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베양-
사실 지난편에서 소개드린 꼴마이후에 갔던곳이 샤모니가 아니라, 스위스의 따베양이었습니다. 프랑스에서 스위스로 넘어갔다 왔다 했었습니다. 유럽은 이맛이죠!
꼴마에서 나오는데, 신기하게 견인되는 차. 깔끔하구먼. 덕분에 견인 끝날때까지 전 제자리에서 20분 허비.
따베양은 프랑스어권에 있는 스위스의 소도시인데, 가이드북에 이렇게 쓰여있어서 가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전기도, 뜨거운물도 없다....만 진정한 스위스를 즐길수 있을것이다.'
평소같으면 이게 무슨 씨알도 안먹히는 드립이냐 마냐 할텐데, 진짜 그냥 땡겼습니다.
EU국가들의 국경을 넘어갈때는 사실 나라를 지나갔는지 안갔는지 모를때가 많은데, 스위스는 확실히 좀 다릅니다. 많이 긴장했엇지만, 사실 별거없었습니다. 다만 여기서 기억하셔야 할것은 스위스 고속도로 통행권입니다. 통행권은 우리나라처럼 구간별로 사는게 아니라, 1년짜리를 몇십유로주고 사신후 차창에 붙이고 다니시면 됩니다. 배불뚝이 할아버지 (그래도 형사처럼 총을 차고있으니 간지는 났음)오셔서 돈내라고 주면, 스티커 주고 끝. 아 그리고, 유로대신 스위스 프랑으로 지불하시면 약간 절약하실수 있는데, 그렇다고 환전 때문에 굳이 AAA를 찾아가지 마시고, 그냥 유로로 내실것을 추천합니다.
스위스의 고속도로도 다른 EU고속도로랑 다를바 없습니다. 그런데 곳곳에 카메라가 많이 설치되서 쉴새없이 뻥뻥 후레쉬가 터집니다. 바깥의 배산임수에 저도 기분이 좋아져서 Usher님의 랩을 힘차게 들으며 앞차따라 밟기시작했습니다. 헉 그런데 어디선가 갑자기 후레쉬가 터지고, 그 이후론 규정속도-5km로 달려야겠다고 다짐했습니다. (그리고, 실제로도 끝까지 실천했습니다.) 스위스 경찰에게 씨알도 먹히지 않는다는 변명 두가지...
-앞차따라 달렸거든요.
-진짜 한잔밖에 안마셨거든요.
전 집으로 벌금 고지서가 날라오지 않을까 여행내내 하루하루 지옥속에서 살았는데 (농담^^), 다행이 아무것도 안날라 왔구요. 역시 내 앞에가던 차가 걸린게 틀림없어.
그래! 미안하지만... 나만 안걸리면 되자나. ^^
따베양 가는길은 사실 좀 힘들었습니다. 고속도로에서 빠져나와서 산길 좁은길로 올라가는데, 이건 표지판도 제대로 없는게 아니겠습니까. 결국 오가는 등산객등에게 물어보기로 했습니다.
저 따베양 어떻게 가야하나요?
오. 따베양? 이리로 5분 (이 등산객이 손가락으로 가리키던 것까지 생생하게 기억남)
(10분간 운전후 아무것도 안보임. 또 다른 등산객을 찾아 물어봄.)
ctrl+c, ctrl+v
저 따베양 어떻게 가야하나요?
오. 따베양? 이리로 5분
이런 소들도, 처음에야 평화로워 보였지, 길을 못찾고 나니, 저를 놀리는 얼굴로 쳐다봅니다. 길치.길치.길치.길치 x100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시한번 강조합니다. 저 길치 아니거든요. (그런데 왜 눈물이 TT)
결국 20분정도 가야 나오는 소도시 따베양. 왜 찾기 힘든줄 알았습니다.
따베양에 도착하니 집이 딱 세채만 있더이다. 여긴 사실 Refugee로 겨울이되면 다 눈에 뭍여버리고 여름에만 이렇게 연다고합니다. 처음사진 윗쪽에 조그만 구멍이, 저희가 잘 방의 창문이고, 아래층은 산장 휴계소로 레스토랑(?)으로 쓰여집니다. 집 옆쪽의 계단을 따라 올라가면 창문앞에 매트리스가 4개정도 있고, 벽쪽뒤로 퀸사이즈 침대가 있는 방이 하나가있습니다. 이곳은 한번에 한 일행만 예약받으니 혹시 생각이 있으시면 꼭 전화로 예약을 하셔야합니다. 그리고 굳이 기차를 타고 가시겠다면 말리지 않겠지만, 차로 가실것을 강력히 추천합니다.
예상시간은 4시간이었는데, 거진 6시간 걸려서 도착한 따베양.... 한것도 없는데 배가 고픕니다. 보통 여행 코스가 그렇죠. 이동해서 호텔잡고 먹고.
야외테이블에서 마신 맥주와, 베이컨,감자 요리는.... 음... 맛의 향연, 베이컨의 신들림, 어머니의 맛, 적절한 단어가 생각이 안나는군요. 아주 죽여줬습니다. ^^
배도 채웠겠다, 이제 산보나 하면서 주변을 둘러봅니다. 여기 특별한 건축물, 미술관 없습니다. 그냥 좋은 공기마시고, 산보도하시면서 쉬기엔 딱 안성맞춤입니다.
스위스산 약수물 맛봤는데, 헉 이건 완전 기 일보직전의, 믈의 맛을 최고로 좋게 유지한다는 섭시4도씨의 그 물이 아닙니까? 미안하지만 제 LG냉장고 점수 하락입니다. 주인 아주머니의 추천으로, 옆집에 1986년부터(?) 우유만 짜시던 아주머니를 뵈러갔는데, 헉, 권해주신 우유가 너무 고소했습니다. 역시나 미안하지만 와이프의 고향 위스콘신 우유, 역시 한단계 밀렸습니다.
우유마시고 오는길에 독일 모자를 만났는데, 늙으신 어머니 모시고, 매년 이곳에 2주정도 쉬러 온다는데, 참 보기 좋았습니다. 한국에서도 일한 경험이 있다고 하는데, 서울-대전 기차 자리가 없어서 입석했는데 피곤해 죽을뻔했다고 그럽니다. ㅎㅎ 제가 군생활을 지방에서해서 대전-서울구간 자주 기차로 타고다녔는데, 정말 힘들었었습니다. 군 생활을 생각하니 갑자기 몸에 피로가 몰려와 낮잠을 좀 잡니다. (진짜로...)
제 여행은 진짜 그렇습니다. 바쁘게 돌아다니는것도 좋아하는데, 늘어질때는 엄청 늘어집니다. 숙소+먹거리+낮잠, 이 세가지만 충족되면 항상 제 여행은 해피엔딩입니다. 약간 감기기운이 있었던 누애고치도 자고 일어나니 좀 괜찮다고합니다. 그런데 자고 일어나니 또 배고픕니다?
오늘의 저녁은 스위스의 유명요리(?)인 퐁뒤입니다. 천연 냉장고에 넣어둔 벨기에 맥주를들고 야외테이블로 향합니다. 서버에게 벨기에 맥주를 하나 건내니, 아주 신나합니다. 퐁뒤는 아주 맛있었습니다. 퐁뒤에따라 치즈향이 강해서 먹기 거북하다는 이야기도 들어서 좀 걱정했는데, 전혀 안그랬구요. 퐁뒤를 먹는데 주인 아주머니께서 퐁뒤를 먹는데 게임이 있다고 합니다. 같이 딸려오는 빵을 기다란 포크(?)에 찍어서 바닥에 붙은 치즈를 긁어(?)서 먹는게 보통인데, 만약 빵이 빠져서 포크만 수면위로 상승하는 날엔, 테이블위 사람들에게 다 한잔씩 돌려야한다는 것입니다.
잠시후 저희 셋은 서로 자기것이 빠졌다는것을 인정하지 않으려고, 빠진 빵을 젓기위해 열심히 포크를 휘졌고 있었습니다.
아, 그리고 퐁뒤에 와인이 많이 들어가는데, 어느정도 먹으니 인크레더블은 눈에 띠를 두르기 시작하도, 저도 빨간종족으로 변해갑니다. 지존 누에고치는 한치의 변함도 없습니다.
주의: 퐁뒤 먹을때 물 드시면 나중에 엄청 고생하시니, 물은 피하세요.
하지만 여기서 더 큰일이 벌어집니다. 원래 예정은 전기도 없는 조그만 마을이니, 그냥 하루만 머물고 가려고했는데, 와보니 너무 좋은게 아니겠습니까. 그래서 하루 더 머무려고하는데, 헉 여기가 다음날 예약이 되더있다고 하는겁니다. 주인아주머니께서 퀸 침대가 있는 방에서 두사람은 침대에서자고 한사람은 매트리스에서 자는건 어떻겠냐고 합니다. 나쁘진 않은것 같아서 그렇게 받아들이고, 우린 어떻게 누가 바닥에 잘것인가를 생각하다 아마게돈 스타일의 심지 뽑기를 합니다. 강아지풀 몇개를 잘라, 한개는 짧게만들고 손에 쥡니다.
애석하게도 짧은 심지를 뽑은것은 인크레더블. 전 쿨하게 '여자두명이서 그냥 침대에서자... '할까하는 생각이 잠시 들었으나, 이내 '오늘 밤은 편하게 자겠군' 하고 확인사살을 합니다. 미안
이곳에서의 아침식사는 빵,잼,치즈,핫코컬릿입니다. 아침포함에 한사람당 15프랑정도였던것 같은데, 진짜 주인아주머니 남는게 없을듯합니다. 아, 그리고 주인아주머니께서 동네 친구분 집에 잘곳을 마련했다고 그곳에 가면 치즈 만드는것도 볼수있고, 여기보다 더 좋을거라고 합니다. 심지뽑기가 아쉽지만, 우린 그리로 향합니다. 가는길에 동네 읍내(?)나가서 환전도 좀하고, 아이스링크에서 점프를 하는 스위스 아가씨도 구경하고 새 숙소로 향합니다. 이 새 숙소는 케이블카가 있는 경치 좋은곳에 위치해있습니다. 따베양에게 미안하지만, 레쇼가 하이라이트였습니다.
이날 제일 기억나는건 자기전에 창문으로 보던 스위스의 모습이었습니다.
그냥 말없이 한참 처다봤네요.
새벽5시30분이되자 갑자기 일어나라고 저를 꺠움니다. 치즈 만든다고 빨리 와서 보랍니다.
이곳엔 여름철을 맞아 주인아저씨 3대가 같이 휴가를 보내고있는데, 손자가 소를 몰아오고, 아저씨는 바로 펌프를 연결하는데, 그러면 짠 우유가 저렇게 한곳으로 모입니다.
장작불로 우유를 끊여서 수분을 증발시킨후, 서서히 식혀가면서 져어주면 응고가 되기시작합니다. 그 다음 채같은것으로 뜬다음 틀에집어 넣으면 저런 동그란 치즈가 나오게 되는것입니다. 지하 창고엔 시기별로 만들어진 치즈가 저렇게 저장되어있습니다. 오전에 먹었던 치즈도 이곳에서 왔다고 합니다.
각 치즈마다 만들 날짜와, 만든 사람의 마크를 이렇게 붙인다고 합니다. 그러시면서 치즈를 한덩이 떼어서 주십니다.
이것이 바로 스위스산 겉절이.
사실 제대로된 치즈는 미국에서나 와서 먹어봤지, 한국에서 노란 processed cheese먹어본게 다였는데, 햇치즈... 어후 아주 쫄깃쫄깃합니다. 고소함도 듬뿍하구요.
치즈만드는것은 다 끝났지만, 아직 해야할일들이 더 있습니다.
아까 끓인 우유에서 걸러진 지방덩어리는 바로 버터로 탄생하게 됩니다. 그리고 또 남은 국물(?)은 돼지 사료로 쓰여집니다. 그야말로 버릴게 하나도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