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신의 물방울" 이야기

된장찌개 2023.10.27 12:57:51

2004년에 일본에서 코믹스로 출간하기 시작하여 한 때는 CEO 필독 도서가 될 만큼 와인 열풍의 주역이었던 "신의 물방울". 와인의 거장이 남긴 유산을 넘겨 받기 위해 12가지 와인을 맞추면 받게되는 과정에서 주인공의 성장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코믹에 등장한 와인 중에 12사도를 제외한 몇 가지는 마셔본적 있습니다만 감흥은 다른 형태로 다가왔었죠. 그리고, 와인의 와자도 모르는 내가 이를 계기로 와인에 관심을 갖게 되었고, 술의 맛을 좀 아는 P2와 함께 오래동안 부부의 금실을 유지하게 된 일등공신이 된 와인을 주제로 한 드라마가 Apple TV에 올라왔습니다. 우리 가족 모두의 열혈 구독 채널인 어퍼컷 유튜브에서 리뷰가 올라와서 긴 영상이지만 틈틈히 시간을 내가며 봐오고 있습니다. 집에 코믹스를 다 모은 것은 안비밀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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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믹북을 보면서 시음할 때 맛을 시각화해보기도 하였고, 마리아주를 찾는데 많은 노력을 기울이기도 했죠. 무엇보다도 부부간에 공통의 주제와 대화의 기회를 오랜 기간 가질 수 있게 만든 매개체로서 탁월한 선택이었고, 1년에 한 번 싸울까 말까할 정도로 서로에 대한 이해가 깊어졌습니다.

한편으로, 故김주혁, 한혜진씨 주연의 떼루아(프랑스어로 "토양" 또는 "풍토"를 뜻하는 고유 단어 terroir인데, 와인의 품질과 맛에 영향을 줍니다)가 나왔지만 1편만 보고 접을 정도로 기대가 컸던 작품입니다. 배용준씨가 주인공의 경쟁 배역인 토미네 잇세로 잘 어울릴 것 같아서 기대했던 작품은 불발되었지만, 애플 TV 드라마로 방송된 것을 다시 볼 수 있게 되어서 무척 감회가 새롭습니다.

 

한참 물이 오른 어퍼컷의 드라이하지만 충실한 설명과 드라마의 전개가 무척 잘 어울립니다. 요즘 많은 자극적인 영상보다는 나의 내면의 성장에 영양분을 줄 수 있는 이런 류의 드라마를 오랜만에 봅니다. 배우들의 원작과 살짝 다르지만 이 또한 굉장히 잘 연출했다고 여겨집니다. 드라마처럼 테이스팅으로만 맞추지는 못하지만 나만의 와인을 찾았다는 것은 어쩌면 행운이라고 할까요? 멋드러지게 디캔터를 쓰지 않아도 열고 바로 마실 수 있고, 시간을 두고 열리면 한층 더 성숙한 이 와인이야말로 나이들면서 제가 바라는 유연한 모습이 아닐까 합니다. 싼 가격은 덤이구요. 올 연말 연휴 시즌에는 와인과 함께하시는 것은 어떨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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