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즈막히 아침을 먹으로 호텔 엘리베이터를 탔다.
늦은 덕에 한가하고 느긋하게 식사를 마쳤다.
방으로 돌아와 다시 누운 아이들. 계획한 여행 일정 없이 쉬다 공항 호텔로 옮기기로 했다.
함께 여행한 2호의 멍클리, 3호의 브라운어택, 그리고 알렉사. 점심 때가 되서야 짐을 쌌다.
4박 5일간 집 노릇을 해준 호텔을 나왔다.
익숙해진 오가는 길도 이제 마지막이다.
자가용인 듯 탔던 트램을 타는 것도 마지막이다.
그래도 차엔 탄 아이들의 모습은 이어진다.
3호는 조금 바꿨다. 종이접기 대신 고물줄 놀이를 했다.
뜻하지 않은 선로 공사로 목적한 역까지 가지 못하고 내려야 했다.
가기전 얼굴 한번 더 보자던 친구에게 부랴부랴 앙발리드광장으로 오라 했다.
유학해 정착한 친구의 딸래미 출산 소식을 듣고 대학갈 나이가 돼 만났으니 꽤 오랜만이다.
1, 2, 3호 준다고 싸온 김밥과 간식을 먹고 환승역까지 걷기로 했다.
강변을 걷다가 여기가 '보자르'야 한다. 끝내 친구가 입학을 못한 프랑스 최고 미술학교다.
퐁네프다리도 지났다. 처음 파리에 왔을 때는 '퐁네프의 연인들'로 꽤 인기있는 관광지였건만...
전철역에 도착했다. 친구와 함께한 아쉬운 산책이 1시간여 만에 끝났다.
먹고 걸어선지 차에 오른 3호가 금세 잠들었다.
공항 호텔에 도착했다. 내일 터미널까지는 공항셔틀 전차를 타고 옮기면 된다.
"여기 자리있어!" 짐 풀고 다시 시내로 향했다. 파리에서 마지막 밤, 마지막 소원풀이를 위해.
3호 덕에 앞쪽 좋은 자리에 아이들이 쪼르르 앉았다.
처는 프랑스식 식사를 하겠다며 '폴리도르(Polidor)'로! '미드나잇인파리(Midnight in Paris)'에서 주인공이 헤밍웨이를 만난 곳.
1845년 문 열었다니 가히 역사적이다. 유물이 된 간판이 유리벽으로 쌓여있다.
나는 친구를 한번 더 보기로 했고, 3호는 '맥도날드 해피밀'을 먹고 싶단다.
프랑스 요리가 맥도날드에 밀렸다. 파리에서 성업하는 맥도날드를 보면 3호만의 선택은 아닌 듯 하다.
물론 3호는 햄버거뿐만 아니라 장난감에도 눈독을 드렸을 것이다.
두어시간이 지났는데도 연락이 없어 식당으로 찾아가봤다. 처와 1, 2호 아직도 식사 중이다.
처의 식사시간을 벌어주기 위해 3호와 밤거리를 돌아 다녔다.
그러다 길거리에서 만난 3호와 1, 2, 3호. 이산가족 본듯 반가워한다.
마지막 소원풀이 까지 마친 다섯식구가 미련없이 마지막 전차를 탔다.
만료 2시간여 남긴 정기 승차권. 한 주간 알뜰하게 이용했다. 이제 정말 안녕, 파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