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행사로 한국을 방문한 김에 아버지와 함께 어버이날 여행으로 일본을 다녀오기로 합니다. 원래는 3박 4일 여정이었으나 각종 이벤트가 겹쳐 결국 2박 3일로 스피디하게 다녀와야 했습니다 (티켓 재발행 수수료 16만원...ㅠㅠ). 그래도 저나 아버지나 전반적으로 굉장히 만족스러운 여행이어서 (간만에 효도 제대로 한 느낌이었네요) 다른 분들께 정보를 공유드리고자 이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1일차>
5월 7일 일요일에 간사이공항 (KIX)으로 입국합니다. 연휴 마지막날인 것이 무색하게 사람들이 어마하게 많더군요. 최소한 절반 정도는 한국인으로 보였습니다. 하루종일 비가 꽤나 내렸던 탓에 일단 짐도 풀고 샤워도 하러 예약해놓은 W OSAKA 호텔로 향합니다. 공항철도와 지하철로 약 50분 정도 소요되네요.
예약은 2박을 메리엇 88K 포인트 (=44K*2)로 했는데, 현금으로 끊으면 하루에 6만-6.5만엔 정도라 (USD 450-500) 마성비는 꽤나 잘 뽑았습니다. 이 호텔은 쇼핑 중심가인 신사이바시 역에서 도보 3분거리에 위치해 있습니다. 길 건너에 큰 상가/쇼핑몰이 있고, 주변에 여러 맛집도 있는데다, 각종 관광지도 약 30분이면 다닐 수 있어 정말 좋았습니다. 아버지가 70대 초반이라 슬슬 많이 걷는 걸 귀찮아 하시고, 저렴한 호텔은 대놓고 안 좋아하시는데, 이번 여행에선 호텔 위치와 시설 모두 굉장히 만족하셨기에 지금 생각해봐도 꽤나 좋은 선택이었습니다.
호텔 전체가 굉장히 젊은 분위기 (힙하다고 하나요?)로 꾸며져 있습니다. 일단 사진 보시죠.
리셉션 공간. 3층에 있습니다
제가 본 것 중 가장 귀여운 옷장 프린트였습니다
차와 커피는 무료입니다. 커피는 흔한 캡슐커피였습니다만 차는 두종류 모두 굉장히 맛있었어요.
"Back up Plan" 보이시나요? ㅎㅎㅎ
체크인 선물로 준 쫄깃한 붕어빵입니다.
호텔 출입구
첫날은 osaka 주유패스 (https://www.osp.osaka-info.jp/kr/)를 구매해서 편하게 다녔습니다. kkday라는 곳에서 미리 사서 공항 내 인포메이션에서 교환했구요, 이 패스는 오사카 내 주요 관광시설 및 시내 교통을 하루 2800엔/2일 3600엔에 해결할 수 있는 멋진 아이템입니다. 매번 승차권 구매나 입장권 구매를 안해도 되니 굉장히 편리합니다. (주유는 기름을 넣는다는게 아니라 돌아다닌다는 뜻이었네요. 글 쓰다가 알았습니다..). 다만, 공항철도에서 간사이 역까지는 별도로 1000엔인가를 내고 티켓을 구매해야 하며, 그 역부터 오사카 안쪽은 패스로 어디든 다닐 수 있습니다.
- 구로몬 시장: 우리나라로 치면 광장시장 같은 곳으로, 고기, 회, 꼬치, 아이스크림 등 갖가지 음식과 선물 등을 판매합니다.
- 시텐노지: 한국어로 '사천왕의 절' 정도로 번역될 것 같습니다.
- 츠텐카쿠: 역사가 오래된 타워/전망대입니다. 영화 로마의 휴일을 여기서 찍었다는데 제가 그 영화를 안봐서 잘 모르겠네요^^:;
저녁은 비도 오고 귀찮아서 호텔에서 약 50미터 떨어진 이자까야에서 간단히 먹었습니다. 사케와 안주 모두 훌륭하더군요.
<2일차>
믿을수없게 골드티어 나부랭이에게도 조식을 무료로 줍니다! 미국 내에서는 플래티넘인데도 별다른 혜택을 못 받았는데 깜짝 놀랐네요. status가 없으더라도 가격은 4천엔 수준으로 비싸진 않습니다. 계란 (프라이, 삶은달걀, 오믈렛 등등)과 커피는 처음에 주문을 받고 가져다 주며, 나머지는 일식/양식 등 부페식으로 가져다 먹으면 됩니다.
입장할 때 오늘의 기분에 따라 달달한 왼쪽 혹은 건강한 오른쪽 메뉴를 한잔 집어서 들어가면 됩니다. 컨셉이 귀엽네요:)
"여행한그릇"이라는 한국 여행사를 통해 인당 5.5만원에 당일치기 교토 여행을 합니다. 도톤보리에서 관광버스에 탑승해서 출발하고요, 가이드가 일일히 따라다니는 방식이 아니라 버스로 오사카에서 출발해서 금각사, 청수사, 텐류지/아라시야마 대나무숲, 후시미이나리 신사 등 네 개의 명소에 태워다 주는 방식입니다. 강제 쇼핑이 없고, 가이드가 여행전/여행 중 카카오톡 메시지로 점심/저녁 메뉴 등에 대해 굉장히 상세히 설명해 주며, 버스 중에 여행지에 대해 충분히 설명해 주어서 굉장히 만족도가 높았습니다.
- 텐류지/아라시야마 대나무숲: 대나무숲도, 아라시야마의 거리도 모두 한가한 옛 느낌이 나서 매우 편안했습니다.
- 금각사: 이번 여행의 하이라이트. 대항해시대 3을 즐기면서 나중에 꼭 가고 싶었던 곳이었습니다. 햇빛에 반짝이는 금각사를 보았을 때의 감동은 지금도 잊을 수가 없네요.
제 인생 사진이네요.
앉으면 잘생겨지고 예뻐진다는 귀부인 바위입니다
- 청수사: 교토에 오면 반드시 들러야 할 곳이라고 합니다. 제일 붐비기도 했고, 절 앞의 쇼핑 거리에도 다양한 상품과 쇼핑객으로 북적였습니다. 기념품 쇼핑은 여기서 하세요
왼쪽부터 건강, 애정, 사업 순입니다. 폭포에서 물을 받아 공양을 하면 된다고 하네요
내려오는 길에 경내에 있는 찻집에서 먹은 녹차빙수. 꽤 진하고 괜찮습니다.
- 후시미이나리 신사: 천개가 넘는 주황색 도리이가 세워져 있는 신사입니다. 끝까지 다 올라가면 세네시간 걸리니 버스가 없을 거라며 가이드가 조금만 갔다 오라고 농담삼아 겁을 주네요
여행 후 도톤보리에 있는 "치보'라는 오코노미야키 집에서 저녁 식사. 건물 전체가 식당이라고 하는데도 줄을 섭니다. 오코노미야끼, 철판국수, 계란말이 모두 저는 굉장히 좋았지만 아버지는 썩 만족스러워하시진 않았습니다.
저녁을 먹고 도톤보리 거리를 산책합니다. 유명한 글리코 관광판도 보이고, 이 동네 특유의 커다란 광고판들도 많이 보입니다
호텔로 돌아와서 3층 Oh, lala bar에서 맥주와 칵테일을 한잔 합니다. DJ는 신나서 테크노/팝 음악을 크게 틀어놓네요.
<3일차>
- 오사카 성: 여기도 수학여행지인지 유치원생부터 중학생까지 몇 팀이 보이더군요. 토요토미 히데요시의 동상도 있어 신기했습니다.
원수...
사진보다 실물이 훨씬 아름답습니다
- 나가자키쵸 거리: 카페 거리로 유명합니다. Kaya라는 카페에서 두부 티라미수를 시켜 먹었는데 꽤나 괜찮습니다. 2-3시간 여유있게 둘러봐도 괜찮을것 같은데 아버지가 귀찮아하셔서 음식만 먹고 떠난 탓에 사진이 많이 없습니다ㅠㅠ
아버지와 저 모두 오후 5시 언저리에 비행기가 있었기에 오전까지 관광을 마치고 호텔에서 가방을 챙겨 공항으로 향합니다. 입국과 달리 출국은 줄도 별로 없어 1시간도 안되어 체크인 완료. 공항 안의 라운지는 모두 "No food"라는 안내판이 붙어있었고 (...이럴거면 라운지를 왜 가나요?), 입국장 내에는 쇼핑몰은 많았지만 변변히 식사할 만한 식당도 별로 없어 어쩔 수 없이 게이트 근처의 편의점에서 늦은 점심으로 우동을 사 먹었습니다. 이별 전 마지막 식사로는 많이 아쉬웠지만 이 공항엔 별다른 선택지가 없네요.
일정이 넉넉하지 않아 3일만에 급하게 다니기도 했고 아버지 몸 상태도 100%가 아니라서 가보고 싶은 곳을 다 다녀보지 못한 점은 아직도 조금 아쉽습니다. 그래도 오랜만에 아버지를 좋은 곳에서 모실 수 있었고 저도 미루고 미루었던 여행을 끝마쳤음에 감사합니다. 다음에 이 쪽에 다녀오실 분들께 이 글이 조금이라도 참고가 되었으면 좋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