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 잡담] 왜 사느냐...

쿨대디 2014.09.23 08:06:04

완전한 잡담입니다.


대학교 1학년 때 선배들한테 많이 던졌던 질문입니다.

왜 사느냐...

철학과 종교가 많은 답을 주긴하지만 저에겐 여전히 추상적으로 들립니다.


한국에 있을 때는 큰 물에서 공부를 더 깊게 해보기 위해서 미쿡으로 왔고 (유학만 가면 뭔가 보일 줄 알았고)

미쿡에 와서는 원하던 공부와 방향이 달라 전공을 바꾸어 보았고 (원하는 대로 전공만 바꾸면 또 뭔가 보일 줄 알았고)

전공을 바꾸니 학교에서 지내는 기간이 길어지는 것이 너무 답답해 서둘러 졸업하고 취직했고 (취직만 하면 또 뭔가 달라질 줄 알았고)

취직하니 뭔가 틀에 갖힌 것 같아 답답했으나 신분문제 때문에 어쩔 도리가 없었고 (영주권만 받으면 많은 길이 열릴 줄 알았고)

영주권을 받고 신분문제가 해결되니... 

이제 정말 온전한 나의 선택을 할 수가 있을 것 같으나... 

변화와 모험, 실패가 두려워 그 자리에 그대로 있네요.


한국에 있을 때는 사회구조의 문제에 관심이 많았으나

미쿡에 nonresident alien이라는 이상한 어감의 계급으로 10여년을 살면서 약간의 피해의식을 갖게 되서인지

아니면 한국의 사회구조 문제가 더 시급하다고 생각되어서 인지

길에서 구걸하는 사람들에게는 냉소의 시선만 보내게 되고요.


페북에서 한국의 여러가지 문제를 비판하는 포스팅에 "좋아요"를 누르고 개념인척 보이고는 있으나

막상 평소에는 봉급 더 많이 주는 회사 없나 잡사이트를 뒤지고 있고

항상 생활에 쪼들리고... 각종 딜 정보에 잔머리/잔계산 기술만 늘어가고...

마일모아 덕분에 반공짜여행은 많이 다녀도 때로는 이렇게 다녀서 뭐에 쓰나라는 생각도 듭니다.


뭔가를 배워보겠다고 Coursera 등록해도 3주를 못 넘기고 그냥 덮어놓네요.


계속 이렇게 살아야할지 고민이네요.

세상에 뭔가 도움이 되고 기여를 하고 작은 족적이라도 남기고 싶었는데...

애 크는 거 보는 소소한 재미만 느끼면서

귀차니즘과 매너리즘에 빠져서 갖혀서... 그냥 오늘도 이렇게 살아갑니다.


등짝 스파이크 한 대씩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