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즈베키스탄 (사마르칸트) 여행기

개미22 2022.05.17 13:12:56

제 장모님(실제) 나라, 우즈베키스탄 사마르칸트에 다녀오는 길입니다. 7년 전 사마르칸트에서 결혼식 후 처음 다시 방문한 여행입니다. 그 사이 아이들 2명이 생겼네요! 글은 길고 사진은 적어 죄송합니다. 음슴체로 썼어요.

 

1.(제가 잘 모르는) 대충 우즈베키스탄 역사

티무르제국.png

믿기 힘들지만 7~8세기 이전에는 이 지역은 (심지어 아프가니스탄 조차) 불교가 주된 종교였음. 8세기 이후 아랍/이란에서 이슬람이 유입돼 문화적 번영을 누리다 13세기 무렵 몽골의 침입으로 후 이전의 다양한 문화유산이 모두 소실됨. 당시 몽골 명성대로 사마르칸트내 구 도시(아프라시옵) 전체를 철저히 파괴함. 도시와 도서관을 태우는 불이 몇 달간 꺼지지 않았다고 함. 14세기 아무르 티무르가 (칭기즈칸의 후예를 자처) 제국을 세우고 끝없이 확장, 모스크바와 중국 국경 근처까지 도달했다 전쟁 중 병들어 죽음(당시 수도가 사마르칸트, 지금의 뉴욕 정도로 당시 지구에서 가장 번성한 3대 도시 중 하나였다고). 이후 손자 울그벡이 나라를 운영하는데 건축, 천문, 수학 등에 능해 많은 문화/과학 유산을 남김(이성계-세종대왕과 비슷? 심지어 사망 시기도 단 1년 차이 밖에 안 남. 두 분이 살아생전 만났다면 단번에 아주 좋은 친구가 되었을지도). 다만 티무르제국은 조선처럼 오래 못 가고 울그벡의 과학적 성과는 이슬람 율법 학자들에 의해 부정되고 파괴됨. (종교의 가장 큰 적은 과학임. 특히 천문학, 갈릴레이-천주교 갈등과 비슷한 시기). 울그벡 최후는 안타깝게도 반란을 일으킨 아들에게 죽음 (상상하기로 울그백과 대립한 종교학자들이 아들에게 힘을 주고 시킨게 아닐지)

 

"울루그 베그는 《코란》의 거의 대부분을 외우고 있었고, 아랍어를 쓸 줄 알았으며, 법학과 논리학, 문장학, 운율학에도 정통했다. 수학이나 천문학에 대한 자질도 매우 뛰어났는데, 그는 때로 마드라사에서 벌어지는 수학과 관련된 토론에 참여했다. 계산 능력도 뛰어나, 말 위에서 특정 시각에 태양의 경도가 어떻게 될지에 대해 분단위로 암산할 수 있었다고 한다. 이러한 울루그 베그를 당대의 사람들은 그가 옥좌에 있는 학자라 하여, 아리스토텔레스의 제자 알렉산드로스 대왕에까지 비유하였다." -위키백과

고구려사신.png

흥미롭게 6세기에 고구려-당나라 시대 당나라 뒤를 견제하려 고구려가 그 멀리 우즈베키스탄(사마르칸트) 까지 사신을 보냈다는 벽화가 남아있음. 당시 말을 타고 황량한 대륙을 건너가면 몇 달이나 걸렸을지. 말이 가다 죽으면 어쩌나. 길은 어찌 찾으며 끼니는 뭐로 때웠을지. 오해받아 죽을까? 마음 졸이지 않을 을지 상상해봄. 대단한 고구려인들.

 

2. 인종

다민족 국가 (우즈벡, 타지크, 유대인, 러시아, 고려인, 이란, 아프칸 등등) 임. 사마르칸트에는 타지크인이 70%. 아내도 타지크인인데 (공식) 우즈벡어를 잘 못함. 학교에서 타지크어만 썼다고. 기원전 4세기 알렉산더 대왕 동방 원정 때 사마르칸트에서 오래 머물렀다 함. 당시 동전과 주전자 조각들만 발견되는 게 아니라 (역시 피는 못 속여) 파란 눈+금발 유전자도 살아남아 멀고 먼 대를 타고 지금까지 이어짐. 하지만 (모든 이가 '가장' 궁금해하듯) 김태희가 밭을 갈고 어쩌고저쩌고 하던 우리네 통념은 대체 어디서 온 것인지 아내 레이다를 피해 소리 없이 '흰자위'를 아무리 굴려도 구잘 같은 사람은 보지 못했음. 아마 구잘도 한국 와서 더 세련되고 아름다워진 게 아닌가 추측함. 남녀 공통, 신이 내린 아름다움은 오히려 비잔틴-오스만제국이 만나 이뤄낸 이스탄불(단, 공항에서만 머물렀기에 심각한 Sampling error 있음)에 더 많다고 아내와 정말 오래간만에 의견 일치를 보임 (하지만 인물은 역시 한국이 최고죠. '덜'생기면 죽음을 각오하고 전신마취 후 멀쩡한 턱뼈도 깎아버리는 나라와 외모를 견줄 수 있는 곳은 은하계 어디에도 없을지도)

 

3. 언어 및 문화/종교

대부분 국민들이 우즈베키스탄어(공식), 타지크어, 러시아어 3가지 언어는 기본으로 함. 다만 한국에서 공부하거나 일하다 온 사람들이 정말 많아 한국어 쓸 때 듣는 귀가 많으니 조심해야 함. 세속적인 무슬림 국가이고 여성들은 운전, 일, 대외활동, 복장 등 자유롭게 함 (이게 모두 소련의 종교 말살 정책의 힘!) 하지만 역시 가부장적이란 느낌이 있으면 마치 한국 70~80년대와 같이.

 

4. 물가

얼핏 듣기로 직장인 월급은 대략 400~500불 정도라 함.

우즈벡 치과.png

일 년 전 코로나 시국에 미국에서 급하게 무려 1,500불 내고(하필이면 치과 보험도 없던 시기) 했던 어금니 크라운을 이러저러한 문제들로 다시 하게 됨. 미국 치과의사는 크라운을 이렇게 해 놓고 나 몰라라 은퇴해 버려 골머리를 썩게 된 상황. 사마르칸트에서 110불 내고 다시 함(아내 친척들은 내가 외국인이라 비싸게 받은 거라며 광분했고 달러로 결제 할 때 치과 의사 선생님 눈에서 뚝뚝 떨어지는 행복을 보게 됨.) 치료 속도(2일) 및 치료 결과는 대만족! 앞으로 이가 심하게 상하면 사마르칸트 비행기 표부터 바로 살 예정임. 장모님 밥도 먹고 이도 고치고! (치과 재료 원가에 대해 상상해보게 된 계기. 물론 인건비/렌트비가 대부분이겠지)

 

참고로 우즈베키스탄 사람들은 전반적으로 이가 좋지 않음. 그래서 치과 기술이 더 발전한 지도. 소련 망하기 전/후로 치약 배급도 받지 못해 그런 것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단것을 매우 좋아함. 아침저녁 할 것 없이 매끼 밥 먹을 때 여러 케이크, 쿠키 같은 디저트가 반찬처럼 식탁 위에 올라 있음. 편식 대마왕 우리 집 아이들의 천국 식단.

 

15~20분 거리 택시비는 무려 2불. 다만 가는 길에 끝없이 합승? 을 계속 시도. 합승할 사람 찾아 일부러 번화가로 돌아가기도 함. 신호 무시, 난폭 운전, 고성 지르지 않으면 집에 못 가는 교통 환경임.

 

안경은 20불. 받아 쓰고 보니 '아이고 하나 더 살걸' 싶은 정도로 만족함.

 

로컬 호텔은 4인 가족 하루 35~40불, 따뜻하고 만족스러운 조식 포함.

 

5. 경제

러시아 경제에 의존해서 같이 폭삭 망한 줄 알았더니 의외로 멀쩡하다 느껴짐. 가스를 러시아 대신 유럽에 파는지도. 오히려 러시아 사람들의 '아주 제한된' 해외 휴가처가 되어 관광객이 늘어나는 효과 보고 있음. 한국 7-80년대처럼 은행 주택담보 대출 금리는 무려 20% 정도라 함. 예금 금리도 높을 텐데 사람들이 은행 망할까 예금 꺼리고 집에 '돈다발'을 산처럼 쌓고 삶. 부산저축은행 사건 등 생각하면 이해됨. 처음 방문했던 7년 전에 비해 아주 많은 현대식 건물(쇼핑몰과 심지어 아이스링크까지)들이 완공되어 놀랐음.

 

우즈베크 통화는 숨. 무려 1만 숨이 1달러임. 원화보다 0이 더 많아 실제로 중고차 하나 사려면 실제로 돈다발을 여행 가방 2개에 꽉꽉 담아가야 함. 차 딜러마다 돈 세는 기계를 몇 대씩 놓고 계속 돌린다고 함. 그러다 보니 잔돈과 동전은 만들 가치도 헤아릴 가치도 없어서 슈퍼에서 거스름돈 대신 전혀 먹고 싶지도 않게 생긴 사탕을 하나씩 줘서 대신함.

페밀리센터.png시장.png

 

6. 치안

개발도상국 관광지치고 매우 안전하다 느껴짐. 거리 소매치기 없고. 따라다니면서 돈 달라고 하는 사람 없고(다만 집시 여인들이 있는데 딱 봐도 잘 입고 잘 먹고 다니면서 어떤 명분/이유로 구걸하는지 모르겠음. 아마 그들 문화적 관습인지 아니면 적은 돈이라도 구걸해 받으면 행운이 곁든다 생각하는지도 모르겠음. 그래서 그냥 10센트 정도 줌) 호텔에서 전자기기 도난도 없었음. 시장에서 혼자 장을 봐도 큰 바가지 씌우지 않았음(적어도 그렇게 믿고 있음). 관공서에서 뇌물 요구하지 않음 (다만 공무원 가정이 어린아이들 '양육비'를 조금 보태주면 여권 발급 등 처리에 상당한 속도를 붙일 수 있음) 정이 많은 사람들임.

 

7. 정치

소련에서 독립 후 카리모프라는 인물이 30년 넘게 독재하다 얼마 전 갑자기 뇌졸중으로 급사함. 카리모프가 사마르칸트 출신이라 그를 그리워하는 사람들이 큰 동상 세우고 사진 걸어둠. 카리모프는 아들이 없고 딸이 정치하려 했다는 이런저런 비리 사건으로 아버지 눈에 거슬려 가택 연금 후 망했다 들음. 어느 독재자 정권이 그렇듯 국내 시위 폭력 진압한 사건(2005년 최대 2,500명 사망한 안디잔 학살) 도 있었고 외국(인) 유입을 두려워했으며 부정부패가 만연하게 됨. 그래도 경제 발전했으며 비록 폭압적이지만 이슬람 급진주의 운동을 막아내고(바로 아래 아프가니스탄에 비하면) 국가를 질서 있고 안정적으로 운영했음. 쓰고 보니 사마르칸트는 대구/구미시와 자매 도시 협정을 맺어도...

 

8. 대표 관광지

비비하눔.png

레기스탄.png

15세기에 만든 레기스탄, 비비하눔 등 이슬람 학교 및 사원 건축물이 주요 관광지임. 돔 형태로 되어 있고 매우 아름다움. 울그벡이 그 오래전에 건물 입구를 어찌나 웅장하고 아름답게 만들었는지 멀리서 봐도 입이 딱 벌어질 정도임. 다만 티무르제국 이전 관광지는 별로 없어 다양성이 떨어짐.

 

9. 음식

플롭(볶음밥).png  만투.png

이슬람 국가라 돼지고기 안 먹음. 대신 양고기가 있는데 꽤 맛있음. 특히 (불쌍한) 어린양 갈비는 정말 일품이었음. 건조한 기후 덕분인지 도축 후 냉온 보관 없이 시장에 줄줄이 걸어 놓고 파는데 닭, 소, 양 모두 맛있었음. 미국/한국 자본주의 가두리 축산 않고 방목해서 키우는지 아니면 냉동은 안 해 그런지 식감이 다름. 이번 여행에서는 특히 만두를 참맛 있게 먹었음. 이름도 '만투'로 같은 걸 보면 아마 몽골 통해 퍼진 음식이다. 추측.

 

빵.png

우즈베키스탄은 기본적으로 빵을 주식으로 함. 빵에 대한 국민 자부심이 대단함. 프랑스 요리사가 빵 배우러 온다. 자랑하는 것을 들었음. 아주 커다란 화덕에서 갓 구워낸 빵을 먹어보니 아무것도 없이 빵만 먹어도 맛있음. 노릇노릇 바삭함과 하얀 부드러움의 아름다운 조화. 다양한 케이크도 맛있음.

 

10. 기후

고온 건조한 기후. 가본 적은 없지만, 말로만 듣던 애리조나와 비슷한 기후. 태양 아래 있으면 뜨거운데 그늘로 들어가면 에어컨 없이도 불편 없는 생활이 가능함. 덕분에 토마토, 수박, 체리, 살구 등 과일 당도가 매우 높음.

 

10. 사마르칸트 공항

사마르칸트공항.png

1년 전 야심 차게 완공한 사마르칸트 국제공항에서 무려 하루 '5'대 정도 출국함. 이스탄불, 알마티, 세인피터버그, 그리고 모스크바. 미국에서는 터키나 러시아 들러 가는데 전쟁 시작 후 이제 터키만 남게 됨. 아주 오래전 김포 공항처럼 버스 타고 비행기 활주로를 달린 후 계단을 타고 비행기에 오르게 됨.

 

마지막. 터키 항공 리뷰

 

에도르안의 실정으로 살인적인 물가상승률을 보인다는 그 터키. 달러가 없어서 연료 덜 채우고 밥도 안 주는 거 아닌지 걱정했는데 기체도 새것이고 밥도 아주 맛있었음. 특히 가지, 고추, 애호박 등을 직화로 구워 주는데 집에서 토치 사서 따라 해 볼 예정. 아마 농업이 있어 하이퍼 인플레이션을 그나마 버티는 게 아닌지 추측. 러시아 항공 망해서 장사 더 잘되는지도 모름.

 

터키항공기내식.png

 

발권은 터키 항공 마일리지로 함. 이콘 기준 미국->사마르칸트 편도 3.5만 마일+유할 150불 정도로 양호함. 터키 항공은 일등석이 없고 당시 비즈는 편도 5.5만 마일 정도 했지만 유 할도 450불인가 함 (저소득 4인 가족이라 포기) 시티 TYP와 Capital one 포인트(메리어트는 3:1) 전환 가능하나 한번 넘어간 포인트는 2년 이내에 만료되니 꼭 필요할 때만 옮겨 쓰는 게 좋아 보임. 이 만료를 연장하려면 1,000마일당 무려 20불인가? 돈 내라 함 (완전 사기임. 마일 버리고 말지). 소멸되는 마일로 1년 후 미래 여행을 미리 발권했다 취소하면 안 돌려준다고 함. 미국 내 이스탄불 출발 도시는 뉴욕, 보스턴, 시카고, 엘에이, 달라스 등 다양하고 덴버가 조만간 추가된다고 함.

 

단점은 체크인 시 때 좌석 배치를 무작위로 하고 어떤 변경이라도 하려면 자리당 무려 39불씩 돈 내라 해서 안 함. (이건 진짜 치사한 정책이라 생각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