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의료의 미래가 밝기만 할까

MrFancy 2023.07.23 21:37:55

안녕하세요, 오랫만에 글을 올리네요.

 

최근에 한국으로 역이민 가신다는 분들 이야기를 많이 듣습니다. 그중에 가장 큰 이유가 의료인걸 보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됩니다. 그만큼 미국 의료 시스템이 엉망이라는 것과 한국의 의료시스템이 상대적으로 매우 훌륭하다는 생각을 합니다.

 

다만 최근에 한국에 다녀오고 한국에 계신 지인/가족분들이 병원에 다녀오시고 진료를 받으시면서 (제가 이제 나이가 들었나봅니다) 좀 걱정스러운 부분이 있어서 한번 글을 써보려고 합니다. 

 

글의 요지 먼저 적자면 

 

1) 한국의 의료시스템은 현재 매우 훌륭하다

2) 하지만 한국에서 일어나는 생각보다 많은 의료사고를 직/간접적으로 경험 하게 되었다

3) 사람의 수명이 점점 늘어나는 이때 젊은 분들이 역이민을 할때 의료를 중점으로 두고 결정할 만큼 한국의 의료시스템이 미래에도 훌륭할까? 

 

저는 미국에서 의대/수련의 과정을 마쳤기에 지극히 미국적인 관점에서 이 분야를 바라볼수 밖에 없어 많은 한국 선생님들이 이 글을 보면서 비판적인 시각을 가지실거라 예상합니다. 그리고 제가 편견을 가지고 글을 쓸수 밖에 없는 상황이니 틀린부분이 있다면 댓글로 고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지금 저는 대학병원에 있는데요, 생각보다 자주 한국분들이 한국에서 최선이 아닌 진료/진단을 받고 오시는 경우를 종종 경험하게 됬습니다. 다만 제가 대학병원에 있는지라 여기서도 로컬에서 오시는 분들중 이런 일이 없는게 아니라 크게 생각을 안하고 지나가곤 했습니다. 다만 지인분중에 한국에서 큰 병원에 눈이 잘 안보이기 시작해 갔는데 진단을 잘못받고 눈에 이상이 없으니 가라는 이야기를 들었고 계속 눈이 안좋아져 그 병원에 다시 가길 반복 후 정확한 진단을 받았지만 진료가 늦어져 나중에 (제 생각에는) 효과가 크게 없는 수술도 받았지만 결국 그 눈을 실명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다른 지인중 한분도 한국에서 의사의 잘못된 진단으로 몸이 점점 안 좋아져 나중에 앰뷸랜스에 실려 병원에 가 중환자실에서 죽을수도 있다는 통보를 받고 가족들이 크게 마음 졸이다 다행이 나중에 퇴원하셨으나 회복도 더뎌 직장생활이 어렵고 큰 신체적 장애를 지고 살게 된 계기가 있었습니다. 저도 안과의사지만 한국에 있는동안 가벼운 안과질환에 걸려 안과를 찾아 갔는데 최선이 아닌 진료/진단을 요구 받아 의도치 않게 그 병원의 여러명의 의사선생님을 뵙게 됬고 결국 제 몸에 칼이 들어오기 전에 저도 사실 안과의사라는 걸 설명하고 제가 원하는 약을 받아 오는 갑질 아닌 갑질을 하게 된 미안한 일도 있었습니다. 그 외에도 한국의 의료의 질이 조금 흔치 않는 질환이거나 진료가 어려운 질환일때에는 최선이 아닌 진료/진단을 받고 오시는 경우를 자주 보고 듣게 되고 굳이 필요없는 진료/수술을 받는 경우도 심심치 않게 듣곤 합니다. 다만 제가 그 상황을 100%알지는 못하기에 담당 의사/의료진을 제 지인들 앞에서 직접적으로 비판하지는 않고 그저 들어드리고 끝내곤 합니다. 다만 이런 경우가 정말 rare한 경우라면 이런 일을 왜 이렇게 자주 직간접적으로 경험하게 되는지는 의문입니다. 

 

그리고 마모와 주변분들의 역이민 이야기를 들으면서 k-의료가 한국으로 돌아가는 이유라는걸 들을때마다 뭐라고 해야할지 망설여 지더군요.

 

한국의 의료시스템은 한국의 "빨리빨리"문화에 너무나 잘 어울립니다. 진료도 빨리해주시고 privacy를 중요시하는 한국과 달리 오픈된 형태의 병원에 효율성을 극대화 한 시스템입니다. 또한 한국의 의료제도는 비급여 분야가 훨씬 더 크게 자랄수 밖에 없는 구조고요, 효율성과 금전적인 부분이 잘 어울려져서 의료의 질에 관한 의문이 들게 되었습니다. 미국과 비교하자면 현재 너무나 좋은 시스템은 맞습니다만 이렇게 가다가는 과연 10년, 20년 후에도 한국 의료가 내가 가족들은 믿고 맞길수 있는 시스템인가에 대한 의문이 듭니다. 한국의 기피과의 미지원이 심각하다는 뉴스가 몇년째 이어지는 이유도 한국의료/교육시스템이 올바른가에 대한 의문이 들게 되는 부분입니다.

 

또한 한국분들이 안과레지던트 (5년 과정인걸로 알고 있습니다)를 마칠때까지 백내장 수술을 많아야 1건 대부분은 0건을 하고 졸업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충격을 받았습니다. 저희 병원 레지던트들은 교수가 지켜보는 앞에서 200건 정도 백내장수술을 직접 (관전이 아니라 직접합니다) 하고야 졸업을 합니다. 미국 레지던트들은 기본 89건 이상을 해야만 졸업을 시켜줍니다만 많은 병원들이 (저희 병원처럼) 그 minimum을 쉽게 훌쩍 넘습니다. 물론 다른 수술/시술도 많이 하죠. 제가 만나본 많은 한국 교수님/선생님들 훌륭하시고 제가 배울게 많다고 느낍니다만, 한국의료가 레지던트/인턴들의 희생을 바탕으로 해서 서있지 않는가라는 생각과 그 인턴/레지던트분들이 한국의료의 미래이기에 더 좋은 교육을 시켜주셨으면 하는 바램이 들곤 합니다. 실력이 있는 의사도 실수를 합니다. 저희는 사람이니까요. To err is human. 그렇다면 실력없는 의사는 더 많은 실수를 하겠죠. 저희가 자주 하는 말이 You eyes cannot see what your mind does not know. 내가 모르는것이 무엇인가를 모르는게 가장 무서운 이유가 이거겠죠. 의사와 환자의 관계에서는 많은 경우 비행기 파일럿이나 정치 시스템처럼 check and balance도 없습니다. 특히 짧은 시간에 환자를 봐야 하는 한국의 시스템에는 의사가 몇초만에 내리는 결정에 환자의 outcome이 결정 됩니다. 이러기 위해서는 무한한 반복과 무한한 배움이 필요하다고 생각이 듭니다.

 

밑의 링크는 의대가 죽어야 나라가 산다 라는 책을 쓰신 윤인모 성형외과 외래교수의 한국 의료시스템에 대한 성찰/비판입니다.

 

https://youtu.be/tr0p_ny5ubA 이런 의료 붕괴는 한국 외엔 없습니다 (윤인모 외래교수)

https://youtu.be/IV807ElNIt0 최상위 몰리는 의대, 정작 나를 살릴 의사는 없다? (윤인모 외래교수)

 

두 비디오에서 윤인모 교수는 한국의료시스템의 붕괴를 걱정합니다 (사실 저는 붕괴할거라는 생각은 안합니다만 걱정은 됩니다). 그리고 지적하는 부분들이 한 개인들의 부족이 아니라 의료 시스템적인 결함을 지적합니다. 이 시스템이 10년전, 20년전 그리고 지금은 삐걱거리더라도 잘 돌아갈지 모르나 10년, 20년 후에는 잘 돌아갈수가 없다는게 이분 주장입니다 (자세한 내용은 링크를 참조하세요). 

 

또 하나의 걱정은 한국의 노인화 입니다. 한국이 OECD국가중 의사의 수가 많은 편이 아닙니다. 그런데 인구의 노령화로 인해 의료진/진료의 필요는 점점 더 늘어날텐데 특히 역이민 가시는 분들 (특히 젊은 분들)이 10년 20년 후에도 똑같은 진료의 질을 기대하시기는 어렵지 않을까 걱정됩니다. 요번에 간호법이 통과가 안됐죠. 간호사 분들이 의사가 하는 부분을 할 수없게 막았다는 건데 (이미 간호사분들이 의사가 하는 부분을 하고 있었다고 들었습니다만... 지금은 어떨지 모르겠네요) 거기에 의사의 수를 늘리는 건 많은 의사분들이 반대하고 있죠. 미용의료나 통증쪽으로 의사들의 이탈이 가속화 되는 시점에 노령화로 인해 늘어나는 진료의 필요성을 누가 감당할게 될지 의문입니다. 

 

제가 쓴 다른 글들 처럼 이번 글도 또 길어졌군요. 결론으로 가지요. K의료 너무 훌륭하고 한국인이란게 참 자랑스럽습니다. 다만 K-의료의 현재가 그리고 미래가 밝기만한것은 아닙니다. 우리중 그 누구도 10년후를 예측할수는 없지요. 10년, 20년 후에도 한국의료가 지금 처럼 좋을 거라 예상하고 역이민 생각하시는 분들께 조금이나마 도움이 됬으면 합니다.

 

ps. 그렇다고 미국의료시스템에 문제가 없고 미국의 미래는 밝기만 하다는건 절대 아닙니다. 이 부분에 대해 이야기하자면 밤새 글을 써야 할거 같으니... 다른 전문가 분들이 쓴 글도 많으니 그 분들 글을 읽고 영향력 있으신 분들께 잘 전달 해 드리길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