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흘 전 조금은 난데 없는 눈이 내렸다.
많이 내리진 않았다.
차창에 쌓인 눈도 툭툭 털고 가면 될만했다.
그래도 그만한 눈으로도 추위를 느끼기엔 충분했다.
막 머리 나기 시작한 아기 머리 같은 잔디밭.
거기에 아이들이 놀다 던져 둔 공이 쪼그라든 채 있었다.
밤 사이 눈은 내렸지만 해가 맑게 떴다.
그 해가 눈 덮힌 하얀 지붕에 낙서를 했다.
봄인 줄 알고 고개 내민 수선화만 민망하게 됐다.
전날까지 완연한 봄이었다. 3호가 학교 갔다 와선 햇볕 받으며 공놀이를 했다.
지난 주말엔 1, 2, 3호 데리고 모처럼 테니스를 치러 갔다.
1호 킥보드를 물려 받은 3호에겐 테니스 보다 공원 가는 길이 더 재밌다.
제 것도 자전거인 양 주차하고 테니스 코트로 달려가는 3호.
치기 전 사진 한장 찍자니 자세들 하곤.... 야튼 나와 1:3 시합.
1시간을 넘게 치던 아이들이 지쳤다며 놀이터로 옮겼다. 더 힘들 것 같은데...
아침엔 학교도 걸어서 갔다.
아직 쌀쌀했지만 봄 기운에 추운줄 몰랐다.
사진 찍으려고 앞서 나간 나를 따라온 3호. "뒤로 가서 형들 하고 같이 와!"
더 달라 붙으며 카메라에 얼굴을 들이대는 3호. "알았다. 그만 찍을께, 아빠랑 손잡고 가자"
눈 내렸지만 집 안 가득 봄이다. 알뿌리로 사온 히야신스가 활짝 폈다. 3호는 잠자리를 얹었다. 벌써 가을로?
*
벌써 3월. 아직 2018년도 입에 배지 않았는데...
빠른 세월이 야속하긴 합니다만 봄이 오는 건 늘 반갑습니다.
그래서 봄 맛만 보여주고 심술 부린 하늘이 얄밉긴 합니다만
내 마음이 벌써 봄인걸 어쩌지는 못하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