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창하더니 며칠 연이어 비가 내렸다.
날씨처럼 차분하게 집에서 시간을 보내는 듯 하지만,
3호는 분주하게 오리고 붙이고 만든다.
지하실로 내려간 처는 쪽 염색을 해댄다.
들여다 보니 나무에다 물을 먹인다. 뭐가 나올지 궁금하다.
언제 흐렸냐는 듯이 날이 개였다.
학교에서 오던 1호는 가방도 들여다 놓치 않도 마당에 자리를 잡았다.
집 가던 길 스미스와 숙제를 하겠단다.
숙제하는 아이들 옆에서 맑은 날을 놓칠새라 나도 잔디를 다듬었다.
실내로 들어간 아이들. 잠시 맑았고 비는 이어졌다.
처가 수업 없는 동네 대학 강의실을 빌려 작업을 했다.
날씨 탓에 나가 놀지 못하고 그대로 엄마 곁에서 맴도는 아이들.
그래도 신났다. 강의실 대형 화면에 만화 영화 실컷 보게 생겼다.
큰 화면 두고 굳이 모니터로 보겠다는 3호.
시시하다던 1호도 흘깃흘깃 고개를 돌려 보는데... 이 자세는?
아이들 뒤로 부지런히 미싱을 돌리는 처.
책상에 붙여 놓은 그림대로 만들 모양인가 보다.
비 때문인지 아침 기온이 뚝 떨어졌다.
전날 저녁 까지 장맛비 내리듯 이언지 비가 걷히고 화창했던 지난 주말
비로 한주 취소됐던 동네 야구 시합을 했다.
시합장 뒤로 화사한 옷을 입고 나들이 가는 가족들.
두어시간 시합을 마치고 연이어 아이들과 야구 놀이. 그 맑았던 하늘에 구름이 꼈다.
이내 비다. 오전 쾌청했던 날씨가 믿기지 않는다. 4월의 변덕엔 하늘대로 복잡한 심정이 있나 보다.
어느 한시는 4월에 누에는 따뜻하기를 바라고, 보리는 춥기를 바란다고 했다.
집을 나선 나그네는 맑기를 바라지만 농부는 비 오기를 기다리고,
뽕잎 따는 아낙네는 흐린날씨를 바란단다. 그래서 그시는 4월의 하늘 노릇이 가장 어렵다고 썼다.
하늘에 바라는 바도 없으니 날씨 따라 기분이 바뀔리도 없는 3호. 우중충한 날에도 표정이 밝다.
(조잘조잘, 그런데 국어와 영어를 섞어서 이야기하는 통에 말인지 방구인지....)
5월의 첫날, 반팔에 코트를 벗은 1, 2호. 전날 비로 기온이 떨어지진 않았다.
흐리지만 최고 섭씨 27도까지 오른단다. 역시 5월인가?
5월이다! 좌고우면의 4월을 보내고, 하늘도 나도 이제 여름 푸름으로 곧게 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