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레의 집에서 아파트 회사 상대로 결국 풀 리펀드 받아냈습니다.

sonics 2016.01.25 09:45:48

일단 여러모로 도와주시고 수많은 댓글과 쪽지들로 응원해주시고 조언들 보내주신 말모아 여러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제가 보답해 드릴건 마땅치 않고, 혹 여행가게 되면 여행 후기는 꼭 쓰겠습니다. 좋은 생활정보도 이곳에 공유할게요. 


저희는 현재 에어비엔비 좋은 곳을 구해서 거기서 지내고 있고, 이삿짐 일부는 사무실에 놓고, 일부는 차에 그냥 넣고 다닙니다. 완전 맘에 들지는 않지만 그럭저럭 괜찮은 아파트도 찾았습니다. 사실 좀 더 집을 보고 싶기는 한데, 언제까지 이렇게 호텔생활 할 수는 없기에, 그냥 그곳을 금주내로 계약할 것 같습니다. 이번에는 방문하는 아파트마다 두세번씩 방문해서 체크해 보았고, 창문틈과 카펫과 벽 틈은 물론, 화장실 및 키친 캐비넷과 서랍 등등 열수 있는건 모두 열어보고 구석까지 손가락으로 찍어봤습니다. 베란다와 보일러실, 냉장고와 디시워셔도 물론이구요. 그리고 밤에 몰래 다시와서 이웃들 문을 두세 가구정도 노크해 가며 저희를 옆집 렌트 들어올 사람이라고 소개하고는, 벌레 및 소음 문제, 주변 안전성이랑 펫 얼마나 많나 체크도 해 봤습니다. 정말 진작에 이런 식으로 첫주만 호텔 살며 아파트들을 모두 꼼꼼하게 체크 했어야 하는데....하는 후회가 들었지만, 이번 사태로 교훈을 배웠다고 생각할랍니다.  


참으로 기적적이게도, (계약서에도 없던) 위약금은 없는걸로 + 첫달 렌트비 풀 리펀드 + 시큐리티 디파짓 풀 리펀드를 달성했습니다. 제가 미국에 오래 살아본건 아니지만, 보통 세입자 - 집주인 분쟁 때 풀 리펀드를 받는 경우는 적어도 저는 들어본적이 없고, 제 주변 외국인/시민권자 할거없이 모두 들어본적 없다는건 마찬가지입니다. 게다가 캘리포니아 tenant 관련 법에 따르면, 집주인이 청소 및 페스트 컨트롤을 제공하는 등, 나름의 노력을 기울였다면 세입자에게 100% 풀 리펀드를 할 의무는 없다고 했거든요. 그래서 저희 역시 파셜 리펀드를 받으면 다행이고, 한푼도 못주겠다고 하면 저희도 물러서지 않을 생각으로 들어갔거든요. 심지어 오피스 방문 전날에는 롤 정해서 연극처럼 대사 연습까지 했습니다. ㅋㅋ


일단 저희는 아파트에게 구두로 "이미 모든 짐을 빼고 아파트를 나와서 호텔에 있으면서 다른 곳을 찾고있다" 고 통보한 뒤, 더 자세한 내용을 증거자료 + 우리쪽 변호사 CC로 보낼 계획이었습니다. 구두로 통보하기 위해 방문했을 때, 저희가 찍은 사진, 영상들 (주로 바퀴 출몰 사진 및 홀 리뉴얼이 필요했던 부엌 및 화장실 캐비넷 사진입니다. 정말 초혐짤 수준이라 이곳에 올리진 않겠습니다) 을 보여주었고, 아파트측이 준 그 방이 우리가 들어온 그 당시에 Inhabitable condition 임을 분명히 말했습니다. 제 집사람이 홀몸이 아닌 것도 밝혔구요. 그동안 아파트측과 오고갔던 총 60통 가량의 이메일 중 health 및 sanitary 이슈에 대한 내용을 모두 따로 뽑아서, 오피스측이 우리의 청소상태에 대한 질문에 답변을 회피했거나 / 거짓으로 답변했거나 / 정말 간단하게만 답변해서 답변여부가 불명확한 부분을 추려냈습니다. 그리고 혹시 몰라서 웹에서 찾을 수 있는 캘리포니아 테넌트 / 하우징 / 렌트 관련 법률과 변호사들 웹페이지의 문서들도 출력했죠. ( http://www.caltenantlaw.com/breaklease.htm , 그리고 http://www.nolo.com/legal-encyclopedia/tenants-right-break-rental-lease-california.html ) 이렇게 증거 자료는 사진 및 영상자료 + 리즈 어그리먼트 서류 + 그동안 오고간 이메일들 이렇게 세가지로 모았습니다. 그리고 옆집 부부 및 청소하러 왔던 청소회사 직원 부부의 연락처와 증언 부탁도 받아냈구요. 


이렇게까지 오피스에 준비해서 갔더니만, 이메일로 왔다갔다 할때는 강경해보이던 오피스가 갑자기 매우 협조걱이고 상당히 누그러진 자세로 대답하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저 모든 증거들을 다 보여주지도 않고, 말 하면서 사진과 동영상 보여준게 전부였습니다. 그런데도 갑자기 말이 술술 잘 통한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우리가 구두로 의사를 전달하고 추가 자료를 이메일로 더 보내주겠다고 하자, 오피스 직원 아주머니도 상황을 이해하고 회사에 너희의 뜻을 잘 전달하겠다고 하더군요. 그리고 한창 변호사와 상담하며, 오피스에 보내려고 작성한 이메일+증빙자료 첨부물들을 수정하고 다듬을 무렵, 구두로 의사를 타진한지 이틀만에 불편을 끼쳐드려 정말 죄송하다, 계약을 취소하고 그동안 이쪽에 지불한 모든 돈을 리펀드 해줄테니 체크를 보낼 주소를 달라는 이메일을 받았습니다. 


변호사 아저씨가 활약 해보기도 전에 상황이 상당히 잘 종료되어서 사실 좀 얼떨떨 하기도 합니다. 그쪽에서 보낸 체크가 올 때까지는 2주정도가 걸리므로, 그때까지는 방심하지 않을 생각입니다. 그래도 일이 이렇게 풀려서 참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아직도 왜 갑자기 아파트 측의 태도가 강경에서 전액환불로 급변했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일단은 혐짤 수준의 사진과 영상의 충격이 그쪽에도 잘 먹히지 않았나 생각하구요, 그 외에도 구두로 얘기를 나누며 이쪽에서 준비한 증거 자료의 양이 많고 각종 법률 문서까지 출력해온 것을 보고 법적으로 간다면 아파트쪽이 많이 불리할 것이라 생각하지 않았을까, 저흰 그렇게 보고 있습니다. 저희가 말로 할때도 캘리포니아의 주거법 관련 Inhabitable Condition 부분을 강조해서 이야기 했고, 페스트 컨트롤 회사들이 쓰는 케미컬이 임산부와 태아에게 안전하지 않다는 자료도 있다고 이야기 했구요. 그리고 언성을 높이지 않고 차분히, 그리고 조용하게 얘기하려 노력했습니다. 이 아파트는 완전 지옥이다 뭐 이런식으로 얘기하진 않았구, 우리도 이곳이 정말 괜찮다고 느끼는데 벌레가 문제라, 산모도 있는데 도저히 안되겠다 이런 식으로 잘 얘기 한것도 설득하는데 도움이 되지 않았나 싶었구요, 준비해간 모든걸 하나하나 보여주진 않았지만, 잔뜩 출력해간 서류 뭉치들을 그 아줌마도 봤습니다.


이 아파트가 벌써 소송당해서 데인 적이 있어서 소송 걸기전에 빨리 환불해주는 것일수도 있습니다. 변호사 아저씨 말로는 아파트의 책임이 확실한 상황에서 만일 이쪽이 소송을 걸어서 court 로 간다면, 그리고 우리쪽에 유리한 판결이 나온다면, 아파트를 나와서 다음 집 구할 때까지 지출한 각종 비용들 - 호텔비와 외식비, 자동차 기름값 - 은 물론, 변호사에 따라서는 임신중인 집사람의 건강에 대한 체크 비용까지도 요구할 수 있다고 하네요. 아파트 쪽에서도 청소 및 페스트 컨트롤 서비스를 한다는 이유로 금액을 깎으려 들겠지만, Inhabitable condition 을 미리 확실하고 구체적으로 고지하지 않고 세입자들을 받은건 책임을 피할 수 없다고 하시더군요. 아마 아파트까 빠른 태세전환을 보인 것도, 그렇게 버티다가 법정싸움에서 박살나고 고액을 물어준 전례가 있어 빨리 환불해주고 치우려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저희는 그냥 전액 환불을 받고 빨리 상황을 종료시키는걸로 만족하기에 이 선에서 끝내고 나오려 합니다. 


그 아파트에 많은 세대들이 거주하고 있는데, 사실 지난 글에도 밝혔지만, 아파트 자체는 아주 만족 스러웠습니다. 쇼핑몰들이 근처에 있고, 여기저기로 편히 갈 수 있는 도로 근처이면서도 비교적 조용하고, 싼 가격에 비해 거실은 작지만 방은 아주 넓었습니다. 그러나 베드 버그 출몰의 경력이 있는 아파트 단지이고, 페스트 컨트롤을 하지 않으면 바퀴들이 하루 평균 10마리 이상 보이는 곳에 사는것은 도저히 말이 안되는 것 같습니다. 제 옆집은 집 안의 모든 나무로 만들어진것들을 왁스로 닦아내고, 주기적으로 약을 치자 화장실과 부엌 말고는 더이상 바퀴가 안보인다고 하긴 했지만, 저는 애초에 우리 책임이 아닌것에 대해 그렇게 엄청난 시간과 수고를 들이기도 싫었거든요. 이 아파트가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살아야하는 저소득층 부부들 비율이 높은가보다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안타깝게도 시민권자나 영주권자가 아니면 카운티에서 제공하는 무료 법률 상담 서비스는 받을 수가 없었습니다. 게다가 학교소속으로 일하는 변호사들께서 학생들을 돕기도 하지만, 그분의 업무는 학교 내 업무, 일 또는 연구, 특허분쟁 등에 대한 일이라 하우징에 대해서는 도움을 받을수가 없었습니다. 그 대신 정말 운좋게도, 학교 법대의 법률 상담 동아리를 찾아갔는데, 동아리방은 아무도 없었지만 때마침 그 동아리의 지도교수시면서 법대교수이자 변호사를 하시는 분이 그 앞에서 다른 학생들과 상담하고 계셨습니다. 정말 기가막힌 타이밍에 그분을 그렇게 마주쳐서 고맙게도 무료로 많은 도움을 받았고, 명함을 주시며 일이 어떻게 되는지 업데이트 해달라고, 일이 생기면 본인이 무료로 함께 대응해주겠다고 해주시는데, 정말 눈물나게 고맙더라구요. 미국땅에서도 세상은 아직 따뜻하고 살만한 세상이구나 느꼈습니다. 그분의 수고를 쓸 필요 없이 일이 잘 끝나서 다행이구, 나중에 꼭 다시 찾아가서 조그마한 선물이라도 드릴까 생각중입니다. 


이상입니다. 도와주신 마모님들도 모두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혹시라도 제 경험이 비슷한 상황의 곤경에 빠진 다른 마모님들께도 도움이 되었음 합니다. 주마다 법이 달라서 사실 캘리포니아의 상황이 전 미국에 적용 가능한건 아니지만, 각종 증거와 증언을 가능한 많이 확보하고, 상대방과 나눈 이메일들을 지우지 않고 모두 보관했다가 중요한 부분만 잘 체크하는것, 좀 용어가 어렵고 번거롭더라도 구글링을 해서 가능한 많은 관계 법률이나 조건을 체크하고 잘 분류, 저장하는 한편, 주변에 저렴하거나 무료로 제공하는 법률 상담을 알아볼것.. 이정도는 어디가도 똑같을 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