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히 혼자 식사하시고 손주들이 거실에서 티브이를 보면 방에 계시거나 외출하시거나
자가격리자와 접촉을 피하라니 사실상 격리는 어머니가 하고 계시는 듯
일주일 세번의 코로나 검사. 음성 판정에 어른 모두 백신을 다 맞고서도
수칙은 지키자며 겨우 거리 두고 앉아 마스크 쓰고 찍은 방문 첫 가족사진
그나마 시차로 밤낮이 엉킨 탓에 어머니와 대면할 시간이 적어
수칙 지키기도 쉽고, 어머니에 대한 왠지 모를 죄책감도 조금은 덜어지고
새벽 3시 하루를 시작한 3호
이 시간 출출할 때, 긴 생각 않고 꺼낸 라면
먹으면 안 되는데 하면서 젓가락 든 처, "편하게 드셔, 맛있게 먹으면 0칼로리래!"
처의 일, 방문 일정 반은 출장인 처가 애지중지하는 만년필통을 창가에 올려놓고
한밤에 밤낮이 바뀐 미국으로 접속
아이들의 일, 연필을 부지런히 깎는 1호
이미 배 깔고 누운 2호가 문제지를 펼치고
침대에 걸터앉아 화장대를 차지하고 연필을 굴리기 시작한 3호
이렇게 하루 두어 시간 공부하는 아이들
또 다른 아이들이 일, 하루 한번 바닥 청소에 매 끼니 테이블 청소
자기 구역(?)을 다 쓴 3호가 두리번거리더니
외출한 할머니 방에 들어가 빗자루질을. "잘했어!"
내 일, 시원치 않게 내려가는 세면대 물
배관에 물마개까지 뜯어 깨끗이 닦아내니 시원하게 물이 쑥.
끈적거리고 지저분한 '부르스타' 대부분은 내가 먹고 놔뒀을 터.
.
처음 해보는 부르스타 청소. 물 묻어도 될까 싶어 조심했지만,
닦고 켜 보니 번쩍여할 라이터가 가만히 쥐 죽은 듯. 걱정하며 일단 한번 말려 보자고,
마른 뒤 가스 넣고 불붙이니 활활, "휴, 다행이다. 조만간 삼겹살 한번 구워 먹어야겠다!"
2호만의 일, 격리 한번 해본 덕에 심심풀이 들고 왔지만
달랑 이틀 만에 다 만들어 버린 조립 블록. 어쨌든 "오하이오 파이팅!"
쇼핑. 인터넷 여니 맛있어 보이는 것, 먹고 싶은 것이 잔뜩
양식에 간식에. 쥐포와 마른오징어는 배송 중. 이렇게 내가 위장을 채우려는 사이
마음을 채우고 있는 처. 채워진 마음만큼 무거워질 가방 생각은 안 하는지
읽고 쓸 거리에 여념 없지만, 그렇다고 살이 안 찌는 건 아니라는.... 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