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가장 좋아했던 차는 무엇인가요?’

야생마 2024.04.15 23:03:45

안녕하세요,

 

눈팅만 하다 저번에 새로운 멤버를 받아주신다는 소리 듣고 부리나케 뛰어와 가입한 야생마 상훈이형 사랑해 라고 합니다. 아 나도 드디어 마모인이 되었구나라는 벅찬 마음도 잠시, 바쁜 일상에 잊고 살던 마모가 생각이 나 이렇게 헐레벌떡 찾아왔습니다.

 

첫 게시글인데 어떤 글을 써 볼까 하다가 제가 가장 즐기는 주제 ‘차'에 대해 나눠볼까 합니다. 나의 속을 따뜻하게 데워주는 그 차가 아니라 나의 마음을 뜨겁게 해주는, 그리고 가본 적 없는 그곳으로 나를 데려다 줄 loyal friend, 바로 그 차 입니다.

 

저는 차를 참 좋아합니다만 왜 그럴까에 대해서는 깊게 고민해 본적이 없어요. 본능일까요? 아니면 살다보니 뭐 그냥저냥 그렇게 된걸까요? 하긴 저는 어릴때부터 가는 문방구마다 부모님한테 4000원짜리 태엽달린 자동차 장난감을 그렇게 사달라고 징징거렸더랬습니다 ㅋㅋ  저는 친구들이 가져오는 울트라맨, 썬가드등의 로봇에는 전혀 관심이 없었습니다. 그냥 자동차라는것에 푹 빠져 어릴때부터 정신 못차리고 동네 모든차를 외우고 뭐 그랬었습니다ㅋㅋ 지금 와서 봐도 환자구나. 친구들도 그런 저를 보며 ‘니는 참 별난놈이다' 라는 말을 아직도 하고 있습니다.

 

어릴때 아버지가 타시던 에스페로, 작은 할아버지께서 모시던 프린스, 외삼촌이 타시던 프레스토, 캐피탈. 이런 차들을 보다 중2에 미국에 온 후 저는 충격을 받았습니다. 한국 촌에서 온 저는 ‘아니 뭔 차가 이렇게 크단 말이고? 용달 트럭은 왤케 많은거지?’ F-150나 Ram 트럭을 저는 개인용이라고 절대 생각할 수 없었습니다. 어렴풋이 알고는 있었지만 미국을 오니 생각보다 더 다양한 차들이 많더군요. 브랜드 뿐 아니라 종류, 뚜따, 양카, 지프차, 8기통 머슬카, 하이브리드, 쿱(쿠페), 핫로드, 40년대 클래식카. 색깔도 가지각색입니다. 노란색부터 오렌지색, 국방색, 펄… 이나라는 뭔 놈의 물건들이 다 엑스엑스엑스라지?

 

우물속 개구리라는 말은 딱 저를 지칭하는 말이었습니다. 같이 사는 자유분방한 사촌들은 어리버리하는 저를 JDM이라는 세계로 끌고갔습니다. 미국 온지 6개월만에 저는 듣도보도 못한 신기한 차를 처음 경험했습니다. 사촌형이 스바루라는 차를 샀다고 해서 뭔가 싶어 내려가 보니 동글동글하게 생긴, 뒤에 신기하게 달린 다리까지, 심하게 눞혀놓은, 현대 티뷰론 터뷸런스같이 생긴 차가 있지 뭡니까. 저는 나중에 이 차가 토요타 수프라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 차를 아껴가며 여친이랑 신나게 데이트하며 prom도 가고 하는 것 보고 신기했습니다. 오오 그럼 나도 저런차가 있으면 여친이 생기고 데이트도 할수 있겠구나 아아 ㅠㅠ 그러다 결국 대학을 가며 첫 차를 사고 16년이 지난 오늘까지 차를 묵상하며 그윽하게 생각하는 저를 보게 됩니다.

 

 

 

그런데 왜 이렇게 차를 좋아하는 걸까요? 본능과 같은 타고나는 것도 있겠지만 저는 8할이 내 사고와 라이프스타일 때문이라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저는 스트레스를 받으면 꼭 풀어야 했습니다. 친구들과 같이 놀던가, 게임을 한다던지 카운터스트라이크 헤드샷 하면 늘 끝에는 더 힘들고 더 스트레스를 받았습니다. 그냥 피곤해 진다는 말이 더 정확하겠네요. 차를 타고 나가면 그 순간 나의 길을 이끄는것은 내 차입니다. 나만의 방식으로 새로운 곳을 가고, 새로운 곳을 보고, 새로운 곳을 맡으며 새로운 곳에서 새 생각을 해줄 수 있는 나의 발. 홀로 고독을 즐겨하던 와이프 사랑해 제 성격이랑 딱 맞아 떨어지는 결론. 나만의 공간에서 내가 좋아하는 노래를 들으며, 선루프를 열고 달리는 한 여름밤의 여행.

 

 

그런데 말입니다. 곁에 사람들이 말하는 것처럼 제가 봐도 저는 참 특이합니다 ㅋㅋ 저는 남들과는 좀 다른 방식으로 차를 좋아합니다. 저는 새차는 좋아하지 않습니다. 돈이 있다면 그 돈으로 7년 이상 된 중고차를 산 후, 그 돈을 이용해 차를 관리하는데 씁니다. 하나하나 고쳐갈때마다 희열을 느낀다고 할까요. 그런 면에서 음악축제님은 제가 잃어버린 형님 같습니다 형 보고싶었어. Drive-by-wire와 같은 기계적이지 않은 차는 아무리 해도 흥미가 생기지 않았습니다 환자. 그리고 저는 스틱, 봉이 달린 차를 좋아합니다. 차와 하나되어 기계적으로 결합된, 그런 차를 좋아하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제가 여태 타 왔던 애정했던 애마를 보시면 제 환자끼를 잘 아실거라고 생각합니다 ㅋㅋ

 

 

 

 

 

 

 

서른 중반이 넘어 이래저래 여러 제약이 생기는 가운데에도 차라는 장난감에 눈이 가는걸 보면 저는 아직도 어린 애인가 봅니다. 와이프 등짝 스매싱 가운데에서도 꾸준히 다음차를 알아보고 있습니다. 살수 있을지는 모르겠으나 꿈이 있어야 그 미래도 어느정도 수렴하지 않을까라고 자위해 봅니다.

 

 

 

 

 

그냥 자기가 좋아하는 차에 대해 장황하고도 겁나 정성스럽게 쓰는구나 라고 생각하실수도 있지만 깊이 생각하지 않고 많은 분들이 부담없이 읽어볼 만한 주제에 대해 고민하다 써 봤습니다 ㅋㅋ

 

‘차를 좋아하는 당신은 무엇 때문에 그렇게 좋아하시나요?’

‘당신이 가장 좋아했던 차는 무엇인가요?’

 

‘당신도 환자입니까?’

 

 

by 야생마