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두번째 눈이 왔다.
그 눈이 녹고, 이젠 정말 봄이라고 믿었다.
믿음을 조롱하듯 눈이 다시 왔다.
눈이 녹고, 다시 눈이 내리고, 녹기를 몇번 반복하는 사이
3월 마지막 주 봄방학은 맞은 1, 2, 3호. 팬케익을 만들어 먹겠단다.
3호가 반죽을 만들고, 1호가 굽는 동안 미술가 2호는 '아트'하고 있다.
자기가 만든 거라 그런지 맛있다고 먹는 1호와 달리,
2호의 표정이 떨떠름하다.
3호는 이걸 다 먹어야 하나 싶은 표정.
힘들게(?) 식사를 마친 3호는 2호가 만들어준 포켓몬을 받아들고서야 얼굴이 펴졌다.
2호는 설거지를 맡았다.
눈 속에서도 고개를 내밀던 수선화가 꽃망울을 머금었다.
눈은 멈추고 대신 비가 내렸다.
산책길에 앞서가던 1, 2, 3호를 불러 돌려 세웠다.
가다 주저 앉은 아이들, 아스팔트로 올라온 지렁이를 집어 땅으로 옮겼다.
방학인 아이들, 내가 검진 받으러 병원갈 때도 함께 했다.
컵과 빨대를 모아왔다.
조용히 기다리는 주는게 다행이다 싶어 뭘 만드는지 관심 주지 않았는데,
나중에 보니 딱 제얼굴 같은 것 몇개 만들어냈다.
잠자리에 드는 시간은 늦춰졌고, 밤 마다 게임판이 벌어졌다.
요즘 식구 모두 한참 재미들인 루미큐브.
승률이 가장 높은 1호가 역시나 진지하다.
엄마와 한팀을 이룬 3호는 승패에 관심이 없다.
게임을 끝낸 3호가 갑자기 핼러윈 코스튬 입고 놀더니 졸린가 보다.
요즘 새로 시작한 취미, 귤에 붙은 스티커를 모았다.
귤마다 붙은 스티커가 주 이름 따라 달랐다.
3호도 수집을 했다. 돌을 모았다.
모은 돌을 그리고 이름도 붙였뒀다.
봄 방학 동안 눈은 내리지 않았다. 수선화도 피었다. 이제 정말 봄이다 했다.
1, 2, 3호 개학한 4월 첫째 월요일, 눈이 왔다. 여기 살며 이런 변덕은 처음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