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토요일 내리기 시작한 눈이 다음날로 이어졌다.
눈오로 푹 덮힌 지붕에 부엌 환기구 주변만 컽면을 드러냈다.
오후에 눈이 그치자 나간 아이들
놀기 바쁜 1, 2호와 달리 눈 치우는 나를 따라 돕는 3호.
기온이 올라 눈 쓸린 도로면은 금세 회색 바닥을 드러냈다.
쓰레기통에 소복히 올라 앉은 눈이 이틀새 얼마나 왔는지는 보여준다.
전날 만든 아이들의 눈사람에도 눈이 올라 앉아 '콘헤드'로 변했다.
삽을 들어 눈을 퍼내는 1호는 눈 싸움용 성벽을 쌓겠단다.
1호 맞은 편 2호도 벽을 쌓겠다고 하더니,
이내 마음을 바꾸어 이글루를 만들겠단다.
화산 같은 모양이건만 재밌어 보였는지 3호가 본격적으로 거든다.
월요일 아침, 밤 사이에 녹아 기울어 인사하는 모양이 된 눈사람에게 맞절 하는 3호.
인사를 마치고 등굣길에 올랐다.
가다 만난 핀과 함께 눈 사이를 헤집고 학교에 간다.
그대로 눈이 녹을 듯 하더니 목요일 다시 눈이 왔다.
눈이 좀 그칠 즈음 1호의 스펠링비 대항을 구경하러 학교 강당에 있었다.
학교 간 김에 잠시 들러 본 3호 교실.
시간이 되자 시내 4-8학년 반 대표 27명이 모였다.
차례로 올라 답변을 하고 틀리면 그대로 탈락 한다.
1시간여 6라운드를 돌자 반 정도 탈락했다.
2시간여 10라운드를 넘기고 다섯명이 남았다.
다섯명이서 탈락자 없이 두세 라운드를 돌고, 앞선 대표들이 줄줄이 탈락했다.
앞선 네명 모두 탈락하고 마지막 1호 차례, 하지만 1호도 탈락하고 다시 5명이 최종 승자를 가려야 했다.
결국 최종 승자가 가려지고 1호를 포함한 4명은 공동 2위. 관계자들이 '역대급' 명승부로 흥미진진했다고 한다.
1시간여 만에 끝났던 작년과 달리 긴 대결을 마친 1호는 바로 하교를 맞았다.
집에 돌아온 1호가 좀 쉬겠다며 기울어진 눈 사람을 바로 세우고 눈사람을 다듬는다.
오늘, 금요일 전날 대결의 아쉬움은 잊은 듯 어제와 같은 발걸음을 집을 나섰다.
앞서가던 핀을 보자 셋이 냅다 달린다.
친구 보고 내 달린게 미안했는지 손을 흔든다.
집 마당에 들어서니 옆집 바니와 스카티가 짖는다. "아고 늦었어, 애들 벌써 갔어." 참, 내일 또 큰 눈이 올거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