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연휴 미국 여행 5 (Bryce Canyon-Las Vegas)

섬마을처자 2019.01.16 22:4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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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9(토)

Bryce Canyon의 일출은 비교적 덜 인상적이지만, 일출은 꼭 봐야한다고 들었기에, 화씨 4도의 기온에도 불구하고 꽁꽁 싸매고 해 뜨는 걸 보러 나갑니다.

추워서 사람들이 얼마나 나가겠나 싶었는데, 저희 가는데도 앞 뒤로 차가 줄줄이 들어가더라고요. 저희는 전날 레인저 아주머니가 추천해주신대로 Sunset Point로 해 뜨는걸 보러 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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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가 뜹니다. 해가 떠요~

해가 뜨며 붉은 햇빛이 Amphitheater area를 비추기 시작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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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환상적인 풍경을 볼 수가 있습니다!!!

햇빛을 받아 오렌지빛으로 물드는 후두들과 하얀눈의 조화가 아름답다는 말이 절로 나오더라고요.

이번 여행 중 본 일출 중에 가장 인상깊은 풍경이었습니다.

 

근데....!!! 여기 기온이 4F(-20C)였기 땜에 진짜 얼어 죽을 것 같았어요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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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가족의 소도둑화!

상하의 내복은 기본에 귀 막아주는 모자랑 넥워머, 머플러 걸치고 장갑도 두겹씩 끼고 나갔더니 그나마 버틸만 하겠더라고요. 저희 갔을 때 너댓살 정도 먹은 애들 델고 오신 분들이 계셨는데, 애들이 추운데 자꾸 언제 돌아가냐고 보채더라고요. 혹시라도 겨울에 브라이스 캐년 일출 보실 분들, 준비 단단히 하시고 가세요. 춥습니다. 많이요 ㅠㅠ

 

일출을 감상 후 일단 다시 호텔로 돌아와서 아침을 먹고 하이킹을 위한 재정비를 했습니다. 저희는 Queen's garden-Navajo loop combination trail을 했는데, 겨울철 브라이스 캐년 하이킹을 위해서는 아이젠(ice traction device)이 필수 입니다. Sunrise Point에서 내려가서 Sunset Point로 올라오고 림 트레일을 따라 걸어 Sunrise Point로 복귀하는 코스인데, Sunrise Point로 내려가는 길(Queen's garden trail)은 완만한 편이고, Sunset Point로 올라오는 길(Navajo loop trail)은 약간 경사가 있는 편입니다. 그나마 Queen's garden trail은 완만해서 아이젠 없이도 조심조심 내려갔다가 올라올 수는 있을 것 같은데, Navajo trail 쪽은 좀 많이 힘들어 보이더라고요 (하지만 그 와중에도 아이젠 없이 트레일 걷는 분들 보긴 했습니다). 여기야 말로 진정 AYOR 입니다.

저희 가족은 각자 하나씩 아이젠이 있어서 신발에 장착하고 가볍게 오전 하이킹을 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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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덮인 Queen's garden을 바라보며 설렁설렁 내려가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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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vajo loop trail 도착점 쪽에서 약간 가파른 오르막을 만나고 (이건 어느정도 올라와서 트레일 아랫쪽을 찍은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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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or's hammer (한 가운데 있는데 잘 보이시나요?)가 한 눈에 보이는 Sunsuet Point로 돌아오게 됩니다.

 

제가 해본 하이킹 중에 손에 꼽을만큼 잼있는 하이킹이었어요. 총 2시간 정도 소요됐고, 정말 쉬운 하이킹인데 걷는 내내 보이는 풍경이 정말 스펙타클했습니다. 브라이스 캐년 가시는 분들 가능하시면 이 트레일 꼭 걸어보세요! 강추입니다!

 

약 2시간 동안 하이킹을 하고, 브라이스 캐년과 작별 인사를 나눴습니다.

아주 처음 계획은 Zion National Park에 들렀다가 라스베가스로 가는 거였지만, 이번 연휴 기간 내내 맞닥뜨렸던 인파를 생각하니 Zion 가서도 주차하는데만 한세월 보내고 제대로 보지도 못할 거 같아, 그냥 라스베가스로 직행하기로 했습니다.

조금 이른 시간이긴 했지만, 점심을 브라이스 캐년을 나오는 길에 있던 Bryce Canyon Pines Restaurant에서 먹었습니다. 딱히 기대하지 않았는데, 저렴하면서 맛이 괜찮았습니다.

 

베가스 숙소는 The Plazzo 였습니다. 체크인 할 때 20불 샌드위치 신공을 쓰려고 했는데, 타이밍 놓치고 어버버 하는 사이, 프론트 데스크 언니가 IHG 플랫 멤버네? 1 tier upgrade 해줄께~라고 해서 그냥 어버버 어 고마워 하고 시도조차 못하고 말았습니다. 11층 스트립뷰 2퀸베드룸 받았는데, 기본방 레이아웃 자체가 침대가 있는 공간과 소파가 있는 공간을 분리해놔서 스윗 느낌이 나더라고요.

 

사실 이 날이 어무이 생신이었기에 Paris Hotel의 Eiffel Restaurant를 예약해놨었습니다.

예약 후 테이블이 랜덤 배정이라기에, 체크인하면서 특별한 날이라서 벨라지오 분수가 잘 보이는 자리를 원한다고 얘기했더니, 창가에 바로 붙은 테이블들은 거의 2인 테이블이라 힘들고 최대한 창문쪽 테이블로 주겠다고 하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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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안내받은 테이블에서 보이던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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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은 오리요리(저), 종류가 뭐였는지 기억 안나는 생선요리(어무이), 안심스테이크(아부지)에 사이드로 assorted wild mushroom이랑 아스파라거스 시켰어요.

아부지께서 '부드러운 고기'를 찾으셔서 안심스테이크를 시켰는데, 솔직히 저희가 시켰던 메뉴들 중에서 안심스테이크가 제일 별로였어요. 생선이랑 오리는 아주 만족스러웠고요. 근데 어무이께선 식사 후에 The Bocuse가 더 맛있었다고 하시더라고요 ㅎㅎ

음식 맛, 분위기 다 좋았는데, 저희 담당 서버가 10명이 넘어가는 다른 그룹 테이블에 묶여서 서비스 속도가 너무 느리더라고요. 아침부터 찬바람 맞고 돌아다녀서 그런가 아부지께서 컨디션이 안좋으셨는데, 서버는 한 번 왔다 가면 그 담에는 코빼기 보기도 힘들지, 하필이면 아부지가 고르신 스테이크는 맛이 없지... 아부지께는 최악의 저녁 식사였습니다 ㅠㅠ 서버가 디저트를 강추하던데, 부모님, 특히 아부지께서 얼른 방에 돌아가서 쉬고 싶어하시는 기색이 역력하셔서 밥만 먹고 후다닥 나왔습니다.

베가스에선 딱히 다른걸 한게 없었어요. 비싼 밥 먹고 널찍한 호텔 방에서 욕조에 물받아 씻고 푹 쉬다가 하루를 마무리 했습니다.

 

12/30(일)

어젯 저녁 식사가 확실히 불편하셨던지 아부지께서 체기가 있으셔서 오전 내내 호텔방에서 티비보며 뒹굴었습니다. 서부라서 오전 10시부터 풋볼을 볼 수 있더라고요 ㅋㅋㅋ 체크인 할 때 레잇 체크아웃도 프론트 오피스에서 알아서 넣어줬기에, 오후 1시까지 방에서 귤까먹고 과자까먹고 티비보며 쉬다가 느즈막히 체크아웃 했습니다. 아부지께서 국물 있는 요리를 찾으시길래 아시안 식당들 몰려 있는 곳의 Cafe Sanuki라는 식당에서 우동으로 밥을 먹었습니다. 카페테리아 식이었는데, 국물맛은 괜춘했는데 우동면이 쫄깃함이 하나도 없어서 아쉬웠어요. 밥을 먹고 한인 마트에 다시 한 번 들러 컵반 및 김치 등을 보충한 다음 목적지인 Twentynine Palms으로 향했습니다. Joshua Tree National Park 북문에 인접한 도시로, 조슈아트리 국립공원에서 별을 보고 싶었기에 여기에 호텔을 예약해놨었어요. 라스베가스에서 Twentynine Palms까지 가는 최단 거리는 모하비 사막을 가로지르는 건데, 혹시라도 이 길 가시는 분들은 기름 빠방하게 넣고 출발하세요. 가는길에 주유소가 라스베가스 근교까지는 있는데, 모하비 사막에 가까워지면서 부터는 그냥 제로입니다. 가다보면 중간에 나오겠지 싶어서 그냥 출발했다가 중간에 기름 다 떨어질까봐 심장 쫄깃해지는 경험을 했습니다 ㅋㅋㅋ ㅠㅠ

오후 3시 즈음 출발했는데 원래 가려던 루트(I-15를 거쳐 모하비 사막을 가로지르는 루트)는 I-15에서 사고 차량 때문에 정체가 심했던터라 우회로로 돌아오느라 세 시간 걸릴 거를 약 40분 정도 더 걸려서 거의 7시가 다 되어 호텔(Fairfield Inn)에 도착하였습니다. 아부지께서 속이 여전히 불편하시던 터라, 미국식 밥은 싫다고 하셨는데, 다행히 호텔 방에 전자렌지가 있어서 라스베가스에서 보충해 온 컵반을 돌려 먹고 저녁을 해결하였습니다. 이번엔 오뚜기에서 나온 북어해장국과 소고기 미역국을 사봤는데, 북어해장국이 더 낫더라고요.

식사 후 (해는 이미 졌지만) 완전히 밤이 되기를 좀 더 기다려서 어둠을 헤치고 Joshua Tree National Park로 향했습니다. Death Valley와 더불어 캘리포니아에서 별 보기가 가장 좋은 곳이라고 하더라고요. 작년에 Death Valley에 갔을 때는 보름이었기에 별을 제대로 볼 수가 없었는데, 이번에는 그믐이 가까워 오고 있는 시기여서 모뉴먼트 밸리에 이어 또다시 하늘에서 쏟아지는 듯한 별을 볼 수 있었어요 (이번엔 심지어 덜 추운 곳에서!!). 여기서 캠핑하며 Stargazing 하는 사람들이 많다는데 저도 언제 한 번 시도해보고 싶을 정도로 아름다운 밤 하늘이었습니다. 이제 이 곳을 지나면 이번 여행의 종착지 LA로 떠나게 됩니다. 대도시로 떠나기 전 마지막 자연 그대로의, 인공적인 불빛이 하나도 없는 밤하늘을 오랫동안 감상해봅니다.

 

To be continu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