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leMoa
Search
×

중화요리로 손님 대접하기 (볶음밥편)

엣셋트라, 2021-08-26 18:51:18

조회 수
2537
추천 수
0

지난 글에서 이어집니다.

준비편: https://www.milemoa.com/bbs/board/8748215

짬뽕편: https://www.milemoa.com/bbs/board/8754772

 

본 글의 내용은 제가 인터넷에 떠다니는 정보와 스스로의 경험을 통해 쓴 것이라 틀린 내용이 있을 수 있습니다.

고수분들의 지적 부탁드립니다.

 

 

여러가지 음식이 들어있는 식단을 짤 때 볶음밥은 아주 좋은 메뉴입니다.

1. 아이들이 좋아한다. (적어도 제 아들은 좋아합니다 ㅎㅎㅎ)

2. 야채가 많이 들었다고 바람잡으면 아이들의 부모님도 좋아합니다.

3. 다른 요리에 쓰는 재료를 쓰면 되기 때문에 추가 재료가 필요 없습니다.

4. 만들어서 조금 식은 후에 먹어도 큰 지장이 없습니다.

 

 

제가 학교다닐 때는 혀에서 느낄 수 있는 맛은 네 가지라고 배웠습니다. 짠.단.신.쓴

그런데 요즘은 여섯 가지라고 하네요.

2006년에 감칠맛(umami) 수용체가 발견되었고

2015년에 기름맛(oleogustus) 수용체가 발견되었습니다.

 
볶음밥의 맛의 베이스는 기름맛+감칠맛+짠맛에 살짝의 단맛이 추가된 것입니다.
감칠맛, 짠맛은 조미료가 잡아주는 것이니까 큰 문제가 되지 않고
핵심은 계란과 밥의 수분을 날리고 그 빈 자리에 야채의 향이 배어있는 기름을 입히는 것입니다.
 
제가 볶음밥을 여러번 실패해봤는데, 처음에는 기름이 너무 적어서 그렇다고 생각했습니다.
그게 틀린건 아니고, 기름을 많이 넣으면 무조건 맛있어지긴 해요.
그런데 공부해보니 더 근본적인 문제도 있음을 깨달았습니다.
 
1. 야채가 너무 많다.
약한 화력에 야채가 너무 많아지면 수분을 날리는데 시간도 오래걸리고, 기름도 엄청 많이 필요합니다.
기름에다 야채의 맛과 향을 입히는 정도면 충분합니다.
그것을 빠르게 하기 위해서 야채를 잘게 써는 것이구요.
밥 양의 절반 미만으로 야채 양을 잡으세요.
 
2. 계란이 기름을 너무 많이 먹는다.
요리를 해보신 분은 알겠지만, 계란이 정말 어마어마한 양의 기름을 먹습니다.
이러면 다른 재료에는 열이 골고루 가해지지 않고, 기름의 맛을 입힐 수가 없습니다.
해결책으로는...
(i) 계란이 먹는 양보다 더 많은 식용유를 넣는다!!!! 
(ii) 계란을 먼저 스크램블해서 덜어놓고 다른 재료를 볶는다.
(iii) 다른 재료를 다 볶고 마지막에 계란을 넣는다.
 
3. 밥이 뭉쳐있다.
밥이 뭉쳐있으면 안쪽 밥은 수분이 날라가지 않고 간과 기름이 들어가지 않습니다.
집에서 하는 볶음밥이 맛이 없는 주된 이유죠. 기름에 볶인게 아니고 야채넣고 찐밥처럼 되요.
일반적으로 국자로 밥을 부셔주라고 하는데, 코팅팬 상할까봐 소심하게 했더니 잘 안되더라구요.
그래서 미리 밥을 부셔놓는걸 추천합니다. 
 
 
저는 2와 3의 문제를 한번에 해결하는 방법으로 밥을 미리 계란물에 말아놓는 방법을 씁니다.
유튜브에서는 "황금볶음밥"이라고 알려져있죠.
이러면 밥을 미리 부셔놓을 수 있으니 뭉치는걸 방지하게 되고,
밥에 계란이 흡수되어있기 때문에 계란이 기름을 먹은게 밥에 그대로 들어가게 됩니다.
그리고 밥알의 색깔이 더 노릇해져서 비쥬얼이 좋아집니다.
매장과 비슷한 비쥬얼을 원하시면 일부의 계란은 스크램블, 일부는 밥에 말아놓을 수도 있습니다.
 
 
재료
햇반 2개, 계란 3개, 파 2뿌리 (여기까지는 핵심)
당근, 마늘, 양파, 냉동자숙새우 (일반적으로 당근, 새우까지는 넣어주죠.)
 
앞에서 설명했듯이 야채, 햄, 고기는 기름에 맛을 입히는 역할입니다. 전 고기는 따로 안썼습니다.
새우는 사실 그냥 비쥬얼과 씹는 식감용일 뿐 없어도 됩니다. 건새우가 있으면 그게 기름향 뽑기엔 더 좋아요.
야채는 모두 잘게 썰어줍니다. 그래야 기름에 잘 배어들고, 아이들도 못골라먹습니다.
색감은 파의 초록색과 당근의 주황색이 냅니다. 파의 초록색 부분은 미리 볶으면 거뭇해지기 때문에 따로 마지막에 넣으셔도 됩니다.
 
냉장고에 남아있는 야채 아무거나 된다고 하지만, 그럼 맛이 없어져요.
특히 파프리카는 비추입니다.
얘는 색깔, 식감, 향을 위해서 넣는 야채인데 기름에 오래 볶으면 이런 장점들이 다 사라져요.
게다가 수분도 많아서 피곤합니다.
 
기본 조미료는 간장+굴소스인데
전 유튜브에서 액젓+설탕을 봐서 이걸로 해보려구요.
 
햇반 n개 기준 비율은
간장n큰술+굴소스n작은술
액젓n큰술+설탕n작은술
 
조리 순서
1. 계란 3개를 풀어서 식용유2큰술, 맛소금1작은술, 햇반2개를 넣고 밥알이 떨어지게 부셔놓습니다. 이 상태로 밥이 계란물을 잘 먹게 놔둡니다.
2. 냉동 자숙 새우는 해동시키고, 야채는 잘게 썰어놓습니다. 야채를 햇반 용기 하나에 넣어서 가득차면 너무 많은겁니다.
3. 식용유3큰술에 야채 넣고 중불에서 수분을 날리며 향을 뽑아냅니다. (고기있으면 함께 넣고 익혀줍니다)
4. 새우를 넣고 노릇노릇해지면 강불로 올리고 액젓2큰술+설탕2작은술 (혹은 간장2큰술) 넣고 지져줍니다. 여기서 팬을 흔들어주면 불맛을 입힐 수 있습니다. (불맛의 원리는 지난 글 참조)
5. 대충 수분이 날라가서 타겠다 싶으면 바로 계란물에 담근 밥을 넣어줍니다. 이제부터 강불에서 계속 흔들며 섞어줘야해요. 골고루 수분을 날리고 익히는 과정입니다. 밥알이 한알한알 날리는 수준이 될때까지 계속합니다.
6. 어느 정도 수분이 날라갔으면 불을 좀 줄이고 노릇노릇 지져줍니다. 너무 한쪽만 지지면 탈 수 있으니 이따금씩 섞어가며 골고루 지지세요.
7. 간을 보고 싱거우면 맛소금을 더 넣어주시면 됩니다. 저는 그냥 도시락김을 하나 뿌셔서 넣는걸 좋아해요. 소금이 골고루 섞이지 않아 한쪽만 너무 짜게 되는 경우가 있더라구요.
8. 불끄고 참기름 둘러주시면 됩니다. 파 초록부분 남겨놨으면 여기서 넣으시면 됩니다.

15 댓글

유민아빠

2021-08-26 19:03:01

우와 멋진 레시피 감사합니다. 

주말에 가족들을 위해서 시도해 봐야겠어요. 

 

돌고도는핫딜

2021-08-26 19:04:07

햇반으로 하는 볶음밥이 진리죠!ㅋㅋ

쌤킴

2021-08-26 19:43:12

엣셋트라님, 사진도 좀 첨부해서 넣어주세요.. 정말 주옥같은 레시피와 코멘트이므니다!

엣셋트라

2021-08-27 05:20:45

사진에 볶음밥이 너무 맛없게 나와서 차마 못올렸습니다. ㅠ.ㅠ

포트드소토

2021-08-26 19:57:46

--> 밥을 미리 계란물에 말아놓는 방법을 씁니다.
이 생각을 왜 미리 못했을까요?  좋은 팁입니다!

jjirons

2021-08-26 19:57:49

맞아요 저도 계란물에 미리 밥을 말아놓습니다!!

kookoo

2021-08-26 20:28:43

사진하나 없이도 몰입감이 엄청납니다. 뭔가 동시에 만드는 기분이!! 다음시리즈 기대하겠습니다!

Monica

2021-08-26 22:04:58

오, 계란물에 밥 말아 놓기 기억하겠습니다. 전 항상 마지막에 볶은 밥을 밀치고 자리 좀 내서 거기다 계란 풀어 밥이랑 섞었는데...

좋은 레시피 감사합니다.  

im808kim

2021-08-26 22:13:19

쌀도 고려해야 하지 않을까요 ? 아무래도 자포니카 (short)보다는 인디카 (long)가 볶음밥에 더 적합한것 같습니다. 제 인생 볶음밥은 대략 10년전에 중국 어느 식당에서 먹은 양주볶음밥 (양쪼우 차우판 이 정도로 발음하는것 같습니다)이었는데, 쌀 + 계랸 + 대파 + 소금간 + 후추 살짝만으로 만들었었는데, 여태껏 그 정도 완성도있는 볶음밥을 경험하지 못했습니다.

엣셋트라

2021-08-27 05:22:10

자포니카로 하면 확실히 맛있을거 같아요. 식당에서 사먹고 남은 밥 투고해서 가져오면 볶아먹는데, 맛있더라구요. 근데 자포니카 쌀로 밥을 해본적이 없어서 잘 모르겠습니다.

바닐라맛초

2021-08-27 08:30:30

전 그럼에도 개인적으로는 short grain이 더 좋더라구요.. 뭔가 특유의 식감 때문에 더 선호합니다.

동그라미

2021-08-27 05:24:13

햇반은 전자레인지에 돌리지 않은 채로 계란물을 입히는거죠~? 

엣셋트라

2021-08-27 06:29:23

그냥 돌리지 말라는 사람도 있고, 껍데기를 다 따고 돌리면 수분이 더 날라가서 좋다는 사람도 있는데, 너무 뜨거우면 계란물이 익어버리니까 그냥 안 돌리고 하는게 좋다고 생각합니다.

기적의연속

2021-08-28 04:07:02

밥을 미리 계란물에 말아놓는다는걸 전혀 생각을 못했네요... 좋은 레시피 감사드립니다!

Coffee

2021-08-28 15:47:10

우와~~다음 깐풍새우랑 크림새우까지 올려주시면 한번에 도전해봐야겠습니다!! 기대중입니다!

목록

Page 1 / 4
Statu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마적단의 기초 | 검색하기 + 질문 글 작성하기

| 정보 33
  • file
ReitnorF 2023-07-16 32257
  공지

게시판의 암묵적인 규칙들 (신규 회원 필독 요망)

| 필독 110
bn 2022-10-30 56907
  공지

리퍼럴 글은 사전동의 필요함 / 50불+ 리퍼럴 링크는 회원정보란으로

| 운영자공지 19
마일모아 2021-02-14 78106
  공지

게시판 필독 및 각종 카드/호텔/항공/은퇴/기타 정보 모음 (Updated on 2024-01-01)

| 정보 180
ReitnorF 2020-06-25 179759
  68

초간단 연어장 만들기 (H마트 + 코스트코 조합)

| 요리-레시피 60
  • file
70kg를향해 2024-01-31 8297
  67

초간단 명란파스타 (2탄)

| 요리-레시피 9
70kg를향해 2024-04-16 1436
  66

쉽고 맛난 레시피 시리즈- 닭구이

| 요리-레시피 72
  • file
Monica 2020-11-22 8189
  65

여름철 간단한 레시피 두가지- 연어랑 참치 포케, 망고 사고 디저트

| 요리-레시피 42
  • file
Monica 2023-08-09 3487
  64

아사도를 위하여- Argentine Parrilla Grill

| 요리-레시피 68
  • file
physi 2023-07-23 3666
  63

[업데이트] 소 양 구이 + 곱창 구이 +양곰탕 + 육포

| 요리-레시피 37
  • file
오하이오 2023-05-19 3625
  62

중국 국수 량피 凉皮 맛있네요..쫄깃

| 요리-레시피 7
  • file
atidams 2023-05-28 1935
  61

휴롬 믹서기

| 요리-레시피 25
Magnolia 2015-06-02 7341
  60

간단 국물 요리 레시피 모음

| 요리-레시피 27
엣셋트라 2021-11-04 4038
  59

[업 200318] 닭똥집

| 요리-레시피 47
  • file
오하이오 2019-12-12 3226
  58

중화요리로 손님 대접하기 (새우튀김편)

| 요리-레시피 15
  • file
엣셋트라 2021-09-01 1746
  57

중화요리로 손님 대접하기 (짬뽕편)

| 요리-레시피 35
  • file
엣셋트라 2021-08-23 4990
  56

▶ 중화요리로 손님 대접하기 (볶음밥편)

| 요리-레시피 15
엣셋트라 2021-08-26 2537
  55

중화요리로 손님 대접하기 (준비편)

| 요리-레시피 9
  • file
엣셋트라 2021-08-20 2661
  54

콤부차 (kombucha) 집에서 만들기

| 요리-레시피 30
  • file
엘스 2021-05-28 4316
  53

근처 코스트코에 cap eye stake 새우살 이 없는데, 집에서 구워먹을 만한 가성비 괜찮은 소고기가 코스트코에 있을까요?

| 요리-레시피 43
unigog 2021-05-25 8403
  52

코스트코 - Calamari salad 괜찮은데요.

| 요리-레시피 23
  • file
빨간구름 2021-05-16 4049
  51

호두과자 만들어 봤습니다. :)

| 요리-레시피 36
  • file
nysky 2021-04-09 2901
  50

올해 발렌타인은 건강한 브라우니로 (노밀가루 검정콩 브라우니)

| 요리-레시피 2
퇴사합시다 2021-02-09 686
  49

Smashed Avocado 생각보다 어렵네요

| 요리-레시피 8
Fugue 2021-01-05 1167

Board Links

Page Navigat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