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할머니가 밭에서 직접 따오신 복숭아를 먹는 1, 2, 3 호
심심하다 싶으면 강가로 나가 운동 기구를 놀이기구 삼는 아이들
산책하며 건너는 다리, 비록 냇가 물이 빠져 돌다리가 높아졌지만,
그러면서 이어진, 다섯이 함께 처음으로 건너던 기억
더불어 우리 세월을 적어둔 강다리 기둥, 날개
했던 동작을 잊지 않았는지 매번 비슷하게
하늘을 날아가는 3호
늘 유쾌하게 웃어 자세를 취하던 2호의 표정이 달라진 걸 보니,
그렇게 또 크나 보다 싶은데
'베를린 천사'가 된 1호를 보니 크는 게 확실히 섭섭해지지만
그래도 이렇게 추억을 담아갈 수 있어 좋은데,
낡고 해진 그림에 보수 흔적 없는 걸 보니 어쩌면 조만간 기억으로만 남겨야 할지도.
더위도 피하고 구경이나 하자고 들어간 백화점은 입구 체온 측정기에서 부터 호기심이 잔뜩
막상 살 거리 생기면 간 곳은 동네 시장
점심 삼자고 시장에서 분식 잔뜩 사 와서 펼치니 두리번거리는 아이들
아이들이 가장 먼저 잡은 건 정체불명의 샌드위치
하루는 외할아버지 트럭 타고
포도밭으로. 한두해 고작 한번 오면서도 익숙하게
할아버지께서 밭일하시는 사이 자리 잡고 앉아서 티브이 보는 아이들
그 사이에 처는 상추며 쑥갓 따선 저녁에 고기 구워먹자고
밭에서 집으로 돌아가는 들른 반곡지
하도 홍보를 해대서 한번 와보고 싶으셨다는 장인어른
크지 않은 저수지 한번 둘러보고, 장난치는 아이들 불러 집으로
저녁은 이 고기 저 고기 사다가 굽고
직접 따온 채소에 척척 밥 고기 얹고 식사하는 1, 2, 3호
하루낮엔 처와 둘이서 돼지고기 음식이 많다는 돼지골목에 들러 돼지국밥 한그릇씩
국밥 먹고 나오는 길에 핫도그며 찹쌀도넛 사서 점심하라는, 나는 게으른 아빠.
외가에서도 틈틈이 자기 공부
형들과 함께 엎어져 공부하던 3호는 어느새 밥상을 책상 삼아
공부 마치고, 일과 중 가장 신나는 '스크린 타임' 시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