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봄눈

오하이오 2018.03.11 10:0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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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흘 전 조금은 난데 없는 눈이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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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이 내리진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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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창에 쌓인 눈도 툭툭 털고 가면 될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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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그만한 눈으로도 추위를 느끼기엔 충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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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 머리 나기 시작한 아기 머리 같은 잔디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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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기에 아이들이 놀다 던져 둔 공이 쪼그라든 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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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 사이 눈은 내렸지만 해가 맑게 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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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해가 눈 덮힌 하얀 지붕에 낙서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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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인 줄 알고 고개 내민 수선화만 민망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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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날까지 완연한 봄이었다. 3호가 학교 갔다 와선 햇볕 받으며 공놀이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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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엔 1, 2, 3호 데리고 모처럼 테니스를 치러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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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호 킥보드를 물려 받은 3호에겐 테니스 보다 공원 가는 길이 더 재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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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것도 자전거인 양 주차하고 테니스 코트로 달려가는 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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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기 전 사진 한장 찍자니 자세들 하곤.... 야튼 나와 1:3 시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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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시간을 넘게 치던 아이들이 지쳤다며 놀이터로 옮겼다. 더 힘들 것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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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엔 학교도 걸어서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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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쌀쌀했지만 봄 기운에 추운줄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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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찍으려고 앞서 나간 나를 따라온 3호. "뒤로 가서 형들 하고 같이 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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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달라 붙으며 카메라에 얼굴을 들이대는 3호. "알았다. 그만 찍을께, 아빠랑 손잡고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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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내렸지만 집 안 가득 봄이다. 알뿌리로 사온 히야신스가 활짝 폈다. 3호는 잠자리를 얹었다. 벌써 가을로?

 

 

*

벌써 3월. 아직 2018년도 입에 배지 않았는데...

빠른 세월이 야속하긴 합니다만 봄이 오는 건 늘 반갑습니다.

그래서 봄 맛만 보여주고 심술 부린 하늘이 얄밉긴 합니다만

내 마음이 벌써 봄인걸 어쩌지는 못하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