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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29/2021) 위기의(?) 경제 가십 포인트들

urii, 2020-11-10 23:0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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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3월에 써서 이어붙이기 시작한 글(https://www.milemoa.com/bbs/7380152 )이 너무 너무 길어져서, 새로 파려고 합니다. 먼저 글도 찬찬히 읽어 주시는 분들이 계셔서 굉장히 뿌듯하기도 했고, 써놓고 나면 나조차도 몰랐던 내 생각을 정리해보는 유익이 커서 기회 되는대로 또 이어가려고요.

 

글을 새로 파려니 제목 다는 것부터 고민이 되더라고요. “경제 위기”라는 단어가 들어간 제목을 달고 개인 논평을 하는 게 안그래도 멋적어서 그냥 기존에 읽으셨던 분들이 ‘아 속편이구나’라고 알아차릴 수는 있을 뒤죽박죽 제목을 달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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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11월 미국 선거와 통계의 한계 (2020년 11월 12일)

선거 후 미국 재무부의 움직임 (2020년 11월 20일)

Das Kapital 자본(론): 정치경제학 동화 비판 (human capital; 2020년 12월 8일, 10일)

누구를 위하여 돈은 풀리나 1 (미국에서의 팬데믹 경제구제책 - 왜; 2020년 12월 16일)

누구를 위하여 돈은 풀리나 2 (미국에서의 팬데믹 경제구제책 - 비용; 2021년 1월 3일, 7일)

당신의 ‘코디’는 안전하십니까? (2021년 1월 22일)

게임스탑의 전설 (2021년 2월 3일)

최저임금제 효과를 자동완성으로.. (2021년 2월 12일)

(에스컬레이터를 탄) 도박꾼의 폭망 (2021년 5월 19일)

2021년 6월 초 기준 미국 경제를 들여다 보며 생각해 볼 포인트들 (2021년 6월 7일)

두 chairperson의 인플레이션 코멘트 (2021년 6월 18일)

Tantrum 평행이론 (2021년 8월 27일)

Make-or-break moment (2021년 9월 29일) 

 

Make-or-break moment (9/29/2021)  (목차로 돌아가기)

 

이번 한 주가 개인적으로도 중차대한 주간인데요..

미국 연방 하원에서는, 특히나 민주당 입장에서는 절대절명의 며칠이 될 예정입니다. 상원에서 통과시켜놓은 $1T짜리 infrastructure 법안이 곧 표결 예정인데 이 표결 자체가 $3,5T 사이즈로 널리 알려진 민주당 단독 패키지와 사실상 연계되어 있다보니 이 또한 금주 안에 어떻게든 합의를 내겠다는 계획 내지 포부가 현재 백악관과 당 지도부 입장으로 보입니다. 여기 게시판에서도 최근 논의된 Backdoor Roth 제한부터 시작해서 universal pre-K 까지 정말 굵직한 사안들이 무지막지하게 많이 걸려있는 계획이라 사실 엄청 중요합니다. 거기에 금요일 (9월 30일)까지로 연방정부 회계연도가 마감하다보니 매번 그러듯이 연말까지 연장도 해줘야 하죠. 정치적 지형 상원에서 한명, 하원에서는 세명이 배째라고 나서려고 마음 먹으면 또다시 연방정부 셧다운도 볼모로 잡힐 수 있고요. Debt ceiling 시한폭탄도 이제 3주도 채 안남은 시점이라.. 당분간 많은 사람들의 심장이 쫄깃할 것 같습니다.

 

대양 건너 중국에서는 금요일부터 ‘golden week’ 연휴인데, Evergrande/헝다 위기 관련 중국 중앙정부의 대응방향이 그전까지 어느 쪽으로든 윤곽이 보여야 하지 않나 하는 거 같아요. 2008년 Lehman Brothers에 많이들 비견하던데요. 정말 Evergrande의 향방이 그정도 폭발성을 가지고 있고 중국 공산당의 액션에 따라 뇌관이 제거될 수도 대폭발이 날 수도 있는 문제라면, 계속 조마조마 지켜봐야 하겠죠.

 

사실 까딱하면 폭망하거나 잘하면 대박도 날 수 있는 기로의 make-or-break 순간들이 인류 문명에서 숱하게 있어왔곘지만, 결과적으로 망한 경우들은 보통 망했기 때문에 후대 기억에 오래 남지 않고, 잘된 경우들은 결국 잘 풀린게 중요하지 정확히 이 시점에서 어떻게 했길래 잘 됐고 왜 잘못될 수 있었는지 가상의 counterfactual을 굳이 따져보지는 않죠. 그러다보니 시대의 흐름을 줌아웃해서 보면 대체로 다 필연적인 경로를 따라 자연스레 흘러왔다 싶은 거 같아요. 가깝게는 20년 3월 중순에 그런 시점이 예기치 않게 닥쳤었던 거 같은데, 예전에도 썼지만 다들 새로운 전개에 적응하느라 바쁘지, 있을 뻔 했던 다른 가능성은 애써 고민하지 않죠.. 

 

그렇지만--굳이 루비콘 강에 다다른 시저가 아니라도-- 그 어느 시점의 누가 되었건 미래의 불확실한 경우의 수를 내다보며 현재진행형으로 결정할 수 밖에 없기 때문에, 특히 이런 중차대한 타이밍에 임박하게 되면 결정권이 있거나 결정에 영향을 받을 수 있는 사람 입장에서 서스펜스 내지 초조함이 생기는 건 당연하겠죠.

 

앞서 언급한 헝다 사태와 미국 연방하원 문제도 어찌보면 모두가 영향권에 있다보니 지켜보는 서스펜스가 만만찮은데요. 미국 Infrastructure는 그 나름대로 하고 싶은 말이 많고 동북아 버젼 부동산 버블도 또 큰 토픽이지만, 지금 시점에서 일단 짚고 싶은 것은 이 두 사안의 성격 차이입니다. 제가 유식한 척하는데 즐겨쓰는 단어들을 마구 돌려 써보면서 생각해보면요ㅋ

 

헝다 사태는 사실 중국 중앙정부 입장에서만 따져보면 make-or-break 상황은 아닌 거 같죠. (Evergrande는 물론이고 중국 경제 자체에 대한 제 지식 수준이 형편없는 관계로) 잘 아는 것 같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가장 설득력 있는 시나리오는 중앙정부에서 개입하지 않을 것 같은 위기감을 최대한 조성하면서 결국에 가서는 최소한 국내 이해관계자들의 피해는 없도록 막아 줄거라는 예상이고, 안그대로 그런 기대감이 널리 퍼져있는 거 같아요. 사실상의 서스펜스는 달러 채권자 및 외국 투자자들도 그 구제 대상에 포함될 것인지 여부 정도로 남아 있는 거 같고요. 

 

중국 경제내에 부동산/건설업 버블이 지나치게 커졌다는 것이야 익히 일려진 당국의 판단이고, 더 커지기 전에 거품을 안전하게 통제된 상황에서 빼보겠다는 것이 목표일텐데요. 사실 고무풍선에서 바람을 빼고 싶은데 빵 터져서 산산조각나지는 건 피하려면, 튼튼한 접착테이프를 붙여 주변의 수축을 방지해놓고 그 가운데 조그만 구멍을 뚫는 신박한 방법이 있는데 딱 그런 그림이려니 생각이 들어요. 이상적으로는 diminish-or-bust의 선택을 할 수 있다고 보는 걸텐데, 결과적으로 나중에 되돌아볼 때 오늘의 bust이냐 내일의 bust이냐를 고르는 문제였을 개연성이 높다고 생각합니다. 

 

반복해서 피력하는 제 관점인데요. 자가동력으로 (=마켓 포스?)  일사천리로 쌓인 탑이 도리어 무너질 때도 자가동력으로 무너지기 쉬운 경우가 많은데, 자연적(natural)인 시장균형상태= 안정점이라고 생각하는 아카데믹힌 시각과 얼핏 상충합니다. 왜냐면 현실에서는 모든 경제적 의사결정이 현재의 규제/정책환경, 사회문화적 여건 등등에 조건부로 이루어지는데, 문제는 그 조건들 어느 하나 항구적이지는 않거든요. 자기실현적으로 너도 나도 동참해서 급격히 끌어올려지는 시장 가격이 있다면, 그 자가동력이 갑자기 발동하는 이면에는 사실 의존하고 있는 굵직한 전제사항들이 있다고 보면 됩니다. 특정 마켓에 버블이 있다 아니다를 놓고 왈가왈부하는 것도 어디까지 조건부로 생각하는지의 차이인 경우가 많다고 느껴지는데, 가령 특정 금리/유동성 환경을 조건으로 깔고서 보면 합리적이더라도, 같은 가격이 그 조건을 빼고서 보면 뻥튀기되었다고 볼 수도 있는거죠.

 

이런 외부조건을 배경 삼아 마켓에서 자가동력이 걸렸다가 해제되는 걸 시간차원에서 따져보면, 보통 분명한 비대칭이 있고 사실 그 때문에 생긴 버블을 점진적으로 제거한다는 게 쉽지가 않습니다. 처음에 빌드업이 있을 때의 과정 자체는 순차적(sequential)이죠. 가장 먼저 진입하는 참가자/자금/사업체 그룹이 있으면, 그 진입/투자를 계기로 그간의 기다림을 끝내고 진입하는 쪽으로 결정이 기울어지거나 비로소 가능해지는 이차적인 그룹이 있고, 그러면 그 다음 차례가 꼬리를 무는 다이내믹으로 생각해 볼 수가 있겠고요. 그 타이밍의 시차는 갖고 있는 정보의 차이일 수도 있고, 펀딩 여력의 차이, 혹은 모험 성향의 분포 때문일 수도 있습니다만 어쨌든 먼저 움직인 자가 그 다음 차례의 움직임을 부추기다보니 자가동력으로 말할 수 있겠죠. 반대로 빠질 때 얘기는 좀 다릅니다. 

 

내내 유지되어던 그 전제조건에 공개적인 변동(=regime change)이 있을 경우는 들어왔던 차례와 상관없이 다같이 나가느라 바쁘겠고요. 바뀌었나 안 바뀌었나 긴가민가 한 상황이라도, 들어가는 차례가 정보접근성 및 판단속도의 차이였다면, 내 순번이 어디였는지와 상관없이 들어왔을 때 가장 먼저 들어왔던 똑똑이가 빠져나가는지를 다들 주시하지 들어올 때 보고 덩달아 따라 왔던 사람 앞꽁무니만 보고 차례 기다려 질서 지키며 나오지는 않기 때문에 굉장히 압축된 타임라인 안에 동시다발적으로 exit이 일어나기 쉽습니다. (물론 진리가 아니고 이론입니다.) 

 

이런 이치를 생각하고 Evergrande의 그랜드한 스케일과 영역범주를 생각할 때, 아무리 막강한 베이징 정부라도 통제된 상황 하에 질서정연한 거품 빼기가 가능하겠냐는 의문을 갖는 것이 당연한 것 같아요. Evergrande/헝다 명의의 채무 외에도 우회경로?로 책임져야 하는 빚이 여기저기 퍼져 있는 것 같은데, 전면 개입없이 파장을 막기에는 어쩌면 늦었을지도 모르고요.

 

더 근본적인 의문도 사실 있습니다. 부동산/건설 버블이 경제 성장의 주요 동력 모델이었고 사실 그 결과로 나타난 (텅빈 고층 건물 숲을 짓는다든지 하는) 과잉투자가 문제였다면, 그 쪽 거품을 눌러준다고 동력에너지는 고스란히 보전한 채 전달경로가 건강한 쪽(내수소비시장?)으로 무리없이 전환되겠는지의 궁금증인데요. 계획경제 시스템이어서 가능할 수도 있고, 계획경제 시스템이어서 시동 꺼뜨릴 수도 있고.. 그야말로 장기적인 관전 포인트인 것 같아요. 형태와 양상은 다르지만 대한민국은 오버드라이브하다가 시동이 꺼지고 아예 파워트레인 들어내서 (또 정권 교체도 하고) 다 갈다시피해서 다시 출발한 셈인데요. 혹여나 이번 사태를 계기로 중국 경제가 크게 터진다고 해도 더 긴 장기로 봐서 중국의 미래를 굳이 어둡게 볼 근거는 전혀 아닐 것 같아요. 물론 수많은 개인 차원의 불행이 달려 있는 문제이고 고로 정치체제의 존망도 직결되어 있기 때문에 중국 공산당의 고민이 점점 커지겠죠.

 

 

미국 연방 의회가 당면한 문제들은 민주당 입장에서 그야말로 모 아니면 도 make or break입니다. 조만간 미국 연방정부가 디폴트 상황에 놓일 수도 있는데, 잘되면 수십년에 한번 성사시킬까 말까한 스케일의 정책들을 실현시킬 수 있으니까요.

 

타이핑 속도를 좀 늦추고..^^ 여기서 정치적으로 들어가는 건 아닌 것 같아 간단히만 짚자면, 다이내믹이 많이 상반됩니다. 양 당 지지자들간 간극도 넓어지고, 각종 이해관계자들의 영향력도 veto power도 제각기 크다보니 정치환경이 이래저래 현상유지로 가는 방향으로 조성되어 있거든요. 어느 방향으로든 큰 변화를 내려면 굉장한 고차 연립방정식을 억지로 억지로 풀어서 무리수를 두어야 합니다. 버블이 커지고 터지는 이치가 온 우주가 나서서 동참하는 느낌이라면 야심찬 입법을 성사시키는 건 사방으로 뻗어나가는 온 우주를 바쁘게 모아 담아야 되는 느낌인거 같아요.

 

미국 민주당이 올해의 budget reconciliation에 올인하다시피해서 그간의 위시 리스트를 다 무리해서 집어넣으려는 것도, 사실 그만큼 꼼꼼히 따져봐야 할 사안이 많은데도 굳이 다급한 타임라인에 속전속결로 진행시키려는 까닭도 사실은 여기에 있겠죠. 하나 하나씩 순서대로 맞춰 가면 나머지도 수월해지는 게 아니라, 하나 열심히 맞추면 다른 하나가 더 어긋나기 십상이거든요. 양극화된 미디어 환경에서는 여론의 관심에 노출되는 시간도 최소로 줄여야 하고, 개별 의결권 행사자들이 다른 영향을 받아 엇나갈 여지도 줄여야 하기 때문에 후다닥 속도전으로 작전이 세워졌던 것 같은데, 지금으로서는 작전 재검토 시점에 온 것 같습니다.

 

중국에서는 빵 터지려는 것을 강력한 의지로 막아설 수 있을지의 불확실성이라면, 미국에서는 강력한 의지로 안 되는 걸 해보려다가 빵 터질 수 있는 불확실성인 것 같네요. 다른 말로 하면, 권위주의 체제 능력의 한계 테스트와 민주주의 체제 부작용의 한계 테스트가 동시에 진행 중인 듯 합니다.

 
 

Tantrum 평행이론 (8/27/2021) (목차로 돌아가기)

 

비록 Virtual이지만 Jackson Hole 이라는 장소 명칭은 전통 그대로 달고선 잭슨홀 심포지엄이 열렸습니다. https://www.kansascityfed.org/research/jackson-hole-economic-symposium/macroeconomic-policy-in-an-uneven-economy/ 

 

사실 (양적완화를 완화하겠다는..;;) taper를 Powell 의장이 오프닝에서 공식 언급하게 될 것으로 다들 예상하고 있었던 관계로 모두들 주목했었죠. 스포일러가 공공연히 돌아서 다 알고 보는 영화인데도 누군가는 식겁하지 않을까 하는 만약의 가능성이 유일한 긴장 요소였던 것 같아요. 이제는 11/12월부터 Fed가 채권(treasury + agency MBS)를 사들이는 볼륨을 줄여 나가는 것으로 사실상 출구 좌표가 찍혔네요.

 

과거 QE를 마감하는 과정에서 마켓의 과민반응이 있었다보니 어린아이 temper tantrum (발광? 생떼?)에 빗대어 Taper tantrum이라고 말을 붙였는데요. Taper tantrum을 내다볼 깜냥은 안되지만 temper tantrum은 항시 살아내고 있는 중이라 할 말이 많습니다. 

 

최근 2년 여에 걸쳐 쌓은 데이터 포인트를 통해  (toddler temper tantrum에 대해) 몇 가지 얻게 된 통찰이 있는데요. 우선, 제반요건들(배고픔/수면부족/마스크 착용시간 초과 등등)이 충족된 상태에서 발동할 트리거가 건드려 지고나면 그 때부터는 부모/보호자가 제아무리 다른 스킬/화법과 distraction을 시도한들 터질 운명은 되돌릴 수가 없더라고요. 어쩌다 요행히 시간을 벌었다 한들 끽해야 10분이고 그 사이에 제반요건이 해소된다면 모를까 그게 아니면 분출없이 트리거가 해제되는 일은 없네요.

 

또 맞닿아 있는 깨달음인데요. 양육자의 유형/역할/접근보다 아이의 타고난 기질이 생각보다 더 큰 변수인 것 같아요. 아무 것도 모르는 시절 관찰자의 시각으로 볼 때는 막연히 ‘부모가 왜 저렇게 밖에 대처 못할까’ 혹은 ‘좀더 엄격하게 키웠어야 되는거 아닌가’ 생각했었는데 뼈저리게 반성하게 됩니다ㅜㅠ 부모의 양육방법이 아이의 성격을 바꾼다고들 생각하지만, 부모가 어떤 방법을 선택해서 아이가 바뀌는 것 자체가 어쩌면 그 아이의 기질을 대변해주는 걸 수도 있기 때문에, 같은 부모로서 다른 부모를 함부로 가치판단해서는 안될 문제 인거 같아요. 

 

더 나아가서, 반대로 자녀의 기질이 부모의 방법을 결정하고 있는 게 아닌가 퍽 진지하게 생각이 들더라고요.

 

안써도 되는 얘기까지 썼는데..ㅋ Fed 어른이 QE 양적완화를 줄이는 것에 대한 마켓 아이의 반응을 생각하는 것도 그런 관점에서 생각해 볼 수 있을거 같아요. 

 

흔히들 생각하기에 Fed가 적절히 잘 처신해야 taper tantrum 없이 통화정책의 정상(?)화가 가능할거라고 하지만, 사실은 tantrum이 있고 없고는 Fed가 제아무리 똑똑하고 센스있게 처신한들 별 소용 없을지도 모릅니다. 심지어 통화정책 현상유지를 하고 있더라도 마켓 상황에 따라 Fed가 기대를 저버리는 꼴이 충분히 만들어질 수도 있고요. 

 

열쇠는 Fed가 쥐고 있는게 아니라 마켓이 쥐고 있다고 보는게 맞겠죠, 그 말인즉슨 지금의 마켓의 속성 내지 기질(trait)이 tantrum없이 얌전히 움직여가겠는가 아니면 대판 몽니를 부리고야 말 마켓이겠느냐에 대한 판단이 Fed의 반응함수보다 훨씬 더 중요한 포인트이지 않을까 싶어요. Fed의 액션에 tantrum 타이밍이 어찌 맞물릴지 예측이 된다면 애당초 tantrum이라 부르기도 뭐한 반응이겠고요. Toddler tantrum도 애가 좀 찡얼거리겠지 싶던 차에 느닷없이 터지니까 힘든거지 뻔히 알면서 그 상황까지 갈 부모는 없겠죠.

 

며칠 전에 taper의 시작이 문제가 아니라 끝이 어떻게 나느냐가 관건이라고 누군가 쓴 걸 제목만 봤는데, 이런 경우로 생각해보는 것이 혹시 도움이 될지 모르겠네요.

아이가 스트리밍 비디오를 보여달라고 매번 생떼를 부려서 결국 어른을 번번이 이겨먹고 길들인 아이가 있다면요. 다음 주부터는 스크린 타임을 조금씩 줄이겠다고 어른이 (속으로는 잔뜩 긴장한채) 선언한들 아이는 의외로 ‘그러거나 말거나’로 반응할 수 있겠죠. 왜냐면 어차피 그때가서 더 보겠다고 떼쓰면 결국 자기 뜻대로 관철될 거라는 자신감과 기대가 있는 거죠. 이 케이스에서 tantrum의 시점이 다음주가 될지 내년이 될지는 어른 심중에 있는 계획에 달려 있는게 아니라, 아이의 자신감이 언제 어른의 단호한 저항선에 부딪히느냐로 정해지겠죠. 영영 밀어붙이지 못하는 계획이라면 tantrum이 있을 이유도 없겠고요. 

 

 

두 chairperson의 인플레이션 코멘트 (6/18/2021) (목차로 돌아가기)

 

세계 최대 민간은행 (JPM)과 중앙은행 (Fed)의 수장들께서 이틀 간격으로 공식석상에서 꽤 긴 시간 얘길 했는데요. 인플레이션에 대한 전망이 대조되기도 해서 짚어보려고요.

 

1.

JP Morgan Chase 회장 Jamie Dimon의 public speech 스타일은 좀 유명합니다. Conversational 내지 plain-spoken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은데, 그냥 앞에 있는 상대에게 대본없이 자기 생각을 가감없이 얘기하는 듯한 인상이죠. 그런 스타일 자체는 많지만 이 분이 유독 인상 깊은 것은 말하는 자리를 가리지 않고 그 방식을 일관되게 유지한다는 겁니다. 가령 인기 유투버가 국회 청문회에 출석해서도 본인 채널에서와 똑같은 방식으로 발언한다면 다들 놀라는 이치라고 할까요. 말하기 스킬을 넘어선 엄청난 자신감의 표출이겠죠. 이번에는 (virtual) 컨퍼런스의 질의응답 형식 키노트 세션에서 인플레이션 얘기도 살짝 하고 은행이 대응하고 있는 방식에 대해서도 얘기를 했는데, 본인 스타일 상 생생한 전달을 위해 그때그때 단어선택에 오버가 있다 보니 보도를 통해 접하면 좀더 전격적인 입장 표명이라도 한 것처럼 읽히기도 합니다. 

 

인플레이션은 계속될거고 사실 그래서 자기네는 $500B의 현금을 쟁여놓고 (stockpiling) 기다리고 있다. 라는 말을 툭 던지고 시작했거든요. 1차 관심이 이 초대형 은행의 인플레이션 전망에 있다 보면 그걸로 필요한 말은 다 들은 거지만, 어떻게 그렇게 많은 현금을 쌓아놓고 굴리질 못하고/안하고 있는지가 사실은 더 생각할 부분이고 사실 그 얘기를 같은 세션에서 계속했습니다. 

 

커머셜 은행이 이렇게 현금이 많은 것은 기술적으로는 QE의 직접적인 결과이지만 종국에는 예금이 많이 늘어났는데 대출은 시들하기 때문이거든요. 비즈니스이건 개인이건 돈을 맡기면 그걸 가지고 은행에서 다시 필요한 비즈니스나 개인에게 꿔주면서 신용위험(credit risk)/금리변동위험(duration risk) 안는 댓가로 프리미엄을 챙기는 것이 정석적인 신용중개 기능인데, 돈을 고객들이 열심히 꿔가지도 않고 신용카드 포함 기존 론 원금도 갚아나가고 있는 상황이 진행 중입니다. 은행의 대차대조표 balance sheet을 놓고 차변 (asset side) 안의 구성에서, QE로 인해 현금(reserve)은 꾸준한 압력으로 불어나는데 ‘정상적’인 시나리오에서는 수익이 높은 론으로 재배치가 되어나가야 겠지만 대형은행 규제도 걸리적거리고 고객들이 돈을 잘 꿔가기는 커녕 갚아나가고 있는 실정인 거죠. 설상가상으로 대변(liability side)에서도 예금이 꾸준히 늘어나니 전체적인 balance sheet의 사이즈는 커지려는 압력을 받고 있는데 정작 현금 reserve만 ‘쟁여놓고’ 있게 되는 거죠. 요 몇 개월의 문제가 아니라 QE재개 이후 줄곧 심해져 왔습니다. (신용카드 사인업 딜이 좋아지는 배경도 분명 관련이 있습니다)

 

은행들로서도 주어진 상황 속에서 전술적인 판단을 하는 거지 당연히 그 상황이 반갑지는 않습니다. 단순히 대출수요가 부진한 것 뿐만아니라 credit risk 쪽 프리미엄은 그것대로 워낙 비은행권에서 경쟁적으로 짊어지려고 하니 신용등급을 불문하고 납작하게 눌려 있거든요. 크레딧 발급/구입이 시원치 않으면 차라리 재무부 채권을 사들이는 것도 방법인데, 안그래도 그 때문에 단기 채권은 수익이 없다시피하고, 장기 만기로 가면 향후 이자율 변동에 대한 duration risk를 지는건데 프리미엄은 역시나 인플레이션과 Fed의 정책반응이 문제이죠. 10년 만기 재무부 채권을 사는 것은 결국 10년 고정금리 1.5% 로 돈을 꿔주는 포지션인데, 인플레이션이 심해져서 나중에 이자가 더 높아지면 꿔준 사람이 손해보는 이치로 해당 채권가격도 곤두박질치거든요. 

 

따라서, Dimon회장이 우리는 인플레이션이 유지될 거라 생각하고 그래서 $500B이나 되는 현금을 쟁여놨다고 하는 맥락은 그래서 사실 말투/워딩과는 다르게 매우 수동적인 의미입니다. 현금을 모으고 싶어서 모은 것도 아니고, 인플레이션이 오면 대박나기를 기다리는 것도 아니고, 단지 duration risk를 높게 판단하기 때문에 그 현금을 가지고 장기 재무부 채권을 사지도 못하고 가만히 있다는 거죠.

 

더 중요할 수 있는 포인트는, JPM 체이스만 이런 상황이 아니고 대형은행들이 다 비슷한데 (지속적인) 인플레이션이 어떻게 일어날 수 있는 지에 있습니다. 그 상황 자체는 굉장히 deflationary한 조짐이거든요. 현금이 은행에 몰리는 데 은행에서 나가는 돈은 없으면, 애당초 QE로 인해 달러가 많이 풀리니 인플레이션이 엄청날 거라는 narrative는 적어도 지금까지는 시동이 걸리지 않고 있는거죠. (자산가격 상승은 요컨대 Fed나 은행들이 얘기하는 인플레이션과 다른 범주입니다.) Dimon회장의 낙관적인 경기전망 및 인플레이션 관측은, 아직 실현되고 있지 않지만 앞으로는 기업/사람들이 돈도 많이 써서 대출도 더 많이 받고 카드도 많이 긁을 거라는 희망섞인 기대이고, 현금을 쟁여놓고 있는 상황 자체가 바뀌지 않으면 그 기대도 실현되기 어려운 거죠.

 

2.

Dimon회장 얘기를 듣고 있다가 Powell 의장의 발언을 듣고 있으면 당연히 심심할 수 밖에 없습니다. 자리가 자리이니만큼 표현 하나 하나에 고심을 기울였을 거고, 듣는 사람들도 그때문에 표현 하나하나를 놓고 이리 저리 해석하고 뜯어보느라 바쁩니다. 가령 transitory라는 말을 지금의 높은 인플레이션이 일시적이라는 뜻으로 많이들 쓰고 있는데, 그 단어가 이번 FOMC 브리핑에서 한번도 안 쓰였다보니 그것도 해석의 대상입니다.

 

이제 Talking about talking about tapering 시작했다는데, 어떻게든 큰 충격없이 섬세하게 수순대로 QE를 끝낼 수 있을지 고민이 많을 수밖에 없죠. 반면에, (예전에 쓴대로) Fed의 반응함수에 대한 민간의 기대가 또 인플레이션이 어떻게 실현되는 지에 영향을 줄 수밖에 없기 때문에 여차하면 움직일 수 있다는 신호로 ‘움찔’ 이라고 말로 조용히 해준 것 같아요. 어찌됐건 이제 접는 수순이 시작되었다고 다들 받아들이는 것 같은데 장기채권금리는 갈팡질팡입니다. QE가 끝나게 되면 큰 손이 끊기니 수요가 줄어 금리가 올라갈 텐데 반대로 인플레이션이 잠잠해질거라면 그건 또 그대로 금리가 내려갈 요인이거든요.

 

IOER, RRP 이자율을 올렸는데, 앞서 얘기한 대로 은행들만 현금이 넘쳐나는 게 아니라 비은행권의 머니마켓펀드 포함해 범금융권 전체적으로 터져나는 상황과 맞닿아 있습니다. 안그래도 그때문에 단기채권 스페이스에서는 금리가 0으로 붙다못해 마이너스가 되기도 하는데 Fed로서도 제로라는 정책금리 유지를 해야하는 상황이다보니 은행과 비은행, 해외기관, GSE(Fannie Mae + Freddie Mac)에게 현금을 대신 파킹할 수 있는 옵션을 계속 터주고 있는 거죠. 이 액션 자체가 의미가 있다면 마이너스 금리는 Fed에게 전혀 정책 옵션이 아니다 정도인 것 같고, 현금 쌓이는 문제가 좀처럼 해소가 되지 않는다는 게 사실은 더 중요한 거 같아요. QE가 끝나긴 해야 할 것 같은데 이 부작용도 그럼 같이 없어질지 아닐지도, 인플레이션이 일시적일지 아닐지와 연결된 문제일수도 있고요.

 

 

(6/7/2021 업데잇) 

저는 도코님의 “(부연설명 생략한) 랜덤한 재테크 포인트들” 이라는 글 https://www.milemoa.com/bbs/board/8586688 을 읽고 느끼는 바가 많았어요. 지금 이 포스트랑 처음에 시작했던 그 포스트 제목도 사실 같은 ‘포인트들’이거든요. 사실 2020년 3월에 맨 처음 쓸때는 어찌 상황이 돌아가는지 다 파악하고 설명할 시간도 엄두도 안나지만 그래도 포인트라도 몇 가지 집어보는 것이 도움이 되는 거라고 생각해서 제목을 그리 달았었어요. 어쩌다보니 제가 생각하는 포인트 자체보다 포인트를 친절히 잘 설명해야 한다는 욕심이 불어나면서 글도 길어지고 세세히 풀어쓸 여유가 없을 때는 미루기도 하고 했던 거 같습니다. 

 

도코님을 적어도 그간 게시판에 남기신 글을 통해서 짐작할 때는, ‘은퇴’를 설명하기 위해서 ㅇ/ㅡ/ㄴ/ㅌ/ㅗ/ㅣ자음모음을 다 친절하게 짚고나야 후련하다 느끼시는 성격을 갖고 계시지 않나 싶은데, 그럼에도 눈 딱감고 툭툭 나열해서 던지시니까 그 나름대로 아주 도움이 되는 정리인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저도 이번에는 좀 두서없이 던져보려고요^^ 물론 중요한 차이가 있죠. 그 글의 포인트들은 생활에 구체적인 유익이 되는 포인트들이지만 여기의 포인트들은.. 꼭 그렇지는 않고 백그라운드 설명이 조금이라도 있는게 그나마 도움이 될 지 모르겠어요.

 

2021년 6월 초 기준 미국 경제를 들여다 보며 생각해 볼 포인트들 (목차로 돌아가기)

 

1) 높은 인플레이션을 걱정해야 되는 가장 직접적인 이유는 사실 연방준비은행(Fed) 정책기조 변화에 줄 영향에 있다..

인플레이션이 문제가 되는 이유는 한두가지가 아니지만, 사실 지금은 워낙 Fed가 마련해 준 확장적 통화금융 환경에 의존하는 정도가 크다보니 인플레이션이 심각해져서 정책기조가 일찍 틀어져 버리는 것은 중대한 임팩트가 있겠죠. 특히 자산가격 레벨에 있어 아주 중대한 전제사항이었는데, 물가를 잡기 위해 턴이 이루어져야 한다면 그 파급효과가 인플레이션으로부터 직접 오는 영향을 압도할거라고 다들 생각하는 거 같아요.

 

2) 지금 인플레이션 공식 통계 수치는 기술적(이고 지엽적)인 이유로 뻥튀기가 있다는 걸 감안할 필요가 있다.

정확히 말하면 4월 소비자물가지수 (CPI)가 에상치보다 높게 나왔다보니 안그래도 많이 오르내리던 인플레이션 걱정이 더 본격화되었죠. 전년동월대비 (year-over-year) 4.1% 상승은 08년 위기 이후 제일 높은 숫자이거든요. Fed가 중점을 두고 보는 “core PCE” deflator 지수도 4월치가 지난 주에 나왔는데 2020년 4월에 비해 3.1% 올랐습니다. (역시 높은 숫자입니다.) 그렇지만 year-over-year로 작년의 동일한 시점의 레벨 대비 증감률을 계산해서 따라가다보면 1년 전에 일어났던 비정상적인 움직임들이 자동으로 메아리처럼 다시 돌아와 비정상적인 진폭을 만들어내게 되어 있죠. Base effect라 많이 부르고 사실 올해 내내 y-o-y로 보는 퍼센트 수치가 이런 기술적 왜곡이 심할 것은 Fed board 포함 다들 공공연히 인지하고 있어요. 뉴욕시에서 아시아인 대상 혐오범죄가 작년 동기 대비 330%? 가 늘었다는 뉴스를 엊그제 얼핏 들었는데, 이런 범죄는 발생한다는 자체가 문제이긴 하지만 하필 락다운에 들어갔던 2020년 초를 베이스로 삼아 계산하다보니 330%라는 수치가 나왔다는 것만으로는 뭘 제대로 얘기할 수가 없죠.

 

3) 그럼에도 물가 오름세가 빠른 것은 분명하다. 

통계를 안 쳐다보고 있어도 사실 다들 알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하죠. 

 

4) 당장 Fed나 금융시장은 크게 신경 안 쓰는 거 같지만, 관건은 지속성에 있다.

Fed로서도 진작에 정책 프레임웍을 수정해서 물가상승률의 *장기평균*이 2% 정도가 되게 하는 걸 목표로 하겠다고 했죠. (flexible average inflation targeting) 미래 전망을 보고 선제대응하지 않고 현실화된 통계치에 근거해서 움직이겠다고도 거듭 밝혔기 때문에, 서너달 높은 숫자가 나온다고 바로 국면전환이 이루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물론 지금 페이스가 가령 내년 여름까지도 이어지거나 더 심해진다면, 물론 다른 얘기입니다. 정책당국에서도 그걸 지켜보기 위해 작정하고 액션을 유보하는 건데, 사실 상당부분 일시적 현상으로 그칠 가능성을 어느 정도 생각하는 거겠죠.

인플레이션 통계는 지금 높게 나오더라도 ‘일시적’이고 기술적인 요인이 사그라들때까지 기다린다쳐도, 거듭 밝히는 대로 고용상황을 열심히 지켜 보는데요. 엊그제 나온 5월 payroll 일자리 증가치도 물론 여느때라면 아주 좋은 수치이지만 오버히팅을 걱정하기는 커녕 팬데믹 극복으로 보기에 아직 미진합니다.

 

인플레이션에 가장 민감할 수 있는 자산클래스는 사실 중장기 재무부 채권인데요. 신용위험 없이 몇년 이상을 고정금리로 빌려주는 댓가인데 인플레이션이 더 커지면 곤란하니까요. 신임 대통령/의회 출범 이후 금리가 꿈틀꿈틀해도 이내 제자리로 돌아오네요.  시장금리에 반영된 향후 5년 너머의 기대 인플레이션 경로는 사실 오름세가 다시 밋밋해지는 것으로 나타나는데, 물론 마켓기대라고 딱히 적중률이 좋지는 않습니다.

주식은.. 제가 두어차례 썼지만 특히 인덱스 수준으로 생각하면 오로지 Fed의 반응에 대한 기대가 중요한 거 같은데, 그 날 그 날 리액션이 있었는지는 몰라도 Fed가 신경 안쓰는 거 같으면 마켓도 신경 안쓰는 거 같아요.

 

5) 어떤 부분의 물가상승이 일시적이고 어떤 부분이 지속적인 상승압력을 받을지 구분해보면, 현재 가격 상승이 가장 두드러지는 부분이 전자이고, 후자는 명확치 않다.

 

내구재 (durable goods)는 전체가구의 지출크기도 팬데믹 이전을 가뿐히 넘어섰고, 원자재/전자부품 공급문제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받다보니 가격이 껑충 뛰었죠. 말그대로 durable한 내구재이다보니 수요가 뛰는 것도 일시적인 측면이 있고 (자동차도 가구도 보통 매 해 사들이진 않을테니까요), 공급 쪽의 병목현상도 결국에는 시간이 지나면서 해소되는 성격으로 생각해야 되는 것 같습니다. 요컨대 Fed가 어찌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죠.

내구재는 아니지만 음식/식료품 공급 문제나 기름 상황도 특성상 공급이 즉각즉각 조정되지 못하다 보니 시차가 좀 생기기 쉽습니다. (그래서 사실 음식/기름을 빼고 core 인덱스를 보는 경우도 많죠)

 

문제는 미국 가계 소비지출의 2/3를 차지하는 서비스 항목이죠. 코비드 이전 지출 레벨을 회복하는 것이 아직도 먼 길이거든요. 서비스 물가가 오르는 것도 당연한데 언제까지 얼마나 빨리 오를지 내다보기가 어렵습니다. 

그 중에 굵직한 항목이 주거 ’서비스’와 의료인데요. 주거비용도 (집 거래가격이 아니라) 결국 렌트 시가를 반영하고, 의료서비스 가격 책정도 주로 계약으로 묶이다 보니 좀처럼 널뛰거나 하진 않고 시차를 두고 알게 되는 수 밖에 없겠죠. 

그 밖의 서비스 지출 항목들에서의 물가 추이가 앞으로 어떻게 될지는 사실 고용상황이 어떻게 풀려나갈지와 직결되는 문제입니다. 구인난 제약에 맞닥뜨린 업종들로 알려지고 있는 곳들이 숙박/외식업 등등 사실 그간 팬데믹 기간 동안 위축되어 있던 근거리 접촉 서비스들인데, 이 상황이 얼마나 갈 것이며 어떻게 해소될 지에 따라 물가의 향방도 다르겠죠.

 

6) 구인난 (worker shortage)은 잠재적인 임금상승 요인이지만 반대로 물가를 누르고 있는 압력의 존재를 반증하기도 한다.

고용주 입장에서 필요한 인력을 찾지 못할때 할 수 있는 선택은 크게 두 가지이겠죠. a) 일하겠다는 사람이 나타날 때까지 임금/ 혜택을 올리거나, b) 재화 생산/서비스 공급에 제약이 있는 채로 지원자를 기다린다.

전자의 경우가 되어 임금을 올리면 어느 정도 고객에게 가격 인상의 형태로 전가될 가능성이 높고, 후자의 경우라도 역시 제한된 공급으로 가격이 높아지기 쉽겠죠. 

하지만 뒤집어서 생각하면, 애당초 근로자 부족현상이 광역적으로 지속되고 있는 자체가 사실 고객에게 비용전가하기 수월하지 않은 현실을 내포하고 있기도 합니다. 아무리 실업급여가 후하다 한들 페이가 충분히 세면 일하겠다는 사람이 나올 법도 한데, 문제는 고객에게 전가할 수 있는 가격인상 폭에 분명한 한계가 있고, 당연히 손익마진상 감내할 수 있는 임금의 상한도 맞줘 결정되는데 그 범위로는 선뜻 일하겠다고 나서는 인력이 별로 없다는 거겠죠. 

물론 현실 재화/서비스 가격도 경직성이 있고, 임금도 경직성이 늘상 있긴 한데요. 이렇게 소비패턴이 다달이 바뀌고 실업과 신규채용, 폐업과 창업이 높은 볼륨으로 이루어지는 지금 시기가 사실은 임금/가격이 유연하게 움직일 수 있는 환경입니다. 그럼에도 저숙련 노동에 있어서조차 노동수요와 공급 미스매치가 해소가 안되고 있는 걸 보면, 팬데믹 상황 호전과 함께 돌아오고 있는 서비스 소비 수요가 아직 꽤 선택적이고 가격에 대한 반응도도 큰 것 같아요. 사람을 못 구하는 사업체들이 소비자 상대 가격결정력도 그렇게 세지 않다보니 임금을 높여줄 룸도 제한이 있는거죠.

 

7) 마켓파워 내지 가격결정력 (pricing power) 세기로 구인난을 타개할 수 있는 여력이 판가름난다면, 이 상황이 post-pandemic 시장구조 재편의 조짐일 수도 있다.

방구석에 틀어 앉아 일하는 제가 결론내리기에는 좀 무거운 사안인데요, 공교롭게도 최근 초대형기업들에서 임금인상 발표를 하는 곳들이 많았기도 했죠. 비즈니스 모델 및 규모 상 임금 상승으로 줄어들 마진을 흡수할 여력이 있다든지, 또는 가격에 전가시킬 여력이 충분히 있으면 당연히 임금도 올릴 수 있는 거겠죠.  pricing power가 꼭 대형자본에게만 있는 것은 아니고, 동네 푸드트럭이라도 다른 곳에서 찾을 수 없는 무언가를 찾으러 오는, 가격에 둔감한 (=price insensitive) 소비자층이 있으면 얼마든지 해당되는 얘기일테고요.

사실 경제가 다시 본격 오픈되기 시작하면서 사람들이 제일 먼저 열심히 찾는 서비스는 그동안 꼭 하고 싶었는데 못하고 묵히고 있었던 위시리스트 아이템들일테고요. 문제는 사람들마다 위시리스트에 오버랩이 있으니 몰리는 곳은 가격을 높이더라도 사람들이 줄을 서겠지만, 아닌 곳들끼리는 여전히 가격에 민감한 소비자들을 놓고 경쟁을 해야되겠죠. 여기에 채용에 있어서는 다같이 경쟁을 해야되는 상황이 되니 이래저래 희비가 점차 심하게 갈릴 수 있을 거 같아요.

아이러니라면 아이러니인데, 민간 가구들의 노동자 및 소비자로서의 마켓파워가 고용주이자 공급자인 비즈니스들 상대로 간만에 (‘일시적’으로?) 좀 높아져 있는 상황으로 이해되는데요. 냉정하게 보면 비즈니스들 간의 명도 차이가 분명히 있죠.

 

8) 팬데믹 구제 정책들은 분명 expiration이 있지만, 그 영향이 물가와 고용에 주는 영향이 어찌 될지는 사실 불분명하다.

구인난의 직접적인 원흉으로 지적받는 것이 연방차원에서 얹어주는 보너스 실업급여인데요. (현재 주당 300불이죠). 그래서 안그래도 조기에 끊는 주들도 있는데, 어차피 3월 법안에서 잡은대로 9월 초까지 가면 끊길 것 같은 분위기이네요. 지금 구인난이 가장 많이 얘기되는 직군들이 다 저임금 일자리이기 때문에, 후한 실업급여가 당연히 영향을 줄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계속 실업급여 수령하고 있는 숫자는 지속적으로 내려오고 있는 추세였기 때문에, 이것만 구인난의 원인으로 볼 수는 없죠. 사실 eip라고 이름 붙여진 stimulus check을 포함해 연방/지역 차원의 온갖 소득보전책들이 저임금 노동자의 노동공급을 감소시키는 효과가 있는 것은 자명합니다. (“leisure is normal”; 레저는 정상이라고들 하거든요ㅋ 이 얘기는 나중에 따로 써볼게요).

그렇다고 이런 정책보조가 없어지면 자연스레 큰 임금상승 없이 구인난이 해소되어가지 않겠는가 기대할 수 있겠는데요. 사실 노동공급 쪽에만 보조가 있었던 게 아니라 노동수요 쪽, 즉 고용주에게도 어마어마한 보조가 있었음을 생각해야 합니다. 아마도 다음 차례 PPP (paycheck protection program)은 없을 거 같은데, 잘 아시는 분들이 많겠지만 고용과 임금을 2-6개월 유지하는 전제로 탕감을 받는 지라 사실상 채용보조금인데요. 이제 여름 지나면 그 효력도 사그라지는데 이래저래 구인난을 완화시켜주는 요인이겠지만, 노동공급이 늘어나는 효과가 클지 노동수요가 줄어드는 효과가 클지에 따라 임금 고용이 움직이는 방향은 달라질 겁니다.

 

9) 부동산 렌트의 움직임이 물가에서 아주 중요한 변수이다.

아시는 분들이 많이 계시겠지만, 구매자 입장에서 부동산 구입은 소비가 아닌 투자로 간주하는 게 맞고, 자산가격은 Fed가 미션상 안정시켜야 되는 물가의 범주에는 들어가지 않습니다. 하지만 임대료는 당연히 영향을 주는데, 주택 렌트의 움직임은 물론이고 상업부동산 렌트비용도 최종적으로 소비자가 지불해야되는 가격에 영향을 주겠죠. 앞서 얘기했듯이 보통으로 계약으로 고정되는 특성상 트렌드가 시차를 두고 서서히 바뀌는 게 보통인데, 지금 시점에서 인플레이션의 경로를 멀리 내다볼 때는 사실 제일 중요할 수 있어요. (의료 관련 프라이싱도 사실 비슷하죠.)

잘 알고 하는 얘기는 아니지만 주택임대료는 한동안 오를 수밖에 없지 않나 생각하고 많이들 비슷한 전망을 내놓는 거 같아요. 집사기가 이렇게 어려운 상황이 계속되고 그와중에 팬데믹 해소와 함께 다시/신규로 독립해나가는 개인/가구도 늘어난다면 렌트 수요가 늘어날 수밖에 없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고요. 

반면에 상업용 부동산의 상황은 좀 거꾸로이죠. 물론 백신 보급과 함께 낙관적인 전망을 하는 걸 많이 보는데, 상황이야 다 다르겠지만 예측이라기보다는 희망이 아닌가 개인적으로 생각해요. 만약, 3%이상의 높은 인플레이션이 내년 하반기까지도 유지된다는 시나리오 하에서는 사실 상업용 부동산 vacancy도 다 차들어가고 렌트도 다시 오르고 있어야만 그림이 풀컬러로 색칠될 거예요. 그런 의미에서 사실 상업용 부동산 공실/렌트 상황이 호전되는 걸 지켜보는게 인플레이션을 내다보는 한가지 유용한 실마리일 수 있겠죠.

 

10) 이 모든 것들의 빅픽쳐는 팬데믹 기간 동안 쌓였던 저축이 어찌 되는지 여부이다.

원자재 생산/공급 체인 문제는 시간이 해결해준다고 치면, 결국 (지속적) 인플레이션이 실현될 지 여부는 그동안 민간 가계에서 못 쓰거나 안 쓰고 쌓아놓았던 연료(저축)를 풀스피드로 방출하게 될지 아니면 계속 쌓기만 하는지에 따라 달려 있어요. 이걸 또 더 들어가서 곳간 속 돈 방출을 할지 말지 의사결정을 생각하면, 앞으로 인플레이션이 심해질지 (--> 돈을 써버려야 할지) 아닐지 (--> 돈을 더 쟁여놔야 할지)에 대한 미래 기대에 어느 정도 달려 있고요. 순환논리 같지만, 이 또한 자기실현적이라는 게 요지입니다. 

 

그걸 생각할 때, 현재 많은 사람들이 앞으로의 인플레이션을 대비하기 위해 어떤 자산 클래스에 돈(=저축)을 더 넣어야 할지 고민하는 것 자체가 사실은 인플레이션 우려를 심각하게 하지 않아도 되는 이유인 거 같아요. 진짜 인플레이션이 걱정되는 상황에서는 사실 다음 달에 사도 될거 이번 달에 다 사고, 내년에 사도 되는 걸 올해에 사는게 합리적인 조건부 반응이거든요.

 

나란히 생각해봐야 되는 자기실현적 기대는 Fed가 인플레이션이 현실화되었을 떄 잡을 역량과 의지가 있느냐에 대한 기대인데, 이렇게 저축으로 여러가지 형태로 곳간에 높이 쌓여가고 있는 상황에서는 걱정할 일 없다고 생각합니다. 딱히 (미래 대비) 현재 소비성향이 증가했다기 보다는 불어난 잔고 평가액이나 home equity등등으로 인해 부자가 되었다고 생각해서 소비를 늘리는 일종의 wealth effect가 발현해서일텐데, 손가락 까딱해서 얼마든지 모두의 저축의 가치를 쪼그라들게 할 수 있는 Fed로서 그런 소비 증가 요인을 눌러주는 것은 아주 쉬운 일이거든요.

 

결국 써놓고 보니.. 이렇게 쓰나 저렇게 쓰나 분량이나 걸리는 시간은 마찬가지이네요^^ 

 
 

(에스컬레이터를 탄) 도박꾼의 폭망 (05/19/2021) (목차로 돌아가기)

 

확률프로세스를 공부하면 익히 접하게 되는 문제 중 하나가 Gambler’s ruin입니다. 이름부터 상당히 비극적이죠^^

반드시 달성해야 하는 목표 상한을 가지고 카지노에 입장해서 도박을 계속 하는 사람이 있다고 하면요. 그 목표 상한이 몇 번 베팅 성공으로 도달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서기 시작하면, 이 사람은 (갖고 들어간 밑천의 크기와 무관하게) 목표 달성은 커녕 끝끝내 밑천을 다 털리고 카지노 문을 나서게 될 확률이 순식간에 100%에 수렴하게 된다는 아주 교훈적인 문제입니다. 그 목표상한조차도 사실상 무한대라면.. (뭔가 꼼수나 오류가 있지 않는 한) 이 무한 물욕 갬블러의 운명은 확률상 기정사실인거죠. 게임 오버 조건인 쫄딱 망하기 (=바닥)나 욕심 채우기 (=천장)가 충족될 때까지 ‘랜덤한 발걸음’을 멈추지 않는다는 설정에 사실 핵심이 있습니다.

 

사실 금융시장에서의 가격 움직임을 랜덤워크로 모델링하는 경우가 많은데요. 사실 이 경우 오르막 물살(upward drift)을 타면서 위아래로 랜덤하게 덜컹덜컹하는 경우를 많이 생각하기 때문에, 그 세팅에서는 해당 자산에 (천장 없이) 장기로 묻어두어도 그같은 불행한 종국을 맞기보다는 무한히 자산이 증식하는 경로를 걷게 될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습니다. 물론 단기간에 덜컹거릴 수 있는 폭이 적고 (=낮은 volatility) 오르막 물살은 세면 (=가파른 trend) 셀수록 좋겠죠. 랜덤워크를 술취한 사람의 발걸음으로 묘사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 경우는 무빙워크 위에서 비틀비틀하는 셈이죠. 제아무리 만취해서 트위스트를 추어도 무빙워크 속도가 취객의 보폭 및 스텝 리듬에 비해 충분히 빠르면 결과적으로 무빙워크 진행방향을 따라 목적지에 도착하겠고요. 

 

물론 중요한 변수는 강제종료 당하는 바닥이 어디에 있느냐 입니다. 포트폴리오 운용에 있어 자산가치가 올라가는 천장이 따로 있지는 않지만 물리적인 바닥은 항상 존재하니까요. 

빚 내지 않고 주식에 투자하는 일반적인(?) 경우에는 기업도산 급의 이벤트로 포트폴리오 시장평가액이 0이 되어야 바닥이다보니, 레버리지 0으로 인덱스에만 넣는 투자자로서는 사실상 발 디뎌볼 일 없는 바닥이겠고요. 반면에 레버리지를 끼고, 특히나 보유자산을 담보로 마진 성격의 빚을 많이 내서 하는 포지션이라면 바닥이 높게 올라오기 시작합니다. (물론 수익 변동성도 크고요) 게시판에서 max drawdown 히스토리를 가지고 포트폴리오 평가하는 메트릭도 소개되었었는데, 마진콜의 가능성을 안고 있는 포트폴리오에 특히 관련이 크겠죠.

 

최근 금융시장을 관심가지고 지켜보셨다면 3월부터 이름이 오르내린 유명 펀드매니저 Bill Hwang의 Archegos 얘기를 많이 접하셨을 거 같아요. 자산 가치 $5-20B를 넘나드는 가족 펀드를 가지고 전세계 유수의 투자은행 브로커들 통해 $50B 상당의 주식 포지션을 들어가 있었다가 역사상 최대의 마진콜을 맞고 청산당했죠. ($50B보다 $100B에 더 가까웠다는 얘기도 있습니다) 대처속도가 상대적으로 느렸던 노무라, Credit Suisse, UBS도 상당한 타격을 입었습니다. 가족 오피스로 등록되어 있고 total return swap이라는 (주식에서는) 특이한 형태로 들어가 있다보니 ViacomCBS 주식의 경우 지분율?이 10%를 넘겼는데도 공개적으로 노출되지 않고 있다가 제대로 망하면서 뒤늦게 알려졌죠.

 

여론의 포커스는 일차적으로 이 분의 범상치 않은 배경과 모험적 투자방식에 있었고, 또 안그래도 Tiger Asia 당시 내부자 거래 의혹 때문에 은행 블랙리스트에도 올랐었는데 어느새 이 정도의 레버리지를 앞다투어 열어주었다는 것에 비판이 많았습니다.

 

사실 스포트라이트에서 살짝 빗겨난 주역들이 있는데 이들을 잠깐 짚어보는 것이 좀더 이해에 쉬울 수 있을 거 같아요.

 

일단 이 사태의 발화점이 되었던 것은 ViacomCBS의 전격적인 신주발행이었는데요. 연초만해도 40불 정도였던 주식이 지금 다시 비슷한 40불 대인 걸 생각하면 3월 중순에 주당 85불씩 쳐서 30억 달러 어치 자본을 충당한 ViacomCBS가 기가막힌 마켓 타이밍을 잡았다고 생각할 수 있겠죠. 이렇게 엄청난 레버리지를 끼고 자기네 주식을 매집한 독자세력이 있다는 것을 인지하고 타이밍을 재다가 팔았다면 그야말로 미필적 고의성으로 기존 주주들에게 빅엿을 먹인 셈인데, 상식적으로는 회사 입장에서 그렇게 주가가 순식간에 주저앉을 것을 알면서 주식을 찍었으리라 보기에는 무리가 있죠. 그런 점에서 ViacomCBS가 이 사태의 피해자인지 가해자인지 딱 갈라 얘기하기는 어렵습니다. (85불 가격으로 혹은 그 직전에 100불 대에서 주식을 샀던 주주들은 당연히 피해를 봤죠.)

 

그보다 이면의 더 중요한 역할은 ViacomCBS의 신규 주식을 맡아 팔아준 골드만 삭스와 모건 스탠리가 했습니다. 주식과 별 관련없는 사람(=저)도 이런 성격의 증자는 당연히 준비과정에서의 보안이 생명인 정도는 알고 있는데요. 마켓 가격으로 100불 넘어 있던 주식이 순식간에 반토막 날 거라는 날벼락을 누군가 미리 예견할 수 있기 위해서는 두 가지 정보조각이 필요합니다. 신규 발행 규모/시점에 대한 정보와 지금껏 ViacomCBS 가격을 끌어올려 두자리수 지분까지 올라왔던 Archegos의 포지션에 대한 정보를 결합시키면 어떤 분열반응이 일어날지 그려지는 거죠. Archegos의 투자는 앞서 언급한 노무라와 크레딧 스위스 이외에도 골드만과 모건 스탠리 등등 메이저 투자은행 프라임 브로커 여러 곳에 걸쳐 있었는데, 공교롭게도 가장 먼저 Archegos 마진콜을 걸고 재빠르게 포지션을 청산한 곳이 골드만삭스이고 그 바로 다음이 모건 스탠리였기 때문에 원칙상 아무리 같은 회사 테두리 안에서라도 모이면 안되는 정보조각 맞춤이 이루어 진 것 아니냐는 의심이 안 그래도 많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나머지 브로커들은 골드만으로 시작된 도미노에서 한발 늦게 움직이다보니 폭탄을 맞았죠. (크레딧 스위스만 $4.7B 손해 본 걸로 계산된다네요) 같은 월스트릿이더라도 미국 토종(?) 회사들은 손해를 면하고 해외 회사들은 쪽박을 찬 것도 묘하긴 합니다.

 

의혹성 가십은 이쯤하고 다시 gambler’s ruin 문제로 돌아가면요. Archegos는 몇 년간 엄청나게 운용수익이 불어났던 것으로 보입니다. 보도된 걸 보면 $200-300M 정도였던 운용자산이 4-5 년 만에 Billion이 넘고 올해 초 피크는 20B 언저리에서 찍은 걸로 알려져 있거든요. 말이 20 Billion이지 이 정도 돈은 삼성 일가에서 가용 자산을 끌어 모은다 해도 빠듯할 거 같아요, 더 놀라운 것은 스케일이 이토록 불어나는 데도 투자방식과 위험노출 범위가 일관적으로 모험적이었다는 부분이예요. 자기 돈이어서 가능한 걸 수도 있고 자기 돈인데도 그런 것이 놀랍기도 하죠. 카지노에 입장한 도박꾼으로 치면 돈을 따는 족족 올인으로 들어가는 셈인데요. 제아무리 밑천이 늘어나고 오르막 물살을 타고 있다해도 엄청나게 벌어지는 보폭으로 앞걸음도, 뒷걸음도 할 수 있다보니 어느 시점에서 스텝이 크게 한 번만 잘못 꼬여도 바로 다 뺏기고 퇴장당할 수도 있는 전략이겠죠. 취객을 태운 무빙워크에 점점 가속이 붙는 동시에 낭떠러지가 취객 뒤에서 따라오는 형국입니다. 그 그림이 파악이 되었다면 개별 브로커 입장에서는 이 정도 레버리지를 허용해주지는 않았을 텐데 당연한 거지만 브로커들은 자신들과 거래되는 퍼즐 조각과 거기서 나오는 커미션 수입만 보이다보니 파국적 상황이 닥쳐와서야 배우게 된 것으로 보입니다.  

 

정황상 Archegos 투자자들(=본인 및 가족?)의 전체적인 재정적 그림에서도 포지션이 전방위로  ‘올인’이었던 것도 보입니다. 애당초 주당 $85로 ViacomCBS 신규 물량이 나왔을 때, 10% 지분 투자자로서 $300M을 시가에서 15+% 할인가로 구매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던 셈인데, 일반적인 $20B 규모 포트폴리오라면 주가방어를 위해서라도 ‘콜’하는게 상식적이겠죠. 안하는 것과 못하는 것은 큰 차이인데, 못하는 것이 뻔히 유추가능하기도 하고 설사 안한다고 해도 역시 나머지 투자자들 입장에서는 부정적인 신호이기 때문에 반응도 그만큼 크지 않았을 까 싶어요. 

 

뉴스라기에는 시간이 꽤 지났지만 (물론 피해 브로커 은행들은 아직도 뒷수습에 바쁩니다) 오늘 벌어지는 일을 봐도 그렇고 앞으로 계속 곱씹어 봐야하는 시사점이 있는 거 같아 뒤늦게 정리를 하게 되었어요. 어떤 곳 집계로는 어제 오후부터 오늘 오후 ( 5/18-5/19)에 걸친 24시간 동안 청산된 암호화폐 계좌만 78만 여개라고 하는데요.. Bill Hwang 님이야 워낙 강한 멘탈/신념의 소유자로 알려져 계시니 큰 걱정 안 들었지만, 오늘 움직임은 참 마음이 아리더라고요. 아직도 buy the dip할 여력이 많은 사람들에게는 기회로 여겨졌겠지만 이미 목 밑까지 (레버리지로) 담그고 있던 누군가에게는 최후의 딥이니까요.

 

코멘트 1. 

레전드 Rock밴드 성현들께서 일찍이 Stairway to heaven/ Highway to hell 이라고 말씀하신바 있죠^^ 목표가 위에 있는 사람에게 올라가는 길은 아무래도 더디고 지루한거 같은데, 내려가는 길은 낭떠러지처럼 보이는 게 사람의 마음이지 않을까 싶어요. 가만히 서 있어도 올라가는 에스컬레이터라고 상황이 달라지는 거 같지도 않더라고요. 서울에서는 에스컬레이터에 서있는 것도 답답해서 무거운 짐까지 힘겹게 들고 뛰어 올라가는 사람도 한번씩 꼭 봤었던 거 같아요. 앞서 드리프트 위에서 랜덤워크로 움직이는 프로세스를 무빙워크 위의 취객으로 묘사했지만, 이 경우는 사실 에스컬레이터 위의 슈퍼 마리오가 더 잘 들어맞겠죠. 에스컬레이터에서 더 빨리 올라가보겠다고 껑충껑충 뛰다 보면 아무리 그간 높이 올라왔는지와 상관없이 한번 발 헛디뎠다가 까마득한 추락도 할 수 있는 위험이 있겠죠. 

 

아무리 힘세고 빠른 에스컬레이터에 다같이 타 있더라도 그 와중에 무리하다가 크게 낙상하는 경우도 생겨난다는 것이 Archegos의 불행한 사례에서 배울 수 있는 교훈이라면 교훈인 것 같습니다. (물론 에스컬레이터가 갑자기 멈춘다면, 다같이 낙상하기도 쉽긴 하겠죠.)

 

코멘트 2.

 

사실 위에 빨리 올라가는 것을 더 큰 목표로 생각하는 사람과 낭떠러지로 떨어지지 않는 걸 더 중요한 목표로 생각하는 유형이 분명 나뉘는 거 같아요. 어쩌면 꼭 타고난 성격 이전에 문제 설정 방식의 차이로 위험을 생각하는 태도가 바뀌기도 하죠. 이런 이론(prospect theory/ reference-dependent preference)으로 노벨경제학상 수상자도 나왔었고 댓글로도 한번 얘기했었는데, 본전의 기준(reference point)이 어느 레벨에 설정이 되고 나면 그 본전에 못 미치는 가능성에 대한 위험은 과감히 감수하고 본전을 초과하는 가능성에 대해서는 보수적으로 계산하는 비대칭적인 위험성향이 나타난다는 관찰입니다.

 

이 정도 설명으로는 이해가 어려울 수 있으니 다르게 얘기하면요. 본전이라고 생각하는 레벨이 높을수록 거기에 객관적으로 못 미칠 확률이 높으니 만회를 위해 더 과격하게 모험을 하고, 기준이 낮을수록 위험을 기피한다는 얘기도 됩니다. 그 본전 기준을 인터넷에서 대박 수익률 인증하는 아무개로 잡느냐 금고에 현찰로 고이 보관하는 할머니로 잡느냐에 따라 당연히 투자성향도 차이날 수 밖에 없겠고요. 극단적인 전자의 경우라면 앞서 얘기한 gambler’s ruin과 맞물려 강제종료 당할 때까지 위험을 끊임없이 좇는 운명이라고 봐도 좋겠죠. 

선천적 기질이야 스스로 어찌할 수 없는 문제이지만, 그럼에도 위험성향을 자가 컨트롤할 수 있는 팁이 혹시 있다면, 올라가는 에스컬레이터에서 위만 쳐다보는 것이 아니라 돌아서서 아래를 내려다 보는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최저임금제 효과를 자동완성으로.. (2/12/2021) (목차로 돌아가기)

 

누구든 살면서 원하든 원하지 않든 ‘자동완성’은 하면서 사는 거 같아요. 이제 곧 택스 시즌인데, 직접 연방 소득세 리턴폼을 작성해보신 분들은 알겠지만 taxable income 다섯자리까지는 사실 tax table이라고 IRS가 만들어 놔서 그걸 따라가야 되거든요. 그걸 보면 재미있는게 2550불씩 잘라놨어요. 엄밀히 따지자면 $99,999 인컴과 $99,950 인컴에게 동일액수 세금이 산정되는 계단식인데, 그렇게 50불 단위 컷까지 잘라 따져가면서 세금을 아끼려는 사람은 당연히 없겠고, 어지간하면 그 자잘한 계단은 머릿속에서 채워 버리고 (같은 tax bracket 안에서는) 매끈한 오르막길로 간주해서 생각하는게 일반적이겠죠. 

 

어쩌면 눈뜨고 지내는 시간 내내 자동완성하고 있는지 모릅니다. 망막 가운데에 맹점 (blind spot)이 있다고 하죠. 거기에 비춰지는 빛은 감지가 안 되다보니 말그대로 못 보는 구멍이 양 쪽에 하나씩 있는데 그 비는 만큼을 뇌에서 알아서 채워 넣어서 우리의 (보인다고 생각하는) 비주얼에서는 빈틈이 없다고 알고 있어요. 

 

몇 군데 생긴 공백을 메우는 것이야 진짜 (human) 신경망 혹은 유사 (machine) 신경망이 감쪽같이 메꾸어 넣어 줄 수 있지만, 이용/학습할 수 있는 데이터 포인트는 듬성듬성 있고 그 패턴을 이용해서 채워야 되는 공간은 상대적으로 드넓다면 자동완성이라고 부르기 곤란한 영역으로 넘어가버리곘죠. 그래도 미완성 스케치에 전체적인 골격이라도 얼추 갖추어져 있다면, ‘아 코끼리구나’라고 알아차리고 부분부분 채워 제법 의도에 가까운 코끼리 그림을 그려줄 수 있을지 모르지만, 미세한 조각 여러 개가 불규칙하게 퍼져 있거나 작은 부분 하나만 쓸데없이 디테일하게 그려져 있다면 그걸 완성하는 건 심리 테스트 수준이 되기 십상일듯 해요. 

 

앞으로 일어날 수 있는 일에 대한 예측도 사실은 기존에 일어난 일을 근거로 상당부분 자동완성할 수밖에 없을텐데요. 구멍 채우기와 마찬가지로 시간적으로나 질적으로 아주 근접한 미래라면 생짜로 자동완성 모드로 그어보는 것도 괜찮겠지만, 시간적으로 멀거나 크리티컬한 변화가 진행될 예정이라면 뼈대없이 자동완성해서 내다 본 전망에 큰 의미를 부여하긴 어렵습니다. 대표적으로 covid-19 일간 사망자 추이 예측을 놓고 어떤 모델이 맞을지 논의가 작년 봄에 웅성웅성 있었는데, 보통은 나름의 뼈대(이론적인 모델) 안에서 그간의 추세를 해석하고 이어질 경로를 그린 반면에, 당시 백악관 경제 수석(?= CEA chair)이 몇주 간 추세를 3차 함수로 피팅해서 한 달내 (=20년 5월말)에 사망자 0을 찍는 예측을 내놓아서 화제가 되었었죠. https://www.bostonglobe.com/2020/05/11/opinion/coronavirus-caveat-beware-easy-predictions/ 

물론 왠만한 모델들이 결과적으로 미국의 팬데믹 대처 능력을 한참 과대평가한 셈이 되었지만, 그 3차 함수 예측이 어떤 차원이었냐면 어떤 공룡 발가락이 코끼리 발가락처럼 생겼다고 해서 (코끼리처럼) 긴 코와 굵은 몸통, 짧은 꼬리를 브라키오사우르스에게 그려주는 격이었어요. 

 

굵직굵직한 뼈대를 하나씩 그려보고 맞추는 작업이 설계의 영역이고, 나머지를 자동완성으로 채운다고 나누어 생각해보면요. 설계 영역에서의 가설 설정과 논리 전개에 문제가 없는지를 집중적으로 따져서 그 결과의 타당성을 짚어 본다는 전제에는, 나머지 자동완성 루틴에 큰 무리수가 없었다는 것이 깔려 있어야 합니다. 물론 자동완성을 위해서도 필요한 가정들과 디자인 상의 결정들이 있지만, 핵심 결론이 어떤 모습으로 나오느냐가 설계 영역에서의 선택에 의존하도록 남겨두는 것이 바람직하겠죠. 유명인이 읊는 얘기를 듣고 자서전을 ‘완성’해주는 대필 작가가 자기 마음대로 해당 인물에게 강경한 정치성향을 입혀 놓는다거나 하는 일이 일어나면 안되는 것처럼요.

 

미국에서도 이제 새로운 정권이 시작하면서 5년 후까지 연방 최저임금을 현행 $7.25에서 $15까지로 올리는 구체적 안이 거론되고 있고,  반복되던 논란이 제대로 전국구화 되기 시작할텐데요. 최저임금제의 효과를 생각해보는 문제도 사실 자동완성에 의존해야 되는 빈 칸이 너무 많은 이슈입니다. (어느 대통령과 어느 정당이 밀고 있는지의 당파적 컨텍스트는 다 잊어버렸다 치고서요.) 참고할 수 있는 데이터 포인트들 (=기존에 최저임금을 올린 도시/주들의 사례)은 어느 것 하나 단순 대응시키기 쉽지 않은 차이를 갖고 있는데, 그 과거 사례들 하나 하나의 효과를 해석하는 것조차도 사실은 두고두고 논란이 있어왔기 때문이죠. 최저임금 적용할거냐 말거냐의 양자택일 문제가 아니라 몇 불로 올리는 것까진 괜찮고 몇 불부터는 문제가 더 많이 생길지 그 적정선을 알아야 되는 성격의 문제라 어려움은 더 심해집니다. 

 

일단 기존 사례들에서의 효과들이 객관적으로 밝혀졌다고치고선, 이번 연방 최저임금선 문제를 생각하기 위해 필요한 자동완성을 생각해보죠. 먼저 아주 큰 뼈대는 1) 최저 임금라인을 높였을 때 받는 임금이 올라가는 직접적인 임금상승효과 (시급 $15 미만 혹은 그 언저리를 받았을 사람들 대상); 2) 높아진 최저 임금으로 채용을 줄이거나 피고용인을 자르면서 생기는 고용축소효과 두 가지 상충하는 효과가 메인이겠고요. 간접적이지만 얹어서 많이 생각하는 것으로 3) 빈곤층이 줄어들면서 생기는 복지지출 절감효과 4) 높아진 임금지출로 인한 가격상승효과 등이 있습니다. 

 

아무래도 1)과 2)가 주된 관심사이기 때문에 각 케이스에서 최저임금을 올렸더니 실제 임금은 얼마나 오르고 고용은 얼마나 줄었는지 비율을 생각해서 비교하는게 편한데, 임금 rate 상승 1퍼센트당 고용이 몇 퍼센트 줄었을지 (혹은 늘었을지) 비율을 계산해서 (own wage or employment ) elasticity/ 탄력성 이라는 메트릭을 많이 얘기합니다. 시급을 10% 늘렸더니 시간으로 계산한 고용이 5% 줄었다면, 결과적으로 탄력성은 -5%/10%= -0.5로 계산되고 결과적으로 피고용인이 받는 총 페이는 늘었을테니 1) 효과가 2)를 능가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탄력성이 -1 안쪽이 이같은 경우이고, -1보다 더 마이너스라면 반대로 2)가 압도하는 거죠. 미국에서 이미 진행된 지역단위 최저임금 인상 사례에 대한 많은 연구들이 물론 제각기 다른 수치를 내놓지만 -1보다는 작다는 결과가 지배적이라고 요약해도 좋을 거 같고 (중간값을 취하면  -0.3정도 되는 거 같아요), 사실 0에 가깝거나 +라는 유명한 (뉴저지 케이스) 결과가 90년대 나온 이래로 학계에서 접근하는 태도도 많이 바뀌고, 최저임금에 대한 시각도 많이 전향적이 되었습니다.

 

문제는 이 수치도 동등선상에서 해석하고 적용하기에는 무리인데, 당연히 업종, 직종, 지역 등등에 따른 차이가 있을 수 밖에 없고 다 똑같이 견줄 수 있는 케이스라 하더라도 바뀌는 임금의 구간에 따라 계산이 바뀔 수 밖에 없습니다. 시급 10불 주던 포지션을 1퍼센트 올려서 10.10씩  줘야 되는 경우와 20불씩 주던 포지션을 20.20씩 줘야 하는 경우에 고용이 반응하는 정도가 동일하게 유지된다면 이른바 (노동수요) 탄력성이 고정되어 있다는 세팅으로 자동완성을 할 수 있는 셈인데요. 아카데믹 용어로는 CES (constant elasticity)라는 성질을 생각하는 거고, 고용자들의 반응이 power function (=임금^탄력성) 형태이면 요 경우에 해당합니다. 누구도 실제로 그렇다고 믿진 않고 분석상 편의를 위해 끌어쓰기 시작한 ‘자동완성’ 디자인이지만, 현실에서의 최저임금은 그렇게 근사시켜도 괜찮은 만큼 찔끔 조정하고 끝나는 게 아니다보니 결론에 투영할 때 미칠 수 있는 중요도가 어마무시합니다. 임금분포와 탄력성 레벨 차이가 나더라도 그 탄력성이 지역불문하고 -1에 못 미치는 각자의 수준에서 고정되어 있다면 한꺼번에 확 올려도 산술적으로 여전히 임금상승효과 (1)이 고용감소효과 (2)를 압도하거든요. 

 

여기서 이런 사고실험은 꼭! 꼭! 한번 해봐야 합니다. 현행 최저 시급 7,25불을 8불로 올린다고 할 때, 워낙 낮은 구간이다보니 그걸로 없어지는 일자리(=2번 효과)는 미미할 것으로 보아도 좋을 거 같고 실제 최저임금 받고 있던 사람들은 10퍼센트 이상 시급이 오르기 때문에 단연 임금상승이 압도하는 사실상 탄력성 0 구간으로 보아도 좋겠죠. 반면, 시간당 50불 (=풀타임 기준 연봉 대략 10만불)로 최저 임금을 정하면 어떨까요? 워낙 다른 성격의 직종으로 넘어가기 때문에 누구도 그 범위에서도 같은 탄력성 수준을 진지하게 주장하진 않을 거예요. 만약 50불 최저임금이 강제로 적용 가능하다면, 고용감소효과 (2)가 임금상승효과 (1)을 압도하는 것은 안봐도 뻔할 겁니다. 그러면 8불로 올리는 시나리오 (1이 2를 압도) 에서 출발해서 50불 (2가 1을 압도)로 올리는 시나리오까지에 이르는 이 드넓은 선상에서 상식적인 범위의 자동완성 루틴으로 (1)과 (2)를 각각 그어 채워본다면 (1)과 (2)의 역전이 일어나는 포인트가 하나는 반드시 나오는데요. (순순히 단조롭게 움직여준다면 교차점 하나가 나오겠죠) 사실 15불까지 연방 최저임금을 올리려고 할 때, 제대로 물어야 하는 질문은 이 시급 15불 레벨이 그 역전 포인트 이전에 있는지 너머에 있는지 입니다. 이 간극을 대도시들에서 포착된 -0.3 정도의 로컬 탄력성으로 주구장창 메꾸어 생각할 수 있을 거라고 본다면요. 사실 이 역전 포인트의 존재 자체를 생각할 수도 없는 자동완성 루틴이기 때문에, 시급 15불은 괜찮지만 20불은 왜 안 되는지에 대한 물음을 답하는 데에 아무런 도움이 안되는 무척추 자동완성 예측이 됩니다. 물론 누구도 그렇게 명시적으로 주장하지는 않지만, 기존 연구들에서의 미미한 탄력성을 근거로 들어 전국 15불 가능하다고 얘기할 때는 이런 뼈대없는 자동완성을 암묵적으로 깔고 있습니다.

 

사실 더 당연한 의문은 이미 최저임금을 올려서 데이터 포인트가 된 지역들의 노동시장에서 일어났던 일이 얼마나 미국 전역의 구석구석에 비슷하게 적용될 수 있을 지에 있죠. 하나 하나를 일종의 테스트 케이스 내지 natural experiment라고 간주할 수 있지만, 생쥐들 대상으로 실험한 결과가 좋으면 인체에도 그대로 적용될 수 있느냐를 따지는 것과 같습니다. West coast의 대도시들+뉴욕에서 15불 혹은 그 이상의 최저 임금을 이미 도입했고, 그 밑으로 가면 워싱턴DC, 덴버, 시카고 등등 있는데요. 공통점은 기존 저임금 일자리들은 주로 로컬 소비자들을 상대하는 서비스업종에 몰려 있다는 겁니다. 그 말인즉슨 우리 도시 내 델리에서 파는 샌드위치 가격이 직원 임금 때문에 올랐다고 다른 도시까지 가서 더 싼 샌드위치를 사먹지는 못하니, 고용주들이 임금상승분을 가격상승에 부분적으로라도 반영 시킬 수 있는 여력이 있다는 거죠. 대도시를 벗어나면 한자리 수 시급 일자리들은 흔히 말하는 1,2차 산업으로 옮겨 갑니다. 농수축산업 및 그 가공에 들어가는 고용이 상당수고요. 이렇게 초저임금 노동력을 이용해서 생산하는 제품들은 보통 표준화된 상품인 경우가 많고 멀리 실려나갈 수 있는 성격이라 타국에서의 생산으로 대체될 소지도 많다보니 가격에 반영시키기도 어려운 압박이 있어요. 이런 일자리에서는 봉급을 강제로 올려야 된다면 고용에 상당한 위축(=탄력적인 노동수요)이 올 수 있습니다. 지역 경제가 이런 저임금 생산직을 부리는 농장/공장에 의존하는 곳들은, 그 고용거점이 문을 닫거나 대거 해고를 하는 마당에 그 사람들을 고객으로 하던 서비스업종 고용주들은 가격을 올리기는 커녕 영업을 포기하는게 쉬운 결정이겠죠. 그렇게 또 방치되는 동네와 세금을 못 걷는 locality 정부가 늘어나고요. 이 때문에 대도시 데이터로 학습해서 무대뽀로 적용하는 자동완성에 오류가 클 수 있음은 물론이고, 설사 전국 단위로 볼 때 득이 더 많다고 하더라도 이 정도 큰 변화는 중대한 지리적인 함의를 가질 수밖에 없습니다.  

 

 

문제가 되는 정도는 훨씬 마이너하지만, 기존 도시/주 단위 최저임금 인상 케이스들에서 효과를 분석하고 탄력성 수치를 낸 각각의 연구결과들(=앞서 얘기한 분석의 입장에서는 데이터포인트들)도 어쩔 수 없이 무리수 자동완성에 의존할 수 밖에 없습니다. 사실은 사회경제적 정책 효과를 따져볼 때의 어쩔 수 없는 한계이긴 한데, 제대로 된 대조군 (control group)이 없거든요. 90년대 초 NJ 케이스를 연구한 유명 논문은 최저 임금 조정이 없었던 동기간 PA주를 대조군 삼아 임금상승/고용감소 효과를 따졌는데, 지금은 그 수준에서 진일보해서 말그대로 대조군을 자동완성 합성하는 게 (synthetic control) 대세로 알고 있습니다. 이 방법론을 사실상 유명하게 만든 분석은 동서독 통일의 경제효과를 봤는데, 이 경우 서독의 대조군으로 쓰기 위해 오스트리아 몇 퍼센트, 네덜란드 몇 퍼센트, 덴마크 몇 퍼센트, 영국 몇 퍼센트 이런 식으로 합성해서 통일 직전까지의 서독 경제의 경로를 감쪽같이 재현해내는 ‘가짜 서독’ 조제법을 찾는 거죠. 시애틀에서의 최저임금 효과도 이렇게 포틀랜드 얼마, 샌프란 얼마, 덴버 얼마, 뉴욕 얼마 식으로 ‘가짜 시애틀’을 합성한 다음에 진짜 시애틀과 전후를 비교해서 봤었는데 그 때문에 사실 이 방법 자체가 더 유명해진 걸로 알고 있어요. 뭔가 이상하다 싶은 직감이 당연히 들지만, NJ vs. PA로 보던 방식에 익숙했던 사람들에게는 여러 면에서 진보했기 때문에 금방 대세로 떠올랐습니다.

 

이상하다는 직감이 있으셨다면 틀리지가 않는 것이, 사실은 테스트하려는 약을 먹은 treated case가 딱 하나인 실험의 한계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제아무리 control group과의 대응이 긴밀해도 평행우주에서 리와인드 하는게 아닌한 약 효과인지 또다른 요인인지 알수가 없어요. 시애틀 얘기가 나온 김에 여길 보면 미국에서도 단연 경제성장도 집값 상승률도 빨랐던 지역이라 다른 미국 도시들을 짬뽕해서 before를 잘 매칭해냈다 한들 after 시점에서 정책 이외의 요인으로 그 매칭에러가 벌어지지 말라는 법이 없고요. 무엇보다 과감한 최저임금을 도입할 수 있었던 것 자체가 그 시점 전후로 정치적 환경과 정책 노선에 상당한 변화가 걸렸다고 생각해도 좋습니다. 당장 한국에서의 최저임금 인상도 새로운 정부 출범과 함께 추진되었는데, 진짜 한국과 이를 이전까지 가깝게 매칭해왔던 합성한국 간의 차이가 생겨났다 한들 정확히 최저임금 인상 때문인지 정권교체의 효과인지 집어낼 수가 없죠. 물론 이런 한계는 더 좋은 데이터가 있다면 어느 정도 극복이 가능합니다. 도시 하나를 전체로 보지 않고 더 잘게 잘게 쪼갠 분석단위로 볼 수 있는 데이터가 있다면, 시애틀 내 고용주 하나 하나와 비슷하게 견줄 수 있는 합성해낸 (혹은 매칭해낸) 시애틀 바깥 고용주들을 모아 대조군으로 삼아 전후를 비교할 수도 있고요. (물론 시애틀 경우 그런 데이터를 쓴 연구가 상당히 다른 결론을 가지고 나왔죠.) 사실은 더 시간적으로 촘촘한 데이터가 있다면 보다 정확히 정책 결정 혹은 시행 시점 전후를 비교할 수 있으니 그 또한 도움이 될 겁니다.    

 

이렇게 조목조목 헐뜯는 것은 쉬운데 그럼 어쩌라는 거냐라고 물으면, 저의 (역시 권위없는) 대답은 이렇습니다. 도시/주 하나하나를 통째로 봐서 탄력성이 어땠는지 나온 수치들은 전국구 자동완성에서는 의미가 별로 없는 거 같아요. 그보다는 탄력성 수치 이면으로 내려가 기존 케이스 속에서 직종/업종/고용주 규모 등등에 따라 반응이 어떠했는지를 뜯어봐야 되고, 그걸 토대로 나머지 지역으로 넘어가 뼈대가 되어줄 구조(가령 업종 별로 다른 반응을 생각한다든지)를 좀더 채우고 그 이후에 뼈 사이 사이를 자동완성 모드로 살을 붙여야 그나마 근접한 그림이 나오는 거겠죠. 사실 이런건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데 반해 정치적인 프로세스가 진행되는 호흡은 불규칙하면서 돌연 빠릅니다. CBO (의회 연구소) 보고서도 엊그제 공개되었는데 (https://www.cbo.gov/system/files/2021-02/56975-Minimum-Wage.pdf) 역시 제가 무척추 자동완성이라고 하는 것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지만, 항상 시간적 제약과 싸우며 수치를 찍어내야 하는 입장을 감안하면 선방한 것이고 고로 군소리하기도 어렵습니다. 

 

이런 현실 속에서 사실 가장 바람직한 (정치적 x) 정책적 자세는 무리수를 피하는 거겠죠. 시급 7.25불은 사실 너무 낮지만 어느 정도가 적정 수준인지 모른다면 9불, 10불로만 일단 올리고 지켜 볼 수 있으면 좋겠어요. 15불 의견에서 주장하듯이 고용감소가 정말 미미할거라면 10불까지 올라갔을때의 부작용은 임금효과 대비 더 미미할 거고, 그렇다면 그 다음에 더 올려보려는 노력에도 호의적인 여론이 받쳐줄 수도 있겠죠. 그게 아니라면 여기까지만 한 것이 천만다행이고요. 더 나아가 현실 정치공학을 냉정하게 따져보자면, 대통령 포함 정치권 중요 인물들이 15불을 미는 것은 것은 그렇게 정말 밀어 붙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서 하진 않을 거라 믿어요. 내부를 향한 립서비스 + 외부를 향한 흥정카드 이상 이하도 아닐 거 같지만, 하여튼 이 문제가 아주아주 시끄러운 문제가 앞으로 될 것임은 분명해 보입니다. 

 
 

 

지난 2주간 떠오른 reddit발 사태?에 대해 몇 가지만 곁다리로 짚고 싶었어요. 전개상황과 배경을 이해하고 싶은 분들은 https://www.milemoa.com/bbs/8269376 에서 나온 논의나 링크들을 보셔도 좋고 블룸버그 뉴스레터에서 풀어쓴 걸 읽으셔도 좋을 거 같아요.  https://www.bloomberg.com/news/newsletters/2021-01-29/inside-gamestop-s-crazy-week 

 

1. (자화자찬) 

저번에 구구절절 coordination *게임* 얘기한 게 본의하지 않게 시의적절 했던거 같아요^^ 물론 Gamestop 이슈가 미디어에서 오르내리기 시작했었던 시점이어서 그 날 글을 쓰게끔 생각하게 만든 여러가지 뉴스 중의 하나였지만, 이 정도 스케일의 사회적인 이슈로 떠오를 지는 전혀 몰랐네요. 

그 글의 논지에 충실한 해석을 붙이자면요. 이 정도 mass coordination이 가능했던 배경에 오랜 시간 같은 subreddit (게시판?)에서 다져온 친목 내지 단결의식이 깔려 있었던 것 같죠. 그 덕분에 cheap talk으로 볼 수도 있는 온라인 커뮤니케이션만으로도 나와 함께 움직이는 동지가 있다는 상호기대를 쌓을 수 있게 되니 의미있는 스케일의 콜옵션 매집 움직임을 만들어 낼 수 있었고, gamma squeeze (이전 게시물에서 설명한 적이 있어요)와 short squeeze가 콤보로 맞물리면서 그 너머의 코디네이션은 말그대로 self-fulfilling이 되었죠. 소셜+퍼블릭 미디어를 타고 유명인들이 거들고 나서면서 바깥에 있던 전세계의 새로운 참가자들이 보고 동참할 수 있는 시그널이 광역으로 송출되어서 스케일도 차원이동 했고요. 뉴스로 접하셨는지 모르겠지만, 한국에서의 1월 한달간 해외 주식 구매도 역대 최고였고 (https://www.bloomberg.com/news/articles/2021-02-01/koreans-buy-tesla-gamestop-as-foreign-stock-buying-hits-record), 인도와 중국에서의 열기도 전례가 없는 수준이었다고 들었어요.

 

물론 이 coordination이 튼튼하게 지속가능하다고 보기에는 좀 무리가 있지 않을까 싶어요. 보는 기준에 따라 많이 다른 문제이긴 합니다. 일단 Gamestop에 걸려 있던 공매도 물량(short interest)이 대거 정리되었으니 그 자체로 이미 대성공이지만, 더이상 억지로 사야되는 구매자가 많이 남아있지 않은 상황에서 뻥튀기 가격이 유지되는건 어렵다 봐야죠. 네임드 유저들은 정말로 꼼짝않는 ‘다이아몬드 손’일 수 있을 지 모르지만 전세계의 수많은 개미 동지들 모두가 그렇지는 않을텐데, 그 가격대에서 주식을 새로 돈주고 사려는 쪽은 많지 않을테니 금방 주저않는 것은 사실 뻔한 이치입니다. (혹시라도 전 재산 걸어 놓고 단결만 믿고 버티는 사람은 없으면 좋겠어요.) 

 

앞으로의 movement로서의 협동은 성공적일 수 있을까를 생각하면, 사실 섭레딧 WSB이 어떻게 운영되느냐에 따라 달려 있는 문제일지도 모릅니다. 엄청나게 유저가 늘어난 것으로 알고 있는데 선의이든 악의이든 이 엄청난 잠재력의 herd를 내가 생각하는 방향으로 몰고가고 싶은 욕구는 많은 이들에게 있을거고, 이제 거기서 누구 말을 믿고 누구 말을 걸러 들어야 하는지, 아니면 다른 제한된 채널에서 의견을 모아야 하는지 등등 coordination 관점에서는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야 되는 상황이 이미 일어났고 계속 커지기 쉽겠죠. (경제 코멘트라기 보다는, 민중봉기? 일반에 해당되는 얘기 같네요) 

  

2. (데자뷰)

동지들끼리의 단결은 역시 공공의 적을 맞서고 있을 때 가장 끈끈하죠. 한번 공공의 적을 상정해 놓고나면, 우리의 단결된 움직임을 가로막는 걸림돌들이 그 공공의 적이 설치해 놓은 거라고 생각이 이어지기도 쉬운 것 같아요. 하나 둘씩 그런 걸림돌들을 맞닥뜨리면서 그런 해석 하나하나를 연결하다보면, 우리가 상대하는 그 적의 위력이 역시나 호락호락하지 않아서 구석구석에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는 그림이 그려집니다.

 

한편으로는, 어렴풋이 갖고 있던 억울한 생각을 구체적이고 정리된 형태로 빚어 주고 열정적으로 강자/공공의 적의 탐욕과 만행을 까내리면서 약자/피해자인 우리를 대변해주는 목소리가 있다면, 자연스럽게 그 목소리를 따라가는 것도 인류 공통의 본능인 것 같아요. 그런 카리스마가 있는 리더가 있으면 그를 구심점 삼아 추종하는 단결도 사실 더 효과적이고 더 지속적일수도 있겠죠. 어떨 때는 그 목소리가 ‘적’들의 생리를 누구보다 잘 알거나 ‘적’ 집단의 일부에 속했던 사람이라면 역설적으로 더 신뢰하게 되는 경우도 있는 것 같고요. 

 

아시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이번 사태 속에서 그런 목소리를 자임하고 나선 유명인(들)도 있고요. 그 목소리들에 힘을 얻으신 분들과 본인들에게 불공평한 대입일 수 있지만, 저는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돌연 막강한 정치지도자로 부상했던 2015년이 생각났어요. 갑부 뉴요커 나르시스트가 별안간 21세기 미국의 시대 흐름에서 낙오된 민중의 대변자로 변신했는데, 그의 발언과 트윗과 약속을 진정성 있게 들었던 사람들에 대한 심정적인 이해가 이제서 좀 되더라고요. 

 

저는 개인적으로 선악 구도로 게임스탑 사태 그림이 그려지는 것은 온당치 않다고 생각합니다. Wall street이라는 단골 악역으로 이해되는 탐욕스러운 자본의 횡포에 그동안 힘없이 당하던 개인 투자자들이 복수한다는 그림이 서사적으로는 더 이해가 쉽고 힘을 모으는 데에도 도움이 되지만, 돈 굴리자고 하던 일을 서사/narrative에 몰입해서 하다 보면 끝끝내는 모든 일들이 그 서사 구조 안에서 투영되면서 외부 세계에서의 현실자각 피드백(=가령 투자 실패)조차도 악역을 점점 유비쿼터스 대마왕으로 만들어 가는 식으로 셀프 업데이트해서 뇌내 간극을 메꾸는 악순환에 빠지기가 쉬운 것 같아요. 사실 Wall street의 직업금융인들도 성취지향적인 유형이 많아서 그런지.. 그런 문제를 겪는 경우가 꽤 생기는 것 같습니다. (이 또한 다른 차원의 오지랖이네요;;)

 

온라인 브로커들이 해당 종목 거래를 막았던 일들은, (order flow 사들이는) 고객의 압박이나 규제당국의 정치적 개입이 아니라 clearing house 쪽에서 들어온 마진콜 때문이라는 것으로 객관적 결론이 나는 것 같고요. (물론 clearing house의 뒤죽박죽 계산을 보면 마음이 혼미해집니다.) 또 시야를 좀 달리해서, Hedge fund라면 갑부들의 돈들을 불려주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는 이미지가 생겼지만, 갑부들의 돈 이전에 세계 곳곳의 연기금, 생명보험들이 비중이 훨씬 더 큰 투자자들이라는 것도 좀 생각해 볼 필요가 있을 거 같아요. 

 

3. (보이지 않는 위험)

 

미래에 생겨날 수 있는 위험을 기꺼이 감수하고 과감하게 행동할 수 있는 경우는 다음과 같이 나눌 수 있을 거 같아요.

 

a. 미래의 위험에 대한 나름의 모델이 있고 그 모델에 대한 확신이 있는 경우 (every risk is calculated)

b. 미래의 위험에 대해 생각해 놓은 모델은 없지만, 나의 운에 대한 확신이 있는 경우 (self-perceived immunity)

c. 미래가 없는 경우, 혹은 미래를 생각하지 않기로 작정한 경우

 

자기 돈 (혹은 자기 명의로 빌린 돈)을 가지고 투자하는 개인 투자자야 세 가지 유형이 다 있겠지만, 남의 돈을 굴려주는 펀드들은 당연히 a의 경우이겠죠. 문제는 그 리스크 모델이 딛고 서있는 가정 자체가 무너지면 a나 b나 개찐도찐이 되어 버립니다. 

 

이번에 short squeeze로 제대로 물먹은 헷지펀드는 일주일 만에 53% 손실을 보았다고 하던데요. 그 나름의 위험 헷지도 당연히 있었을 거고, 이슈된 주식 대비 공매도가 얼마나 걸리게 되는지 계산 못 하지 않았을 텐데, 그간 Gamestop 주식의 변동성 등등을 감안했을 때 감당할 만한 위험이라 생각했겠죠. 통계적이든 무엇이든 어떻게든 모델을 가지고 이루어진 판단일텐데, 모든 위험요소가 그렇게 다 미리 모델링해서 포착할 수 있는 성격이라면 진작에 망하는 헷지펀드도 보험회사도 없었겠죠. 공들여 만든 모델이라고 과신하다보면, 모델 바깥에서 보면 위험한 행동을 그 모델 속에서는 안전하다고 판단해서 과감하게 실행에 옮길 수 있는 자신감을 주겠죠. 

 

Short squeeze의 당사자들은 그렇다치고 gamma squeeze의 엔진 역할을 자의반 타의반 하게된 쪽은 어떨까요? Citadel (정확히 하자면 market maker인 Citadel securities)이 이번에 또 한번 조명을 받게 되었는데, 공개된 정보가 제한적이다보니 언제 알게 되려나 모르겠지만, 아마 게임스탑 콜옵션 상당량을 이 회사가 써주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그 얘기인즉슨 헷징을 위해 현물 주식도 많이 사들였다는 거죠) 기존 reddit발 콜옵션 매집에서는 Citadel도 엄청난 재미를 보았다고 알려져 있는데, 헷징은 헷징대로 하고 프리미엄을 쏠쏠히 챙겼겠죠. 하지만 이번에는 워낙 수직상승(=사실상 불연속)이었기 때문에 헷징에도 당연히 한계가 있는데, 일단 (stochastic calculus기반) 모델이 캡쳐할 수 있는 단기 가격변동 영역을 뛰어넘다보니 결과적으로 모델이 필요하다고 알려주는 헷징은 역부족이었을 가능성이 높고 또는 터무니없이 헷징비용이 비쌌을 개연성도 높습니다. 로빈후드 등에서 나오는 현물 거래 order flow도 여기서 다 가져 가니 리테일 거래가 치솟는 일반적인 경우에는 Citadel이 쏠쏠히 수입을 얻지만 이렇게 리테일 매수세가 일방적으로 밀물처럼 들어올 때도 그 수익모델이 그대로 적용되었을지는 잘 모르겠어요. (추측성 소수의견입니다) 일단 지금은 미디어들도 그렇고 애널리스트들도 그렇고 일반론을 따라 마켓메이커들이 이번 글로벌 리테일 볼륨 폭발로 대박이 나고 있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https://www.ft.com/content/e4f9100e-7ef6-4807-89f9-4015db1750fd

Citadel은 온갖 proprietory 비기들을 많이 갖추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그 상황에서 과연 얼마나 덕을 볼 수 있었을지 궁금하긴 합니다. 

 

결론적으로 하고 싶은 말은요. 최대한 수익을 낼 수 있는 방법을 열심히 공부해서 투자할때는 다들 몇 가지 미래 시나리오들을 생각할 텐데요.  위의 b와 c 유형인 분들을 제가 설득할 자신은 없지만, 본인이 a유형에 해당된다면 생각한 시나리오가 다 틀렸을 때 어떻게 될 것인지 스트레스 테스트는 최소한 생각이라도 해보는 게 필요하지 않나 싶어요. 단순히 주식이 언제 얼마 떨어질 것인지의 문제를 넘어서 갑자기 급하게 현금이 필요할 일이 생기면 어떻게 할 것인가 하는 등등의 스트레스 시나리오를요. 왠만하면 ‘안전하게’ 초과수익을 얻는 전략이 보통 왠만하지 않은 상황이 생길 때 더 위험할 수 있거든요.

 

 

당신의 ‘코디’는 안전하십니까? (1/22/2021)(목차로 돌아가기)

 

지금까지 생생하게 기억하는 어릴 적 에피소드인데요. 반 친구 세 명과 총 네 명 그룹으로 서울랜드에 놀러 갔던 적이 있었습니다. 그 나이에는 제 아무리 먼 길이어도 친구들끼리 얘기하면서 걸으면 금방인지라 지하철 역까지 돌아가는 길을 (코끼리 열차 스킵하고) 그냥 걸어가는 중이었는데, 우리 중에 주의력 좋은 친구 하나가 갑자기 작은 톤으로 ‘우리가 넷이니까 그냥 싸운다’ 라는 얘길 속삭였어요. 눈치가 느린 저는 느닷없이 웬말인가 어리둥절하고 있는데 뒤늦게서야 형들 두 명이 우리를 뒤에서 따라왔다는 걸 알아차렸죠. 험상궂은 표정을 하고 우리를 협박하며 눈에 잘 안 띄는 으슥한 벤치로 에스코트하는데, 막상 싸운다고 시그널을 보낸 친구를 포함한 네 명 모두가 순한 양처럼 그냥 따라가서 시키는대로 다소곳이 앉았어요;; 간단한 호구조사 후, 있는 돈을 다 내놓으면 무사히 보내주겠다는 얘기를 하더라고요. 지금 생각하면, 어디처럼 총을 소지할 가능성이 있는 것도 아니고 체격도 그렇게 크지 않아서 넷이 다같이 불응하면 그 소년 강도 콤비도 어쩔 도리가 없었을 텐데, 왜 긴장해서 시키는대로 있었는지 피식 웃음이 나와요, (그 이후의 전개가 반전이 좀 있긴 한데, 글의 요지에 집중하기 위해 생략합니다) 

 

얌전히 따라가 앉으면서 수많은 생각이 스쳤겠지만 각자 했을 셈법을 재구성하면 이랬을 거 같아요, 

나는 맞서려고 일어났는데 나머지 셋이 가만히 앉아 있으면 두 소년 강도에게 혼자 실컷 맞고 돈은 돈대로ㅜㅠ 뺏길 것이 뻔하거든요. 그렇다면 내가 맞서려고 일어났다는 전제 하에서 다른 친구들이 가만히 지켜 보고 있을 최악의 경우가 일어날 확률을 생각하면, 어느 정도 있어요. 나를 거들어줄 2호가 나서도 나머지가 가만히 있으면 2대 2 상황인데, 결국 같이 두드려 맞으면서 끝이 날 가능성이 여전히 높거든요. 사실 반항자 1호 2호가 나온 상황에서는 3호가 왠만하면 거들고 나설 법도 하지만 장담은 못해요. 돈 뺏기는 것에 대한 아쉬움보다는 싸우다가 다치는 공포가 얼마든지 더 클 수도 있거든요. 아무리 친구라지만 그 상황에서 3호가 나설 수 있을지에 대한 100% 확신은 없어요. 만약에 3호까지 나와서 최소 3 대 2의 대치 국면이 만들어졌다면야, 나머지 한 명이 최후의 4호로 조인해서 4대 2를 만드는 것은 훨씬 가능성이 높겠죠. 그런데  ‘최소 3 대 2 ’까지 간다는 보장이 없는 상황에서 애초에 내가 돈 좀 안 뺏기곘다고 1호로 자원해서 혼자 다구리(?) 맞을 위험까지 감수할 필요는 없으니 나는 잠자코 지시에 따르고, 다른 친구들도 마찬가지 결론을 내리기 쉽겠죠. 

 

지난 번 팬데믹에 대응해서 나온 미국의 통화정책을 다루면서 게임 이론, 더 구체적으로는 coordination game 얘기를 살짝 했는데요. 건장한 학생 네 명이 두 명의 비무장 강도에게 협박 당했던 이 상황도 사실은 그렇게 이해할 수 있죠. 게임이론 자체는 응용수학의 한 토픽이라고 볼 수도 있고 경제학의 한 분야이자 접근방법이기도 하며, 컴퓨터 과/공학, 정치학, 사회학, 생태학 등등에서 많이들 등장하다보니 여러 경로로 친숙하신 분도 꽤 많을거 같아요. 나만 잘하면 되는 게 아니라 타인(들)의 전략 선택에 나의 선택과 결론이 의존할 수 있는 상황을 들여다 보는 겁니다. 흔히들 익숙한 게임(예: 포커/LoL)은 이기고 지고가 중요한 제로섬의 성격이 많지만, charade (‘몸으로 말해요’)처럼 같은 팀원끼리는 합을 맞추는 게 중요한 게임들도 있고, 사실 놀려고 game night 등등으로 모이는 것 자체도 서로 시간, 장소, 종목 조율해서 모일 수 있어야 하니깐 non-zero-sum 그 중에서도 coordination game으로 볼 수 있죠. 그 조율이 대칭적인 것만 생각할 필요는 없고 집에 있는 자동차를 서로 다른 요일에 쓴다든지 하는 것도 역시 묶어 생각할 수 있겠고요.

 

이런 coordination game 상황의 공통점이라면 일단 ‘합’을 맞추는 게 중요하다보니 어떻게 맞추느냐에 따라 같은 문제에서도 성립가능한 결과(균형)가 여러가지이기 쉽습니다. Game night을 금요일로 정할 수도 있고 일요일로 정할 수도 있는 것처럼요. 문제의 성격상 상호조율을 강제할 수 있는 외부장치가 있는 세팅 (cooperative game)은  너무 쉬워지고, 각자 마음대로 자기 선택을 정할 수 있는 세팅 (non-cooperative game)이 고민할 여지가 많은데요. 앞서 예로 들은 소년 강도 콤비를 만난 상황이 대표적이겠죠. 

 

그 상황으로 돌아가면, 네 명이 다같이 얌전히 돈 뺏기는 상황과 네 명이 다같이 저항해 돈 안 뺏기는 상황이 가장 쉽게 생각할 수 있는 두 가지 (Nash 균형) 경우일텐데요. 나머지 세 친구들 액션이 그렇게 정해져 있다면 나도 똑같이 맞춰 가는게 최선이라는 의미에서요. 물론 후자 경우가 네 명 모두에게 더 좋으니까 (payoff dominant) 어지간하면 그 쪽으로 맞출 수 있을 거 같지만, 제가 열심히 재구성했던 계산이 꽤 복잡했던 것처럼 서로의 셈법에 대한 상당히 고도의 인식론적(epistemological)인 확신이 필요합니다. 친구들의 돈 vs 몸을 아끼는 정도에 대한 불확실성이 조금이라도 있거나, 내가 친구들에 대해 갖고 있는 확신에 대한 친구들의 확신이 없거나.. 이런 식으로 무한히 올라가는 피라미드가 튼튼해야 되거든요. 그게 안되면, 현실의 결론은 각자 돈을 내주고 몸을 사리는 전자의 상황으로 가기 일쑤입니다. 

 

저번에 언급한 것처럼 금융시장을 이런 coordination 게임으로 많이들 보기도 합니다. 뱅크런은 저번에 예로 들었고, 주식시장을 이해하는 방식으로 일찍이 케인즈가 인기투표로 선발하는 미인 대회에 빗대었는데요. 1등에게 투표한 사람들이 상품을 받는다고 하면, 자신이 생각하는 최고 미인이 누구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다수에게 표를 받는 최고 미인이 누굴지를 생각해야 되는데요. 모두들 최소 3단계 추론을 하는 상황에서 ‘오드리’가 1등이 되기 위해서는요. 오드리가 1등이 될 거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제일 많을 거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제일 많아야 됩니다ㅋㅋ 4단계, 5단계 끊임없이 올라갈 수 있겠죠. 사실 투표자 집단이 크다면 현실적으로 0단계(=상품 다 필요없고 나에게는 오직 ‘오드리’) 사유를 하는 사람도 있고 1단계를 생각하는 사람, 2단계까지 생각하는 사람 다 분포가 있겠죠. 결과적으로, 누가 최고 미인인지에 대한 각각의 판단과 무관하게 누구에게 표가 몰릴 지에 대한 추측이 지배적으로 작용하는데요. 주식시장에 대입해서, 특정 주식을 발행한 기업의 ‘펀더멘털’과 상관없이 투기목적의 시장참가자들의 entry/exit에 의해 가격이 폭등하기도 폭락하기도 하는 현상을 보고서는 저건 “Keynesian beauty contest”라고 얘기들 합니다. 가격이 오를 거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을거라는 생각에 나도 사는 거죠^^

 

이런 coordination 상황의 가장 두드러지는 특성은, 남들이 어떤 선택을 할지에 대한 기대가 있으면 그 기대대로 각자 맞춰가게 되는 자기 실현적(self-fulfilling) 성격이 있다보니 그 coordination의 결과가 어떻게 나타날 지에 대한 예측(=균형)이 좀처럼 한 가지로 좁혀지지가 않는다는 겁니다. 가능한 균형 케이스 여러 개 중에 고르는데 그 중 참가자 모두에게 좋은 최선의 결과(payoff dominant)가 있다면 당연히 그걸로 맞춰가는 거 아니겠느냐 하는게 일견 상식적인 예측이지만, 제 추억 속 서울랜드 해프닝에서처럼 어떤 이유에서든 서로의 기대에 대한 인식론적인 불안이 있다면.. 각자 몸사리는 안전빵의 경우 (risk-dominant)로 결과예측이 좁혀지기 쉽습니다. 다르게 풀면요. 협동으로 달성할 수 있는 최선의 결과가 제아무리 모두에게 좋다고 해도, 상호신뢰의 균열이 존재하면 각자 선택이 모아져서 도달하는 결론은 막상 다를 수가 있다는 거죠. 대세를 미스했을 때의 페널티가 선택지 간에 비대칭적인 경우 궁극의 안전모드 균형점이 선택을 빨아들이기가 쉽습니다. 그런 유형의 coordination 상황을 Stag hunt/ Hunter-gatherer 게임으로 별칭하기도 합니다. 더 대중적으로 유명한 Prisoner’s dilemma 상황을 떠올리실 수도 있는데, 그건 아예 협동을 깨버리고 나갈 뚜렷한 독자적 인센티브가 있는 상황이라 다릅니다.

 

이런 취약성을 극복하고 최선의 결과를 달성할 수 있으려면 서로 소통을 많이 해보는 것이 물론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서울랜드 해프닝을 돌이켜 봤을 때, 이런 경우 같이 맞서 싸우자는 합의를 했다쳐도 막상 상황이 닥치면 다들 주저하다가 순순히 요구에 응했을 가능성이 꽤 있어요ㅋ 말로야 이런 저런 얘기 할 수 있지만 이면의 이해관계는 변함이 없고 실제 행동을 강제해주는 장치도 없기 때문에 제아무리 백분토론을 거친다 한들 어쩔 수 없는 한계가 있어요. 그래서 coordination game을 푸는 참가자들끼리의 커뮤니케이션을 cheap talk이라는 아카데믹 용어로 부릅니다. ‘우리가 넷이니까 그냥 싸운다’라고 친구가 얘기한 것은 결과적으로 아무 소용이 없었지만, 사실 공동의 이해관계가 분명할수록 서로의 말에 믿을 구석이 많고 따라서 cheap talk이라도 주고 받는게 피차 조금이라도 더 나은 조율결과를 선택하는데 도움이 되는 경우들이 있긴 합니다. 또는 사회관습 내지 문화적 경험공유 등등으로 각자에게 공통적으로 ‘빌트인’된 패턴들이 focal point로서 커뮤니케이션의 역할을 대체해주기도 하는데요. 약속장소를 뉴욕시로만 특정하고 모이기로 했다면 어디로 갈 것인지 물었을 때 압도적인 다수가 ‘Grand Central’을 골랐다는 실험결과가 유명하죠. 물론 이 또한 선택지간의 비대칭이 심하면 도움에 한계가 있고, 가변적인 상황에서 그렇게 견고하지도 않습니다. (Grand central이 공사 중일 때는 어떻게 할 것인지도 문제이고, 연말이라면 Times square로 갈까 갈팡질팡하겠죠) 

 

못 믿을 호언장담과 모함이 난무하는 마피아 게임 (모르시는 분들은 검색을 권합니다ㅋ)에서 오로지 믿을 만한 것은 사회자인 것처럼, 공신력 있는 정보/커뮤니케이션이 존재한다면 최선의 협동결과를 도모하는데 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서울랜드의 소년 강도들과의 나이 차이가 사실 한 살밖에 안 된다고 알려주는 스피커가 있다면, 상승하는 각자의 자신감과 친구들의 자신감 상승에 대한 피차 기대로 인해 협동이 용이해질 수 있겠죠. 또는 개개인이 자신의 선택을 공공연히 담보할 수 있게 해주는 방안(commitment device)이 있다면 그 또한 도움이 되겠죠. 서울랜드에서 ‘싸운다’라고 속삭였던 그 친구가 그 형들까지 다 들으라고 크게 외쳤다면, 이미 그 친구의 선택은 되돌릴 수 없으니 아무도 나서지 않은 상황에서 머릿 속에서 굴리던 셈법에 1호 반항자 등장이라는 한 가지 변수가 체크되면서 2호가 거들고 나서기도 쉽겠죠. 개개인의 선택을 얼마나 확신할 수 있는지에 대한 불안이 내게 있거나 남들이 그런 불안을 갖고 있을 것 같다면, 그런 불안한 개개인들과 독립된 채 객관적 진실을 판별해주거나 서로의 선택과 약속을 강제해 줄 수 있는 장치나 제도가 결과적으로 모두의 불안을 해소해 줄 수 있는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서두부터 제껴놓았던 cooperative game과의 교차점이 생기는 거죠) 정치철학에서 안그래도 공적 시스템/제도의 형성이 개인과 국가 간의 협약이라고 옛날부터 얘기해왔는데 그런 사회계약도 이런 맥락으로도 이해할 수 있겠고요. 전체주의/권위주의적 체제가 한 유형의 균형이고 자유/민주주의 체제가 반대쪽이라고 하면요. 전자로 선택의 대세가 모아졌는데 나만 벗어나면 감당 못할 페널티가 있지만, 후자가 대세일 때 혼자 벗어나는 페널티는 덜하기 때문에 사실 개별 선택을 모아 합을 맞춘다면 후자가 얼마나 좋은지와 별개로 전자가 각자에게 안전모드입니다. 후자가 달성되고 지속가능하려면 어떤 개인도 독자적으로 오염시킬 수 없는 공신력있는 정보체계 (언론?)와 구속력 있는 절차와 제도가 전제되어야겠죠.

 

한편, 남들이 선택하는 대세를 잘못 읽어 낙오가 될 때의 손해가 이러나 저러나 큰 차이가 없고 그저 의견일치를 보는게 중요한 상황이라면 안전제일 본능과 충돌이 덜하기 때문에 개별 채널 커뮤니케이션의 역할이 상대적으로 클 수 있습니다. 반대로 생각하면, 성립가능한 균형상태는 여러 개인데 어떤 선택지도 공히 인식되는 안전모드로 있는 것은 아니다보니 조금의 상황 변화에도 대세가 이리 저리 옮겨가는게 의외로 쉬울 수 있습니다. Keynesian beauty contest 세팅도 곧이 곧대로 가져오면 사람들이 출전자에게 개인적인 애착이 있는게 아닌바에야 사실 마찬가지이겠죠. 글 초반에 얘기했듯이 서로의 선택과 기대에 대한 ‘인식론적 피라미드’가 서포트되어야 특정 선택지로 대세가 결정되는데요. 얼핏 생각하면 ‘공든 탑이 무너지랴’라고 하듯이 많은 사람들의 복잡한 피라미드식 셈법을 다 만족시켜서 선택된 합의사항은 흔들리기도 쉽지 않을거라 생각할 수 있지만, 사실은 공든 탑이 아니라 사상누각일 수 있어요. 각자의 머릿속 피라미드끼리 싱크를 서로 자발적으로 맞춰가면서 생기는 자가동력을 받아 쌓아올려진 대세이기 때문에 같은 이치로 무너지기 시작하면 자가동력으로 무너지기도 더 쉬워지겠죠. SNS를 위시해서 인터넷/모바일 기반의 여러가지 플랫폼 서비스들에 network effect가 있다는 것은 많이 얘기하는 부분이니 익숙하실 텐데요. 어느 레벨에 도달하면 유저들이 많다는 이유만으로도 추가적인 유저들을 끌어들인다는 거죠. 대세 서비스 선택 안 한다고 큰 불편이 초래되는 것도 아니고 옮겨 타거나 중복으로 걸치는 비용이 크지도 않다면, 이런 케이스는 제아무리 network effect가 있다고 해도 그것이 특정 플랫폼에서 떠나기 쉽지 않게 얽매는 lock-in 효과와는 별개일 수 있거든요. (반면, industry standard가 무엇이 될 것인지를 다투는 문제, 플랫폼 간 중복/교차투자가 쉽지 않은 상황 등등은 경로의존성이 강할 수 밖에 없겠죠.) 선택하는 사람들 입장에서는 산으로 가든 바다로 가든 일단 선택을 모으는 게 중요하다보니, 공히 관찰하는 뉴스나 정보를 가지고 그에 따라 조건부로 합의를 모아갈 인센티브도 생겨나기 쉽습니다. (일기예보를 보고 몇 도이상이면 바다로, 아니면 산으로 가자) 심지어 결정과 크게 상관없는 랜덤 정보라도 객관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결과라면 보다 효율적인 합의 프로토콜을 짜는데 도움이 되기도 하죠. (동전 앞면이면 치킨을, 뒷면이면 피자를 시키자 ; correlated equilibrium/ sunspot) 

 

최근 불거지는 현상 중에 몇 가지를 이런 coordination game으로 접근해 생각해 볼 수 있는 것 같습니다. 

 

1) 우선 꺼내들고 싶은 이슈는 뜬금없지만 미국의 민주주의는 얼마나 튼튼한가의 문제입니다. 사실 엊그제 신임 미국 대통령의 취임 연설 시작에 이런 얘기가 있었어요.

We've learned again that democracy is precious and democracy is fragile. At this hour, my friends, democracy has prevailed.”

첫 문장은 사실 제가 앞서 민주주의가 모두에게 바람직할지라도 각자에게 안전모드는 아니라고 (=fragile) 놓았던 것과 상통합니다. 이 합의가 튼튼하게 서포트되려면 구성원들에게 공공연히 신뢰받는 커뮤니케이션 채널과 모두가 순응하는 제도/규칙이 정상적으로 기능해야 되는데, 두번째 문장의 판단은 정권교체와 함께 그것들이 다시 회복되었다는 희망적인 선언이겠죠. 비정상의 정상화라는 모토로 몇 년 전 출범한 어떤 나라의 정부도 얼핏 스쳐갑니다. 신임 대통령이 희망하는대로의 정상화가 끝내 이루어지지 못한다면, 권위주의로 미끄러져 가는 시나리오는 두 가지이겠죠. 현 시스템을 위협하는 세력에 대한 응징을 강화하다보니 그 자체가 권위주의적으로 변모해갈 가능성도 있고, 위협 내지 이탈 움직임을 강한 응징없이 지켜보다가 사회 혼란을 컨트롤 못하는 무능함에 대한 실망 여론이 커져 권위주의적인 대안이 득세할 수 있는환경이 조성될 가능성도 있겠죠. 이래저래 위험한 문제라고 생각해서 일단은 (리턴 가능하다고) 희망해보는 수 밖에 없네요.

 

2) 금융시장으로 가서 비추어 볼 또 하나 현상은, 마켓 가격이 뉴스를 반영하는 방식이 어떤 의미에서는 과민하고 어떨 때는 反직관적 /counter-intuitive이기까지 해지는 문제입니다. Keynesian beauty contest 성격이 강한 (=펀더멘털보다는 투기적 베팅에 지배되는) 마켓으로 가면, 공개적으로 관찰되는 시그널들 속의 해당 자산의 적정가치에 대해 알려주는 정보성 컨텐츠보다는 그 시그널들에 다른 참가자들이 어떻게 반응할지에 대한 기대가 더 중요해집니다. 합리적인 valuation 모델로 설명할 수 있는 범위에서 현재 시장가격이 동떨어져 있더라도 여전히 그 모델 상 인풋변수의 움직임 자체를 모두가 (혹은 모두의 algorithm이) 지켜보고 있다면, 다른 투자자들의 기대되는 반응과 싱크를 맞추는 데 도움이 될 수 있겠죠. (실체적으로는) 하나의 노이즈에 지나지 않지만, 마켓이 이름을 불러주니 시그널이 된다고 할까요. 하지만 서로의 기대를 쫓고 쫓는 기저의 인식론적인 불안은 어쩔 수 없기 때문에, 특정 영향력 큰 참가자의 반응방식에 대한 마켓 공통의 이해/확신이 있다면, 뉴스 흐름에 대한 그 참가자의 반응회로를 핵심축으로 삼아 대규모 양떼 herd가 자생적으로 생겨나기 쉬운 환경인 것 같아요. 지금 미국 시장에서 그 herd는 Fed의 반응함수를 쫓고 있다고 봐도 무리가 없을 것 같죠. Fed의 정책이 잠재적으로 갖는 자체 위력도 물론 상당하지만, 마켓의 기대 coordination이 그 둘레를 겹겹이 에워싸고 형성되어 있다보니 뉴스에 대한 시장의 반응도 그 방향 기준으로 오버해서 움직이는 측면이 있는 거 같아요. 실은 팬데믹 이전 08년 금융위기 후폭풍을 결국 QE로 수습한 이래로, 경제 상황이 좋아진다고 읽히는 신호가 발표되면 도리어 Fed가 정책을 조일까봐 마켓 인덱스가 내려가는 일들이 빈번하게 관찰되었고, 지금은 정황상 더 심한 거 같아요. 

 

3) 디지털 암호화폐들도 워낙 달러표시 가격이 오르다보니 다시 또 화제인데요. 꼭 요 며칠 롤러코스터라고 하는 얘기는 아니고, 제가 볼 때는 빼도박도 못하는 Keynesian beauty contest인거 같아요.  가격이야 오른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으면 오르고 내린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으면 내리는 거야 당연하겠고요. 아마도 가격 트렌드 이외에 투자자들이 공히 쳐다보는 지표들도 있어서 서로의 기대감의 싱크를 맞추는데 도움이 되고 있을거라 생각해요. 그렇지만 기축통화의 문제도 당연히 coordination problem이고, 각자의 저축을 어디다 배치할지의 자산 포트폴리오 문제도 넓게 봐서는 coordination인데, 두 게임 모두 지배적인 안전모드는 지금도 달러 현금이고 한동안 그럴 예정으로 보입니다. 유사시 가장 빨리 무너지기 쉬운 것은 아무래도 서로 서로에 대한 기대감의 피라미드에 의존해오던 정도가 큰 선택지이고, 끝끝내는 다 빠져나와서 안전모드로 수렴하겠죠. 안전모드로의 도주 본능을 방지해 줄 수 있는 것은 공신력있는 힘센 플레이어의 개입/약속과 그것을 중심으로 다시 꽁꽁 뭉칠 수 있는 동력일텐데, 암호화폐의 분산화된 디자인 자체가 그마저 어렵게 만드는 것 같아요. 재미있는 아이러니는 블록체인 기반 디지털 화폐의 구조적 지속성?을 담보해준다고 알려져 있는 것도 역시 게임이론이고 사실 암호화폐를 통해 게임이론에 입문하는 사람들도 꽤 많은데요. 게임이론 상 균형이라고 다 튼튼한 것이 아니라, 이 균형들이 의존하고 있는 수학적 세팅과 플레이어의 선택 속에 암묵적으로 요구되는 인식론적(epistemological)인 기초가 현실 속 불확실한 상황에서 얼마나 튼튼하게 버티는지에 달려 있습니다. 가령 반복게임(repeated game)적인 요소를 대입해서 예방할 수 있다고 여겨지는 부정? 반란?도 결국에는 미래에 뒤따르는 결과를 모두가 충분히 감안한다는 (1에 충분히 가까운 discount factor) 전제가 있거든요. 해당 코인 가치 자체가 주저앉을 거라는 기대가 어떻게든 생겨난다면 오늘 챙길 수 있는 이득을 최대한 다 챙겨야겠다는 부정행위도 그 전제 하에서는 합리적인 선택이 됩니다. 많은 분들에게 민감하고 중요한 문제인데 비해 제가 암호화폐에 대한 이해가 짧은 것 같아 이 이상으로 주장을 밀기에는 부담이 있지만, 그럼에도 같이 생각해봐야 되는 부분이라 생각되서 간단히 써봤습니다.

 

(주: 관련 전공하신 분들은 아마도 단락 단락 얘기하고 있는 유명한 논문 혹은 저자들 이름이 바로 바로 매칭되실 수 있는데요. 굳이 레퍼런스를 밝히지 않는 것은 독자층을 감안하는 것 외에 아무래도 제 마음대로 짠 맥락에 집어넣다보니 해당 이론들에 대한 불필요한 오해가 발생할 수 있을 거 같아 생략했어요.)

 

 

누구를 위하여 돈은 풀리나 2 (1/3/2021; 1/7/2021 하단에 내용 추가) (목차로 돌아가기)

 

'공짜 점심은 없다'는 20세기 미국 속담?을 많이 들어보셨을텐데요. 밀튼 프리드먼이라는 유명한 경제학자가 사용한 뒤로는 경제학 격언처럼 받아들여지고 있기도 합니다. 마일모아에 들어오시는 분들이 사실 친숙할 수 있는 개념이죠. 카드 계좌 몇 개 열어서 ‘공짜’ 비행기 여행 갔다온다고 하면 뭔가 있을텐데 하는 미심쩍은 생각부터 으레 거치기 마련인데, 그런 상식적 의심을 요약해주는 말인 것 같아요.. 물론 카드 사인업 보너스가 정말 조건없이 주어지는 경우는 거의 없는 것처럼, 진정한 ‘공짜’가 존재하는지 여부에 초점이 있다기보다는 경제적 혜택이 발생하면 보이든 보이지 않든 그에 상응하는 반대급부가 따를 수 밖에 없다는 일반적인 세상 원리를 얘기하는 거겠죠. 사회과학 버전의 열역학 제 1법칙 (에너지 총량은 변함없음)이라 할만 합니다.

 

수십만 가입자 모두가 보너스를 ‘공짜로’ 뽑아먹고 입 닦는 상황에서는 카드 사인업 프로모션이 (카드회사 입장에서) 실패하는 것처럼, 나라 경제 전반을 좌지우지하는 정책을 놓고 생각할 때도 모두가 이득을 보는 ‘공짜 점심’ 마법이 통하기는 어려워 보이기도 합니다. 물론 특정 부문/영역/자원을 희생해서 경제적 리소스를 전략적으로 집중투자하는 ‘비싼 점심’은 우리에게 익숙합니다. 굳이 국가주도 산업정책/경제개발이 아니더라도 민간 자체적으로 혁신이 일어나는 프로세스도 필연적으로 기존 방식/사업들이 깨져서 리소스를 양보하는 과정이 수반된다는 관찰이 슘페터 Schumpeter의 유명한 ‘창조적 파괴’ 관점입니다.  

 

하지만 누구의 뚜렷한 경제적 피해를 끼치지 않고서도 절대다수의 경제적 이해관계에 도움이 되는 ‘공짜점심’내지 사기급 가성비의 정책 수단들이 조건부로 존재하는데, 개입없이 가만히 놔뒀을 때 (열역학으로 따지면) 에너지 손실 내지 낭비가 너무 심해지는 상황으로 치닫는 경우 이를 방지해 줄 수 있는 정책들이겠죠. 역시나 자연스럽게 안정되기 힘든 상태에 인위적으로 도달하고 유지하려면 비용이 만만치 않으니 가성비가 마냥 좋을 수 없고요. 극가성비 실현을 기대해 볼 수 있는 시나리오는 이를테면 복수의 ‘안정적’인 균형상태가 존재하는 상황입니다. 그 균형상태 중 하나가 모두에게 안 좋은 폭망 상황이고, 하필 그 폭망 상태를 향해 경제가 자동 주행중이라면 수동으로 경로를 이탈해서라도 새로운 최선 내지 차선의 균형 상태로 진입시켜주는 것이 모두가 환영하는 정책 개입이겠죠. 

 

저번 글에서 시간 차원을 끌어들인 다이내믹 경제 모형을 언급하긴 했는데, 경제에 동적인 균형이 다수 존재한다면 *일시적*인 정책비용을 써서 다른 균형 상태로 경제를 점프시키면 *지속적*인 효과를 기대해 볼 수 있습니다, 오리지널 케인지언의 배관/유압문제를 푸는 문제도 사실 그런 관점에서 ‘공짜’같은 가성비를 주장한다 해석할 수 있는데요. 유명한 pump priming 비유가 있죠. 수동식 펌프에 물이 마르면 아래 지하수가 아무리 충분하고 펌프질을 아무리 열심히 한들 물이 올라오지 않지만 (=폭망 균형), 마중물 한바가지 부으면서 펌프질을 해주면 압력차이로 물이 관을 통해 올라오기 시작하면서 그때부터는 물을 마음껏 받을 수 있는데.. 모르는 사람이 보기에 물 한바가지를 이용해 수십 버켓을 채우는 기적일 수 있죠. 

사족으로, 사회과학이든 자연과학이든 다 떠나서 사실 일반적인 dynamic system 역학계에서 복수의 안정점이 있는 것이 전혀 특수 케이스가 아니기도 하고, 개별 경제주체의 최적화 솔루션들끼리 만나서 이루는 균형을 찾는 경제학 문제는 시간 차원을 더하면서 그 균형점이 다수 존재한다고 보는게 사실은 더 자연스럽습니다만 여러가지 사정으로 일반적인 관행은 그렇지 않습니다. 

 

금융시장도 사실 모두가 나머지 모두에 대해 갖고 있는 기대에 의존해서 돌아가기 때문에 자기실현적인 (self-fulfilling) 측면이 다분하고 게임이론 (처음 들어보시는 분들은 검색을 권합니다)을 들이대자면 역시나 정상적인 상태 뒷면에 폭망 균형을 상시로 깔고 가는 coordination game의 측면이 있습니다. 이 경우는 정부의 힘과 의지에 대한 공적 신뢰가 전제된다면 *상징적*인 개입으로도 폭망 상태로 빠지는 것을 막을 수 있습니다. 가장 쉽게 생각할 수 있는 예가 뱅크런인데요. 어떤 이유에서든 다같이 은행에서 돈을 빼려고 하는 상황이 된다면 그 은행이 지급불능 상태로 들어가기 때문에, 예금주인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은 가장 빨리 은행에서 내 돈을 빼는 겁니다. 문제는 다같이 그런 계산을 하기 때문에 각자도생 폭망 상태로 빠지는 스위치가 누가 손쓸 틈도 없이 눈깜짝할 새 켜지기 쉽겠죠. 여기서 FDIC이건 예금보험공사이건 만들어서 은행 망해도 예금 보장해준다고 못 박아주면, 예금 인출 사태 자체가 번져나갈 여지를 차단해주고 결과적으로 실제 빵꾸난 예금 메꿔줄 일도 잘 생기지 않습니다. 지난 08-09년 금융위기 때 FDIC 예금 보험한도가 실제로 구좌당 100k에서 250k로 늘어났지만, 그렇다고 FDIC가 실제 메꾸어 주게 되는 돈이 2.5배로 늘어나는 것은 아니죠.

 

정부나 통화당국이 추진하는 정책의 혜택이 그 비용을 가뿐히 (by orders of magnitude) 압도하는 경우는 대략 위에 설명한 정도로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대박 사인업 보너스 요건을 채우기 위해 2-3% 카드 수수료를 기꺼이 감당하면서 세금, 학비, 유틸리티 등등을 결제하는 것과 같은 이치겠죠. 

 

먼저 쓴 글 (하단)에서 이번 2020년 미국 연방정부와 연방준비은행의 정책적 대응이 왜 그런 규모와 형태로 나와야 했는지의 배경과 그래서 누가 혜택을 보았다고 볼 수 있을까를 제 마음대로 정리해봤는데요. 그 때도 썼듯이 발생 비용은 미래 전망의 영역에 걸쳐있는데 팬데믹도 현재진행형이고 새로운 정권 출범도 곧 있는데 상원 과반도 화요일인 1월 5일이 되어봐야 알다보니 많은 것들이 유동적이긴 합니다. 하지만 최소한 체크해볼 수 있는 것은 역시 이 정책들이 위의 극가성비 달성 요건에 어느 정도 들어맞는지의 테스트일거 같아요. 통화당국과 연방 행정부 둘로 나누어서,  ‘제로금리’와 ‘양적완화’로 요약되는 확장적 통화정책 기조 지속과 커지는 연방정부 채무의 문제를 차례차례 생각해보죠.

 

일단, 제로금리와 양적완화(QE)로 대표되는 통화정책 기조는 현재 기준에서도 2-3년은 계속될 거라고 FOMC 자체적으로 보고 있지만 ( https://www.federalreserve.gov/monetarypolicy/fomcprojtabl20201216.htm) 팬데믹이 희망적인 시나리오대로 극복되더라도 그보다 더 길어지게 될 가능성이 다분합니다. 4월 즈음에 Powell의장이 “announcement effect”로 설명한 바 있는데, 마구 마구 신설한 그 많은 유동성/신용 공급 기구들은 실제 발표만 나고 출범하지도 않았는데도 급 썰물이 빠져나갔던 해당 마켓들에 이윽고 밀물이 오게 하는 놀라운 성과를 거두었는데요. QE의 폭에 상한을 두지 않겠다는 발표도 마찬가지이고, 위에서 설명한 폭망 균형을 시의적절히 차단하는 정책효과가 역시 컸습니다. 역시 지난달에 쓴 내용인데, 상당수는 거의 사용되지 않은채 며칠 전(12월 31일)부 로 반환되었죠. 이 부분에 한해서 보면 극가성비 달성했다고 볼 수 있겠고요.

 

하지만 전체적인 그림을 보면 전혀 비용이 *일시적*이지도 *상징적*이지도 않아 보입니다. 계속해서 다달이 net으로 $80B의 재무부 채권과 $40B의 Agency모기지 채권을 당분간 구입해나간다는 게 2020년 12월 FOMC meeting 현재 방침이고요. 월 $120B 이상의 속도로 중앙은행 자산이 불어나는게 *상징적*으로 그치는 규모는 전혀 아니고, 2-3년이 *일시적*이라 보기에도 어렵죠. 어찌됐건 폭망 상태는 벗어났지만 지금만큼의 실탄 사용을 중단하는 걸 ‘생각하는 것조차 생각해 본 적이 없다’고 Fed 의장이 공개적으로 발표해야 하는 것 자체가  (https://www.federalreserve.gov/mediacenter/files/FOMCpresconf20200610.pdf) 그렇게 점프해나온 현 상태가 그다지 ‘내츄럴’하게 안정적이지 않다는 반증이기도 합니다. 공짜점심이라기 보다는 할부점심인 셈이죠.

 

이 할부가 얼마나 가야하는지는 모두가 궁금해하는 바이고 빨리 끝낼 수 있을수록 부작용 발생이 적겠지만, 미국의 이전 QE사례를 돌아보고 이 모든 것의 선조인 일본의 경우를 생각해보면 2-3년으로 마무리할 수 있는 가능성이 희박해보입니다. 

 

균형(equilibrium) 균형 운운하다 보니 생각난 육아 생활 속 예를 하나 더 들자면, 집에 있는 toddler가 언제부턴가 블록을 최대한 높이 높이 쌓아올리는 데에 재미를 들였거든요. 기초부터 안정적으로 하중을 받칠 수 있을지를 생각하며 차근차근 쌓아올리는 것...은 당연 안중에 없고 위태위태하게 처음부터 그저 올라가기만 하는데 급기야는 무너질라 노심초사하는 어른이 손으로 받쳐 줍니다. (어느샌가 “엄마 받쳐줘!” “아빠 받쳐줘!”를 습관적으로 외칩니다.) 문제는 그러고 끝나는 게 아니라 새로 생긴 서포트를 의지하여 옳거니하고 더더욱 위태하게 더더욱 높이 쌓아 올리는데 살짝 받쳐주려고 했던 어른은 붙잡혀서 언제 어떻게 빠져나가야 애를 덜 울릴 것인가를 고민하는 사이 전위적 조형물의 일부가 되어 갑니다. 

 

하고 싶은 얘기는, 마켓 참가자들은 QE식의 확장적 금융시장 개입을 사실상 계산식에 넣게 되는데 (‘reaction function’이라는 단어를 많이들 즐겨쓰죠) 그 계산식에 의존하여 가격이 형성되고 거래가 일어나다보면 그런 개입으로 애당초 달성했던 대안적인 상태가 더더욱 외부 자극에 취약해져서 다시금 폭망상태로 미끄러워지기 쉬워지고, 결과적으로 더 센 개입을 더 절실히 필요로 하게 된다는 생각입니다. 대량으로 값싼 유동성을 내일에서 오늘로 끌어올 수 있게 된 상황에서 혹시나 내일 무슨 일이 생긴다 해도 그러면 내일모레에서 또 당길 수 있도록 든든한 빽이 도와줄 거고 또 내일 모레도 또 그럴거기 때문에, 있는 힘껏 오늘로 다 끌어와서 먼 훗날로 묶어 부치면서 차익을 좀 보려는 움직임이 당연히 생길 수 밖에 없거든요. 저번 글에 지하철 끊긴 밤 강남역 택시 잡기 얘기를 했는데 그 비유를 재활용해보면요. 택시 Fed가 강남역에 대규모로 저렴한 심야택시부대를 보낼 때 개연성 있는 시나리오는, 인근의 온 동네에서 심야 승객들이 강남역으로 몰려와서 저렴한 택시를 갈아타고 각자의 목적지로 가고자 붐비면서 강남역 심야 택시수요가 애초보다 더 뛰고 결과적으로 보내줘야 되는 심야택시부대도 많아지는 일이 생기겠죠. 

 

자산가격 ‘버블’에 대한 정의도 제각기 다르지만 버블 유무와 별개로 확실한 것은 유동성이 많고 저금리가 인위적으로 유지되는 상황에서는 점점 자산가격에 민감한 경제로 바뀌어갈 수 밖에 없습니다. 버블이 있다는 전제를 인정하고 표현을 달리 하자면 버블을 키우면 키울수록 터지기가 쉬워지는 거죠. 부채를 더 많이 끼고 미미하게라도 더 수익이 나는 자산보유를 늘리는 쪽으로 각자의 대차대조표/balance sheet이 바뀌어 가는데, 여기서 갑의 자산이 을의 부채로 연결되어 있는 상황에서 그 위험성에 대한 갑의 용인도는 을의 자산 평가액에 달려있고 다시 을의 자산은 병의 부채이자 그 안전도가 병의 자산 평가액에 달려있고..이런 연결고리가 있다보니 자산가격이 심상치 않게 떨어질 때 여차하면 다함께 폭망 상태로 추락하는거죠. 이 가능성에 대한 인지가 애초부터 모두에게 있다면 다같이 몸을 사리면서 버블이 진작에 터지던가 아니면 버블이 생기지 않던가일텐데, 막강한 빽이 계속 안 터지게 땜질을 해준다면 개별 시장 참가자 입장에서는 그걸 감안해 최선의 전략을 짜는 것이 당연합니다. 

 

이렇게 되면, 종착점은 두 가지 중 하나로 압축되는 것 같습니다. 1) 어느 시점에서 ‘어른’의 통화정책 서포트가 빠지거나 뒤쳐지면서 어쩔 수 없는 자산 가격 붕괴를 맞이하거나, 2) 아니면 붕괴가 일어나지 않도록 서포트가 영구화되거나인 것 같아요. 가장 이상적인  3)의 가능성은 서포트가 빠져도 붕괴 없이 자연스러운 경로로 안착하는 것인데, 윗 단락에서 풀었듯이 지금까지 이미 서포트를 의지해 쌓아 올려진 것들을 보았을 때 사실상 물 건너갔고 약한 1) 케이스면 선방이라고 생각합니다. (주: 이 생각에 실린 권위는 없고 당연 틀릴수록 좋습니다)

 

1)의 상황은 늘 역사에 반복되어 왔던 일이니 모두들 익숙하시겠죠, 비용 얘기를 하고 있으니 한가지만 짚으면요. 이미 자산을 많이 보유하고 있어 부채를 많이 끼지 않고서도 자산가격 상승의 덕을 누릴 수 있는 가계/비즈니스들은 당연히 자산가격이 같이 주저앉을 때의 위험에도 덜 노출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주저앉은 이후의 행보에도 제약이 덜끼기 때문에 이래저래 이득입니다. 단기 채무를 많이 지고서는 롤오버할 수 있다는 가정하에 재무구조를 꾸린 사람/사업체, 혹은 그런 이들의 신용위험을 저평가하고 돈을 많이 투자해준 사람/기관이 가장 직접적으로 이런 이벤트의 위험에 노출되어 있겠죠. 당연한거지만 그때 그때의 담보의 시장평가액에 의존하는 (mark-to-market) 성격의 담보신용이 많이 쌓일수록 신용을 주는 쪽이나 받는 쪽이나 더 취약해집니다.  안그래도 연말들어 (주식 담보) 마진 신용도 미국에서 많이 당기기 시작했는데 이것도 한 예이고,  지난번 QE 이후 계속 한번씩 버벅거리는 repo 시장도 또 다른 예입니다. 무슨 큰일만 생기지 않으면 받는 사람 입장에서 값싸고 주는 사람 입장에서 안전한 신용이지만, 큰일이 생기면.. 도미노가 생기기 십상이죠. 버블 붕괴 시나리오에서는 돈 꿀 필요 없는 사람/기업이 최고이고, 담보없이도 돈 꿀수 있는 막강한 신용을 이미 갖고 있는 사람/기업들 역시 선방하겠지만 그 반대의 경우는 심한 곤란을 겪겠죠.

 

2)의 경우는 사실 다들 추론할 뿐인데, 일단 3)처럼 성립 가능한지부터가 논란의 여지가 있습니다. 90년대부터 줄곧 정책금리가 바닥 언저리였고 QE는 거의 20년간, ‘아베노믹스’도 거의 10년간 유지해왔던 일본이 가장 근접한 예일텐데, 나라 불문하고 정책 당국으로서도 영구적인 오버드라이브는 결코 원하지 않고, 하다보니 어쩔 수 없이 이렇게 있어야 되는 경우겠죠. 일본은 금리정책으로 어찌할 수 없는 정도로 구조적인 요인에 의한 국내 저축이 워낙 많고 경상수지 흑자가 기본모드(=다른 나라들에 꿔주는 돈도 많음)이다보니 미국의 경우까지 이어긋기가 쉽지는 않습니다. 사실 일본은 저축이 많은데 국내 안전자산 수익이  미미하다보니 주식시장으로 들어갔고 (일본 국민연금이 몇달 전까지 일본 주식시장의 최대 큰 손이었죠. 이제는 일본 중앙은행이 따라잡았습니다) 그도 시원치않다보니 외국, 특히나 미국의 자산으로 많이 들어갔습니다. 미국 재무부 채권, 모기지 채권은 물론이고 QE부활 직전까지 위험요소로 단골처럼 지적되었던 CLO(미국 고신용위험 기업대출 칵테일)은 사실 일본 농협이 가장 많이 가지고 있었고요. 일본 뿐만 아니라 유럽의 저축도 다 미국으로 날아 오고 있었는데, 이제 미국도 반영구적 초저금리 상태에 들어선다면 그 다음에 이 전세계 저축들이 어디로 가게 될지가 사실 골치아픈 문제입니다. 미국 통화정책이 2)번 시나리오로 가는게 실현된다는 조건은 미국까지도 그동안의 일본과 흡사한 과다저축/과소민간투자/디플레이션의 장기 수렁에 빠져 버린다는 얘기이고 다시 말해 폭망 경로에 갇혔는데 빠져나올 정책적인 방도를 끝끝내 찾지 못했다는 의미이겠죠. 실현되지 못한다는 전제조건 하에서는 점점 무거워지는 지구 전체의 저축 짐을 지는 것이 감당하기 어려워져서 결과적으로 버블붕괴인 1)로 끝나게 되거나 또는 끝끝내 포기하지 않고 밀어붙이다가 전세계적인 화폐가치 붕괴를 불사해야되는 양자택일의 지점이 도래하겠죠. 

 

설명한 만성적 디플레이션 상황을 2A라고 하고 통제 안되는 인플레이션 상황을 2B라 하면, 미국과 미국 달러의 세계 경제에서의 역할을 생각해봤을 때 둘 다 엄청 극단적인 전세계적 폭망 시나리오이죠. 사실 미국에서는 상대적으로 가능성이 희박하기도 하고 일어난다고 해도 시간적으로도 아직 꽤 거리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위기론을 펼치는 분들은 이 판단에서 차이가 난다고 보면 됩니다.) 다른 나라보다 훨씬 먼 길이라고 생각할 수 있는 이유는 역시나 달러가 기축통화이기 때문이죠. 국내 저축이 충분히 않은 타국은 대외수지/환율 제약 때문에 억지로 돈을 찍다가 진작에 2B 혹은 외환위기 상황을 맞고, 외환위기 없이 밀고 또 밀고 나갈 수 있을만큼 국내 저축이 많다면 사실 그 자체로 2A에 들어와 있다는 신호일 수 있죠. 이 때문에 MMT의 주장이 사실 미국에서나 그럴듯하게 들리지, 타국이라면 어림도 없습니다.

 

미국 경제 체질 상 2A보다는 2B로 가는 방향이 그나마 더 개연성이 있는데, 중앙은행의 인플레이션 통제능력 및 의지에 대한 신뢰가 흔들리는 지경까지 가는 것이 선결조건이라 워낙 먼 길이기도 하고 거기까지 가느니 Fed에서 언젠가는 정지할 거라는 생각이 있어서 저는 개인적으로 1) 시나리오가 가장 가능성이 높지 않나 생각합니다. 물론 생각해야하는 만약의 경우는 연방정부(행정+입법부)가 의도하든 아니든 Fed의 퇴로를 옴싹달싹할 틈없이 계속 막아서게 되는 정치적 리스크이긴 합니다. 정부 빚 얘기를 하면서 좀더 생각해볼까 해요. 

 

제 관점대로라면 결국 언제가서 Fed가 시장의 무한기대를 저버리게 될 지에 대한 타이밍 문제가 남습니다만, 당연히 미리 객관적으로 알수 있는 방법은 없습니다. 시장의 작동방식과 가정에 질적인 변화가 오는 regime shift (정권교체?;;)라는 것도 금융/경제에서 많이 쓰는 표현인데 이런 건 임팩트가 큰 변화일수록 느닷없이 올 수 밖에 없는 것이, 객관적으로 시점 예측이 된다면 모두 미리 대비를 하다보니 바로 그 ‘아하’하는 시점으로 한꺼번에 앞당겨저서 일어납니다. 팬데믹 상황 종료가 2년 내에 일어난다면 그 때 Fed도 시장기대를 잘 다스려주면서 손뗄 타이밍을 알려줘야 그나마 적은 임팩트로 exit할 수 있겠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그보다는 더 늦어질 거 같아요. 

 

이 모든 상황 인식이 맞다면, Fed가 더 시간을 두고 확장적 기조를 유지할 합리적 이유는 과연 무엇일까 싶을텐데요. 물론 경제 펀더멘털의 회복/성장을 기다리는 겁니다. 구조적으로 위태한 탑이 높이 쌓아올려지는 동안 어른(Fed)이 *일시적으로* 받쳐주고 빠질 수 있는 3)의 상황은 결국 그동안 기초보강이 튼튼히 이루어질 때 가능해집니다. 다른 어른 (=연방정부? 민간기업?)이 열심히 투자를 하고 구조도 개선해주면 사실 가장 이상적이죠.  위에서 제가 지금 경우에 가능성이 적다고 한 이유는, 우선 애(자산시장)가 쌓아올리는 속도가 엄청나면 아무리 솜씨 좋은 어른이 부지런히 기초 보강을 해나가도 속도를 따라가기 벅찬 이치를 생각하기 때문이고요. (저만의 독심술이지만 Powell의장이 점점 애원하듯이 재정정책의 서포트를 외친 것도 역시 그 맥락에서 생각하면 재미있죠.) 더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은 어느 정도 Schumpeter 논리를 신봉한다고 볼 수 있는데, 정책적으로 신용을 무차별적으로 풀고 제도적으로 망하는 비즈니스와 가계들을 다 구제해주는 한, 기존 경제구성체들의 수명연장은 될지언정 새로운 아이디어에 대한 투자와 혁신이 일어날 공간은 생겨나지 않는다는 거죠. 

 

역시 쓰다보니 길어지네요ㅋ 여기까지가 확장적 통화정책이라는 할부점심 비용에 대해 생각해봤고, 정부 빚이라는 할부점심 역시 얼마만큼이 공짜이고 할부는 어디까지 갈지를 다음에 이어서 생각해 볼게요. 개인적으로 빚이 팬데믹으로 2 Trillion, 3 Trillion 불어나게 된 것 자체는 혜택 대비 감당할 만한 할부 비용이라고 생각하지만, 장기적인 경로를 생각할 때 걱정하는 목소리들에 귀담을 이야기들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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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연방정부 적자와 채무 문제는 귀가 닳도록 많이 듣는 문제이지만, 팬데믹을 맞으면서 논쟁의 프레임이 많이 바뀐 느낌이예요. 4년전 대통령 선거 때 19 Trillion, 19 Trillion 외치는 음성을 하도 들어서 거의 외울 지경인데요. 그 숫자는 결국 팬데믹 전에 이미 23 Trillion을 찍고 2020년은 28 Trillion을 거의 채우고 마감한 거 같아요 https://fred.stlouisfed.org/series/GFDEBTN 

사실 연방정부가 스스로에게 지고 있는 빚이 5-6Trillion 정도라 그걸 상쇄시키면 연말 기준 22-23 Trillion인데, 이로써 GDP의 80%정도 사이즈로 시작했던 2020년 연방 부채가 100%를 잠정적으로 넘어서게 되었습니다. 

 

한 해동안 미국 경제 내에서 발생하는 경제적 부가가치보다 연방정부가 국내 민간과 해외 투자자에게 지고 있는 부채가 더 많다는 이야기인데요. 이 90%-100% 레벨이 사실 예전에는 엄청 유의미한 선인 것처럼 취급된 적이 있습니다. 지금도 영향력 있으신 하버드의 저명한 두 분이 세계 각국의 데이터를 가지고 분석해보니, 정부가 빚을 내어 경제성장을 도모하는 효과가 GDP 대비 누적 채무가 90%를 넘어서면 (혹은 100%에 근접하면) 꺾여서 도리어 해가 된다는 유명한 결과를 발표해서 미국의 정치적인 논쟁에 지금까지도 단골로 등장하는 재료가 되었습니다. 분석 방법 자체도 논란의 여지가 다분한데, 어이없이 초보적인 엑셀 실수가 뒤늦게 밝혀졌고 메인 주장이 이 실수에 결정적으로 의존하다보니 이 90% 레벨은 믿고 싶은 사람들만 계속 믿는 임계점이 되었습니다. 

 

정부 빚이 지나치게 많으면 이것이 끝끝내 해결되는 방법이 세금 인상, 화폐가치 하락(인플레이션), 혹은 채무불이행 (국가부도) 셋 중 하나이다 보니 점점 그 나라 안에서 투자하려는 돈도 없고 민간 경제주체가 각자 몸을 사리니 성장할래야 할 수가 없다는 논리 자체는 자명한데요. 문제는 얼마나 많아야 너무 많다고 할 수 있느냐인데, GDP대비 채무라는 퍼센트 자체가 나라간 비교나 시간별 추이 파악에 유용한 수치이긴 하지만 채무가 지속가능한지에 대해 직접적으로 도움이 되는 신호는 아닙니다. 개인 신용카드를 놓고 봐도 신용점수 높은 사람은 같은 소득수준이어도 크레딧 리밋을 훨씬 더 많이 받을 수 있는 것처럼요. 당장 일본의 정부 빚은 이제 250%에 육박하게 되었죠 (물론 세금 인상이 최근 있었지만 국가부도를 심각하게 걱정하지는 않습니다.) 

 

특히 2020년 들어 정부 발행 채권 금리(정부가 돈 빌리는 이자율)가 워낙 낮아지고 물가보정하면 마이너스이다보니, 연간 나가는 이자 지출비용 (cost of debt service)을 GDP (산술적인 연간 maximum tax base)에 견주어야 된다는 주장을 부쩍 더 많이 보게 됩니다. 개인 론으로 치면 DTI (debt-to-income; 월 소득 대비 월 고정 페이먼트) 비율 같은 거죠. 실제 정부 씀씀이에서 이자 비용이 주는 실제 부담을 생각하는건데요. 미국 재무부 채권 금리 보시면 알겠지만 바닥이다보니 2020년 빚 갚는 비용도 도리어 낮아졌습니다. (https://www.piie.com/research/piie-charts/us-debt-has-increased-burden-servicing-it-has-fallen ) 개인으로 치면 Fed 덕분에 훨씬 낮은 모기지 금리로 cash out refinance 해서 현금도 당기고 월 페이먼트도 심지어 줄일 수 있는 것과 같은 이치죠. 

 

그렇다면 팬데믹 구제책으로 연방 에산 3 Trillion 이상 추가로 풀었는데도 이자 비용은 덜 나간다면 이거야 말로 ‘공짜 점심’ 아닌가 생각할 수 있겠지만, 당연히 그렇지 않죠. ‘이자보조 할부점심’이라고 해야하나요. 이자율이 낮아진 것 자체에는 Fed가 연방정부의 장기 채무를 매집하고 있는 것(=QE)이 결정적 기여를 하고 있으니까요. 얼마 전에도 썼지만 Fed의 통화정책을 고정시켜 놓고서 볼 때 정부가 열심히 빚을 내는 것이 미래에서부터 오늘로 돈을 당기려는 민간의 움직임과 서로 부대끼게 되는 측면이 있습니다. Fed가 기껏 열심히 정부 채권을 사들이니까 정부가 계속 신규 채권을 부지런히 찍어내는 형국이죠. 안그래도 어제 (1월 6일) 상원 과반이 사실상 결정되면서 재무부 장기채권 금리가 뛴 것도, 늘어날 채권 공급물량(연방 채무증가)을 예상하기 때문이고요.

 

조금더 시간을 두고 채권금리를 지켜보면 드러나게 되겠지만, 사실 미국 정부의 빚은 QE가 아니더라도 아직도 전세계의 모두에게 최애 안전자산이고 다른 대안들의 금리가 워낙 형편없기 때문에 올라가는 데 (=채권 가격이 내려가는 데)에도 당분간 한계가 있을 겁니다. 그런 점에서 Summers 및 비슷한 견해를 가진 사람들 말대로 미국 정부가 더 빚을 낼 수 있는 여력이 충분히 남아있다는 사실에는 큰 의심의 여지가 없습니다.

 

제가 좀더 염려하는 비용은 정부 채무가 늘어날수록 확장적 통화정책의 출구찾기를 더욱더 어렵게 하는 짐이 되는 부분인데요. (상단에 길게 풀어 쓴 내용 참조 부탁드립니다.) 미국은 사실 세계대전 때 정부가 빚을 많이 내야하다보니 Fed가 장기 채권 금리를 fix해줬던 사례가 있는데, 의도치 않은 정부 살림 졸라매기(fiscal austerity) 상황을 피하기 위해서 Fed의 손이 묶여 버린채 낮은 금리를 계속 유지해야하는 상황이 만들어 질 수도 있죠. 

 

이런 특별한 시국에 일시적인 지출로 빚이 늘어나는 게 큰 문제가 된다기 보다는, 정치적으로 돌이키기 힘든 빚을 역시 정치적인 사정으로 장기간으로 마구마구 약정해놓는 상황은 문제가 될 수가 있을 거 같아요. 한 쪽은 세금 알러지가 있고 다른 한 쪽은 지출삭감에 알러지가 있다 보니깐요. 예를 들어 기존의 social security, medicare등의 “entitlement” 지출이 이미 연방 재정적자에 만성적으로 차지하는 비중이 상당하다는 것은 잘 알려져 있는데요. 별도 계정으로 돌아가는 Social security만 해도 지급해야될 연금을 100% 다 주지 못하게 되는 시점이 2033-2036년 사이에 올 것으로 예상되고 있는데, 여론상 그렇게 방치되지는 못할 거고 지금의 정치적인 지형을 볼 때 과감한 조치없이는 결국 그 때까지 미루다가 일반 예산에서 메꾸는 식으로 가게 될 가능성이 크죠. ‘오바마 케어’라고 알려진 ACA도 양쪽 다 어떻게든 보강/대체/폐지 하고 싶어 하는데, 양쪽 정치권의 이해관계와 집권세력을 왔다갔다하며 변형되다보면 이도저도 아닌 괴물로 채무증가만 강제예약시키는 꼴이 될 수도 있어요. 팬데믹은 여러가지로 특수한 상황인데, 이번을 계기로 경제적인 위기가 발생할 때마다 비슷한 스케일의 부양책을 내놓아야 한다는 (정치인 입장에서의) 강박감이나 (민간 섹터에서의) 기대감이 고착화된다면, 경기변동 요인은 이래저래 늘 발생할거기 때문에 역시나 장기적인 채무 증가트렌드를 사실상 구조적으로 상향이동시키는 결과일수도 있어요. 좀 다른 얘기이지만 매번 민감할 때 찾아와서 정치자원을 소모시키는 debt ceiling 문제도 제가 느끼기에는 마치 초고가 럭셔리 카를 할부로 지른 사람이 갑자기 돌변해서 빚이 더 늘어나니 카드 한도는 절대 올리지 못한다고 성내는 꼴과 같다고 느껴지는데, 그만큼 지금의 정치 프로세스가 단기로 보면 정치적으로 편리하지만 장기로 보면 자기모순적인 결과를 만들어 내는 경우들이 많네요. 

 

그렇게 할부약정이 마냥 늘어나다보면 Fed가 재무부가 발행하는 정부 빚을 수동적으로 사들여야 되는 입장에 갇혀 사실상 재무부와 일체화되는 상황도 있을 수 있고요, (=MMT 혹은 초 인플레이션 시나리오) 또는 Fed가 독립적으로 통화정책을 펴겠다면, 약정으로 불어날 수 밖에 없는 연방정부 빚은 점차 높은 이자율로 갚아야 되기 때문에 재정적인 사정으로 긴축을 해야하는 (높은 세금 and/or 적은 지출) 상황도 언젠가 생길 수 있죠. 

 

제 개인적 결론은 먼저 번 글에서 미리 적었지만,, 어디까지나 정부 채무를 걱정해야하는 상황을 끝까지 밀고가서 하는 사고실험이지 실제 그렇게까지 갈 수 있는 가능성이 얼마나 높은지에 대한 판단은 또 별개인 거 같아요. 일단 지금은 새로운 대통령 정부가 상하원 과반과 함께 출발하는데, 채권 시장도 그렇고 이제 정부 빚이 기존 예상 경로보다 더 늘어날 거라는 것이 대체로 하는 일차적인 예상인거 같아요. (연륜 얇은) 제가 볼 때는 두 가지 변수가 더 있는 거 같아요. 

 

우선은 통화정책 얘기할 때와 마찬가지로 경기회복/경제성장이 빠르다면 세금도 많이 걷히다보니 자연스럽게 적자 폭은 줄고 느리면 반대이기 때문에 단기적으로는 경기 사이클이 어떻게 전개되고 중장기적으로는 미국 경제의 성장 경로가 어찌될 지에 따라 미국 정부가 빚을 감당할 수 있는 여력이 달라지겠죠. 이래저래 정부채무의 크기를 헤아릴 때 GDP가 꼭 분모에 자리잡고 있 것을 보아도 아시겠죠. 비록 이미 약정된 지출이 적자의 큰 요인이긴 하지만, 컨트롤 할 수 있는 돈을 얼마나 쓰느냐보다 어떻게 지속적인 경제발전에 도움이 되는 쪽으로 쓰느냐가 결국은 더 중요한 포인트일 수 있어요.

 

두번째는 차기 정부의 플랜만 보면 사실 세금이 꽤 올라가면서 적자가 많이 발생하지는 않는 로드맵인데, 정치적인 실행력과 여론환경이 얼마나 뒷받침될 것인지에 따라 실행에 옮겨지는 결과물이 엄청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이예요. 민주당 상원 과반 확보로 법인세는 거의 확실히 오른다고 보면 되고, 개인 소득세 구간별 세율도 윗쪽 구간만큼은 최소 트럼프 세제 (TCJA)이전 레벨로 돌아가는게 TCJA 설계 상으로 보나 차기 정부 공약으로 보나 일단 기정 사실인 거 같아요. Social security는 상원 과반만으로도 안되고 60표 확보되어야 되는 문제라 여전히 높은 장벽이지만, 이 제도가 지속가능하게 만드는 여러 안 중에서는 (현행 구간인 연소득 14만불 이하에 더해) 40만불 초과분에 대해서도 세금을 적용하겠다는 지금 안이 그나마 정치적 세일즈 난이도가 덜한 디자인이라고 생각해요. Social security solvency가 혹시나 해결되면, 미국 연방정부 채무 문제의 장기 경로에 아주 중요한 불확실성이 제거되는 셈이라 개인적으로 관심깊게 지켜 보는 이슈입니다. 고령화 저출산 인구구조 변화가 이 문제의 단골로 지적되지만, 직종별 소득격차가 계속 심화되는 것이 어쩔 수 없는 앞으로의 구조적 변화라면 이것도 사실 FICA (social security + medicare tax) 상한을 지금 수준으로 두면서 연금 시스템을 오래 가져가기 힘들게 만드는 또 하나의 구조적 난관일 거예요. 제도 취지상 연금 베네핏에 누진이 꽤 있는데, 연봉 14만불 짜리 일자리 5개가 없어져서 연봉 50만불 일자리 하나 플러스 5만불 일자리 4개로 대체되는 꼴이라면 (두 경우 모두 다섯 명 합쳐 70만불 벌죠) 현행 연금제도에서는 걷히는 돈은 반토막 이하로 주는데 이 다섯 명에게 주어야 되는 연금은 그래도 공식상 2/3정도 되거든요. 건강보험 문제도 아시듯이 정치적 지뢰밭이죠. 경제성장 문제와 마찬가지로, 당장 4-8년간의 적자폭 변화라는 단기적 총론보다는, 각론 수준에서의 변화 하나하나가 어떤 장기적인 의미를 갖는지가 정부 빚 문제에 있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 모든 것들이 미국의 정치적 프로세스에 달려 있는데, 2020년 한 해 동안을 돌아보고 어제 일어난 일들을 생각하면 마냥 희망적으로 보긴 어렵습니다;;

 

 

 

누구를 위하여 돈은 풀리나 1 (12/16/2020) (목차로 돌아가기)

 

올해 Fed의 행보 + CARES Act 조합은 정말 유례없이 신속하고 전격적인 부양 조치였습니다. 이전 글에서 제가 적었습니다만, 홍해 갈라지듯이 순식간에 유동성이 바싹 말랐던 3월 중순의 상황을 생각하고, 또 Covid-19 감염이 잦아들기는 커녕 더 높이 치솟고 있는 지금까지의 경과를 생각하면 금융위기, 신용위기 없이 지금까지 온 것이 많은 의미에서 천만다행인 것 같습니다.

 

사실 바싹 마른 땅을 다시 바다처럼 덮을 정도로 엄청난 물량 공세가 있었던 것이 사실이고, 팬데믹으로 겪는 어려움들과는 별개로 일단 수면 위 상황만 보면 태평성대의 초입인가 착각이 들 정도이긴 합니다. 미국 가구들도 순자산가치 기준 팬데믹 발발 이전보다 부유해졌습니다. https://www.federalreserve.gov/releases/z1/dataviz/z1/changes_in_net_worth/table/

 

이런 아이러니를 가능하게 한 통화당국과 연방정부의 정책을 놓고 의견이 줄곧 분분합니다. CARES Act 후속조치도 정치권 레토릭만 들으면 진작에 나왔어야 하지만, 막상 연말인 지금에 와서야 내년 예산과 묶어 현실화 될 예정이죠. 오늘은 합의가 되려는지 내일 되려는지 모르겠지만, 사이즈로나 타이밍으로 보나 김이 좀 샌 거 같은 분위기인데요. 지체되어 왔던 배경에 이러한 논란도 한 몫하는 것 같습니다. 

 

미국 연방정부 + 중앙은행이 연초에 들고 나왔던 연장들이 한두가지가 아니지만 특징을 추리면요. 연방정부의 재정정책은 직접 소득이전 (direct income transfer)의 비중이 유례없이 상당히 컸고, 중앙은행 (Fed)의 통화정책은 폭으로 보나 깊이로 보나 유례없이 큰 규모의 신용공급을 수행하고 있고 또 긴 시간 유지할 것을 약속하고 있죠. 사실 많은 부분이 08년 금융위기 때 등장한 해법들의 확장판이지만, 기존의 불경기에 대한 그간 대처방법에서는 찾아볼 수 없었던 스케일과 속도이기 때문에 다들 낯설어하기도 하고 찬반도 좀 시끄러웠던 것 같아요. 재미있는 것은 박수치는 쪽은 저소득층을 위해 더더 이런 정책이 필요하다고 얘기하고, 과하다고 지적하는 쪽은 부자들을 위한 사회주의라고까지 얘기하더라고요, 둘다 들어보면 맞는 말이다보니 혼란스러운 갑론울박을 정리하려면 역시 ‘기존’의 방법을 이해하는 틀을 생각하고 거기에 비추어 현재 상황의 좌표를 찍어보는게 도움이 되는 출발점이겠죠. 

 

불경기를 어떻게 극복하느냐를 놓고 꺼내는 솔루션도 각양각색이지만, 많이들 들어 보셨을 케인즈 식 (Keynesian)이라 불리는 나랏돈 풀기 처방이 자주 등장합니다. 다같이 아껴쓰면서 발생하는 ‘절약의 역설’을 문제의 핵심으로 상정한다면 (--> 총체적인 수요 부족), 이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가 대신 나서서 인위적으로라도 돈을 써주는 게 필요하겠죠. 

케인지언이라고 불리는 세계관에서는, 정부가 직접 소비/투자/생산을 추가로 벌여 놓는게 (예: 토목공사, 로켓, 인터넷 개발 또는 전쟁..) 직빵이고 세금 줄이거나 통화당국이 돈 공급을 늘리는 것은 효과가 좀 덜합니다. 후자는 결국 민간의 주머니에 돈을 더 쥐어주고 (또는 덜 걷어가고) 그만큼 더 쓰길 바라는건데, 애초에 민간이 아끼는 게 문제였다면 일단 주머니에 넣어준 돈도 아끼느라 고스란히 나오진 않겠죠. 

 

잘 지적되지 않는 부분인데, 똑같이 정부에서 쓰는 돈이라도 민간에게 직접 쏴주는 돈 (=income transfer)도 그 프레임웍에서는 마찬가지의 한계가 있어요. 혈관이 막혔으면 스텐트를 못 넣을바에야 (정부 지출을 통해) 우회 bypass라도 시켜줘야 피가 돌 텐데, 막힌다고 막힌 곳으로 피를 더 많이 보내는 것은 이상하겠죠, 사실 고전적인 케인지언 문제 설정이 궁극적인 잘 먹고 잘 살기 (economic welfare)를 풀려는 시도라기보다는 당면한 시점의 배관/유압 이슈로 경기침체를 접근하기 때문에 아끼는 돈으로 늘어날 미래 씀씀이는 무시됩니다.

(딴 얘기인데 Phillips Curve로 유명한 Phillips는 말그대로 물의 흐름으로 경제를 분석하는 기계를 옛날에 만들었대요. https://en.wikipedia.org/wiki/MONIAC 이건 플라스틱 자격루..) 

 

굳이 주머니에 직접 돈을 넣어 줘야 된다면 덜 아끼는 (=덜 막힌) 쪽에 집중적으로 몰아주는 것이 효과적입니다. 21세기 현실에 부자들이 점점 돈을 열심히 아끼는 게 문제이지 저소득층이 아끼는 것은 상대적인 저축률 레벨로 보나 시간적인 추세로보나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저소득층 위주로 돈을 주는게 케인지언 배관공 입장에서도 맞습니다. 한국에서 화두가 되었던 ‘소득주도성장’ 레토릭과 비슷하게 읽힐 수 있는데, 사실 배관 (plumbing) 문제를 이렇게 풀겠다는 것과 관개 (irrigation) 사업에 이걸 적용시킬거라고 하는 것과는 나란히 견주기 힘든 차이가 있는 것 같습니다. 

 

여기서 경제학 접해보지 않으신 분도 눈치채시겠지만요. 돈을 아끼는 사람들은 도대체 왜 아끼는 것인지의 문제에 대한 답을 빈 칸으로 놔두고 으레 쓰는 처방을 적용한다면, 아프다고 찾아가면 빨간약부터 준다는 군의관과 다를바 없습니다. 이를테면 민간이 소비 안 한다고 정부가 빚내서 돈을 써도, 결국 미래의 세금이 그만큼 늘어난다는 얘기니까 그렇다면 나는 더더욱 아끼겠노라 민간에서 반응할 수 있는 거죠..(Ricardian equivalence) 오늘 돈을 얼마나 쓰고 얼마를 앞날을 위해 남길 것인지의 의사결정을 다들하기 때문에 시간 차원을 끌어들여서 경기변동을 이해하는 접근의 등장이 사실은 오십년간 학계의 발전?/밥줄?/변질?을 이끌어 온 걸로 알고 있어요. 이런 접근을 통해 각자 끌어내는 정책적인 시사점이야 제 눈에 안경이지만ㅋ 앞서 얘기한 오리지널 케인지언 해답과 대비해 볼 때 아무래도 정부가 빚내서 쓰는 부작용 (높아지는 이자율/ 높아지는 미래 세금)도 계산에 넣다보니 세율/이자율 조정을 통해 민간의 인센티브를 정책의도에 맞게 바꾸는 솔루션으로 상대적인 비중을 조금이라도 더 많이 주게 되었죠. 

 

이렇게 되면 단순히 오늘만 사는 게 아니라 내일 그리고 내년도 살아갈 경제 구성원의 리액션을 감안하는 차이와 함께, 사실 옛날 케인지언에서 직접 다루지 않은 잘먹고 잘사는 (경제적인 복리후생) 문제를 단기적인 경기변동/정책대응과 엮어서 따져보는 것이 가능해집니다. 기왕이면 긴 시간에 걸쳐 씀씀이를 큰 부침없이 유지하는 것(consumption smoothing)이 민간이 저축/빚으로 달성할 수 있는 중요한 복리후생의 포인트인데요. 정부에서 당면한 경기침체를 해결하려고 들고나오는 케인즈식 솔루션은 대부분 미래 시점에 사용될  리소스를 오늘로 인위적으로 끌어오는 방식인 관계로, 일차적으로는 개별 가구의 장기적인 잘먹고 잘살기 계획에 차질/불확실성을 가져올 수 있고 결국 민간에서는 반대로 오늘 사용할 리소스를 아껴 앞날에 (정책 때문에) 생겨나는 공백을 메꾸려고 반응하게 될 수 있습니다. 

 

여기까지가 지난 반백년 동안 경기부양책을 두고 아카데믹 경제학자들이 벌인 갑론을박의 요약이라면, 2020년 미국 상황은 다른 차원의 문제이지만 여전히 접점은 있습니다. 

 

팬데믹+락다운이 미리 예견이 힘든 반강제 절약 상황이었고, 경기부양을 따지기에 앞서 재난구제와 같은 접근이 필요했기 때문에 엄청난 빚을 새로 내서 중저소득 가구와 고용 유지에 어려움 겪는 비즈니스에 현금 또는 값싸고 탕감 가능한 신용을 뿌려주는 CARES Act가 비교적 신속히 통과될 수 있었죠. 

 

락다운 자체는 케인지언 배관공의 관점으로 사실 접근하기 힘든 문제입니다. 저축 여력이 상대적으로 적은 집단에 초점을 두고 여러 연결고리 생략하고 직접 돈이 뿌려졌다는 점에서는 배관공으로서도 좁은 의미의 패스를 받겠지만, 애당초 상수도 밸브가 잠겨 있어야 되는 상황에 직면해서 배관공이 출동해서 뾰족히 할 일이 없죠. 관건은 소비/생산 및 소득의 흐름이 어쩔 수 없이 제한받는 락다운 상황에서 경제 구성원들의 복리후생 문제인데, consumption smoothing의 시각에서도 오늘 쫄쫄 굶게 생겼으면 내일 먹을 거 좀 포기하더라도 오늘로 당겨와서 끼니를 이어가는 게 우선입니다. 문제는 어떻게 당겨오는지에 있죠. 

 

개인의 입장에서 일단 저축한 비상금이 충분히 있으면 간단할텐데요. 저축의 양만 충분하면 되는게 아니라 유동적이어야 합니다. 충분히 유동적이라고 생각했던 자산도 다같이 비상금을 확보/인출하려는 상황에서는 얼음덩어리 같을 수도 있고요. 비상금이 부족한 사람은 나중에 갚을 약속을 하고 돈을 신속히 빌려야 하는데.. 빚도 채권자에게는 자산이고 투자인데 그 상황에서 빚 얻기도 쉽지 않습니다. 금융이라는게 사실 한 명 한 명 입장에서는 미래의 씀씀이랑 지금의 씀씀이를 적절히 맞바꾸기할 수 있게 해주는 일종의 타임머신이고, 그 타임머신이 작동하는 이면에는 오늘 아낀 것을 미래의 나에게 송금하려는 A와 오늘 부족한 부분을 미래의 나에게 송금을 받아 메꾸려는 B의 이해관계가 섞이면서 돌아가는 엔진이 있습니다. 자산가격 (혹은 이자율)이 부지런히 움직이면서 오고가는 방향 시간여행을 보이지 않는 손처럼 교통정리 해주는데, 예기치 않은 상황이 터지면 많은 사람이 동시에 똑같은 목표시점(=오늘 당장)을 잡아 버튼을 누르는 상황이 발생하기 십상입니다. 각자 믿고 있던 타임머신이 일방향으로 몰리는 트래픽에 버벅거리기 시작하면 그 자체가 현 시점 복귀의 필요를 더더욱 만들어내서 제아무리 보이지 않는 손이 널뛰어도 어쩔 수 없이 모두의 타임머신이 멈춰버리는 일마저 발생할 위험이 있습니다. 다른 말로 하면 그게 금융위기이겠죠. 

 

오리지널 케인지언이 생각하던 불황의 시나리오에서는 다들 오늘 아낀 걸 미래로 보내려고 하다보니 오늘의 사람/오늘의 비즈니스들 사이에 당장 돌아야 할 돈/재화의 흐름이 멈춰 버리는게 문제였는데, 금융위기는 미래의 리소스가 오늘로 날아오는 트래픽이 막히는 것이 사실 반대 방향이긴 합니다. 불황의 카테고리를 둘 중 하나로 가를 수 있는 문제라기보다는 보통 전개과정상 앞뒤로 연결되어 있죠. 안 좋아지는 미래 전망 때문에 오늘의 씀씀이를 제각기 줄여가다가 너무 다같이 줄여서 급성 저혈압이 오는 바람에 이번엔 미래로부터 다급하게 수혈을 받으려고 SOS를 치면서 금융시스템에 과부하가 걸릴 수도 있고요. 예상치 않은 금융위기가 닥쳐오면 미래의 또다른 ‘나’들이 한동안 교신두절 상태가 될 예정이라 몸을 사리면서 오늘의 씀씀이를 줄여나갈 수도 있겠죠. 최악의 경우, 두가지 정체 모두 해결되지 않은채 교착상태에 빠져 들수도 있습니다. 

 

미래에서 오는 리소스에 병목이 생기는 경우(금융위기)는 통화당국이 열심히 반대방향(오늘->미래) 트래픽을 만들어줘야 정체를 풀거나 예방할 수 있습니다. 지하철 끊긴 늦은 밤 강남역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빠져나올 수 있게 해주려면, 다른 곳에서 택시를 잡아타고 강남역으로 들어갈 사람들을 많이 만들거나 친히 차를 몰고 강남역으로 들어갈 택시기사 부대를 만들어야겠죠. 밤새 심야택시부대를 계속해서 강남역으로 보내겠노라 공언해놓으면, 사실 사람들이 발을 동동 구르며 ‘따불’을 부르면서까지 택시 잡기위해 시간 소모할 필요가 없습니다. 정부가 오늘의 재정지출을 늘리는 것도 거진 빚을 내서 쓰는거기 때문에 이 상황에서는 미래에서 오늘로 오는 택시를 잡으려는 민간의 돈과 경쟁해 밀어낼 소지가 사실 있습니다만, 반대로 생각해서 오늘의 재정지출이 안그래도 많이 필요한 상황에서는 미래의 정부 돈이 날아오는 트래픽을 통화당국이 열심히 거들어주어야 민간의 타임택시 트래픽에 차질을 덜 발생시킬 수 있습니다. 통화당국 입장에서도 오늘의 경제 내 흐름과 오늘로 오는 흐름이 다 정체가 생기는 상황에서는 전통적인 정책 전달경로 상 사각지대가 커지기 때문에 이런 blind spot에까지 돈을 흘러 넣으려면 차라리 정부를 경유해 도달하는 편이 효과적일 수 있습니다. (중앙은행이 보내는 택시도 헬리콥터로도 접근이 어려운 곳은 정부가 그 헬리콥터 잡아 타고가서 내려가 구조하면 되겠죠) 구식 표현으로는 이걸 policy mix라고 하고, 이걸 좀 극단적으로 밀어서 정부 전용노선?을 통화당국이 조건없이 무제한 bandwidth로 제공하면 요즘 표현으로 MMT(modern monetary theory)가 구현되는 거 같습니다. 

 

구구절절 풀었지만 맥락상 2020년의 상황을 다들 대입할 수 있으셨을 것 같은데요. 사실 3-4월의 경제외적인 쇼크는 금융위기+케인지언 수요불황+자연재해(=생산/배급체인 정지)의 모든 요소를 가지고 전세계를 강타했기 때문에 각국 중앙은행이 시급히 전폭적인 신용공급을 공언하고 나섰던 것도, 정부들이 기존의 재정수지 방침 성향을 막론하고 큰 규모의 가계/비즈니스 지원을 하고 나섰던 것도 당연히 필요했던 조치들입니다. 물론 여러가지로 최적의 솔루션은 아니었겠지만, 어느 나라를 막론하고 급하게 큰 스케일로 추진하기 위해서 어쩔 수 없이 맞닥뜨려야 되는 정치적 사회적 제약을 감안하면 찬밥 더운밥 가릴 상황은 아니었다고 생각합니다. Fed의 파격에 대해 좀더 붙이면, 은행 대출이라는 신용 중개채널 비중이 큰 동아시아, 유럽과 달리 미국 비즈니스들은 capital market (=채권+주식)에서 직접 조달하는 비중이 상대적으로 훨씬 크기 때문에, 안그래도 몸사리는 민간은행들을 애써 움직이는 것보다 친히 채권시장에 발을 디디고 ‘빽’ 내지 ‘Fed put’을 제공하는 효과가 정말 컸던 것 같습니다. 다만, 약발이 과하면 부작용도 의존성도 과할 수 있는게 이치인지라 이건 몇 년을 지켜봐야겠죠. Policy mix (또는 약한 MMT)도 미국 입장에서는 크게 걸리적거릴 게 없지만, 대외 경상/자본수지와 환율을 항시 신경 써야되는 다른 나라들은 혼자 오버할 경우의 데미지가 운신의 폭을 제약하는 조건이기 때문에, 특히 미국 통화당국의 발빠른 행보가 큰 의미가 있었습니다. 

 

사실 이런 전세계적 재앙을 마주하여 정책의 비용 대 편익을 따져볼 때의 문제가요. 일단 편익 쪽으로 보면 정책으로 막을 수 있었던 재앙이 얼마나 끔찍했을지에 대한 베이스라인이 중요한데, 실제 일어나지 않은 (counterfactual) 일을 그리는 것이기 때문에.. 사실상 논리의 옷을 입힌 상상의 영역입니다. 제가 단 ‘누구를 위하여 돈은 풀리나’라는 질문으로 드디어 돌아가게 되는데, 딱히 저만의 명쾌한 답은 없어요^^ 돈 풀린 덕분에 방지할 수 있었던 끔찍 시나리오에서는 저소득층의 피해가 상대적으로 컸을 가능성이 다분하기 때문에 경제적 버퍼도 부족하고 재택근무도 어려운 저소득층이 덕을 보았다 하겠지만, 정책으로 실제 발생한 효과/부작용은 역시 오늘로 값싸게 대거 소환되어 버린 유동성으로 인해 평가액이 올라간 금융자산/부동산을 가지고 있는 자산가층이 덕을 봤죠. 일어날 *수* 있었던 일과 실제 일어난 일을 견주어야 되는 어려움이 있고, 어느 쪽에 더 초점을 두고 보게 되는지에 따라 누가 득을 보는 정책이다라는 의견이 분분한거 같아요.  

 

비용을 따져보는 것 역시 만만치 않은 문제이지만 어쩌면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미 발생한 부분보다 앞으로 오랜 시간 걸쳐 두고두고 발생할 예정인 비용이 크기 때문에, 예방했다고 여겨지는 가상의 과거 속 데미지 플러스 현재 이득을 본 사람들의 혜택 vs. 얼마나 먼 미래까지 내다봐야할지 모르는 발생비용을 비교하는 문제가 역시 쉽지 않겠죠. 그럼에도 앞으로를 내다보고 후속대책을 또 준비/대비하는 오늘의 ‘나’ 입장에서는 그 비용을 누가 얼마나 어떻게 감당하게 될지 미리 따져볼 여지도 필요도 있다고 생각하는데, 다음번 업데잇에 되는대로 그걸 다루고 싶어요. (제가 잘 알아서 그렇다기보다는 그래야 저도 생각을 해보게 될 거 같아서요.)

왠지 저는 긴 시간이 흐르고 2020년을 돌아볼 때 Covid-19 팬데믹도 당연히 얘기가 되지만, 팬데믹이 결정적인 촉매제가 되어 생겨난 미국 및 세계 경제의 궤도 변화 역시 그 못지않은 비중으로 얘기되지 않을까 싶어요. 그걸 독자적으로 내다볼 자신이 있는 것은 아니어서,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내다보고 있나를 좀 살펴보고 있을게요ㅋㅋ  

 

 

Das Kapital 자본(론): 정치경제학 동화 비판 (12/8/2020, 12/10/2020 추가) (목차로 돌아가기)

 

어린 아이한테도 팬데믹 생활은 고달픈데, 저희 집에 있는 애는 다행인지 불행인지 엄마 아빠가 읽어주는 책을 좋아해서 틈날때마다 들고 와서 책 하나씩 안겨주고 목놓아.. 읽어주는 책 속 이야기에 빠져듭니다. 많이 읽는 책들 중 하나가 장화 신은 고양이인데요. 방앗간 주인이 죽으면서 큰 형은 방앗간을, 작은 형이 당나귀를 유산으로 물려받고나니 막내에게 돌아갈 몫은 달랑 고양이 한 마리만 남았지만, 그 고양이가 엄청난 기지를 발휘해 막내 주인이 아름다운 공주와 (사기로) 결혼할 수 있게 해주었다는 이야기입니다. 

가진 재산과 신분이 없는 사람은 사기 아니고서야 아름답고 고결한 혼인 상대를 찾을 수 없다는, 동서고금을 가리지 않고 적용되는 결혼의 물질주의적 속성을 어린 동심 속에 심어주는 이야기이죠, (알라딘 이야기도 많이 읽는데,  재산/신분/능력으로만 안되고 매직 카펫 라이드 같은 플러스 알파가 진정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게 합니다) 

 

그런데 결혼 문제도 이 사기꾼 고양이도 다 제껴두고선, 이 방앗간집 막내같은 사람들이 집 떠나와 전근대 유럽사회에서 어떤 삶을 살았을 지를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저는 바로 어젯밤, 아이가 잠드는 데 걸렸던 백분 간 깜깜한 천장을 바라보며 생각했습니다ㅋ) 

 

일단 방앗간집 맏이는 돌아가신 아버지의 풍차 방앗간을 짓는데 얼마나 기여도가 컸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마도 그저 첫째라는 이유로 방앗간을 물려 받았을 거고, 밀가루를 빻아야 매일 매일 먹을 빵을 구워 먹을 수 있는 유럽사회에서 이 방앗간이라는 코어 생산수단을 갖고 있는 첫째 가족은 경제적으로 별 큰 어려움 없이 살았을 겁니다. 둘째가 물려받은 당나귀도 요긴한 운송수단이기 때문에 아마 방앗간 새 주인인 형의 비즈니스와 연계해 밀/가루 포대를 (당나귀를 시켜) 배달해주며 생업을 꾸려나갈 수 있었을 거고요. 방앗간과 당나귀 모두 감가상각도 유지비도 발생하겠지만 그에 상응하는 수익이 발생하는 한 계속 가지고 있겠죠. 사실 브레멘 음악대에도 당나귀가 등장하는데, 농장 주인을 위해 방앗간까지 왕복으로 짐을 열심히 나르다가 늙어서 못 나르니 주인이 가죽을 벗겨 처분하려고 하는 걸 당나귀가 알아차리면서 전개가 진행됩니다. 

 

막내는 어쩌면 형들과 잘 얘기해 방앗간에서 육체 노동을 하면서 숙식제공으로 퉁치던가 품삯 쪼금 받으며 얹혀 살다가, 삐뚤어 지면 때려치우고 나와 도둑떼에 조인하고, 좀 착실하면 기술 배우러 도제 apprentice로 누구 밑에 들어가 역시 한동안 착취 당하면서 새로운 커리어를 준비하겠죠. 실제로 이렇게 기술 trades의 길에 들어가는 사람들은 거진 장인들의 친자식 이외에 부모에게 논밭/방앗간 등등을 못 물려받고 갈 길을 떠난 차남/차차남들이었다고 합니다. 저도 잘 모르지만 고생 고생해서 장인으로 공인된다고 딱히 편하게 먹고 사는 것은 아니었던 걸로 알고 있어요.

 

방앗간이나 당나귀 같은 생산수단, 곧 자본 capital을 소유한 이들이 그렇지 못한 사람들의 노동력을 부려 먹으며 잉여가치를 쪽쪽 뽑아먹는다는 통찰을 담아 독일 사람 마르크스/맑스 Marx가 ‘자본’이라는 책을 쓴 것이 19세기 중후반인데요. 장화 신은 고양이가 그보다 최소 200년 전 배경일텐데, 자본을 가지고 못 가지고의 차이는 산업화 전에도 뚜렷했던 것을 알 수 있죠. 산업혁명이 일어나고 이른바 산업자본주의가 도래하면서 자본의 역할과 기능이 고양이 장화신던 시절과 비교하면 엄청나게 확장되었는데, 동네 사람들이 당나귀에 수확한 밀을 싣고 오면 빻아주는 동네 풍차방앗간 대신에 온 나라 사람들이 먹을 밀가루를 제분공장에서 빻아서 기차로 실어 보내는 세상이 된 거겠죠. 아이러니하게도 산업화 후 방앗간과 당나귀가 유산이었다면, 물려받은 아들들도 딱히 제분일을 계속하지도 못하고, 못 물려받은 막내가 오히려 제분공장에 취업해 제한적인 의미의 가업을 이어갔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 이후 백년 이상 동안 자본의 소유구조가 어떻게 바뀌어 왔고, 자본과 노동이 서로 대체하고 보완하기를 거듭하면서 20세기 자본주의 경제가 흘러왔는지는 다들 잘 아시리라 생각합니다. (=사실 제가 잘 몰라서 생략합니다ㅋ) 주류 거시 경제학에서도 K라는 알파벳만큼은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Karl의 K인지 Kapital의 K인지는 정확히 모르겠는데 노동과 자본을 구분해 현대 경제를 이해하는 방식에 분명 Marx님의 통찰이 기여한바가 그만큼 크다하겠습니다. 

 

그러고서는 21세기가 도래하고, 21세기 자본이라는 유명한 책이 또 이 통찰을 새롭게 다시 끌고 왔는데요. 사실 제가 하고 싶은 얘기는 그 책과는 좀 거리가 있고, 노동과 자본의 구분선이 (사실 20세기부터) 애매모호해져 왔던 현상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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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혁명/산업화도 엄청난 문명사적 변화였지만 그 다음에 온 대규모 스케일 변화는 사실 우리가 몸소 겪어왔죠. 지식 기반 경제, 정보화 사회, 제 3의 물결.. 여러 가지로 부르는 현상이 미국 기준 50년 이상 전 부터 진행되고 있었던 거 같아요.

 

 Marx가 내다본 암울한 자본주의 세계는 자본이 스스로의 창출 근거인 노동으로부터 괴리된 채 스스로 몸집을 불리기 위해 더 많은 착취 노동을 갈아넣기에만 바쁜 모순적인 세상이었고, 즉 대다수 사회구성원이 당나귀처럼 그저 시키는 일하면서 근근히 의식주 감당하게 해주는데 만족해야하는 사회이죠. 물론 노예/가축은 아니어서 인신구속은 없지만, 사실 자본가/고용주 입장에서는 근로자 1이 일을 못하거나 안하게 되어도 새로운 근로자 2를 채용해 대체하면 되는 문제이기때문에 어쩌면 자기 소유의 노예(=자본의 일부)보다 더 가혹하게 쥐어짤 수 있는 여건이겠죠. 여기서 핵심전제는 대체가능성인데요. 고양이가 맡은 역할이 단순히 쥐 잡는 거면 수두룩히 많은 고양이 중에 하나가 장화를 신었건 말았건 별반 차이가 없지만, 주인 장가보내기라는 롤을 맡을 수 있는 고양이는 장화신은 고양이가 유일무이할테니 주인이 함부로 대할 수가 없습니다. 자본 대 노동의 줄다리기에서 자본이 절대우위에 선다는 전제는, 노동을 제공할 몸뚱이는 널려 있고 자본은 소수에게 집중되어 있다는 설정에 있었는데요. 산업이 고도화되고 업무와 직종도 전문화되면서 근로자 1이 일하는 한시간이 단순히 근로자 2의 한시간±로 단순히 대체될 수 없는 노동이 되었습니다. 근로자 1만의 그 무언가는 본인의 노동에 차별적인 가치를 부여해주는 동시에 노동으로 소모되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어떤 의미에서 이런 근로자들은 자신만의 무형자본을 가지게 된거죠.

 

Human capital이라는 말도 일상적으로 통용된다고 알고 있다가, 누구에게는 낯설거나 혐오스러운 표현이라는 걸 이번 미국 선거 과정에서 알게 되었는데요. (이번에 언급했다가 논란이 되었던 인물이 사실 문제가 많긴 합니다.) 인간의 노동력이 당나귀 마냥 자본가 소유의 자산으로 취급된다는 의미가 아니라, 인간*이* 각자 스스로 지니고 있는 자본의 기능과 역할을 생각한다고 보는 것이 맞는 거 같습니다. 한국에서 한동안 교육 전담 정부부처 명칭이 교육인적자원부였던 걸 생각하면 많은 분들에게 그다지 생경하게 느껴지지는 않을거라 생각합니다.

 

옛날이라고 이런 인적 자본의 요소가 없었던 것은 당연히 아닙니다. 다시 장화신은 고양이 배경으로 돌아가서 만약 방앗간 집 막내가 대장장이라던지 목공같은 기술을 배우는 길로 들어섰다면, 그또한 본인의 인적 자본에 대한 투자 (더해서, 조합이 인정하는 영업권 취득)를 통해 미래의 먹고 살길을 마련하는 거 겠죠. 18-19세기 산업혁명기에도 많은 사람들의 머리를 통해 지식이 진보하고 새로운 기술이 개발되면서 그 사람들도 큰 돈을 벌어 그야말로 자본가가 되었습니다. 그렇다면 지금의 지식 기반 경제에 들어와서야 human capital이 강조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단어 하나를 더 끌어쓰자면, 역시 scalability (확장성?)에 그 이해의 핵심이 있는 거 같습니다. (단어 오용인지 저도 알면서도 좋은 대안이 없어 오남용하게 됩니다.)  일단 산업혁명 전에는 방앗간 집 막내가 고생해서 훌륭한 대장장이가 되어봤자 정착한 동네에서 연장이나 농기구 만들고 손질해주면서 감사 인사 좀 받고 문하생들 부려먹으면서 여생을 사는 게 일반적인 경우겠죠. 자신만의 독창적인 기술을 개발했다해도 일감 조금더 들어오고 문하생의 문하생들을 거쳐 서서히 사사되어 갈지는 몰라도 본인에게 엄청난 부나 명예가 돌아는 경우는 별로 없었을 겁니다. 도달할 수 있는 마켓의 범위에 어쩔 수 없는 한계가 있다보니 scalability는 애당초 고려대상도 아니고 그만큼 인적 자본을 키워갈 유인도 여유도 제한된 환경이겠죠.

 

하지만, 운송수단이 발달하고 대량생산 체제도 생겨나면서 혁신적인 아이디어나 기술이 우위를 점할 때의 잠재적 파급효과와 반대급부의 규모가 엄청나게 커져버립니다. 그 와중에 기존의 골목대장식 human capital의 상당부분이 쓸모가 없어져 도태되고 광역적으로 확장 가능한 (=scalable 한) 지식과 기술 중에서도 일부만 경쟁에서 살아남다보니, 경제 전체적으로 보면 필요한 human capital 이래봐야 소수의 모험적 사업가들과 소수의 천재들 혹은 그 교집합만 필요로 하게 됩니다. 여기서 극소수 인적 자원의 구현/적용 스케일이 커질 수 있는 밑바탕에는 유형자본의 축적과 물리적인 물류운송의 혁신이 있었고, 무엇보다도 생산단위 그리고 산업단위의 조직이 분업화되어가는 큰 변화와 맞물려 있었습니다 (feat. Adam Smith’s pin factory). 여전히 평범한 아무개가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여 지식 축적에 투자하기에는 비용과 위험 대비 리턴이 형편없는 사회이겠습니다만, 노동은 이제 분업화된 시스템에서 더 많은 유형자본을 ‘장비’하여 수행하는 태스크에 투입되면서 노동생산성도 올라갔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극소수 슈퍼스타 human capital과 대다수 영혼 없는 노동자들로 구성된 경제 모델이 실재했다한들 그렇게 항구적이지는 않았는데, 기업가들이 생산 규모를 늘려 배를 불리는 속도 못지않게 기술이 고도화되고 분업화되는 속도도 빠르다보니 필연적으로 생산구조도, 사회구조도 복잡해졌습니다. 기업 내에서 필요한 업무도 세분화, 전문화되어가니 각각의 역할을 맡아줄 사람들 또한 특성화된 지식과 기술이 필요하게 되었고, 그에 맞추어 정부도 제도도 복잡해지니 여러가지로 사회 구석구석 전문가가 중요해지게 되었죠. 영혼도 human capital도 없는 화이트 칼라 근로자 1이 복잡한 시스템의 한 구석에 들어가 매뉴얼만 읽어도 정해진 프로토콜을 따라 기능할 수 있도록, 민간과 공공영역을 가리지 않고 등장한 것이 20세기 초 관료제 시스템 bureaucracy이었지만, 워낙 복잡해지는 속도가 빨라 매뉴얼 업데잇이 허덕이다보니 그 시스템도 폐기되거나 아니면 역설적으로 허덕이는 매뉴얼을 극복하는 개인의 경험과 역량이 그 속에서도 중요해졌죠. 지리적인 의미에서의 human capital 골목대장은 진작에 도태되었지만, 각 경제적 유닛 내에서 직종별로 월급쟁이 human capital 골목대장들이 필요해진 거죠. 

 

지극히 주관적이고 비전문적인 헤아림으로 볼 때, 미국 기준 1960년대부터 그리고 한국 기준 80년대부터 경제 전반에서 요구하는 human capital의 수요가 계속 늘어나고 있었던 거 같아요. 가장 확연한 가늠자는 대학 학위 취득자가 누리는 상대적 소득의 프리미엄과 더불어 그와 맞물려 치열해지는 대학 입학 경쟁이죠. 인구대비 대학 졸업률, 대학학위가 주는 근로소득 프리미엄, 명문대 입학경쟁률 모두 미국 기준 1960-80년대 중반까지 가장 가파르게 올라왔습니다. (한국은 1980-90년대 중반까지로 알고 있어요.) 각각 미국의 베이비 부머, 한국의 x86세대가 대학을 나와 사회에 진출하는 시기와 겹치는 것이 우연은 아닐 거 같아요. 젊었을 때 관찰한 자본의 착취적인 성격과 사회모순에 적극 반발한 세대였지만, 이제는 대다수가 나름 자본가 (human capitalist)로서 커리어를 완성해가고 있죠.  

 

문제는 그 다음입니다. 이제서야 제가 이 글을 쓰게된 ‘포인트’가 나오는데, 다시금 골목대장식 human capital이 점점 더 많이 필요하게 되었던 것은 사실 지식 정보화 사회에 필수불가결한 요소라기보다는 경제적 사회적 구조가 복잡해지는 (=새로운 골목이 생기는) 속도를 human capital의 적용 확장성 내지 scalability가 한동안 못 따라갔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유럽에서 쌓여가던 지식과 기술들이 철도가 제대로 들어서고 나서야 산업적인 포텐셜을 발동하여 온 나라 골목들을 비교적 빠르게 접수할 수 있었던 것과 비슷한 이치로요. 교육인적자원부 명칭을 이름 지으신 그 분께서 생전에 토플러 팬이기도 하고 옛날부터 ICT를 아주 많이 언급하신 걸로 알고 있는데요. 이 ICT (정보/통신/테크)가 완성하는 지식정보화 사회의 종착점이 사실 human capital의 머릿수가 많이 필요한 사회가 아니라 진작에 극소수 슈퍼스타 human capital만이 필요한 사회로 예정되어 있음을.. 많은 사람들이 잊고 있었다가 이제 다같이 직감하게 되면서 4차 산업혁명이라는 이름도 붙이고 하게 되는 거 같아요. AI에 지배당하는 인류사회에 대한 디스토피아를 많이들 그리지만, 인공지능이 특이점 singularity point에 도달하는 것보다는 소수의 ‘천연지능’이 최소한의 인적인 보조만으로도 혁신을 이루고 구현까지 이룰 수 있는 ‘아이언맨’이 되는 것이 더 현실성 있는 미래인 거 같아요. 

 

어린 아이 이야기를 해서 아시겠지만, 저도 출생연도상 밀레니얼인지라 남 걱정처럼 얘기할 수 없는 것이 밀레니얼 및 다음 세대 (z?)의 난관입니다. 각자가 human capital 대장 노릇할 수 있는 골목이 우후죽순 생겨나던 시대가 끝이나고, 골목 골목 접수되어 큰 길이 나고 있는 중이라고 상황을 본다면 말이죠  젊은 세대들은 왜 남들보다 압도적으로 양질의 교육을 많이 받았음에도 상당수가 부모에게 얹혀 살거나 손 벌리며 살게 되는지/ 왜 옛날에는 필요없었던 인턴십-경진대회-연수 같은 스펙쌓기의 높이는 높아져가는데 취업 관문은 좁아지는지/ 과거에는 선택지 중 일부였다는 박사후 과정이 왜 대다수 전공에서 박사학위자들의 필수코스가 되었으며 왜 지금 전문의들에게는 또 다음 필수코스가 있는지/ 옛날에는 가수 발탁과 함께 데뷔였는데, 왜 요즘 한국의 가수 지망생들은 발탁되고 나서고 데뷔에 대한 기약도 없이 수년 간 사관학교 트레이닝을 받으면서 시간을 보내야 하는지 등등의 고민은 세대불문하고 한번씩 하셨을거라 생각합니다. 미국에서도 부모의 물가보정한 소득을 자식이 생애 내에 뛰어넘게될 확률이 아주 낮아졌고요. (최근에 본 분석이 있었는데 기억이 나지 않음을 미리 밝힙니다  찾았습니다. https://opportunityinsights.org/wp-content/uploads/2018/03/abs_mobility_slides.pdf)  베이비 부머 대다수가 40미만이었던 1980년대 말에는 40세 미만의 순재산 net worth가 미국 전체의 18% (부머 전체 기준으로는 23%)에 육박했는데, 08년 금융위기 후부터 40대 미만(=밀레니얼)의 재산 비중은 8%대에 머물고 있습니다. https://www.federalreserve.gov/releases/z1/dataviz/dfa/  그나마 25세 미만이 항상 1-2%를 차지하는 데이터 특성 감안하면 그야말로 미미합니다.

 

단순히 골목 생성 (즉 굳이 scalable하지 않아도 되는 human capital 수요의 발생) 추이가 꺾이는 것에 더해서 human capital이라고 제가 뭉뚱그린 이 자본의 형태를 유형자본과 대비해서 좀더 특징지어 보자면요. 1) 제각기 다른 특장점을 객관적으로 측량할 수 없다보니 공공연한 명성과 평판을 가진 사람 아니면 학력, 경력으로 간접적으로 가늠할 수 밖에 없고; 2) 많이 사용될 수록 빨리 닳는 유형자본과 달리 쓰면 쓸수록 오히려 쌓여가는 특성이 있으며; 3) 없는 사람이 많이 가지게 되기까지 상당한 비용과 시간이 들고, 이미 많이 가진 이들에게 도움을 받는 사람이 그나마 수월하다. 등이 있을 거 같은데요. 요지인즉슨, 일단 경주를 하는 레인/골목을 고정시키고 나면 human capital 특성상 지식기반사회에서 받는 현직/경력직 프리미엄 내지 incumbent advantage가 상당하다는 겁니다. 이미 있는 골목들은 점점 넘보기도 대체하기도 힘들어지는 골목대장들이 버티고 있는데 얼핏 생각하는 것처럼 젊은 피가 혜성처럼 나타나 대장자리를 전복하는 걸 기대하기에는 무리이고요. 한동안 옛날 골목을 밀어버리고 새로운 골목과 새로운 골목대장이 대체하는 다이내믹이 지속되다보니 한국에서는 45정, 56도라는 얘기도 나왔던 거 같은데, 그것 또한 슈퍼스타+자본력을 힘에 입은 고속도로가 뚫리는 마당에 와서는 없어지는 골목은 있어도 새로운 골목이 좀처럼 생기지는 않겠죠. 결국 신규 진입하는 사람들이 스스로의 human capital에 투자해서 덕을 보려고해도 이래저래 줄을 서야 합니다. 새로 닦이기 시작한 드넓은 고속도로에 올라타기 위해 진입로에 길어지고 있는 줄을 서거나, 한동안 허물어지지 않을 인기 많고 안정적인 로컬 길에서 혼잡 무릅쓰고 줄을 서거나, 또는 짧은 줄을 찾아 어느 외진 구석 골목에서 골목대장 문하생으로 자원하여 내 차례를 기다리거나 인거 같아요.  

 

사실 지난 밤 아이 방에 누워서 얘기해 준 장화신은 고양이로 시작해 Marx도 생각하고 애덤 스미스도 생각하고 앨빈 토플러도 생각하고 끝끝내 아이언맨 생각에까지 이르렀던 이유는, 주말에 올라왔던 성실한노부부 님 글과 댓글들이 계속 아련거려서 였어요. 그 분의 자제분과 비슷한 또래인 듯한 제가 시대를 관통하는 어떤 진리를 알고 있노라 들이밀 주제가 당연히 못 되지만, 고등교육에 대한 return on investment가 평균적으로 형편 없어지면서도 고등교육에 투자하는 시간과 금전이 많아지는 것은 부모와 학생 입장에서 알면서도 어쩔 수 없는 지금 시대의 특수한 상황 같아요. 진로마다 다르겠지만 전체적으로 Upside risk (대박 포텐셜)가 더더 높아지기도 하고, 빨리 빨리 길어지는 줄에는 조금이라도 앞에 서있는 사람이 장기적으로 결국 유리할 수 있기 때문에 높은 비용 무릅쓰고 투자한다고 볼 수도 있겠죠. 제로금리, 100세 시대니까요. 

그렇지만 역시나 잊지 말아야 할 문제는 길어지는 대기열에 도저히 버티고 서 있을 여력이 없는 사람들입니다. 제가 이해한 방향으로 사회가 흘러가는 게 맞다면, 빈부격차 대물림이 이제는 극복이 힘든 차원으로 넘어가고 있지 않나 생각합니다. 굳이 세대론에 포커스를 두려는 건 아닌데 예전에 돌았던 한국의 ‘88만원 세대’도 비슷한 얘기 같고요. 대학교 학비 무료, 학자금 대출 탕감 등등 이야기되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기는 커녕 더 큰 문제를 만들어 낼 소지가 있다고 개인적으로 생각합니다. 구성원 상당수가 (자신도 인지 못하는 사이에) 나름의 자본가 내지 자본가 자식이 된 사회는 곧 다들 지켜야 할 게 많은 사회인데, 슈퍼스타들의 고속도로가 골목을 전멸시키는 변화이든 줄서있을 엄두도 못내는 방앗간 집 막내에게 줄 앞으로 새치기시켜주는 변화이든 어지간한 정치적 잡음 없이 넘어가지는 않을 거 같아요. 

 

 

선거 후 미국 재무부의 움직임 (11/20/2020) (목차로 돌아가기)

 

모처럼 뉴스를 좀 옮겨 올게요. 

어제 오늘 두 가지 의아한 소식이 있는데요. 둘 모두 미 재무부 장관 Mnuchin이 남은 두어달 어떤 행보를 보일지 좀 조심히 보게 만드는 얘기입니다.

 

우선 Federal Reserve가 3월, 4월 마구마구 다급히 고안해낸 여러가지 스핀오프들이 있었는데요. 그 중에 민간기업 (채권/대출/ETF구매 방식으로) 돈꿔주기/지방정부 돈꿔주기/ 학자금대출-오토론-신용카드 채권 사주기 등등이 있었는데, 실제로 이용실적은 미미했으나 그게 오히려 정책의도상 잘 된거다라고들 해석하고 있었습니다.

 

이 모든 위험자산 투자가 중앙은행이 수행하기에는 법적 근거로 보나 경제적 함의로 보나 무리수이다보니, 사실 재무부와의 긴밀한 조율 속에 재무부가 제공하는 종잣돈을 가지고 투자하는 형식으로 출범한 것들이죠. 의회도 이렇게 쓰라는 명목으로 CARES Act를 통해 재무부 예산을 얹어 줬고요.

 

재무부에서 애초에 예정했던 연말이 되면 이 종잣돈을 회수하겠다고 얘기했는데, 그간 둘이 너무 친해졌다고 오히려 지적을 받았던 것에 비추면 이건 좀 예상 밖의 요청입니다. 

https://www.bloomberg.com/news/articles/2020-11-20/mnuchin-powell-split-shows-rare-discord-as-economy-struggles

재무부는 이제 필요없으니 가져가겠다고 했지만, 재무부에 공식적으로 보낸 Fed의 답변은 '지금은 곤란하다 기다려달라' 입니다.

실제로 잘 쓰이진 않지만 존재만으로도 혹여나 필요한 상황이 발생하면 이렇게 문이 열려 있다라는 든든함을 주고 있었다. 그래서 완전히 팬데믹이 극복되고 경제적 상황이 정상화된 걸 확인할 때까지는 계속 프로그램들을 오픈해놓고 싶다는 입장이고요. 

 

회수할 권한은 재무부에 있지만 돈은 Fed 수중에 있으니, 정 의견이 좁혀지지 않으면 새 대통령 취임 시까지 비는 3주간 배째라 할 수 있는건가 언론사 포함 여러 사람들이 알아보고 있는 거 같습니다. --> 요청대로 돈을 리턴한다고 바로 밝혔네요.

 https://www.bloomberg.com/news/articles/2020-11-20/fed-to-return-lending-backstop-funds-to-treasury-as-requested

 

또 하나 소식은요. 

저번 subprime mortgage 위기 때, 모기지 채권 지급보증 해주는 Fannie Mae/ Freddie Mac 둘다 폭삭 망해서 연방 정부(재무부)가 $190M 투입해서 살려서 FHFA라는 기구 밑에 놓고 10년 넘은 지금까지 부리고 있는 상황이거든요. 그런데 FHFA에서 정권교체까지 남은 두 달 기간 안에 이 두 회사에 걸려져 있는 재무부의 올가미(?)를 풀어버리려는 막판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는 소식입니다. 아마 의회 통하지 않고도 두 회사의 감독/지시기관인 FHFA랑 대주주인 재무부 간의 합의로 진행할 수 있는 부분이 꽤 되는 것 같습니다.

https://www.wsj.com/articles/fannie-freddie-overseer-seeks-to-end-federal-control-before-trump-leaves-11605873600 (paywall 유의)

 

지금의 FHFA 디렉터는 이념성향이 아주 뚜렷해서 이 두 회사를 정부 스폰서십에서 독립시켜야 된다는 주장을 진작부터 하고 있었던 사람이었고 역시나 디렉터 취임 후에도 백방으로 노력했지만 팬데믹 터지면서 없던 얘기가 되었다고 (적어도 저는) 알고 있었거든요. 

올해의 예기치 않은 모기지 붐이 발생하는 것은, 물론 Fed가 직접 QE의 일환으로 이 회사들 (+ Ginnie Mae) 도장이 찍힌 모기지 채권을 마구 사들이는 것이 직접적인 이유이지만요. 애당초 QE의 매입대상에 이러한 모기지 채권 (Agency MBS)이 재무부 채권과 나란히 들어가는 배경에는 Fannie Mae와 Freddie Mac 뒤에 미국 재무부가 버티고 있다는 사실상 공인된 전제사항이 있습니다.

참고로 Fed가 갖고 있는 Agency MBS의 비중은 리파이낸스 때문에 오르락 내리락하지만 전체 발급액의 3분의 1에 근접해가고 있습니다.  "conforming" 모기지를 갖고 있는 사람이 내는 월 페이먼트 중에 4분의 1정도는 Fed에게 흘러가고 있다고 생각하면 됩니다.

 

다르게 얘기하면, i ) 모기지론 대규모 부도 --> ii) 모기지 채권 지급 보증 주체도 파산 --> iii)  MBS가 휴지조각 되면서 Fed/해외 중앙은행/민간 은행/국내외 연금+생명보험 자산의 상당량 빵꾸 

로 이어지는 총체적 폭망 시나리오에서 보증 주체를 정부가 데리고 있으면 ii)의 고리가 튼튼하게 지켜지는 건데 여기에 좀 변화를 만들려는 시도가 있는거죠, 

 

이 FHFA 디렉터 같은 부류의 논리는 이렇습니다.

-정부가 모기지 시장에서 너무 큰 역할을 하면서 도리어 그에 의존해 버블도 커지고 방만하고 비효율적인 가격(=모기지 이율 & 주택가격) 책정이 만연하게 된다. 문제의 사이즈가 너무 커져버리다가 터지면 결국 메꾸는 데 들어가는 세금만 늘어난다.

-미국 정부에서 무조건 순익의 10%를 먼저 떼가는 등 여러가지로 민간 투자자들에게 불리한 조건이기 때문에, 건전한 경영을 위해 필요한 추가 자본충당이 사실상 어렵다.

 

이치는 맞는데, 이면의 이해관계도 사실 있고요 (민영화 시에 직접적인 이득을 보는 것은 기존 민간 주주들이죠.)

다 수용하더라도 현실적으로 민간으로 돌려주는 게 어지간히 어려운 문제가 아닙니다. 무위험 자산으로 한번 간주되기 시작한 자산에 느닷없이 신용위험이 끼게 되는 것도 문제이고, 순전히 미국 정부의 빽으로 난리통에도 유지될 수 있었던 값싼 30년 고정금리 부동산 대출이 존재의 위협을 받게 되면 정치적 사회적 후폭풍도 엄청나겠죠. 그렇다고 규제로 요건을 일일히 강제할 거면 굳이 민영화할 필요도 없었던 거고요. 

 

두 뉴스 다 타이밍이 참.. 그렇죠. 정치적인 부분이야 굳이 풀 필요가 없겠고요. 경제적으로 봐도 지금의 금융시장 붐이 팬데믹에도 *불구하고* 정책에 힘입어 일어나는 거지, 이 모든 초현실적 현상이 일어나는 걸 가능케했던 정책적 인프라가 사라지면.. 열기구가 하늘 높이 잘도 올라왔다고 연료를 던져버리는 격이 되겠죠.

 

두번째 뉴스는 폭발성은 엄청나지만 사실 그 때문에 없었던 일로 되어 버릴 거 같고, 첫번째 뉴스는 뚜껑 열어보기 전에는 파장을 몰라서 결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람들의 판단도 좀 긴가민가 하는 거 같아요.   

 

11월 미국 선거와 통계의 한계  (후속 업데잇 11/12/2020(목차로 돌아가기)

 

차기 대통령 당선자는 나왔지만, 무엇보다 연방 상원 과반을 누가 차지하느냐가 2년 간의 정책적 흐름에 큰 차이를 만들기 때문에 선거 결과로 인한 영향은 나중에 얘기해볼까 해요. 지금 당장 좀 짚어볼 것은 통계 및 통계에 기반한 예측의 신뢰도 문제인 거 같아요. 사실 우리가 미국 ‘경제’라고 생각하는 게 아주 두리뭉실 추상적인 개념이고, 결국 경제가 이렇다 저렇다들 얘기하는 것도 통계적으로 나온 각종 추정치들에 사실상 의존하는 이해이죠.

 

일단 이번에 선거 예측 모델들을 둘러싸고 불거진 논란부터 짚어보죠. 

두 가지부터 구분해야 됩니다. 1) 여론조사들을 취합해 각 후보의 당선 확률을 추정했던 소위 aggregator 모델들의 문제 (예: FiveThirtyEight, The Economist) ; 2) 그리고 예측 모델의 인풋이 되었던 각 여론조사들의 문제 

 

1)을 놓고서 생각할 때, 결국 양자택일의 선택지를 놓고 계산한 확률이었기 때문에 대통령 당선자를 90% 안팎의 확률로 예측해 맞췄다는 것은 사실 큰 성공입니다. 베팅 마켓은 훨씬 낮게 보고 있었다고 하고요. ‘까딱하면 틀릴 뻔한 상황이었는데 The Economist 모델의 97% 예측은 오버 아니냐’ 지적할 수 있는데요. 경우의 수를 열심히 따져 보셨다면 아시겠지만, (https://www.milemoa.com/bbs/8039538) 여론조사들이 다같이 같은 방향으로 틀렸다고 해도 다수의 주에서 좀 심각하게 틀려야 되는 경우들이라서 그렇게 모델이 확신할 만 했다고 개인적으로 생각합니다. 

대통령은 대다수 주에서 winner-take-all로 선거인단을 배정하는 선거 시스템이라서 당선자를 예측하는 문제가 뾰족뾰족 모가 난 (non-convex) 오뚝이를 놓고 평형을 찾는 것과 같은데요. 애매하게 무게중심이 중앙에 있으면 매끈한 오뚝이보다 가만히 세워 놓기가 어려울 수 있지만, 어느 정도 한 쪽으로 무게가 충분히 쏠려 있으면 사실 한번 누워버린 모난 오뚝이를 뒤집는 게 사실 더 어렵겠죠. 

간당간당한 접전주가 많았으면, 예측 확률도 그렇게 쏠리는 숫자로 나오지도 못했고 작은 주의 조그만 여론 변동에도 휘청휘청할 수 있는 구조인데, 그 반대 경우였다는 얘기입니다. 

 

사실 드러난 문제는 (이런 특이성이 해당되지 않는) 전국 단위 혹은 주 단위 득표율 예상이 꽤 많이 빗나간 겁니다. 이번에는 미국 전체 득표율 격차도 어림잡아 3-4% 포인트 정도를 과대평가 하고 있었고, 접전주들 하나씩을 놓고 봐도 그 정도 수치 이상을 바이든 당선자 쪽으로 일관되게 고평가 하고 있었던 거 같아요. 전국 단위 득표율 예상은 위에서 2)로 따로 구분한 개별 여론조사의 문제와 직결되는 것 같고요. 사실 주 단위 대통령 후보 득표율 및 연방 상원 당선자 예측도 전국 단위 및 타 주 결과 역시 중요한 input 삼아 업데잇 되는 것이 이 확률 모델들의 디자인이었던 걸로 알고 있어요. 

 

당연한 거지만 각 주에서의 득표가 서로 확률상 독립이 아니겠죠. 한 곳에서 특정 후보가 선전한다는 것은 비슷한 특성의 이웃 동네에서도 선전할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인데요. 2016년에 예측모델들이 이걸 놓쳐서 선거 직전에 감지된 여론 변화를 전체 선거구도의 변화로 충분히 반영 못했다는 자아성찰이 있어서 이번에 서로 다른 주들끼리의 확률적 의존관계를 적극적으로들 모델에 반영했던 거 같아요.

 

 잠깐 좀 멈춰서 사족을 붙이면 금융 쪽에서도 주구장창 지적되는 이슈인데, 이런 상호 의존관계를 캡처한다는 게 사실 제한된 데이터를 써서 풀스케일로 포착하기는 어려워서  (identification problem) 결국 그 얼개에 대한 모형 설계자의 판단이 개입될 수 밖에 없는 부분이 많고요 (through model restrictions / choice of prior). 또 과거에 관찰된 상관관계에 비추어 추정할 수 밖에 없는데 이 관계 또한 가변적인거라면, 여지껏 데이터에서 포착된 것과는 근본구조상 다른 쇼크가 왔을 때, 혹은 구조 자체를 뒤트는 큰 쇼크가 왔을 때 그건 확률모형 안에서 다룰 수 없는 문제이기 때문에 예측해주는 확률(분포) 또한 큰 도움이 안 됩니다. (주택 모기지 론이 광역적으로 부도가 날 가능성을 금융시장에서 과소평가하다가 발생했던 문제를 많이들 아시겠죠.) 

 

다시 선거예측 모델에서의 지역별 추정 득표 간 상호의존 문제로 돌아가서요. 예컨대 서초구랑 강남구 표심이 그동안 같이 움직였던 패턴을 반영하다보면 강남구에서의 여론조사 결과가 서초구 추정치를 업데이트하는 데에 이용되는 셈이고, 제한된 데이터를 풀로 활용해 예측을 (모델이 이해하는 차원에서) 좀더 적은 에러로 더 기민하게 할 수 있는 장점이 있겠죠. 

 

반면 결과적인 동조화 때문에 노출되는 문제들이 있습니다. 강남구민은 엄청 싫어하지만 서초구민은 대환영할 어떤 큰 이슈가 선거 직전에 (=새로운 구별 데이터가 쌓이기 전에) 발생한다면 구 단위 득표 패턴의 모델 예측은 제대로 틀릴 수도 있는데, 그건 이번에는 해당사항이 크지 않은 거 같고요, 

좀더 이번 2020년 선거예측에 초점을 두었을 때 짚어볼 수 있는 부분은요. 사용되는 데이터 (여론조사 결과)에 지역을 아우르는 편중?(bias)이 상당히 일관되게 끼어 있고 이 범지역적인 bias가 정적이기보다 시시각각 전국구 여론 상황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거라면 의도치 않게 모델 예측에서의 bias가 파도타기 식으로 증폭되어 퍼져나갈 위험이 있어요. 

 

지금까지 얘기한 지역간 싱크가 전국구 이슈에 반응하는 bias의 출렁임까지 포착하느라 과대평가될 수 있는 것에 더해, 이 bias가 흔히들 얘기하는 voter shyness에 기인한 것이고 선거에 임박할수록 증폭이 된다면, 이 때문에 최근 부진해지는 서초구에서의 여론조사 결과가 모델 구조상 강남구 여론도 부진해지고 있다는 추정에 힘을 보태주고 그 반대도 일어나면서 실제 표심과는 무관한 트렌드를 만들어 낼 수도 있죠. 

 

문제의 선택지가 BTS (유명 보이그룹) 대 TWICE (유명 걸그룹)라고 놓아보죠.. 모종의 이유로 TWICE 지지자들은 여론조사 응답을 기피하거나 BTS 응원한다고 거짓말을 하게 되는 경향이 나타나는데 TWICE가 욕먹는 이슈가 불거질 때마다 유독 심해집니다. (물론! 현실이 그렇다는건 아닙니다) 이러면 서초구에서의 TWICE 지지율과 강남구 지지율 싱크가 실제 인기도의 싱크보다도 더 많은 것처럼 착각이 일어날 수 있는 부분이 일단 있고, 만약 연말 가요대상(...)에 임박해서 TWICE의 구설수가 더 시끄러워진다면 그로 인해 실제 인기가 떨어지는 것보다도 TWICE 서포터임을 숨기는 정도가 심해지면서 전국적인 인기 폭락이 일어나고 있다는 착시가 발생하기도 쉽겠죠.

 

이렇게 억지 예시로 설명한 문제가 미국 대선에서 실제로 발생했는지는 알기 어렵지만, 적어도 pollster들이 몇 년전부터 얘기했던 한 가지 개연성 있는 시나리오였어요. 모형 디자인으로 직접적으로 포착하기에는 뾰족한 수가 없는 성격의 bias라 누굴 탓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닌데, 지역 간의 싱크를 더 비중있게 생각하면서 도리어 개별 선거구 단위 추정에 다른 곳 데이터의 bias까지 같이 묻어 버리게 되었는데 신뢰도는 더 과대평가되는 현상이 모델의 취약점으로 지적할 수 있을 거 같아요.

 

이 얘기를 꺼낸 김에 두번째로 구분했던 각 여론조사들이 노출된 문제로 넘어가면, 이런 (특정 후보 지지자들이 과소 집계되는) bias가 누굴 지지하느냐 달려 있는 문제라기보다는 어떤 사람들이 이 정당/후보를 주로 지지하느냐의 문제라면 이건 여론조사들이 비교적 쉽게 보정할 수 있는 차원이고, 실제로 많은 노력이 있었습니다. 

굳이 그 문제가 아니더라도 제한된 샘플을 가지고 좀더 통계오차를 줄이기 위한 방법으로 성별/인종/연령/거주지역 별로 나누어 샘플을 구성해서 취합하는게 일반적인 서베이인데요. 응답자수가 부족한 그룹이 있다면 한명 한명의 응답이 더 큰 가중치를 받고, 넘쳐나는 그룹이 있다면 덜 가중치를 받는 식이죠. 특히나 여론이 양극화되는 지금같은 시대에서는 더더욱 중요한 조사방식이라 하겠습니다.

만약 BTS 지지자들이 어린 나이, 여성에 분포가 상대적으로 몰려 있는데 이 집단이 여론조사로 아주 포착이 잘 되고, TWICE 지지자들은 드문드문 응답이 나오는 집단에 상대적으로 몰려 있어서 발생하는 문제는 인구그룹 별로 가중치를 적절히 주면 어느 정도 해소가 됩니다. 2016년 선거 전이라고 이런 샘플 쪼개기 stratification이 없었던 것은 당연히 아닌데, 으레 쪼개던 방식에 한계가 있었다는 반성 끝에 최종 학력으로도 나누어보는 여론조사가 많이 나왔습니다. 

같은 백인 중년 남성이라고 해도 대졸 이상과 미만 그룹의 대선 후보 지지성향이 뚜렷이 차이가 나는데, 대졸 미만이 과소 조사하는 경향이 있다 보니 학력 별로 한번 더 쪼개서 샘플을 추출하고 가중치도 구분해 주면 대졸 학력 미만 백인 중년 남성의 여론을 저평가하는 문제가 해소되는 거죠. 

 

이렇게 했으니 되었겠거니 했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제대로 미스한 결과가 수두룩하네요. 결론적으로 지지자 그룹의 인구학적 특성으로 다 설명이 안 되고 오로지 지지 후보/정당으로 설명이 되는 non-response bias가 상당하다는 결론이 나는 거 같아요.

거기에다가 제가 위에 든 예시처럼 이 비뚤어짐이 동적이기까지 하다면 아무리 천재적인 통계학자라도 실용적인 해답을 찾기 어려워지는 문제인거 같고요.

 

연관된 문제를 더 얘기하면, 이런 선거 여론조사는 하나하나가 어쩔 수 없이 조사 시점 현재의 정적인 스냅샷이지만 정작 이 여론조사를 재료로 활용하여 예측하려는 것은 선거에서의 득표율인데 개개인의 지지 후보가 그 사이에 어떻게 바뀔 지는 물론이거니와, 어떤 그룹이 얼마나 열심히 투표를 할 지도 확실하지가 않습니다. 다시 말해, 여론조사에서도 일종의 모집단 특성에 대한 모델을 가지고 그룹별로 샘플링을 하고 가중치를 줘야 되는데, 그 모집단 자체가 움직이는 타겟이다 보니 모델 디자인이 생각보다 큰 영향을 끼칠 수가 있습니다. 

 

이번에 예상보다 트럼프 지지가 컸던 것으로 드러나고 있는 ‘히스패닉’ (이것조차도 아주 자의적인 구분입니다) 남성 그룹의 경우, 역시 주어진 비용과 시간으로 충분한 응답수를 확보하기 어려운 집단으로 알려져 있는데요.  마냥 그룹을 잘게 쪼개는 것도 서너명 응답자가 해당 집단의 여론을 대표하게 된다든지 해서 샘플링 에러를 튀게 만들 현실적 위험이 있고요. (http://www.nytimes.com/2016/10/13/upshot/how-one-19-year-old-illinois-man-is-distorting-national-polling-averages.html 링크에 제목이 보이는 데, 관심있으신 분들 꼭꼭 읽어 보시길 권하는 재미있는 4년 전 기사입니다.) 

 

나름 열심히 열심히 응답자를 찾아 전화를 돌리겠지만, 이런 고난이도 집단을 조사하는 어려움에 있어서 금전적 비용과 통계적 필요를 적절히 타협할 수 있게 해주는 몇가지 요건들이 있습니다. 해당 집단 내 여론이 상대적으로 동질적이거나 (smaller with-in stratum variance) 상대적으로 투표율이 낮아서 타겟 모집단에서의 비중이 덜하다면 다른 집단보다 좀 덜 응답자 샘플을 모았어도 괜찮다 할 수 있는 건데, 문제는 이 두가지 모두 미리 알 방법 없이 상당 부분 모델 디자인의 영역에 속하는 사항들이고 선거 뚜껑 열어보고나서조차도 간접적으로 밖에 알지 못하는 문제입니다. 

 

그리고 voter shyness가 문제라면, 어쩌면 자신의 의견을 밝히는 것이 가장 shy한 사람들은 자기 의견과 반대인 사람들 속에 둘러싸인 사람들 일 수도 있죠. (예: BTS를 싫어하는 10대 한국계 여성?) 

거듭 말하자면, 선거 결과 다 나오고서도 뾰족히 알 수 없습니다. 선거구 별 득표율, 출구조사 결과를 가지고 뜯어보는 건데 어디까지나 간접적 추론만 가능할 뿐이죠.

 

쓰려다보니 선거 여론조사만 신나게 써대느라 시간을 다 썼는데ㅋㅋ 그렇다면 경제 통계는 믿을 만한가에 대한 생각을 또 시간 되는대로 이어서 업데이트 하겠습니다. 저의 결론을 먼저 말하자면, 선거 여론조사도 문제가 무엇인지는 이렇게 신나게 떠들 수 있지만 그럼에도 뾰족한 해결책이나 대안이 없는 것처럼, 경제 통계도 허술함을 파고 들자면 끝도 없는데 그렇다고 그것들을 보완하거나 대체하는 것이 간단치 않다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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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시작하면서 썼듯이, 경제(economy)라는 개념이 퍽 추상적이면서도 끝끝내는 각종 통계치들을 통해 이해하게 되어있죠. 한자 문화권에서는 나라 다스리는 위정자의 입장에서 백성들 잘 다스리라는 경세제민이라는 말에서부터 top-down으로 '경제'라는 용어가 유래되었고, 서구 문명에서는 집안 살림부터 해서 일종의 bottom-up으로 economy의 의미가 뻗어 나간 게 재미있긴 한데, 여하튼 지역/나라/세계 속 수많은 구성원들의 사는 형편을 일종의 집합체 단위에서 이해하는 데 그 핵심이 있는 거 같아요. 
 
당장 자기 집 살림살이가 어떻게 돌아가는지도 파악하지 못하고 사는 사람이 허다한데, 한 나라 전체의 살림살이는 어떻게 파악하느냐가 실은 궁극의 난제입니다. 경제가 어렵다/ 누구 누구가 경제를 망쳤다/ 이렇게 해야만 경제를 살릴 수 있다 늘상 듣는 얘기이지만 각자가 이해하는 경제의 실체부터도 다르고, 경제가 어떤 상태이고 어떤 경로 속에 있는지부터가 갈피를 잡기 어렵다보니, 따지고 보면 매일 매일 듣는 ‘경제’ 코멘트들이 상당부분 사상누각과 같은 논의일 수 있겠죠. (제가 풀었던 썰도 역시 해당되는 이야기이겠습니다) 예전 한국 공중파 주말 프로그램의 ‘경제를 살립시다’(?)라는 제목의 코너는 ‘경제’라는 이름의 남자 캐릭터가 매 번 위기에 빠지는 설정이었는데, 지금 생각해도 정말 센스있는 꼬집기였던 거 같아요.
 
이론적으로야 어떤 자원배분 상태가 무슨 조건에서 더 바람직할 수 있다고 하는지 따지는 분과 학문 생태계가 또 있습니다만, 현실은 온갖가지 통계 (일반적으로 모니터하는 것은 십수개 정도 공식 통계들이죠)의 조합을 가지고 뜨문뜨문 코끼리 더듬는 것과 같습니다. 당연한 거지만 이 통계들이 대부분 가계나 비즈니스들 샘플을 놓고 설문조사하는 방식으로 추정되고요. 
 
미국만 놓고 얘기하면, 공식 실업률은 다달이 65,000 가구 정도를 놓고 조사하는 수치이고요. (미국 전체 가구는 1억 개가 넘죠..) 분기 끝나고 한달도 안되어 발표되는 GDP (국내총생산) 수치는 그 중에 가장 큰 비중이 retail 사업자들의 매출에 대한 월별 샘플 조사에 의존하는 extrapolation 인데, 먼저 두 달은 15,000 개 정도 사업체 샘플, 막 달은 5,000개 정도의 사업체 샘플로부터 추정된 결과입니다. (물론 리테일 사업체는 미국에 백만개가 넘지만.. 매출 기준 샘플 비중이 5/1000 보다는 큽니다.) 많이들 모르시는 부분인데, gdp 수치는 이렇게 시작해서 그 다음해 (길게 보면 5년 후)까지 계속 데이터 보강이 되면서 개정되고 특히 경기 사이클이 전환되는 분기같은 경우는 바뀌는 폭도 상당할 수 있습니다.
 
보기에 따라 미미해 보일 수 있는 샘플 크기에 갑자기 공식 통계에 대한 신뢰감이 떨어진다고 느끼는 분들도 있겠지만, 사실 샘플 자체는 민간에서 꾸릴 수 있는 샘플을 가뿐히 압도하는 크기이기도 하고, 샘플을 키울 수록 밸런스가 점점 고비용-저이득으로 기울어지는 고충이 있는 것 같습니다. (여기서 이득은 통계적 오차를 줄이는 이득이겠죠.) 그보다 문제는 샘플추출의 랜덤성이 얼마나 믿을만한가입니다. 이 지점에서 제가 위에서 나열한 선거 관련 여론조사의 한계들이 상당부분 비슷하게 적용됩니다.
 
가계 대상 설문은 선거 여론조사에서 고난이도로 치는 그룹들이 역시나 경제통계를 위한 설문에서도 애를 먹이는 걸로 알고 있고요. 가중치를 사용해 마냥 보정해버리기에는 그 그룹 내에서의 응답 쏠림도 상당할 수가 있어서, 최선의 방법은 빚쟁이처럼 조사 대상을 따라다니는 건데 그만큼 드는 비용(=세금)도 비용이고, 결과적으로 대면 설문으로 주로 받는 그룹과 그냥 온라인으로 받는 그룹 차이도 랜덤한 차이가 아니다 보니 이 부분도 신경 써야 되죠.
 
사업체 대상 설문은 기본적으로 초대형 비즈니스들은 전수조사되다시피 하는 것이 보통인데, 역시 관건은 소규모 비즈니스들입니다. 단지 작은 게 문제가 아니라 워낙 경우가 다양하고 지리적 위치 상으로도 없는 곳 없이 산재해 있고, 당연한 거지만 응답받기 쉬운 비즈니스와 어려운 비즈니스 간의 뚜렷하고 비랜덤한 특성상 차이가 있습니다. 새로 생기는 사업체, 없어지는 사업체들의 파악도 경제 상황에 아주 중요한 정보이지만 근본적인 측정의 한계가 있습니다. 휴업하고 있는데 주인 개인 모바일 번호를 알고 있는 게 아닌 바에야 휴업인지 폐업인지 알 도리도 없고요.
 
보통 때 같으면 특정 인종이 일자리를 많이 잃으면 다른 인종 실업자도 늘어나고, 대규모 사업장이 잘 나가면 소규모 사업장도 잘 나가기 때문에, 이런 잠재적인 오류에도 불구하고 그 때 그 때의 경기 흐름을 읽는 데에 큰 무리는 없다고 다들 판단하는 것 같습니다. 
이른바 경기 사이클의 터닝 포인트에 이르러서는 역시나 한계가 생기는데, 똑같은 불황이 매번 오는 게 아니라 그때 그때 먼저 어려움을 겪는 경제 구성원/사업체들이 있기 마련이고, 그 집단 특성에 따라 국면 전환이 통계에 잘 잡힐 수도 있고 잘 안 잡힐 수도 있습니다. 어디까지가 샘플링에 기인한 랜덤 오차이고 어디부터가 현실의 이상기류를 알려주는지의 구분도, 시간이 지나서야 쉽지 현재 진행형으로 알기는 쉽지 않습니다.
 
Covid-19 팬데믹 국면은 으레 일어나는 터닝 포인트들 정도는 우습게 만드는 극심한 통계적 난관을 만들어 낸 것 같아요. 안그래도 조사가 쉬웠던 사람들은 출장, 여행 없이 집에 붙어 있느라 더 쉬워졌을 거 같고, 진작에 조사하기 어려웠던 대상들은 더 어려워 졌겠죠. 사업체들도 휴업, 폐업이 수두룩하고 영업/근무시간/고용인원도 축소한 곳이 많은데 (=한가하게 답변을 기재하거나 대답해줄 직원이 없음), 또 반면에 올 여름부터 역대급 속도로 신규 창업..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단적으로 말해, 양갈래로 갈라져 나가는 k자가 온 천지에 그려지고 있는 거 같아요. 미국 정치성향 여론조사에 큰 도전과제를 던져준 T자 이름과도 흡사하죠. 경제 구성체들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같은 방향으로 움직여 갈 때는 통계가 더 믿음직스럽지만 막상 별로 필요하지가 않고, 이렇게 제각기 반대 방향으로 달려가고 있을 때 간절히 쳐다보게 되는 통계가, 정작 이럴 때 삐그덕 삐그덕하기 쉬운 거 같아요.
 
그렇다면 해법은 어디에 있을까요. 지금은 바야흐로 빅데이터의 시대인데, 점점 신뢰도 한계가 지적되고 시간도 걸리는 샘플 관리하느라 고리타분하게 애쓰지 말고 빅데이터를 활용하지 않느냐 자연스럽게 제안할 수 있습니다. 당장 여기 게시판에 올라오는 글의 제목만 스캔하고 있어도 mortgage refinance 언급 정말 많고, 주택/자동차 구입하려고 알아보는 글도 많고, 주식투자에 새롭게 눈을 뜨신 분들도 많은 걸 보면 분명 2020년 미국 경제에서 관찰되고 있는 신호들이 잘 읽히거든요. 안그래도 공무원들도 장님은 아니라서 2020년 들어 특수한 상황을 감안해 gdp 추정도 신용/데빗카드 결제 데이터를 구입해서 각종 항목에서의 소비 지출의 움직임을 추정하는데 쓰고 있습니다.  https://www.bea.gov/sites/default/files/2020-10/tech3q20_adv.pdf 
 
문제는 ‘빅데이터’가 뭔지부터도 좀 불분명하지만, 일반적으로 이해하는 빅데이터의 교집합을 생각한다면 얘네들 나름의 문제가 있는데, 사실 랜덤샘플 통계의 한계를 보완하기는 커녕 그 약점들에 더 취약하게 노출되어 있는 데이터일 수 있습니다.
 
랜덤 추출 샘플이 어느 정도 이상 사이즈가 된다는 전제 하에, 샘플이 크고 작은게 문제의 본질이 아니라  ‘랜덤’추출이 사실은 랜덤하지 않은 어떤 숨은 패턴을 갖고 있을 때 문제가 생기는데요. 경제 통계의 주된 존재목적 중 하나는 경제 전체를 아우르는 거시적인 상황파악이고, 결국은 이런 저런 다른 상황에 있는 경제주체 하나하나들의 가중평균을 구하는 문제로 귀결되는데 일반적인 빅데이터는 태생 자체가 이런 성격의 문제에 직접 쓰기 매우 곤란합니다. 
 
마모 게시판 피드를 가지고 어떤 재미있는 경향을 뽑아내는 것도 결국 마일모아에 회원가입을 하고 글을 쓰는 특정 집단에 해당되는 얘기이고, 한국어 안 쓰고 인터넷도 잘 안하고 신용카드도 안 만드는 사람이나 개인 전용기 타고 여행가는 사람들의 관심사에는 아무런 도움이 안 되겠죠. 실례로 올 봄부터 Open table의 예약 건수 데이터를 가지고 락다운으로 인한 식음료업 임팩트를 열심히들 들여다보기 시작했는데, 물론 의미가 있지만 경제 전체의 풀픽처를 그리려는 사람에게는 듬성듬성 빈 그림밖에 못 그려주는 툴입니다. Open table을 써서 예약하는 고객층부터가 꽤 특정적이고, 식당/주점들도 open table로 예약을 받는 업체 아닌 업체의 분포 차이가 뚜렷하죠.
 
카드 결제 액수를 반영해서 소비지출이 얼마나 줄고 늘었는지를 보는 gdp추정의 케이스에서도 현금으로 생활하는 사람들의 씀씀이가 어떻게 되었는지는 전혀 알 수가 없는데, 지금은 모든게 k인 상황이라 그 부분을 미스하는 것이 결과적으로 큰 구멍일 수도 있습니다. 
 
개인적인 결론은 빅데이터가 공식 통계를 보완할 수 있는 포텐셜은 여전히 있겠지만, 랜덤 샘플 조사를 대체하는 대안으로 거론될 수 있기에는 이런 근본적인 호환불능의 이슈가 자리잡고 있다는 겁니다. 
 
대통령 선거 관련 여론조사들도 욕을 그렇게 먹지만, 그래도 그 조사들이 있었기 때문에 대충의 판도를 가늠이라도 할 수 있는 거지, 샘플 조사 없이  SNS 피드 분석이나 실시간 검색어 트렌드 등등을 써서 예측해야만 한다면.. 그야말로 혼돈이겠죠. 마찬가지로 경제 통계의 신뢰도를 여러 차원에서 까내릴 수 있고 그 한계에 대해 정확히 알고 있는 것도 큰 도움이 되지만, 그럼에도 하나하나 다 공공이익을 위해 제 역할을 하는 정보들이라는 것은 유념해야 할 것 같아요. 실제로 세금 낭비라고 공격한다든지, 구글, 애플에게는 기꺼이 간이고 쓸개로 다 내보여주면서 정부에서 부탁하는 조사에 대한 응답은 어떻게든 피하고 보는 사람들이 적지 않거든요. 갑자기 교훈조로 글이 끝마쳐지니 어색한데, 그래도 여기까지 쓰겠습니다rabbit%20(12).gif
 
 
 

198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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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일모아

2021-02-09 07:40:53

위험에 대한 대책은 100프로 다 털린다 가정하고 투자하면 되지 않을까요? 근데 그러면 투기네요 :)

라이트닝

2021-02-09 09:52:30

100프로 털릴 가능성을 생각한다면 결국 소액으로 밖에 못하게 되지 않을까 싶은데요.

은퇴 자금은 장기적으로 우상향을 생각하고 투자를 하고 있는데, 만일 아니라면 우리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요?
100프로 준비는 못해도 6개월 생활비만 준비하면 충분할지, 10년간 생활비를 준비해야 맞을지.
10년간 생활비도 결국 100% 보장을 못하고요.
결국 투자와 투기는 백지 한장 차이가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은퇴시 주식 50%를 가져가라는 이야기와 은퇴시 생활비의 x25를 준비해야 된다는 말을 종합해보면 생활비 x12.5를 채권/현금에 투자하게 되는데요.
12.5년을 버틸 수 있는 금액이거든요. 결국 10년 이상 버틸 돈은 은퇴할 때나 가능하다는 이야기도 되겠습니다.

urii

2021-02-09 14:48:02

일단 제가 투자조언을 할 처지는 아니고요ㅋ 없어져도 되는 돈 만큼 투기하는거야 과감히 해도 문제가 없겠죠. 사실 그게 개인투자자들만이 누릴 수 있는 호사?인거 같고 그런 돈들이 전세계에서 모여들어 지금의 붐을 키우고 있는 거 아닌가 싶어요.

그보다 걱정되는 형태는.. 예를 들어 비상금 저축에 어차피 이자도 안붙으니 주식을 사놓고 필요할 때마다 마진을 당겨서 쓰는게 낫겠다는 분도 여기 어디선가 봤는데, 정말 그랬을때 주식 확 떨어지면 어떻게 될까 생각하면 아찔하기도 하고요. 

grayzone

2021-02-13 06:54:17

오늘도 잘 읽고 갑니다. 결국 업계용어가 무더기로 동원되는 날이 오고야 말았군요 ㅋㅋ 최임은 너무 어려운이슈인데... 미국의 논쟁이 지난 2-3년간 한국에서의 논쟁과 어떻게 다르게 흘러갈지 무지 궁금합니다.

urii

2021-02-13 23:29:19

한국에서는 대통령 힘만으로도 사실상 정할 수 있는 거 같던데, 미국은 그게 아니니 좀 다르긴 하겠죠.

저는 솔직히 그냥 도시/주 단위에서 각자 알아서 하도록 놔두고 다른 문제로 넘어가는게 여러모로 좋을거 같아요. 저번에 한국 들어가보니 집안 어른부터 미용사까지 온 국민이 그 얘기던데 머리가 지끈지끈 하더라고요.

동방불빠이

2021-02-13 14:02:34

훌륭한 게시글 감사드립니다. 늘 정독하며 읽고 있습니다.

urii

2021-02-13 23:30:59

피드백 감사합니다~

urii

2021-02-14 22:40:49

오늘 앉아서 tax table을 쳐다보니 50불씩 잘라놨네요ㅋ 25불씩이라고 알고 있었는데;; 고쳤어요

마일모아

2021-02-14 23:50:25

늘 흥미진진한 글 올려주셔서 항상 재밌게 읽고 있습니다. 오늘 포스팅은 "내가 해봐서 아는데 말이야 ...."는 쉽사리 통하지 않는다 정도로 이해해도 될런지요. 

 

"도시/주 하나하나를 통째로 봐서 탄력성이 어땠는지 나온 수치들은 전국구 자동완성에서는 의미가 별로 없는 거 같아요."

urii

2021-02-16 05:45:11

뜬구름 잡거나 지루한 얘기로 들리지 않으면 다행이죠ㅋ

다 나름의 특수성이 있는 케이스이다보니 사실 일반화하는데 도움이 되려면 각각의 결론 자체보다는 디테일이 중요한 거 같아요. 

밍키

2021-02-15 00:52:21

어떤 공룡 발가락이 코끼리 발가락처럼 생겼다고 해서 (코끼리처럼) 긴 코와 굵은 몸통, 짧은 꼬리를 브라키오사우르스에게 그려주는 격  -> 이 비유 너무 웃겨요 ㅋㅋㅋ 근데 실은 저도 업무에서 이렇게 어거지 forecasting/prediction을 해야 할때가 종종 있어서.... ㅜㅜ

 

 BTW 유리님은 클럽하우스 안하세요? 위에 적어주신 주제들로 클럽하우스 토론하면 아주 재미있을것 같아요!!!! 

urii

2021-02-16 05:53:56

뭔지 알거 같아요. 사실 수치를 뭐라도 계산해줘야 하는 입장에서는 어쩔수 없는 측면이 있죠. 

클럽하우스는 가입도 못했지만, 이름 걸고 하는 소셜미디어 활동은 사정상 제약이 있어서 조용히 눈팅만 해요^^;;

urii

2021-02-17 18:23:16

오늘 지표가 여러개 발표되었는데, 1월 retail 소비 통계가 이례적으로 많이 뛰었어요. https://www.census.gov/retail/marts/www/marts_current.pdf

작년 1월과 대비해서도 7.4% 더 많은 소비가 있었던 셈입니다. 산업생산도 이제 pre-covid 트렌드에 거의 다 복귀했고, 생산자 물가지수 ppi도 예상보다 높았어요 (https://www.federalreserve.gov/releases/g17/current/ ; https://www.bls.gov/news.release/ppi.nr0.htm)

 

고용은 좀 안 좋았기 때문에 역시 정책빨로 해석할 수 있는데요. 자산 가격만 생각하면, 경기가 너무 좋아진다면 반대로 걱정을 조금씩 해야하겠죠.

urii

2021-03-04 19:05:34

지난주 채권 얘기를 좀 써보고 싶었지만, 당장 시간적 여유가 안 되네요;;

오늘 12시반 (ET)에 Chair Powell 브리핑있는데 저번달부터 좀 관심있게 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다들 지켜보는 것은 3월말까지 결론이 나야 하는 대형은행 규제 비율 문제 (SLR=supplementary leverage ratio / Basel III tier 1 capital ratio) 입니다. Fed에서 뭐라고 얘기가 없으면 다들 쳐다보는 분이 있는데 어떤 팟캐스트 오늘자 에피소드에 나오셨어요. https://www.bloomberg.com/podcasts/odd_lots

주식에서 oracle이라 불리던 워렌 버핏 할아버지는 틀리기라도 많이 틀리는데, 08년 위기이후 머니마켓/rates 마켓에서 이 분은 그야말로 수정구슬 보듯이 다 들여다 보고 있어요. 들어보시면 아시겠지만 (저는 지금 듣는 중) 이 분이 쓰는 글도 그렇고 설명은 직관적인데 막상 그 직관을 다 알아듣는 사람 별로 없어요ㅋ

Dan

2021-03-04 21:08:23

좋은 추천 감사합니다. 지금 좀 듣고 있는데 많은 부분이 좀 어렵지만 지금까지 한번도 생각해보지도 못했던 방향에서의 분석이 너무 흥미롭네요. 아마 몇번 더 들어보고 Urii님의 글(혹시 시간되셔서 써주시면)을 보고나면 더 잘 이해할 수 있겠것 같네요. 

urii

2021-03-05 22:14:12

대형은행 상황을 줄줄이 읊는 이유는, treasury 시장은 구조적으로 대형은행들 (primary dealer)의 역할이 결정적이예요. 경매에서 적절한 가격에 재무부 채권을 사다가 Fed나 필요한 사람(주로 기관)들에게 팔기도 하고, 되사기도 하고, 빌려도 주는 Fed 지정 도매상인데, Dodd-Frank / Basel III 이후 규제 제약 때문에 balance sheet을 잘 나눠 써야하는 입장에 들어가 있다보니 이 여건 자체가 treasury market의 유동성에 제약이 될 수 가 있어요. 엄마 다람쥐가 도토리를 물어다가 부지런히 자식들에게 날라줘야 되는데, 도토리를 보관할 볼의 스페이스가 작으면 좀 버겁겠죠. 거기에다 대형은행은 주주들도 깍듯이 챙기거든요.

문제는 하도 금리가 낮다보니 가만히 들고 carry하는 쪽이든 장중단기 만기구조 (yield curve) 갭 또는 선물/현물 갭에 있어서 따먹을 수 있는 relative value를 노리는 헤지펀드나 엄청나게 레버리지를 끼고 포지션을 들어가 있고, 그러다보니 이런 최안전자산 시장에 유동성 문제가 한번씩 불쑥불쑥 터질 수가 있겠죠. 그 에피소드의 결론도 결국은 트렌드 자체도 금리가 오르는 트렌드에 있는데, 터진 것은 기술적이고 산발적인 요인에 의해서이고, slr규제가 어디로 갈지 불확실성이 전체적으로 그림자처럼 드리우고 있는 형국이다. 이 정도 인거 같아요.

재마이

2021-03-05 00:24:32

채권이야기 부탁합니다~ 국채 이율이 오르면 (혹은 더 오를 것이라고 예상되면) 물론 정부는 어려워지겠지만 일반투자자들이 왜 주식을 팔아야 하는지 잘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어차피 국채를 대신 사진 않을 건데요... 그냥 정부가 어려워져서 부양을 못할 거라고 생각해서 경기가 다운된다는 예상인가요?

urii

2021-03-05 21:58:08

다른 모든 변수들이 고정되어 있다면 논리적인 연결고리는 사실 단순해요. 위험보정 수익률이 자산클래스간 결국 맞춰 간다고 치면, 안전자산 (재무부 채권)을 들고 있을 때 미래에 받을 수 있는 이자를 현재가치로 가중평균한 거 (yield)랑 주식을 들고서 미래에 얻을 수 있는 현금흐름을 위험보정해서 가중평균한 거랑 같이 가야 되거든요. 고로 오늘의 주식가격을 미래의 예상 현금흐름들 각각을 무위험 이자율 + 위험보정팩터로 할인시킨 현재가치로 많이 생각하죠. 

재무부 채권 금리가 오르는 데 위험자산 예상 현금흐름과 위험보정팩터가 고정되어 있으면 1) 채권이 상대적으로 매력적이 되어 돈도 움직인다. 2) 기업들의 채무비용이 비싸지므로 신주발행으로 자본조달하는 게 더 매력적이 되어 주당 가치도 희석되기 쉽다.  이런 두 가지 루트로 주식가격을 더 세게 디스카운트하게 됩니다. 이런 디스카운트도 먼 미래일 수록 복리로 적용해야 되기 때문에 예상되는 현금배당 내지 수익이 먼 미래에 몰려있는 'growth' stock들은 예상 실적의 경로가 고정되어 있고 이자만 움직인다면 복리의 힘으로 가격이 더 휘청휘청이기 쉽죠. (더해서 투자/capital expenditure도 많이 해서 더 잠재성을 실현시켜야 되는 기업들이다 보니 자본시장 여건에 그 모델이 민감하게 의존하기도 하고요)

보통은 주식이랑 채권 가격이 반대로 (=주식가격과 채권금리는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는 경우가 많은데, 그건 기업의 미래 예상 실적 (혹은 위험도)이 움직임이 주된 변수가 되어 주식가격을 움직일 때 얘기이겠죠. 좋은 시절에는 채권의 매력도가 덜하게 되니까요. 지금의 주된 변수는.. 통화정책의 예상 경로겠고요.

 

urii

2021-05-06 18:10:56

매주 실업급여 청구 건수(Initial Claims)로 지금 고용상황이 어떤지 맥박을 재게 되는데요. 주당 50만건 레벨을 '노멀'한 범위의 상한으로 저는 생각하고 있는데, 오늘 발표된 지난주 수치가 드디어 그 밑으로 들어왔습니다. 

https://www.bloomberg.com/news/articles/2021-05-06/u-s-jobless-claims-fall-more-than-forecast-to-pandemic-low

 

감염자 수 데이터도 그렇고, 미국은 여러가지 의미로 Covid 극복에 성큼성큼 다가서고 있네요.

마일모아

2021-05-06 18:20:05

슬슬 테이퍼링 가능성을 준비해야 하나요 ㄷ ㄷ ㄷ 

urii

2021-05-06 18:41:22

안그래도 지금 이 시각에도 표면 상으로 드러나는 Fed 보드멤버 간 상황인식의 갭이 커지고 있죠. 인플레이션도 그렇고 잡마켓 상황을 어떤 지표로 어떻게 읽을지부터가 자기 마음대로니까요. 의장 연임 문제도 결정이 나야되는 시점이 멀지 않아서 정치적인 변수 내지 이에 대한 마켓의 민감도가 점점 커질거 같아요.

마일모아

2021-05-06 18:53:01

그렇군요. 수영장에 물이 쫙 빠지면 누가 수영복 안 입고 수영하는지 적나라하게 드러날 것이라 하던데, 어어 하다가 당하는 상황이 올런지 모르겠어요. 

제이유

2021-05-06 18:55:09

ㅋㅋㅋ 적절한 비유 이십니다! 다만, 결과는 이불킥을 넘어 더욱 잔인하겠지요

사과

2021-05-06 21:22:30

진지하게 읽다가 노수영복에서 상상해버렸스요....

urii

2021-05-07 19:20:54

하지만, 오늘 발표된 4월 고용 데이터 (26.6만 일자리 증가) 는 모든 예측들을 무안하게 만드는 낮은 레벨이네요. 컨센서스가 대략 100만 일자리 증가했다는 거였고 높게는 200만!!을 내다본 곳도 있었거든요. 실업률도 되려 올라갔고요. https://www.bls.gov/news.release/empsit.nr0.htm

 

안그래도 최근 narrative는 사람을 뽑으려고 해도 일할 사람을 찾기 힘들다는 쪽으로 흘러가고 있던 터라 그 쪽으로 일단 잠정 해석들을 하지만 구직활동을 하는 사람들 자체는 많아졌기 때문에 정확히 왜 이런 수치가 나왔을지 다들 머리를 싸매고 있는거 같아요ㅋ NYT Econ editor의 코멘트는요 "The only thing clear about today's jobs report is that it is unclear exactly what's happening, other that it's hard to restart an economy." 

 

이 정도면 일단 공식 통계의 산출 방식 상 뭔가 기술적인 요인이 있었을 걸로 먼저 생각해야 되는데 이전 두달 고용수치 모두 아래로 revise된 걸 보면 큰 요인으로만 보기도 어렵고요.

 

코비드로 인해 고용/근로 유형이 확 바뀌어 버렸기 때문에 회복?이 어떻게 이루어지는지도 코비드 이전에 하던 방식으로 보기는 역시 어렵겠구나 생각이 드네요. 엄청난 1099 근로자 군이 생겨났는데, 정작 전문가들이 그간 보던 일자리 수치(nonfarm payroll)는 w2 근로자 기반이고요. w2라고 해도 파트타임으로 더블/트리플 잡을 하던 사람들이 잡 개수를 줄이고 대신 hour를 늘리는 일이 한달간 많이 일어났다면, 통계 특성상 그만큼 잡 카운트는 줄어들거든요. (실제로 일자리 당 평균 근로시간이 이번에 꽤 늘긴 했어요)

 

결론은 올해 내내 경제가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를 놓고 '전문가들'끼리도 의견이 분분할 거 같아요ㅋ

새우튀김

2021-05-20 08:15:27

urii님의 글은 꼭 두 세번씩 곱씹어보며 읽게 되는 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그런데 암호화폐 계좌 강제 청산은... 좀 무서운 이야기네요. 개인 retail investor들이 열심히 땡겨썼던 걸까요? 아니면 기관들이?

urii

2021-05-20 16:20:26

개인 투자자 계좌들이겠죠. 저도 잘 모르지만 미국외에서는 20x-125x 레버리지도 낄 수 있고 많이들 그렇게 했나봐요. 125x면 복권 사는 느낌으로 넣을 수는 있겠네요. 기관이라면 이제 암호화폐에서의 폭락이 다른 금융시장에까지 영향을 주는 걸 걱정해야 되는데 큰 탈없이 지나간 거 같죠?

남쪽

2021-05-20 08:25:47

Bill Hwang 얘기는 영화로 나올 수 있지 않을까요?

urii

2021-05-20 16:22:03

그렇다면 어떻게 결말이 날지 궁금하네요.

마일모아

2021-05-20 09:38:27

위험 관리가 역시 가장 중요하네요. 심도 깊은 분석 감사드립니다. 

urii

2021-05-20 16:30:20

rabbit%20(33).gif별말씀을요^^

바닷가비행기

2021-05-20 17:17:42

업데이트 감사합니다. 요즘에는 무언가 경제적인 큰 사건들이 터지면 urii 님의 글을 살짝 기대하기도 합니다. (절대 부담 가지시면 안되요)

항상 정성이 담긴 글 너무 잘 읽고 있습니다.

urii

2021-05-20 19:25:36

저도 욕심 같아서는 뭐 있을 때마다 시의적절한 아는 척을 바로 하고 싶은데ㅋㅋ 쓸 말이 많은 이슈가 생기면 글로 정리할 시간이 없어 보류하고, 정작 시간이 생겼을 때는 별로 (영양가 있는) 아는 척할 거리가 없네요. 인플레이션은 반짝하고 끝날 문제가 아닌 거 같으니 한번 더 다루어 보고 싶어요.

밍키

2021-05-20 17:45:57

오늘의 의혹성 가십 너무 재밌는데요!  GS는 어떻게 알고 빛의 속도로 빠져나왔을까....^^

urii

2021-05-20 19:38:03

윤리적 문제가 없었다고 치면, 결정권을 가진 사람들의 경험 차이일 수도 있고 조직의 체질 내지 의사결정 방식 차이일 수도 있을거 같아요. 07년에도 먼저 스피드있게 움직여서 나중에 욕은 먹었어도 일단 살아으니까요.

단거중독

2021-05-20 18:13:33

urii 님 글보고 많이 배웁니다.. 감사합니다..   사람의 욕심의 끝은 어디인가..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됩니다..

urii

2021-05-20 19:44:30

그러고보니 쓰신 말씀과 닉네임이 묘하게 겹치네요ㅋ

KoreanBard

2021-05-20 18:21:23

어려운 내용을 잘 풀어주어 설명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에스컬레이터 비유는 기가 막히네요 ^_^

 

제 성격이 느긋하고 무던해서 그런지

실제로도 에스컬레이터에 몸 맞기고 슬슬 올라가구요.

투자 역시 펀드에만 묻어 놓고 세월아 네월아 하고 있습니다.

 

가포 (가쉽 포인트) 시리즈 계속 기대하고 있겠습니다. ^_^

urii

2021-05-20 19:48:16

마모에서 펀드하면 딱 생각나는 분이신데 역시 투자스타일도 일관되시네요. 칭찬 감사합니다.

스시러버

2021-05-23 01:10:10

정말 구독료 받으셔야겠어요... ^.^;

골드만 삭스가 재빨리 움직여서 칭찬받는다라고 이해하고 있었는데, 그 내막은 Conflict of Interests 가 깔려 있었군요.. 당국은 막상 어떤 조치를 취할지.. 의문스럽긴 하네요...

urii

2021-05-23 17:51:49

아마 증명하기 어려울 거예요^^ 유독 월스트릿이 직원들을 오피스로 컴백시키려고 하는 이유 중에 하나가 이런 것도 있겠죠.

grayzone

2021-05-23 18:02:31

아 이런 측면도 있겠군요. 

단거중독

2021-06-08 00:17:31

와.  오늘도 많이 배웁니다.  요즘 모든게 올라서 나만 벼락거지가 되는걸까 걱정이네요.   우리집도 오르고 내 주식도 올랐는데.   남의 떡이 너무 커보이네요.  욕심을 버려야 되는데 쉽지 않아요.  좋은 글 너무 감사합니다.  

urii

2021-06-08 04:48:17

엄친아 한명의 존재가 엄마 주변 사람 자식들 수십명, 수백명의 기를 죽이는 것 같은 이치로, 체감하는 벼락부자 숫자도 좀 뻥튀기되고 있진 않을까요?ㅋ

도코

2021-06-08 00:50:09

차분하게 앉아서 오랜만에 업뎃하신 글 읽어내려가다가 뿜었습니다.. ; ; (예리하신 추측에 동공확장은 덤으로...) 다시 차분해지면 제대로 읽어내려갈게요. ㅎㅎ 감사합니다.

urii

2021-06-08 04:49:33

언급을 언짢게 받아들이시지는 않으셨던 거 같아 다행입니다^^

멜로지오

2021-06-08 00:57:18

삼순희?ㅋㅋ 이쯤되면 urii 님이 업데이트해주실것을 강력히 믿고 글 기다리고 있었슴다. 저도 인플레가 가장 큰 화두여서 더이상 주식에 돈을 넣지않고 기다리고 있는데요. 10번을 읽으면서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어떤 자산에 넣을지 저도 고민하고 있거든요. 특히 제롬 파월의장이 인플레는 일시적이라고 못박아서 조금 더 고민해야될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urii

2021-06-08 04:54:40

다들 인플레를 대비해서 하던 저축/투자 계속 열심히 한다면, 소비는 누가 그렇게 많이 할 것이고 소비물가는 누가 계속 끌어올릴 것인지의 딜레마가 있는 거 같아요.

남쪽

2021-06-08 01:20:29

은퇴계좌에서 인덱스 투자 하는거 빼고는, 소규모로 부동산 임대를 하고 있어서, 렌트 동향을 지켜 보고 있는데, 작년에 비해서, 렌트가 10% 이상 올라가고, 우선 렌트 자체가 별로 없어 보여요. 이게 계속 올라 갈껀지, 아니면, 올해만 이러고, 조금 내려 갈껀지는 모르겠는데, 사실은 아무도 모르겠죠. 글 정말 감사합니다!

urii

2021-06-08 05:01:04

집 렌트를 주고 계신거죠? 워낙 지역마다 다를거고 제한된 지식으로 뭘 안다 얘길 못드리는데, 연관된 아는 척만 하나 하면, investment home 구입 비중이 전국적으로 계속 늘어왔어요. 저금리+렌트 수요에 대한 낙관적 전망이 있었기 때문에 그랬겠지만, (경쟁이 느는) 랜드로드 입장에서든 모기지 투자자 입장에서든 위험이 조금 늘고 있는 것은 맞겠죠.

Polaris

2021-06-08 04:26:57

좋은 글 항상 감사히 읽고 있습니다.

 

임금상승이 인플레를 유발하려면 productivity의 상승보다 높아야 하는데, 이에 대한 커버리지가 아쉽습니다. 데이터를 찾기도 좀 힘든 것 같구요.

 

Screen Shot 2021-06-07 at 8.20.51 PM.png

 

 

urii

2021-06-08 05:23:30

인풋 감사합니다. 제가 생각하는 일반적인? 프레임웍에서는 labor productivity는 인플레이션에 큰 역할이 없었거든요. (물론 실제 관계가 그렇다고 단정할 수는 없겠죠) 그걸 좀 풀어보면요. 

생산성을 고정시키고선 임금결정력도, 가격결정력도 없는 (=치열한 경쟁시장 속에 있는) 비즈니스의 임금책정을 생각하면 임금과 가격의 대응관계가 1대1 그것도 정확한 비례관계이긴 해요. 가져오신 그래프처럼 물가를 보정한 'real' wage와 'real' productivity를 나란히 견주는 이유는 사실 그 때문에 물가요인을 우선 상쇄시키고 보면 남는 임금결정요인이 (경쟁시장에서는) 노동생산성밖에 없어야 되기 때문이죠. 임금이 생산성보다 더디 오르는 것은 어찌보면 노동시장에서 노동자 마켓파워가 (고용주 대비) 약해져왔다는 한가지 신호고요.

모두가 미약하게나마 마켓파워가 있는 것이 현실이다보니, 임금수준이 전반적으로 올랐는데 물가가 그만큼 오르지 않는 상황은 생산성보다도 마켓파워의 무게추가 기울어서 고용주가 어느 정도 임금 상승분을 수익에서 흡수한다고 이해할 수 있는 거 같아요. 또다른 가능성은 인과관계를 뒤집어서 임금이 전반적으로 오른 이유가 바로 생산성이 올랐기 때문이라면, 물가상승으로 꼭 귀결되리라는 법은 없겠죠.

Polaris

2021-06-08 20:39:27

상세한 설명 감사합니다. 뉴스미디어에서 유리님처럼 다양한 시각을 커버 해 줬으면 좋겠습니다. 즐거운 하루 보내세요^^ 

Alpha

2021-06-08 05:50:58

업데이트 감사합니다. 지적해 주셨듯이 지금의 인플레는 현재까지 모습만 봤을때는 다분히 base effect와 공급망 충격때문에 생기는 일시적인 현상이라고 보여지고요. 그래서 팬데믹이 장기적으로 이어져 온 disinflation 트렌드를 되돌리기에는 역부족일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만약 우리가 아직 모르는 새로운 세상이 펼쳐져서 총수요부족을 해결할만한 구조적인 인플레가 온다면 오히려 반길만한(?) 일이 아닌가 싶어요. 아마 그럴 일은 없겠죠 ㅎ

urii

2021-06-08 06:54:35

제 생각과 같으시네요. 물론 인플레이션 우려 목소리가 큰 사람들 중에 전통적인 귀금속파와 암호화페파들도 있지만, 권위있는 아카데믹 내지 전문가 분들도 상당히 많은데 거의 공통적으로 박사학위 내지 커리어 시작을 70년대-80년대 초에 하셨던 분들이죠. 

반대로 얘기하면 그 이후 세대들이 인플레이션을 안 겪어봤기 때문에 모른다 할 수도 있긴 하네요

외로운물개

2021-06-08 05:57:36

와우...

이거 논문 한편 인데요....

대단 하시네요...

urii

2021-06-08 06:55:17

칭찬 감사합니다^^

urii

2021-06-10 18:16:00

5월 cpi가 오늘 아침 나왔는데 작년 5월 대비 5.0% 올라서 08년 이후 최고치를 경신했습니다.  https://www.bls.gov/news.release/archives/cpi_06102021.htm median forecast를 보통 4.7%라고 잡았지만, 5% 이상도 얘기가 많이 나왔죠. 본문에서 언급한 base effect의 문제라 이 퍼센트 자체는 큰 의미가 없고 (8월 발표되는) 7월치부터는 좀 내려가다가 연말에 또 올라갈 것이 (2020년 베이스 때문에) 예정된 수순입니다. 

마켓 가격은 채권이고 주식이고 가뿐히 무시해주는 거 같지만, 인플레이션을 걱정하는 목소리에는 볼륨이 더 실리겠죠. 

 

grayzone

2021-06-18 17:38:47

드릴 게 댓글뿐이네요 ㅠㅠ

urii

2021-06-19 05:01:22

그렇게 얘기하시니 털어서 뭐라도 받아내야 될 거 같은 기분이 갑자기 드네요ㅋ

마일모아

2021-06-18 18:01:01

돈이 많아도 갈 곳이 없어서 쌓여만 있는 상황이군요. 금은을 비롯한 commodities가 폭등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었는데, 오히려 확 빠지는 것 보면 큰 손들은 보는게 다른가 봐요. 

 

항상 좋은 분석 감사드립니다. 

urii

2021-06-19 05:13:04

귀금속은 FOMC 끝나고 정말 갑자기 내려가던데 왜 그러는지 도통 저는 모르는 세계예요^^;;

마일모아

2021-06-19 05:21:41

그러게 말이에요. 

rondine

2021-06-18 19:39:39

현금은 쌓여(?)지는데 그걸 가지고 앞으로 뭘 할 건가,가 요즘 많은 사람들에게 화두인 것 같습니다. 잘 읽었습니다.

urii

2021-06-19 05:35:59

저희 뒷집은 백야드에 멀쩡한 농구코트를 밀더니 pickleball 코트를 만들고, 옆집은 백야드에 나무를 잘라내고 콘크리트를 깔더니 점보사이즈 전자동 개폐식 swim spa를 올리더라고요.. 

땅부자

2021-06-18 20:49:41

좋은 글 잘읽고 있습니다. 은행에 쌓인 돈을 어찌하나가 문제라니 나에게 달라!!!  그걸 어찌 풀어나갈까 정말 고민이겠네요. 그게 또 어찌 가정경제에 영향을 미칠지도 문제겠고요. 

urii

2021-06-19 05:40:45

마모인으로서는 열심히 카드를 긁어서 보너스도 챙겨가줘야겠어요. 48개월 보너스 룰 5/24 등등 규제?만 아니면 저도 체이스 두발 벗고 나서서 도와줄 텐데요.

스시러버

2021-06-21 17:42:29

체이스도 웃긴게 위험은 아예 take할 마음도 없는거 같아요. 홈에퀴티 론은 아예 신청도 못하게 하더라구요

urii

2021-06-21 19:16:29

heloc은 아마 초대형은행들이 다 비슷한 상황일거예요. 수익에 비해서 "regulatory-" 내지 "balance sheet cost"가 크거든요. 혈당 수치를 수시로 모니터/관리받는데 식사를 하긴해야 된다면 아주 sugar-free (안전자산)만 먹거나, 같은 당도라면 아주 맛있는 것(위험대비 고수익 자산, 주로 commercial and industrial)만 고르고 골라서 먹겠죠. 

스시러버

2021-06-21 22:29:22

자세한 설명 항상 감사드리고 있습니다...

urii

2021-06-23 21:34:37

관심있는 분이 많진 않겠지만 그래도 남길게요. 2020년 11월 20일 업데이트 분에 FHFA 디렉터 얘길 했었는데, 오늘 대법원 판결이 나면서 곧 교체될 전망입니다. https://www.politico.com/news/2021/06/23/supreme-court-biden-fannie-mae-freddie-mac-housing-495673

마일모아

2021-08-28 09:21:24

잭슨홀 기사 보면서 urii님의 고견이 궁금했었는데 이렇게 업데이트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The Fed is stuck 이라는 말 들이 있던데 오늘 글 보면서 문뜩 생각이 나는군요. 

 

감사합니다. 

urii

2021-08-29 00:23:58

존재감이 크면 그만큼 자리 뜨기도 쉽지 않죠^^ 아프간 상황도 사실 그렇고요.

spinatus

2021-08-28 16:57:05

업데이트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urii

2021-08-29 00:26:10

여름이 통으로 업뎃없이 지나갈 뻔했네요;;

국궁

2021-08-28 17:08:33

여기저기서 분석 얘길 들었지만, 아이의 땡깡에 비유한 새로운 시각 감사합니다.

urii

2021-08-29 00:27:59

땡깡!! 이 단어가 안 떠올라서 머릿속에서 더듬거리다 끝내 찾지 못했네요ㅋ

urii

2021-09-03 19:25:19

4월에 이어 또다시 예상을 뒤엎는 낮은 고용 (개선) 통계가 오늘 발표되었어요. 컨센서스 예상치의 1/3 정도입니다.

https://www.bls.gov/news.release/archives/empsit_09032021.htm

https://www.bloomberg.com/news/articles/2021-09-03/u-s-jobs-post-slowest-gain-in-seven-months-amid-delta-spread

 

2020년 초의 고용 피크 레벨을 비교점으로 잡으면 아직 5백만 일자리 정도가 비어서 고지 회복까지 갈 길이 먼데요. 대체로 예상하기는 가을부터해서 고용 및 경제활동 회복이 꾸준히 완만해지지 않을까 하는 거였는데, 혹여나 이미 여름부터 이렇게 확 꺾여 버린거였다면 많이 곤란합니다. Delta variant의 여파라는 해석이 가장 일차적으로 나오는데, 사실 코비드 이후로 month-to-month 변동을 계절조정(seasonally adjust)해서 보는데에 기술적인 한계 및 왜곡 요소가 상당히 크다는 걸 생각해야 되는 거 같아요. 여름 시즌에만 있는 일자리, 여름시즌에만 쉬는 일자리들이 상당하다보니 그 패턴을 보정시켜 주게 되는데 예년의 패턴이 2020/2021년에 들어맞지 않다보니 어디까지가 시즌성인지 도통 알수가 없거든요.

이런 기술적 애로사항이 많이 작용했다면 반대로 가을에 가서 (역시 기술적 요인으로) 뛸 수도 있어요. 결론은 Fed가 되었던 개인투자자가 되었던 경제상황에 대해 data-driven 의사결정을 하기에는 데이터에 의심해 볼 요인이 너무 많은 시기예요. 반복해 얘기하게 되는 테마인데 데이터가 가장 고픈 시기에 오히려 데이터를 읽기가 힘들어지는 아이러니가 있죠;;

남쪽

2021-09-30 07:27:45

고차방정식을 풀면 답이 여러개 나오는데, 그걸 또 다들 두려워 하는 느낌 입니다. 덧셈 뺄셈만 하던 애들이 인수분해를 해서, 고차방정식을 풀려니, 하는 사람도 힘들고, 보는 사람도 답답 하네요.

urii

2021-10-01 02:42:59

연립방정식에 등식이 많아지면 질수록 솔루션 자체가 존재 안하기 쉽죠ㅋ 

마일모아

2021-09-30 09:04:12

중요한 업데이트 감사드립니다. 정말 쫄깃한 목요일, 그리고 10월 첫 주가 될 것 같습니다. 부디 무사히 지나가길 바랄 뿐이네요. ㄷ ㄷ ㄷ 

urii

2021-10-01 19:00:52

네 책갈피 기능도 해결방법을 찾으신 것 같아서 한번 써봤어요. 감사합니다.

마일모아

2021-10-01 20:06:02

책갈피 기능은 보안 문제가 있어서 일반 사용자들은 사용이 안되게 되어 있더라구요. 책갈피 생성시에 user_content_ 라는 prefix를 포함해서 책갈피 이름을 설정해 주시면 이제 문제 없이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늘 감사드려요!

 

flag1.png

 

urii

2021-10-01 20:13:51

짜잔! https://www.milemoa.com/bbs/7380152

rabbit%20(10).gif

마일모아

2021-10-01 20:53:03

어우, 좋네요. "목차로 돌아가기"도 있어서 더욱 좋습니다. 감사합니다. 

스리라차

2021-09-30 20:03:53

매번 글 잘 읽고 있습니다. 매일 하루하루가 쫄깃 하네요. ^^

urii

2021-10-01 19:08:00

어느 쪽으로든 준비액션을 실행에 옮길 과감성이 없는 (저같은) 개인 입장에서는 관심을 두지 않는 것도 방법인거 같아요. (글은 글대로 써놓고 좀 무안하긴 하네요)

살려는드릴께

2021-09-30 21:41:46

늘 통찰력 깊은 글 잘 보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

urii

2021-10-01 19:08:30

피드백 감사합니다!

KoreanBard

2021-10-01 19:12:10

매도 맞기 전에가 제일 무섭고, 롤러 코스터도 낙하하기 전에 슬슬 올라갈 때가 가장 긴장되는 것 처럼 여러가지 쌓여 있는 문제들이 해결되지 않은 시점이라 주식 시장도 투자자들도 불안하고 그런거 같아요. 한 번쯤은 차트, 경제 뉴스에서 눈을 떼고 머리 식히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양질의 글 항상 감사합니다. 이번 편도 잘 읽었습니다 ^_^

urii

2021-10-04 19:04:02

KB님 코멘트를 지금 봤네요. 머리 식힐 텀을 위해 띄엄띄엄 업데이트하고 있습니다^^;; 

urii

2021-12-20 05:34:14

3달 끌고 와장창.. 인가 싶네요^^;;

마일모아

2021-12-20 05:37:01

ㅠㅠ

urii

2022-01-21 23:08:47

별다른 건 아니고 틈이 난 김에 목차를 달았습니다ㅋ 오랜만에 스스로 읽어보니 느낌은 생경한데 막 달라진 게 없네요.

단거중독

2022-01-21 23:32:02

가끔 스크랩해 둔 유리님 글을 보는데.. 다 이해를 못 하지만.. 볼때 마다 새로운 걸 배웁니다.. 세상은 넓고 배울 스승은 많은 것 같습니다..

urii

2022-01-22 19:25:24

스승이라기에는 황송하지만 저도 동감해요^^ 인터넷 때문에 버리는 시간도 많긴 한데,  새로 배우는 게 참 많아요.

urii

2022-05-15 22:13:48

그동안 여러 일로 바빠서 업데잇이 없었습니다;; 근 몇 주는 한국에 있었는데 금융시장도 그렇고 여러 일이 있었네요. 조만간 새 쓰레드를 열어서 이어가볼까 해요.

땅부자

2022-05-15 23:50:49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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