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여름 초복을 앞두고 '호캉스'를 갔다. 마포 신수동에서 '아점' 먹고 택시 타고 남산으로.
길을 모르겠거니 했는지 호암아트홀로 돌아서 남산 3호터널 뚫은 뒤 경리단 길을 올랐다.
상한 기분 달래며 군말 없이 억지로 웃으며 택시를 보냈다. 시작 부터 기분 잡치긴 싫었다.
호텔(Grand Hyatt Seoul)에 들어서 방을 잡자 마자 수영장으로 향했다.
수영보다 책을 읽고 싶다며 자리 잡고 앉은 1호.
물에 뛰어들어 연신 폭포 물을 맞는 3호. 아프기도 할텐데... 돌머리 인증 중?
이어 2호도 따라 맞는다. 재밌단다. 너 마저...
물놀이 구경하던 1호도 결국 책을 덮고 물놀이에 합류.
물놀이를 마치고 방으로 올라가는 사이.
호텔로 초대한 선배 가족이 오면서 싸온 아이들 도시락.
아이들이 먹고 좋아했던 그 돈까스를 포장해 왔다. 방이 스카이 라운지가 됐다.
우리방 선배네 방을 오가며 노닥노닥하는 사이 해가 졌다.
1, 2, 3호 두고 성인끼리 거리로 나섰다.
마침 초록색을 비춘 남산 타워. 쾌적한 저녁 공기.
맛집 많다는데 아저씨 취향 맞추기 힘들다. 그나마 찾아간 족발집도 단맛이 강해 우리 입맛엔 안맞다.
그래도 모여 노는 재미에 한참을 먹고 놀다 오니 3호 자고, 1, 2호는 졸린 기색없이 티비 시청 중.
자기 전 잠시 강건너 불 구경. 도시를 떠나 살다보니 반짝반짝 밝게 빛나는 심야가 낯설어 졌다.
창 밖 왼편에서 붉은 기운이 솟아 올랐다. 아침이다.
간단하게 아침을 떼우고 바로 수영장으로 달려간 아이들.
전날 너무나도 북적대는 사람들 때문에 풀에 몸도 제대로 담그지 못했다.
비교적 한적한 오전, 사진찍기도 편했다.
부모들은 맥주로 더위를 넘기는 사이 아들 딸들이 수영을 마쳤다.
일단 체크 아웃. 짐은 선배 승용차에 다 넣어두고.
다시 수영장으로 향했다. 허부적 거리는 3호, 버터플라이란다.
헉헉 대며 '아빠 나 잘했어?" 영혼 없는 대답, "어 잘했어!" 그래도 나 보단 낫다.
오후 한나절 수영으로 더위를 싹 가시는 사이
수영장 한켠에서 그릴 냄세가 진동한다. 저녁 먹을 때가 됐다.
남산에서 무교동으로. 아이들도 잘 먹던 흑초삼겹살튀김이 인상적인 중국집에서.
저녁을 마치고 선배가족과 헤어져 좀 걷기로 했다. 2, 3호 덕수궁 돌담에서 신발을 바꿔 신었다.
길 조차 놀이터 삼은 부산한 아이들, 소담한 돌담길 낭만은 버리고 미소를 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