왔다 왔어! 차고문 열고 잠시 나갔다 온 사이에 다녀갔다.
70파운드짜리 크고 무거운 소포라니 바로 알아챘다.
두어주 전 두달간 비우고 돌아온 집은 잡초로 덮혔다.
나무처럼 자란 잡초를 자르고 덩굴 걷어내니 이전 집 모습이 드러났다.
뒷마당도 정글이 됐다.
쳐내고 나니 담장도 보이고 에어컨도 시원하게 드러났다.
자른 풀을 반 정도만 쌓았는데 산(!)더미다.
다음은 잔디. 무성하게 자라 당장이라도 시에서 나와 경고장을 걸어둘 것 같다.
이렇게까지 된 건 갑자기 잔디깎이 시동이 걸리지 않아 깎는 시기를 놓쳤기 때문이다.
그 크고 무거운 패키지는 새로 주문한 잔디깎이이다.
시동을 거니 무엇보다 오토바이처럼 내빼는 속도에 적응이 안된다. 벨트가 느슨해진 옛 기계에 익숙해서다.
새 날에 새 엔진, 속도까지 빠르니 잔디 깎는 시간이 확 줄었다.
옆마당도 순식간에 깎았다. 무성했던 깻잎을 처가 다 쳐내고 나무처럼 둥그렇게 다듬어 놓은 깻잎이 뒤로 보인다.
얼마 전 집 앞 도로도 새로 깔았다. 잔디도 도로도 산뜻해졌다.
다음날 일어나서 창밖을 내다 보고 밥 먹다가도 봤다. 흐믓하다. 비만 한번 와주면 더 바랄 게 없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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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6만 글 기념 이벤트 당첨자'로 뽑히고 받은 기프트카드를 인제야 썼습니다.
당시 한국 여행 중 소식을 듣었을 때는 이참에 그 좋은 헤드폰 사서
처에게 깜짝 선물을 해주려고 했는데...
그만 돌아와서 까먹고 있다가 잔디깎이가 망가지니 상품권 생각이 났습니다.
(선택적 기억 상실이었던 듯)
결국 해마다 한 번씩 수리점에 보내야 했던 기계와 작별하기로 하고 새 잔디깍이를 샀습니다.
이렇게 바꾸고 보니 정말 과분한 상품을 받은 것 같습니다.
@마일모아 님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