홋카이도 여행기 3일차&마지막날 (삿포로-비에이-후라노-신치토세공항)

섬마을처자 2016.09.11 15:5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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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삿포로에서의 아침>

여행의 실질적인 마지막날인 3일차 아침이 밝았습니다. 오늘의 일정은 간단합니다. 아침에 삿포로 장외시장 기타노구루메 해선식당(北のグルメ 海鮮食堂)에 가서 털게를 먹는다. 아침 식사 후 비에이(美瑛)부터 들렀다 후라노(富良野)를 간다. 후라노의 닝구르테라스(ニングルテラス)라는 공방 구경까지 구경한 후 아사히카와(旭川)에 들러 징기스칸(ジンギスカン)이라고 불리우는 양고기 요리를 먹는다. 삿포로로 귀환한다. 다만 문제는, 비예보입니다. 사실상 비에이/후라노는 전원 풍경을 보러 가는 것이기에 날씨가 꽤 중요한 요인 중 하나입니다. 어제의 와인타임에 날씨가 좋지 않으면 다른 곳에 가볼까~라는 의견이 나왔었습니다마는, '안돼요! 우리는 내일 꼭 양고기를 먹어야 합니다!!'라는 저의 드립으로 인해, 날씨 상관 없이 강행하기로 합니다 (도대체 왜 그랬을까.... ㅠㅠ). 어쨌든 20일의 아침은 밝고... 삿포로의 아침은 구름이 짙게 깔려있기는 하지만, 비의 기색은 아직 없습니다. 비가 오긴 와도 많이는 오지 않을지도 모르겠다...라는 절실한 희망을 품고, 우선 아침을 먹으러 갑니다.

삿포로 장외시장 기타노구루메는 호텔에서 15 정도 떨어져 있습니다. 기본적으로는 해산물을 파는 시장인데, 식당 역시 겸하고 있습니다. 무료 주차장이 있기는 하지만 12 정도밖에 주차 없습니다. 때문인지, 곳에서는 예약제로 무료 셔틀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삿포로 시내안에 있는 호텔의 경우, 하루 전까지 미리 연락을 하면 해당 호텔 근처로 지정된 시간에 셔틀을 보내주고, 한 시간 간격으로 운행됩니다. 저희는 식사 후 호텔로 다시 차를 픽업가는 시간을 아끼기 위해 그냥 차를 갖고 가는 걸 선택했습니다만, 이른 아침인데도 방문객이 많습니다. 아니나다를까 주차 공간이 없습니다 ㅠㅠ 주변을 뱅글뱅글 도는데, 주차할 수 있어보이는 곳이 없습니다 ㅠㅠ 결국 근처 길 한켠에 주차금지 사인이 딱히 없고 수많은 차들이 평행주차를 해 놓은 곳이 있길래, 그 곳의 빈 공간에 대강 차를 대고 식당을 찾았습니다만 찝찝함을 지울수가 없습니다. 식당에 들어가서 자리를 안내받는데, 아부지께서 우리가 차 대 놓은 데가 주차 가능한 곳인지 직원에게 물어보랍니다. 직원분에게 물어보니, 자기도 잘 모르겠답니다, 일단 같이 가보자며 나갑니다. 음, 어랏 근데 밖으로 나와보니 아까는 꽉 차 있던 주차장에 빈 자리가 있습니다! 저랑 같이 나왔던 직원분이 잘됐다며 차 얼렁 옮겨다가 이 자리에 주차하랍니다. 주차장에 계시던 다른 직원분을 불러다가 저희 사정을 설명하고 다른 차가 못들어오게 막아달라고 당부도 해주고 들어가셨습니다. 아리가또 고자이마스를 연신 외쳐줍니다 ㅎㅎ 차를 옮겨 대니, 주차장 직원분께서 스탬프를 받아 나와달라며 주차표를 주십니다. 차 걱정은 한시름 놓으며 기분좋게 식사를 하러 들어갑니다.

아침부터 이곳에 온 이유는 딱 하나입니다. 털게를 먹을 시간이 지금밖에 없어서... 홋카이도에는 다양한 별미들이 유명합니다. 유제품류(특히 소프트 아이스크림)라든가, 우니라든가, 스프카레라든가, 징기스칸이라든가, 털게라든가!! 이 중 두가지(털게, 징기스칸)를 오늘 먹을 예정입니다! 털게찜 2마리, 해산물덮밥 2인분, 임연수구이 1마리, 밥과 미소시루 세트 1개를 주문합니다. 메뉴판에 털게 가격이 2780엔~이라고 적혀 있는데, 이건 털게가 아주 작을 경우의 가격이고, 무게수가 올라가면 가격도 같이 올라간답니다. 오늘 제일 작은 털게는 450g 이라던가 그렇고 가격은 4천엔이 조금 넘는답니다 (하.. 비싸다 ㅠㅠ). 어차피 그거 먹으러 온거니 그냥 2마리 달라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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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헤헤 거한 아침 상이 나왔습니다! 털게는 발라먹기 좋게, 껍질들에 잘 칼집에 내어져 있습니다. 게 드릅게 못발라 먹는 저도 훌륭하게 쏙쏙 다리살들을 발라내어 먹습니다. 살이 꽉 찬게 맛이 좋습니다. 게딱지에 밥도 비벼먹습니다. 비린맛 없이 꼬소하니 맛이 좋습니다! 임연수 구이는 갈은무와 함께 나오는데(사진의 하얀 덩어리), 이걸 임연수 살 위에 얹어 먹으면 금상첨화입니다. 임연수를 그냥 먹으면 꽤나 짭잘한데, 무가 그 짠맛을 중화시켜 줍니다. 해산물 덮밥에도 또 우니가 들어 있습니다. 어제 부모님이 이걸 많이 좋아하셨으므로, 이건 부모님께 양보하고 전 연어나 좀 집어 먹습니다 ㅋㅋ 미소시루도 해산물로 국물은 낸 듯 시원하니 쭉쭉 들어갑니다. 다만 시루는 추가시 100엔의 추가 요금이 붙습니다. 다섯명이 아침식사로 1만 6천엔을 조금 넘게 쓰고 배뚜들기며 기분좋게 나옵니다 ㅋㅋㅋ 주차표에 스탬프도 받아왔습니다. 근데 어랏? 아까 저한테 주차표를 줬던 직원 아저씨가 안보입니다. 음...그 아저씨가 올때까지 기다려야 하는 상황인가?? 기다리면 다시 오나?? 에라 모르겠습니다. 그냥 주차표는 다시 가방에 꾸겨 넣고 출발해 봅니다. 날씨도 뭐 출발해도 괜찮을 것 같아 보입니다...?


<비에이 ㅠㅠ 후라노 ㅠㅠ>

GPS에 비에이의 수많은 포토 스팟 중 하나인 마일드세븐의 언덕을 찍고 출발합니다. 약 세시간 반 정도가 걸릴 예정이랍니다. 고속도로에 눈누난나 올라탑니다. 이때까진 아무 문제 없어보입니다. 하지만, 삿포로를 빠져나가고 얼마 지나지 않아 굵은 빗방울들이 윈드실드로 후두둑 떨어지기 시작합니다. 전방의 하늘 모양새가 심상치 않습니다. 뇌리에 깊이 박힐만큼 짙고 두꺼운 구름이 앞쪽으로 끝없이 펼쳐져 있습니다. 점점 빗발이 거세어 집니다. 아 망했습니다... 그냥 어제 정도의 흐린 날씨에 잠깐 비오다 마는 그런 수준이 아닌 거였습니다 ㅠ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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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아... 어떡하지... 지금이라도 삿포로로 다시 돌아가자고 해야 하나, 이걸 계속 가야 하나... 깊은 갈등이 생깁니다 ㅠㅠ 글구 이때는 몰랐는데, 이때 다들 저와 같은 생각을 하고 계셨는데, 제가 어젯밤에 꺼져가는 정신을 붙잡아가며 '우린 양고기를 먹으러 가야 합니다!!!'라고 외친 통에 돌아가자고 말 못하셨답니다 ㅋㅋㅋ ㅠㅠ 각설하고... 조수석에 앉아 눈치를 보며, 후라노/비에이쪽 기상예보를 계속 확인합니다. 오늘 하루 종일 비가 오는건 기정사실입니다. 다만 이 미친 빗줄기의 기세가 언제쯤 누그러들지가 문제입니다. 예보 상으로는 오후가 되면 조금 나아질 거라는데 모를일입니다. 잠시 휴게소에 들르기로 합니다. 휴게소에 앉아 커피를 마시며 한숨을 돌리고, 운전자를 아저씨에서 저희 아부지로 교대를 합니다. 휴게소에 앉아 있는 동안 빗줄기가 조금 약해진 것 같은 기분이 듭니다. 생각을 가다듬고, 일단 일정을 강행하기로 합니다. 대신 저녁 7시 까지 비에이/후라노를 돌아다니려던 원래 계획을 대폭 축소하고, 최대한 밤운전의 가능성을 피해 일찍 삿포로로 돌아가서 쉬기로 합니다. 아침을 거하게 잘먹었으니 중간에 간식이나 좀 먹고 점심식사도 건너뛰자고 하십니다. 원래 점심에는 비에이의 로컬 야채를 이용해 요리를 만든다는 식당에서 야채카레를 먹고 올 예정이었지만, 이미 그런건 머릿속에서 날아가 버렸습니다. 그저 조수석 자리가 좌불안석입니다 ㅠㅠ

비를 뚫고 드디어 첫목적지에 도착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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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이랬어야 할 풍경(구글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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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 꼴입니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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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넓게 펼쳐진 구릉위의 가지런히 정리된 밭들을 보며 힐링하고 싶어 온 비에이인데, 보이는건 구름이 언덕위로 통째로 내려앉은 것 같은 풍경들 뿐. 짙은 안개가 분위기 있네...라고 정신승리라도 해보고 싶은데, 비에 쫄딱 젖고 있으니 잘 안됩니다 ㅠㅠ

날씨는 내내 오락가락 중입니다. 마구 퍼붓다가 잠시 잠잠해졌다가 퍼붓다가 잠잠해졌다가... 원래는 느긋하게 드라이브하며 경치를 감상하고, 중간중간 내려서 사진도 찍고... 그럴 목적으로 왔는데, 도저히 차에서 내릴 엄두가 안납니다. 이래서야 빗속 시골길 드라이빙 밖에는 되지 않습니다 ㅠㅠ 그냥 빨리 들판 말고 꽃밭을 보러 가기로 합니다. 비에이/후라노 지역에는 정말 수많은 꽃밭들이 조성되어 있습니다. 라벤더로 특히 유명한 곳이 팜도미타(ファーム富田)인데, 이곳은 다른 꽃들도 심어져 있긴 하지만 라벤더가 워낙 주 인지라, 라벤더 시즌이 지나가면 궂이 들르지 않아도 된다고 합니다. 그래서 저희는 라벤더 이외에도 다른 종류 꽃들이 많이 심어져 있다는 사계체의 언덕(四季彩の丘)으로 향합니다. 사계체의 언덕에 도착하자, 빗발이 다시 일시적으로 거세어 집니다. 게다가 이 곳은 왠만한 비에이/후라노 일일투어 및 단체관광 코스에 전부 포함되어 있는 장소인지라 사람도 엄청나게 많습니다 (이 날씨에도 우리 같은 사람들이 참 많구나...). 비가 안왔으면 사람들이 다 야외에서 사진을 찍고 있었겠지만, 비때문에 협소한 실내 공간에 다들 모여 있어 북적북적합니다 ㅠㅠ 그래도 여기까지 왔으니 꽃밭 구경은 해야겠기에, 일단 나가보는데, 비때문에 흙바닥은 질척질척 사람들은 드글드글 ㅠㅠ 그 때 트랙터 열차가 저희 일행의 눈을 확~ 잡아 끕니다! 그래 저거닷! 날씨가 좋았다면 저희 일행 중 아무도 거들떠도 안봤을텐데, 1인당 500엔이나 하는 트랙터 열차를 타자는데도, 아무도 반대를 안하십니다 ㅋㅋㅋㅋ 코스는 약 30분 정도 되고, 신체 건강한 성인이라면 걸어도 아무런 지장이 없을만한 정말 짧은 거리를 돕니다마는, 오늘 같은 날씨엔 잠시라도 비를 피하며 화원을 구경할 수 있기에 괜춘합니다. 중간에는 5분 정도 사진을 찍을 시간도 줍니다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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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오지 않았다면 진짜 환상적이었을 꽃밭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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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와도 일단은 씐나게 한컷 ㅋㅋ 비가 와도 어머님들께선 꽃밭보고 소녀소녀 하십니다 :)

트랙터 열차 덕에 짧지만 그래도 비를 좀 피해가며 꽃밭 투어를 마치고, 이 곳 매점에서 간식을 사먹기로 합니다. 이곳은 라벤더 소프트 아이스크림이 유명합니다. 라벤더 소프트 하나 밀크 소프트 두개를 사고, 찐 옥수수랑 도라야끼를 몇개 사서 차에 갖고 와 먹습니다. 라벤더 소프트의 라벤더 향이 생각보다 훨씬 소프트 아이스크림과 잘 어울립니다. 소프트 아이스크림에 라벤더향이 진득하게 녹아들어 오묘한 맛을 냅니다. 오리지널 밀크 소프트도, 홋카이도 유제품답게 아주 만족스럽습니다. 주전부리로 배를 채운 후, 다음 목적지를 선택합니다. 원래 사계체의 언덕 방문 후 계획은 비에이의 명소 아오이이케(青い池)에 가는 것이었지만, 이렇게 폭우가 쏟아지면 출입이 통제되거나, 출입이 통제되지 않더라도 그 특유의 옥색 연못을 볼 수 없다기에, 다 건너뛰고 비에이/후라노 투어의 마지막 목적지 닝구루테라스로 가기로 합니다.

닝구르테라스는 전설속의 작은 요정이 사는 테라스라는 컨셉으로 후라노 프린스 호텔 리조트 한켠에 조성된 공방촌입니다. 이 곳에서 판매되는 물품들은 이 곳 공방의 오리지널 상품들로 유니크한 기념품을 살 수 있지만, (관광지 어디를 가든 그렇듯이) 비싸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이 곳은 다른 주요 관광지와 조금 떨어져 있고, 큰 볼거리가 있는 곳은 아니어서 비에이/후라노 관광시 꼭 들러봐야 할 곳이라고 하기는 좀 그렇지만, 페이퍼 크래프트나 퀼트같은 패치워크 등의 공예품에 관심이 있으시다면 한번 쯤 가볼만 하고, 그게 아닌 경우엔 후라노 지역에서 숙박한다면 해가 진 뒤, 그리고 지금처럼 비가 추적추적 (혹은 주룩주룩) 내릴 때에 가면 평소와는 다른 분위기를 물씬 느낄 수 있는 곳이라 합니다. 후라노에서 비가 오면 더 좋은 유일한 곳이라는 평을 읽고 안 갈 수가 없었습니다...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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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그 평 그대로... 비가 와서 오히려 다행이었던 유일한 곳 되겠습니다!!!

통나무집으로 지어진 공방들이 쭉 늘어서 있고, 비에 젖은 나무들과 약간 어둑한 날씨 속에 은은한 조명까지. 진짜 '요정이 사는 테라스'라는 말의 의미를 그대로 보여주더군요. 어르신들도 감탄을 금치 못하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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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가 일부러 보아둔 나뭇잎. 직원이 했을까요? 아니면 공방의 누군가가? 아님 관광객이?? 누가했는지는 모르지만, 이곳과 참 잘 어울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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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산에 떨어지는 빗소리를 들으며 한적하게 걸어봅니다. 종이공예를 하는 곳에 들러 후라노의 4계를 표현한 엽서를 기념품으로 집어옵니다. 숲 아랫쪽으로는 차와 디저트를 파는 카페가 있다고 합니다. 저희는 카페에 들어가는 것은 그만두고, 이제 저녁식사를 하고 삿포로로 돌아가기 위해 아사히카와로 향합니다.


<아사히카와, 징기스칸!>

홋카이도의 명물요리 중 '징기스칸'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유래는 잘 모르겠지만, 화로에서 양고기와 양파, 대파등을 함께 구워먹는 요리랍니다. 얘기를 듣고, 사진을 보아도 그냥 우리나라 화로구이집에서 삼겹살 구워먹는거랑 별다를게 없어 보이는데, 여튼 되게 유명합니다. 삿포로 스스키노에도 징기스칸으로 엄청 유명한 집이 있습니다. '다루마'라는 집인데, 처음 알아봤을때는 이 집이 하도 유명해서, 그리고 스스키노에서 묵을 예정이었으므로 다루마에 가보려고 생각했었습니다...마는, 하루 30인분 한정이라는 특상품 부위가 아니면 별로라든가, 양 냄새는 별로 없지만 고기가 다소 질기다든가 하는 평을 본 후 폭풍서치 끝에, 아사히카와의 '징기스칸 다이코쿠야(成吉思汗 大黒屋)'라는 집이 맛에서도 가성비에서도 최고라는 평을 보고, 일부러 아사히카와에 들러서 징기스칸을 먹고 가기로 합니다 (아사히카와에 꼭 와야만 했던 이유 ㅋㅋㅋ).

다이코쿠야는 본점과 분점이 있는데, 차를 갖고 가시는 경우라면 점포 바로 옆에 주차공간이 있는 분점으로 바로 가실 것을 추천드립니다. 본점과 분점은 메뉴가 똑같고, 서빙되는 음식도 다 똑같다고 합니다. 본점의 경우 더 원조다운 분위기랄까?? 그런것들이 있는 것 같습니다만, 홋카이도의 많은 징기스칸집이 그러하듯 환기시설이 잘 갖추어져 있지 않고, 장소가 협소하여 5인 이상이 앉을 수 있는 자리가 없습니다. 제가 처음에 도착한 곳은 본점이었는데, 5명 일행에 차도 주차해야 한다고 하니, 분점으로 가라고 안내해주더군요. 분점에 도착하여 차를 주차하고 대기리스트에 5인을 올려놓으니 번호표를 주며 분점 건너편 대기실에서 대기하라고 합니다. 번호표 숫자가 11번인지라 꽤 오래 기다려야 할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하고 있는데, 10분 정도 기다렸을까? 11번 5명을 부르는 목소리가 들립니다. 오늘 여행에 비가 억수같이 쏟아져서 좋은 두번째 예입니다 ㅋㅋㅋ

이곳의 시스템은 오토시(자릿세)가 없는 대신 1인 1음료 주문이 필수입니다. 운전자와 비음주자를 위해 메론소다를 2개, 나머지는 생맥주를 3개 주문합니다. 이곳에도 양갈비 부위는 하루에 한정된 양만 판매하는데, 저희가 갔을땐 이미 다 떨어진 다음이었습니다. 양고기는 생양고기(나마라무, 生ラム), 허브고기(하브나마라무, ハーブ生ラム), 숄더스테이크(쇼루다스테키, ショルダーステーキ)만 주문 가능했는데, 이 중 생양고기가 제일 맛있고, 허브고기는 좀 별로라는 얘기를 들은 터라, 생양고기 3인분과 숄더스테이크 2인분을 먼저 시켜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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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글지글지그르르. 모두들 맹렬히 고기를 굽습니다 ㅋㅋㅋ 저 화로에 불이 생각보다 세서, 태워먹지 않으려면 고기를 너무 많이 올리면 안됩니다. 그리고 타지않게 타이밍좋게 잘 뒤집어줘야 합니다! 이 집이 왜 유명한지 한 점 먹어보니 바로 이해가 갑니다. 고기용 특제소스도 소스지만, 고기 자체의 질이 아주 좋습니다. 양 특유의 잡내도 거의 없습니다. 솔직히 아주 약~~~~간 나기는 하는데, 전혀 거슬리지 않고, 고기도 아주 연합니다. 두 종류를 먹어보고 난후, 만장일치로 생양고기의 승리를 선언합니다. 그래서 생양고기 3인분을 더 추가합니다 ㅋㅋㅋ 양파는 끊임없이 리필합니다. 어랏 옆테이블에서 뭔가 신기한걸 먹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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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로코롬 생겨먹은 애(tabelog 펌)인데, 어르신들께서 흥미가 동하셨나봅니다. 저거 시켜보라십니다 ㅋㅋㅋ

정체는 아몬드 무채 샐러드(아몬도다이콘사라다, アーモンド大根サラダ). 드레싱이 새콤한게 무채의 아삭거리는 식감과 절묘한 궁합을 보여줍니다. 잘익은 양고기 한점에 무채샐러드를 곁들여 먹으면 더더욱 굿!! 진작에 처음부터 시킬걸 하는 깊은 후회와 함께, 샐러드까지 전부 폭풍흡입하고 아침에 이어 또다시 배뚜들기며 만족스레 나옵니다. 5명이 음료 한잔씩 고기 8인분을 먹고 배 뚜들기며 나오는데 든 돈은 단돈 8900엔!! 정말이지 최고의 가성비가 아닐 수 없습니다!! 사실 저의 양고기 드립에 반신반의 하고 계시던 어르신들께서는 모두들 매우 만족스러워하시며, 아사히카와에 꼭 와야만 하는 이유를 납득해주셨습니다. 진짜 다행이 아닐 수 없습니다. 저게 만약 기대 이하였더라면... 오늘 하루 어르신들 이끌고 빗속을 뚫고 돌아다니게 한 죄를 용서받기 어려웠을겁니다 ㅋㅋㅋㅋ ㅠㅠ 삿포로로 돌아오는 길은, 다소 어둡고, 비도 좀 내렸지만, 아침보다 훨씬 화기애애한 분위기로 돌아올 수 있었고, 호텔에 돌아와서는 어제 오타루에서 사온 Double Fromage Cheese Cake을 함께 까먹으며 하하호호 웃음꽃을 피울 수 있었습니다!


<드디어 마지막날 아침> 

마지막날 아침 삿포로의 아침이 다시 밝았습니다. 공항까지 다시 돌아가는 길이 남아있긴 하지만 3박 4일의 일정이 사고없이 무사히 끝난것에 안도하는 한편, 섭씨 35~6도를 오르내리는 불구덩이(=서울)로 다시 돌아가야 한다는 사실이 너무나도 슬픕니다 ㅠㅠ

어쨌든 공항에 가기전 아침식사를 하기로 합니다. 아즈씨들께서 '일본까지 왔는데, 우리 라멘은 안먹어보냐'며 가이드를 재촉하십니다. 보통 라멘가게들은 거의 저녁장사를 하기에 아침에 먹을 수 있는 곳이 별로 없습니다. 하지만, 마지막까지 능력있는 가이드의 모습을 보여드리고자, 급 폭풍서치끝에, 호텔에서 멀지 않은 곳에 평이 나쁘지 않으면서 주말에는 24시간 영업을 한다는 라멘집을 찾아냈습니다. 스스키노 역 근처의 아지노쿠라(味の蔵)라는 집입니다. 8명이 앉을 수 있는 바 형태의 아주 작은 가게입니다. 가게 입구에 식권표를 파는 자판기가 있고, 여기서 식권을 구매한 다음 식권을 주방장께 드리면 음식을 준비해주십니다. 저희가 갔을때는 바에 6명이 앉아 있었는데, 곧 2명이 나가 4자리가 났고, 저희 어무이께서는 고기국물, 특히 돼지고기/돼지뼈 국물은 절대 안드시기에 라멘은 4개(미소 2개, 시오 1개, 쇼유 1개)만 주문하고 반숙 계란을 5개 주문하여 먹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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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시오라멘을 먹었는데, 국물도 진하고 면도 꼬들꼬들하니 맛있었습니다. 근데 개인적 취향으로는 미소가 제일 맛있었습니다.

저야 뭐 워낙 일본 라멘을 좋아해서 불만없이 맛있게 먹었는데, 어르신들 반응이 영 좋지 않으십니다. 생각하셨던거랑 맛이 많이 달랐던 모양입니다. 대략 '면이 국물에 들어가 있는데 얼큰/시원한게 하나도 없다닛!!!' 이런 반응들이셨달까요 ㅋㅋㅋ '이렇게 한번 먹어봐야 다음번에 또 먹자는 소리를 안하지~'라고 하시는 아즈씨들의 대화를 들으니 홋카이도 먹방에 오점을 하나 남긴거 같은 기분을 지울수가 없습니다 ㅋㅋㅋ ㅠㅠ


<안녕! 홋카이도>

이제 드디어 정말로 홋카이도에 안녕을 고해야 할 시간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체크아웃을 하고, 짐을 차에다 싣고, 렌트카 영업소로 향합니다. 영업소로 차를 반납하기 전 fuel tank를 채워줘야 합니다. 사실 어제 후라노에서 gas를 넣기는 했습니다. 미국에서는 맨날 셀프로 기름 넣는다며 자신만만하게 셀프 주유소로 들어갔는데, 아뿔싸 ㅋㅋㅋㅋ 페이시스템이 (당연하게도) 미국이랑 다릅니다. 이 주유소만 그랬던건지 아님 다 그런건지는 모르겠지만, 펌프에는 딱 펌프만 있고, 페이스테이션이 펌프 옆에 따로 떨어져 있습니다. 미국과 다르게 캐쉬도 페이 스테이션에서 바로 지불 합니다. Full로 채울 생각이었는데, 도무지 이 차의 tank capacity를 모르겠습니다 ㅋㅋㅋ 그냥 대강 5천엔을 밀어 넣습니다. 돈을 넣으니 이제 주유해도 좋다는 오케이 사인이 떨어집니다. 짐작컨데 일단 돈을 넣고, full tank가 됐는데도 잔액이 남으면 다시 거슬러주는 시스템인듯 합니다. 어제 후라노에서의 기름값은 리터당 210엔. 약 24리터 정도를 주유했습니다. 이제 어제 다 못채운 부분+써서 없앤 만큼 더 채워넣어 차를 반납해야 합니다. 렌트 영업소에서 알려준 가장 가까운 곳에 있다는 주유소 전화번호를 GPS에 찍고 주유소를 목적으로 달립니다. 주유소에 도착하니 full service 섹션과 self 섹션이 있고, 리터당 3엔의 가격차가 있습니다 (당연한 얘기지만 셀프가 더 쌉니다 ㅋㅋ). 오늘은 self 말고 full service 펌프로 갑니다...랄카 아부지께서 그냥 비어있는 펌프가 하나밖에 없어서 그쪽으로 가셨는데, 거기가 full service 였습니다 ㅋㅋㅋ Fill it up을 일어로 하면?? '만땅!!!!' 너무나도 친숙한 그 표현! 만땅을 외쳐줍니다 ㅋㅋㅋ(좀 더 예의를 차리기 위해 please도 같이 붙여봅시다!!) Full service 답게 어제보다 훨씬 간단합니다. 시동끄고 만땅(플리즈)외치고 주유구열고 돈내고 나오면 끗. 이렇게 일본 주유 완전 정복!!

이제 진짜 할일은 다 끝났습니다. 영업소에 차 drop 하고, final inspection 과정이 끝나니 이제 free to go 입니다. 체크아웃 직원이 국제선/국내선 청사 중 어디를 이용하는지 묻습니다. 국내선 청사행 셔틀은 몇분 간격으로 정기적으로 운행하는 듯 하고, 국제선 청사행 셔틀은 필요시에만 운행하는 듯 합니다. 셔틀을 타고 신치토세 공항 국제선 청사에 도착하였습니다. 수속을 마치고 면세점 구경을 합니다. 제일 잘 보이는 곳에 홋카이도의 유명한 sweets 브랜드들 상품을 모아 파는 매장이 있습니다. 시로이 코이비토(白い恋人), Royce, Le TAO, 롯카테이(六花亭) 등등. 사실 일본 다른 동네에서도 면세점이나 백화점에 가면 구할 수 있는 제품이기는 하지만, 원래는 다들 홋카이도 원산이니 선물용으로 아주 좋습니다 ㅎㅎ 저는 제가 먹을라고 시로이 코이비토 한상자를 사고, Le TAO 치즈케익도 하나 더 샀습니다. 시로이 코이비토는 화이트 초콜렛이 샌드된 종류와 밀크 초콜렛이 샌드된 종류가 있는데, 혹시 구입하시는 분들은 화이트 초콜렛 샌드된거 사시는걸 추천드립니다. 화이트 초코 쪽이 훨 맛있습니다. Le TAO 치즈케익은 이젠 선택의 여지 없이 강화(?) 아이스팩 포장입니다. 아이스팩이 집에 도착하는 순간까지 인천-서울 불구덩 속에서도 꿋꿋이 버텨주기를 바랄 뿐입니다. 이렇게 (순 먹을걸로만) 면세 쇼핑을 끝내고 드디어 인천에 가는 비행기에 오릅니다. 즐겁고 아쉽고 힘들고 행복했던 3박 4일의 여행이 이렇게 끝이 납니다.

안녕 홋카이도! 언제가 될지 모르겠지만, 날씨 좋을때 꼭 다시 올께! 좋은 추억 많이 만들어줘서 고마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