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어나 호텔 창 밖을 보니 오가는 비행기가 바로 보인다.
비행기에 타자마자 약속한 듯 모니터에 손이가는 식구들.
파리를 떠나 신시내티에 도착했다. 8시간을 날았는데 6시간 시차 탓에 다시 아침을 맞았다.
집에 도착해서 오후에 바로 학교를 보낼까 싶었지만, 선심쓰 듯 다음날 부터 학교 가라고 했다.
3호는 시차 때문에 초 저녁에 잠들고 이른 아침에 깨기를 며칠간 반복했다.
여행에서 돌아온 지 얼마안돼 1호가 2박3일 캠프를 가게 됐다.
난생 처음 부모와 떨어져 자는 1호가 어색한지 침낭을 들고 2, 3호와 장난친다.
짐을 핑계로 걸어가는 아이들을 태워 학교 앞까지 바래다 줬다.
두어달 전까지 내가 들고 다녔던 배낭을 맨 1호를 보니 기분이 묘했다.
지난 주말엔 3호의 요청으로 가족 모두 영화를 봤다.
피아노 경진 대회를 마친고 가진 뒷풀이였다.
열선에 따진해진 등을 젖히고 다리는 뻗어 눕다 시피하자 나는 잠이 들었다.
상품을 내걸고 영화 감상문 공모를 했다.
상품에 눈 먼 3호가 꼼지락 거리면서 써대더니 결국 1등 낙점을 받았다.
한주를 시작했던 어제 월요일, 방과 후 동네 대학에 갔다.
접수를 하자 메달과 이름표를 건네 줬다. 스펠링비(Spelling Bee) 지역 결선이 치뤄지는 곳이었다.
지난 1월 시대회에서 2등을 했지만 교내 1등 자격으로 지역결선 자격 시험을 치룰 수 있었다.
시내 응시자 5명 중 1호를 포함한 2명만이 결선 자격이 주어졌다.
지역 100 여개 초,중등학교에서 14명이 뽑혔고, 챔피언은 5월 워싱턴에서 열리는 전국대회에 참가하게 된단다.
갑자기 장난이 아니다 싶었는지 진지해진 1호.
2, 3 호는 그저 낯선 곳 여기저기 뜯어 보며 놀기 바빴다.
자리에 앉은 1호를 보니 제법 긴장도 되는 표정이다.
바람(?)대로 중간 쯤 탈락했다. 14명 중 4명만이 초등학생, 확실히 중학생들이 안정감이 있었다.
나로선 다행이었다. 워싱턴까지 갈 일도 암담하고, 이미 잡은 여행계획도 엉망이 될 판이었다.
나와 달리 아쉬워하던 처가 표정을 감추고 잘했다며 축하 파티를 하잖다.
1호가 먹고 싶다는 샤브샤브를 준비했다.
있는 채소에 고기만 사서 급하게 자리를 만들었다.
아이들 파티에 빠질 수 없는 케익도 하나 사서 잘랐다.
오늘 아침, 늦잠을 자 늦게 일어난 아이들이 부지런히 도시락을 챙긴다.
잰걸음으로 등교하는 아이들. 일상으로 복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