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이 감자탕 맛을 들였다. 저녁 약속이 있지만 실컷 먹게 놔뒀다.
불광역으로 데릴러 온 선배. 종종 갔던 북한산 자락 구기동 음식점으로 간다.
식당에 먼저 도착해 내다 보니 오늘 모임을 주동한 선배가 가쁜하게 걸어 온다.
형수가 뒤따라 오는 걸 본 처가 달려가 마중한다.
벌써 물 놀이 하는 사람들이 있나 보다. 물놀이 구경을 하는 동네분들.
식당 앞 개울에서 아이들이 놀기 좋다고 해서 선배가 정한 장소다.
역시나 식당에 앉지도 않고 내려간 아이들의 손이 바쁘다.
물고기를 잡는다고 컵으로 떠냈다. 그래서 잡히겠나 싶은데 잡힌 물고기가 있다.
음식이 준비 되기 까지 어른들도 개울물에 발담그고 놀았다.
이날 운이 좋았다고 한다. 여름철 물보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
아이들 모습 보니 생각난다. 나도 저만할 때 저러고 계곡에서 놀았다.
해가 지자 하나 둘씩 식당으로 들어 왔다. 그제서야 배가 고프단다.
네명, 직장에서 고등학교 선후배로 만났다. 이제 그 직장을 다 떠났지만 여전히 만난 20년을 보냈다.
동동주로 시작해 가져온 포도주와 백주를 다 비우고 자리를 정리했다.
저녁 북한산을 바라보며 구기동에 서 있으니 그 분 생각이 난다.
엄홍길 대장, 늦은 저녁 구기터널 입구 호프집 '융프라우'에서 몇번 술 한잔했다.
엄대장과 친분있는 선배가 엄대장의 팬을 자처한 처와 자리를 주선했다.
함께 한 1호에게 덕담도 많이 해주시고 용동까지 쥐어 주셨다.
한 돌이 채 안 됐던 2호는 그날 할머니와 함께 있었다.
"오랜만이야, 반갑다 아기 2호"
3호는 그때까지 별이었다.
잠시 선배와 엄대장 안부를 주고 받는 사이 3호가 나를 밀치고 카메라를 잡았다.
돌아오는 길 껍질 벗는 매미를 봤다. 아이들이 신기해 했다. 나도 매일매일 허물 벗듯 크는 너희들이 신기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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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오랜만에 이날 구기동 북한산 입구에 가봤습니다.
예전엔 등산하는 분들이 꽤 다니던 길목인데
요즘은 교통 편한 은평구 쪽으로 많이들 몰린다고 하네요.
그러다 보니 이곳 식당들이 한산해서 놀긴 좋았지만
낯설어 보이기도 했습니다.
여긴 건물이며 길은 변하게 없어보였는데
남 탓(?)라도 이래저래 변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