급되는 Ray Dalio (세계 최대 규모 헷지펀드를 굴리고 있죠)는 차원 이동하신지 좀 됐지만 요즘 부쩍 인류 문명사적인 사이클의 터닝 포인트를 열심히 설파하고 계시고요 (대충 계급갈등+서구문명 쇠퇴..). 역시 유명한 Roubini의 2020년 버젼 재앙 시나리오는 본인이 신간을 설명하는 걸 들어 봤을 때 미국-중국 간의 새로운 냉전+ 온 세계가 보호무역 상태로 돌아가는 전제가 깔려 있습니다. 

 

점점 개인 평론이 되어가는데, 제가 여기서 아는 척 보태봤자 별 도움이 되지 않지만 그래도 국수 가닥을 크게 크게 엮어보는 작업 자체는 의미가 있는 거 같아요.

 

a. 세계화의 퇴행 deglobalization: 

미-중 갈등이 무역분쟁 너머로 확전되는지 사그라들지 (+홍콩/인도/대만..이슈) / Euro zone내의 균열이 봉합될 수 있는지 여부/ emerging market 국가들이 금융 구제받을 수 있는 프레임웍이 꾸려질 수 있을지/  WTO-IMF-World Bank 등의 국제기구들이 제 역할과 기능을 해나갈 수 있을지/ 세계화된 경제에 대한 여론 지형은 각 국에서 어떻게 바뀌고, 집권은 누가 누가 할 것인지

 

사실 이 부분을 염려/예상하는 걸 소설로만 보긴 어려운게 선례가 있기 때문입니다. 

1920년대 말부터의 대공황도 사실은 미국 의회가 한 '미친 짓' 때문에 2차적인 피해가 더 커지면서 ‘세계’ 공황이 되었다는 분석도 많은데요. 전세계 무역이 순식간에 1/3토막 나는 기폭제가 된 Smoot-Hawley 무역관세 법안이 있었습니다. 국제 통상 관계가 얼마나 정치적인 변수에 의해 깨지기 쉬운지 단적으로 보여주는 경우이죠, 

 

세계화가 (한국에서는 YS 캠페인 통해서) 90년대 유행어로 회자될 때만 해도 개발도상국 + 구 공산권 경제개방과 연결된 현상이었다면 21세기 버젼 세계화는 수직적 해체/결합/분업이 국경을 넘나들며 본격적으로 이루어진 걸 보통 얘기하는데요. (Global Value Chain/ Global sourcing/ Offshoring 등등 여러가지로 부르죠) 

 

지난번 08년 금융위기 직전이 이 트렌드의 피크였다고들 많이 얘기하는데, 돌이켜보면 1998-2007 요 십 년간 경제적인 그림이 변하는 속도가 전세계적으로 정말 엄청나긴 했던 것 같아요. 08년 금융위기 이후 트렌드가 정체되는 듯 하다가 안그래도 몇 년 전부터는 정치적인 역풍을 제대로 만났는데, 올해는 글로벌 팬데믹까지 닥쳤죠.

 

그간 보아온 자본주의적 이윤동기와 막강한 힘을 감안하면, 농산품이고 공산품이고 생산/공급 체인이 복구 내지 재생되는 것 자체는 어렵지 않다고 생각하는데 그냥 리와인드는 분명 아닐거고 어떤 모양으로 다시 돌아가는지가 중요하겠죠. 민간으로서도 어느 정도 redundancy factor를 생각할 거 같고요. 하지만 무엇보다도 정치/정책적인 그림이 어떻게 그려지느냐에 따라 매우 다른 상황이 될 수 있겠습니다, 

 

굳이 제 가치판단을 입히고 싶지는 않은데. 전세계가 다같이 급 유턴하는 시나리오는 (=Roubini 대공황 시나리오) 어쩔수 없이 즉각적인 경제적 피해가 크긴 할 겁니다. 단순히 소비자 입장에서 xx국 생산품으로 싸게 사던 품목을 국내산으로 비싸게 사야 되는 차원의 피해가 아니라, 세계 경제의 규모 자체가 오그라들면 산업을 가리지 않고 고용/자본수익/세금 모두 영향권에서 벗어날 수 없겠죠. 세계화 때문에 잃은 일자리는 (미국 입장에서는) 거진 제조업인데, 이제와서 리와인드시켜서 다시 생기는 제조업 일자리는 숫자도 다르고 세부업종과 작업의 성격도 그새 많이 달라져 있을 거고요. 그래도 자본지출(투자)은 늘어날 수 있는데 어디까지나 장기적인 예상이 가능한 상황이어야 하겠습니다.

 

그래도 경제규모 1위인 미국은 문걸어 잠가도 그나마 상황이 괜찮을 거라지만, 밖에서 다들 허덕이다보면 그간 미국-유럽 파트너십이 주도하던 국제 질서가 이번에야말로 뒤집히는 촉매가 될 수도 있고요. 온갖 상상이 가능하지만, 식견이 짧은 관계로 굳이 더 풀진 않을게요;; (일단 지난 며칠 EU 안에서 피해구제 방안 관련해서 의견이 모이고 있는 것은 현재 시스템 옹호 관점에서 보면 고무적입니다.) 5개월 앞으로 다가온 미국 대통령 선거까지의 과정과 결과 모두 정말 중요해보이죠.


 

b. 경제적 격차 문제와 이에 대한 정치/정책적 리액션   

(각국에서의 정치적 무게추 전환/ 세금인상-복지개선? /포퓰리즘 득세?/ )

 

소득 불균형 문제야 어제 오늘 일이 아니지만, 이번에 정말 적나라하게 눈앞에 펼쳐지는 것 같아요. 원격근무가 가능한 직종에 일하는 사람과 아닌 사람의 엇갈린 상황, 살고 있는 zip code에 따른 감염발생률의 차이와 생활 필수품에 대한 접근성 차이, 집에서 격리 생활하고 있는 사람들을 위해 더 열심히 돌아다니거나 열악한 작업공간 (e.g. meat processing)에서 더 열심히 일해야 되는 사람들이 있죠. 그간 경제적으로 소외되었던 인종/지역/연령대의 불만은 안그래도 누적되고 있었는데, 분출할 계기들이 하나씩 나오고 있네요.

 

저번에 높아지는 민간 저축 문제를 얘기했지만, 사실 뚜껑을 열어보면 자산 수준을 나누던 소득 수준으로 나누던 간에 저축률이 늘고 있었던 그룹은 상위 10%정도 위이고, 그 아래 그룹은 마이너스 저축(=빚)이 지지부진하거나 더 마이너스가 되어 가고 있다는 유명한 연구들이 있습니다. (https://www.nber.org/papers/w26941; http://gabriel-zucman.eu/uswealth/)

 

개인적으로는 아직도 지난 금융위기의 유산과 싸우고 있다고 생각하는데요. 대공황의 악몽을 끝끝내 떨쳐낸 것은 2차 세계대전+전후 제도개편 (예: 영국의 NHS) 및 복구 사업인 걸 생각하면, 희망적인 시나리오는.. 지난 위기부터 계속되어 왔던 고용없는 성장+저금리+자산가격 상승+경제적 격차심화의 흐름을 글로벌 팬데믹을 계기로 정책적으로 대거 해소해 볼 수 있는 거 같고요.

 

많은 것들이 생각보다 빨리, 크게 바뀔 수도 있어보입니다. 이 글 읽는 분들의 상황은 다 다르겠지만 세금도 예외는 아니고요. 미국에만 초점을 맞춰보면 역시 11월 선거가 2020년 하반기를 규정하는 핵심일 텐데요. 대통령이 바뀌기만 한다면 그 조건부에서는 상하원 다수도 같은 당이 싹쓸이할 가능성이 높아보이는데, 민주당 내에서도 원하는 방향이 제각기 다르지만 high income high net worth 부유층에 대한 세금 인상은 어떻게든 동반될 거 같습니다. 

(바이든 후보는 최근 400k 이하 버는 “someone”에 대한 세금 인상은 없다고 했는데, someone이면 single filing status기준인거 아니냐/ 아니다 400k는 대충 us household income top 1% percentile이기 때문에 아마 married filing jointly 기준일거다 등등 벌써 의견이 분분합니다.)

특히 중산층 이상 미국의 소득세를 marginal rate 기준으로 보면 2018-2020년의 지금이 과거에 비추어봐서도 역대급 최저 수준이고, 얼마나 이 수준으로 갈 것인지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봐야 할 것 같아요.

 

직장 보험을 잃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그간 이윤 마진에 민감한 구조로 변해왔던 (feat. private equity) 병원 포함한 의료시스템 내 재정위기가 늘어나면, 의료/보건 쪽의 변화의 폭도 그 어느때보다 클 수 있는 여건이 만들어지는 것 같습니다.

 

물론, 그 반대의 경우 (현 미국 대통령 재선)에는 아주 높은 확률으로 의회 구성도 현재 (공화당 상원/ 민주당 하원)와 비슷하게 갈텐데요. 구체적으로 생각할 정신적 컨디션은 아닌데 지금까지의 흐름을 연장시켜보면 되지 않을까요?

저는 개인적으로 지난 3년 반 동안 그 분의 통치 본능에서 두 가지 일관된 패턴은 보았는데, 무역-이민-국제협력(multilateralism)을 줄곧 싫어하지만 다우존스 지수를 비롯한 몇몇 메트릭에는 무지 신경써서 후자가 전자의 브레이크가 되기도 하고 했는데요. 

사회적 불만은 反무역/反이민/反국제협력 푸시로 대응하면서 주식시장의 데미지를 만회할 수 있는 방안들(낮은 세금, 적어지는 비즈니스 규제, 장려되는 시장 집중)을 계속해서 창의적으로 발굴하고 추진하지 않을까 싶어요. 

 

사회 내 갈등의 근본원인을 해소하는 방향이 정치적 플랫폼 상 호환 자체가 안 된다면, 플랫폼이 바뀌는 것도 방법일텐데 기존 플랫폼을 지켜야 하는 입장에서는 갈등구조를 다른 식으로 재정의하고 전환시키는 방법을 우선 찾겠죠. Trade wars are class wars라는 책도 나왔는데 읽어 보진 않았지만 그런 관점에서 현재 상황을 읽고 있는 듯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제가 a, b로 나누었지만 두 현상이 별개 문제는 아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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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30/2020 업데이트)  (목차로 돌아가기)

 

미국 GDP

오늘 발표된 2020년 두번째 분기 (4-6월) GDP 얘길 안 할 수가 없는데요. 

https://www.bea.gov/news/2020/gross-domestic-product-2nd-quarter-2020-advance-estimate-and-annual-update

 

-전분기 대비 32.9% 하락 자체는 많이들 예상하던 범위 안에 있는 것 같습니다. 3분의 2토막이라는 수치 자체가 좀 쇼킹할 수는 있는데, annualized rate이기 때문에 이 퍼센트 속도로 네 번을 내리 내려가면 기존의 67% 레벨이라는 거고요. 실제로는 10% 안쪽입니다. 물론 이 자체도 역사에 없던 단일 쿼터 하락입니다. 3분기 발표 시점이 되면 또 듣도보도 못한 스케일의 퍼센트 상승을 아마 보게 될 텐데요, annualized rate으로 50%는 올라줘야 1분기 레벨 회복인데 그건 어렵겠죠. 

 

-세 달 전에 1분기 GDP 가지고도 얘길 했는데, 서비스에 대한 소비지출 감소가 역시 큽니다. 그 중에서도 의료/보건 관련 지출 항목에서의 내림세가 영향이 큰데, 원래 경기상황에 민감한 지출이 아니기 때문에 팬데믹 상황만 넘기면 다시 빠르게 회복될 수 있다는 측면에서는 긍정적인 거 같습니다. 반대로 팬데믹 상황이 길어진다면, Healthcare가 워낙 많은 고용을 만들어내면서 빚도 많이지고 있는 산업이고 미국의 많은 지역에서 거의 유일하게 남아있는 안정적인 고용창출의 통로인지라 안 좋은 파생효과도 클 수 있습니다. 또 하나 덧붙이자면, 지출을 빨리 빨리 파악하기는 힘든 소비항목이라 공식 통계의 revision이 앞으로 꽤 생겨날 수 있습니다.   

 

-역시 1분기 GDP 가지고도 얘길 했는데, 정책의 여파로 가구소득은 늘고 소비지출은 줄어서 저축률이 껑충 뛰었습니다. 소득은 나라에서 쥐어주는 거고, 돈을 쓸 곳도 많지 않기 때문에 일시적으로 뛰는 현상이야 문제가 되지 않는데, 계속 계속 다같이 열심히 저축만 한다면 회복의 큰 장애물이 될 수도 있습니다. 

 

- 1분기 소득수치는 고용보험 데이터를 사용해서 처음 업데이트가 된 건데, 미국 전역의 모든 고용보험 가입자들이 실제 받은 월급 총합에 기반하기 때문에 그 전까지의 고용주 표본조사의 일자리 카운트+근로시간에 기반한 추정치와 다른 그림이 그려질 수가 있고 역시나 그랬습니다. -4.4% 하락이 -2.5% 하락으로 고쳐졌는데요. 일자리 하락세가 근로소득의 하락세보다 훨씬 가파랐다는 얘기는, 아시다시피 저소득 직종부터해서 일자리가 없어지기 시작했는데 그 편중된 정도가 꽤나 컸다는 말이 됩니다. 여름부터는 고소득 일자리도 없어지기 시작하는 조짐이 있는데, 이게 본격화되면 지금까지와는 또 다른 문제가 불거지겠죠.

 

달러가 싸지고 금이 비싸지는 배경 (목차로 돌아가기)

 

지난주부터 특히 두드러져서 뉴스를 타기 시작했지만, 사실 7월 한 달간 나란히 발생한 흐름이 미국 달러의 약세, 금 값의 상승, 미국 재무부 장기 채권 가격의 상승 (장기 금리의 하강)이었습니다. 거기에 더 붙이자면 미국 재무부 물가연동 채권(TIPS)의 가격은 더 빨리 상승해서, 이걸로 계산하는 10년간 인플레이션 기대 (10yr breakeven inflation; https://fred.stlouisfed.org/series/T10YIE  )도 1.5%정도까지 올라왔습니다. 제가 1% 언저리에 머문다고 썼던 두 달 전에 비하면 꽤 많이 올랐죠. 

 

따라서, 7월 한 달 동안 달러가 싸지고 금이 비싸진 현상에 대한 가장 일차적인 해석은 미국에서의 인플레이션에 대한 걱정이 커져서 투자자들의 돈이 미화 표시 금융자산을 팔아 금 같은 현물 자산이나 타국 화폐 표시 금융자산으로 옮겨 갔다는 설명이겠죠. 

 

비슷한 맥락으로 더 밀고나가면, 미국 달러의 세계 기축통화 지위가 흔들리기 시작했다는 해석도 있습니다. 안그래도 Euro zone의 존속에 있어 아주 긍정적인 진전이 있었고 미국은 Covid19 케이스가 다시 늘어나서 난리이기 때문에 어느정도 앞뒤가 들어 맞는 거 같습니다. 이런 설명을 만약에 들으셨다면, 아마도 주류 경제 매체보다는 인터넷의 각종 비공식적(?)인 경로를 통해 들으셨으리라 생각됩니다. 특히나 가상화폐도 같이 올랐기 때문에 더더욱이요.

 

둘다 부분적으로 맞지만 여러가지 측면에서 한계가 있는 설명입니다. 

일단 기대 인플레이션을 놓고 기술적인 문제를 짚으면 일반 재무부 채권 시장은 QE의 직접적인 수혜 시장으로서 신속히 안정되었지만 TIPS 시장에서의 유동성은 시차를 두고 서서히 회복되어 왔기 때문에 두 상품의 시장결정 금리 차이를 가지고 계산하는 break-even rate의 추이를 곧이곧대로 합리적인 인플레이션 기대라고 믿기는 곤란하고요.

 

더 중요한 포인트는 그렇게 미국의 인플레이션이 걱정이고 달러 가치에 대한 신뢰가 떨어져 미화 표시 자산에서 돈이 빠져 나간다면 10년 만기 이상 미국 재무부 장기 채권 금리가 어떻게 계속 이렇게 낮아질 수 있느냐(=비싸질 수 있느냐)에 있습니다. 

미국 돈에 대한 전망이 부정적이라면, 우선 피해야 하는 자산이 장기 채권이거든요.

 

안그래도 올해 들어 장기 금리가 역대 최저를 계속 갱신하다보니, 한동안 미 재무부 채권 장기채권이 단기금리에 견주어 (예: 5년만기 대비 30년만기) 올라갈 거라는 베팅이 전세계 금융권에서 공공연하게 있었고 사실 지금도 그런데요. Fed가 QE를 통해 사들이는 장바구니에서 딱히 장기 금리를 더 낮추려는 의지가 보이지도 않음에도 불구하고, 장기금리 상승 예상은 번번이 틀리고 있습니다. 구체적으로는 primary market 즉 재무부의 신규 발행 채권 경매 결과에서 매번 일반적인 예상보다 높은 수요가 확인되면서 secondary market에서도 가격이 올라가는 식이었습니다. 

 

기축통화 지위에 대한 직접적인 확인은 타국 중앙은행들의 외환보유고에서 달러비중이 줄어드는 지를 보면 될텐데,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는 정보는 아니지만.. 정황상 달러 보유고가 다시 늘고 있는거 같습니다. 부랴부랴 늘어난 Fed의 달러 스왑도 이제는 대부분 연장없이 리턴되었고요. 늘어나는 보유 달러를 파킹하기 위해 미국 장기채권에 대한 수요도 늘었고 그 와중에 금으로 바꾸기도 하는 거 같아요. 사실 꽤 오랫동안 달러가치와 미국 재무부 장기채권의 가치가 반대로 움직이고 있습니다. 

 

타국 중앙은행의 달러보유가 늘어나는데 어떻게 달러가치가 내려갈까요? 

달러를 단순히 가치저장 기능 기준에서 A국 곳간에서 B국 곳간으로 옮겨가는 그림으로만 생각하면 이해가 어렵고요. 미국 달러가 세계 기축통화이자 전세계 통용 결제지불 수단임을 생각하면 비교적 쉽게 답을 찾을 수 있습니다.

 

특히나 세계화된 21세기에는 많은 경제활동이 국경을 넘나들고 있죠. 매 단계에서 십중팔구 달러화로 결제가 되어야 되기 때문에 달러의 원활한 수급이 세계 실물경제가 부드럽게 작동하기 위한 윤활유와 같습니다. 호주에서 들여온 원자재를 사용하여 만든 부품을 일본에 공급하는 한국 제조업자는 일본 바이어에게 달러를 받기 전에 원자재 공급자에게 줄 달러가 필요한데, 갑자기 달러 구하기가 힘들어지거나 비싸지면 이 제품이나 해당 원자재의 수요공급과는 별개로 달러 문제로 생산에 차질이 발생할 수가 있겠죠. 예에서와 같이 미국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는 직접적인 연관이 없다보니 편의상  “eurodollar”라는 개념으로 구분지어서도 많이 얘기합니다..

20년간 (실물적인 요인의) 달러 수요는 늘 많았으나 (전세계 금융채널을 통한) 달러의 공급 상황이 상대적으로 빡빡한 제약조건이었고, 그러다보니 이 공급측면의 제약이 타이트해질 때마다 미국 달러는 비싸지고 무역 및 글로벌 생산활동이 위축되는 현상이 반복되었습니다. (이 포인트를 널리 널리 확산시킨 주역이 사실 BIS Research Head Dr. Shin입니다.)

 

일단 3월 중순에 순간 얼어붙었던 달러 공급이 Fed의 노력으로 이제 충분히 이루어지면서 치솟았던 달러가 안정되는 것까지는 여전히 달러공급 스토리였고요. 

그런데 도리어 Fed이건 타국 소재 시중은행이건 달러화 스왑 이용이 줄어들면서 달러 가치가 오히려 3월 이전 수준보다 내려가고 있다는 것은 (+ 달러화 안전자산 수요도 증가), 지난 20년간과는 달리 달러공급 문제보다도 전세계 실물섹터에서 달러수요가 계속 움츠러들고 있다는 신호로 해석이 가능합니다.

앞서 얘기한 가상의 한국 제조업자가 오더가 더이상 없어서 호주에서 들여와야될 원자재도 없다면, 한국 제조업자는 달러가 더 필요하지 않게 되거나 있는 수중에 있는 달러를 은행에서 원화로 바꾸겠죠. 은행의 달러가 늘어나면 한국은행의 달러보유액도 늘어나고 한국은행은 그 달러로 미국 재무부 채권을 살 겁니다. 중국, 러시아에서처럼 미국이랑 좀 껄끄럽고 달러 자산이 안그래도 많은 중앙은행은 비쌀대로 비싸진 미국 재무부 채권 이외에 금도 꽤 살 거고요.

 

신용/화폐 영역에 대한 이해는 장단기를 구분해 생각하는 게 도움이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넘쳐나는 달러로 인해 미국의 인플레이션이 발생하거나 기축통화 지위가 흔들리는 것에 대한 걱정은 엄연히 달러화에 대한 장기적인 기대 차원에서 이해를 해야하고, 그것에 대한 척도는 현물 달러가격이 아니라 장기 달러화 신용 가격의 움직임입니다. 

현물 달러가격의 단기 변동은 사실 단기적(3개월 이내)인 달러펀딩의 수급 상황에 대한 지표로 이해하는 게 더 맞는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류현진 ERA 달러가 내리는 게 좋은 걸까요? 달러가 내리는 이유는 (적어도 제 해석에 따르면) 세계 실물 경제의 위축을 반영하기 때문에 썩 좋은 소식이 아니지만, 내려가는 거 자체는 경제 회복에 있어 도움이 되면 되었지 해가 되지는 않는 거 같습니다. 물론 환율이 항상 누구 입장에서 보느냐에 따라 득실 계산이 다르지만요.

 

 

(7월 16일 업데잇/ 7월 17일 추가) (목차로 돌아가기)

업데잇 없이 시간이 지나다보니 도리어 열심히 읽어 주셨던 고마운 분들이 꽤 계셨다는 걸 알게 되었어요. 댓글에도 적었지만 제가 보기에 '중요한 [관전] 포인트'는 다 짚었지 않나 싶고, 마침 풀고 싶은 얘기가 생겨서 글을 하나 새로 파서 쓸까 하다가 여기다 붙이기로 했어요. 댓글에서 얘기나온 Equity risk premium에 대한 얘길 밑에 좀더 붙였습니다. 7월말 8월초면 아마 경제 상황에 대해서도 제가 얘기할 수 있는 거리가 생겨 있을 거 같아요. 

 

미지의 세계로 다같이 레드썬?

 

문학에 willing suppression of disbelief라는 재미있는 개념이 있더라고요. 소설을 읽거나 영화를 보다가 가령 생쥐가 말을 한다든지 시간이 되돌려진다든지 하는 ‘어 이거 말이 좀 안 되는데’ 싶은 부분들이 있더라도 스토리에 몰입하려면 머릿속 비판적 사고의 센서가 건드려져서 알람이 울리는 일이 없도록 자발적으로 음소거시킨다는 거죠. 이러한 본능 내지 행동을 유도하기 위한 떡밥을 충분히 주면서도 너무 오버하다가 독자/관객의 무의식 속 알람이 볼륨 컨트롤을 뚫고 나오지 않도록 균형을 맞추는게 유능한 스토리텔링일거고요.

 

워낙 극적 상황이 요즘 펼쳐지다보니 실생활에서도 이런 사고정지를 실천 중인 사람들이 많은 거 같아요. 지역 내 Covid-19의 신규확진 케이스 곡선이 전혀 완만해지지 않았는데도 당당하게 리오픈을 추진했던 결정권자들과 이에 반갑다며 외부 활동을 재개한 시민들 머릿 속에 감염이 재확산되는 가능성에 대한 인지가 없진 않았을거 같은데, 이미 몰입해 있는 시나리오에서는 이 쯤해서 기.승.전.을 거쳐 해피엔딩이 시작되고 있기 때문에 왠만한 충격 아니면 몰입을 깨고 싶지 않은 거죠. 

 

요즘 전세계 금융시장을 선도한다는 개인투자자들의 마음 속에도, 이 상황에 계속 주식가격이 오르는 것에 대한 찝찝함은 있지만 어쨋든 재미는 보고 있으니 쓸데없는 걱정일랑 미뤄두려는 본능이 있을 수 있겠고요. 

 

이 얘기를 꺼내는 이유는 사실 경제(economy)보다는 경제학(economics)에 있습니다..

 

다른 학문도 크게 다르지 않지만 경제학도 어떻게 보면 세상에서 일어나는 일에 대한 스토리텔링이다보니, 이런 자발적 사고정지가 필수입니다. 사람 사는 변화무쌍한 사회를 무대로 삼다보니 강력한 최면제가 필요한 경우가 많아요.  The Matrix 영화로 치면 주인공이 현살자각을 위해 먹는 빨간 약과는 반대로 파란 약을 삼켜서야만 경제학 모형의 매트릭스 속을 여행할 수 있는 거죠.

   

관건은 청중이 해당 경제학 모형이 들려주는 스토리를 따라가기 위한 필수 최면제를 눈막고 코막고 삼켜줄 용의가 얼마나 있으며, 그렇게 듣는 스토리가 최면상태에서 충분히 설득력이 있게 들리는지 아니면 최면을 깨게 할 정도로 말이 안되는 내용인지.. 등등이겠습니다.

 

먹어야 되는 최면제는 경우에 따라 다르지만, 예시를 드리면 전통적인 neoclassical 금융시장 이론을 따라가려면 시장 참여자들이 모두 미래에 대한 기대가 합리적이다/ 유동성에 제약이 없다 등등의 약을 삼켜야 합니다. 이솝우화에서 동물들이 사람처럼 말하고 생각하는 비현실성을 걸고 넘어져서 우화의 교훈을 내치면 안되는 것처럼, 정말로 금융시장이 그렇다고 믿는다기 보다는 그렇다고 설정해놓고 할 수 있는 얘기들을 푼 다음에 현실에 투사시킬수 있는만큼 해보는 거죠.

 

문제는 자기들끼리 서로 어느 정도 싱크가 맞아야 건설적인 갑론을박이 되다보니 특히 금융/거시 모형은 (다른 분과학문에 견주어 볼때) 특수한 몇 가지 틀 안에서만 스토리텔링이 한정되는 경향이 꾸준히 나타납니다. 별 거부감없이 다같이 나누어 먹고 있는 최면제의 조합이 있는데, 굳이 새로운 세계관을 들고와서 ‘먹던거 말고 새로운 약을 먹고선 내 얘기를 들어보지 않을래?’라는 설득을 위해서는 엄청난 노력+ 시운이 요구되겠죠. 

SF/무협/판타지 장르에서 몇몇 대작 소설/게임의 세계관에 기대어서 얘기를 풀어가면 쓰는 사람이나 읽는 사람이나 접근성의 장벽이 없으니 술술 써지거나 읽히는 것과 유사한 것 같아요. 

 

그러면서 이 쪽 트레이닝을 받고 일하는 사람들이 어느 시점부터 어떤 약은 그냥 당연히 먹어도 되는 것처럼 먹고, 어떤 약은 약효가 영구화되어서 정말 바깥 세상이 그렇다고 믿어버리기도 하는거 같아요. 학문적 평판과 경륜과도 무관하게요, 

 

여기까지 읽으면서 ‘나랑 무슨 상관인가’하는 분들이 많을텐데, 이 바닥에서 흘러나온 최면제가 생각보다 큰 신뢰도를 가지고 일반인이 경제와 금융시장을 바라보는 관점에 녹아들어 있는 경우가 많은 거 같아요.

 

대표적인 건 주식인덱스의 기대수익률 = 그간 마켓의 장기평균 수익률로 놓고 생각하는 배경에 깔려 있는 ergodic thinking인데요. (한국어 번역을 찾아보니 그냥 에르고딕성이라고 하네요..영어식 발음은 다릅니다). 

자연과학 쪽에서는 공간적인 세팅에서의  ergodic system이 더 친숙할텐데, 억지를 무릅쓰고 요즘 시기에 좀 와닿는 예를 만들어보자면요, 

만약에 Uber Eats 드라이버들이 움직이게 되는 프로세스가 ergodic 하다면, 드라이버가 배달주문을 따라가다 보면 그 도시권을 두루두루 방방곡곡 다 돌아다니게 되기 때문에 어느 곳에서 출발 하는지와 상관없이 결국은 드라이버 아무개가 받게 되는 팁 퍼센티지의 평균이 그 도시권 전체 평균 팁 비율에 근접해간다는 얘기가 돼요. 

Ergodic 하지 않은 경우라면.. 팁 인심 후한 사람들은 자기들끼리 몰려살 뿐만 아니라 주문하는 식당도 몰려있어서 딜리버리를 어디서부터 시작하는냐에 따라 줄곧 넉넉하게 팁 받으며 배달하게 될 수 도 있고, 종일 돌아다녀도 쥐꼬리같은 팁만 받으며 배달다녀야 할 수도 있겠죠. 

  

확률프로세스나 경제/금융 시계열을 ergodic하게 이해한다는 말은 얼핏 보면 경우가 다른 거 같지만 파고들면 비슷합니다. 시간이 지나다 보면 산전수전 안 겪은 상황없이 다 겪다보니 앞으로 겪을 일 또한 언젠가 가봤던 곳에 돌아가게 될 뿐이라는 얘기로 이해할 수 있어요. 한 명, 한 명의 생애나 개별 기업을 놓고서는 당연히 말이 안되지만, 사회 전체/ 마켓 전체로 놓으면 그렇게 간단하게 리젝할 수 있는 명제는 물론 아니고, 철학적 관점이 개입될 여지도 있겠죠.  

  

경제학 중에서 흔히들 생각하는 ‘선진국 경제’나 금융시장을 동적으로 다루는 접근은 어떻게 보면 분석적 편의를 위해 근 30년 이상 요런 최면제가 기본이었습니다. 

이야기 속 가상경제의 주인공(들)이 2020년 3월과 4월 사이에 좌표 변동은 있었을지언정 무한한 앞날에 대한 확률적 전망은 질적으로 일관되게 유지해야만 시시각각 주인공의 행보를 풀어내기 쉬워지는 배경이 우선 있고요. 나아가서는 사실 그 문제조차도 계산적으로나 분석적으로 일목요연한 스토리텔링이 힘들다보니, 장기적 평균이 달성된 안정궤도 (steady-state)에서 출발한다고 치고 미세한 퍼센트의 충격을 맞았다가 다시 안정상태로 돌아가는 동안 주인공(들)이 대략 어떻게 반응해가는지 근사해서 보여주는 분석이 태반입니다. 

 

이런 안정점을 잡을 수 있다는 자체에 사실 이 이야기 속 세계는 돌고돌아 제자리(=장기적 추세 평균)로 오게끔 되어 있다는 플롯이 필연적으로 깔려 있고요 결과적으로 등장인물들은 결국 처음에 살던대로 살았다는 (시간 상의) 엔딩을 플롯이 정해주는 셈이 됩니다. 

그렇다면 이런 ergodic 세계관이라는 최면제를 무턱대고 삼키기 전에 가져야 하는 당연한 의문은 몇 가지가 있는데, 1) 이 플롯으로 전개되는 스토리는 결국 엔딩(원점 복귀)을 정해놓고 과정을 보는 건데, 과정보다는 엔딩이 어떻게 될지 궁금해서 macroeconomics 스토리(+최면제)를 집어드는 순진한 독자는 사실 책이 아니라 약을 사는 꼴이 된다는 거고요. 2) 이런 약  접근처럼 장기 트렌드를 통제시키고서는 줌인해서 비추어 단기변동을 이해하는 방식이, 막대한 규모로 발생하는 (=poor quality of approximation) 장기적인 트렌드마저 영향을 줄 수 있는 쇼크를 이해하는 데 있어 얼마나 유효한지의 문제가 있어요.

 

1997년 외환위기가 한국에 가져온 변화야 굳이 자세히 풀지 않아도 다들 잘 아실거라 생각하고요, 1989-91년 버블붕괴 전후의 일본이 어떻게 달라졌는지 또한 익히 알려졌죠. 사실은 미국-EU 또한 2008년 Great Financial Crisis 금융위기 이후로 진흙탕에 장기로 갇혀버렸다는 주장(secular stagnation)도 많이 있습니다. 

 

Covid-19라는 충격을 놓고 예전의 레벨/추세로 돌아가기까지의 모양새가 어떤 알파벳 모양과 닮았을지를 묻는 문제도요. 역시나 제가 언급한 최면제 조합을 먹고 접근하기에 자연스러운 시계열적 문제의 형식을 갖추고 있지만, 충격도 충격 나름인지라 답을 찾는데 여러가지 의미에서 도움이 되지 않는 방법이라고 저는 생각해요. 

경제의 셧다운이야말로 근사시킬 수 있는 궤도 이탈의 범위는 당연히 넘어섰고, 제아무리 자본주의 경제시스템의 자가안정 본능을 신뢰한다 해도 새로운 안착 궤도가 예전의 원 궤도라고 장담하기는 당연히 어려우며, 그런 into the unknown 상황에서 새로운 궤도로 진입을 하기까지 어떤 식으로 움직여 얼마나 걸릴지를 구체적으로 그리는 것은 더 어렵겠죠.

 

팁 인심 좋은 동네 안의 오더만 배달하고 있던 운수 좋은 Uber Eats 드라이버 예시로 다시 돌아가면, 예기치 못한 교통통제에 막혀 안 가던 동네 딜리버리를 한번 나갔는데, 그 이후로 어째 안가던 곳만 다니게 되고 팁 인심이 영 예전과 같지 않아서 어디서부터 잘 못됐나/ 이제 나는 어디로 가나/ 얼마나 더 돌아다녀야 다시 예전처럼 다시 돌아갈 수 있으려나 막막해지는 상황에 닥치는 것이 non-ergodic한 세상에서는 일어날 수 있습니다. Ergodic한 세상이었다면 팁 좀 못 받고 있어도 열심히 돌다 보면 또 잘 받고 장기 평균을 찍는 기대를 하는 것이 합리적이 되겠고요.

 

또 다시 턴을 해서요, 주식 인덱스의 장기 초과수익은 예전까지와 마찬가지로 앞으로의 세상에서도 큰 변화가 없을 것이다라는 기대도 ergodicity에 의존하는 명제라고 볼 수 있죠. 이게 큰 태클없이 통용되는 이유는 투자상담 업계에서만 떠도는 얘기가 아니라 길게 풀었듯이 학계에서 집단으로 장기복용 중인 코어 최면제 중의 하나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문제는 흔히 얘기하는 은퇴자금 투자 맥락에서의 ‘장기’는 20-30년으로 한계가 분명하지만, equity risk premium의 장기 평균이 꾸준히 유지되느냐의 문제에서 그 ‘장기’에 대한 경계를 두지 않으면 사실상 반증불가능한 얘기가 됩니다. (ergodicity 개념의 원류인 열역학에서는 ergodicity breaking이라는 개념을 따로 두고 있죠) 

지금으로부터 90년전 세계 대공황 때 내려 앉은 미국 주식시장은 고점 회복하기까지 계산 방식에 따라 15년부터 길게는 25년 걸렸다하기도 하고, 일본 시장은 31년 전 레벨을 회복할 수나 있을지 기약이 없는데, 결국 장기로 보면 돌아온다는 관찰은 때로는 엄청난 긴 시야를 (그리고 관찰자의 무병장수를) 요구할 수 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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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quity risk premium '퍼즐'이라는 것도 굉장히 비중있었던 학계의 40년 묵은 토픽이었는데요. 왜 퍼즐이었는지를 좀 출발점을 달리 잡아보는게 이해가 쉬울 거 같아요.
-이 곳은 바야흐로 누구나 유동성 제약/진입장벽/거래비용 없이 어떤 자산 클래스에든지 돈을 맘대로 넣었다 뺐다 할 수 있는 일반균형상태의 세계입니다. (레드.썬!)
--같은 기대값이면 확실한 걸 선호하는 위험기피 성향이 다들 있어서. high-risk 자산은 high-return에 대한 기대가 있어야 돈이 들어오고 low-risk 자산은 low-(expected)-return으로도 돈이 들어옵니다. 경제 전체의 위험성향을 캡쳐하는게 가능하다면 기대수익에 대한 적절한 위험보정도 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 세계에서는 위험보정한 세후 기대수익이 자산클래스를 불문하고 같아야 합니다.
----1년 후 주식인덱스 투자가 가져다 줄 기대수익이 위험보정하고나서도 정부채권을 1년간 보유하는 것보다 더 높다면, 진작에 주식인덱스 투자가 더 많아져서 현재 인덱스가 높이 조정되거나 또는 신주 발행등의 방법으로 수익률이 좀 희석되더라도 주식투자자들이 떠나지 않아서 결국에는 두 자산클래스간 기대수익이 위험보정 후에는 같아져야 합니다. 
-----현실화된 각 자산 클래스의 장기 수익률 평균을 기대수익으로 생각한다면, 안전자산 수익률 평균과의 차이를 가지고 위험보정을 얼마나 세게 하고 있었는지 역산이 가능하고, 그렇다면 경제 전체의 위험선호도 알게 될 수 있습니다.
 
다시 눈을 떠서 과거 미국시장의 데이터를 보면, 5-6%포인트 정도를 주식시장 수익률이 over-perform하고 있었다고 여겨지는데, 역산을 하면 아주 과도하게 미국 가계들이 위험기피를 하고 있었다는 셈이 나옵니다. 다르게 얘기하면, 상식적인 위험기피 수준으로 이해하기에 주식에는 과소투자가, 안전자산에는 과다투자가 일어나고 있었다는 말이 됩니다. 그럼 이 역산이 의존하고 있는 사고실험은 도대체 무엇을 놓치고 있는 것일까가 '퍼즐'이 묻는 질문입니다.
 
결론적으로 한가지가 아니라 워낙 많은 것을 골고루 놓치고 있다보니 뚜렷한 정답을 좁히기도 애매해져 버린 채 미완의 문제처럼 남아버렸는데요. 일단 앞서 언급한 장기 수익률 평균=기대수익으로 생각하는 ergodicity가 유효한 가정인지도 문제삼을 수 있고요. 이와 연관되어 개인적으로 생각하는 더 큰 함정은 주식투자에 연루되는 '위험'의 구조를 수익률 기대값 주변으로 랜덤 오차가 (이를테면 정규분포를 따라) 대칭적으로 발생하는 방식의 volatility로만 생각하는 데 있다고 보는데요.
이를테면 50년만의 한번 빈도로 홍수가 날 수 있는 동네라고 해서 그 위험에 맞게 계산된 flood insurance 프리미엄을 내고 있었는데 50년간 한번도 홍수없이 지나갔다고 해서 보험료 과다책정당했다고 결론을 내리긴 어렵죠. 이른바 black swan event를 생각해서 주식에 과소투자가 일어난거라면 과거 데이터로 보는데 한계가 있습니다.
 
일반균형이라는 최면제 없이 들을 때 역설적인 사실 하나가요.
안전자산 대비 주식 기대수익은 곧 투자자에게 되돌려 주어야 되는 위험보상이라서 주식에서 나올 미래 현금흐름(=배당 또는 resale)에 대한 할인률이기도 해요.
주식의 (적정)가격이 위로 조정되었다는 것은 a) 주식 자체의 위험이 낮아지거나/ b) 투자자들의 위험기피가 줄어들거나/ c) 리스크 프리미엄이 그대로더라도 안전자산의 수익률이 낮아진 까닭에 주식에 대한 오늘의 수요가 늘어나 내일의 기대수익률은 내려간다는 걸 얘기해요. (좀 말장난같죠?) 
 
직관적으로 이해가 잘 안되실 수도 있고 믿거나 말거나이지만, 종종 전문가가 나와서 버블이 굳이 아니더라도 정책금리 인하와 양적완화로 인해 주식 (적정) 가격 자체가 위로 조정되었다는 얘기를 하는데, 사실 c) 케이스를 일컫는 거라고 이해할 수 있습니다. 여기서의 fine print는.. 미국 주식시장의 기대수익률 또한 안전자산 수익률 (미국 재무부 채권 금리) + 위험보정 팩터이다보니, 오로지 금리가 내려가서 주식가격이 올라간 거면 주식시장의 상향조정이 끝나고 난 후 앞으로 기대할 수 있는 미래 수익률도 금리를 따라 낮아졌음을 의미해요.
그렇지만 안전자산 금리가 내려간 이유 자체가 리스크가 커져서라면 위험보정도 더 세게 들어가야 하고, 금리 인하의 임팩트와 함께 겨루어 적정레벨이 높아졌냐 낮아졌냐가 결정되겠죠. 
 
이런 퍼즐이 개별 투자자들에게 주는 시사점은..
곧이곧대로 균형가격을 믿을 때는 어떤 자산 클래스에 투자해도 위험에 합당한 보상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에 상관없다가 될 수도 있고요. 
주식시장에 전체적으로 과소투자가 되고 있는게 맞다면 (이젠 아닌거 같아요), 주식투자 비중을 늘려 위험보상을 타먹는 게 좋다가 될 수도 있겠죠.
그와는 좀 다른 차원에서 더 중요한 생각할 거리는요. 저금리 자체는 주식가격에 플러스이지만 저금리 상태가 길게 길게 간다면 주식에 묻어놓는 돈의 장기 수익률도 결국 낮게 유지될 수 밖에 없기 때문에 은퇴시점 계산 등등에 생각하는 수익률 평균도 보수적으로 잡아야 할 수도 있어요.
 
물론 이도저도 다 아닐 수도 있어요-_- 낮아진 금리로 돈을 빌려 share buyback을 해왔던 지난 몇 년간을 돌아보고, 은행들에서 loan loss provision (대손충당)은 늘려가면서도 정책당국에서 하라는 증자는 거들떠 보지도 않고 배당은 꼬박꼬박 넣는 걸 보면 세상 돌아가는 이치가 좀 다른 것 같기도 해요. 그렇다면 갈팡질팡한 상황에서 좀 지켜봐서 도움이 될 수 있는 것은 안전채권과 위험채권의 시장금리 차이가 벌어지는 추이와 주식가격의 추이를 나란히 보는 거겠죠.

 

(9/9/2020 업데이트) (목차로 돌아가기)

 

또 간만에 글을 다시 업데잇하려다 처음부터 글을 읽어보니 덕지덕지 늘어나서 정말 길어졌네요;; 오늘은 여기에 붙이고, 다음 번부터는 새로 글을 팔게요. 

 

옵션이 이끄는 주식시장

 

목요일(9월 3일)부터 며칠 금융시장 기류가 좀 달랐죠. 테크 기업 주식이 왜 갑자기 떨어졌는지에 대한 속시원한 정답을 기대하기가 애당초 무리인 것이, 지금까지 왜 이렇게 올라왔는지에 대한 설명부터가 사실 좀 궁색합니다.

 

연휴동안 마켓은 쉬었어도 8월 한달 동안의 테크 랠리에 대한 논의는 여기저기서 바쁘게 오고간 듯합니다. 키워드는 역시 'Option'입니다.

물론 새로운 정보가 드러났다기보다는 이미 알려진 정보들을 종합한 해석이 시차를 두고 좁혀지고 있는 것 같아요.

일단 다들 알고 있었던 두 가지 팩트는 1) 대형 테크주들에서 주식을 향후 특정 가격에 매수할 수 있는 계약인 Call 옵션 포지션이 엄청나게 불고 있었고 2) 인덱스 옵션 가격 분포는 더 큰 마켓 변동성을 시사하고 있었는데 (higher vix), 여느 때라면 현물 마켓인덱스 하락과 맞물리는게 보통인데 한동안 인덱스 레벨도 나란히 오르는 현상이 지속되었어요.

이와 관련해서 주말에 나온 Financial Times 보도가 화제가 되었는데, 알고보니 Softbank가 8월 동안 빅 테크 콜옵션을 사들이는 큰 손이었다는 거였죠.

(https://www.ft.com/content/75587aa6-1f1f-4e9d-b334-3ff866753fa2 ; paywall)

 

비상장 스타트업등에 주력 투자하는 Softbank가 왜 이제와서 대형 상장기업 주식 옵션 스프레드를 따먹는 헤지펀드처럼 행동하는지도 화제이지만, 리테일 주도로 알려졌던 지금의 랠리가 알고보니 막후의 기관투자자가 그린 그림 아니냐는 식의 이해도 살짝 생기는 듯합니다.

 

여전히 리테일 주도 랠리이다라는게 중론이지만 옵션이 시장 변동성을 부추기는 핵심에 있는 것도 또 맞는 것 같습니다. 

https://www.bloomberg.com/news/articles/2020-09-06/the-bro-trader-options-enhanced-stock-money-machine-goes-global

https://www.ft.com/content/41970bab-beb5-4e83-aa78-29e939f4041b (paywall)  

 

사실 미국에서 팬데믹이 본격 불거지기 이전부터 개인 투자자들이 특정 종목에 집중적으로 짧은 만기에 높은 행사가격의 콜옵션을 사들이는 작전(?)을 전개해서 화제가 되었는데요. 여기서 콜옵션을 팔아주는 쪽은 대형은행인데, 대형은행, 그것도 Dodd-Frank 이후의 은행들은 가격의 방향성에 대한 위험노출(delta)을 철저히 차단하는 방침 하에 운영된다는 점을 이용한 일종의 남의 돈으로 코풀기가 되겠습니다. 

https://www.bloomberg.com/news/articles/2020-02-26/reddit-s-profane-greedy-traders-are-shaking-up-the-stock-market

 

오늘 주식 현물가격은 95불이지만 다음주에 100불 받고 주식을 팔아주는 계약으로 건당 50센트 받고 나면 은행은 계속 현물가격을 모니터하면서 그에 따른 (delta) 헷징을 하게 됩니다. 여기서 헷징은 당연히 현물 주식을 미리 사서 다음주까지 주가가 확 오르는 이벤트를 커버하는거죠. 당장 옵션거래와 함께 헷징이 이루어지기 때문에 현물주가에도 플러스 요인이 되는데, 현물주가가 올라가고 만기일이 가까워질수록 헷지해야 하는 델타 (및 델타 민감도인 gamma)가 껑충 뛰기 때문에 이 경우 은행은 계속 계속 해당 종목의 주식을 사면서 따라가게 됩니다.

 

물론 개인투자자 한명이 몇백개 사는 거야 상관이 없지만, 많은 사람이 동참해서 이런 (높은 gamma의) 콜옵션을 사들이는 규모가 유의미하게 커지다보면 은행의 헷징 리액션을 매개로 자가 동력을 갖는 것도 가능할 수 있습니다. 단기간 내 현물 가격이 뛴다는 베팅이 많으면, 베팅의 반대쪽에 서게 되는 딜러가 안전빵으로 현물을 사들이는데 이 양이 워낙 많아서 현물가격이 오르면 더 위태해진 위험노출을 커버하기 위해 딜러가 더 사들이고 결과적으로 주가도 콜옵션 가격도 계속 오르는 거죠.  

 

대형 테크주들이야 이런 작전이 통할 수 있는 사이즈가 아니지만 그럼에도 소규모 단기 콜옵션 포지션이 많으면 많을수록 비슷한

다이내믹이 작동하기가 쉬워집니다. Gamma squeeze라고도 부르는 것 같아요. 

 

물론 무한동력이 가능하지 않은 것처럼, 주식시장이 마냥 옵션 따라갈 수만은 없겠죠. 이런 스퀴즈가 일단 시동이 걸리려면 기본적으로 조류/풍향이 어느 정도는 받쳐줘야 가능한 거지 현물 주가에 센 역풍이 한번만 불어 주면 바로 사그라들 수 있어요. 인천에서 LA가는 비행기를 끌어당겨서 뉴욕에 착륙시킨다기보다는, 어찌보면 결국 LA에 가는 건 마찬가지인데 비행기 속도를 가속시켜서 LA 도착 전까지 뉴욕 너머 날아갔다가 다시 돌아오는 차이일 수도 있고요. 

 

그렇다면 Softbank 및 이와 유사하게 8월 옵션 매입에 동참한 기관들의 작전인가 하면, 링크한 기사들에도 나오지만 더더욱 아닐 거예요. 

 

이 쪽의 옵션투자는 스프레드를 노리다보니 사는 옵션의 만기도 몇 달씩 길고(=높은 리스크 프리미엄), 은행들과 마찬가지로 델타헷징은 기본적으로 들어가기 때문에 (delta-neutral), 테크주의 가격상승을 부추겼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하죠. 하지만 나스닥에서 vix와 인덱스가 동반성장하는 현상에서  vix가 오르는 데에는 분명 기관의 기여도가 컸겠죠. 늦가을에 던져지는 엄청난 확률변수도 있고해서 보험으로 주가가 떨어질 때를 대비해 바닥을 확보하기 위한 풋옵션을 사는 기관들도 많을 거고요.

 

풋옵션(특정 가격에 팔수 있는 권리) 얘기가 나온 김에 한 가지 생각해 볼 건, 앞서 설명한 gamma 스퀴즈는 반대로도 작동할 수도 있다는 겁니다.

보험이 목적이던 베팅이 목적이던 풋옵션 포지션이 누적이 되면, (풋을 팔았던) 은행들이 현물 주식에 대한 숏포지션을 늘려가고 결국 주식이 떨어지는 자가 동력이 될 수도 있겠죠.

 

주가 변동성이 커지는 것에 대한 베팅/준비가 옵션 시장에서 부지런히 일어나게 되면 결국 그 자체로 주가가 단기간에 크게 휘청할 수 있는 토양이 준비되는 셈인데요. 준비를 하는 쪽은 이러나 저러나 큰 상관이 없어도, 베팅을 하는 쪽은 결과에 따라 어쩔 수 없이 희비가 엇갈릴 수 밖에 없는데 그 희비의 고도차가 다시 가파라지는 상황 같아요. 

 

 

(9/29/2020 업데이트) (목차로 돌아가기)

선거 전에 또다른 업데잇이 쉽지 않을 거 같은데, 중대하고도 예민한 문제로 새로 글을 시작하기도 싫어서 또 한번 짧게 붙입니다.

 

US Presidential Election day? week? month?

 

저도 할 말은 많지만 정치글 금지 중이기 때문에 제가 이해하는 상황을 두리뭉실 짧게 종합해볼게요.

이제 선거일이 한 달 조금 넘게 남았고, 오늘 드디어 첫 대선 토론인데요. 안그래도 엊그제 세금 관련한 블록버스터 특종도 있었고 한달 간 뉴스흐름은 안 시끄러울 수가 없을 겁니다. 

그럼에도 레이스는 특정 후보가 이기는 것이 기정사실화된 것 같아요. 2016년 당시에도 직전까지 특종이 터지고, 여론조사 추정치도 많이 빗나간 걸 상기하면 뚜껑 열어볼 때까지 모르는 거지만, 여러가지 감안해도 게임 끝인거 같아요. 

 

관심 있으신 분들은 다음 두 링크를 한번씩 참조하셔도 좋을 듯 합니다.

https://projects.economist.com/us-2020-forecast/president

https://projects.fivethirtyeight.com/2020-election-forecast/

 

저번에 주식옵션 얘기를 했는데, 옵션 가격설정이 사실상 미래 가격변동성에 대한 시장기대를 반영하다보니 각종 현물자산의 옵션 가격을 가지고 특정 시점의 event risk에 대해 얼마나 시장이 프리미엄을 두고 있는지를 계산할 수 있는데요. 당연한 거지만 11월 초의 event risk에 대한 헷징 수요가 치솟아 있다는 지적이 많이 있었어요. 그런데 이 리스크 프리미엄이 자산 클래스 불문 (환율 제외) 확 줄어들고 있는데, 모르긴 몰라도 제가 느끼기에는 시간이 경과하면서 금융시장이 판단하기에도 대선 결과에 대한 불확실성이 좀 걷혀가는 것 같습니다.  

 

그보다는 우편으로 투표하는 비중이 크다보니 당락이 드러나는 시기도 길어질 수도 있습니다. (그래도 3일 후인 11월 6일까지는 윤곽이 잡히리라들 기대하는 것 같습니다.) 우편 투표는 주마다 워낙 방식도, 규정도 다르고 좀 복잡하다보니 무효처리되는 비중도 커서 과거 대한민국에서의 k값 논란과 같은 논란이 출몰하는 것은 거의 기정 사실이라고 생각됩니다. 법적 분쟁도 크고 작게 이어질 것 같고요. 온라인 여론전도 만만치 않겠죠.

 

선거 이후 금융시장 반응은 어떨까요? 특히 선거와 같은 binary event는 100% 확실한 확률로 결과가 사전 예측되지 않는 한 (사실상) 연속적인 변수인 가격이 완벽하게 결과를 미리 반영할 수는 없겠죠. 주식 가격만 생각하면 어느 한 쪽이 좀더 유리하긴 한데, 이리되든 저리되든 순조롭게만 결론이 나면 주식시장은 좋게 받아들이지 않을까 싶어요. (세계 시민 1인으로서 그렇게 되길 바랍니다)

 

상원 과반의 향방 + 유력 당선자가 앞으로 추진하게 될 정책변화가 사실 크고 중요한 이슈이겠죠. 제가 볼 때 연방세제는 99% 또 한번 바뀔 거 같아요. 은퇴 대비 전략에 관심 크신 분들이 많은 걸로 알고 있는데, 401k, social security, medicare 관련해서도 몇가지 큰 변화가 생길 거 같아요. 11월에도 covid는 여전히 우리 곁에 있겠지만, 또 많은 일들이 미국에 일어나 있겠죠. (역시 2020년..)

 

 

(11/10/2020)

다른 글에서 좀 바뀐 제목으로 이어가겠습니다. 감사합니다.

https://www.milemoa.com/bbs/8058192

 

(미리 쓰는) 에필로그

 

누구도 시키거나 부탁한 적도 없는데 어쩌다 보니 Covid 팬데믹 1년 간을 간헐적 연재 형식으로 이 곳에 계속해서 코멘터리/논평/잡설을 달게 되었는데요.. 앞으로도 되는대로 이어가고픈 생각이지만 (https://www.milemoa.com/bbs/8058192), 공교롭게도 1년이 차니까 공백기간이 본의 아니게 늘어지면서 이런 저런 생각이 들었어요. 이 글쓰기도 언젠간 끝이 나게 될텐데, 모르긴 몰라도 끝나는 형태도 어떤 작정이나 선언도 없이 애초에 시작할 때처럼 어쩌다보니 긴가민가 하게 중단이 되어 있을 가능성이 높겠더라고요^^;; 

 

하여, 언제일지 모를 그 때를 생각하며 미리 끝맺음 겸 소감을 조용히 써놓기로 했습니다. 한참 이어 가고 있던 새 포스트에 붙여 끌어올리긴 좀 부담스럽고 여기다 써놓으면 딱 좋을 거 같더라고요. 고맙게도 댓글/쪽지 피드백을 주시는 분들이 계시고 오늘 문득 조회수를 보니 열심히 읽어오신 분들이 생각보다 꽤 되시는 거 같아 이렇게라도 미리 준비해놓는 감사/작별 인사라도 있는게 예의인 것 같기도 해서요. 

 

창피하지만 이런 온라인 게시판에서 자발적+비정기적으로 (=내키는대로) 연재를 했던 경험이 예전에 딱 한번 있었어요. 지금 여기 올리는 글이 생애 두번째인 셈이죠ㅋ 첫번째는 많이 거슬러 올라가야 하는데, 외환위기와 한일 월드컵 사이의 시기에 어떤 모의 주식투자 사이트 게시판에 글을 써서 올리고 있었어요. 지금처럼 마일/포인트 focus 게시판에 경제 커멘터리.. (그래도 포인트는 포인트입니다) 를 올리는 수준의 동떨어진 글은 아니었고, 가상의 주가조작 집단 소재 픽션이었어요. (지금도 그 생각만 하면 오글오글하지만 다행히 검색엔진 상 흔적이 남아 있진 않은 거 같습니다^^;;)

 

정확히 얼마의 기간 동안 그 연재를 계속했는지도 기억이 확실치 않지만, 그 허무맹랑한 작업에 꽤 긴 시간 공을 들였던 이유는 역시나 열심히 읽는 사람들이 있다는 기대 내지 고마움 때문이었어요. 어린 학생이 웃자고 쓴 글인데 칭찬해주니 으쓱한거죠ㅋ 그 웹사이트에서 나름 게시판 활약이 크다고 선정되어 외식 상품권도 받고 했었는데, 최근 마모 게시판 9만글 이벤트 덕분에 느닷없이 그 기억이 소환되더라고요. 그렇게 열심이었건만 어쩌다 어떻게 연재를 중단했는지는 기억조차 없어요^^;; 다만 기억이 나는 건, 공식 결말(?) 맺은 적이 없이 시간이 흐르다보니 누군가 별도 양해 없이 그 시리즈를 이어써서 올리기 시작했는데, 불쾌하기보다는 내가 스스로 그 정도되는 글을 썼다는 생각에 되려 기분이 좋더라고요.

 

낯 부끄러워서 남들에게 언급도 잘 않는 이 에피소드를 이렇게 소개하고 싶었던 이유는 개인적인 소회를 나누고 싶은 마음도 물론 있지만 두 가지 정도가 더 있습니다. 

 

우선은 독자들이 큰 역할을 해주시니 영감도 받고 별 거 아닌 내용도 막 보여주고 싶은 동기부여가 되어 온 거 같아요. 감사합니다. 어릴적 썼던  SF급 주식 글들은 기억에서 내용도 가물가물하고 분명 대단할 것고 없었을 텐데, 어린 나이부터 마켓의 다크사이드를 일찍 접하는 것에 대한 걱정부터 문예창작 전공을 하라는 격려?까지 진심어린 반응들이 많아서 아직도 기억에 남고 사실 그 코멘트들을 연료삼아 창작의 영감을 얻었던 거 같아요ㅋ 마일모아 게시판을 지켜보고 있자면 본인의 시간들여 주옥같은 컨텐츠를 글/댓글로 정리해주시는 분들이 많으신데, 따뜻한 피드백과 감사인사를 아끼지 않는 게시판 분위기가 중요한 토양 역할을 하는 거라 생각 들어요. 그런 점에서 수혜자 입장에 서 본 저 역시도 그런 반응들을 부지런히 챙겨서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또 하나는 뒤늦은 disclaimer라면 disclaimer인데, 글을 읽고 받아 들이는 분들이 글쓴 사람(=urii)이 어떤 배경/의도와 직함/권위를 가지고 쓴 것일지 넘겨 짚어 혹여나 무조건 수긍하거나 반대로 걸러 듣는 경우는 없으시길 바래요. 중고생이 밤에 신나게 두들기던 주가조작 픽션과 비교햐면야 물론 장르도 다르고 진지한 정도도 다르지만, 여전히 본업 및 공부한 세부전공의 분명한 나와바리 영역권 상 한계를 마구 넘나들며 내키는대로 써내려 간 결과물이기 때문에 각별한 주의가 필요합니다. 잘 모르는 얘기는 잘 모른다는 티를 일부러 내면서 조심스럽게 쓴다고 하긴 했는데, 그럼에도 올려놓고 나서 읽으면 아는척 잔치가 되어 있더라고요. 진중한 문체로 썼다고 내용까지 꼭 진중한 건 아니겠죠. 

 

이 글을 써가면서 나름 친절하게 쓴다고 공을 들였고 쉽게 잘 풀어썼다고 칭찬해주시는 분들도 있었는데, 사실 그럼에도 좀 글이 어렵고 불친절하다고 느끼셨을 분들이 사실 더 많다는 걸 잘 알아요ㅋ 어쩌다보니 고집처럼 그림이나 도표 하나 안 집어 넣고 글로만 길게 이어 붙이다보니 더 그랬을 거 같은데, 그럼에도 열심히 또 읽어 주신 분들이 제일 고맙고 또 송구합니다. 

 

그간 쓰다보니 요것 저것 많이 찔렀는데요. 사실 본인 전문 분야에서 지적/반박하고 싶은 것들이 눈에 안 보일 수가 없었을텐데 그냥 넘기고 읽으셨던 분들도 있을 거 같아요. 그 분들의 너그러움에도 고맙게 생각합니다. 마일 게시판에서 삼천포 논의가 길어지는 걸 의식 안할 수 없지만 저 개인적으로는 가볍게라도 그런 부분들을 얘기해보는 것도 좋을 거 같아요.

 

그동안 읽어 주신 분들 그리고 앞으로 읽어 주실 분들 모두 고맙습니다rabbit%20(32).gi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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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8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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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rii

2021-01-23 16:00:41

원 글에서 "옵션이 이끄는 주식시장"으로 설명했긴 했는데, reddit 개미작전이 그렇게 Gamestop 주식 밀기에 크게 성공했다죠.

 https://www.bloomberg.com/news/articles/2021-01-22/gamestop-tug-of-war-gives-reddit-army-a-win-on-record-volatility

urii

2021-01-25 21:58:08

gme_0125.png

 

Alpha

2021-01-28 19:40:38

기록해두고 싶네요.

Screenshot 2021-01-28 104117.png

 

출처: https://www.ft.com/content/ae1ecff4-9019-4a2a-97ea-55a3cd15c36a

urii

2021-01-28 21:43:06

이런 일이 터지면 Citadel같은 마켓메이커는 이래저래 돈을 쓸어담고 있다고 생각하는 게 맞는거 같은데, 정황상 또 다른 트위스트가 있는 것 같기도 하네요. 두뇌회전 빠르신 분들은 알 거 같기도 한데, 저는 구경꾼인데다가 집에서 애가 계속 소리지르는 통에 회전은 커녕 시동도 안 걸리고 그냥 누가 Citadel book 좀 정리해주면 좋겠어요ㅋ

urii

2024-03-19 14:41:32

정확히 4년 전이었네요. 사실 그 전 주말에는 그 날부터 출근하지 말라고 해서 집에서 착잡한 마음에 (일은 안하고) 썼던 기억이 나요.

라임블루

2024-03-19 17:12:43

덕분에 '그때'의 기억이 다시 소환되었네요. 정리하신 글에 대해 감사드립니다^^

마일모아

2024-03-19 17:15:01

통찰력 넘치는 글들, 늘 감사드립니다.

라이트닝

2024-03-19 17:17:22

2020년 3월 18일이 제게는 아주 충격적인 날이었습니다.

그 뒤로 주식 시장이 회생하는 것보면 참 대단하다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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