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민상담 님께 커리어 관련 고민상담을 요청합니다.

Aeris 2019.03.22 12:50:21

요즘 여러가지 일로 스트레스를 받고있는중 오하이오님의 "스트레스" 글을 보고 고민상담님 생각이 나서 용기를 내어 상담요청합니다.

솔직히 이런 이야기 지인에게 할수가 없고 또 직장동료들에겐 더더욱 못하고 남편은 제 고민 하도 들어서 이제 그만 괴롭히고 싶고요 ㅠㅠ

어떤사람들에겐 배부른 투정 될수있겠고요... 그런데 요즘 @복숭아님이 커리어에 관해 많이 오픈해서 조언 받으시는걸 보고 저도 용기를 냈어요.  

혹시 이 이야기를 보고 저를 아시는 분이라도 그냥 모른척 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ㅠㅠ

 

저는 집안 사정으로 인해 좀 늦은 나이에 그냥 근처에 주립대학에서 남들 다 전공하는 비지니스를 전공하고 취직을 해서 처음엔 A/P Associate 으로 시작했고 그담에 Cash management 으로 옮겨 GL Accountant 가 되었고 매니저 달고 몇년이 되었을때쯤 너무너무 지겹고 쳇바퀴같은 일이 힘들고 또 Master 이나 MBA 가 없으면 위로 올라갈수 없는 현실이 힘들어 공부를 할까 다른 Industry 를 알아볼까 하던중 

어느분의 소개로 마케팅/이벤트 프로젝트 매니저로 가게됩니다.  힘들게 이도시 저나라 출장을 좀 다니고 하면서 재미도 있었는데 회사 자금사정이 안좋아지며 현재 동네에서 철수를 하게됩니다.  그리고 결혼을하고 아이가 태어나고 아이를 2년간 제가 돌보고 다시 직장을 구하던중 예전 동료로부터 잡 오퍼가 옵니다.

그래서 현재 다니는 회사가 그 회사입니다.  남들이 이름을 딱 들으면 잘 모르지만 이쪽 인더스트리에선 규모가 꽤 큰편인 미국 대기업이고요

2년 쉰데다 전공 관련이 아닌 회사를 몇년 다닌 죄로 월급은 정말 줄여 들어갔습니다.  매니저도 아닌 시니어 포지션... 

월급은 아주 작지만 회사는 베네핏이 좋습니다.  웬만한 공휴일 다 놉니다.  MLK 날이며 Columbus 이런날도 다 놀아요.

휴가가 4주입니다.  거기다 Sick Day 따로 15일, Personal Day 라고 아무거나 놀고싶은날 놀아라는 날 5일.  이렇게 해서 거의 40일이 휴가입니다.

시간도 아침 6시에서 저녁 6시 사이 아무때나 정해서 8시간 일하면 됩니다.  그리고 제 포지션은 일주일에 2일 미팅이 있어서 그날만 회사를 가고 나머지 2-3일은 집에서 일을 합니다.   일은 한꺼번에 몰아쳐서 많은편입니다.  그래서 Quarter end 나 year end 에는 늘 오버타임을 하고 모두가 12시간씩 일하는 날이 며칠씩 있는데

그외엔 꽤 한가한 편입니다.

제 윗 보스는 오하이오에 살아서 micromanaging 같은건 절대 못하고 저희 아이와 같은 나이 아이를 키워 아이 학교에 관한 모든 편의를 다 봐줍니다.

그래서 아이를 키우기엔 최적의 조건입니다.  발룬티어며 작은 이벤트 필드트립 제가 다 갑니다.  제가 출근하는 날만 남편이 아이를 Early drop off 하고 제가 4시까지 픽업을 해서 액티비티도 제가 다 데리고 다닙니다.  

 

그런데 회사는 이렇게 직원들을 사육(?) 하면서 절대로 커리어를 키워줄 생각은 없습니다.  우리회사 flexible 하고 베네핏 최고잖아? 그냥 하라는 일만 하고 집에 가면 되고 월급은 약간 작지만 뭐 그래도 먹고살만큼 주잖아? 더 뭘 바라는데? 이런식이죠.  20 몇년씩 일한 직원들 다 그냥 Associate level 이고 좀 똑똑하고 커리어 키우고싶은 직원들은 다 3-5년 있다가 나갑니다.  저희 보스들 같은경우 제 위 AVP 는 35년을 일했고 VP 는 거의 45년을 일했어요.  그정도로 프로모가 어려운 회사라는 뜻입니다.  

 

이런 상황에 저도 그냥 엄마니까 아이 잘 키울수있는 회사에 다니면 되지 뭘더 바래 하고 눌러앉아있었다가 이제 나이가 더 먹다간 계속 똑같은 일을 하며 60대까지 늙어가겠다는 생각이 확 듭니다.  미국은 나이 상관없다 어쩐다 해도, 40 중반 후 레이오프 당한 동료들 다들 잡 다시 구하기 너무 어려워하더군요.

그래서 이리저리 다른 포지션을 이리저리 알아보니 몇몇 리크루터가 연락을 합니다.  Asst Director 이나 Controller 포지션입니다.

9-6 빡세게 일해야하고 주말에도 일을 할때도 있는거 같습니다.  월급은 좀 올라갑니다만 세금떼고 제 손에 얼마나 더 많이 들어올지는 모르겠습니다

아이는 Before/After school 에 더 오래있어야 할테고 Remote from Home 옵션이 없으니 집안일도 손을 많이 떼게 되겠죠

가족의 시간도 많이 줄어들겠고요....

리크루터는 정말 좋은 자리라며 자꾸 푸쉬하는데 이것저것 걸립니다.  처음엔 받아만 준다면 다른데로 바로 옮기리라!  이런 결심이였는데

막상 아이 스케줄이며 모든걸 바꾸려니 아이에게 미안하고 남편에게 미안합니다.

그러나 타이틀이, 어느정도 권한이 있는 그 반짝반짝한 명함이 여자라고 엄마라고 포기할테냐? 하면서 또 저를 부르네요

 

남들이 볼땐 자랑처럼 양손에 떡을 쥐곤 하나를 포기 못하는 모습으로 보이는거 잘 압니다.

결국은 남이 아닌 제가 결정해서 움직여야 하는것도 잘 알고요.  그래도 고민상담님께선 어떤 현명한 결정을 하실는지 궁금합니다.  제 고민을 상담해주실수 있으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