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아침, 하루 당겨 차례를 지낸다고 하니 넥타이까지 찾아 매고 앉았다.
차례상을 준비하는 사이 3호가 레고 인형 셋에게 절을 시켰다.
올해는 1, 2, 3호가 번갈아 가며 잔을 따르고 올려 보라고 했다.
차례 음식으로 점심이나 같이 먹자고 이웃을 초대해 함께 북적대는 분위기도 맛 봤다.
식사 뒤 설겆이도 미루고 다섯 식구 다함께 자전거를 타기로 했다.
자전거 타고 줄지어 가는 모습을 보니 벅차기까지 했다.
이 모습은 오래 전 부터 그려왔던 그림이었다.
그런데 5학년이 되서도 자전거 타기를 꺼리던 1호 때문에 이제나 저제나 했다.
자전거 붐(?)을 일으킨 3호가 처와 함께 예정 된 반환점을 먼저 돌았다.
2호가 돌면서 변속을 시도한다.
비틀 거리며 반환점을 돈 1호. 내가 타던 자전거 안장을 낮춰 줬는데 불평않고 탄다.
흥에 겨워 집을 지나쳐 달렸다.
7, 8 여년 살면서 한번도 가지 못한 동네 길이었다.
자전거 전용 길이 끝났다. 가느냐 마느냐 고민하는 사이.
일단 "여기 한번 봐봐!" 오래 기억될 가족 첫 자전거 나들이 기념 사진.
더 가기로 했다. 차도 진입 전 손 신호를 배우는 1, 2, 3호.
자전거 전용 도로를 벗어나니 신호등 앞에서 기다리다 걸어 가야 하기도 했다.
때로는 인도로 달리다가,
큰 찻길에 난 자전거 길도 달렸다.
그리고 도착한 집. 뿌듯하고 즐거웠다.
그때 우리를 반기는 이웃집 바니.
우리집 호두나무의 가지 하나가 나뭇잎을 다 떨궜다. 금세 찬바람 불겠다.
저녁 식사를 마치고 내놨던 사잣밥을 거둬 들였다.
차례 직전인 한국의 어르신들께 인사를 올리고 하루 앞당긴 우리의 추석을 마쳤다.
사잣밥을 거두면서 본 하늘. 흐리다. 천상 달이나마 내일 제때 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