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올린 막내 아이 이야기에 여러 칭찬과 덕담을 들으면서
옛 일이 떠올라 순간순간 울컥하기도 했습니다.
또 잘 만들고 그리는 일이 자랑스럽기도 하면서
한동안 자기를 가두고 지낸 어린 시절의 기억 때문은 아닌가 하는 걱정도 듭니다.
그렇게 울컥하게 만들고 걱정도 들게 만든 그 옛일을 이제는 한번 풀어 봐야겠다 싶어
다시 3호 이야기를 꺼냈습니다.
보는 것만으로 흐믓하고 듬직했던 2학년 1호와 1학년 2호가 함께 학교를 가는 첫 날.
3호가 학교 대신 가야 했던 곳, 함박 웃음을 보여주지만 안가면 더 좋을 뻔한
동네 소아정신과 상담 가는 날. 매주 한번 6개월여 째 다니다 보니.
대기실에서도 척척 알아서 시간을 보내는 3호.
그러고 보니 이때도 티비보다는 손으로 갖고 노는 장난감에 시선을 먼저 주던 기억.
장난감 한번씩 다 만지고 나서 자리 앉아 게임기 화면을 보다가
자리를 옮겨 익숙한 캐릭터가 등장하는 티비를 응시하던 3호.
호기심을 갖고 쳐다보던 표정에서
금세 흥분하다 긴장하는 표정이 그대로 드러나는, 다른 아이와 다를바 없어 보이는 3호는
선택적함구증(Selective Mutism) 진단을 받아 상담 치료를 받으려 대기하는 중
상담을 마치고 나온 3호. 함께 있는 동안에도 말 한마디 안했지만 밝은 표정을 보였다는 의사.
병원 가는 재미. 나설 때 빼지 않고 골라 챙기는 만화 캐릭터 스티커.
가족 말고 다른 사람과는 말을 끊고 사는 그림자를 지우려는 환하게 웃는 3호.
예쁜 표정해보라니 한것 애교도 떨며 취해준 포즈.
치료에 진전이 없자 유아원에서 공립 장애아프로그램으로 옮기기로 하고
형들과 달리 뒤늦게 개학을 맞은 3호.
유아원 들어설때 마다 어두운 표정을 짓던 때와 달리 웃어 넘기더니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수업이 끝나기를 기다리던 내게 웃으며 달려오던 첫날.
학교를 옮긴 덕인지 남 보는데선 가족들과도 이야기 않던 3호가 형들 만나자 조잘조잘.
일주일에 나흘, 오후 2시간30분씩 열리는 3호 학교. 매일 등교하는 형들을 마중하는 3호.
아이가 집에 있는 시간이 늘면서 하던 일을 줄이고 더러 포기도 하고
대신 아이와 함게 할 일 늘리려, 자전거로 동네 두어바퀴 돌아 학교에 가기도 하고
아침 학교 가는 형 따라 가방 매고 나와 동네 공원이며 놀이터로
소풍하며 아침 보내기를 일상처럼 하다가
2년뒤 최종 평가를 통과해 킨더가르텐 입학한 날. 짧은 안도감과 긴 아쉬움. "깨우쳐준 교훈 잊지 않을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