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옷이 잘 안맞는 이유 (+직장한탄)

지지복숭아 2023.05.10 20:42:03

안녕하세요,

 

직업상 저는 의류 사이즈 (S,M,L..등등)와 옷의 피팅을 항상 관리 감독하고 있는데요, 디자이너의 디자인을 현실화 시켜주는 포지션이라고 할까요.

최근 직장에 여성복 팀 담당자가 이직하셔서 팀원 전체가 돕고 있는데요. 

 

항상 여성복팀이 정말 문제가 많습니다. 특히 바지 사이즈로요. 주로 본인은 미디움사이즈/사이즈 뭐뭐 인데 우리회사 옷이 너무 작다, 이런 내용입니다. 이런 컴플레인이 많이 쌓임 이미 정형화 된 사이즈차트에서 저희 팀이 나서서 프로젝트와 각종 PPT를 만들어서 발표를 해야하는데, 매번 같은 레파토리입니다. 본인 사이즈보다 훨씬 작은 옷을 입으며 작다고 불평하는 것이지요.

 

실제로 사이즈를 재보면 허리 사이즈가 33-38사이즈의 여성, 특히 출산을 하고 아이가 있는 과장/부장급들이 가장 많이 컴플을 겁니다. 실제로 그분들은 라지에서 XXL 사이즈인데, 과거 날씬했던 시절을 잊지못하는 것인지 모르겠으나 M이 안맞는다고 컴플을 거는데 결국 사이즈를 다 재주고 그 사이즈를 기록하기 시작하면 사이즈 재러오신분들이 하나같이 묻지도 않았는데 자기 몸무게와 사이즈에 대해 '변명'을 하기 시작합니다. ㅠㅠ 허리가 35인친데 미디움이라고 우기면, 정말 골머리가 아픕니다. 미디움은 업계 평균적으로 29-31인치 사이입니다. +-1인치를 하더라도, 2인치이상 넘어가면 사이즈가 아닌것입니다. ㅠㅠ

 

제가 담당하고 있는 남성복은 반대입니다. 재보면 훨씬 마르셨는데, 본인은 'L'라고 합니다. 재보면 실제 남성분들은 스몰-미디움이 대부분입니다. 이 정형화된 사이즈는 아발론이라는 피팅용 전문 마네킹 회사가 매년 발표하는 사이즈에 따라 피팅합니다. 즉, 인종 생활스타일 나이에 따라 사이즈가 다 다르고, 완벽한 M에 맞는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완벽한 라지, 엑스스몰, 이런 사이즈들은 피팅모델을 하겠지요.

 

즉 완벽히 평균의 몸매를 가진 사람은 없는데, 보통 일반적으로 자신의 사이즈를 재보는 사람이 없어서 그런지 대충 본인이 뭐뭐 사이즈라고 믿고 사시는 분이 많습니다. ㅠ 여성분들은 대체적으로 바지를 작게 입어 배가 위로 넘치고, 남성분들은 큰바지를 입어 벨트없인 못입는.. 이러면 본인사이즈가 아닌것입니다. 또는 엉덩이만 맞고 허벅지만 맞고 허리는 안맞고.. 이런건 전부, 본인의 몸매가 유니크 하게 사이즈가 다른경우가 많습니다. 허리가 28인치인데, 엉덩이가 44인치인분들도 있고 반대인경우도 있습니다.

 

이럴땐 몸에서 가장 큰 부분-엉덩이, 허벅지-에 맞추어 수선을 해야만합니다. 그게 아니면 특별히 제작된 빅&톨, 페티트, 컬비 등 옷을 찾아야합니다. 또는 브랜드마다 몸짱을위한 브랜드 등 다양하게 있죠. ㅠㅠ제가 최근 궁금해서 글을 올렸던 거동이 힘드신 분들이 느끼는 내용도, 단순히 인터넷 기사뿐만 아니라 실!제로! 손님들의 목소리를 듣기엔 어려움이 많아서 글도올려보고 대화도 해요. 

 

후우.. 이런 프로젝트의 결말은 항상 "개인의 바디 이미지 이슈" 이기때문에, 부사장 급에서 킬 해버립니다. 결국 저희 같은 팀만 쌩고생해서 하고.. ㅠㅠ ㅋㅋ 이런 외모 이야기에 민감하니 말도 제대로 못하고요. 어떤 의미로 미국 직원 및 직장동료들과 이야기해보면, 평소에는 '러브 유어 셀프, 성형 ewww' 이런 식의 태도를 취하다 본인의 사이즈를 드러내야할때가 오면 그 누구보다 사이즈와 외모 콤플렉스가 있는것 같습니다. 겉으로는 자신만만해보이지만, 그 이면에는 ㅠ 이런거 보면 아시아 사람들의 외모관리나 몸무게 관리에 아주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는 마음이 오히려 자기 치부가 드러나서 그런거같기도 하고요. 정말 재밌는게, 이런 반응 보이다가(미팅에서) 사이즈 치수 한번만 재고나면 그 이후로 아주 나이스 해지는; 반응이 재미있습니다. 오히려 아시아계 분들은 하도 평소에 집에서나 밖에서 외모 지적을 많이 받고 커서 그런지 아주 무덤덤하고요. 유럽계 동료들도, 흠, 어쩔수없지, 나 좀 과체중이야. 운동해야겠다. 이런 반응으로 끝인데 꼭 미국인 동료들이 굉장히 말을 많이 합니다. 심지어 운동열심히하는 분들도요. 하아... 덕분에 그걸 다 듣고 있거나 적당히 미팅있다 하고 도망쳐다니는 프로젝트 기간입니다.

 

어쨌든, 이런 프로젝트가 반복될수록 최근 팀에서 S/M/L나 numeric 사이징 대신 A/B/C/D 같은 사이즈로 하자는;;;;;; 추천도있었습니다. 실제로 현재 몇몇 패션 브랜드에선 그렇게 시도하는 곳도 있고요. 

 

이래서 미국 옷이 한국/유럽옷보다 잘 안맞고 사이즈가 다 다른것같습니다. 너무 사공이 많고, 말이 많은 미국 패션 브랜드의 사이즈 ㅠㅠ. ㅋㅋ 옷이 잘 맞는 곳이 있다면, 꼭 피팅이 좋다고 리뷰 남겨주세요.. 흑흑.. 저같은 직종의 테크니컬 디자이너가 열심히 일하고 있답니다.. 사이즈가 이상한 브랜드는 사공이 넘 많아서 그런거라고 공유 겸 직장 한탄이었습니다. ㅠ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