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약자를 돕는 가장 좋은 방법이 있을까요?

참울타리 2023.12.08 10:44:43
 10여년 전, 봄에 조지아 딸기 농장을 방문한 적이 있습니다.

가장 신선한 상태의 딸기를 수확해 먹는 재미였지요. 한참 열심히 쪼그려 앉아 수확 중인데…


 멀리서 초등학생 정도로 보이는 아이와 중년의 남녀가 딸기를 수확하러 다가옵니다. 남자분을 보니 아는 분이었습니다. 다름아닌 제가 단골인 자동차샵 사장님이었습니다. 


 사장님 옆의 중년의 여성분과 아이는 제가 아는 사장님의 가족은 아니었습니다. 제가 알기로 사장님 가족들은 당시 한국에 살고 있었거든요. 아이는 봄날의 날씨에 맞지 않는 두꺼운 보라빛 벨벳 드레스를 입고 있었고 표정은 전혀 신나보이지 않은 어두운 표정이었습니다. 그 사장님은 저를 보더니 살짝 당황하시면서 말이 많이 지십니다. 


 저는 당시에 굳이 누구의 사생활을 들춰내어 뭐라 정죄하고 싶진 않았기 때문에… 제 차를 잘 고쳐주시는 그 사장님을 믿고 그 샵에 제 차 정비를 계속 맡깁니다.


 9여년이 흐르고 그 사장님이 자동차 샵을 닫고 다른 비지니스를 할까 고민한다는 생각도 하신다는 말씀을 하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나이도 들고 하셔서 다른 비지니스를 생각하시는구나 생각하고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습니다.


 얼마 전 그 샵에 자동차 문제로 찾아가니 다른 분이 사장님이 얼마 전 한국으로 들어갔다고 했네요. 개인적으로 그 분의 불체 신분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가족도 한국에 있고 하니 급하게 돌아가셨나 보다 생각했습니다.


 개인적인 친분이 있는 건 아니었지만 단골 가게였기 때문에 마지막 인사도 못했네…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어제 충격적인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 분이 미성년자 step daughter를 성폭행 해 왔고 그 분은 경찰 수사가 진행되고 있는 것을 깨닫고 한국으로 도망가려다 공항에서 붙잡혀 현재 감옥에 있다는 사실입니다. 


  저의 사람보는 눈을 탓해 봅니다. 사람이 거칠긴 하지만 차는 잘 고쳐주신다는 믿음에 그 분 샵에 단골로 다녔는데… 그 사실이 저를 맘 아프게 합니다. 내가 미성년자 성폭행범과 말을 섞고 그 분이 비지니스를 하면서 벌어들인 돈이 sexual predator에게 힘을 실어준 꼴이었구나…


 10여 전 짧은 만남이었지만 그 나이에 맞지 않는 그늘진 아이의 얼굴이 떠오르면서 마음이 아픕니다. 아! 그 때 내가 이상한 것을 깨닫고 적극적으로 개입했으면 그 아이가 그 지옥 같은 경험을 하지 않아도 되었을까… 어른이 되어 참 미안하다는 마음이 듭니다.


 병원에서 일하다 보면 가끔 사회 보장 연금으로 살아가는 집의 노인 환자들을 볼 때가 있습니다. 욕창이나 위생 등이 가족들이나 caregiver가 제대로 이 분들을 돌본다는 생각이 들진 않습니다. Adult protective service에 신고해 보지만…

법은 멀기만 하더군요. 사회복지사분들과 이야기 해 보면 뻔히 보이는 상황이지만 목숨만 붙어 있는 저 환자의 연금에 다른 가족들이 살아가고 있기 때문에 말 그대로 다른 가족들이 환자를 ‘living check’으로 생각하고 있다는 충격적인 이야기입니다.


 딸기 밭에서 보았던 그 아이, 피해자는 성폭행을 저지른 그 분과 동거를 오래하셨던 그 분의 따님으로 알고 있습니다. 경제적으로 그 분에게 의존하고 있었던 이 미성년자 십대 피해자는… 어떻게 될까요. 생각 같아선 그 아이가 경제적으로 좀 바로 설 수 있는 도움이 되게 모금이라도 해다가 신탁이라도 해 주고 싶습니다. 10여년 전에 지켜주지 못한 못난 어른의 넋두리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어제부터 참 마음이 아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