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계획에도 없었던 좌충우돌 미국에서의 20년 삶 7

용벅 2023.07.17 19:46:38

정들었던 지인들을 멀리하고 LAX로 향한후 약 2시간 반의 비행을 마치고 시애틀에 도착한다. 

 

2008년 9월말 비가 오지 않는 날씨였지만 화가 난듯이 하늘에 먹구름이 가득하였고, LA에 살면서 자동차들 스모그에 가득찼던 공기를 마시며 생활했었던 나는 소나무 향기(?)가 나는 신선한 공기를 마시며 코가 뻥 뚫리는 느낌을 받은후 설레였고 상쾌한 기분이 들었다. LA 살때만 해도 한국에 비해 공기가 좋다고 느꼈었는데, "우물안 개구리" 였던거 같다. 

 

사촌동생이 공항으로 픽업을 나와주었고, 시애틀 입성을 축하한다며 시애틀의 대표음식 "테리야키"를 대접해 주었다. 

난생 처음 먹어보는 한국식(?) 테리야키 였는데, 그야말로 신세계였다, 싸고 맛있었다. 당시엔 가난한 학생이었기에 그정도 가격에 그만큼의 양이 나오면 감사하면서 먹곤 했다. (예전에 하도 많이 먹어서 지금은 옛생각 날때만 아주 가끔 먹곤 한다. ㅎㅎㅎ)

 

사촌동생의 코롤라를 타고, 내가 살집으로 출발한다. 시간은 그렇게 오래 걸리지 않았다. 공항옆 Burien을 지나 들어선 내가 살 동네 이름은 "White Center"!!!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었는데, "White Center" 라는 동네도 LA South Central 과 다를게 없었던것 같다. 갱들도 있엇고, 뭐 엘에이에 비하면 많이 착하고 친구들이 귀엽다는 느낌이 들었다. 동네에 들어섰는데, 이건 뭐 예전 일했던 Liquor Store 가 있던 South Central 의 느낌이 났다. 느낌이 "쎄~~~~" 했다.

엘에이에서 South Central 에서 일하다가 왔는데...또다시 이런곳으로 오다니 하며 한숨을 내 쉰다. 

 

우리가 살 아파트는 "White Center" 중심가에 위치했었던 아파트 빌딩이었고, 1 베드룸에 발코니 까지 있었다.(당시 $600 그래서 우리는 각각 $300씩 냈었다.) 뒷쪽에 위치했었던 발코니의 View 는 Automotive Repair Shop 이었고, 베트남 친구들이 운영했엇다. 지금 생각해보니 그동네에 자동차 Repair Shop 이 좀 많았고, 유난히 베트남 친구들도 많았다. 특히, 베트남 쌀국수 가게가 상당히 많았던 걸로 기억한다. 옛 생각이 나서 가끔씩 찾아가 보는데, 이제는 완전히 딴 세상. Gentrification 으로 동네에 Starbucks도 들어오고, 타운하우스 단지, 새로운 콘도 단지, 힙한 Bar, 레스토랑 등등 엄청나게 많이 바뀌었고 다른 동네 같았다. 

 

그렇게 약 일주일간의 시애틀 다운타운 구경과 다른 attraction 구경을 한후 항공정비 수업을 시작한다. (2008년도에는 지금만큼 홈리스 문제도 많지가 않았고 정말 깔끔한 시애틀 다운타운으로 기억한다) 시작전 International Office 에 가서 Advisor 와 상담을 했고, 원래는 Placement Test 를 보고 ESL을 클래스를 들어야하는데, 나와 대화해 보고 엘에이에서 가져왔던 College 성적표를 본후 따로 ESL을 들을 필요 없다 판단하신 후 바로 항공정비 수업에 투여된다.

 

내가 시작할 당시에 학생들이 정말 많았던 걸로 기억한다. 오전수업은 자리가 없어서 오후반으로 시작을 한다. 

하루에 6-7시간 월-금 이렇게 수업 했던걸로 기억을 한다. Time Clock (Clock in / Clock Out) 을 사용했고 FAA에서 Random 으로 검문을 나왔기에 교수님들도 출석에 신경을 많이 썼다. 쿼터제로 운영이 되었었는데, 한쿼터에 결석 3번을 하면 바로 Withdraw 되는 시스템이었고, 매주 금요일 있는 시험에서 몇번 (오래되서 기억이 안남) 떨어지면 바로 Withdraw 가 되었다. 실제로 몇몇은 그렇게 떨어져 나갔다. 

 

학교가 시작된후 차가 없었던 나는 자전거를 살지 차를 살지에 대한 고민에 빠진다. 당시에 또 "픽시"라는 자전거에 빠져 있었서 컴퓨터만 켰다 하면 폭풍 리서치....(당시에 자전거를 샀으면 큰후회 했을듯하다. 비가 그렇게 많이 오랫동안 오는지 몰랐었으니 ㅎㅎㅎ) 하지만 최종결론은 역시 자동차였다. 당시 예산은 $3000 이었고, Craigslist 를 통해 약 열흘간 리서치후 타코마라는 동네로 사촌동생과 함께 자동차를 사러간다. 모델은 1994년 Infiniti J30 Dark Green V6 3.0L 에 무려 210 hp 의 대단한 힘을 가진 중형 세단이었고, 도착장소 파킹랏에 내리자마자 반짝반짝 관리가 잘 되어 있있던 나의 미래의 차가 보였다. Craigslist 에서 보던 차보다 훨씬 몇배는 더 상태가 좋았으며 관리가 잘된 차를 보며 우리는 "와~~~~" 하는 감탄사를 연발한다. 그리고, 손가락으로 자동차 후드의 촉감을 느껴본다. 손가락이 미끄러질 정도로 상태가 좋았으며 분명히 Detailing 을 받은지 얼마 되지 않은것 같았다. 너무나 흥분해서 웃음이 절로 나왔다. 

윈도우 틴트가 되어있지 않아서 유리창 넘어로도 차안이 꺠끗하게 잘 보였엇고, 가죽시트 상태도 너무나 좋아 반짝반짝 빛이 났다.

 

그러던 순간, 갑자기 중년의 여성분이 주차장 옆에 있는 건물 입구에서 나오면서 약간 흥분된 어조로 하시는 말씀이, 

 

"Excuse me, Can I help you guys???" 라고 하셨고, 우리는 Craigslist 를 보고 자동차 운전 테스트를 해보고 왔다고 하시자, 우리가 오해한것이라면서 

"Not for sale" 이라고 단호하게 답하신다......우리는 똑같은 차를 보고 우리가 실수 했다며 죄송하다고 바로 사과를 한다. 크게 실망을 한채 우리는 바로 Craigslist 에 나왔던 번호로 전화를 해보고 그 남자분과 연락이 된후 차를 보러 바로 옆 아파트 단지로 옮겨갔다. 

 

분명히 똑같은모델, 똑같은색상, 똑같은 가죽시트였는데, 이 남자분이 가지고 온차는 무엇인가가 틀렸다. 관리도 잘 되지 않은것 같았고, 어딘가 나사가 빠진 느낌이었다. 우리는 바로 시운전을 했고, 210 HP 를 가진 중형 세단답게 개스를 밟으면 밟는대로 파워풀하게 나갔다. 1985년 Nissan Sentra 카트라이더를 운전하다가 묵직한 중형 세단을 운전해보니 이건 또 다른 신세계였다.... 사촌동생도 마찬가지였다. 90년대 작고 귀여운 코롤라를 타다가 V6 210HP 중형세단을 운전해보니 얼마나 신세계였을까 상상이 된다. 지금도 차에 대해서는 잘 모르지만 그 당시에는 더더욱 무지했기에, 사촌동생과 나는 OK를 하였고, 타이틀을 받고 현금으로 $2500 을 지급하고 덜컥 사버린다. (타이어 Thread도 체크하지 않았고, 엔진 후드도 열어 보지도 않았고, 각종 오일등등도 체크하지 않은채 오로지 그 파워풀한 느낌에 빠져...)

 

학교가 시작해 버려서 급한 마음에 더이상 리서치 할 시간도 없고 귀찮고, 시운전을 할 시간도 많이 없었기에 나와 사촌동생 둘다 210HP 3.0L V6의 매력에 빠져 그렇게 바로 차를 사게 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