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 가끔 제가 올리는 여행기를 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저는 여행 준비를 절대로 하지 않습니다.
한 10년전까지는 했는데 그 이후로는... 부모님과 가는 것 빼고는 (심지어 요새는 부모님과 함께 가도...) 준비를 안해요.
그냥 시간 맞고 경비 되고 그러면 그냥 아무데나 가서 열심히 놀다 오는 걸로 삽니다.
헌데 요 며칠 계속 머리에서 어디를 꼭 가야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지금까지 잘 먹고 잘 살았는데 이런 일을 꼭 한 번은 해야하는 건 아닌가...
너무 과장된 말이긴 하지만, 일종의 소명이 느껴졌습니다.
그리고 그곳을 가기위해서는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루에 두어시간 정도를 쪼개서 공부도 하고 여행준비라는 것도 해봅니다.
조금 위험하고 고생도 많을 것 같긴 한데, 꼭 가야겠다는 생각이
준비를 하면 할수록 더 드는 겁니다.
4월에 가겠다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이런저런 경비가 아주 많이 들 여행입니다.
좀 위험할 수도 있어 3월에 실직자가 되는,
저보다 좀더 험악하게 생긴 친구도 같이 가자 섭외했습니다.
경비를 어떻게 마련할까 생각하다가,
제 페이스북에다가 펀드레이징 글을 올리기로 했습니다.
컨셉은 무례한 펀드레이징입니다.
요약하자면, 나는 굉장히 중요한 여행을 떠날 것이다.
근데 무엇인지 말은 하지 않을 것이다.
그 여행을 지지하고 싶은 사람은 돈을 내라.
후원자 예우같은 거 바라지 마라. 그런 거 없다. 그런 거 소소한 갑질이다. 뭐 대단한 돈 후원한다고...
글을 쓸 건데 하루이틀 빨리 읽을 수 있게는 해주겠고
후원 약속하면 무슨 프로젝트인지 키워드 정도는 알려주는 정도이다.
별 성과가 없으면 다 토해낼 것이다.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이야기가 듣고 싶은 사람만 신청하라.
내가 생각한 경비 200만원 정도가 채워지면 더 받지도 않을 거다.
안모아지면 그까지꺼 누나 카드 긁는다. 어려서부터 맞았는데 더 맞는다고 달라질 건 없다.
댓글로 액수 남겨라...라고 했더니...
아이고.. 세상에서 이런 싸가지 없고 무례한 펀드레이징 처음 본다..
내용도 안가르쳐주고 결과물을 언제 보여준다는 것도 없이
이게 삥이냐 펀드레이징이냐...
살다살다 후원금액까지 다 공개로 가니 이거 은근 경쟁 붙는다...
오만원 내고 싶었는데 누가 오만원 내서 나 십만원 지른 거다...
아주 카톡에 불이 붙었네요...ㅎㅎ
댓글로는 다들 정중히 달고;;
어쨌든 두어시간 지났는데 백만원 정도 모인 것 같습니다!
하루 지켜봐야죠 ㅎㅎ
백수인 친구들은 만원도 후원하고
평생 어디다 후원이란 걸 해본 적 없는 친구는 이십만원도 후원하고...
액수가 많든 적든 지켜보는 것도 재밌네요 ㅎ
비용 걱정 살짝 뒤로 해두고 비행기표도 사고 숙소도 예약하고,
공부도 철저히 하고, 현지에서 탐사할 것들도 제대로 짜야겠습니다.
최대 1주일 정도로 할 것이고 현지 통역도 필요한 일이라서 최대한 잘 준비를 해야해요.
아마 다녀오고 나서 글이 정리되면,
제 사적인 공간뿐만 아니라 언론사에도 줄까 생각 중이에요.
아직 어떤 일인지를 밝힐 순 없고,
그 여행기를 이곳에다가도 올릴지는 아직 잘 모르겠지만...
어떤 결심이 서면 최대한 소문을 내서
자기가 나태해지고 힘빠질 때 그 책임감으로라도 추동시켜야 한다는
스승의 그 말이 생각나길래
이곳에다도 일종의 선언(?)을 해봅니다.
제가 가장 믿고 이런저런 얘기를 많이 하는 온라인 커뮤니티니까요.
뭐 어쨌든, 독한 마음 절반 설래는 마음 절반으로
단단히 여행 준비 해볼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