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주의] Trophy child, 스카이캐슬, 그리고 한 인터넷 까페의 글

퐁티 2019.01.26 15:57:51

나른한 주말 오후에 뻘글 하나 적어봤습니다. 스카이캐슬 스포는 없습니다 ㅎㅎ

다만 그 드라마 보고 나니 여러 생각이 들어 초보 부모로써 선배님들께 여쭙고 싶습니다.

다들 어떤 마음으로 자녀를 키우시는지요? 어떻게 해야 좋은 부모가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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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본인은 유학생인지라 이 추운 겨울 주말에도 여전히 학교에 나가서 논문 작업을 하고 있었다. 스카이캐슬이 방송했다고 해서 올타쿠나 하고 밥 먹으면서 재미나게 보고 있는데, 옆에 같은 과정에 있는 미국인 애가 와서 뭐 보냐고 물어본다. 스카이캐슬이라고 이러이러한 드라마인데 요새 한국에서 인기가 많다 했더니, 오! trophy child 에 대한 이야기구나 하고 간다.

 

2. 그게 뭔가하고 구글에 찾아봤더니 뭐 이런 저런 검색 결과가 나온다. 미국에서도 이런 단어를 쓰는 모양이다. 하기야 어느 나라나 내 자식이 소중하지 않은 부모가 어디 있겠으며, 또 내가 못다 이룬 꿈을 자식을 통해서 이뤄보려는 부모가 왜 없겠는가. 

 

3. 이번 주 스카이캐슬을 마저 다 보고서, 여기저기 인터넷 까페에 들어갔다. 뭐 재미난 거 업데이트 된 거 있는지 보는데 (내 생각에) 다소 연령층이 넓게 퍼져 있는 한 인터넷 까페에서 한 게시물에 댓글이 엄청 달렸다 (마일모아 아님!). 뭔가하고 봤더니 한 분이 여행 다녀오신 후기를 재미나게 쓰셨는데 그 내용 중에 살짝 자녀 자랑이 포함되어 있었다. 글쓰신 분의 자제분이 스카이캐슬에서 나오는 그 곳에 다니는 모양인데 그 내용이 후기 중에 살짝 언급되었고 댓글을 통해 많은 분이 부러워하는 모습이 펼쳐져 있었다. 어느 댓글부터인가 원래 후기에 대한 내용은 온데간데 없었다. 

 

4. 그 댓글들은 아주 다양한 모습이었다. 어떤 댓글은 글쓴이를 찬양을 하기도 하고, 어떤 댓글은 노골적으로 부러워하기도 하고. 그 글과 댓글을 보면서 처음 들었던 생각은 솔직허니 "저렇게도 자녀한테 목을 맬까" "저 대학 저 학과에 다니는 게 그렇게도 부러울까" 이런 것이었다.

 

5. 남들 흉보다가 문득 우리집 생각이 났다. 그러고 보면 사실 나는 우리 부모님의 trophy child 였던 것 같다. IMF 때 아버지 하시던 사업이 박살나고 정말 거의 갈때까지 가버린 상황에서 (정말 감사하게도) 내가 그나마 대학을 잘 간 것이 우리 부모님을 살렸다. 지금도 부모님 두 분께서 종종 하시는 말씀이 "그 때 너가 대학 못 가기라도 했으면 어쩔 뻔 했냐..." "만약 그랬으면 니 아빠는 못 살았다" 이런 내용이다. 

 

6. 그러다 우리 부부 생각도 났다. 1살 짜리 딸이 자는 모습을 둘이서 지켜보다가 "얘가 조금만 더 크면 이거 시켜야지 저거 시켜야지..." 하면서 온갖 (좋은) 직업군을 나열했던 일이 생각난다. 그리고 그 대화에는 우리 딸이 평범 혹은 그 이하일수도 있다는 생각은 전혀 없었다. 

 

7. 아... 사람은 다 똑같은 거구나. 남에 대해 말하기 전에 나를 돌아봐야겠다. 부끄럽기도 하고 혼란스럽기도 하고. 어떻게 하면 내 딸한테 무언가 요구하지 않고, 내 자존감은 스스로 챙기면서, 그저 이 아이의 선택을 존중하고 이 아이가 가게 될 길을 응원해줄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