롱텅의 여행일기

롱텅 2013.02.13 22:11:20

화려한 여행후기들이 출현하는 요즘, 도저히 그분들의 후기 수준에 범접할 수 없음을 깨닫고 최대한 건조하게, (사진도 없이) 후기를 써보자고 맘먹고 아래와 같이 써봅니다.

너무 시간을 끌다보니, 이제 기억도 가물가물하고... 해서, 리포트 제출 마지막날 임박한 마음으로 그냥 쭈-욱 썼습니다.


아, 비슷한 여행일정이 예상되는 복돌맘님께 헌정합니다. ㅎㅎ


일단 여행준비는 여기...

https://www.milemoa.com/bbs/board/517158



첫날(인천출발), 

밤 10시가 출발이니 7시 즈음 공항에 도착하게끔 나가본다. 
하와이언에어 체크인, 너무한다. 대기열이 꼬불꼬불 몇줄인데 달랑 카운터 두개 열고 처리한다.
처리속도가 T-Mobile 저리가라다.
와이프가 꾸려온 가방까지 가늠해보니 이민가방 셋, 트렁크 하나, 기내가방 셋이다. (이정도면 정말 이민을 가도 되겠다.)
하와이언에어에서 인당 2개, 총 8개까지는 붙일 수 있다고 해서 '취급주의' 딱지 붙여 달라고 하고 모두 붙여버린다.
이민가방 셋 모두 무게제한을 조금 넘겨버렸지만, 다음부터 무게 맞춰서 가져오라던 직원 말은 이미 흘려 들은지 오래다.

가족들과 눈물의 이별을 하고 정신을 차려보니, 일반 탑승동이 아니네? 그러고 보니, 국적기 이외에 항공편으로 출발하는게 신혼여행이후 10년만이다.
와이프가 면세점 쇼핑해놓은 물품 교환을 위해 서둘러 움직여 본다. 
생소하다, 여기. 얼른 면세품 교환처를 찾아 바꾸러 총총 걸음 서둘러 가본다.
말잘듣고 열심히 따라오던 애들이 바로 앞에 놀이터를 보자 갑자기 돌변한다.
나는 애들을 보고, 와이프가 물품을 교환하러 간다.
한참후 빈손으로 돌아온 아내.
물건은 탑승 바로 전에 받아가랜다.
이런... 홍삼엑기스를 샀댄다.
액체인줄 알았으면 그냥 갈껄.
역시 부부는 대화가 중요하다.
헐레벌떡 게이트에 도착하니, 얼레, 벌써 탑승 시작시간이네... 억지로 챙겨온 PP카드가 더 무겁게 느껴진다.

물품 받고, 자리에 앉는다.
다행히 자리배정을 하와이언 항공 한국 사무소에서 쉽게 받았다. (주1)
만석이다. 온통 커플티를 입은 신혼들 천지… 
한국도 많이 변한거 같다. 남 시선 아랑곳없이 서로 쪽쪽거린다. 
나도 저랬나… 아련한 기억을 더듬을 무렵, 아들이 응가마렵다고 내 팔을 당긴다.
엄마랑 가라…고 말하려니 와이프 벌써 반쯤 시체다.

출발~
음료수 한번 주고, 한두시간 지나니 음식이 나온다.
한국시간으로 자정에 밥을 먹으라니, 저녁을 두둑히 먹고 온 나로선, 또 지난 한국행 비행기에서 스테끼먹고 소화불량에 엄청 고생한 기억에 손을 댈 수가 없다.
과일이랑 초콜릿 맛만 본다. (요건 맛있다!)
경제석 기내식은 기대대로 실망스러웠다. 배고팠어도 안먹었을거 같다.
식사 정리후, 안대를 나눠준다. 먹었으니 자라구? (어디서 돼지 취급이야!)
그러고 보니, 그 흔한 좌석 스크린도 없다. 디비 자야겠다 싶다. (주2)
애들이 자면서 오만상을 찌푸리고 몸을 베베 꼰다. 졸린데 불편하니 끙끙대고 잤다 깼다를 반복한다.
다음엔 사업석으로 여행하는 좋은 아빠가 되어야겠다 다짐하고,
무릇 하와이언 한방치기를 해야겠다고 주먹 한번 쥐어본다.

하와이 첫날,

덥다… 일기예보에 비 부슬부슬 온다더니 왠걸? 쨍하다.
애들은 웃옷을 벗으니 반팔로 바로 변신(!)했지만, 난 발열내복을 맨 안에 입은 관계로 내복에 긴팔… 병신(?)됐다.
공항에서 하와이언 빌리지 가는 셔틀을 찾았지만 보이지 않는다.
데스크에서 물어보니, 일행이 네명이면 그냥 택시타랜다, 그게 더 싸고 편하다고. Why not?
날씨가 아주 좋다. 거리도 한산하고… 야자수가 그득하다.
마음을 가다듬고, 아멕스 힐튼 카드뒤에 10불짜리 두장을 아주 얇게 접어 둔다. 
택시에서 몇번 데모도 해봤겠다… (택시아저씨 뜬금없이 지갑에 눈을 둔다. 미안… 아자씨 팁 줄꺼 아니거든?) 만반의 태세를 갖춰본다.
빌리지 도착후, 체크인 시도.
HHonors 체크인 줄이 제법 길다. 지갑을 열고 다시 한번 20불 신공을 연습해본다. 
내차례! 신분증 주고, 예약확인 받는 나카무라에게 20불 신공을 펼치려는 찰나!

- 나카무라: 잘왔어, 롱텅. (너두 골드냐? 행색이...북극에서 바로 왔니?) 4박할꺼고, 어른 둘, 아이 하나 맞지?
- 롱텅:  엥? (모른척) 아이 둘인데?
- 나카무라: 응… 머… 스윗이니까 네명 자기 불편하지 않을꺼야… 
- 롱텅: (뭐야, 내가 카드 아래에 깐 20불 벌써 봤니?) 우리 애들 좀 큰데… 더 큰방은 없어? (일단 그냥 큰방…  더큰방… 더큰방…)
- 나카무라: 음… 애들이 하마만해? 괜찮을텐데… 그럼 머… 롤어웨이 베드 하나 더 넣어줄께.
- 롱텅: (더 큰방이 뭐가 있는지도 모르고) 더 큰방으로 주면 안되니? 나 하와이도 첨이고, 결혼기념… 
- 나카무라: 왠만하면 그냥 주무시지?
- 롱텅: (어쭈, 이게 말을 끊어?) 어, 그래… 며칠뒤에 결혼기념일인데 더 줄거 없어? 저녁 쿠폰이라던가…
- 나카무라: 축하해! 잘 놀다가… (너같은넘 여기 천지거든? 니가 이번에 기념일이면, 파리가 새다!!)
- 롱텅: (머쓱) 어… 그래야지… 롤어웨이 베드는 그냥 주는거지?
- 나카무라: 그럼, 그냥 주는거지… (이거라도 먹고 떨어져)
- 롱텅: 근데, 넌 내 신용카드도 필요없니?
- 나카무라: 예약할때 입력한 카드로 다 차지될꺼야… 

본의 아니게 20불이 굳어버렸다. 애들 까까나 한번 더 사주자 싶어 날서게 접은 20불, 다시 곱게 편다.
하지만, 긴팔입고 체크인하느라 땀에 쩔어버렸다.
그 찜찜함에 도착한 객실.
26층, 훅~ 하고 열어보니... 와... 감탄이 나온다.
확 트인 시야와 넓은 방, 대리석 화장실까지... 그냥 여기서 살고 싶다... 란 생각과 함께 늘어지는 순간,
배고픈 처자식들이 뭔가를 먹고 싶다 해서, 밖으로 나가본다.
호텔 벗어나기도 전에 피자집이 보인다. 우리 애들 눈에 그냥 지나칠리가 없다.
그래... 오늘은 너무 피곤하니, 가까운데서 일단 떼우자...
그리고, 한시간 후,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하와이언 피자를 먹고 배를 부여 잡아 본다.
오늘로서 확실해졌다.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피자를 먹고 싶다면! 배고플때 한시간 더 참고 먹으면 되겠다...
공항, 비행기에서의 사투로 만신창이가 된 몸을 넓은 핫텁과 푹신한 침대에서 풀어본다.

자는데, 아이들이 깬다.
배고프댄다. @.@ 이밤중에 뭘 먹겠다고... 하지만, 애들은 애들...
과자를 좀 챙겨둔게 생각나, 이걸루라도 어떻게 해볼량 짐가방을 까본다.
과자를 찾는 중, 놀라운 것을 발견했다. 무수한 햇반! 이민가방 절반이 허옇다. @.@
지난주 대화가 문득... 어머니가 호텔서 마땅한 식사가 없을수도 있으니 밑반찬을 좀 준비해 주신단다.
이걸 들은 와이프, 화색이 돈다.
그리곤 내뱉은 말... '햇반 좀 싸가면 좋겠다... 좋겠다... 좋겠다....'
그리고, 연이어 나오는 반찬들과 사발면... 아... 하와이서 사먹긴 글렀구나...
낭비 안하고 얼마나 좋아~라는 말을 간혹 주변에서 듣지만, 가끔은... 어렵다... 끙~

둘째/세째날,
라운지에서의 아침은... 기대이하다.
여긴 휴양지니까... 동남아 호텔 정도를 예상했지만, 하와이도 역시 미국이었다.
하루 먹어 보고, 바로 HHonors 카운터에 가서 거들먹 거려 보지만, Rainbow Lanai 란 곳에 20불 먹고 가라는 얘기 밖에 안해준다.
체크인때 신공을 부려보려는 나의 의지를 꺾던 그 나까무라의 벽에 다시 걸렸다.
이러단 아침밥까지 햇반을 먹을지도 모르겠다는 불안감에 얼른 와이프에 사기친다.
내일아침부터는
'Rainbow Lanai'로 업글됐어!!

치료를 많이 받고 오다 보니, 절대 무리를 해선 안되겠다는 생각에 그냥 호텔서 개겨본다.
바닷가 바로 앞이겠다, pool 도 자꾸지도 많으니 지루하진 않다, 하지만...
여긴 하와이 아닌가! 전세계인이 손꼽아 가고 싶어 하는 호놀랄라 아니겠는가!!
평생에 몇번 올지 모르는 와이키키 아니란 말이냐!!!
갑자기 좀이 쑤시기 시작한다, 내가 여기서 뭐하고 있는건가... (난 누군가, 또 여긴 어딘가...)
얼른 스크랩해놓은 잡곡님 후기를 벼락치기한다. 갑자기 맘이 급하다. 허뚤허뚤!
Hertz가 빌리지에 상시대기라니 언능 잡아본다.
당일치기+카시트+CDW+Intermediate+Tax 로 65불이 나온다, 나이스!

덤으로, 아플사태에 막차를 타본다.
시차로 고전하는 와이프. 저녁 먹곤 바로 침대에 바짝 붙는다.
아플 사태 댓글 속도는 실로 대단했다. 담 기회가 있겠지라고 여러번 타일렀지만, 이렇게 많은 사람이 광분하는걸 보니 아무래도 나도 은근히 합승야겠다 맘먹는다.
다행히 인어. 이기쁨을 나눌 방법이 오프라인으로는 와이프뿐이라, 자는 와이프를 흔들어 보지만... 반응은... '그만 좀 디비자'
싸늘하다.
캠프파이어 중 파도 휩쓸린 심정... 흥분 앉히는데는 와이프와의 대화가 최고다.

네째날,
아침 후딱 먹고, 차 빌리러 가본다.
부스가 정말 조그맣다.
나에게 다짜고짜 일본말로 인사를 한다.
'난 대한의 아들인디, 모시여 느그들?'
차는 아카디아라고 하고, 5층 주차장에 있댄다.
아카디아? 이게 뭐더라?
'어디 브랜드냐?'고 물으니, GM 이랜다.
GM 아카디아... 아카디아...
아... 전에 대우에서 나오던 아카디아가 GM 에서 나온거 갖다 판 모양이지? 머 이런 똥차를 빌려줘?
5층에 올라가 손에 쥔 카리모컨으로 삑삑거려본다.
아니 근데? 흐미... 이거, 엄청 크네...
생각치도 않게 업글을 받아 버렸다. 초행길에 차가 큰건 별룬데... --;
그래도 업글은 언제나 기분 좋은것.
주차장에 세워진 차들을 보아하니, 전부 작은 차를 먼저 빌려 미니밴이 남는갑다. (주3)
아이폰을 네비 삼아 Hanauma bay, Lanikai beach, Pali Lookout 등을 돌며 짧게나마 바다냄새를 맡아본다.
지난 4일간 Ramen Nakamura, Blue water shrimp and fish market, Marukame Udon 등 돌며 추천받은 곳에서 틈틈히 맛도 봤다.

잘 쉬었다 싶고, 이제 시애틀로 돌아갈 일이 남았다.
아직 확인되지 않은 수하물 규정도 풀어내야 한다.
(이부분은 아주 애매하다. AA e-ticket에는 HA, AS 에 물어보라 하고, HA, AS 에선 AA 티켓이니 AA에 물어보라 하고… 지들이 뫼비우스인줄 안다.)
일단 걱정부터된다. 아침 8시 출발이니 6시엔 공항에 나가봐야한다.
그럼 체크아웃 5시… 본의 아니게 새벽도주를 하게 생겼다.
일찍 자라고 애들을 타일러 보지만, 짐싸느라 잠깐 틀어준 TV 에서 하필 요즘 애들이 꽂힌 파충류 특집을 방송한다.
가는 날은 왜 항상 장날이란 말이냐.
억지로 12시엔 자게 만들었지만, 다섯시간 수면 후에 일어나야 하는 애들이 안스럽다.
멤버쉽 업글을 통한 더좋은 아빠가 되어보자고 한번 더 주먹 쥐어 본다.

마지막날,

다행히 내몸에 맞춰둔 5시 시계가 울려 웨어크업콜 없이 눈이 떠졌다.
얼른 주어 입고, 애들 깨우고, 고양이 세수 후, 벨서비스 불러 저 많은 짐 싣어 보낸다.
체크아웃, 포인트 숙박은 리조트fee 가 면제라고 한다. 
몇가지 룸차지 해둔게 QS, QN 챙겨먹는데 여간 다행이지 싶다. (주4)
와이키키 택시들은 여간해선 전부 밴이라 쪽수가 많거나, 나같이 짐많은 사람에겐 이 또한 다행인듯 싶다.
오늘은 한국아자씨가 드라이버신데, 아침부터 수다가 장난 아니시다. (근데 재미는 없으시다. --;)
덕분에 졸지 않고, 제시간에 도착해 팁 좀 더 드려본다.
호놀랄라 공항은 카트를 유상대여해야 했다.
가족, 짐이 많은 나로선 어쩔 수 없이 대여를 생각했지만, 택시아자씨가 알라스카 에어 포터를 불러주신다.
팁으로 카트 빌리는 정도 값을 주면 된다고 하니 why not?
다행히, 체크인도 연결편 항공이라고 하니 묻지도 않고, 수하물은 사람당 두개씩은 무료랜다. (주5)
이렇게 나의 마일여행은 마무리 되어 간다.


* 주1: 한국사무수에서 어렵지 않게 자리배정을 받았습니다.
* 주2: 제가 탔던 비행편은 그야말로 시대를 역행하는... 추억의 80년대 스타일의 인테리어 및 기자재였습니다.
* 주3: 하루만 보고 판단할 순 없지만, 빌리지에 위치한 Hertz의 경우, SUV/밴을 많이 준비해 놓은것 같았습니다. AYOR, but 소형차로 하시고 밴급으로 업글이 가능하지 않을까.. 조심스레 추천드립니다.
* 주4: 실제 1QS, 4QN 으로 잡혔습니다.
* 주5: 수하물 규정상은 스탑오버를 하루이상 했기 때문에 비용이 발생하는게 맞는것 같은데, 다행히 스탑오버를 얼마나 오래 했는지에 대해서는 확인하지 않았습니다.
또, HNL 공항 보안검색열이 새벽시간 엄청~나게 길더라구요. 같은 시간대를 이용하시게 되면 참고하세요.



아무래도 경유차 들른 호놀랄라를 즐기엔, 그리고 제 형편상 4일은 너무 짧은 시간이었습니다.

4인가족, 한국 왕복에 하와이 4박에 든 비용은 $200 남짓…
왜 기쁘지 아니하겠는가! 다시 한번 생각해 봅니다.
마일모아 덕분에 좋은 여행 했고, 또 계속 해야겠습니다.
다시 한번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