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大) 전기차 시대에 고민고민해서 PHEV 산 이야기 (1) 저에겐 지금이 가스차를 팔 타이밍이었습니다.

음악축제 2023.07.17 06:03:43

목차

1. 저에겐 지금이 가스차를 팔 타이밍이었습니다. 

2. Hybrid vs PHEV vs Pure EV: 2023년 시점에서 보는.

3. 시세가 저렴한 (under $30K) PHEV 차종별 간단한(?) 비교

4. 제가 선택한 차와 이유, pros and cons

5. 중고 PHEV 구매시 체크 포인트

 

6. 향후 시장에 대한 전망

 

(disclaimer: 예전 글에서 반복했던 내용들이 있습니다만, decision making process를 돌아보기 위해 시계열의 방향으로 적어봅니다.)

 

#dialogue

???: 전기차의 시대가 오겠어요?

!!!: 아, 오지요. 100% 오지요. 그거는 반드시 올 수밖에 없죠.

???: 그런데 그런 시대가 되면, 내차는 똥값이 되어서 나는 전기차를 못살것 같아요.

(존경하는 두 분의 대화를 오마쥬해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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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곳, 생활 패턴, 소득수준, 평균 1회 주행거리 등 다양한 factor에 영향을 받겠지만, 언젠가 전기차가 주류가 되리라는 것에 대해 저는 제법 강한 확신을 갖고 있었습니다.

22년 5월~9월 중고차 가격이 정점을 찍을 때, '자산'의 관점에서 지금 이 차를 팔면 돈을 벌 수 있다는 그것이 저를 강하게 유혹했지요. 한창 peak일 때, 1년탄 차가 새차 가격보다 25% 정도를 더 받을만큼 중고차 시장이 미쳤었으니까요.

 

그저 '현 시점의 탈 것'의 관점에서 차를 바라보던 우리 P2에게 제가 '차를 팔까'를 물어볼 때 저희의 대화 패턴은 항상 동일했습니다.

저: "지금 시장 가격이 미쳤을 때 처분하고, 가격이 안정될 때까지 조금만 버티면 우리는 이 돈으로 더 좋은 차를 가질 수 있다." (자산의 관점)

와이프: "병원도 가야되고 공항도 가야되고 H Mart도 가야되고 휴가도 가야되고 장거리 탈일이 많은데 (TMI: 저희는 rural area에 삽니다), 다른 차 값도 어차피 올랐는데 팔면 손해 아님? 집에 있는 차가 25만 마일이나 탔는데 그런 차에 내 생명 맡기고 싶지 않음. 팔고 바로 더 믿을만한 다른 차 사올거 아니면 말도 꺼내지 마셈" (reliable한 탈 것의 관점)

 

저는 지금 팔고 조금만, 적어도 한 6개월만 버티면 이 돈으로 그럴듯한 전기차도 살 수 있다고 여러번 설득을 시도했는데 안 통하더라구요. 불안한건 딱 질색이라고.

 

그리고, 어찌 타이밍이 그리 맞았는지, 이 글(https://www.milemoa.com/bbs/board/9533781)을 올린 작년 9월말을 기점으로 모든 차량 가격은 급전직하하기 시작했습니다.

비주류 브랜드인 VW의 차를 산 죄로, 시세 하락의 강풍을 맨 앞에서 맞아야 했던 제 차는 이미 팔면 돌이킬 수 없는 손해를 보는 형국이 되어 저는 기회를 다시 못 얻을 것으로 알았습니다.

 

그러나 1) 테슬라가 모델3를 필두로 가격 인하를 여러번에 걸쳐 단행하면서, 일반 가스차가 감히 범접할 수 없는 속도로 전기차들의 중고차 가격이 하락하기 시작했고, 2) 2023년 4월, 즉 택스 리턴일을 기점으로 down payment를 장착한 이들의 행렬이 중고차값을 다시 밀어올리기 시작하면서 그 경향이 7월초까지 지속되었습니다. 마침 테슬라는 재고차량을 중심으로 3천불 가량의 추가 할인을 단행했고 그것은 또 중고차 시세에 반영, 저는 어쩌면 마지막이라 할 기회를 다시 얻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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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프 읽기: 테슬라 모델 3를 기준으로 22년 7월 말 정점을 찍은 중고가격이 하락하기 시작하는데, Index 지표는 (그래프상 완만해서 잘 보이지 않지만) 9월 말쯤에 하락을 시작합니다. 물론 팬데믹 이전의 중고차가격의 흐름을 '정상'으로 논하는 것이 무의미하다고 볼 수도 있겠으나, 22년 9월 정점을 찍고 하락하기 시작한 중고차의 가격을 살펴보면, 곧 이 시장도 정상을 향해 가겠구나 하는 것을 짐작해볼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2023년 4월~ 7월 시점에서 중고차 가격 index는 반등을 시작하지만, 테슬라 모델3의 value는 지속적으로 하락하는 디커플링을 관찰할 수 있습니다. 저는 이 시점을 저의 마지막 기회로 포착했습니다. 출처: Cargurus Trend )

 

car_depreciation.jpg

(그래프 출처: https://retireby40.org/dont-pay-depreciation/ )

그래프 읽기 2: 제 차가 세전 가격(MSRP-할인+freight fee+dealer processing) 해서 대충 $26k 정도를 줬는데요, 대충 위의 그래프에 비교해서 보자면 2년 정도 탄 차량의 가격은 $15k~17k 사이에 위치해 있어야 하겠죠. 차량 매각을 결정하던 시점, 제 차의 2년된 트레이드인 가격은 구입비의 약 90% 정도에 위치해 있었습니다. 딜러마진을 생각하면, depreciation이 여전히 거의 없던 것을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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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여간 자산의 관점에서 지금이 차를 팔 (아마도 마지막) 타이밍이라는 것은 분명해 보였는데, 탈 것의 관점에서 '당장 탈만한 것을 내놓으라'는 와이프의 요구도 무시할 수가 없지요. ICE 차량을 팔아 다른 ICE 차량으로 가는 것은 적절하지 않았으나, 여전히 가격하락을 지속하고 있던 전기차라면 한번 달려볼만하겠다. 그것의 저의 판단이었습니다. 전기차의 디밸류가 워낙 커서, 23k 정도로도 생각보다 다양한 중장거리 전기차의 고급형 모델(예를 들어 Nissan Leaf SL Plus 트림, Bolt EV Premier 트림 등) 을 구매할 수 있다는 것이 차를 팔겠다는 의지를 불러일으켰지요. 마침 가족이 장거리를 이동하는 도중 차가 문제를 일으킬 징후(cv axle에서 올라오는 잡소리)를 보이는 바람에, 일단 차값 더 떨어지기 전에 차를 팔고, 적당한 차로 옮기자는 것으로 와이프를 설득하는데 성공했습니다.

 

To make a long story short, 카바나에 7월 8일 차량을 팔았을 때 저는 $24,800을 받았습니다. (관련 글: https://www.milemoa.com/bbs/board/10239082 )

7월 첫주에 견적 냈을 때, kbb trade-in value는 22.2k, 카맥스는 23.4k, 카바나는 24.8k.. 여담으로 이때 개인거래 value는 25.3k 였습니다.

그리고 차 판지 8일이 지났네요. 심심해서 kbb 밸류 다시한번 찍어봤습니다.

kbb value.jpg

 

오늘자 kbb trade-in value는 21.5k, 개인거래 밸류는 24.5k 입니다. 1주일 차이로 각각 700, 800불 내렸습니다.

어쨌든 잘 팔았다고 자부해봅니다.. 최상의 계획이 개인한테 잘 팔고, 딜러한테 Cargurus Great Value로 가져오는 거였는데, 거의 개인거래 가격에 팔았으니까요. 카바나에게 약간의 손해를 끼친 것 같아 미안한 마음도 있지만, 워낙 volume으로 달리는 회사니까 저한테 얹어준 푼돈으로 회사가 망하진 않겠죠 설마...^^;

 

현금을 장전했으니 차를 사는 이야기가 남았습니다.

다음 글에 차 구하는 이야기로 뵙겠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