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저우 기차역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개찰구 앞에서 우리를 본 쉥예가 손을 흔든다.
우리가 떠난 뒤 쉥예가 고향인 난징에 도착했고 이튿날 우리를 보려고 수저우에 왔다.
일이 바빠 베이징에 남게 된 남편 장유와는 화상으로 안부를 주고 받았다.
힘이 넘치는 룰루는 1, 2, 3호를 차례로 들어 올려 반가움을 표시했다.
자리를 잡자 전화기를 꺼낸 룰루와 그 옆에 모인 1, 2, 3호.
의논 끝에 먼저 정원을 한 곳 둘러 보기로 했다.
서로에게 객지인 오하이오에 살면서 '베프'가 된 처와 쉥예. 아기 때부터 봐왔던 룰루와 언니 코코.
걷는게 불편하진 않았지만 중국어 능통자(?)와 걷는 발걸음은 한결 가벼웠다.
가장 유명하지 않은 그래서 관광객이 적으리라 기대했지만 그래도 수저우의 정원이었나 보다.
움직이는 곳 마다 가득한 사람들. 이래서 좋은 정원이 무슨 소용인가 싶었다.
그래도 그 틈을 비집고 사람이 빈(?) 곳이면 어김없이 단체 사진을 찍었다.
처는 창 마다 다른 모양으로 장식한 문양에 관심이 많았다.
아이들은 정원을 놀이터로 생각하는 모양이었다.
미로같이 이어진 암석 주변 위 아래로 돌아다니며 한참을 보냈다.
제 머리띠를 벗어 인형 놀이 하듯 3호에게 씌어 주는 룰루.
겸연쩍은 3호. 나도 너 어릴 때 머리띠에 핀도 꼽아 보고 그랬다.
곧 동네를 떠나 대학으로 가는 코코를 유난히 자주 불러 세웠다. 좀 더 많은 추억을 담아주고 싶었다.
정원 구경을 마치고 점심을 먹기로 했다.
가던 길가 수저우박물관 건축은 아이엠 페이의 작품이다. 수저우의 특징을 또 신구의 조화를 잘 이뤘다 싶었다.
쉥예가 검색해 찾은 맛집. 점심때가 조금 지났는데도 북적거린다.
쉥예 덕분에 음식 고르는 일은 수월했지만 여느 중국인처럼 넉넉하게 주문한 탓에 포장한 음식을 갖고 다녀야 했다.
별 기대를 않고 식당 앞 사설 박물관에 들어갔다.
비나 피하자고 들어갔던 곳인데 볼거리가 어마어마했다.
앞 뒤 모두 그림이 나오는 '수저우 자수'도 실컷 봤다.
비가 그치자 수로 옆 핑장루를 걸었다. 어쩌다 보니 세번째 걷게 됐다. 아이들도 익숙하게 놀았다.
수로 끝에서 아이들을 앉혔다. 지난 세월을 보니 들쭉날쭉한 키가 비슷하게 맞춰지는 것도 순식간이겠구나 싶다.
검색 검색! 해가 저물고 돌아갈 차 시간이 다가오자 간단한 저녁을 먹고 헤어지기로 했다.
함께 다닌 나들이에 눈에 박혔던 간판, 우리가 그런듯 해서. 지금 보니 아니다 우리는 '해피 투게더'다
열차 시간에 맞춰 헤어졌다. 아쉬움 보다는 기대감으로 웃었다. "그럼, 서울에서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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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 올라오신 장인 장모님을 배웅하러 서울역에 갔습니다.
가는 길에 시청 광장과 남대문을 거쳐 나들이 삼았습니다.
그리고 서울역에서,
1, 2, 3호를 봤다고 연락을 주신분이 계셨습니다.
물론 제가 알던 분이 아니라 사진을 통해서 보셨다고 하셨고요.
서울에 올 때마다 한두번은 이런 반가운 경험을 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