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사나 싶어서 글 남깁니다.

크산토프로테인 2023.07.17 19:26:19

안녕하세요.

 

최근 회사에서 재택근무 그만 하고 모두 돌아오라는 동원령을 내려서 타주 이사를 알아보던 차에 고민이 하도 할샤 마모에 글을 남깁니다.

 

전 가족이 텍사스에 있어서 COVID 전에는 매사츄세츠 회사 근처에 방 렌트를 해서 몇 주에 한 번씩 매사츄세츠와 텍사스를 비행기타고 왔다갔다 하면서 살았습니다. 당시 제가 타던 비행기 게이트 앞 바에 인사하고 지내던 바텐더도 있었어요. ㅋㅋㅋ 당시 계획은 단기간 그런식으로 지내면서 매사츄세츠에 집도 알아보고 애가 다닐 학교도 알아보고 정착 준비를 한 다음 가족 모두 매사츄세츠로 이사를 하자였는데, COVID가 터지는 바람에 이사는 아웃 오브 안중이 돼 버리고 텍사스에서 재택근무를 하며 살게 되었습니다. 이제 햇수로 3년이 넘었네요. 3년 넘게 있다 보니 집사람(여기선 배우자를 P2라고 하대요?)도 자기 일 찾아서 하게 되고 애도 이제 2학년이 됩니다. 여기에서 나름대로 정착이 끝난거죠.

 

그런데 회사에서 이제 돌아오라고 합니다. 그래서 redfin 들어가서 매사츄세츠 집 시세도 한 번 보고 학교는 어디가 좋은지 학군도 알아보는 중인데 집세며 차며 학군이며 참 갑갑하여 넋두리라도 할 겸 몇 자 적어봅니다.

 

텍사스에서는 아파트에 삽니다. 여기에서 유학하고 학위 따서 쭉 아파트에 살았기 때문에 관성으로 아파트에 산 것도 있고, COVID 끝나면 매사츄세츠로 가야한다는 생각을 막연히 하고 있었기 때문이기도 해서 집을 안 샀습니다. 이곳에 5년 10년 쭉 머물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면 집을 알아봤을 텐데 곧 뜬다는 생각이어서 그냥 렌트 내고 살았습니다. 그런데 그게 3년이 넘었네요. 이럴 줄 알았으면 집을 사는 건데...

 

텍사스에서 오래 살다보니 이곳 정서에 익숙해져 있습니다. 이곳은 웬만하면 취직하고 얼마 안 있어 싱글 하우스를 삽니다. 빈 땅이 많고 산이 없어 도시는 계속 커지는 추세고 외곽으로 조금만 나가면 신축이 많아요. 집값은 많이 올랐지만 그래도 700k 800k 정도면 2000sqft 넘는 그리 오래되지 않은 어지간한 작은 마당 딸린 집 하나를 구할 수 있습니다. (7-8년 전에는 400k 정도면 충분했는데 세월이 흘렀네요.) 제 주변 사람들도 다 그리 살고 저도 정착하면 저렇게 살겠구나 하고 생각했지요.

 

그런데 보스턴 근처를 알아보니 이게 웬걸, 텍사스에 spoil 된 길들여진 안목으로 집을 보니 1500sqft 안팎의 집이 1M이 넘어요. 집도 정말 어떻게든 못 지으려고 사력을 다 한 것 같아요. 집도 오래 돼서 1970년대에 지어진 집이면 양반이고 냉난방도 기름보일러에 밑에서 열 올라오는 히팅보드? 같은 거 달려 있고. 겨울도 길어서 월동준비 하는데 만불씩도 든다대요? 전 지금 텍사스에서 방 두개 딸린 아파트에 2천 5백 내고 살거든요. 자동차 등록세도 텍사스는 80달러 안쪽인데 매사츄세츠는 3백, 4백씩 드는 것 같고, 인터스테이트 하이웨이가 유료래요. 와우.

 

이곳 마일모아에서도 보스턴 정착 관련 글을 찾아서 지난 며칠간 읽어봤는데 학군 생각하면 브루클라인(브루클린인줄...), 렉싱턴, 벨몬트 이런 곳을 말하던데 redfin 대충 훑어보니 그런 곳에 집 사는 건 제 능력 상 언감생심이고 2 beds 렌트가 4천, 5천, 6천... 결혼해서 애까지 딸렸는데 계속 방 두 개짜리 아파트에 살 수는 없고, 방 세 개짜리 아파트는 6천, 7천, 이래요. 지금 2천 5백짜리 집에 사는데 이건 뭐 방세가 더블 이상이 되니 회사에서 버는 돈 다 집주인에게 갖다 바치는 꼴이잖아요. 남는 돈으로 여행은 물 건너 갔고, 애 교육비는 차치하고서라도 생활비나 감당할 수 있을지... 돈 생각하면 외곽으로 멀리 나가야겠는데 거기라고 딱히 뾰족한 수가 있는 건 아닌 것 같고. 그곳에 집을 사도 모기지+HOA+집보험 하면 못해도 고정으로 6천은 나가겠고, 싱글 하우스라면 분명 추가 지출이 있을 게 분명하니 그것까지 생각하면 과연 6천이면 될지... 무슨 보로 보로 하는 동네까지 가면 거기도 학군이 괜찮을지... 사실 회사는 하이브리드라 출퇴근 걱정은 별로 안 합니다. 대신 집사람이 아직 직장을 구한 게 아니라 만약 *보로로 갔는데 집사람이 캠브릿지에 직장을 구하게 된다면 이건 또 다른 재앙이라... 집사람은 직종 특성상 매일 출근해야 합니다.

 

그렇게 고민하면서 한 숨 쉬다가 다른 사람들도 다 그러고 사나? 하는 생각에 글을 씁니다. 다들 이정도 고정비용은 감당하면서 밥만 먹고 사는 건지, 아니면 제 벌이가 너무 적은 건지, 아니면 제가 물정을 너무 몰라서 앓는 소리를 하는 건지, 집에 이만큼 큰 돈을 갖다 부으면서 다들 노후 준비도 하는 것 같던데 도대체 무슨 돈으로 하시는지, 집에서 증여나 상속 받은 돈이 있는 건지, 오프라인에서는 할 수 없는 이야기를 온라인의 익명성을 빌어 한 번 주절거려 보았습니다.

 

다들 어떻게 사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