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온다, 어제 그제 맑고 따뜻한 날씨가 언제 그랬냐는 듯이.
걷는걸 포기하고 전차를 타고 시를 둘러 보기로 했다.
일회용 표를 한번 끊으면 2시간30분 동안 전차와 버스를 마음것 이용할 수 있다
동서남북 시 외곽을 돌아가는 천자를 골라 탔다.
구경 보다는 타는 재미, 타선 노는 재미에 빠진 2, 3호.
무슨 게임을 한다더니 이겼다고 순간 손들고 환호를 하는 3호.
차창 유리가 큰 전차는 관광용으로도 그만이었다.
차만 타면 졸린 1호는 어느새 잠이 들었다.
시내 공사 탓인지 전차 노선이 바뀌고 끊겨 셔틀버스로 역 사이를 이동해야 하는 경우가 많았다.
시가 그치자 길로 나와 걷는 1, 2, 3호. 이색적인 도로 표지판을 보고 웅성웅성.
아이들 관심을 끄는 공사차. 그중에 바닥을 찍은 캐터필러 자국을 응시하던 1, 2, 3호.
오늘도 점심은 거리에서. 오늘은 일본과 이라크를 다녀(?)왔다
가족 모두 만장 일치로 정한 책방 나들이. 역시나 1호가 가장 좋아했다.
책방이 장난감 파는 곳인줄 아는 3호는 나름 읽는 척, 그림책을 넘긴다.
2호도 한켠에서 책을 골라 앉았다. 의자를 책상 삼아.
3호가 고른 책에 관심을 보이는 2호, 읽어 주겠다며 접근한다.
받침대를 가져다 책을 꺼내려는 3호, 손끝 발끝이 아슬아슬하다.
부모따라 이민 온 한국 작가의 소소한 일상을 옮긴 책과 다양한 주제로 출판된 책들.
다시 거리로 나선 가족들. 재활용품을 이용해 만든 고예품 부엉이.
숙소로 돌아가는 길에 찾은 세상에서 가장 작은 공원, 실재로 기네스북에 등재됐단다.
화분이 아닌 공원, 잠시나마 아이들과 공원의 의미를 새겨보는 시간이었다.
저녁에 아이들이 좋아하는 스파게티를 사주겠다고 가선 베트남식당으로 옮겼다.
처가 기억을 되새겨 주문한 음식, 8년전 우연히 들른 식당이었는데 찾지 못해 포기했다가 봤다.
스파게티를 먹지 못해 골났던 아이들도 맛있게 먹었다. 그러나 처와 나는 실망. 어쩌면 만나지 말았어야 할 첫사랑 같은.
내친김에 나선 추억 여행. 이 근처 호텔에서 묵으며 일주일을 들락달락했던 길.
영문도 모르고 끌려나와 철길을 걷는 아이들.
비가 거새지자 숙소로 발길을 돌렸다.
전차안에서 밝은 표정의 1호. 스파게티 못 먹는다고 제일 투덜 거렸다.
빗 소리 들으며 보내는 잔잔한 저녁.
2호는 이번에도 3호에게 책을 읽어 주겠다며 나란히 엎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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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shilph 님께 감사드립니다
덕분에 지나칠 뻔한 세상에서 제일 작은 공원을 볼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아쉽게도 소해해주신 스파게티는 못 먹었지만 덕분에 추억의 식당을 찾는 행운을 잡았습니다.
비는 비대로 즐거웠던 하루였습니다.
걷기만 하던 아이들이 편안하게 여행할 수 있었고요.
발로 닫기 힘든 도시 외곽도 구경했습니다.
지금 여행을 다 마치고 귀가를 앞두고 있는
여행 마지막 닷새째 잡담은 천상 집에 가서나 정리해야 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