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 시리즈] 조기 은퇴자의 건강보험 가입.

개골개골 2023.11.11 12:58:06

연말이 다가오니 내년도 의료보험을 정해야할 시기가 다가오고 있습니다. 이미 2024 의료보험료 인상...어느정도들 이신지요? 글에서 많은 분들이 내년도 보험료 인상폭에 대해서 토론도 하셨구요.

 

주변에도 이야기해보면 "만65세가 되어서 메디케어가 시작되기전의 의료보험 해결"과 "아이 학자금 부담/불확실성" 두가지가 금전적으로 조기은퇴를 막는 큰 장애물 역할을 하는것 같습니다. 저의 경우 이전 은퇴 시리즈 글인 [은퇴 시리즈] 익숙한 것과 헤어질 용기 에서 살짝 그간 공부했던 내용을 이야기하면서 이러이렇게 대처할 것이다라고 언급했었는데, 이번에 11월 1일부터 2024년도 오바마케어 (Affordable Care Act) 가입이 열려서 한 번 신청해보고 글을 한 번 써봅니다. 아직 내년도 보험을 어떻게 할지 저 자신도 확정하지 않았기 때문에 내년도 의료보험이 확정되고 또 오바마케어 안에서의 의료 시스템을 몇 번 경험해 보고 나면 이 글에 업데이트를 하거나 새 글을 하나 더 파보도록 하겠습니다.

 

당부의 말씀

1. 저는 전문가도 아니고, 그냥 제가 방구석 인터넷에서 얻을 수 있는 정보를 제가 필요한 것 위주로 찾아본뒤 제 가족에 대해서 한 번 가입 신청해 본것 뿐입니다. 아마 틀린부분도 있을 것이고, 가족구성이나 법령 변화에 따라 많은 부분이 달라질 것이므로, 그냥 참고로만 해주시면 좋겠습니다.

 

2. 오바마케어는 State level의 프로그램입니다. 각 주별로 요구사항, 가입 가능한 보험사 등등 전부 다 다릅니다. 저는 콜로라도 거주자이고, 이번 글에서 사용할 데이터는 콜로라도에서 제가 신청한 부분과, 인터넷에서 쉽게 데이터를 구할 수 있는 캘리포니아의 것을 "예시"를 위해서 사용할 예정입니다.

 

3. 이 글에서 사용된 숫자는 2024년도 오바마케어 한정이고 (매년 인플레에 따라서 변경됩니다), 그 마저도 제가 인터넷에서 자료를 가져오는 와중에 틀렸을 수도 있습니다. "대략 이런 느낌이구나"라는 취지로 읽어주셨으면 합니다.

 

4. 마지막으로 이 글은 오바마케어와 그에 연결된 메디케이드 시스템이 이런것이다라는 시스템을 설명하는 글로 이해해주셨으면 합니다. 오바마케어 시스템이 잘됐다. 잘못됐다. 이런 논의는 하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이미 존재하는 시스템이고, 어떤 분은 이 시스템을 혜택을 보고 (주로 저소득층), 어떤 분들은 이 시스템으로 내가 낸 세금이 이상한데 쓰인다고 생각하실 테니까요 (주로 중상층 이상 직장인). "넌 돈 많아서 조기 은퇴한다면서 왜 정부 보조금 받으려고 그러냐" 등의 질문을 하신다면 저로써는 "시스템이 이렇게 구성되어 있는걸, 그럼 일부러 돈 다 내고 private market에서 보험을 구해야하나요?"라고 반문할 수 밖에 없겠네요.

 

오바마케어에 대해서

우선 오바마케어 (Affordable Care Act)에 대해서 간략하게 이야기하면 (물론 제가 이해한 것으로 아주 축약해서 설명), 메디케어를 받지 못하는 연령대 (0세 - 65세)를 대상으로 하는 미국의 전국민 의료 서비스 시스템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모든 보험은 보험가입자 풀이 매우 중요합니다. 기업을 통해 의료보험을 가입하시는 분은 해당 기업(혹은 업종)의 종업원들이 보험가입자 풀이 되는거구요. 자영업자나 직업이 없는 분들은 보험가입 자체가 안되거나 아니면 매우 높은 보험료를 내고 가입할 수 밖에 없는 것이구요. 왜냐하면, 일반적으로 보험 가입이 강제가 아니면 건강하거나 돈 없는 사람들은 비싼 돈 내고 보험가입할 필요를 못느끼고, 그러면 결국은 아픈 분들이나 병원 서비스가 필요한 분들이 가입을 하게 될텐데, 그러면 사보험에서는 보험가입을 거부당하거나, 보험료가 엄청 올라갈 수 밖에 없는거죠. 그래서 이런 의료보험이 없는 사람들을 하나의 풀로 모아서 의료보험을 하게 된게 오바마케어이구요. 그러면서 미국의 의료보험료가 원체 비싸니까 보험료나 다른 payment (디덕티블, 코페이 등)를 보조해주는 보조금 프로그램이 같이 나온 것이구요.

 

오바마케어에도 메디케이드가?

메디케이드는 기본적으로 "연방정부와 주정부가 공통으로 재정을 부담하는 저소득층 의료 프로그램"이고 운영은 주정부가 담당합니다. 메디케이드는 이름은 하나지만 세부 프로그램이 여럿 있구요 (예를들면 메디케어를 보조하는 메디케이드, 롱텀케어를 보조하는 메디케이드, 오바마케어를 보조하는 메디케이드). 오바마케어의 경우 가구 소득에 따라서 정부의 의료비 보조가 정해지는데, 아예 의료보험비를 한푼도 못낼 정도의 저소득층의 경우에는 메디케이드 프로그램을 통해서 의료보험에 가입할 수 있도록 되어 있습니다. 그러니까 재정적 지원은 연방정부와 주정부에서 나오고, 보험가입자 풀은 오바마케어와 공유하는 그런 형태라고 이해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주변에서 어떤 어르신이 메디케이드 혜택을 받기 위해서 몇 년간 자산을 이리저리 증여하고 숨기고 소위 "자산 플래닝"을 해서 롱텀케어에 들어가셨다라는 이야기를 한번씩 들어보셨을 텐데요, 이건 estate recovery (메디케이드 혜택을 받은 분이 돌아가시는 경우, 그간 의료비로 사용한 금액을 자산을 처분해서 매꾸는 프로그램)에 해당하는 long-term care 메디케이드의 이야기이구요. 제가 이 글에서 이야기하는 메디케이드는 이와는 관련이 없는 프로그램입니다. 

 

오바마케어의 보조금이란?

오바마케어의 보조금 혜택은 세금보고 (Tax Return)을 통해서 이뤄집니다. 그래서 오로지 Form 1040에 기입된 Income을 기준으로만 혜택 심사가 이루어집니다. 그래서 이와 자매 프로그램이라 할 수 있는 오바마케어의 메디케이드로 Income만을 기준으로 해서 혜택 심사가 이루어집니다. 그래서 신청자의 자산이 얼마나 있는지는 아예 써내지도 않구요 (생각해 보시면 Form 1040에 내가 가지고 있는 주식을 얼마 팔아서 얼마의 수익/손해가 났다를 적지. 그래서 내가 얼마나 주식을 가지고 있는지 규모는 적지 않잖아요). 그래서 이 부분에서 조기 은퇴자들이 자산을 적절히 잘 배분해 놓음으로써 자신의 Income을 낮추고 오바마케어를 저렴하게 (혹은 아예 메디케이드를 받을 수 있는) 가입할 수 있는 방법이 생기게 됩니다.

 

obamacare-2024.png

위의 도표는 캘리포니아 오바마케어 사이트에서 가져온 것인데요. 가족수와 수입에 대해서 각종 보조금 혜택이 어떻게 변화되는지 나타내주는 표입니다. 물론 매년 숫자는 바뀌게 되고요. FPL는 Federal Poverty Level인데, 예를들면 "3인 가족의 경우 연간 $24,860을 번다면 100% FPL. 연방정부 레벨에서 공식적으로 극빈자 그룹이다"라고 보시면 되구요. 여기서 주요한 포인트가 몇가지 있는데요.

 

1. FPL 138% 이하는 주정부의 메디케이드 혜택을 받을 수 있고, 실제 오바마케어를 신청하다보면 자동으로 메디케이드 신청 페이지로 자동안내되거나 통합 신청되게 됩니다.

2. FPL 400%까지는 Federal Premium Tax Credit이라고 해서 의료보험 월보험료를 연방정부에서 보조해주게 됩니다. 수입이 늘수록 받는 보조금이 줄어들게 됩니다.

3. FPL 100% ~ 250% 구간까지는 Cost Sharing Reduction이라고 해서 "오바마케어 실버 플랜에 한해서" 실제 의료 서비스를 받았을 때 발생하는 디덕티블, 코페이, 코인슈어런스, 아웃포켓맥시멈을 보조금으로 사용자 부담을 (94%, 87%, 73%) 깎아주게 됩니다.

 

아마 Cost Sharing Reduction의 개념이 언뜻 쉽게 들어오지는 않으실텐데, 다음 캘리포니아 오바마케어 사이트에서 가져온 비교표도 같이 보시죠.

2024-health-benefits-table.png

참고로 위의 표는 캘리포니아 한정으로 각 주마다 구체적인 숫자는 다릅니다만, 연방정부 보조는 동일하므로 거의 비슷한 느낌입니다. 아마 오바마케어 가입사이트를 한 번 보신 분들은 플랜종류가 많아도 너무 많고, Bronze, Silver, Gold, Platinum 이렇게 메달색깔로 플랜이 다른걸 보셨을텐데, 가장큰 차이점은 의료비가 발생했을 때 보험가입자와 보험사가 얼마의 비율로 의료비를 지불하냐는 차이점이 있습니다. Bronze (60%), Silver (70%), Gold (80%), Platinum(90%)으로, 내가 브론즈 플랜에 가입했으면 보험사가 60% 비용을 내고 가입자는 나머지 40%를 내는 개념입니다. 물론 그에 따라서 브론즈 플랜이 월 보험료가 가장싸고 플래티넘이 보험료가 가장 비싸게 책정되어 있습니다. 의료비 차이를 가장 확실하게 비교할 수 있는 부분이 위 표에서 제일 마지막 세줄 Deductible과 out-of-pocket maximum을 보시면 됩니다.

 

여기서 주목해야할 점이 오바마케어에서 가장 이해하기 힘든 Cost Sharing Reduction이라는 프로그램인데요. 특정 수입대에 있는 가정 (FPL 100% ~ 250%)의 경우 CSR로 의료비의 94%, 87%, 73%를 감면하도록 지원하게 됩니다. 예를들어서 내 가정이 3인 가족이고 연수입이 FPL 150%인 $37,290을 번다고 하면 실버 CSR 94%에 속하게 되는데요. 위의 표를 따라가 보면 아시겠지만 annual out-of-pocket maximum이 family $2,300로 가장 좋은 보험 등급인 플래티넘의 $9,000 보다 훨씬 저렴합니다. 그리고 월 보험료의 경우에도 위에서 설명한 Federal Premium Tax Credit 통해서 월 $0을 내거나 많아야 $100~$200 (보험사에 따라 다름) 정도를 내면 되어서 회사다니면서 들 수 있는 어떤 보험보다도 금전적으로는 월등히 좋은 의료보험에 가입할 수 있게됩니다.

 

콜로라도의 경우에는 CSR 94%로 보면 3인 가족 기준으로 다음과 같은데요,

Screenshot 2023-11-11 120716.png

월보험료 $200대, annunal out-of-pocket maximum $2,200수준의 아주 근사한 보험에 가입할 수가 있습니다. 제가 귀찮아서 콜로라도 오바마케어 통합 사이트에서 캡쳐해온 스크린샷인데요, 실제로 개별 보험사의 사이트에 들어가보면 network 커버리지가 약간 줄어들지만 monthly premimum이 $0인 실버94% 상품도 있습니다.

 

오바마케어의 단점은?

제가 생각하는 오바마케어의 가장 큰 단점은 이게 주 레벨의 프로그램이어서 좋은 플랜 (=싸고 커버리지가 적당한)은 HMO에 모여 있고, 주에서도 주민들을 위해서 가능하면 편리하고 저렴한 프로그램을 공급하려고 보험사들과 표준화된 플랜을 개발하는데 (예를들면 위에서 제가 가지고 온 캘리포니아 플랜처럼요), 아무래도 HMO에만 여력을 집중하는것 같습니다. 그래서 PPO 플랜의 경우 기본적으로 보조금 받기 전의 보험료가 넘사 수준으로 높아서 선뜻 손을 뻗기 힘듭니다. 예를들면 괜찮은 회사의 경우 HMO vs PPO의 경우 보험료 차이가 월간 $200~$400 정도 차이가 난다면, 오바마케어의 경우 위에서 언급한 보조금 혜택까지 포함해서 계산하면 월간 $1,000~$2,000 정도 차이가 나서 선뜻 손을 내밀기 어려운 점이 있습니다.

만약 내가 여행을 자주다니고 회사를 통해서 PPO 플랜을 저렴하게 가입할 수 있는 옵션이 있다면 조금 저렴한 정도로는 오바마케어에 선뜻 손이 가지 않을 것 같기는 합니다.

 

오바마케어 메디케이드 프로그램의 장단점은?

(주마다 다 다르겠지만) 기본적으로 메디케이드 프로그램은 의료비에 돈이 한푼도 안들어갑니다. 그리고 가장싼 오바마케어 플랜에 비해서 네트워크의 규모도 더 큽니다. 가장 큰 단점은 (물론 HMO도 크게 다르지 않긴하지만), 주에서 운영하는 프로그램이라서 거주하는 주를 벗어나서 의료문제가 생겼을 경우 아주 긴급한 emergency case를 제외하고는 전혀 커버가 불가능합니다. FAQ를 읽어보니 예를들면 타주에서 뭔가 급한 수술을 해야하면 ER 비용은 approval 받으면 대줄 수 있지만 수술은 너의 거주지로 돌아와서 해라. 이런 느낌이라서요 ㄷㄷㄷ 

 

너무 좋아 보이는데 이게 가능한거 맞나요?

저도 가입 신청해보기 전에는 완전 확신은 없었습니다. (아직도 가입 신청 중이라 정확한 것은 다음 포스팅에) 그런데 해보니까 이게 되네요 ㄷㄷㄷ 메디케이드로 가입한다면 연간 의료비 지출 $0. 혹은 CSR 94%에 가입한다면 연간 의료비 지출을 최소 $1,000, 최대 $4,000 정도에서 막을 수 있다는 이야기이거든요. Too good to be True이긴한데, 이게 또 신청이 잘되고 서류 심사도 아주 잘되고 있습니다 ;;;

 

글을 자세히 읽어 보셨으면 아시겠지만, 이 프로그램의 혜택을 보기 위한 가장 중요한 핵심은 "택스 리턴상의 소득"을 줄이는 일이고, 이건 가지고 있는 자산과는 직접적인 연관 관계가 없다는 부분에서 시작합니다. 예를들면 조기 은퇴후 1년에 내가 필요한 생활비가 $70,000이라고 가정하고, 이 돈을 몇 년 전에 투자해서 100% 이득이난 주식에서 가져온다고 가정합시다. 그러면 원금이 $35,000이고, capital gain이 $35,000이므로 3인 가족이라면 제가 위에서 설명드린 CSR 94% 플랜을 가입하실 수 있을껍니다. 그 외에도 은퇴 전에 생활비 용도로 미리 자금을 적당히 현금화해서 가지고 있던가, Roth IRA의 원금부분을 세금 없이 인출하던가. 미리 계획만 해 놓으면 조기은퇴자의 경우 "택스 리턴상의 소득"을 고무줄 처럼 조정하는건 크게 어렵진 않거든요. 이런 준비가 부족했다면 3년치 생활비를 한해에 미리 땡겨서 인출하고 다음 2년은 소득이 없게 만드는 등으로 "퐁당퐁당" 전략도 있을 수 있을꺼구요 ^^

 

다음에 관련 내용으로 글을 쓰게 되면 실제로 2024년에 어떤 의료보험에 가입했는지, 실제로 보험을 써보니 어떻는지 한 번 이야기를 해볼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