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밖에 4학년이 되면서 혼자 등 하교하게 된 3호가 총총거리며 집으로
눈덩이를 선물이라고 내밀며 웃는 걸 보니 온전치 못한 코로나 시대 일상이나마 회복했다는 안도감이
지난주 월요일, 밟고 지나가며 도장 찍기 딱 좋을 만큼의 눈이 쌓였 건만
집 밖으로도 나가지 못하고 지하실에서 생활하게 된 1호
먹을거리도 가져다주는 대로 먹고
온라인으로 부여되는 과제만 겨우 해내며 수업을 따라가고
종종 피아노를 치며(나는 드럼을 치며) 보내는 코로나 확진자 격리 생활
1호의 권장 격리기간 5일이 끝날 즈음 목이 살짝 아프다는 2호도 일단 격리
구석에 따로 잠자리, 식사 자리 잡고 시작한 2호는 불편하기 보다는 재밌다는 표정
졸지에 둘이 남게 된 위층 사람들
2호가 합류하면서 놀이판이 된 격리 생활
종이로 만든 거북이를 들고 지하실 입구로 와서 보여주며 수다를 떠는 3호
자고 일어나니 3호가 냅킨으로 만들어 놓고 간 종이 새가 지하실 계단 위에
종종 계단에 앉아 수다를 떨고 가는 3호
어제 월요일, 한 주 만에 다시 소복이 쌓인 눈.
열흘 만에 땅을 밟는 1호와 나흘 만에 지하실을 벗어난 2호, 격리해제 기념행사가 된 눈 치우기
군대 시절 떠올리며 널빤지로 밀어 치웠더니 그걸 따라 해보겠다는 2호가 낑낑 ('짬빱' 그냥 먹는 거 아니지)
삽 대신 빗자루라도 들고 힘쓰는 거 보니 다 나았다 싶어 다행인 1호
공부 빼고(!) 뭐든 야무지게 잘하는 3호. 눈 치우는 자세며 솜씨가 형들보다 나은 듯
연휴를 마친 화요일 오늘 아침, 잠시 들른다더니 아침 일찍 다녀간 듯한 캐롤라인
여행하며 들른 중고가게에서 찻잔 모으는 처가 좋아할 만 한 것 같아 샀다며
창가엔 격리 마친 걸 실감케 해주는 3호의 화사한 종이꽃 5개, 식구 마다 정해진 꽃이 있다고.
식탁에 앉아 꽃 두고 3호와 별것 없는 수다를 떨다 보니 투덜댔던 '코로나 일상'에도 새삼 고마움이
이어 하교하는 1, 2호. 등교 첫날 걱정했던 피곤한 기색은커녕 씩씩한 발걸음
현관문 여니, 눈덩이를 내미는 1호. "아빠, 선물이야!" "뭐야? 너마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