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 정류장 광고에 붙은 메모판. 연예인 투표가 있나 보다. 까막눈 아이들이 그림을 그려 넣었다.
버스타고 내린 곳은 일산.
이곳 벼룩시장을 구경왔다.
전 직장 후배가 이곳에서 장사를 한다고 했다.
벼룩시장이라고 하기엔 규모도 크고 화려했다. 임시 시장이라고 해야할까.
후배 가게로 가는 길은 험란(?)했다. 복잡하기도 했거니와 장난감 가게에 발길 멈추는 아이들.
마침 찾아 처와 인사를 하게된 후배. 처음 봐도 할말이 많은 여자들이다.
후배와 인사를 하고 헤어져 본격 시장 구경에 나섰다.
이웃가게서 모자를 쓴 처가 묻는다. 예쁘다 했더니 옆에 아주머니, "대답만 하네, 사달라는 건데...."
둘러 보고 나오는 중에 키 재는 판에서, 찍을 때 몰랐던 3호의 요상한 표정.
요즘 새 화장실은 아이들 높이에 맞춘 세면대 정도는 기본이다.
그리고 아이 전용 소변기도. 여자 화장실엔 엄마와 함께 쓰는 어린이 변기도 있단다.
그런데 밖으로 나와도 아이들이 놀만한 공간이 딱히 없다. 잔디는 출입 금지. "밥이나 먹자!"
집으로 돌아와 간단하게 짐을 꾸리고 다시 버스를 탔다.
이번엔 여의도. 시골에서 나고 자라는 아이들에겐 큰 교회도 큰 구경거리.
지척인 집을 두고 여의도에서 하루 묵고 가기로 했다.
저녁에 한강변으로 나왔다. 멀리 남산 타워가 보인다.
이곳에서 야시장이 열린다.
이래저래 하루종일 '아이쇼핑' 하면서 눈이 호강한다.
이곳 야시장은 사실상 '먹자 거리'였다. 푸드트럭으로 사람들이 몰려있었다.
아이들은 근사한 놀이터를 발견했다. 물빛광장이다.
여기서 한참을 놀다 숙소로 갔다.
늦잠에서 깨 아점을 먹었다.
점심먹긴 이른 시간, 문연 식당도 흔치 않고 이럴땐 중국집이다.
다시 찾은 물빛광장. 3호가 신발을 벗으면서 내 눈치를 본다.
결국 신발 벗고 다 같이 물에 발이나 담그다 가기로 했다.
반바지 부여잡고 조심스레 물을 건너는 1, 2, 3호.
그런 조심성이 오래가지 않았다. 이미 물 범벅이 된 아이들.
아예 물에 몸을 담근 3호. 악어를 흉내낸다.
그리고 분수가 나오자 이런 엉뚱한 짓도 서슴치 않았다.
2호도 물 범적이 되긴 마찬가지. 그래도 좋단다. 난 걱정인데...
그만 가자고 불렀더니 땅 짚고 헤엄쳐 온다. 언듯 보면 대한해협이라도 건너는 줄 알겠다.
내 걱정. 뭐 입고 갈건가? 일단 웃통을 벗겨 몸을 말리고
옷도 말렸다. 더워 빨리 마른다 해도 기다릴 순 없었다.
결국 준비해온 잠옷으로 갈아입고 (노팬티 인건 비밀) 집으로 왔다.
목욕하고 옷 갈아 입은 1, 2, 3호. 아파트 놀이터에서 놀면서도 신났다. 다시 어디 갈 필요 없겠다.
*
오늘 문든 요즘 내 처지가 휴가나온 군인 처지랑 비슷하단 생각을 했습니다.
첫 휴가 나오면 갈데도 많고 무엇보다 불러주는 사람도 많지요.
그러다 휴가가 잦아지면 어머님 말고도는 주변 반응이 시큰둥 해집니다.
그런 것 처럼 최근 몇해를 매해 한국에 오다시피 했더니
보자는 사람이 몇 안나서네요.
예년 같으면 와서 두어주는 밤마다 불려 나갔는데 말이죠.
그래서 가족과 보내는 시간이 미국에서 보다 더 많아졌습니다.
그런데 한 친구가 그럽니다. 요즘 다 그렇다고.
술먹는 문화도 없어지고 부서 회식도 없어졌다고.
직장 문화가 많이 바뀌긴 바뀌었나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