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2호가 불도 때지 않은 벽난로 앞에서 일요일 오후를 보냈다.
눈으로 시작한 지난 주, 다시 영상으로 오르고 비내린 토요일을 거쳐 화창해졌다.
여느때 같으면 나가 놀았을 아이들이
여행 후유증인지 주말 내내 '방콕'해 뒹글며 보냈다.
달랑 2쪽짜리 크리스마스 캐롤을 흥에 겨워 서서 몸을 흔들며 쳐대는 3호.
해 지자 트리를 꺼냈다. 이파리가 후두둑 떨어졌다.
모아둔 장식물 통을 꺼내 열어 보는 아이들.
아이들이 만들고 그려온 공작품을 장식으로 써왔다.
별 생각없이 들추던 아이들이 종종 키득 거린다.
자신들 어린 시절 그림이며 글이 어설퍼서였으리라.
쪼르르 형들의 그림을 엄마에게 들고가 보여주는 3호, 2호도 따라가 본다.
만 4살 1호와 3살 2호가 그렸던 내가 자기들 보다 작다. 아빠를 만만하게 본거지...
장식물로 한참을 보며 놀던 아이들이 차곡차곡 달아 냈다.
3호도 제법 진지한 모습을 찾았다.
드문드문 써진 글을 들추며.
2호도 달며 보기는 마찬가지다.
자신들의 세월을 발견하기 시작한 아이들,
아이들도 이제 추억이란게 만들어 졌나 보다.
장식을 다 단 1호가 환호를 했다.
1호가 토퍼를 차지하고 달 준비를 했다.
그걸 보고 빼앗은 3호가 자신의 손가락을 끼워 넣었다.
결국은 2호가 토퍼를 달았다.
다투던 아이들을 위해 지난 사진 들이대며 '팩트 체크'해줬다. "내년에 3호 차례야."
지난해 1호가 입었던 잠옷 바지를 올해 2호가 물려 입었다.
2호가 토퍼를 달고 손을 들었다.
내 목마 타서 달던게 엊그제 같은데, 셋이 잡고 달고 기특하다.
"기념 사진 하나 찍을까?"
그새를 못참고 장난 치며 키득거린다.
지난 11년, 해마다 잎이 빠져 홀쭉해지고 볼품 없어진 인조 트리를 바꿀까 했다.
"너도 집안 역사다." 늘어나는 아이들 추억으로 가녀려지는 트리를 채우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