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탔던 이코노미, 비즈니스, 일등석들 사진 없는 소감

어기영차 2023.02.09 05:06:54

이번에 한국과 미국을 두 번 왕복했습니다. 미국에서 한국에 갈 때는 JFK로 가서 인천에 도착하는 대한항공 비즈니스를 두 번 탔고 미국에 돌아올 때는 한국에서 사 오는 짐들이 있어서 우리 동네 공항으로 곧장 올 수 있는 여정을 짜다 보니 두 번 모두 김포-하네다, 하네다-미국 어딘가-우리 동네 공항으로 분리 발권했습니다. JFK에서 인천으로의 대한항공 비즈니스는 있던 대한항공 마일을 거의 싹 털었고, 김포에서 하네다는 MR을 ANA로 옮겨서 일단 비즈니스석을 wait list로 걸어놓으니 자리가 나서 발권했습니다. ANA는 왕복으로만 발권이 돼서 하네다에서 김포로 가는 표가 지금 한 장 남아 있는데, 일정이 안 맞으면 나중에 버리게 되지 않을까 합니다. 다른 편은 델타로 대한항공 비즈니스 발권했습니다. 하네다에서 미국으로 오는 표는 한번은 유나이티드 이코노미를 탔고, 다른 한 번은 JAL 일등석을 탔습니다. 정리해보면,

● JFK->인천: 대한항공 비즈니스 (대한항공 마일)
● 김포->하네다: ANA Business (MR로 ANA 마일), 하네다->뉴왁: United economy (유나이티드 마일), 뉴왁-> 우리 동네는 지연으로 놓쳐서 렌트카 빌려서 왔습니다. 렌트카 비용은 신청하고 한 3주 뒤에 집으로 첵이 왔습니다.
● JFK->인천: 대한항공 비즈니스 (대한항공 마일)
● 김포->하네다: 대한항공 비즈니스(델타 마일), 하네다->시카고: JAL 일등석(AA 8만), 시카고->우리 동네: 아메리칸

김포->하네다->미국 여정에서 약간 걱정했던 부분은 baggage를 연결하는 것이었는데, 김포에서 ANA Business를 탈 때 짐을 유나이티드로 연결해달라고 부탁드렸더니 아시아나 직원분께서 흔쾌히 그리고 아주 깔끔하게 해주셨습니다. 그런데, 다음번에 김포에서 대한항공을 타서 JAL로 연결할 때는 처음에는 안 된다고 하시다가 해주시기는 해주셨는데 시카고까지만 연결이 되어서 나중에 하네다에서 JAL 체크인할 때 직원분이 짐을 찾아서 다시 우리 동네 공항까지 갈 수 있도록 tagging 해주셨습니다. tag를 인쇄하셔서 짐 찾으러 가시더라고요. 죄송스러워라...

어쩌다 보니 세 개의 다른 항공사의 클래스를 이리저리 섞어서 탔는데, 저는 다 괜찮았습니다. 젊었을 때는 체력이 좋아서 (?) 그런지 자리가 불편하면 잘 못 잤는데, 이제는 나이를 쪼끔 먹었다고 피곤하면 앉아서도 자고, 누워서도 자고 해서 이코노미 자리도 나쁘지 않았습니다. 앞으로 나이 조금 더 먹으면 서서도 잘수 있을 것 같은 생각이 드네요.

그런데 저는 대한항공 비즈니스석이 좀 불편하더군요. 탁자를 꺼내서 펴서 일하려고 하면, 의자가 약간 뒤로 기울어져 있고, 제가 숏 다리라서 그런지 발이 바닥에 닿지 않아서 불편했습니다. 오히려 유나이티드의 이코노미석의 직각 자리가 좁지만, 앉아 있기에는 더 편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수십년간 이코노미석에 최적화된 몸뚱이?).

음식은 대한항공 비즈니스와 ANA 비즈니스 둘 다 괜찮았지만, 약간은 지루하다고 생각했습니다. JFK->한국의 대한항공은 한번은 비빔밥을 먹었고 다른 한 번은 스테이크, 그리고 김포->하네다의 대한항공 ANA 비즈니스 둘 다 스테이크가 서빙되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스테이크가 맛도 괜찮고 무난하지만, 서로서로 아주 다른 맛이 되기는 힘드니까요. 오히려 저는 이코노미석의 식사를 기대하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재료가 대단하지 않더라도 생각지도 못한 조합의 음식이 나오는 경우가 있어서 그런 것 같습니다.

JAL 일등석은 자리가 참 좋더라고요. 승무원분께서 10년 된 비행기라고 하셨는데 저는 좋았습니다. 다른 일등석은 안타 봐서 모르겠는데, 일단 의자가 직각이고 쑛다리인 저도 발이 바닥에 닿아서 좋았고, 특히 탁자를 앞에서 쭉 끌어다가 랩탑을 놓고 일을 편하게 할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그런데 일하기 싫어서 지금 JAL 일등석 식탁 끌어다가 이 글 쓰고 있...). 오히려 JAL일등석 자리가 진정한 업무를 위한 비즈니스 자리(?)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거기에다가 무료로 인터넷도 주시니, 더욱이 비지니스를 위해서라면 일등석! 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물론 침대를 만들어도 널찍하고 해서 좋았습니다. 일등석이라서 그런지 승무원분들께서 아주 세심하게 챙겨주시려고 노력하시더라고요. 제가 타고온 JAL 편은 비즈니스와 이코노미는 자리가 꽤 비어 있었는데, 일등석은 8자리 모두 차서 와서 승무원분들이 바쁘신 것 같았습니다. 저는 매트리스 안깔아도 잘 자기에 그냥 스스로 플랫으로 만들어서 자려고 하는데, 승무원분께서 다급히 오셔서 자리 만들어 주시겠다고... 저는 그냥 잘 자기 때문에 괜찮다고 하고 누워서 잘 잤습니다. 사실 눕기 전에 가지고 계신 일본 사케와 소주 다 달라고 해서 깔아놓고 혼자 술잔치 벌이고 알딸딸해서 잘 잤습니다. 승무원분들이 살롱 샴페인을 권하시는 분위기였는데, 저는 와인파는 아니어서 일본주가 더 나았습니다. 안주로 재밌었던 것은 건어물 스낵이었습니다. 오래간만에 찐한 건어물 냄새와 맛을 보며 일본주 잘 마셨습니다. 첫 식사는 서양식으로 했는데, 날것의 해산물 요리가 꽤 나와서 상당히 일본풍이었습니다. 조개관자 다이스 한 것에 우니 올린 것, 대구 이리와 게살 요리 나오고 했습니다. 맛은 괜찮았습니다. 내리기 전에는 일본 아침식사를 했는데, 같이 나온 소고기가 훈제 향이 좋았습니다.

그러고 보니 하네다 JAL 라운지가 아주 괜찮았습니다. 자리에 앉아서 앱으로 주문하는 방식이었는데, 아침에 가니 일본식 아침 한 상도 있고, 서양식 아침, 쇠고기 카레, 스시등 아주 많은 선택이 있더군요. 자리도 넓고 전망도 훌륭했습니다. 새로 개장한 느낌이었습니다. 다른 라운지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 라운지를 갔었는데, 음식이나 분위기 둘다 비슷해서 좀 식상한 느낌이었습니다. 국적사들도 좀 분발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 봅니다. 물론 이젠 대한항공 마일 다 털어서 더 이상 탈 일이 있을까 합니다만.

한가지 마지막으로 생각나는 것은 2월 초에 하네다->우리 동네 공항 발권을 AA 마일로 하고 나서 한국 AA에 전화를 걸어서 김포->하네다 어워드 표가 남아 있으면 연결 좀 부탁드린다고 했더니 JAL에서 그렇게 못 하게 한다고 하시더라고요. 아마 김포-하네다 노선이 인기가 많아서 물 들어올 때 오래간만에 노 젓는 건가 하는 생각을 해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